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17
17화 솔로 플레이(1)
푸른 물방울은 내 의도를 알아채고 빠르게 움직였다.
그 지시를 따라 가니 금세 복권을 파는 가게에 도착했다.
‘복권하면 로또지.’
처음보는 금고의 비밀번호까지 맞히는데, 로또 1등 당첨이라고 못할 건 없지 않겠는가.
‘으음.’
그런데 로또 용지를 들어도 물방울은 요지부동이였다. 이쪽으로 올 생각을 안 한다.
‘로또는 안되는 건가.’
물방울은 즉석 복권이 있는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이제 곧 물약의 효과가 사라질 시간이 된다. 서둘러 즉석 복권을 잡았다.
물방울이 맺혀 있는 복권을 구입해서 긁기 시작했다.
슥슥
주머니에서 꺼낸 동전으로 복권을 긁자 새겨진 그림이 나타났다. 두 개의 그림이 일치하면 당첨인데······.
‘당연히 되겠지.’
재물 획득의 물약이 직접 찍어 준 복권이니까.
그 결과는 당연하게도 당첨.
‘와······.’
그 액수에 내 입이 슬쩍 벌어진다.
– 1천만원
내가 놀람과 동시에 메시지 창이 모습을 들러냈다.
『 스킬 [ 행운 Lv.1 ]을 획득합니다. 』
『 초심자의 행운이 깃듭니다. 운이 좋아집니다. 』
‘응?’
예상치도 못한 스킬 습득이었다. 심지어 ‘행운’ 스킬의 습득.
이건 재능을 뛰어 넘어 운이 좋은 사람만이 획득할 수 있다.
확률성 아이템에서 좋은 결과를 내거나, 좋은 상황을 만들어 낼 확률이 올라간다.
운 하나로 결정되는 승부도 있는만큼, 그 중요도는 말할 수 없다.
‘미쳤네. 미쳤어.’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차오른다.
천 만원에 더해 행운 스킬까지 한 번에 얻었다. 심지어 이렇게 큰 돈을 한 번에 벌어 본 건 처음이었다.
‘C등급 열쇠도 얻긴 했지만, 그건 아직 돈이 아니니까.’
실제 돈이 내 손에 들어왔다는 게 기뻤다. 마음이 든든해진다.
앞으로 헌터 생활을 하며 많은 돈을 벌겠지만, 이건 불로소득이기도 했고. 공짜로 천만원을 얻는 느낌이다.
‘달다.’
행복감에 잠시 젖어 있던 그때였다.
스스스—
자신의 본분을 끝마친 푸른 물방울이 점차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이런······.’
약간 정(?)이 든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아쉬운 마음에 손을 들어 올렸지만 녀석은 무심하게도 그대로 자취를 감췄다.
스읍.
‘아쉽군.’
나는 터덜터덜 복권 가게를 걸어 나왔다.
재물 획득의 물약의 효과는 상상 이상이었다. 집에서 나와 이제 한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많은 걸 손에 넣었다.
산뜻한 복수, C등급 열쇠, D등급 던전의 위치, 백묵과의 연결고리 그리고 복권으로 얻은 1천만원까지.
‘특히 백묵에게 호의를 샀다는 점은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
멸망한 세계의 정보상이라 불렸던 그는 세계가 온전한 지금에도 훌륭한 실력자다. 그가 가지고 있는 인맥 네트워크나 정보력은 대한민국에서 가히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백묵을 활용하면 앞으로의 활동이 한결 수월해지겠어.’
그렇다고 백묵에게 모든 걸 기대할 순 없다. 호의를 얻었다곤 하나 아직 그가 보기에 나는 조금 특이한 헌터일 뿐이니까.
그를 움직이기 위해선 돈과 확실한 이득이 필요하다.
‘하여튼 대단한 효과였어.’
인과역전의 상점이라는 이름이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나는 아쉬운 마음에 상점 창을 다시 열었다.
『 인과역전의 상점 – 소모품 』
– 재물 획득의 물약(일반) : 0/1
– 재능 획득의 물약(일반) : 1/1 ( 1000 Point )
재물 획득 물약의 재고가 0이 되어 있었다.
‘다시 재고를 채울 순 없는건가?’
이곳 저곳 터치해봤지만 반응이 없다. 당장에 방법은 없어보였다.
‘그래도 아직 재능 획득의 물약이 남아 있으니까.’
그 성능 또한 보통이 아니겠지.
구매를 하려면 포인트를 모아야했다. 포인트는 레벨이 잠겨야 쌓인다.
‘지금 내 레벨은 20이고 등급은 D.’
레벨이 잠기려면 C등급인 40레벨이 되어야 한다.
결론은 사냥이었다. 나는 인벤토리에 넣어두었던 종이 한 장을 꺼내들었다.
‘원래는 게이트에 들어가려했지만.’
게이트는 이것저것 귀찮은 게 많다. 길드들이 사전에 예약을 하고 공략하기 때문에 개인이 이용하기 힘들다. 최소 인수 제한 같은 것도 있고.
그러니 사무소를 털고 알아낸 던전의 의미가 더 큰 거다.
‘윤정수 덕에 이득 좀 볼 수 있겠어.’
나는 손에 든 D급 던전 보고서의 내용을 살폈다.
‘내부 마력은 D등급 수준에 마정석이 잠들어 있을 확률이 크다라. 준비를 단단히 해야겠군.’
이건 헌터 사무소장인 윤정수가 숨겨둔 던전이다. 즉, 협회에 등록되지 않았다.
길드가 없는 내게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여기서 레벨업도 하고, 수련도 같이 하면 되겠다. 안에 있는 마정석은 전부 캐오고.’
안에 있는 걸 전부 캐내기만 한다면 1억원도 우습게 벌 수 있지 않을까. 레벨업과 돈을 동시에 벌 수 있다는 게 좋다.
그러려면 적절한 준비가 필수겠지.
나는 그대로 은행으로 향하려다 다시 복권 가게로 발걸음을 돌렸다.
‘행운 스킬도 얻었는데, 복권 몇 개 더 긁어봐야지.’
* * *
전부 꽝이었다. 돈만 날렸다.
‘쯧, 행운 Lv.1로는 효과가 부족한가.’
물론 실망스럽진 않다. 이미 1천만원에 당첨됐으니까.
나는 은행에 들러 복권 당첨금을 받은 뒤, 용산의 상가로 향했다.
용산 상가.
각종 헌터 관련 상점들이 즐비한 성지. 다른 곳과 비교하면 수수료가 다른 곳에 비해 싸다는 장점이 있다.
이곳에서 내가 가진 아이템을 판매하고, 필요한 아이템을 구매할 거다.
‘일단 성장의 마족을 잡고 얻었던 마정석부터 팔아치워야겠다.’
이번에는 마정석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가게에 방문했다.
딸랑~
“어서오십쇼. 무슨 일로 오셨나요?”
문을 열고 들어가자 푸근한 인상의 남성이 나를 반겼다. 나는 인벤토리에서 마정석을 꺼내들었다.
『 경이로운 순도의 마정석(D++) 』
“이걸 팔고 싶습니다.”
“오오!”
마정석을 받아드는 주인의 눈이 빛났다. 돋보기를 사용해 이곳저곳을 살피던 가게 주인이 감탄하며 말했다.
“D등급 게이트에서 보기 힘든 좋은 품질이네요. 마침 저희 가게에서도 딱 이만한 등급의 마정석이 필요했었거든요.”
그는 이것저것 따지더니, 내게 계산기를 내밀었다.
“이 정도면 될까요?”
650만원이다. 내가 예상했던 가격보다 150만원이나 더 쳐줬다. 내가 그래도 시세만큼은 나름 정확히 안다.
과거에 못 먹는 떡 보기라도 하자면서 열심히 조사했었으니까.
‘남는 돈으로 비빔면이랑 한우를 배터지게 먹어도 되겠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내 표정을 살피던 가게 주인이 침음을 흘렸다. 고민하는 모습이 판매를 망설이는 걸로 보였나 보다.
“으으, 알겠습니다. 50만원 더 쳐드릴게요. 부탁드립니다. 저희가 급해서요.”
이내 가게 주인이 스스로 가격을 높였다. 진짜로 물건이 급한 모양이었다. 뭔가 행운 스킬 덕분인 것 같은데.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오세요!”
기분 좋은 거래였다. 은빛 늑대를 잡고 나왔던 작은 마정석 두 개도 팔았다.
마정석과 늑대의 부산물을 판 것만 약 900만원이 나왔다.
여기에 복권으로 당첨된 천만 원을 더하면 1900만 원.
그게 내 전재산이다.
‘후.’
헌터가 벌이가 좋다고 이야기는 참 많이 들었다. 하지만 회귀 전의 나랑은 상관 없는 이야기였다. 밑바닥 중의 밑바닥에는 볕이 들지 않으니까.
지금부터는 다르다.
내가 벌어들이게 될 돈의 액수도 점차 차원이 달라질 것이다.
‘고등급 헌터들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들인단 건지.’
그만큼 헌터 산업이 이 세계에서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거겠지.
뿌듯한 마음이 든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비빔면 살 돈이 없었으니까.
‘아쉽지만 이 돈은 다시 재투자해야 된다.’
이번 던전을 공략하는데 필수적인 아이템들이 있다.
그것들을 사면 수중에 남은 돈은 얼마 안되겠지.
나는 눈물을 머금고 마법 부여 아이템을 파는 가게로 향했다.
거기서 가방 하나를 집어 들었다.
수납 Lv.3이 부여된 가방이었다. 거기에 무게 감소 Lv.1까지.
“아, 그건 5400만원입니다.”
“······.”
직원이 웃는 얼굴로 그리 말한다. 나는 슬그머니 손에 든 마법 가방을 내려놨다.
과연 마법 부여가 된 아이템. 내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이다.
‘수납 인챈트가 걸려 있는 가방을 구매하려고 했는데 가격이 워낙 비싸야지.’
던전의 마정석을 캐내고 옮기려면 가방이 필수다.
‘인벤토리로는 모자라.’
기본적으로 헌터는 모두 인벤토리라는 저장 공간을 얻는데 이곳에 아이템을 자유롭게 보관할 수 있다.
‘내 등급이 B급만 됐어도 그냥 가는건데.’
또 등급이 높을 수록 그 크기가 커진다. D등급 헌터의 인벤토리는 넓지 않다. 크게 잡아도 0.5평 정도다.
사냥 한 번 정도는 상관 없지만, 대량의 마정석을 캐내고 옮기려면 훨씬 많은 공간이 필요하다.
나는 고심 끝에 더 낮은 등급의 가방을 골라 들었다. Lv.1의 수납 스킬이 인챈트 된 가방이다.
“이건 얼마······.”
“그건 1400만원입니다. 고객님.”
잠깐 눈의 초점이 흔들렸지만 결국 구매했다.
필요한 지출이었다.
던전은 한 번 닫히면 다시 열리지 않는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가능하면 한 번에 최대한 많이 옮기는 게 좋다.
‘내 돈······.’
피눈물 나는 구매였다.
이후에 헌터용 곡괭이와 삽도 하나씩 샀다.
헌터용이라는 이름이 붙으면 별 거 아닌 물품도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로프나 랜턴 등 탐사에 필요한 아이템도 미리 구매했다.
– 계좌 잔액 : 78,530 원
“······.”
참 이상하다. 분명 천만 원 넘게 찍혀 있었는데.
그 충격에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메꾸려면 빨리 던전을 공략하는 수밖에 없다.
* * *
인천에 위치한 어느 산 속.
나는 지도에 표시된 위치와 주변을 비교하며 산을 오르고 있었다.
‘이 근처가 맞는 것 같은데.’
비탈길을 쉬지 않고 올라왔지만, 체력 스킬과 능력치 덕분에 조금도 지치지 않는다. 길만 알고 있었다면 뛰어서라도 올라갔을 거다.
약 30분 간 이 산 저 산을 헤메고 다닌 결과.
『 스킬 ‘인지 Lv.10’의 효과가 발휘됩니다. 』
『 해당 스킬의 경험치가 25% 상승합니다. 』
나는 보고서에 표시된 던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진짜 잘도 숨겨 놨네.’
던전 입구는 흙과 나무, 식물들로 절묘하게 가려져 있었다. 보아하니 위장 같은 스킬로 숨겨둔 것 같았다. 그것도 고레벨.
이 경우엔 인식 저해가 일어나 더욱 찾기 힘들다.
‘인지 스킬이 쓸모가 많구만.’
인지 스킬이 없었으면 한나절이 걸렸을 거다.
‘근데 경험치가 25%정도만 올랐네.’
사실상 스킬 레벨을 11레벨까지 직접 올리는 헌터는 없을 거다. 스킬의 최대레벨’만’ 올려주는 아이템은 들어 본 적이 없다. 레벨을 한 칸 올려주는 건 몰라도.
그렇기에 기하급수적으로 많은 경험치를 필요로 하는 걸거다.
‘아니지, 25%면 말도 안되는 속도지.’
애초에 스킬 10레벨을 달성하는 것도 범인의 재능으론 쉽사리 해낼 수 없다.
‘들어가려면 이 풀때기랑 흙을 치워야겠는데.’
인벤토리에서 헌터용 삽을 꺼내들었다.
삽으로 주변을 정리하자, 그제서야 숨겨져 있던 입구가 모습을 훤히 드러냈다. 나는 한 방울 흐른 땀을 닦아내며 허리를 폈다.
‘그래, 이제야 잘 보인다.’
주변과 확실히 비교되는 검은 석재가 입구를 이루고 있었다. 그 크기는 대략 3m 정도. 이만한 크기를 숨겨 놓은게 누군진 몰라도 참 능력자다.
그곳으로 발걸음을 들이기 전.
나는 심호흡을 했다.
‘여기서부턴 정신계 방벽이 존재한다. 무턱대고 들어갔다간 위험할 수 있어.’
이곳은 정신계 마법으로 접근 자체를 원천 차단하고 있었다.
억지로 들어가려고 했다가 정말로 미쳐버리거나, 몇 달을 앓아누운 헌터를 본 적이 있었다.
‘조금씩 들어가면서 버텨야 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 D등급 헌터는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정신 저항 같은 관련 스킬이 있는 C++등급의 헌터가 필요하다고도 했고.
‘그래도 난 괜찮다.’
내게는 정신력 스킬이 있다. 우두머리 늑대의 포효를 참아내며 얻은 정신력 스킬.
즉, 어느 정도는 버틸 수 있다.
『 스킬 ‘정신력 Lv.3’의 효과가 발휘 됩니다. 』
『 정신계 마법에 저항합니다. 』
나는 마음을 굳게 먹고 안으로 한걸음을 내딛었다.
그러자마자 부정적인 사념이 내 정신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이유 없이 심장이 옥죄어지고 온몸이 떨린다. 당장이라도 주저 앉고 싶어진다. 그러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었다.
이건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는 정신계 마법에 불과하니까.
‘천천히. 조급해하지 말고. 천천히.’
버티기만 한다면.
제대로 견디기만 한다면 분명 이겨낼 수 있다.
한걸음, 한걸음.
느릿하게 내딛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크윽.’
심지어는 과거의 기억들이 환청처럼 들려 왔다.
– 이 쓰레기 헌터 새끼가! 괜히 나대지말고 마정석이나 찾아.
– 그 따위로 할 거면 꺼져. 너 같은 새낀 필요 없으니까.
– 남의 짐은 되지 맙시다. F급이면 F급답게 뒤에 짜져 있으란 말이야.
극심한 무력감과 탈력감이 밀려왔다.
재능이 없단 걸 알면서도 포기하지 못하는 F급 헌터.
그 시절의 내가 느낀 부정적인 감정이 파도처럼 나를 휩쓴다.
마치 그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다.
그 결과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 자체를 박살낸다.
‘젠장.’
나도 모르게 다리에 힘이 풀리며 앞으로 넘어졌다. 나는 바득바득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몸부림 쳤다.
정신계 마법.
이는 헌터들에게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신체 능력은 일반인보다 월등하지만, 그들의 정신 또한 그런가?
‘그럴 리가.’
헌터도 고뇌하고, 좌절하고, 쓰러진다. 여느 평범한 사람처럼. 그러나 사람의 내면은 잘 드러나지 않기에 헌터들은 종종 잘못된 우월감에 휩싸이곤 한다.
자신은 강하다고. 일반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신체의 강함이 전부가 아닌데도. 그런 이들은 이런 정신 공격 앞에서 쉽사리 무너진다. 보기 추할 정도로.
그런 점에 있어서 나는 한결 나았다.
‘이런 더러운 기분은······. 진작에 뒤지도록 맛 봤어.’
재능 없는 F급 헌터라고 멸시 받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멸망한 세계를 바라보며 절망도 했었다.
‘그래, 지금의 나는 달라졌어.’
하지만 나는 살아남았다.
그 결과가 지금 아닌가.
나는 무릎을 잡고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동시에 내 시야로 다수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 스킬 [ 정신력 Lv.4 ]를 획득합니다. 』
『 스킬 [ 정신력 Lv.5 ]를 획득합니다. 』
거세게 쏟아지던 부정적인 생각과 잡념들을 몰아내자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허억······. 허억······.”
그것들은 전부 허상이었다.
단단하게 자리 잡은 ‘나’라는 존재를 다시금 느낀다.
‘정신 공격이란 거 쉽지 않네.’
흘러내린 식은땀으로 옷이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래도 이젠 괜찮다. 오히려 정신력 스킬을 키워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었다.
다시금 긍정적인 생각이 고개를 들었다. 순식간에 흐뭇해진다.
‘공짜로 스킬 레벨업을 시켜주고, 완전 수련이 따로 없군.’
나는 몸을 일으켰다.
주변을 둘러보니 기이한 문자가 새겨진 돌벽이 쭉이어지고 있었다. 보통 던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 든다.
‘이미 꽤 안으로 들어왔는데도 몬스터가 없다.’
이것만해도 큰 차이였다. 잠깐, 그렇다는 건······.
‘설마 정말로?’
정신계 방벽이 둘러져 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부터 의심하기는 했다.
‘크윽.’
몇 발자국 더 나아가자, 다시 거센 정신적 반발이 느껴진다. 나는 다시 뒤로 돌아왔다.
그제서야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래, 여기는 그냥 던전이 아니야. 입구부터 비정상적인 수준의 정신방벽도 그렇고, 몬스터가 없는 것도 그렇고.’
추측이 확신이 되는 순간이었다.
‘여긴 D급이 클리어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던전을 발견한 윤정수에게 새삼 감탄한다.
‘윤정수, 이 대단한 새끼.’
아니지, 재물 획득의 물약이 대단한 건가? 어쨌든 윤정수 본인은 몰랐겠지만 이곳은 나중에 꽤 유명한 던전이 된다.
‘여긴 보통 헌터는 공략할 수 없는 던전이니까.’
보고서에는 C급 최상위 이상의 헌터가 접근 할 수 있다고 되어 있었는데 그건 입구의 첫번째 구간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였다.
앞으로 몇 개의 더 강력한 정신 방벽과 함정이 존재한다. 심지어 순차적으로 강해진다. 그 앞에서 대부분의 헌터가 발을 돌리게 된다.
‘그건 S급 헌터도 쉽게 돌파할 수 없을 정도.’
그리하여 이 던전을 차지하는 자는 헌터가 아니다.
바로 마족이다.
이 던전의 끝에는, 마족 군단장 중 하나가 사용하던 아이템이 잠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