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139
139화 연합을 이끄는 네 개의 별(3)
“엘리스.”
“네, 사부님!”
사부 이지한의 말에 따라 엘리스는 부협회장이 사라진 장소에 손을 올렸다.
엘리스의 고유 스킬 ‘시간조작’은 말 그대로 시간을 움직일 수 있는 강력한 힘이었다.
『 절대신성이 대상 엘리스의 몸에 깃듭니다. 』
그렇다고 만능은 아니다. 자신보다 훨씬 강한 적이나 특정한 상황에 대해서는 발휘 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절대신성이 엘리스의 몸을 덮었다.
부협회장을 끌고 들어간 부패한 손은 분명 언데드처럼 보였다. 엘리스가 우위를 가지는 건 당연한 이치였다.
‘사부님이 어떻게 채아연양의 스킬을······?’
한순간 그런 의문이 들었으나 정말 잠시 뿐이었다.
시간을 조작하는 능력도 있는데, 그것이 사부님의 고유한 능력이란 것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샤아아—!
그녀의 능력이 시간을 되돌리기 시작했다.
해당 공간의 시간이 과거로 돌아간다.
부협회장이 부패한 손에 붙잡히기 이전으로.
인간 모습의 부협회장은 엘리스의 시간 조작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드드드드!
시간이 역행하며 살포시 땅에 내려진 부협회장.
“이게 어찌된······.”
그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반면 협회 사람들은 환호했다.
“부협회장님이 돌아오셨다!”
“뭔가 잘 모르겠지만 언데드들도 사라지고 있어!”
“다행이다······!”
숲 전체에 내리 깔리는 황금빛의 가루들.
거기에 닿은 언데드들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부협회장을 잡았던 부패한 손도 마찬가지였다.
부협회장의 미간이 좁혀졌다.
‘무슨 해괴한 일이······?’
환상의 마족.
그는 리치에게 잡혀간 척 자연스럽게 전장에서 이탈할 예정이었다. 이후 마수들을 보내 협회 측 인간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상황을 지켜볼 생각이었건만.
꼼짝없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심지어 언데드들은 절대 신성에 의해 녹아내리고 있었다.
“부협회장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협회의 마성철 팀장이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아아, 그래. 누가 날 구한거지?”
“부협회장님께서 자력으로 탈출 하셨던 것 아닌가요? 제 눈에는 그렇게 보였습니다만.”
전투 중이었던데다가, 엘리스의 스킬을 모르는 협회 사람들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리가 없었다.
더군다나 지금 대화를 나누는 상대는 백묵의 수하인 마성철이다.
사실을 안다고 해도 그대로 말해 줄 리가 없었다.
“그러면 이 신성력은 누가 한 거지······?”
“그것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길드에서 지원을 준 게 아닐까요?”
“지원? 그럴 리가······.”
“연락이 안되는 상황에서 이런 지원을 보내주는 것도 이상하기는 합니다만. 부협회장님께서 무슨 수를 쓰신 줄로만 알았습니다.”
부협회장의 이마에 주름이 새겨졌다.
“아니, 그런 게 아니었네.”
어쩐지 마성철의 말이 자신을 긁어대는 것처럼만 들렸다. 부협회장은 혀를 한 번 찬 뒤에 표정을 가다듬었다.
“어쨌든 잘 되었군. 상황이 정말로······. 유리하게 되었어.”
“아직 아닙니다.”
숲에 머물던 황금빛 장막은 금새 사라졌지만, 숲 속에 숨어 있던 언데드들은 계속해서 다가오고 있었다.
“적은 아직 많습니다. 부협회장님께서 힘을 보여주실 때입니다.”
“······. 그래, 그래야지.”
이미 어그러진 계획.
다시 끌려 들어간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누가봐도 부자연스럽다.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
그의 목적은 게이트 공략 실패이지, 자신이 마족임을 온 천하에 들어내는 게 아니었다.
어쩔 수 없이 부협회장은 장갑을 손에 끼고서 앞으로 나섰다.
콰앙! 콰아앙!
분노 섞인 그의 주먹 앞에 언데드들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오! 역시 부협회장님이셔!”
“다들 뒤쪽으로 붙어!”
부협회장은 언데드들을 쳐부수면서도 눈을 굴렸다. 분노한 그의 눈이 조금 붉게 변할 정도였다.
‘대적자의 짓인가······? 그 놈은 절대 신성까지 보유하고 있단 말인가?’
아직도 대적자의 정체는 베일에 쌓여 있었다. 이들 중에 대적자가 있는가? 아니면 다른 곳에 있는가?
“거기 대형 언데드입니다! 부협회장님 부탁드립니다!”
콰아앙!
“와우.”
“역시 부협회장님이셔!”
환호하는 헌터들.
그럴수록 부협회장은 이를 꽉 깨물었다.
‘빌어먹을. 완전히 놀아나고 있군.”
그러한 혼돈 속에서 부협회장은 언데드들을 차례차례 부숴나갔다.
* * *
부협회장의 활약에 힘 입어 협회는 아무런 피해 없이 언데드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
“이야, 순간 큰일 나는가 싶었는데 부협회장님이 돌아오실 줄이야. 누가 구해드린 건가?”
“글쎄요, 워낙 혼란하던차라.”
협회의 주축인 마성철 팀장은 우리의 편이다.
그가 부협회장에게 제안했다.
“일단은 돌아가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예후가 좋지 않습니다. 부협회장님께서 계속해서 우리 전체를 봐주실 수도 없는 노릇이고. 대형 길드와 합류하는 게 차라리······.”
“지원 연락도 안되는 상황이니 어려울 것 같군.”
백묵의 수하인 마성철.
그는 부협회장의 정체를 밝힐 시점을 얼추 정해둔 것 같았다.
바로 모든 길드가 다시 모인 시점.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 환상의 마족은 오래전부터 마기를 비축한 존재. 그 강함도 상상을 초월할테니.’
물론 쉽진 않다. 어지간히 사지로 몰아 넣는 게 아닌 이상 부협회장이 본 모습을 드러내진 않을 거다.
도망친다는 선택지도 있음을 감안하면, 꽤 신중히 움직여야 할 거다.
쿠구구구······!
그러나 협회측이 우선해야 할 것은 해당 지점의 공략이다.
“뭐, 뭐야? 갑자기 뭔가 생겼는데?”
“젠장, 벽으로 막혔어.”
우리가 돌아가야 할 방향으로 거대한 뼈의 격벽이 솟아올랐다.
동시에 스산한 음성이 모두의 귓가에 울려퍼졌다.
– 허락 없이 숲에 발을 들인 존재들이여······. 응당한 대가를 치뤄야 할 것이다.
『 이중 던전 : 리치의 시련이 활성화 됩니다. 』
『 저주 받은 리치 처치 0 / 1 』
헌터들이 일제히 술렁이기 시작했다.
게이트 속의 던전.
흔히 있는 일은 아닌데다가 대부분 더 높은 난이도를 자랑하기 때문에 좋은 소식은 아니다.
그러나 이곳 게이트는 죄다 그런 식이다.
‘다른 길드도 이중 던전을 공략 중일 거다.’
지원 연락이 되지 않는 이유도 그것 때문일테고.
“게이트 내부에 들어온 것처럼 다른 장소로 공간이동도 안 먹혀요.”
유일하게 공간이동이 가능한 윤서현의 말도 앞쪽으로 전해졌다.
결국 전진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어어어······!
앞길을 막아서는 언데드들이 떼지어 나왔다.
콰아앙! 콰앙!
하지만 부협회장이 전면에 나서준 덕분에 공략은 순조로웠다.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
그와 반대로 심각한 사람이 하나 있었다.
입술을 깨문 채 내 뒤를 따르는 윤서현.
“정말이에요? 아니, 정말이겠죠.”
그녀에게도 부협회장이 마족이란 사실을 말해줬다. 백묵의 수하가 아닌 이상 이러한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협회는 진짜 처음부터 끝까지 글러먹은 곳이었네요.”
서걱—!
나는 눈앞의 언데드를 베어내며 말했다.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하나 확실한 건 있습니다.”
“뭔데요?”
“윤서현 헌터의 그릇을 담기에 협회는 너무 작다는 겁니다.”
“풋. 에이, 그건 오바 아니에요?”
“아뇨, 괜히 하는 소리가 아닙니다.”
미래에서 확인한 그녀의 재능은 독보적이었다. 혼자서 마족의 대군을 막아내던 그녀의 모습은 인상적이기도 했고.
그때 옆에 있던 엘리스가 끼어들었다.
“사부님, 그러면 제 그릇은 어떤가요?”
너는······.
“훌륭하지.”
“와아! 역시!”
근데 미래에선 되게 박식해 보였었는데······..
어쨌든 엘리스도 최후의 10인 중 하나였으니까.
“잠깐 말이 샜는데, 이번 일이 끝나면 은빛의 날개에 합류하시죠.”
“지난번에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었죠. 저야 그러고 싶은데 언니가 격렬하게 반대한다니까요! 심지어 이번에 언니가 은빛의 날개 길드장이 되버렸잖아요. 절 죽어도 안 넣어줄걸요.”
“······이번 공략이 끝나면 제가 설득하겠습니다.”
부협회장의 정체가 밝혀지면 더 이상 그녀도 마냥 반대하진 못할 거다.
이미 이번 게이트 공략에도 참여한 마당에.
협회가 안전하다는 윤지은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동생인 윤서현이 안전하게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지만, 더 이상 세계에 안전한 장소는 없다.
역설적으로 은빛의 날개가 가장 안전할지도 모른다.
언데드들을 처리하며 어두운 숲을 나아가길 4시간.
“리치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거야?”
“숲 한 번 더럽게 넓네. 끝이 없잖아.”
“언데드 놈들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아무리 부협회장님이 계시다지만.”
긴장을 유지하고 있던 헌터들은 지칠대로 지쳐있었다. 이들 대부분이 공략에 익숙하지 않은 협회 헌터들인 탓도 컸다.
본래대로라면 다른 길드의 후방을 지원하는 역으로 들어갔어야했지만.
부협회장의 강한 주장에 의해 따로 탐색을 펼치게 되었단다.
“휴식! 1시간 휴식입니다!”
“후우, 드디어 쉬겠네.”
“교대로 쉽시다.”
잠깐 주어진 쉬는 시간.
나는 엘리스, 윤서현 헌터와 마주 앉았다.
“잠깐만 이걸 봐주시죠.”
배낭에 넣어놨던 지도를 꺼내어 펼쳤다.
“우왓, 어린애가 그린 것 같은 지도네요.”
“······.”
“나, 난 예술적이라고 생각해요.”
윤서현이 빠르게 눈치채고 날 위로했다.
이건 내가 기억을 따라 열심히 그린 지도다. 이 지도에는 게이트 내부의 모습이 전부 담겨 있었다.
나는 지도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지금 저희가 있는 장소는 여기 죽음의 땅입니다.”
“잠깐만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지도를 살핀 윤서현이 부정했다.
“이건 너무 좁잖아요. 제 능력으로 확인했을 때는 이렇게 좁지 않았어요. 그리고 저희도 꽤 멀리왔고요.”
그녀는 초공간인지의 재능 덕에 주변의 공간을 전부 파악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그러한 능력조차 이곳에서는 제 성능을 못 낸다.
“그렇기는 합니다만.”
나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을 전달했다. 입장 전에 백묵의 수하 길드원에게 전달 받은 차음 아이템도 손에 들었다.
“부협회장의 정체는 환상의 마족입니다. 일부러 같은 장소를 빙글빙글 돌고 있다는 게 되겠죠.”
그가 만들어내는 환상은 오감이나 직감조차 속여낸다.
의도는 뭐 뻔하다. 대적자인 내가 나타날 때까지 이 짓을 반복하겠다는 거겠지.
“그래서 리치를 먼저 죽일겁니다. 리치가 죽으면 이중 던전은 공략 되기에 환상의 마족도 우리를 무리하게 잡아두지 않을 겁니다.”
정확히는 첫번째 이중 던전이 공략 된 순간, 2페이즈가 시작되기에 그럴 수가 없을 뿐이지만.
나는 지도의 한 부분을 가리켰다.
“지도를 통해 공간을 재구성하고, 이쪽으로 이동해주세요. 리치가 있을 겁니다. 놈을 잡고 바로 돌아오면 감쪽 같겠죠.”
윤서현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이지한씨의 말이 다 맞다고 쳐도 공간이동에는 대기 시간이 있어요. 돌아오지 못하고 우리가 이탈한 게 들킬 거에요.”
나는 엘리스의 어깨를 잡았다.
“엘리스가 있으니 괜찮습니다. 아까 보셨죠?”
“설마.”
그녀의 시간조작이 윤서현의 공간이동이 가진 단점을 없애줄 거다.
그리고 내가 가진 절대 신성이 리치를 단숨에 죽일 거고.
* * *
“부협회장님, 이거 드셔보시죠. 새로 나온 자양강장제입니다. 헌터들에게 그렇게 좋다 하더라고요.”
“고맙네, 직접 마시겠네.”
마성철이 건넨 음료수를 받은 부협회장.
그는 심기가 불편했다.
상황이 대적자가 원하는대로 흘러가는 것 같았기에.
제일 많은 수의 언데드를 죽인 것도, 강한 언데드를 죽인 것도 전부 그였다.
‘그래도 시간은 내 편이다. 시간이 지나면 대적자도 어쩔 수 없이 나와야겠지.’
부협회장의 시선이 한 사람에게로 향했다.
가장 의심이 되는 건 마성철 이 놈.
사람 신경 긁는 기술이 아주 예술이다.
거진 천 년을 살아 온 자신조차 놈 때문에 감정이 조금씩 드러날 정도다.
“부협회장님 덕분에 공략이 순조로워 다행입니다. 아, 뭔가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짜증을 돋구고 있었다.
‘대적자건 아니건 이 놈은 꼭 죽여야겠군.’
환상의 마족은 마음을 다잡았다.
어쨌든 대적자를 미리 찾아내고 가는 게 이득이라는 판단이었다.
그가 나오지 않는다면 협회의 대부분은 무의미하게 던전을 헤매다 목숨을 잃을 것이다.
살아남은 몇은 상황을 충분히 증언해 줄 거다.
부협회장은 최선을 다했노라고.
‘대적자, 언제까지 숨어 있을 수 있나 보자고.’
그리고 그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 저주 받은 리치가 처치 되었습니다! 』
『 이중 던전 : 리치의 시련을 극복하셨습니다. 』
생각하지도 못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뭐, 뭣?’
부릅 뜬 부협회장의 눈가에 핏줄이 솟아오른 건 그와 동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