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144
144화 환상을 꿰뚫는 빛(4)
콰아아아—!
항마의 화살은 환상의 마족을 향해 쏘아졌다. 이전에 화살이 적중했던 그 자리를 향해 되돌아간다.
【 어딜······! 】
환상의 마족은 땅을 부수며 날아올랐다. 치명상을 입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 움직임으로 허공을 가른다.
그러나 항마의 화살은 부자연스럽게 휘어 마족을 쫓는다.
그것이 본래 있었던 자리로.
화살이 적중했던 그 시기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환상의 마족이 그 사실을 깨닫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 대적자, 무슨 짓을 한 거냐······?! 】
검은 마기를 흩뿌리며 나아가는 환상의 마족 뒤로 수십의 환영들이 산개했다. 그러나 빛의 화살은 정확히 본체를 노리고 날아간다.
이윽고 화살이 놈의 가슴팍에 정확히 명중했다.
콰아앙!
빛과 함께 가슴을 꿰뚫은 빛살. 화살이 닿은 부분에서부터 석화되고 있었다.
【 크아아악! 】
치명적인 고통 앞에서 환상의 마족은 다시 추락하기 시작했다.
쿠우웅!
놈이 떨어진 자리에서 흙먼지가 크게 피어올랐다.
“사, 사부님······. 저는 여기까지인 것 같아요······.”
“그래, 고생했다. 쉬고 있어.”
엘리스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나는 쓰러지는 엘리스를 받아 옆의 진세아에게 넘겨주었다.
시간 조작으로 적에게 영향을 끼치는 일은 막대한 자원을 소모한다.
녀석은 훌륭히 제 역할을 했다.
환상의 마족은 아직 쓰러지지 않았다. 항마의 화살을 두 발이나 맞고도 아직 꿈틀대고 있다.
이제는 다른 헌터들의 차례다.
“크으윽, 힘이 안들어가.”
“대체 내가 봤던 게 전부 환상이었다고······?”
“뭘 어떻게 해야······.”
최후의 10인을 제외한 헌터들은 아직 갈피를 못잡고 있었다. 환상 속에서 깨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혼란스러운 게 당연했다.
“다들 정신 차리세요! 눈 앞의 적을 물리쳐야죠! 쓰러져 있으면 어쩌자는 거에요?!”
그런 그들을 향해 소리치는 채아연.
그녀의 손에 들린 금색의 지팡이에서 강렬한 빛이 터져나왔다.
『 동료 채아연이 스킬 ‘절대 정신 고무 Lv.6’를 발휘합니다. 』
『 일시적으로 정신력과 판단력이 크게 상승합니다. 』
“그, 그래. 공략 중이었어.”
“우선은 쓰러뜨려야 해. 저 마족을.”
“다들 일어서! 지금이 기회야!”
그녀의 말과 버프 덕분에 기진맥진하던 헌터들이 무기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200명 가량의 헌터들이 단숨에 전의를 회복했다.
그들은 환상의 마족이 만들어낸 환영들을 몰아내고 처치하기 시작했다.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광경이었다.
“스승님, 이제 맡겨주시죠.”
“거기 비켜, 형한테는 내 솜씨를 보여주기로 했거든?”
그 사이로 신태양과 천성호가 경쟁하듯 달려나갔다. 강한 섬광과 폭발이 전장을 휩쓸며 나아갔다.
콰과과—!
바닥에 쓰러진 환상의 마족을 향해 쏟아지는 다양한 공격들.
윤지은이 쏜 수 천 발의 화살도, 윤서현의 공간탄도 모두 환상의 마족을 노리고 있었다.
투두두두—!
놈은 온 몸으로 공격을 받아내며 소리쳤다.
【 겨우 여기에서 보잘 것 없는 네 놈들에게 당하려고 기다렸던 게 아니란 말이다! 】
콰아—!
그의 몸에서 발산된 마기가 다시 한 번 전장을 휩쓸었다.
【 이것까지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대적자 네 놈에게도 분명하게 심어두었다. 마기의 씨앗을. 】
가벼운 파동이었지만 몇 헌터들이 격하게 반응했다.
“으아악!”
“꽃이, 꽃이!”
“커헉!”
그들의 머리와 복부에서 검은 꽃이 돋아났다. 그들은 좀비처럼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기 시작했다.
【 이걸로 대적자 네 놈도······. 】
나를 바라보는 마족의 붉은 눈이 흔들렸다.
【 뭐, 뭐냐?! 어떻게 멀쩡히 있는거냐······. 】
도중에 오르티마가 먹어 치운 게 그거였나.
‘운이 좋다고 해야하나.’
환상의 마족이 가진 최후의 수단은 허무하게 차단당했다.
놈의 머리 위로 마법과 검기가 쏟아져내렸다.
콰앙! 콰앙!
【 크아아악! 그만, 그만! 】
정말로 그게 최후의 발악이었던 것 같다.
항마의 화살을 두 발이나 맞아 이제는 제대로 된 반항도 못하고 있었다.
나는 놈을 향해 다가갔다.
너덜너덜해진 오른팔이 끔찍하게 아프다.
그럼에도 나는 검을 쥐었다.
환영들과 맞서 싸우는 헌터들을 지나쳐,
날아오는 화살과 마법들을 배경 삼아서,
환상의 마족을 눕힌 신태양과 천성호의 사이에 섰다.
놈의 날개는 완전히 찢어져 성한 곳이 없고, 팔과 다리도 전부 잘려나간 상태.
나는 쓰러진 환상의 마족을 내려다보았다.
“뭐가 그리 불만인지 모르겠군.”
【 크으윽, 대적자! 】
분노로 가득찬 붉은 눈이 나를 향했다.
나는 그 눈을 조용히 응시했다.
게이트 생성 초기부터 이 세계에 숨어든 마족.
녀석은 헌터 협회의 부회장이란 자리까지 오른다.
【 잘 생각해라! 네 놈이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우리의 계획을 막지 못한다. 이 세계는 어둠에 휩싸일 거다! 】
그의 공은 마족들 사이에서도 독보적.
본래대로라면 군단장이 되어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 넣었을 존재다.
【 나를 죽인다해도 고작해야 그 멸망을 잠시 미루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협력해라! 대한민국의 도시를 주마! 나라면 가능하다! 】
수많은 영웅들을 절망으로 빠뜨리고 죽음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었겠지.
“나쁘지 않군. 대신 조건이 있다.”
내 말에 환상의 마족의 얼굴에 희망의 빛이 스쳐갔다. 반면 신태양과 천성호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스, 스승님?”
“형?”
【 그, 그렇지. 그래. 말만 해라. 원하는 건 얼마든지 주마. 】
나는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도시 하나로는 모자른데. 전세계를 내놔라. 그거라면 받지.”
【 뭐, 뭣이? 】
환상의 마족의 얼굴이 당황으로 일그러졌다.
“안된다면 어쩔 수 없겠군.”
세계를 얻을 수 없다면.
네 놈과의 대화는 무의미하다.
나는 역전의 검을 들어 올렸다.
【 자, 잠깐······! 】
그런 말해도 소용 없다.
이미 늦었으니까.
상위 마족을 죽이려면 결국엔 이게 제일이다.
『 각성 스킬 ‘일자베기 Lv.12’를 발휘합니다. 』
『 해당 수준의 스킬을 ‘본질 베기’로 명명합니다. 』
푸른 빛의 기둥이 하늘 높이 솟아 올랐다.
본질마저 베어가르는 푸른 선이 놈의 생명을 집어 삼켰다.
『 상위 환상의 마족을 처치하셨습니다. 』
『 막대한 양의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
『 이계 규율이 보상을 정산합니다. 』
* * *
각성 스킬을 사용한 후유증으로 나는 자리에 쓰러졌다.
항마의 술도 적지 않은 체력을 소모했기에 정말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스승님!”
“형, 여기서 죽으면 안돼요!”
두 사람이 내 입에 포션을 마구 쏟아 부었다. 쏟아지는 포션 탓에 숨을 못 쉬겠다.
그만해, 그만해 이 자식들아.
한마디 할 힘도 없었다.
“그쪽은 비켜, 형은 내가 옮길테니까.”
“어이, 꼬마. 키나 더 키우고 와라. 스승님, 제 등에 기대시죠.”
“꼬마? 이 자식이······.”
“이 새끼가······.”
그만해 미친 놈들아.
녀석들은 나름의 응급처치를 끝낸 뒤 나를 뒤쪽의 채아연에게로 운반했다.
“환자를 그런 식으로 운반하면 어쩌자는거에요?”
그녀의 회복 마법을 받자 회복이 더욱 가속되기 시작했다. 과연 미래의 성녀다. 심지어는 스킬까지 하나 얻을 수 있었다.
『 레어 스킬 ‘자연 재생 Lv.1’을 획득합니다. 』
『 스킬 ‘자연 재생 Lv.2’를 획득합니다. 』
『 스킬 ‘자연 재생 Lv.3’를 획득합니다. 』
···
..
.
『 스킬 ‘자연 재생 Lv.11’을 획득합니다. 』
『 초인적인 재생 능력을 획득합니다. 』
일반 스킬인 자연회복에 이은 레어 스킬 자연 재생.
몸이 한결 편안해진 느낌이다.
그제서야 나무에 몸을 기대고 앉을 수 있었다.
“사, 사부님······.”
완전히 지쳐보이는 엘리스가 내 쪽으로 다가왔다. 채아연의 회복 덕에 의식을 찾은 모양.
“수명은 좀 더 아껴쓰세요······.”
샤아아—.
내게 시간조작을 사용하고선 내 어깨에 픽 쓰러졌다. 잃어버렸던 수명이 되돌아 왔을 거다.
“고맙다.”
환상의 마족은 쓰러지자 녀석이 만들었던 환상도 전부 사라졌다.
살아남은 헌터들은 각자 한숨 돌리며 힘을 비축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형의 계획이 세계 정복이었을 줄이야.”
“세계 정복? 그게 무슨 소리야?”
팔에 붕대를 감은 진세아가 천성호의 말을 듣고 다가왔다. 천성호는 어깨를 으쓱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궁금하냐? 아까 마족하고 상대할 때 말이지······.”
무슨 소문을 퍼뜨리려는건지.
말릴 힘도 없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고오오——.
붉은 운석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떨어지기까지는 시간이 있겠지만······. 아직 공략은 진행중이란 건 변함 없다.
‘저 건너편에 나약의 마족도 남아 있겠지.’
환상의 마족을 처치하는 건 중간 지점에 지나지 않는다.
프로젝트 아포칼립스의 저지.
그걸 위해선 놈을 없애야 했다.
‘헌터들의 사기는······. 최악이군.’
채아연이 일시적으로 사기를 고조 시키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전투 동안이었다.
환상의 마족과의 전투 이후 분위기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순조로울 줄 알았던 공략이 사상자를 낸 최악의 공략이 되었다.
부협회장이 마족인 것만으로 굉장한 충격이었을테니.
특히 사망자가 나온 수호 길드와 협회는 더욱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이들 대부분이 국가의 전력에 해당하는 S급 헌터이기도 했으니까.
한쪽에서 고함이 들려왔다.
“지금 이 상황에서 돌아가는 게 말이나 됩니까?!”
수호 길드의 길드장 사최헌이 목에 핏대를 세운 채 소리치고 있었다.
그런 그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는 마성철.
“감정적으로 말씀하지 마시죠. 부협회장이 없어진 지금. 협회 측의 결정권자는 제가 됩니다. 전부 가는 것도 아닙니다. 필요한 인원은 남겨두겠습니다.”
마성철은 공략 포기를 선언하고 있었다.
그는 정보꾼 백묵의 직속 부하.
그들의 목적은 애초부터 공략에 있지 않았다.
부협회장이 마족이었다는 증거는 전부 입수했으니 더 이상 게이트에 볼 일은 없다는 거겠지.
분노한 사최헌은 출구가 있을 방향을 삿대질했다.
“그쪽들이 나가고 나면 운석 때문에 게이트 출입이 불가능해질 게 뻔하잖습니까.”
“100% 확실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어차피 누군가는 바깥에 상황을 전해야하고요. 상대적으로 전력이 안되는 저희는 빠지겠습니다.”
사최헌이 살기를 풍기며 마성철 팀장에게 성큼 다가갔다.
“그러니까 거기에 왜 마성철 당신이 거기에 포함되어 있냐고. 그쪽이 힘을 숨기고 있는 거 모를 줄 압니까?”
“한국 최고의 헌터이신 사최헌님께서도 착각을 하실 때가 있나봅니다.”
“뭐요? 지금 나랑 해보자는 겁니까······?”
“그럴리가요.”
마성철은 그대로 돌아섰다.
그의 주변으로 부하들이 모여들었다. 게이트에 같이 들어왔던 백묵의 수하 정진수도 있었다.
나를 지나치는 마성철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지한씨의 활약은 빠짐 없이 전해 드리겠습니다. 조만간 다시 연락드리죠.”
그의 손에는 귀환석이 들려 있었다. 굉장한 희소성을 자랑하는 아이템이다.
새하얀 빛이 그들을 뒤덮었다. 빛이 사라진 자리에 그들은 없었다.
“진짜 가버렸네요.”
윤서현이 내 뒤에 서 있었다. 그녀도 마성철이 갑자기 돌아갈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서현씨는 남아 있으셔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이죠. 아직 공략은 안 끝났잖아요. 그리고 뭔가······. 아니에요.”
“알겠습니다.”
“······궁금해하는 척이라도 해주지.”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뇨, 아니에요.”
그래도 협회에서 사망자들의 시신을 회수해갔다.
남아 있는 우리들은 공략을 계속해야 한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아니, 이상하다기보다는 다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수호 길드의 길드장 사최헌,
은빛의 날개의 윤지은,
오성의 김상욱.
그들을 제외한 헌터들도 모두.
윤지은이 내 옆으로 다가왔다.
“뭘 놀래요. 지한씨 덕분에 다들 살아남았잖아요. 이제 어떻게 하실 거에요?”
답은 정해져 있었다.
“······운석이 떨어지기 전에 이곳을 빨리 벗어나죠.”
보랏빛 장벽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대신 협곡의 중간을 잇는 보랏빛의 다리가 생겨났다.
마치 이곳으로 건너오라는 듯.
“수호 길드 모두 움직입시다! 지금은 공략이 우선입니다.”
“은빛의 날개, 출발하죠.”
“오성도 가봅시다.”
세 개의 길드가 거대한 다리를 넘어간다.
150명으로 줄어든 인원이지만 공략은 멈출 수 없다.
이들은 대한민국의 최정예.
포기라는 선택지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이제 돌이킬 수 없다
콰아아앙—!.
우리가 넘어옴과 동시에 운석이 떨어져 반대편 협곡을 완전히 파괴했다. 거대한 진동이 게이트 내부를 뒤흔들었다.
예상했던대로 우리가 넘어 온 장소까지는 영향이 없었다.
동시에 떠오르는 메시지.
『 이계 규율의 업적이 정산 완료 되었습니다. 』
『 전무후무한 업적! 인과의 흐름이 뒤틀립니다. 』
『 아카식 레코드에 해당 업적이 기록됩니다. 』
『 특별한 보상을 획득합니다. 』
새하얀 빛이 내 주위를 휘감기 시작했다.
‘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