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154
154화 세이비어(2)
함선의 엔진이 붉게 달아 오르며 에너지를 방출해냈다. 가속하는 함선의 뒤로 두 개의 붉은 꼬리가 이어졌다.
콰아아아——!
함선을 쫓아 오던 아룡종들이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떨어져나간다.
깔끔한 도주였다.
“으아아, 멀미 할 것 같아요······.”
난간을 붙잡은 진세아가 불평했다.
함선이 요동치는 탓에 멀쩡히 서있기 어려울 정도였다. 마법 공학적인 장치가 되어 있어 튕겨나가는 일은 없는 것 같다만.
미래의 진세아는 함장모를 붙잡은 채 함선이 나아갈 진로를 바라보고 있다. 탐탁치 않은 표정이었다.
“쯧, 도망은 쳤지만 방어 시스템을 빨리 복구하지 못하면 따라잡히는 건 시간 문제겠어.”
미래의 진세아는 뒤를 돌아 함선 내부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갔다. 그녀를 따라 망토가 펄럭였다.
“일단 회의실로 가자. 모두에게 해야 할 설명이 많아.”
“알겠어요, 함장. 그러면 가시죠.”
엘리스를 따라 우리는 회의실로 향했다. 도중에 박살난 통로를 확인한 미래의 진세아가 기겁했다.
“끄아아! 이거 뭐야?!”
“아······. 천성호씨와 전투가 있었거든요.”
“함선 내부까지 침입했었단 말이야?”
“네, 뭐······.”
엘리스가 손을 대자 빛이 감돌더니 부숴진 통로가 순식간에 복구되었다. 편리한 능력이다.
미래 진세아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함선 내부에 다른 최후의 10인이 남아 있는 건 아니겠지.”
“없어요.”
거기에 대해선 엘리스가 확답했다. 그제서야 진세아의 표정이 풀어졌다.
“대체 여제 쪽에선 오빠가 나타난 걸 알아챈거지? 우리야 엘리스가 있다지만······.”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 엘리스와 달리 반대편에는 그러한 능력자가 없다는 게 진세아의 설명이었다.
어쨌든 한시름 놓은 상황.
우리는 회의실에 도착했다.
텅 비어 있는 공간에 불이 켜졌다.
“다들 아무데나 앉아. 앉을만한 사람도 없거든. 사실상 세이비어의 책임자는 엘리스와 내가 유일하니까.”
“다른 사람들은 전부 여제의 편이 된 건가?”
내 질문에 미래의 진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제의 편이 되었거나 죽었거나. 그렉스나, 류이치, 레일리는 전부 죽었어.”
“그 사람들은 해외의 유명 헌터들······?”
윤서현의 물음에 미래의 진세아가 아차 싶은 얼굴을 했다.
“아, 아직 그 시점에선 같은 팀이 아니었나?”
“굳이 숨길 필요도 없죠. 지금 상황에선 최대한의 정보를 전달해주는 게 서로에게 윈윈일테니까요.”
엘리스의 말에 잠자코 있던 진세아(현재)가 입을 열었다.
“근데, 미래인데 어떻게 내가 두 명 존재할 수 있는 거야······? 이거 완전히 타임 패러독스라던지, 어긋나 버리는 거 아니야?”
엘리스는 친절한 미소와 함께 설명을 시작했다.
“시간은 한 줄기로 흐르지 않아요. 세아양이 이해하기 쉽게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다중차원 우주이자 멀티버스인 셈이죠.”
내 앞에 계속해서 다른 미래가 펼쳐지는 것도 그 때문일 거다. 미래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게 마음에 든다.
“······다만 이런 식의 침범은 본래라면 일어날 수 없는 일. 지금 상황은 사부의 능력이 만들어낸 기적이라고 봐야겠죠.”
콰앙!
미래의 진세아가 회의실의 테이블을 내리쳤다.
“그러니 이 기적. 확실히 사용해서 이 세계를 구하는거야. 우리는 전적으로 오빠를 돕고, 오빠는 우리를 돕고.”
* * *
진세아와 엘리스로부터 현 상황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중점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0명의 군단장을 처치한 시점.
마족과 인류는 고착 상태에 빠졌다.
그런 와중에 내가 죽은 것이다.
“잠깐, 나는 어쩌다가 죽은거야?”
내 질문에 엘리스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곤란함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그게 문제에요. 아무도 사부가 어떻게 죽었는지 몰라요. 최후의 10인도, 마족 그 누구도······.”
모른다는 답이 나왔다.
내 입장에선 꽤나 충격적이다.
‘곤란한데. 이유를 모른다면 사전에 방지하는 것도 불가능하잖아.’
어쨌든 나의 죽음을 계기로 인류는 둘로 분열되었다.
여제 윤서현과 함장 진세아로.
여제는 인류를 구하고 마족을 막아내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
자신의 힘을 공고히 하기 위해 아이템과 능력, 기술을 독점하는데에만 관심이 있단다.
그것을 위해서라면 반항하는 자를 처단하거나 죽이는 일도 서슴치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 마족과 협력하는 정황까지 포착되었다고 하니.
“여제가 어째서 그렇게까지하는지는 나도 모르겠어. 완전히 미쳤다니까.”
반면 진세아가 이끄는 함선 세이비어는 인류를 구원하고 마족을 몰아내기 위한 정의의 집단이라는 게 본인의 설명이었다.
“이 함선도 사실은 훔친 거야. 아이템 제작자 김건이 만든 최후의 병기 ‘세이비어’. 여제의 창고에 잠들어 있던 걸 내가 가져왔어. 대단하지?”
“자, 잠깐만요. 혹시 내가 아는 김건이에요?”
진세아(현재)의 머릿속에 떠오른 그 사람.
성장형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제작자 김건이다.
“맞을 걸. 은빛의 날개 아이템 제작자.”
“그 어벙해보이는 아저씨 진짜 대단한 사람이었네······. 친하게 지내야겠다.”
진세아가 중얼거렸다.
미래의 진세아는 어깨를 으쓱였다.
“문제는 김건도 도중에 죽었거든. 그래서 이 함선의 구조나, 기능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게 많아. 고작해야 50% 정도 사용하고 있달까.”
이번 미래에도 김건은 살아 있지 않았다. 김건의 미래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법하다.
‘어디 가둬놔야하나.’
그가 가진 재능을 생각하면, 절대로 살려놔야 할 인물 중 하나다.
“여제는······. 어째서 그런 짓을 하는 건가요?”
테이블에 가면을 벗어둔 윤서현이 진지하게 물었다. 어쨌거나 그녀의 미래가 현재의 여제다.
“말했다시피, 정확한 이유는 본인만 알겠지. 아니면 오빠를 너무 사랑해서라던가?”
“사, 사랑······?”
나와 눈이 마주친 윤서현이 급하게 시선을 돌렸다. 가면으로 부채질하며 얼굴을 식힌다.
“그, 그 정도는 아닌데······.”
엘리스가 진세아를 째려봤다.
“함장······.”
“아, 왜. 맞잖아.”
“단정하긴 어렵지만, 여제의 언니인 윤지은의 사망과 사부의 죽음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긴 해요.”
그 말에 윤서현이 되물었다. 충격 받은 표정이었다.
“언니가 죽었어요······?”
“네······. 아, 그래도 너무 걱정마요. 지금의 서현씨의 미래는 충분히 바꿀 수 있으니까요. 이곳에서 충분한 정보를 얻어서 돌아가면 될 거에요.”
엘리스는 그리 말했지만, 나로서는 쉽게 넘길 수 없는 일이었다.
‘몇 번의 미래를 겪었지만 바뀌지 않는 사실이 몇 가지 있었다.’
윤서현은 본래 죽었을 인물이다. 내가 아는 최초의 멸망한 세계에 그녀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기사, 살아 있는 대한민국 사람들이 1000명 정도니 당연하지만.
이후 내가 본 모든 미래에서 무한의 궁사 윤지은은 죽었다. 살아남은 건 동생인 윤서현 뿐이었다.
‘설마, 바꾸지 못하는 미래가 있는 건······.’
아닐 거다. 애써 그런 생각을 떨쳐냈다.
지금은 그리 생각하는 수밖에 없다.
애초에 바꾸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면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도울 일이란 뭐지?”
과거에서 온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이계 규율의 칭호 덕분에 강해지긴 했다만, 여제의 수준은 내 상식을 아득히 초월하고 있다.
타차원의 아룡종을 부리고, 공간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그녀의 능력은 쉬이 감당할 수준이 아니다.
그럼에도 미래의 진세아는 내게 도움을 요청했다.
“간단하지만 어려운 일이야. 여제를 설득해줘. 인류의 분열을 멈추고, 마족을 몰아낼 수 있도록······.”
지금의 윤서현이 어떤 상태인지.
직접 만나보지 않는 이상 확답할 순 없다.
그 천성호나 다른 이들이 그녀에게 협력하고 있단 건 나름대로의 이유가 존재한단 의미일테니.
“다른 누구의 말은 몰라도 오빠의 말이라면 들을지도 모르니까.”
미래의 진세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안전장치도 없이 오빠를 보낼 수는 없으니 우리도 나름의 준비는 할테지만. 어때······? 괜찮겠어?”
본래의 세계로 귀환하기 위한 조건은 ‘일자베기 14레벨’.
그러나 단순히 스킬을 배워 돌아가는 게 정답은 아니다.
미래의 일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결국 같은 미래를 반복하게 될테니까.
이 미래는 언젠가 내가 마주하게 될 세계.
“한 번 해보자.”
내 말에 줄곧 심각한 표정이던 미래의 진세아의 얼굴에 미소가 돌아왔다.
“좋아. 역시 오빠야.”
한순간이지만, 그 표정은 평소의 진세아와 똑같았다.
“근데 밥은 언제 줘요?”
정작 현재의 진세아는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었지만.
“밥 같은 소리하고 있네. 진세아, 너는 날 따라와라. 오늘부터 특훈이다.”
미래의 진세아는 과거의 자신의 어깨를 붙잡았다.
“엥?”
“아직 모르는 거야? 네 능력은 단순히 물건이나 훔치려고 있는 게 아니라고.”
과거의 자신의 볼을 마구 잡아 늘렸다.
“아파! 으아아······.”
진세아(현재)가 반항하지만 기초적인 능력치에서 지대한 차이가 있다. 미래의 진세아는 SSS급 헌터일테니.
“오, 오빠! 살려져혀!”
함장 진세아는 과거의 자신을 끌고 회의실에서 나가버렸다.
미래의 자신에게 받는 특별 과외라.
그것만큼 효율이 좋은 훈련이 있을까.
엘리스는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머지 두 분도 움직일까요? 사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도 시간을 허투루 보낼 순 없으니까요. 잘 따라와주신다면 서현씨도 이곳에서 큰 성장을 하실 수 있을 거에요.”
흰색 로브를 걸친 엘리스.
천성호는 그녀를 금빛의 현자라고 부르고 있었다.
내가 아는 미래의 엘리스보다 한결 차분한 느낌이 강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이곳에서의 관계는 내가 아는 것과는 다르다.’
내가 리더라고 불리던 미래에서와 달리 엘리스는 윤서현을 언니라 부르지 않는다.
그 사소한 차이가 미래의 변화를 실감케 한다.
“아, 그 전에······. 사부, 재능의 원석을 가지고 있지 않으신가요?”
“가지고야 있는데.”
미미한 재능의 조각, 특이한 재능의 조각, 신기한 재능의 조각.
모두 파편을 합쳐 각각의 조각으로 만들어낸 재능들.
이것들을 말하는 거다.
엘리스가 함선 내부가 그려진 홀로그램 창을 띄워 올렸다.
“그것들을 사용할 수 있는 장소가 함선 내부에 있어요. 한 번 가보시겠어요?”
“김건이 남겨준건가.”
“네, 이 함선 자체도 사부의 지시로 만들어졌다고 들었거든요.”
이전 미래에서도 김건이 조각들을 합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두었었다.
‘여기에서도 나를 배려해준건가.’
가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 * *
엘리스가 나와 윤서현을 안내해 준 곳은 다름아닌.
– 함장실
함장실이었다.
“함장실은 원래 접근이 불가능했지만 지금의 함장이 입장 권한을 훔쳐냈어요.”
엘리스가 관리자의 키카드를 가져다대자.
치이익······.
기계식 문이 열리며 옅은 증기를 뿜어냈다.
오랜 기간 열리지 않았던 건지 가벼운 먼지가 쌓여 있다.
“정말로 사용되지 않던 장소인가봐요.”
먼지 때문인지 윤서현이 가볍게 기침을 했다. 엘리스가 멋쩍은 듯 말했다.
“내부는 작동하지 않아요. 함장 말에 따르면 무슨 짓을 해도 안된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줄곧 방치 상태였죠. 이런 장소가 함선에 꽤 많아요. 그래도 여기에 있는 기계가 분명히······.”
앞선 엘리스를 따라 함장실 내부로 걸음을 옮긴 순간이었다.
우우웅—.
함장실의 내부가 옅게 진동하더니, 안쪽의 기계 장치에서 푸른 선이 뻗어져나왔다. 형광빛의 푸른 선은 벽과 바닥을 타고 함장실의 내부를 밝히기 시작했다.
엘리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뭐, 뭔가 건들이셨나요?”
“아니. 아무것도.”
말 그대로다. 그냥 걸음을 옮겼을 뿐이다.
함장실 전체로 퍼져나간 푸른 선은 이내 방 전체를 가득 채웠다.
『 내부 조명 ON 』
동시에 함장실 전체에 불이 들어왔다. 어두컴컴했던 내부가 환하게 밝혀졌다.
“이런 적은 없었는데······.”
당황한 엘리스가 중얼거린 그 순간이었다.
팅!
『 함선 세이비어가 함장 ‘이지한’의 출입을 감지합니다. 』
『 세이비어의 인공지능 비서 네이아가 활동을 개시합니다. 』
우우웅!
바깥의 상황이 보이는 홀로그램창이 떠오르고, 각종 장치에 게이지와 전원 램프가 반짝이기 시작했다.
멈춰 있던 함장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한씨가 함장이라는데요?”
“이게 어떻게 된거죠······? 사부가 함장······? 아, 설마······!”
진세아는 창고에 있던 이 함선을 훔쳐왔다고 했다.
애초에 이만한 성능의 물건이 창고에 있던 이유는 명확했다.
내가 죽었기 때문이다.
김건은 처음부터 나를 염두에 두고 이 함선을 제작해 두었던 것이다.
그러니, 아무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을 수밖에.
『 어서오세요. 이지한 함장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
세이비어의 인공지능 ‘네이아’의 목소리가 함장실에 울려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