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128
128화 붉은 피가 흐르는 세계(4)
레벨이 오르면 등급이 오른다.
게이트가 생성된 초기부터 세계가 멸망할 때까지 통용되는 하나의 법칙이다.
‘등급이 오르면 헌터가 가지는 격이 달라진다.’
격(格).
생물이 가지는 본연의 위치.
피식자가 포식자를 바라보며 공포를 느끼듯, 상위의 격을 가진 존재에게 두려움과 경외심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멸망 이전의 세계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사실이다.
‘인간보다 높은 격을 가진 존재가 없으니까.’
강한 마수나 보스 몬스터라고 해도 그 본질을 헌터가 사냥해야 할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멸망한 세계에서 영웅들은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된다.
상위의 격을 가진 존재.
형언할 수 없는 격의 차이를 가진 마족을.
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떨려오는 불가해한 일이 일어난다.
‘일반인이었던 나는 그곳으로 고개를 돌리는 것조차 불가능했었다.’
그러한 격에 대한 이해가 가능한 것은 SS급부터라고.
영웅들은 입을 모아 말하곤 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SS급부터가 격을 소유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단순한 인간이 아닌, 상위의 존재로서의 존재감을 뿜어내는 시기.
“하, 이 내가······. 수 천 년을 살아 온 드라구트가 고작 인간 앞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단 말인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짓는 순혈 뱀파이어 드라구트.
“아무리 게이트에 종속 되어 제약을 받는다고는 하나······. 화가 치미는군.”
이곳은 S급 게이트.
뱀파이어 마수인 드라구트는 능력치에 제한이 생긴다. 마족과 마찬가지로 본래의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거다.
‘그게 우리가 가진 유일한 이점이지만.’
놀라기는 엘리스도 마찬가지였다. 엘리스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내 어깨를 붙잡았다.
“사, 사부님······. 숨이 잘 안 쉬어져요.”
“신태양한테서 고개를 돌려.”
“그, 그러면 사진을 못 찍는데······.”
“······.”
SS급에 오른 신태양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강한 압박감이 느껴진다.
물론 미래에서 얻은 영웅의 힘 스킬 덕에 나한테 부담은 없었다. 힘뿐만 아니라 영웅으로서의 ‘격’까지 올려주는 스킬이니.
‘굴린 보람이 있군.’
푸른 마력이 신태양의 주변으로 타오른다.
그 맹렬한 기세는 그야말로 위풍당당.
현 시점 어디에도 SS급을 달성한 헌터는 없을테니.
저벅.
신태양이 드라구트를 향해 걸어갔다. 이번에는 방심하지 않으려는 건지 신중한 태도였다.
“건방진······.”
드라구트 또한 혈귀로 변해 있었기에 만만이 볼 상대는 아니었다. 드라구트가 피를 흩날리며 신태양을 향해 달려들었다.
놈이 처음에 들고 있던 붉은 검은 땅바닥에 내던져 둔지 오래였다.
콰아아앙!
주변의 나무들이 뽑혀 나갈 정도로 강한 폭발이었다. 비릿한 향이 섞인 강풍이 숲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러나 신태양은 멀쩡했다.
드라구트의 붉은 손톱을 가뿐하게 검으로 받아냈다. 오히려 검과 부딪힌 놈의 손톱 위로 금이 가기 시작했다.
서걱—!
반월형의 푸른 잔상이 드라구트의 왼팔을 잘라냈다.
서걱—!
다시 한 번 푸른 기운이 오른팔을 잘라냈다. 이어지는 연격 앞에 드라구트는 무력했다. 신태양은 무자비하게 검을 휘둘렀다.
서걱—!
결코 빈틈을 보이지 않겠다는 듯 깔끔하고도 정교한 검술이었다.
“크허어억!”
사지가 잘려나가 바닥에 떨어진 드라구트.
그의 얼굴은 이미 공포심으로 잔뜩 물들어 있었다.
“이, 이게 대적자란 말인가. 이해가 가지 않는 힘이구나. 도무지 같은 인간으로 느껴지지 않아. 하, 이런 일이 다 있단 말인가.”
그런 놈의 주변으로 마기가 모여들고 있었다.
회복을 위해 마기를 끌어모으는 듯 했으나.
“쫑알쫑알 말 많네.”
신태양은 조금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았다.
콰아앙!
푸른 섬광이 밤하늘 높이 치솟았다.
저 멀리 숨어서 전투를 지켜보던 뱀파이어들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드라구트는 죽었다.
신태양의 완벽한 승리였다.
더할 나위 없이 깔끔했다.
신태양의 특성 ‘리미트 해제’가 풀리며 머리카락이 차분해졌다.
녀석은 지금까지 맺혔던 응어리를 날려 보낸 듯 후련한 표정이었다.
“이겼습니다. 스승님.”
그리 말하는 녀석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맺혀있었다.
* * *
사냥할 뱀파이어들도 모두 도망쳤으니, 남은 건 하나다.
저 멀리 보이는 칠흑의 성.
놈의 기운이 느껴진다.
드라구트의 뒷처리를 마친 뒤,
우리들은 와이번을 타고 밤하늘을 활공하며 나아갔다.
머리를 쓸어 넘긴 신태양이 말했다.
“후우, 더 이상 무슨 상대가 와도 질 거라는 생각이 안드네요. 아, 맞다. 제 사진 찍었죠? 나중에 나도 좀 줘요.”
“싫어요. 제 개인 소장용이란 말이에요······.”
“얼마면 됩니까? 제 팬들도 제 사진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드라구트에게서 압도적으로 승리해서일까. 신태양의 눈에 있던 독기도 조금 가라앉은 느낌이다.
“모두 스승님 덕분입니다.”
“그래. 근데 아직 끝난 거 아니다.”
“마족이 남아 있는거죠······. 지난번에 스승님께서 상대하셨던 놈 같은.”
“그 놈보다 더 강할 거야.”
이전에 쓰렸던 것은 중위 전투의 마족.
지금 쓰러뜨릴 것은 상위 선혈의 마족이다.
“뭐가 되었든 스승님과 함께라면 두렵지 않습니다.”
“자신감은 좋네.”
본디 검성이었던 신태양은 이른 시기에 목숨을 잃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그의 자신감 때문이었겠지.
그러나 나와 함께 한 미래에서 신태양은 끝까지 살아남았다.
‘심지어 과거보다 더 빠르게 강해지고 있다.’
앞으로의 성장 또한 기대 되는 부분이다.
“저, 저기······!”
한창 잘 나아가고 있던 도중 엘리스가 밤하늘의 달을 가리켰다. 달을 확인한 신태양의 눈도 가늘어졌다.
“무슨······.”
핏빛의 달에서 붉은 피가 흘러 내리고 있었다. 괴이하기 짝이 없는 광경이었다.
‘권속이 전부 죽은 걸 눈치 챈 모양이군.’
게이트 자체가 놈이 만들어낸 허상세계(虛像世界)나 다름 없다. 놈이 분노하고 있단 뜻으로 받아들이면 되겠지.
그래서였을까.
하늘을 나아가는 동안 우리를 가로막는 존재는 없었다.
뱀파이어들로 들끓던 숲은 적막에 휩싸인 채 고요함을 유지했다.
그리고 그 끝에 있던 칠흑의 성.
선혈의 마족은 그 꼭대기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범상치 않은 존재라는 건 보자마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저 녀석이 선혈의 마족······.”
“제가 생각했던 마족하고는 뭔가 다르네요. 굉장히 아름다워요······.”
감탄하는 엘리스의 말대로였다. 붉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미인. 그러나 그녀의 미소는 냉혹하기 그지 없었다.
“실로 훌륭하구나. 내 권속들을 모두 쓰러뜨리고서 올 줄이야.”
이내 광기어린 웃음을 내뱉기 시작한다.
“하하하! 네 녀석이야 말로 틀림 없는 대적자!”
그녀의 손가락이 우리를 향했다.
“한 판 붙자! 귀찮은 것들은 전부 잊어버리고서 정정당당하게!”
콰아아아——!
달에서 흘러내린 방대한 양의 핏물이 거대한 기둥을 만들며 성 주위로 솟아 올랐다. 우리는 순식간에 수십 개의 기둥으로 둘러 쌓였다.
“오르티마, 위로······!”
와이번이 날개를 크게 펄럭여 상승했다.
쏴아아!
어디선가 솟아난 핏빛 기둥이 와이번을 향해 돌진해 왔다. 오르티마의 양 날개에서 푸른 마력이 방출된다.
솟아오르는 기둥을 피해 빠르고 날렵하게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와이번.
그러나 뒤쪽에서 달려드는 기둥을 피하기엔 속력이 부족했다.
“따, 따라잡히겠어요!”
내 허리를 꽉 붙잡은 엘리스가 남은 한 손으로 권총을 마구 쏘아댔지만 다가오는 기둥을 막을 순 없었다.
신태양이 검을 들어올렸다.
“제가 베어내겠습니다! 붙잡아주세요!”
수직 상승 중인 와이번의 위에서 검을 휘두르기란 보통 어려운 게 아니었으나. 오르티마의 일부가 슬라임처럼 늘어나 신태양을 붙잡았다.
콰아아아—!
신태양이 만들어낸 반월형의 검기가 핏빛 기둥을 반으로 갈랐다. 그러나 기둥은 기세를 잃지 않고 더욱 빠르게 우리를 쫓았다.
콰드득!
두 개의 기둥이 와이번의 꼬리를 붙잡았다. 오르티마가 고통에 몸을 뒤틀었다.
“우아아!”
“크윽.”
매달려 있는 우리 또한 마구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쓸데없이 도망치지 말고 한 번 붙자니까!”
핏빛의 기둥은 사정 없이 오르티마를 휘둘러 내리쳤다. 이렇게 되면 방법이 없다.
‘가급적이면 정면 승부는 하고 싶지 않았는데.’
『 형상기억마수 와이번(오르티마)가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
스르륵.
오르티마를 빠르게 회수하고서 성 위로 착지했다. 엘리스와 신태양도 따라서 제대로 착지했다.
“하하하! 그래, 비겁하게 도망치지 말고 붙자고!”
만족스런 표정의 선혈의 마족이 소리쳤다.
“자, 덤벼라. 대적자!”
선혈의 마족은 손가락을 뻗어 한 사람을 지목했다.
그녀가 가리킨 건 다름아닌 신태양이었다.
“?!”
콰아아—!
핏빛의 기둥이 신태양을 위로 들어 올렸다. 선혈의 마족은 신태양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녀의 손에 들린 핏빛의 검이 강렬한 마기를 내뱉었다.
콰아아앙!
이어서 솟구치는 피가 성 전체를 집어 삼켰다. 피비린내가 느껴지지 않는 장소가 없다.
드높이 솟은 핏빛의 기둥이 점차 이어지기 시작했다. 우리가 딛고 선 하늘과 땅을 전부 메워버린다.
‘이게 상위 마족의 힘이란 건가.’
게이트 자체를 아예 자기 마음대로 주무르는 수준이었다.
결국 선혈의 마족은 우리를 완벽히 가두는데 성공했다.
핏물로 이뤄진 거대한 반원형의 장소.
빠져나갈 수 있는 틈은 어디에도 없다.
콰앙! 콰앙!
신태양과 선혈의 마족은 계속해서 맞부딪히고 있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상황은 완벽한 호각.
스르르······.
나와 엘리스의 주위로는 피로 만든 인형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탕! 탕! 탕!
엘리스의 총구가 화염을 내뿜었지만 미동도 않는다.
“전혀 안 통해요!”
“내 뒤에 붙어. 신태양에게로 간다.”
“넵!”
마력을 베어내는 12레벨의 일자베기로 하나씩 인형들을 제거하며 나아갔다.
엘리스의 시간조작은 편리하지만 만능이 아니다.
소모되는 마력도 어마어마하거니와, 적에게 사용하려면 엘리스의 레벨이 충분히 높아야 했다. 진세아의 절대 강탈과 비슷한 맥락이었다.
‘중요한 때에만 사용하게 해야겠어.’
아직은 그 능력도 완벽하지 않으니 아껴둬야 한다.
“크하하, 인간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정말 강해! 즐겁구나! 진작에 이렇게 할 것을!”
선혈의 마족이 웃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온다.
촤아악!
바닥에서 솟아난 핏물이 신태양의 옷을 적셨다. 신태양이 고통스러운 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휘두르는 검이 느려지고, 숨이 가빠지기 시작한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위태한 모습이었다.
“크으윽······.”
“왜 그러냐?! 벌써 지치는 거냐? 인류의 운명을 짊어진 대적자가 겨우 이 정도에 지쳐서 되겠어?!”
촤악!
눈 앞의 핏물 인형을 베어내자 내게도 피가 튀어 올랐다. 그것이 몸에 닿자 각기 다른 고통이 엄습했다.
시리고 뜨거우며 치명적인 독성이 정신을 뒤흔든다.
신태양이 견디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얼음, 화염, 독, 정신 간섭.
선혈의 마족이 만들어내는 피에는 네 가지의 속성이 깃들어 있다.
SS급에 오른 신태양조차도 버거운 디버프.
“에잇, 떨거지들은 뒤쪽에서 찌그러져 있어!
전투를 방해받고 싶지 않은 선혈의 마족이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붉은 피의 파도가 나와 엘리스를 향해 쏟아졌다.
“엘리스 내 뒤에 딱 붙어.”
“넵!”
그러나 나에겐 전혀 문제 되지 않는다. 나는 인벤토리에 있던 방패를 들어 올렸다.
『 스킬 ‘냉기 면역 Lv.11’을 획득 및 발휘 합니다. 』
얼음 속성에 대한 대비는 완벽하다.
『 스킬 ‘독 면역 Lv.11’을 발휘 합니다. 』
독에 대한 준비도 게이트를 공략하며 해왔고.
『 유니크 스킬 ‘지고의 정신 Lv.1’을 발휘 합니다. 』
정신력에 관해선 유니크 스킬까지 보유하고 있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화염 저항 정도인데.
『 스킬 ‘화염 저항 Lv.11’을 획득합니다. 』
그것 마저도 이전에 샐러맨더를 상대하며 키워놨다.
그리고 견딜수만 있다면.
『 레어 스킬 ‘화염 면역 Lv.1’을 획득합니다. 』
『 레어 스킬 ‘화염 면역 Lv.2’를 획득합니다. 』
『 레어 스킬 ‘화염 면역 Lv.3’ 획득합니다. 』
···
..
.
『 레어 스킬 ‘화염 면역 Lv.10’을 획득합니다. 』
내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촤아악!
가볍게 핏빛 파도를 뚫고 나왔다. 바로 앞에 경악한 표정의 선혈의 마족이 보였다.
“뭐야, 어떻게······?!”
찰나의 빈틈.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신태양과 내가 동시에 달려들었다.
선혈의 마족이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그녀는 고민하고 있었다.
이 짧은 순간.
누구의 공격을 막아내야 할지.
정답은 정해져 있었다.
수 백의 뱀파이어를 학살하고, 순혈 뱀파이어 드라구트마저 쓰러뜨린 신태양.
그가 대적자가 아니면 누구겠는가?
선혈의 마족은 신태양을 향해 자신의 핏빛 검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 순간 이 전투의 승패가 결정 되었다.
『 타재간파의 서의 모든 항목을 발휘합니다. 』
나는 검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 각성 스킬 ‘일자베기 Lv.13’을 발휘합니다. 』
수명을 소모하는 궁극의 일격.
본질베기가 선혈의 마족을 갈랐다.
핏빛으로 가득 찬 반원형의 공간을 꿰뚫는 푸른 선 하나.
화아악—!
검 끝에서 피어난 거센 폭풍이 핏빛의 장막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붉은 피와 함께 비명을 지르는 선혈의 마족.
“사부님!”
『 동료 엘리스가 ‘시간 조작 Lv.5’를 발휘합니다. 』
내 뒤에 붙어 있던 엘리스에 의해 시간이 되돌려진다. 줄었던 체력과 마력이 단숨에 차오르고, 사라졌던 수명이 되돌아 온다.
【 이, 이 빌어먹을······! 어떻게 이런······! 대적자가 둘이었나?! 】
반쯤 잘려진 몸으로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난 선혈의 마족이 소리쳤다. 그것은 더 이상 기도를 통해 나오는 음성이 아니었다.
마기와 격이 동시에 담긴 진언(眞言).
“크윽, 무슨······.”
“으앗!”
그 격 앞에서 엘리스가 머리를 붙잡고 주저 앉았다. 신태양은 얼굴을 찡그리는 수준이었지만 피의 디버프가 겹쳐지니 견디기 힘든 모양.
『 유니크 스킬 ‘영웅의 힘 Lv.11’을 발휘합니다. 』
『 유니크 스킬 ‘지고의 정신 Lv.2’를 획득합니다. 』
그러나 나에게는 영향이 없다. 이 순간을 위해서 미래에서 굴렀으니까. 상위 마족의 격도 받아낼만 하다.
“빨리 마무리를······!”
“아니, 기다려.”
나는 손을 뻗어 신태양의 앞을 막아섰다.
저 앞에 보이는 건 상위 마족의 껍데기.
이미 쓰임새를 다 한 껍질에 불과하다.
비틀거리던 선혈의 마족의 심장 부근에서 피가 소용돌이 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점점 커지더니 그대로 마족을 집어 삼키었다.
【 따라올테면 따라와봐라. 】
요약하자면 자기가 졌으니, 이제 자기가 유리한 장소에서 싸우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소용돌이 앞에 섰다.
허공에서 게이트처럼 부유하는 핏빛의 소용돌이.
들어오라는 듯 손짓하고 있다.
“서, 설마 들어가시려는 건 아니죠······? 아무리 그래도 이건······.”
신태양이 나를 말렸다. 피를 한 번 뒤집어 썼기 때문에 더욱 그런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가야지.”
선혈의 마족은 전투의 마족처럼 정정당당하지 않다. 자기가 불리하면 얼마든지 마계의 틈으로 숨어드는 놈이다.
그래도 껍데기를 벗겨냈으니 많이 약화된 상태일 거다.
나는 두 사람을 가리켰다.
“오르티마, 이 둘을 먹어라. 삼키지는 말고.”
“우와앗!”
“자, 잠깐······!”
이 앞은 마계나 다름 없다.
정확히는 마계와 문명계의 중간이지만.
어쨌거나 선혈의 마족은 잘못된 판단을 했다.
놈의 본거지인 마계의 틈.
그곳에선 나를 더더욱 막지 못할 것이다.
『 무성(無星)등급 칭호 ‘마계의 재앙’이 발휘됩니다. 』
『 마계 필드에서 데미지가 1,000% 상승합니다. 』
『 1★ 칭호 ‘마(魔)의 대적자’를 발휘합니다. 』
『 마계 필드에서 모든 능력치가 3배 상승합니다. 』
“들어가자.”
상위 마족을 사냥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