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150
150화 나약한 자의 말로(1)
재액의 거인이 언니인 윤지은을 덮친 순간, 윤서현의 머릿속에는 언니를 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이 세계에 게이트가 나타나기 시작했을 무렵.
전국 각지에서 게이트 브레이크가 발발했다.
각성 초기 정부의 대처는 미흡했고, 수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윤서현의 부모는 그 사고에 휘말려 목숨을 잃었다.
그런 윤서현에게 있어 윤지은은······.
하나 뿐인 언니.
유일하게 남은 가족.
윤서현의 절대 공간 격리는 그런 분노와 당황이 뒤섞여 만들어 낸 일종의 각성이었다.
이지한의 타재간파 또한 유효하게 작용했다.
몇 배로 증가한 그녀의 경험이 스킬로서 시기적절하게 개화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 스킬 ‘절대 공간 격리 Lv.1’을 발휘합니다. 』
그녀의 의지에 따라 공간이 나뉘어졌다. 재액은 차단되고, 재액이 만들어낸 거인마저 분리 되어 격리되었다.
‘언니······.’
평소의 윤서현이었다면 자신만만하게 앞으로 나섰을 거다. 언니를 공격한 적을 향해 분노를 쏟아내며.
그러나 저 앞에는 이지한이 있다.
그렇기에 윤서현은 바로 뒤를 돌아 달려갔다.
윤서현의 언니인 윤지은이 재액에 휩싸인 채 쓰러져 있었다.
“언니, 괜찮아?!”
이미 언니 윤지은의 주변에는 힐러들이 모여 있었다. 은빛의 날개 길드장이 당했는데 가만히 있을 사람은 없었다.
채아연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일단 응급 치료는 했는데, 쉽게 회복이 안돼요. 다른 사람들도······.”
“언니 눈 떠봐······.”
윤지은이 힘겹게 눈을 떴다. 몸에 남은 재액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몸 속으로 스며들고 있었다.
그녀는 고통에 몸을 떨면서 말했다.
“꼴 사납네. 너한테 실컷 잔소리했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어떻게, 어떻게 안돼요?”
윤서현이 채아연에게 말을 건넨 그 순간이었다.
콰아아—!
앞쪽에서 푸른 섬광과 함께 강렬한 충격파가 터져나왔다. 이지한의 일자베기가 하늘까지 닿는 청색의 선을 만들어냈다.
재액을 다루던 권속이 죽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아아······.
헌터를 뒤덮었던 재액이 일시에 검은 안개가 되어 흩어졌다.
“으으으······.”
윤서현의 품에 안긴 윤지은이 고통에 몸부림쳤지만, 회복의 과정이었다.
“괘, 괜찮아?”
그걸 모르는 윤서현은 당황하며 주변을 둘러봤다. 재액에 당한 다른 헌터들도 마찬가지로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그녀의 뒤로 이지한이 다가왔다.
“재액의 원인은 제거 되었으니 조금 쉬면 나을 겁니다.”
“다행이다······.”
그제서야 윤서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큰일 난 줄 알았어요······.”
자연스레 그녀의 시선이 거대한 돌문으로 향했다.
나약의 마족의 보좌권속 제레는 죽었다.
이제 남은 건 정말 나약의 마족 하나였다.
진세아가 뒤늦게 다가왔다.
“지은 언니 괜찮아요?!”
“다들 너무 호들갑이야. 나만 다친 것도 아닌데.”
정신을 차린 윤지은이 바닥에 놓인 활을 움켜쥐었다.
“더 안쉬어도 괜찮겠어?”
“괜찮아.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내가 쓰러지면 안 돼.”
윤지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멀쩡하다는 걸 보여주는 의미로 팔을 붕붕 휘둘러 보인다.
“봐, 멀쩡하다니까. 우리 은날에는 유능한 힐러가 있잖아. 아연이가 치료해준 덕분에 아무렇지도 않아.”
“그래도······.”
“자, 부상자가 아닌 사람들은 모여요.”
은날의 길드장이란 직책이 가진 무게는 가볍지 않다. 길드장이 회복했다는 말에 길드원들이 기뻐하며 모여들었다.
재액이나 괴물들에게 크게 당한 헌터들은 뒤로 빠지고, 컨디션이 좋은 이들이 앞으로 나섰다.
끝이 다가왔다 생각해서인지 그들의 눈빛도 결연했다.
“가보자고.”
150명이었던 전력이 120명으로 줄었으나 이제 남은 적은 단 하나.
“그러면 열겠습니다.”
쿠구구구······.
수호 길드장 사최헌이 조금 열려있던 거대한 돌문을 완전히 밀어 개방했다.
* * *
두꺼운 식물의 줄기가 우거진 유적의 내부.
뻥 뚤린 천장 위로 검은 구체가 일렁인다.
“기어코······. 여기까지 왔구나.”
나약의 마족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외관은 어린 소년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저게 마족이야? 어린 애잖아······.”
“외관에 속지마. 부협회장도 인간으로 변장하고 있었잖아.”
나약의 마족의 붉은 눈이 천천히 헌터들을 살폈다. 언짢은 기색이 역력하다.
그럴 수밖에.
놈의 부하인 권속들은 전부 죽었고.
쏟아낸 재액도 윤서현에 의해 차단되었다.
놈의 시선이 내게 고정되었다.
“나약한 인간들아 착각하지 말아라. 너희들을 뒤덮는 거대한 흐름을 네 놈들이 거스를 수 있다고 여기지 말란 말이다.”
오만한 시선이 헌터들을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이미 수적으로는 우리가 압도하고 있다.
사실상 대한민국의 대표인 사최헌이 한걸음 앞으로 나왔다.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우리는 게이트를 공략하러 왔을 뿐이다. 그걸 막으려하는 건 네 놈들 마족이고.”
그의 검이 나약의 마족을 가리켰다.
“우리야말로 묻고 싶다. 마족들의 목적은 무엇이냐. 어째서 우리를 방해하는거지?”
“흐음······.”
나약의 마족은 코웃음을 쳤다.
“버러지 같은 인간, 네 놈과는 나눌 말은 없다. 내 관심은 하나다.”
녀석의 손가락이 나를 가리켰다.
“대적자. 네 이름을 밝혀라.”
헌터들의 시선이 내게로 향한다. 녀석은 내가 대적자라는 것을 명확히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분명 지금 이 상황도 다른 마족들에게 공유되고 있겠지. 적어도, 오성의 스파이를 통해 내 정체가 넘어갈 거다.
그러니 더 이상 내 신분을 숨기는 건 무의미할 거다.
그러나.
순순히 대답할 이유 또한 모르겠다.
나는 가볍게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아직까지 그런 간단한 것도 못 밝혀냈나? 우습군.”
“크윽······.”
나약의 마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의 주변으로 불길한 마기가 서서히 방출된다.
“······화났나본데요.”
진세아가 중얼거렸다.
실제로 마족들은 끝까지 내 정체를 밝혀내지 못한 모양이다.
내 이름 하나 못 알아내 내게 묻는 꼴이라니.
“좋다······. 그 말 꼭 후회하게 해주마.”
고개를 들어 올린 나약의 마족이 손을 위로 뻗었다.
놈의 머리 위에 모인 거대한 마기의 구체.
고오오······.
마계에서 넘어온 순수한 마기가 담긴 그릇이다.
재액을 쏟아냈음에도 그 양은 한참이나 남아 있다.
본래대로라면 아포칼립스를 위해 사용될 마기였지만.
쩌적, 쩌저적!
그 마기는 윤서현의 공간 격리의 틈새를 넘어 나약의 마족에게로 흘러들기 시작했다.
“막아!”
“공격 개시!”
“다들 공격해!”
헌터들이 일제히 나약의 마족을 향해 달려 들었다.
콰아앙! 콰앙!
나약의 마족을 향해 쏟아지는 무수한 세례의 공격.
하늘을 가득 메운 마력 탄환과 검격이 빗발쳤다.
윤서현이 앞으로 나섰다.
“공간 격리가 있으니까, 망설이지 말고 모든 공격을 때려부어요!”
그녀의 말에 은빛의 날개 마법사들의 주위로 푸른 마법진이 형성되었다. 거기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빛의 광선.
콰아아앙!
하늘에서 떨어져내리는 벼락까지.
유적의 공간 내부에서는 사용하기 어려운 강력한 기술들이 순차적으로 쏟아졌다.
【 어설프구나, 어설퍼. 】
폭격음을 뚫고 나오는 강렬한 음성.
뼛속 깊이 울리는 소리에 헌터들의 공격이 잦아들었다.
격이 담긴 목소리가 그들을 뒤흔들었다.
“크윽, 익숙해지지가 않네.”
“환상의 마족과 같은 능력을 쓰는 건가?”
“다들 정신차려!”
나약의 마족의 손짓 한 번에 피어오르던 연기가 흩어졌다.
검은 마기의 보호막 속에 있는 녀석은 멀쩡했다.
조금의 상처도 입지 않았다. 보호막에도 생채기 하나 남아 있지 않다.
나약의 마족의 머리 위에 솟아난 두 개의 검은 뿔.
그의 붉은 눈동자가 가소롭다는 듯이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샤아아—!
나는 그런 놈을 향해 항마의 활을 들어 올렸다.
『 스킬 ‘항마의 술 Lv.12’를 발휘합니다. 』
내 손을 떠나간 항마의 화살이 새하얀 빛을 방출하며 나아갔다. 화살의 끝은 나약의 마족의 보호막에 명중했다.
쩌저저적!
새하얀 금이 검은 보호막 위로 셀 수 없이 퍼져나갔다.
【 대적자, 네 놈만큼은 이해할 수가 없다. 어째서 사라진 종족의 기술을 네가 가지고 있는 거냐?! 】
쿠우웅!
놈의 손짓 한 번에 옆쪽 벽면에서 마기의 기둥이 치솟았다.
“방어 마법 생성합니다!”
금빛의 마력 방패가 허공에 떠올랐지만, 기둥에 닿자 산산조각이나며 흩어졌다. 기둥은 그대로 헌터들을 벽면에 쳐박았다.
“으아아악!”
“뭐, 뭐 저런······.”
쿠우웅!
다시 거대한 마기의 기둥이 나를 노리고 솟아났다. 그러나 기둥은 내게 닿지 않았다.
『 동료 윤서현이 스킬 ‘절대 공간 격리 Lv.2’를 발휘합니다. 』
어느새 한단계 올라간 그녀의 기술이 기둥의 방향을 바꾸었다. 왜곡된 공간을 따라 마기의 기둥이 놈의 방어막에 박혔다.
쩌저저적!
검은 보호막 위로 생긴 금의 갯수가 더욱 늘어났다.
그러나 나약의 마족은 아랑곳하지 않고 공격을 계속해 왔다.
【 대적자, 대답해라! 네 놈의 능력은 무엇이냐?! 】
앞에서 쏟아지는 무수한 마기의 탄환.
콰과과과—!
나는 쏟아지는 탄환을 피하고, 쳐내며 앞으로 전진했다.
【 말하지 않겠다면 억지로라도 입을 열게 해주마. 】
나약의 마족의 주변으로 나타난 마법진.
그 안에서 악마들이 기어나오고 있었다. 그 수나 모양도 가지각색이다.
이들은 권속이 아닌, 소환으로 불러들인 소환수들이다.
쿵! 쿵! 쿵!
염소 악마가 나를 향해 돌진해 왔다. 놈의 뿔에 맺힌 마기가 심상치 않다. 저 정도 마기면 마족에 맞먹는 상위 악마종이다.
‘프로젝트 아포칼립스는 포기하기로 아예 작정했구만.’
나약의 마족은 진심으로 날 죽이려 들고 있었다.
콰아앙!
“스승님! 이 놈은 제가 맡겠습니다!”
뒤쪽에서 나타난 신태양이 염소 악마를 막아섰다.
“그래, 고맙다.”
꾸역꾸역 기어나오는 악마들.
도마뱀, 영체, 순수 악마, 언데드······.
그들 중 몇은 S급 보스에 해당하는 흉악한 놈들이다.
나약의 마족이 얼마나 마기를 쏟아부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우리의 전력도 결코 만만치 않다.
“형, 나도 있어요!”
촤아악!
천성호가 휘두른 검이 악마의 뿔을 양단했다. 헌터들 사이에서 최후의 10인이었던 자들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소환한 악마들이 가진 힘은 권속보다 강했지만, 이쪽은 협력이라는 선택지가 존재한다.
버프와 마법이 어우러져 딜러들을 끊임 없이 지원하고 있다. 헌터들이 차근차근 악마들을 제압해나가는 형국이다.
콰아앙! 콰앙!
재액과 같은 특수한 장치가 없는 이상 우리가 유리하다.
그 상황을 무심히 지켜보던 나약의 마족이 입을 열었다.
【 더더욱 확신이 들었다. 이곳에선 아무도 살려보내지 않겠다. 】
나는 검은 보호막을 향해 달려 나갔다. 타재간파의 모든 능력을 활성화 시킨 상태였기에 나를 막을 상대는 없었다.
촤아악!
악마를 베어내고, 다가오는 마기를 반으로 갈랐다.
그대로 뛰어올라 놈의 보호막에 달하는 순간이었다.
【 모든 마기를 다 써서라도. 】
일순, 주변이 고요해졌다.
전에 없이 강력한 마기의 광풍이 휘몰아쳤다. 모든 것을 휩쓸고, 찢어 발기는 고밀도의 마기가 주변을 집어 삼키기 시작했다.
카가가가—!
내 방어구 위로 무수한 흠집이 새겨졌다. 마기가 칼날처럼 나를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 방어구의 내구도가 빠른 속도로 감소합니다. 』
‘크윽······.’
주변을 새까맣게 메우는 마기.
동료들의 모습도 더 이상은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소리도,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젠장······.’
마계에서 가져 온 순수한 마기.
놈은 프로젝트 아포칼립스보다 나를 없애는 걸 우선시했다.
그 모든 힘을 사용해 헌터들을 몰살 시키고자 했다.
이번에도 내가 아는 미래가 바뀌었다.
그렇다해도 할 일은 하나였다.
나약의 마족을 쓰러뜨리는 것.
“오르티마!”
항마의 화살로 변해 있던 녀석을 불렀다. 마기의 폭풍을 뚫고 어디선가 녀석이 날아들었다.
어쨌든 나는 보호막의 지근거리에 있다.
“한 번 더 항마의 화살로······.”
그리 말하려던 순간.
나는 보았다.
반짝.
오르티마가 입에 물고 있는 황금빛 조각.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 불완전한 아이템
그것은 에픽 아이템의 일부였다.
‘이게 왜 여기에······?’
자세한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휘몰아치는 광풍 속에서 나는 성배를 꺼내들었다.
오르티마에 의해 완성된 불완전 에픽.
이 아이템의 진짜 조각이 지금 내 손에 들려 있다.
“잘했다, 오르티마.”
나는 성배와 아이템 조각을 오르티마에게 모두 먹였다.
눈부시게 밝은 황금빛이 오르티마에게서 솟아 올랐다.
『 찬란한 성배(불완전 에픽)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습니다. 』
파직, 파지직···!
오르티마가 뱉어낸 아이템에서 피어오르는 스파크.
그 탓에 손 끝이 아려오지만 나는 웃으며 성배를 쥘 수 있었다.
이 세계에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 에픽 등급의 아이템.
그것이 진정한 형태로 내 손에 들어왔으니까.
『 찬란한 초월의 성배(에픽)를 획득하셨습니다. 』
– 마력양이 5배 증가합니다.
– 지정 스킬의 레벨을 1 올립니다. (12레벨 이하)
– 유니크 이하 스킬의 등급을 한단계 올립니다.
콰득, 콰드득······!
마기 폭풍 속에서 나는 항마의 활을 들어 올렸다.
『 항마의 술의 등급이 레전더리로 한 단계 격상합니다. 』
『 레전더리급 스킬 ‘절대 항마의 술 Lv.13’을 발휘합니다. 』
압도적인 광휘가 모든 것을 뒤덮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