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158
158화 여제의 뜻(1)
유일급 아티팩트 테서렉트.
그 능력은 차원 고정이다.
“여제의 능력은 공간, 차원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힘.”
진세아는 손에 쥔 정육면체 모양의 테서렉트를 빙글 돌렸다.
“이 아이템이 있으면 그런 여제의 공간 간섭을 방어할 수 있어.”
나는 아직 여제가 가진 능력의 단편만 엿보았을 뿐이지만, 그 힘의 크기는 대강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타차원에 존재하는 아룡종을 불러내 함선을 공격했다.
역으로 상대를 다른 차원으로 날려보낼 수도 있다는 게 진세아의 설명이었다.
“정말 무시무시하지. 지금까지 마족들이 섣불리 여제를 건드리지 못한 이유기도 하고. 그래도 이제 테서렉트가 있으니 그런 걱정은 끝.”
테서렉트는 이른바 대(對) 공간능력자용 아티팩트란 말이었다.
“아티팩트는 일반 아이템하곤 다르게 한 세계에 하나씩 밖에는 없으니, 이걸 잃어버리거나 빼앗기면 거기서 끝이니 잘 보관해야겠지만.”
그리 말한 진세아는 인벤토리 안에 테서렉트를 던져 넣었다. 중요하다고 말한 것 치고는 막 다루는 게 녀석 답다.
진세아가 망토를 펄럭이며 솟아오른 땅 위에서 뛰어 내렸다.
“그러면 빨리 귀환하자! 이만한 규모의 전투였으니, 여제 측에서도 눈치챘을거야. 테서렉트 때문에 공간을 넘어 오지 못하는 것 뿐.”
군단장의 전투에서 승리.
이로써 남은 군단장은 단 하나.
그렇다기엔 진세아도 엘리스도 그리 기뻐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살아남은 것이지 이긴 것이 아니다.
나는 황량해진 땅을 바라보았다. 과거에 세워졌던 문명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고, 메마른 대지가 허허벌판이 되어 남아 있을 뿐이다.
치열한 전투의 흔적은 오히려 이 세계에 있어 상처일 뿐이다.
내 표정을 살핀 엘리스가 슬쩍 다가왔다.
“여제에게서 승리한다면, 분명히 희망이 있을 거에요. 그리고 사부의 세계는 아직 무한한 가능성이 남아 있어요. 이것보다 더 좋은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을 거에요.”
그녀의 말에 묻어나오는 슬픔을 이해할 수 있었다.
회귀 전, 희망 한 점 없는 멸망한 세계.
그것에 비하면 훨씬 좋은 상황인 것만큼은 틀림없다.
“그래.”
그렇다고 만족할 순 없었다.
이 세계의 나는 어째서 사라졌는가.
무엇이 인류의 구원을 방해하는가.
그러한 의문을 여기서 풀어가야만 했다.
그리고 그 해답은 미래를 바꾸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 텔레포테이션 : 귀환 하겠습니다. 』
네이아의 목소리와 함께 우리는 함선 내부로 이동했다.
“으아아, 삭신이 쑤신다. 삭신이 쑤셔.”
팔을 붕붕 휘두르는 진세아. 그런 그녀와 우리의 뒤편으로 승무원들이 축포를 터트렸다.
“함장님! 무사하셨군요!”
“고생하셨습니다!”
“이길 줄 알고 있었습니다!”
수십 명의 인원이 진세아를 향해 달려왔다.
어찌되었든 군단장을 물리친 일이다.
축하받아 마땅한 일이었다.
“자, 잠깐 이거 놔!”
“안됩니다! 축하할 건 축하해야죠!”
승무원들은 진세아를 들어 올려서 헹가래 쳤다. 괜히 잘못 움직였다 승무원들을 다치게 할까 얼어붙은 진세아의 표정이 꽤 볼만하다.
이 녀석은 인류 최후의 리더이기도 하니까.
엘리스도 땅에 떨어진 축포를 주워 나를 향해 빵하고 쐈다. 반짝이는 종이가루가 내 머리 위로 쏟아졌다.
“사부, 지금을 즐기죠. 즐길 수 있을 때 즐겨라. 함선 세이비어의 규칙이에요.”
멸망한 세계에선 내일이 어찌 될지 모르니까.
“여제와의 전투를 준비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거에요. 함선에 있는 모두의 동의를 얻어야 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고깔 모자까지 머리에 쓴 엘리스가 진지하게 말했다.
“일자베기 14레벨. 그걸 위한 발판을 완벽히 마련해야죠.”
여제와의 전투.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최선을 다해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
“하, 함장님이 두 명이다······!”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소문이 진짜였어?”
우선은 저 앞쪽에서 일어난 소란부터 구경할까.
* * *
우리가 검의 마족과 전투를 벌이는 동안, 현재의 진세아는 계속 훈련장에 있었단다.
간신히 빠져나왔지만 미래의 진세아에게 금방 제압 당했다.
승무원들의 동요를 잠재우는 설명 또한 지극히 간결했다.
“아아, 이 녀석은 내 분신이야.”
“그런 거였군요. 어쩐지.”
“새로운 스킬을 연마 중이셨군요.”
워낙 미래의 진세아가 이것저것 하고 다녔기에 납득하는 분위기였다. 납득 못하는 건 현재의 진세아 뿐이었다.
“뭐란거야! 내가 무슨 분신······?! 으아악, 이거 놔! 어떻게 빠져나왔는데······!”
“분신의 능력이 극치에 달하면 자의를 가진달까.”
그리 말하면서 과거의 자신의 목덜미를 들어올리는 진세아(미래).
“콜라, 콜라 한 캔만 먹고 갈테니까······. 우아아, 오빠!”
내가 무어라 말할 새도 없이 진세아(현재)는 트레이닝 센터로 다시 끌려갔다.
훈련을 하고 있는 건 진세아 뿐이 아니다. 윤서현 또한 엘리스의 지도 하에 특수한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뭘하고 있는지는 비밀이란다.
나는 가볍게 음료수 한잔만 마시고 바로 훈련장으로 돌아왔다.
직접 전투에 참여하지 않고 격을 받아낸 게 전부지만 피로감은 상당하다. 각종 자연 회복, 재생 스킬로도 지워지지 않는 피곤.
‘그러니 더더욱 훈련을 해야 한다.’
극한의 상황에선 경험치가 더 잘 오른다는 걸 경험적으로 체득하고 있다.
마지막 심화 스킬인 ‘초인의 체력’을 습득해야 한다.
일자베기 13레벨의 경험치를 올리기 위해서 선행되어야 하는 필수 스킬.
『 트레이닝을 개시합니다. 』
『 목표 스킬 : 초인의 체력 』
인공지능 네이아의 서포트 아래, 안드로이드들을 피해다니며 훈련을 지속했다.
3일째 되는 날.
촤르르륵!
『 유니크 스킬 ‘초인의 체력 Lv.1’을 습득합니다. 』
『 스킬 ‘초인의 체력 Lv.2’을 획득합니다. 』
『 스킬 ‘초인의 체력 Lv.3’을 획득합니다. 』
···
..
.
『 스킬 ‘초인의 체력 Lv.11’을 습득합니다. 』
『 추가효과 : 추가 체력 및 방어력 50%, 격의 상승 』
나는 나를 쫓아 오는 안드로이드들을 가뿐하게 제쳤다.
퍼버버벅! 뻐억!
기다리던 안드로이드들이 나를 타격하지만 이전과 같은 데미지는 없다.
『 축하드립니다. 함장님. 예상 습득 시간보다 빨리 목표를 달성하셨습니다. 』
『 경이로운 속도입니다. 함장님이 소유하신 능력에 대한 심도 깊은 분석을 요청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
“됐어.”
체력을 소비해도 더 이상 지치는 일이 없거니와 전체적인 방어도가 증가해 두들겨 맞아도 끄덕 없다.
나는 안드로이드가 가져다 준 이온 음료를 들이켰다. 목구멍을 타고 시원하게 넘어가는 이온 음료.
파는 거랑 맛이 똑같다.
이런 걸 멸망한 세계에서 마실 수 있다니.
정말로 대단한 함선이다.
돌아가면 김건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야겠다.
이어지는 시스템 메시지.
『 유니크 심화 스킬을 모두 습득 및 마스터하셨습니다. 』
– 초인의 체력 Lv.11
– 영웅의 힘 Lv.11
– 공중 기동 Lv.11
– 초마력회로 Lv.11
『 네 가지의 스킬들이 통합 됩니다. 』
『 통합 유니크 스킬 ‘심화 능력 Lv.11’을 획득합니다. 』
유니크 스킬들의 통합.
기존 스킬들은 그대로 활용하면서, 새로운 추가효과가 생긴다.
『 추가효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 일자베기 13레벨의 경험치가 축적됩니다.
– 레전더리급 스킬의 획득 확률이 소폭 증가합니다.
‘드디어 일자베기 14레벨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남은 건 일자베기를 단련하는 것 뿐이다. 나는 흐르는 땀을 수건으로 닦아내고 트레이닝 센터 바깥으로 나왔다.
엘리스가 기다리고 있었다. 절묘한 타이밍이지만, 미래를 예지하는 그녀의 능력 덕일거다.
“축하드려요. 이제부턴 제 도움이 필요하신거죠?”
“맞아. 훈련 방법은······.”
일자베기 13레벨에는 수명이 소모된다.
엘리스는 의미심장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실전입니다.”
역시 그것 밖에 없는 건가.
“회의 결과, 함선째로 강행 돌파하기로 했어요. 곧 여제와의 전투가 시작될거에요. 세아양의 훈련이 끝나는대로 바로요.”
“윤서현 헌터는?”
“이미 필수적인 훈련은 전부 마치셨죠. 후후, 기대하셔도 좋아요. 아마 깜짝 놀라실걸요?”
엘리스는 여제 윤서현에 대한 정보를 추적, 조사하고 있었다.
여제가 어째서 그토록 강대한 힘을 가지게 된건지, 어떠한 방법을 거친 것인지.
여러 정보를 조합해 가장 효율적인 훈련을 했다는 게 엘리스의 설명이었다.
남은 건 진세아인데.
“아, 왔어? 훈련은 순조로워. 역시 나랄까. 천부적인 재능이라니까.”
응원차 진세아가 있는 훈련장에 들렸다.
미래의 진세아가 팔짱을 낀 채 서 있었다. 훈련장의 중심에는 검은 구체가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푸확!
그 속에서 땀으로 범벅이 된 진세아(현재)가 뛰쳐나왔다.
“으아악······. 더는 무리야······. 콜라, 콜라 줘······.”
아직도 콜라를 찾는 모습이 애처로울 지경.
미래의 진세아가 씩 웃으며 쭈그려 앉았다. 그녀는 손가락으로 검은 구체를 가리켰다.
“사실은 숨겨 놨어. 저 안에. 아주아주 시원한 걸로.”
“······!”
“먹고 싶으면 마음대로 훔쳐 먹어.”
기진맥진하던 진세아의 눈빛이 바뀌었다. 몸을 억지로 일으켜서는 다시 비틀비틀 어두운 구체로 향한다.
“3일 안에는 끝나.”
자기 자신이라 그런지 훈련 방법이 적절하다고 해야하나.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모습이다.
“아, 저렇게 어릴 때부터 강해지면 나중에는 대체 얼마나 강해질까. 나란 사람의 재능은 무섭구만.”
훈련 내내 미래의 진세아의 입꼬리는 내려갈 줄 몰랐다.
* * *
그리하여 검의 마족을 처치한지 딱 1주일 되는 날.
모든 준비가 끝났다.
“모두 고생했어. 다들 여기까지 날 따라와줘서 고마워. 목표는 여제와의 협상. 잘 안되면 무력 진압이 되겠지만, 질 거란 생각은 안 하거든.”
함교 위로 올라선 진세아가 말했다.
지휘는 함장실에서도 가능하지만 여기에 있는 게 마음이 편하단다.
그녀의 목소리는 인공지능 네이아를 통해 세이비어 전체에 울려퍼졌다.
함선에 타고 있는 승무원들과, 일반 사람들의 함성이 여기까지 들려오는 것 같다.
“자, 그러면 엔진 최대출력, 전속력으로······.”
나와 엘리스도 그 뒤에 섰다.
진세아(현재)와 윤서현은 함장실에 있다.
망토를 펄럭인 진세아가 소리쳤다.
“여제의 땅을 향해 출발!”
고오오오——!
함선의 양측에 달려 있는 거대 엔진이 불을 뿜기 시작했다.
함장을 되찾은 세이비어는 한 점의 요동 없이 지상을 향해 전진했다.
우주와 하늘을 나누는 카르만 라인의 아래로.
성층권 아래의 보랏빛 장막에 덮힌 대한민국을 향해 나아간다.
별빛 가득한 우주의 공간을 지나쳐 마기에 물든 붉은 하늘이 모습을 드러낸다.
진세아는 품 안에서 테서렉트를 꺼내 들었다.
『 테서렉트에 의해 해당 공간이 차원 고정 됩니다. 』
푸른 빛이 함선 전체를 코팅하듯 둘러쌌다. 그 아름다운 광경에 일순 사람들이 넋을 놓을 정도였다.
모든 것이 순조롭다고 생각한 그 순간이었다.
콰아아앙—!
함교 위로 무언가가 불시착했다. 일순 유성인가 했지만, 그렇다기엔 비정상적으로 꺾여져 이곳을 향해 정확히 떨어졌다.
엘리스의 얼굴이 굳어졌다.
“여제의 공간 능력으로는 침투할 수 있을 리가······.”
공간 능력이 아니었다.
놈은 뛰어서 이곳에 착지한 거다.
충격에 의한 연기가 걷히고 불청객의 정체가 드러났다.
너저분한 흑발과 날카로운 붉은 눈, 오른쪽 머리에 솟은 뿔 하나. 반대편의 뿔은 흉하니 잘려나가 있다.
야차와도 같은 인상의 마족.
놈은 비틀거리며 우리를 바라보았다.
그를 확인한 진세아가 단검을 꺼내들었다.
“불사의 마족······!”
이 세계에 존재하는 마지막 군단장.
그가 직접 우리를 찾아온 것이었다.
『 죄송합니다. 적의 침입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
『 방어막의 손상률은 3%입니다. 즉시 복구하도록 하겠습니다. 』
『 적성 배제 프로그램을 활성화 하시겠습니까? 』
이 타이밍에 세이비어에 뛰어든 군단장.
그의 주변에는 권속도 다른 마족도 존재하지 않는다.
진세아는 침착했다.
“여기까지 제 발로 와주면 오히려 고맙지. 세이비어, 진격을 멈춘다. 군단장부터 해결한다.”
적진 한가운데 뛰어든 마족.
우리에겐 기회나 다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불사의 마족은 조용히 양 손을 들어 올렸다.
“나는 너희들과 싸울 생각이 없다. 물론 네 놈들도 날 죽이지 못한다. 모든 군단장이 사라진 지금 드디어 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들어라.”
그의 특기인 제약을 발휘한 채.
『 마(魔)를 따르는 자의 권역에 진입하셨습니다. 』
『 제약 : 반경 100km의 모든 생물은 죽지 않습니다. 』
불사의 마족은 담담히 말을 이어갔다.
“이대로 가면 너희 인간들에게 승리는 없다. 어디로가든 파멸만이 존재할 뿐. 마계왕을 쓰러뜨리지 않는 한 바뀌는 건 없다. 그 자의 강대함은 너희들의 이치를 뛰어넘었으니. 그러니 내가 돕겠다.”
그는 손에 묻은 검은 피를 털어내며 말했다.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마족의 피로 보이는 검은 액체가 뚝뚝 떨어졌다.
“구태여 말하자면······. 동맹을 맺자는 거다.”
불사의 마족은 그렇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