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174
174화 전쟁의 판도(2)
예언의 마족과 검의 마족.
그들은 맹수왕으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고 있었다.
예언의 마족은 고급스런 가죽 소파에 몸을 기댄 채 최상급의 과일을 입에 던져 넣었다.
여유로운 예언의 마족에 비해, 검의 마족은 어딘지 불편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쯧, 초맹림계의 지배자라는 작자가 줏대도 없군.”
“하하, 그런 무위를 보여주면 누구라도 쫄 걸요.”
검의 마족의 불만과 달리 맹수왕은 고분고분하지 않았다.
듣도보도 못한 마족이란 놈들이 나타나서, 초맹림계를 멋대로 주무르겠다는데 가만히 있을 왕이 어디에 있겠는가.
물론 그러한 반항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경이로운 수준의 실력 차이 앞에서 맹수왕은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마족들의 제안은 맹수왕에게도 나쁜 제안은 아니었다. 마계왕에게 충성을 맹세하기만 한다면 새로운 힘인 ‘마기’를 주겠다는 제안.
그건 초맹림계를 완전히 장악하고 타차원까지 손을 뻗을 수 있는 기회였다.
“뭐, 권속을 늘렸으니 좋다쳐도. 지금 당장 대적자를 치러가지 않는 이유는 뭐지?”
자신의 은발을 만지작거리던 검의 마족이 예언의 마족에게 물었다.
SS급 게이트로 넘어오며 상당한 능력의 손실이 있었던 건 맞지만, 그럼에도 검의 마족이 느끼기에 전력차는 압도적이었다.
자신들은 수 없이 많은 차원을 지배해 온 최상위 마족인데 반해 대적자는 한낱 인간.
“신중을 기하자는 의도는 알겠지만······. 그게 오히려 놈들에게 대항할 기회를 주는 게 아닌가?”
“그것도 맞는 말이네요. 하지만 신기하게도 저희는 아직까지도 모른단 말이죠.”
“뭘 말이냐.”
허공에 떠오른 시스템 창을 만지작 거리던 예언의 마족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적자의 능력이요. 이해가 안가요. 그래서 더 흥미로운거지만.”
“검을 사용하지 않던가. 그렇다면 내 상대는 아니다.”
“다른 무기도 쓰더라니까요? 부패의 마족으로부터 받은 영상인데, 한 번 보실래요?”
예언의 마족이 보여준 영상에는 항마의 활을 사용하는 이지한이 담겨 있었다. 상위 환상의 마족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바로 그 장면.
“······.”
검의 마족의 눈썹이 올라갔다.
“근데 이거 한 번 사라졌던 기술이거든요. 약소 종족이 사용하던 쓰레기 기술. 근데, 그게 대적자의 손을 거치니······. 마족을 죽이는 치명적인 기술이 된거에요. 대단하지 않나요?”
예언의 마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입가에는 시원한 미소가 맺혀 있었다.
“대강 짐작은 가요. 더 나은 수준의 능력 복사라던지. 확실치는 않지만요.”
초맹림계의 지형이 담긴 지도 앞에 섰다.
“대적자의 행적은 꽤 베일에 쌓여 있었어요. 말하자면 신출귀몰. 우리 입장에선 최근에서야 모습을 드러낸 셈이죠. 아, 정확히는 우리 마족이 대적자에게 관심을 가진 게 최근이라는 말이 맞겠지만요.”
그는 맹수왕을 본따 만든 말을 지도의 중앙으로 옮겼다.
“그러니까 정보 수집입니다. 제 예언이 어디까지 통하나 시험도 해보고, 대적자의 수준도 가늠해보는 거죠.”
철저한 분석과 예언을 필두로한 압도적인 승리.
“네가 그렇다면 그런거겠지.”
검의 마족은 못내 고개를 끄덕였다.
예언의 마족 앞에서 쓰러진 영웅의 수가 헤아릴 수 없다. 마족에게 저항하던 그 어떤 존재도 그의 앞에서 쓰러졌다.
그의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그때였다.
“마족들이시여, 부하들의 준비가 끝났습니다.”
맹수왕이 방 문을 열고 들어왔다. 백호였던 그의 털은 마기로 완전히 물들어 검게 변해 있었다. 그의 몸에서 마기가 아지랑이처럼 피어나 신비한 느낌을 자아낸다.
“이야, 마기 적응력이 뛰어나네요. 굉장히 잘 어울리네요. 랭크가 한단계는 올라갔을지도 모르겠네요.”
“이질적이긴 하지만 적응하니 오히려 힘이 샘솟는 것 같군.”
“좋네요. 그럼 부하들을 한 번 보러갈까요.”
뒷짐을 진 예언의 마족이 맹수왕을 따라 방을 나섰다.
맹수왕의 땅 아래에 도열한 야수 병사들의 모습. 모두 마기에 의해 광폭화 된 상태였다.
검은 마기와 붉은 눈.
그들은 당장 싸우고 싶어 안달이 난 것 같았다.
“분명 부족 인간들은 제대로 된 무기도 없다 그랬었죠?”
“그렇다.”
“압도적인 싸움이 되겠네요. 대적자가 어떻게 나오나 한 번 보자고요.”
예언의 마족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크아아아—!
그것을 확인한 맹수왕이 크게 울부짖었다. 마력이 실린 흑호의 울음소리가 병사들을 움직였다. 무질서하게 밀림으로 나아가는 병사들.
그들의 붉은 안광이 밀림의 어둠을 가르며 빠르게 나아가기 시작했다.
* * *
『 쇠락한 신궁(神弓)이 당신을 바라봅니다. 』
초월자란 무엇인가.
그 대답은 미래의 내가 겪었던 무수한 차원 속에 있었다.
‘신이라고 불리는 자들도 초월자의 한 종류.’
그들은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고 숭배 받기를 원한다. 그래야만 초월자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영향력이란 세계에 대한 간섭.
신탁이나 예언을 주거나, 직접적으로 세계를 변화시킨다.
‘초월자들마다 목표는 다르지만······.’
결국에는 그러한 힘이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세계에 조금도 간섭할 수 없게 되는 거다.
내가 가진 초월의 코인은 그러한 초월자의 힘이자 영향력 그 자체.
따라서 유적에 잠들어 있던 신을 깨우는 방아쇠가 된 것이다.
“어, 어······?”
콰아앙—!
강렬한 빛은 이내 한줄기 벼락이 되어 렘을 향해 쏘아졌다. 당황한 윤서현이 급히 보호막을 만들었지만 그럴 필욘 없다.
『 쇠락한 신궁(神弓)이 무녀 렘의 몸에 깃듭니다. 』
그가 우리와 대화하고 싶은 것 뿐이니까.
렘이 천천히 허공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녀의 눈이 새하얗게 빛나기 시작하고, 거대한 격의 급류가 유적을 채워나갔다.
빛무리가 파도처럼 흘러 유적 내부를 뒤덮는다.
“괘, 괜찮은거죠?”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격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윤서현의 표정이 좋지 않다.
『 레전더리급 스킬 ‘영웅의 격 Lv.6’를 발휘합니다. 』
강림한 게 아니라 그저 빙의 했을 뿐인데도 이만한 격이다.
허공에 떠오른 렘의 고개 천천히 돌아간다.
이윽고 그녀의 입에서 격이 실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타차원의 필멸자여. 어째서 나를 깨웠는가. 】
그 목소리에 담긴 격이 전신을 관통한다.
【 내게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나는 몰락한 신. 줄 수 있는 것이 없다. 】
렘의 입을 빌어 말하는 초월자. 본체를 직접 마주하는 게 아닌데도 굉장한 압력이다.
줄 수 있다는 게 없다지만 녀석은 부름에 응했다.
내가 던져 넣은 초월의 코인 탓이겠지만.
그만큼 받아놓고서 입 닫을 생각을 하면 안되지.
나는 고개를 들고 입을 열었다.
“네가 가진 기술을 배우고 싶다.”
【 ······. 】
그 말을 들은 초월자는 잠시 침묵했다.
【 의미가 없다. 기술은 사라지고 잊혀졌다. 알려 준다 해도 인간의 수준으로는 구현해 낼 수 없다. 】
“그건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알려주기나 해라.”
【 조잡한 모조품에 불과하다. 도움이 될 리가 없다. 】
답답한 녀석이군. 그런 내 심정을 대변하듯 메시지가 올라왔다.
『 잊혀진 영웅이 몰락한 신궁을 비웃습니다. 』
『 소수의 초월자들이 이지한의 업적을 가리킵니다. 』
『 이계의 찬탈자가 몰락한 신궁의 아둔함을 한탄합니다. 』
몰락한 신궁은 초맹림계의 초월자.
초월의 코인으로 방금 막 불러냈으니 내 업적을 모르는 게 당연하다.
즉,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모른다.
그래도 다른 초월자들이 이렇게 직접 개입해 줄 줄은 몰랐다. 이계의 찬탈자? 새로운 초월자인가?
초월자들의 비난이 쇄도하자 몰락한 신궁의 얼굴이 굳어졌다.
【 이게 대체······. 이해가 안가는군. 】
나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기술이나 전수해라. 그게 네 부족을 살리는 일이다.”
고민하던 신궁은 고개를 끄덕였다.
【 그걸로 충분하다면 그리하지. 이 아이에게 새겨두겠다. 타차원의 필멸자여.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구나. 】
모르겠다면 직접 봐라.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 ······지켜보겠다. 】
『 몰락한 신궁의 간섭이 약해집니다. 』
유적을 둘러싸고 있던 격이 잦아들고, 빛무리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부유했던 렘이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왔다.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초월자라······. 신기하네요. 어쨌든 이걸로 된거죠?”
윤서현이 앞으로 다가가 렘을 받아들었다.
그때였다.
“모두 살아계셨군요!”
부족 소년 하나가 급하게 유적으로 들어왔다. 렘을 확인한 소년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자, 잠깐 무녀님은 괜찮으신겁니까?”
“잠든 것 뿐이에요.”
소년은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래서 무슨 일입니까?”
야수 병사들이 위치한 이곳까지 왔다는 건 꽤 중요한 일이란 건데.
“아, 맹수왕의 군대가 움직임을 개시했습니다.”
내가 아는 것보다 더 빠르다. 예언의 마족이 일부러 한발자국 빠르게 움직인 모양이다.
녀석에게는 예언의 능력이 있으니 내가 알고 있는 미래가 바뀌는 게 특별하진 않다.
“빠, 빨리 대비를······.”
윤서현이 품에 있던 렘이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정신을 차린건가.
신궁이 사용하던 기술.
그건 렘이 얻었을 거다.
그러면 이제 이곳에는 볼 일이 없다.
“필요한 건 얻었으니 돌아가죠.”
* * *
“합류한다고 연락을 준 길드는 일본, 미국, 한국의 다른 길드들 정도네요. 나머지 국가들은 따로 행동한답니다.”
아스카할 부족이 위치한 마을에 헌터들이 모여들었다.
‘애초에 모든 국가가 협력하는 건 불가능하다.’
세계 최초의 SS급 게이트 공략.
당연히 단순한 게이트 클리어 이외에도 조사, 채집 등의 다른 업무도 포함 된다. 여기서 우위를 점하는 국가가 이후의 게이트 공략을 주도하게 되니까.
마족이라는 공통의 적이 있음에도 아직 인류는 하나가 아니다.
‘세계가 멸망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으니 당연하다만.’
마을에는 부족의 전사들과 헌터들이 섞여 있었다.
근처의 통나무에 앉아 있던 엘리스가 나를 발견하고 뛰어왔다.
“사부님! 반가워요!”
“그래, 다들 모인거야?”
“오고 있어요. 오면서 마수를 몇 마주쳤는데 마족이 깊게 관여한 향기가 나네요.”
대답한 것은 은날의 길드장 윤지은이었다.
주변을 둘러보던 윤지은의 눈이 가늘어졌다.
“잠깐, 세아는요?”
이번에는 은빛의 날개가 아닌 내 옆에 딱 붙어서 공략을 하기로 했었다.
입장때부터 갈라져서 어디에 있는진 모른다.
“모릅니다. 맹수왕의 보물창고를 털었다는 정보는 들었습니다. 세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겁니다. 마음 먹고 숨으면 저도 못찾으니까요.”
“그래요, 어쩔 수 없죠······.”
손톱을 잘근잘근 씹는 윤지은.
하이텍트 회장의 압력이 꽤 센 모양이다.
미래에서 훈련을 마친 진세아의 능력을 제대로 알면 고민이 안 생길텐데······
“준비 끝났습니다. 다른 부족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헌터들은 얼추 모였고, 부족의 전사들은 전부 준비가 끝났다. 내가 나눠준 무기를 온 몸에 걸친 그들은 완벽한 병사였다.
“오르티마.”
나는 어깨의 보호구로 변해 있던 오르티마를 바닥에 던졌다. 녀석과 함께 하는 오랜만의 사냥이다.
녀석은 기쁜 듯 튀어 오르더니 자신의 모습을 변화시켰다.
쿠구구구······.
거대한 크기의 목룡이 몸을 일으켰다.
“우와, 뭐야?”
“대, 대단한데······.”
“엄청난 크기다.”
부족의 전사들이 각자 놀라며 한걸음씩 물러섰다.
나는 목룡으로 변한 오르티마의 위에 올라탔다.
“렘, 너도 올라와라.”
“나도? 우앗!”
렘까지 태운 목룡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리자 밀림의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대단해. 여기라면 지휘하기에도 적격이겠어.”
저 멀리 맹수왕이 위치한 협곡이 희미하게 보인다. 불길한 마기가 섞인 바람이 내게로 훅 끼쳐왔다.
“렘, 너희의 신으로부터 스킬을 받았을텐데.”
“응. 근데 그리 대단한 스킬은 아니야. 지금 필요해?”
나는 검을 들어 올렸다. 에메랄드 빛의 검이 별빛을 머금은 듯 반짝였다.
“아니.”
당장은 필요치 않다.
“지금은 그냥 봐둬라.”
나는 목룡의 머리 앞쪽으로 발을 내딛었다.
“너희가 상대할 적이 얼마나 강한지.”
검을 쥔 손에서 푸른 마력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자세를 취했다.
14레벨 일자베기.
원근을 무시한 참격을 날릴 수 있는 필살기.
미래에서 이걸 사용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받은 참이다.
필시 엘리스의 시간 조작으로도 회복이 불가능한 패널티가 있는 거겠지.
이에 대해 고민한 결과, 답은 이렇다.
‘문제가 되는 건 각성 14레벨 일자베기다.’
그게 아니라면 미래에서 사용했을 때 바로 알아 차렸을 거다.
그런고로, 14레벨 일자베기는 굳이 아껴 놓을 필요가 없다.
『 레전더리 스킬 ‘일자베기 Lv.14’를 발휘합니다. 』
밀림 너머 희미하게 보이는 협곡.
그 위에 올라선 맹수왕의 성.
푸른 빛의 선명한 선이 사선으로 협곡을 가로지른다.
그대로 무너져 내려야 했을 성이지만.
쿠구구구구······.
무너지는 건 목표에서 한참 벗어난 장소다. 산사태와 함께 형체를 잃고 무너지는 협곡. 뒤늦게 흙먼지가 솟아오른다.
‘검의 마족인가.’
물론 임팩트는 충분했다.
렘은 눈을 깜빡인 채 말을 더듬을 정도였다.
“저······. 저거······. 그쪽이 한거야······?”
“저쪽에서도 공격이 온다.”
마기로 둘러쌓인 검기가 이쪽을 향해 쇄도한다. 나는 별빛의 검을 들어 검기를 막아냈다.
콰아아아앙!
타재간파의 서를 발휘하고서야 막을 수 있는 강렬한 일격.
무식하게 강하다. 검기를 받아낸 손이 저릿저릿하다.
‘이게 최상위 마족의 힘······.’
쿠과과과과······.
이번에는 내 뒤쪽 멀리에 위치하던 산이 천천히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얼빠진 표정의 렘은 말을 잃어버렸다.
방금의 일격으로 깨달았을 거다.
지금부터 펼쳐지는 건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은 싸움이다.
한마디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승부.
“······.”
“각오해야 할 거야.”
이것을 신호로 부족민들의 함성이 들려 온다.
동시에 맹수들의 울음소리가 저 멀리서 아득하게 들려 온다.
“이기려면 정신 똑바로 차려야하니까.”
각자의 목적을 위한 전쟁이 지금 시작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