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168
168화 새로운 세계의 법도(1)
두루마리의 빛이 역전의 검 위로 쏟아져내렸다.
샤아아——.
30%의 확률.
반대로말하자면 실패할 확률이 70%나 되는 셈이다.
쉽사리 붙을 거라곤 생각치 않는다.
‘······그래도 붙어라.’
성(星)급 아이템의 등급을 올릴 수 있는 기회는 쉬이 찾아오지 않는다.
이 다음 SS급 게이트의 확정적인 공략을 위해서라도 성공해야 했다.
그러나, 화려하게 빛나던 빛은 순식간에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젠장, 실패인가?’
황금색 빛이 점점 옅어지고 있었다. 이번에는 운 스킬도 터져주지 않는 모양이다. 이계 규율과 관련되어 그런 걸지도 모르고.
씁쓸함을 삼키며 검을 다시 집으려는 그때였다.
“?”
파직, 파지지직!
허공으로 터져나오는 붉은 스파크.
동시에 홀로그랭 창 하나가 떠올랐다.
‘설마.’
『 이계규율 네번째 : 초월 간섭 』
눈 앞에서 새겨진 네번째 이계 규율.
『 초월자 ‘잊혀진 영웅’이 해당 차원의 인과에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
『 소수의 초월자들이 해당 결정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
샤아아—!
잿더미 속 희미해져가던 불씨가 타오르듯.
두루마리에서 사라졌던 빛이 치솟기 시작했다.
“오······.”
내 입가에 환한 미소가 떠오른다.
지금까지 내가 확인한 이계 규율은 다음과 같다.
첫번째 업적기록.
두번째 예외 규칙.
세번째 클래스.
그리고 네번째 초월 간섭.
이계 규율이 타차원의 초월자들이 이 세계 간섭할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이러한 능력은 예고되어 있었다.
업적 시스템은 아카식 레코드에 기록된다.
그것은 초월자들이 확인할 수 있고, 나를 주시할 수 있는 계기가 되니까.
『 잊혀진 영웅이 만족스럽게 미소짓습니다. 』
뭐, 이런 식으로 날 지켜보고 있다는 건가.
잊혀진 영웅에게는 한 번 더 도움을 받은 셈이다. 이전에 잊혀진 종족의 기술을 전승 받은 것도 모자라, 강화까지 도와줬으니.
샤아아······.
찬란하게 반짝이는 황금빛이 검 위로 천천히 내려 앉았다.
『 2★ 강화에 성공하셨습니다. 』
『 ‘역전의 검 – 오르티시아’의 형태와 이름, 능력이 변화합니다. 』
한층 더 날렵해진 역전의 검은 에메랄드 빛을 띄고 있었다.
검의 도신은 별빛을 머금은 듯 반짝이고 있었으며 손잡이에선 은은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 능력은 이전과는 또다시 차원을 달리한다.
아이템의 설명을 읽어내려가는 내 입꼬리가 내려갈 줄 모른다.
‘이거 고맙군.’
초월자들은 이 세계에 직접적인 간섭이 불가능하다. 이계 규율이 다리를 놓아줬다지만 그도 상당한 대가를 지불했을 것이다.
초월자임에도 각 차원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마계왕의 경우가 특별한 거다. 아니, 변칙적인 수준이다.
『 아이템 정보 』
– 이름 : 봉인된 별빛의 검 오르티시아
– 등급 : 2★
– 능력치 : 공격력 450
– 특수 효과 : 역전의 기회
– 현재 고유 기능이 봉인되어 있습니다.
등급이 상승하며 역전의 검이 별빛의 검이 되었다.
기존의 300이었던 공격력이 450으로 50% 상승했다.
‘미쳤군.’
그냥 수치만 놓고봐도 에픽을 한참 뛰어 넘은 수치다.
이 세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2★급 무기니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현 시점에서 이것보다 강한 공격력을 가진 무기는 없다.’
웬만한 방어구나 방패는 스킬 없이도 베어낼 수 있단 이야기.
그런데 파괴력보다 신경 쓰이는 게 있었다.
‘고유 기능이 봉인 되어 있다라.’
맨 처음 오르티시아를 손에 넣었을 때와 같다.
혹시나 싶어 홀로그램창의 해당 창을 터치해봤더니.
『 해방 조건 : 최상위 마수를 처치하여 경험치를 획득하십시오. 』
『 필요 경험치는 다음과 같습니다. ( 0 / 100,000,000,000,000 ) 』
‘일, 십, 백······. 배, 백 조?’
실로 어마무시한 수치다.
아니, 평소에는 볼 일도 없는 숫자가 새겨져 있다.
내 경험치가 50만배인 것을 감안해도.
이건 심하다.
최상위 마수가 경험치를 얼마나 주냐가 문제인데.
머릿속으로 대충 계산을 해보던 그때였다.
“흐아악······. 사부님······. 끝났어요······.”
기진맥진 해진 엘리스가 내쪽으로 다가왔다. 어찌저찌 마수들을 다 처치한 모양.
나는 엘리스를 격려했다.
“그래, 하니까 되잖아. 잠깐 쉬어. 이제 몇가지만 더 하고 돌아갈테니까.”
내 말에 엘리스가 마시고 있던 물병을 떨어뜨렸다.
“끄, 끝이 아니라고요······?”
당연한 소리를 한다.
* * *
엘리스가 미래로부터 받았다는 메시지를 대략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 14레벨 일자베기를 사용하지 말 것.
– 매일 우유를 1리터 마실 것.
– 약과는 하루 하나만.
두번째부터는 나한테 하는 말이 아니라, 메시지를 본인에게 하는 말인 것 같은데. 엘리스는 착실하게 모든 내용을 내게 전달했다.
오타를 해독하느라 힘들었다는 영문 모를 말도 건네며.
’14레벨 일자베기······.’
미래에서 사용했을 때에는 딱히 아무런 패널티를 못 느꼈다. 별 다른 위화감도 없었고.
그러나 이곳으로 귀환하고 찬찬히 돌이켜봤을 때.
‘미래의 내가 쓰던 것과 미묘하게 다르다.’
그러한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생각치 못한 패널티가 있을 가능성이 있단 거다.
‘물론 그만큼 강한 힘이 숨겨져 있을 가능성도 있고.’
그렇다곤해도 중요한 상황이 되면 나는 망설임 없이 일자베기를 사용할 것이다.
당장은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
훈련이 끝난 엘리스는 결국 재능을 개화하지 못했다. 그래도 앞으로 한 발자국 정도를 남겨 놓고 있다.
녀석을 은빛의 날개로 돌려 보낸 뒤.
나는 내 집으로 돌아왔다.
여전한 단칸방이다. 에어컨도 없어 여름엔 죽도록 더운 내 방.
먼지가 켜켜히 쌓여 있는 게, 한 달 동안 방치한 티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꾸물, 꾸물.
그런데 방 한켠에서 꾸물대는 무언가가 보인다.
“아.”
오르티마였다.
뀨우······.
나를 확인한 녀석이 망부석처럼 굳어졌다.
방울방울.
놈의 동그란 몸통에서 투명한 액체가 뚝뚝 흘러내린다.
아무래도 우는 것 같다.
토옹!
녀석은 한달음에 내 쪽으로 뛰어 들었다. 강아지처럼 마구 내게 달라붙는다. 나는 녀석을 쓰담었다.
“그래, 그래.”
완전히 잊고 있······지는 않았다. 은빛의 날개에 없길래 집에 있을 줄 알았다.
녀석은 몸을 열심히 움직이며 그간 있었던 일을 설명하려고 했다. 본래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몸짓이 어째선지 이해가 간다.
‘미래의 내가 겪었던 일을 체험해서인가.’
미래에서도 나는 오르티마와 다양한 차원을 넘나들었다. 그러한 경험이 내게 간접적으로 생긴 모양.
어쨌든 요약하자면.
우리가 사라진 뒤 은날의 길드장인 윤지은이 오르티마를 이곳에 데려줬단다.
그 뒤로 쭉 혼자 여기에 있었단 이야기.
한 달이나 되는 시간이었으니, 적은 시간이 아니다.
“고생했다······.”
녀석은 다시 내게로 올라탔다. 어깨의 방어구로 변화해 안착했다. 왠지 모를 안정감이 느껴진다.
미래에 오르티마가 없었던 이유는 오르티마가 죽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차원들 중 한 곳에서 최후를 맞이했다.
이 세계에선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해야겠지.
“그러면······. 나 나름대로 게이트 공략 준비를 좀 할까.”
나는 스마트폰을 들어 잔고를 확인했다.
‘볼때마다 놀라게 되는군.’
200억이 넘는 비현실적인 돈인 내 계좌에 있다.
이 돈이면 준비는 차고 넘치도록 할 수 있다. 시간과 노력은 조금 들여야겠지만.
회귀 전에는 돈이 없어 사지 못했던 헌터 용품과 아이템들이 이제는 굳이 필요가 없어 사지 않는다는 게 우스울 따름.
‘일단은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띠리링.
때마침 스마트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인은 백묵이었다.
협회 마족 사건 이후로 입지를 강화한 그다.
바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지한씨. 백묵입니다. 귀환하셨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통화 괜찮으시죠?
아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소식이 빠르다.
– 이야, 지한씨 덕분에 뭐랄까 굉장히 득을 봤달까요. 단순히 감사하다는 말로 끝내기는 부족하단 생각이 들어서요.
뭐, 내 도움도 있었겠지만 그의 수완이 좋은 건 사실이다.
– 그래서 말인데요. 앞으로 지한씨를 전폭적으로 후원하고 싶습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요. 제 선의로 받아들여주시면 좋겠네요.”
똑똑.
문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 아, 이건 접니다. 문 좀 열어주실래요?
문을 여니 밤바람이 불어왔다.
그 앞에는 정말로 백묵이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고급스런 열쇠가 들려 있었다. 스마트폰을 집어 넣은 백묵은 내 쪽으로 열쇠를 던졌다.
“자그마한 선물입니다. 단칸방에만 계시는 게 마음에 걸려서요.”
뭐야, 집 열쇠인가?
“그리고 이것도요.”
이번에는 조그만 상자를 내밀었다.
그 안에는 차키가 들어 있었다. 차의 종류를 잘 모르는 나도 이게 수입차의 차키라는 건 알겠다.
“전부 선물입니다.”
“······.”
갑작스런 선물 공세였다.
그가 야심있는 인물이란 건 알고 있다. 이런 식으로 나를 구워 삶으려고 하는 것도 물론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주는 것은 마다하지 않는다.
“주신다니 잘 받겠습니다.”
“하하, 좋네요.”
그리 웃은 백묵은 복도의 콘크리트 난간에 몸을 기댔다. 밤하늘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은 오묘했다.
“아시겠지만 많은 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는 게 백묵일 것이다.
그러나 미래에서 백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결말은 대강은 알고 있다.
멸망한 세계에서 그가 세운 나라는 결국 멸망한다.
살아남는 것은 압도적인 강자 뿐이다.
이상과 지략만으로 살아남기는 어려운 세계였다.
백묵은 확신에 찬 목소리였다.
“저는 그 한가운데 지한씨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상 외의 말이었다.
잠시 침묵하던 백묵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 SS급 게이트. 참가하실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요.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그는 내게 종이 하나를 건네었다.
“공략에 참가하는 한 헌터를 감시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정확히는 마족으로 의심되는 인물입니다. 해외의 헌터인데 말이죠······.”
그가 내민 서류에는 러시아의 헌터에 대한 정보가 들어 있었다.
서류를 살피면서 살짝 놀랐다.
‘과연 백묵이라 이건가. 정보력이 장난 아닌데.’
나야 미래의 정보를 알고 있다지만, 그는 독자적인 조사를 통해 알아낸 정보였다.
니콜라이 스미르노프.
러시아 1위의 헌터이자, 철혈의 네크로맨서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의 정체는 최상위 부패의 마족.
동시에 마계왕의 권속이다.
즉, 사도라는 이야기.
한계돌파 퀘스트를 위해 내가 처치해야 하는 적이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이 자가 마족이라면······. 예상치 못한 전투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내 의도를 이해한 백묵이 미소를 지었다.
“오히려 바라는 바입니다. 이 일과 별개로도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얼마든지 말씀해주세요. 진심으로요.”
가볍게 손을 들어 올린 백묵.
“그러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새로운 집 주소는 문자로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는 그대로 복도 너머로 사라졌다.
나는 그가 사라진 자리를 잠시 지켜보다, 방으로 돌아왔다.
백묵의 의도는 확실하다. 나를 자신의 편으로 삼겠다는 거다. 그 의도를 숨길 것도 없이 보여주고 있다.
필요한 게 있으면 전부 말해달라 이거지.
나야 잘 됐다.
한 번 정리 해볼까.
나는 종이와 펜을 들었다.
슥, 슥.
정보는 있지만 내가 직접 가기 어렵고, 획득하기 귀찮은 아이템과 없애야 할 던전들을 적어내려갔다. 동시에 내가 필요했던 물품도 될 수 있는 한 적었다.
이제는 내게 이만큼의 정보가 있단 사실을 밝혀도 상관 없다.
백묵은 오히려 좋다고 내게 지원을 쏟아 부을테니.
백묵이 모르는 것은 하나다.
내가 영원히 그의 아래에 설 일이 없다는 것.
‘그러면······. 더욱 확실하게 준비할 수 있겠다.’
백묵의 사람들을 이용하면 내가 직접 발로 뛰어야 하는 부분이 사라진다. 짧은 시간 안에 더욱 많은 것들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그리하여 공략 준비는 더할 나위 없이 순항.
이제 남은 건 SS급 게이트의 공략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