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13
13화 성장의 마족(3)
『 영혼 포식자의 특수 기능 ‘혼령 개방’이 해제됩니다. 』
『 영혼 포식자 : 혼령 개방 』
– 설명 : 몬스터의 영혼이 충분히 모였을 때 사용 가능. 많은 수의 혼령을 검에 둘러 5초간 공격의 위력 및 범위를 대폭 강화 시킨다.
영혼이 100% 충전되고서, 특수 기능이 열렸다.
영혼 포식자의 검날에서 푸른 한기가 묻어 나온다. 그 한기가 내 손을 타고 올랐다.
그러자 혼령 개방을 사용 했을 때의 감각과 이미지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굉장한데.’
나는 고개를 들어 절벽 위의 성장의 마족을 바라봤다.
아우우······.
달빛 아래 울부 짖는 커다란 검은 늑대.
녀석의 울음 소리에는 미묘한 잡음이 섞여 있다. 때문에 멀리서 소리를 듣고 다가오던 늑대들도 주변을 맴돌기만 할 뿐 다가가진 않는다.
그럼에도 성장의 마족은 뻔뻔하게 하울링을 반복했다. 충분한 수가 모이면 사냥을 나서겠지.
‘그 전에 처치한다.’
검은 슬라임이나 다름없던 성장의 마족은 우두머리 늑대를 삼키고서 그 외형과 힘을 손에 넣었다.
그 크기에서 오는 위압감은 굉장했지만, 나는 알고 있다.
‘지금이 가장 놈이 약할 때다.’
놈은 마계에서 이곳으로 넘어와선 우두머리 늑대를 잡아먹었다. 그러나 그 소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녀석이 완벽하게 하울링을 하지 못하는 것도 그 탓이다.
당분간은 파도가 되어 우릴 덮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영혼 포식자의 게이지가 100%가 되기도 했고. 지금보다 녀석을 쓰러뜨리기 좋은 때는 없다.’
위력과 범위를 늘려 주는 특수 기능 ‘영혼 개방’.
놈에게 대항하기엔 최적의 조건이 갖춰졌다. 특히 놈이 가진 ‘제약’까지 생각하면 영혼검의 특수 기능 개방은 훌륭한 조커 카드가 된다.
확신에 찬 나와 달리 윤서현 헌터는 여전히 불안한 눈빛이었다.
D급 게이트의 난이도를 아득히 넘어선 보스.
걱정되는 게 당연했다.
그런 그녀가 내게 물었다.
“이길 수 있는 거 맞나요? 아까도 봤지만 마수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것 같은데요. 마치 자연재해 같달까.”
“우두머리 늑대를 삼켰으니, 당분간 그런 식으로 움직이진 못할겁니다.”
“그러니까 그걸 어떻게 아는······.”
“스킬이요.”
윤서현이 더 자세히 물으려던 찰나, 메시지가 떠올랐다.
『 마(魔)를 따르는 자의 권역에 진입하셨습니다. 』
『 마도 : 계약에 의거하여 제약이 발생합니다. 』
『 근처 50m 이내의 생물은 ‘성장’할 수 없습니다. 』
그 불길한 내용에 윤서현의 눈이 커졌다.
“······마를 따르는 자? 제약? 이건요?”
“아주 특수한 몬스터인가 봅니다. 시스템이 직접 경고를 해주는 걸 보니.”
“봐봐, 역시 잘 알잖아요!”
“이런 건 센스죠.”
윤서현의 눈이 가늘어진다.
그렇다고 모든 걸 설명해 줄 순 없다. 지금 그녀에게 모든 걸 설명하는 건 시기상조다. 그저 특이한 마수라고 생각하면 충분하다.
마족에 대한 사실은 윤서현을 오히려 위험하게 할 수 있다.
‘협회에도 마족이 숨어 있는 걸로 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녀에게 도움을 받았는데, 그걸 원수로 돌려줄 순 없다.
‘그나저나 제약이라. 내가 아는 그대로다.’
마족의 제약.
마기를 운용하고, 마(魔)를 다스리는 종족인 그들에게 항상 따라 붙는 일종의 특성이다. 사실상 마족이란 종족 자체가 가지는 특별한 권한이었다.
마족들은 각자 자신의 권역을 소유하고 그곳에 들어 온 타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한다.
‘성장의 마족의 제약은 성장제한이다.’
녀석의 주변에 있는 생물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성장할 수 없다. 힘을 늘리거나 새로운 능력을 얻는 것이 불가능하단 의미였다.
‘지금은 50m 이내의 생물에게 영향을 끼칠 뿐이지만···.’
시간이 흐르고 놈이 강대한 힘을 얻게 되면 그 영향력은 무생물에게도 닿는다.
그렇게 되면 전투 도중 능력을 얻거나, 아이템을 사용해 자신을 강화하는 일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역전의 일격이나 숨겨둔 비장의 수 같은 게 통하지 않는다. 녀석은 인류의 사소한 희망이나 일말의 가능성조차 짓밟는 잔혹무도한 마족이었다.
군단장으로 군림하던 성장의 마족은 그만큼 인간들에게 있어 두려움의 대상 그 자체였다.
‘지금은 생명체 한정이니까 영혼검의 효과를 발휘하는데는 문제가 없지만.’
녀석을 이번에 처리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절대로 녀석이 게이트 바깥으로 나가게 만들어선 안된다.
그때, 윤서현이 멈춰섰다.
“······들킨 것 같은데요.”
절벽 위에 앉아 있던 검은 늑대가 우리를 발견했다. 커다란 맹수의 동공이 우리를 향한다.
타악.
녀석은 절벽에서 아래로 뛰어내렸다.
땅에 착지하는 소리는 없었다.
성장의 마족이 바닥에 내려왔을 때, 우두머리 늑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윤서현 헌터가 중얼거렸다.
“저건 어린 아이잖아요?”
성장의 마족은 어린 아이의 형태로 변해있었다.
그저 형태만 변했을 뿐 그 외견은 완전히 검다. 살아 있는 게 아닌 그저 잘 세공된 공예품의 느낌.
나는 윤서현의 말에 설명을 덧붙였다.
“어린 엘프네요. 우두머리 늑대와 마찬가지로 과거에 흡수했던 대상일겁니다.”
“엘프요? 엘프면 그 판타지 같은데 나오는 거 맞죠?”
“네, 맞아요.”
어린 엘프의 두 눈이 나를 가만히 응시한다.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을 달싹이지만 거기까지다. 아직 놈에겐 지능이 없다.
그저 눈 앞의 대상을 죽이고 흡수하려는 본능만이 존재할 뿐.
우우웅······.
성장의 마족 주위로 여러 개의 검은 마력이 응집한다. 그 수는 총 일곱 개.
“설마, 저걸 한 번에 전부 쏘는 건 아니겠죠?”
거기까진 정말로 나도 모른다. 나도 단편적인 정보를 알고 있을 뿐이니까. 녀석이 사용하는 기술 하나하나까지 세세히 알진 못한다.
나는 윤서현 헌터에게 손짓했다.
“일단 피하고 보죠.”
저 스킬 자체도 엘프에게서 빼앗은 기술일 거다. 마법의 한 종류라고 생각하면 대처할 여지가 생긴다.
타앗.
나와 윤서현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좌우로 갈라졌다.
스윽.
성장의 마족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투두두두!
동시에 허공에 모여 있던 검은 마력이 미사일처럼 쏘아졌다. 그 속도는 눈으로 쫓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본래대로라면 나같은 레벨 20의 헌터가 절대로 피할 수 없는 공격이다.
그러나.
『 스킬 ‘인지 Lv.10’의 효과가 발휘 됩니다. 』
나에겐 스킬이 있다.
순간, 내 눈 위로 이채가 서린다.
검은색 마력 탄환이 그리는 궤적이 단숨에 파악 되었다. 각 마력 탄환이 고유한 곡선을 그리며 따로따로 날아온다.
평범하게 움직여선 피할 수도 없는 공격이다.
『 스킬 ‘민첩 Lv.10’의 효과가 발휘 됩니다. 』
『 스킬 ‘체술 Lv.10’의 효과가 발휘 됩니다. 』
『 스킬 ‘보법 Lv.10’의 효과가 발휘 됩니다. 』
있는 힘껏 땅을 박차고 공중에서 억지로 몸을 비틀었다. 마력 탄환이 아찔하게 귓가를 스치고 지나간다.
콰과과광!
나를 비껴 지나간 마력 탄환은 뒤쪽에서 굉음을 내며 폭발했다. 검은 흙이 차례로 솟구쳐 올랐다.
나는 땅에 미끄러지듯 착지했다.
‘스킬 4개를 동시에 발휘해야 간신히 피할 정도라는건가.’
등줄기로 식은땀이 흘러내렸지만 기분만큼은 짜릿하다.
네임드 몬스터인 쿠훌렌과 싸울 때와 같은 고양감이 솟아 올랐다. 성장의 마족이 주는 제한만 아니었다면 스킬을 몇 개 습득했을지도 모르겠다.
재능 없는 F급 헌터였던 내가 제대로 된 전투를 하게 되다니.
‘그래도 아직 멀었나.’
착용한 메탈 아머의 옆구리가 뜨거웠다. 마력 탄환이 스친 자리였다.
‘방어구를 갈아입고 오길 잘했어.’
맨 처음 입었던 허접한 래더 아머였다면 큰 부상으로 이어졌을 거다.
‘놈이 마력을 다시 모으기 전에 내 쪽에서 먼저 공격한다.’
파악!
나는 내 검인 영혼 포식자를 손에 쥔 채 포탄처럼 튕겨져 나갔다. 민첩 스킬과 체술, 보법이 동시에 발휘되며 순식간에 놈과의 거리가 좁혀졌다.
우우웅···!
미처 준비되지 못한 검은 마력이 허공을 맴돌고 있었다. 마족의 무기질적인 눈동자가 나를 응시한다. 나는 검을 뒤로 크게 젖히며 소리쳤다.
“지금!”
“알겠어요!”
내가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땅에서 보랏빛 마력이 들끓었다. 윤서현의 스킬 마력 사슬이었다.
촤르륵!
보라색 마력 사슬이 땅에서 솟아나며 검은 엘프의 양 팔과 다리를 구속했다. 녀석은 벗어나기 위해 몸을 비틀었지만 어림도 없다.
이대로 내가 가진 최강의 기술을 꽂아 넣는다. 나는 검을 크게 휘두르며 스킬을 발동했다.
‘신태양류 일자베기!’
녀석의 머리부터 발 끝까지 새하얀 직선이 공간에 새겨졌다.
비물질조차 가르는 필살의 일격이 녀석에게 정확히 들어갔다.
콰아앙!
그 가공할 위력은 녀석을 꿰뚫고 바닥에도 깊은 상처를 남겼다.
주인을 잃은 검은 액체가 허공으로 솟구쳤다. 아무리 마족이라 한들 버틸 수 있는 공격이 아니다.
그렇게 공격이 들어갔음을 인지한 순간이었다.
“!”
내 머리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크르르······.
자그마한 체구의 엘프는 사라졌다. 대신 거대한 늑대 한 마리가 입김을 내뿜고 있었다.
‘젠장.’
내가 잘라냈다고 생각한 것은 녀석의 앞발의 일부에 불과했다. 공격을 받는 순간 놈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해 피해를 최소한 했다.
“묶었는데 갑자기 커지다니 반칙 아니에요?”
눈이 휘둥그레해진 윤서현이 소리친다. 본능적인 행동이었겠지만, 녀석은 속박 기술의 약점을 그대로 이용했다. 움직임은 봉쇄해도 변신은 막지 못하니까.
“조심해요!”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윤서현이 소리쳤다.
쩌억.
놈의 아가리가 벌려졌다. 나따위는 한 입에 삼킬 수 있을 정도의 크기. 그 안으로 검은 마력이 응집되기 시작했다.
‘도망가야 된다.’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뺐다. 최대한 거리를 벌리기 위해 이를 악물고 달렸다.
투두두두두!
거대한 늑대의 입에서 아까와 같은 마력 탄환이 쏘아진다. 변신해서도 이전의 능력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뭐, 저런 말도 안되는 놈이······!’
마족이 규격 외의 존재라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놀랍다. 나는 바닥으로 몸을 던져 슬라이딩했다. 다시 한 번 아슬아슬하게 마력 탄환들이 내 몸을 스치고 지나간다.
콰과과광!
다행히도 이어지는 폭발에는 휩쓸리지 않았다. 내 몸 위로 투명한 막 하나가 둘러진 덕이다. 윤서현 헌터가 걸어준 배리어였다.
이틈에 다시 한 번 달려들어 공격한다. 땅을 박차고 쏘아져나가 검을 휘둘렀다.
촤아악!
일자베기가 놈에게 적중했다. 검은 액체가 튀어나왔지만 놈은 아무렇지 않은 듯 나를 향해 앞발을 휘둘렀다.
스텝을 밟아 뒤로 물러나며 회피했다. 우두머리 늑대로 변하고 나서부턴 움직임이 한결 단순해졌다.
그래도 내 공격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단 건 변함 없다.
‘쳇.’
퍼엉, 퍼엉.
윤서현 헌터의 불세례가 몇 발 정도 날아왔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공격을 받은 부분이 검은 액체가 되어 요동칠 뿐.
이번 시도도 실패로 돌아갔다. 검은 늑대의 아가리가 열렸고 다시 내가 도망다녀야 할 차례였다. 쏟아지는 마력 탄환을 피해 열심히 굴러다녔다.
그 짓을 몇 번 반복하고 나서야 깨달았다.
‘젠장, 소모전이 되면 우리가 불리해.’
성장의 마족이 사용하는 공격은 단순했다. 피할수록 요령이 붙었다. 문제는 내가 녀석에게 줄 수 있는 데미지가 미미하다는 것.
‘지금까지 공격이 전부 무의미했던 건 아니야.’
바닥에 떨어진 검은 액체들은 전부 성장의 마족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신체의 일부였다. 저걸 다시 흡수하진 못하는 모양이다.
타격은 분명 제대로 먹히고 있다.
‘큰 한 방이 없으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어.’
거대해진 녀석의 몸뚱이에 비해 내가 잘라내는 양은 턱없이 부족했다. 공격력은 충분한데 범위가 부족한 게 문제였다.
‘진짜 더럽게 쎄네.’
지금이 제일 약할 때라니. 심지어 우두머리를 완벽히 소화하지 못한 게 저 정도였다. 헛웃음이 절로 나온다.
각오는 했지만 막상 직접 싸워보니 차원이 다르다. 몬스터와 싸운다는 느낌이 안든다. 거대한 벽에 대고 칼질을 하는 기분이다.
나는 고개를 슬쩍 돌려 윤서현의 상태를 살폈다.
그녀의 얼굴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마력 탄환 대부분이 나한테 집중되었지만, 그녀도 다수의 마법을 썼기에 마나를 대부분 소비했을 거다.
‘길게 끌면 우리가 진다.’
일자베기도 무한히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은 아니다. 시스템적으로 소모되는 능력치는 없지만 내 기력과 체력엔 한계가 있다.
‘그러면 방법은 이제 하나다.’
나는 영혼검의 특수 기능을 떠올렸다.
순식간에 공격 범위를 확장하고 위력을 증대 시키는 ‘영혼 개방’이라면 이 교착 상황을 타개하기엔 충분할 터.
내게 주어진 시간은 단 5초.
확실하게 공격을 성공 시키려면 한 가지가 더 필요했다.
나는 윤서현쪽으로 달려가면서 외쳤다. 쏟아지는 마력 탄환을 피하면서 그녀가 있는 곳까지 다가가야만 했다.
“윤서현 헌터!”
“네?”
“저 녀석의 머리 위로 공간이동 할 수 있습니까?”
“가능은 하지만···!”
망설이는 표정이었다. 그녀의 공간이동에는 대기시간이 존재했다. 한 번 사용하면 적어도 30분 가량은 다시 쓸 수 없다.
콰앙!
내 바로 뒤쪽에서 마력 탄환이 터졌다. 그 충격에 몸이 거세게 밀려났다. 나는 바닥에 미끄러듯 착지했다.
‘어차피 오래 끌면 불리하다.’
여기서 결정해야 했다.
“지금!”
나는 곧장 윤서현 헌터에게로 달려나갔다.
“자, 잠깐만요! 너무 막무가내잖아요!”
눈이 휘둥그레 해진 윤서현이 손을 저어보지만, 어차피 모아니면 도다. 성장의 마족이 주변의 늑대들까지 소화를 끝마치면 우리한테 기회는 없다.
우우우웅!
둘로 나뉘어 있던 나와 윤서현이 한 자리에 모였으니, 성장의 마족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다.
검은 늑대 주변으로 이전과는 다른 기류가 형성된다. 당장이라도 폭발하듯 발사 될 것 같은 마력.
나는 멈추지 않고 윤서현을 향해 뛰었다.
상황을 파악한 윤서현이 눈을 꽉 감고 소리쳤다.
“진짜 미쳤어!”
그렇게 말했지만 물러서진 않았다. 그녀 또한 자신이 할 일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내 손이 윤서현에게 닿는 그 순간.
스스스···.
주변의 풍경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형광빛으로 반짝이던 수풀과 나무가 차가운 밤공기로 바뀌었다. 지금까지 단단하게 딛고 서 있던 땅이 사라졌다.
허공.
나와 윤서현은 공중으로 떠올랐다. 잠시뿐이지만 분명하게.
훌륭하다. 윤서현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이 뒤부터는 내 손에 달렸다.
내 발 밑으로 성장의 마족이 보였다.
지금 나는 놈의 머리 꼭대기에 떠 있다. 그것이 잠깐 뿐이란 걸 안다. 나는 검을 머리 끝까지 들어 올렸다.
아직도 성장의 마족은 입 안에 머금었던 마기를 쏟아내고 있다. 당연히 녀석이 공격한 방향엔 아무것도 없고.
취이이이!
내 검 영혼 포식자에서 푸른 연기가 미친듯이 치솟는다.
『 영혼 포식자 : ‘혼령 개방’을 사용합니다. 』
『 일시적으로 공격 범위 및 위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
어두운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보름달. 그 아래로 달빛을 받은 영혼 포식자가 번뜩였다.
“신(新) 영혼류 초대형 일자베기!”
남은 건 10m에 달하는 높이에서 그대로 떨어져 내리는 것 뿐. 검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한기가 일직선의 아름다운 궤적을 그려내기 시작한다.
피할래야 피할 수가 없다.
몸집을 줄여도, 몸집을 키워도 일자베기가 녀석을 반드시 이등분한다.
순식간에 밤하늘과 땅을 잇는 직선 하나가 생겨났다.
그렇게 내 검이 바닥에 닿은 순간.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참격이 성장의 마족을 집어 삼켰다. 방대한 양의 검은 액체가 하늘 위로 솟구쳐 오른다.
『 마족 처치 ( 1 / 1 ) 』
『 무재조정 : 한계돌파의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
『 축하드립니다. D등급 헌터가 되셨습니다. 』
『 모든 스킬의 최대 레벨 1 증가합니다! 』
『 이제 레벨당 능력치 증가량이 1.2배가 됩니다! 』
『 인과역전의 상점이 개방됩니다! 』
후두두둑···.
성장의 마족이 몸을 이루고 있던 검은 액체.
그것은 한 줄기의 빗방울이 되어 끊임 없이 주변의 땅을 적셨다.
나는 쏟아져 내리는 검은 비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해냈다······.”
감격스러웠다.
그도 그럴게 마족에게서 따낸 첫 승리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