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175
175화 전쟁의 판도(3)
맹수왕 아한발타제.
땅에 검을 박아 넣은 그의 얼굴은 일그러져 있었다.
쿠구구구······.
비록 성에서 떨어진 장소라곤 하나 협곡이 통째로 무너져 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외인 중에 저만한 힘을 가진 자가 있었단 말인가······?’
맹수왕은 과거 외인을 몇 번 마주한 적 있었다. 모두 입만 산 잔챙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방금 그 일격은 본질적으로 무언가가 달랐다.
그의 등 뒤로 차가운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마족들이 없었다면 성째로 무너졌겠군.’
지형을 바꿔내는 검격 대단하나, 이쪽에 있는 마족의 실력도 범상치 않았다.
은발의 마족.
분명 검의 마족이라고 했던가.
검격의 궤도를 틀어버린 뒤, 바로 반격을 날렸다. 그녀의 검기는 저 반대편의 산을 무너뜨렸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검술이다.
마기를 습득하기 이전이라면 패배를 받아들이는 게 최선이었으리라.
그러나 지금은 맹수왕에게도 마기가 있다.
부하들에도 마기를 잔뜩 뒤집어 썼으니, 승리는 손에 넣은거나 다름 없었다.
분명 그럴텐데······.
급히 달려와 상황을 보고하는 부하들의 소식이 그다지 반갑지 못했다.
“맹호 부대가 탈란 늪에서 대치 중입니다. 인간들의 반격이 거센 모양입니다.”
“늑대 부대가 아흐렌 부족의 접경 지역에서 전멸했습니다.”
“맹아 부대와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북쪽에 있던 보물 창고가 털렸습니다.”
죄다 안좋은 소식 밖에 없었다.
분명 압도적으로 부족민들을 쳐부수고 있어야 할 수하들이 패배를 거듭하고 있었다.
“뭐? 말이 되는 소리를······. 마족들이시여 이게 어떻게 된겁니까?”
이를 악무는 맹수왕의 어깨에 예언의 마족이 손을 올렸다.
“진정하고 여기를 좀 봐요. 부족민들은 무장을 못 했다고 들었는데. 이건 아무리 봐도 유니크 아이템을 둘둘 두르고 있는 것 같은데.”
예언의 마족이 사역마를 통해 보여준 화면에는 부족민들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맹수왕의 눈에 실핏줄이 돋아났다.
‘이럴 리가······. 이런 무기와 장비들이 대체 어디에서······?’
아이템과 자원은 철저히 관리하고 있었을 터. 숨기고 있는 것도 불가능하다.
“음, 반응을 보니 예상도 못했나보네. 대적자의 짓인가.”
예언의 마족이 손가락을 튕기자, 검의 마족이 코웃음을 쳤다.
“대적자가 무슨 초월자라도 되나보군.”
“······. 진심으로 한 말이에요. 여기까지 내다보고 무기를 준비해 온 건지 뭔지는 몰라도······. 하여튼 진짜 신기하네요.”
흥미롭다는 듯 미소를 짓는 예언의 마족.
반면 맹수왕은 죽을 맛이었다.
‘젠장, 이 마족 새끼들. 네 놈들만 믿고 나는 전 병력을 쏟아부었단 말이다. 그런데 뭐, 신기하네? 빌어먹을······.’
힘의 차이만 아니었어도 진작에 찢어 발겼을 놈들이다.
다행히 패배 소식만 있는 건 아니었다.
처음의 패배는 부족민들의 전력을 파악하지 못했기에 발생한 해프닝.
이어지는 전쟁의 양상은 호각.
그러나 그것도 맹수왕에게 있어선 치명타였다.
압도적으로 쓸어 버려야 할 벌레 놈들과 호각이라니.
이래선 자신의 명성에 금이 가는 게 당연했다.
끄응.
앓는 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순간.
“거, 표정 좀 폅시다.”
예언의 마족의 마기가 맹수왕을 짓눌렀다.
“커허억!”
두개골이 바스라질 것 같은 압력에 맹수왕은 몸을 제대로 가눌 수조차 없었다.
“끄으윽······.”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지금 우리가 벌레보다 못한 널 지켜주고 있는 겁니다. 지금 당장 대적자가 여기로 쳐들어와서 네 목을 딴다음에 사라져도 이상하지가 않다고요.”
그 말은 사실이었다.
실제로 이지한이 단숨에 쳐들어오지 못하는 것은 최상위 마족 두 명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예언의 마족은 맹수왕을 깔고 앉았다. 그의 낮은 목소리가 경고하듯 맹수왕의 귀에 들려왔다.
“그러니까 조용히 지켜보기만 합시다. 예언은 우리의 승리를 가리키고 있으니까.”
* * *
부족민들을 도와 맹수왕 토벌에 함께한 길드는 일본의 류구와 미국의 넥스트 길드였다.
촤아악!
“계속해서 나아갑시다.”
특히 류노스케와 신태양의 활약이 눈부셨다. 두 검사의 화려한 검술이 맹수들과 밀림의 나무들을 통째로 베어내었다.
“우리 둘 의외로 합이 잘 맞는 것 같지 않아요?”
“동의합니다. 몇 번 맞춰보지도 않았는데······.”
부족민들이 근처 지형을 안내해 준 덕분에 훨씬 수월한 공략이 가능해졌다. 처음보는 장소임에도 검만 휘두르면 되니, 효율적일 수밖에 없었다.
“크르르르! 막아라!”
“그르르······. 놈들을 죽여라!”
광폭화한 수인들이 침을 질질 흘리며 달려 들었지만,
두 사람의 검 앞에선 한 걸음을 채 걷지 못하고 쓰러졌다.
『 동료 신태양이 ‘백화요란 Lv.10’을 발휘합니다. 』
꽃잎처럼 흩어진 푸른 검기가 맹수들의 몸 속에서 폭발하듯 터져나왔다.
『 동료 류노스케가 ‘전광석화 Lv.9’를 발휘합니다. 』
빛살처럼 쏘아져나간 류노스케의 검이 어느새 수인의 목을 꿰뚫었다.
다른 장소의 상황도 좋았다. 맹수왕의 부하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그 모든 상황을 높은 장소에서 지켜보던 이지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본부의 텐트로 들어가니, 전장의 정보가 한층 더 일목요연하게 모인다.
“데리마 부족 진영에서 승리!”
“탈란 늪에서 현재 대치 상태입니다.”
“아라민 부족에서 지원 요청입니다!”
생활양식이 얼핏 문명화 되지 않은 듯하지만, 실제로는 마석을 이용한 통신 시스템이 활발히 사용되고 있었다.
사령탑인 무녀 렘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생겨났다.
“나쁘지 않아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아요.”
광폭화한 마수를 상대로 이리 잘 싸울 줄이야. 헌터들은 그렇다쳐도, 부족민들의 실력이 내 예상보다 훨씬 좋다.
“문제는 이걸로 끝이 아니라는 거지만요.”
입술을 깨문 렘이 나를 슬쩍 바라봤다. 검의 마족과 예언의 마족은 아직까지 참전하지 않은 상태.
당장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것 같은데.
“뭐, 그 부분은 신경쓰지마. 내가 해결할테니.”
계속해서 몰아붙이다보면 놈들 쪽에서 먼저 움직일 거다. 내가 굳이 놈들의 입 속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다.
“다만 장기전이 되면 우리 쪽이 불리할 거야.”
마족들이 잘난듯 말하는 종족의 상성이란 개념이다. 실제로 수인들은 인간에 비해 체력이 좋다. 감각도 예민하고.
나는 밀림의 내부가 그려진 지도 앞으로 이동했다.
“결국 맹수왕을 빠르게 처치하는 게 승부의 열쇠가 되겠지.”
성이 그려진 장소.
거기까지 도달하는 건 어렵지 않다.
윤서현의 공간이동으로 충분히 돌파가능하다.
문제는 어떻게 두 명의 최상위 마족을 상대하느냐.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상대.’
멀리서 마주한 검격이 그 정도였다.
솔직히 말해 지금 수준으로는 이길 수 없다.
‘부패의 마족도 뭔가 꿍꿍이가 있는 모양이고.’
언데드 병사들을 움직이지 않은 채 대기하고 있다. 그 위치가 참으로 수상하다.
아군이라면 든든한 위치지만, 적이라고 생각하면 언제든 쳐들어 올 수 있는 자리.
후방은 믿을 수 있는 윤지은과 윤서현에게 맡겨두기로 하고.
‘그렇다면 내가 해야할 건······.’
나는 텐트 바깥으로 나왔다.
“뭐야?! 어디가?”
렘이 허겁지겁 뛰쳐나왔다. 모든 부족을 통솔해야 하는 그녀는 오래 자리를 비울 수 없다.
“초월자로부터 배웠던 그 스킬. 지금 나한테 전수해라.”
“그거야 어렵지 않은데. 이제부터 어쩔 셈인데?”
어쩌기는.
수련이다.
* * *
“사부님, 저희는 어디로 가는 건가요?”
나는 엘리스를 데리고 전장으로 뛰어 들었다.
“밀리고 있는 지역을 돕고, 경험치를 쌓으려고.”
더불어 엘리스의 재능도 얻게 해야한다.
『 대상 엘리스의 재능 ‘리미트 해제’의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 ‘마수 2000 마리 사냥’ 혹은 ‘높은 수준의 감정 고양’ 』
두번째는 억지로 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고.
결국 첫번째 마수 2천 마리 사냥인데. 녀석은 벌써 1900마리가량 잡았다.
그간 열심히 구른 결과가 나온 거다. 녀석이 리미트 해제에 성공해야 스킬 향상 반지의 강화를 할 수 있다.
그전까지 나도 별빛의 검에 경험치를 쌓아야 한다
여기까지 오며 처치한 마수를 제외하니,
남은 마수의 수는 약 300마리.
크르르르······!
어둠 속에서 번뜩이는 붉은 눈이 포착되었다.
엘리스의 권총이 그 즉시 불을 뿜어냈다.
마력이 실린 탄환은 빠르게 나아가 마수의 미간을 꿰뚫었다. 이전보다 섬세하고 강한 마력이 압축되어 있는 게 느껴진다.
파아앙!
“좋은데.”
“감사해요! 세아양이랑 특훈한 성과가 있나봐요!”
『 타재간파를 활성화합니다. 』
투두두두!
엘리스와 함께 근처에 보이는 마수들을 쓸어 버리며 전진했다.
얼마지나지 않아 앞쪽에서 환호성이 들려왔다.
포위되어 있던 부족민들과 헌터들이었다.
“지원이다! 지원이 왔어!”
“조심하세요! 놈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탈란 늪.
발이 푹푹 빠지는 늪 지형도 문제지만, 나무를 자유롭게 타고 이동하는 맹수들이 활약하기 좋은 장소다.
“가라, 오르티마.”
나는 오르티마를 풀어놨다. 목룡으로 변한 녀석이 밀림의 나무들을 쓸어버리며 전진했다.
수인 놈들이 올라타서 발톱과 이빨을 마구 휘두르지만, 나무로 된 목룡을 긁어봤자 데미지는 미미하다.
그에 따라 아군의 사기가 올라가는 건 덤이다.
“오오오!”
“우리도 따라가!”
촤아악, 촤악!
도망치는 맹수왕의 수하들을 쫓아 앞으로 나아간다. 이쪽 전선까지 확대해 놓는다면, 당분간 우리가 밀릴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자, 잠깐······!”
“놈들이 엄청나게 옵니다······!”
“이거 함정이었나본데요?!”
정신 없이 놈들을 추격하던 전사들과 헌터들이 멈춰섰다.
좌우를 포위하듯 숨어 있던 수 백 개의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번뜩인다. 우리를 끌어들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던 게 틀림 없다.
“아뇨, 함정이 아닙니다.”
나는 조용히 검 위로 마력을 불어 넣었다. 당연히 함정이 아니다. 내가 알고 들어 왔는데 함정일 리가 없다.
“그게 뭔 소리입니까? 누가봐도 완전히 우리가······.”
땅을 박차고 공중으로 뛰어 올랐다.
『 스킬 ‘공중 기동 Lv.11’을 발휘합니다. 』
마력에 의해 몸이 붕 떠오른다. 어둠 속에 있는 마수들을 향해 뛰어들었다. 별빛의 검이 녹빛의 잔상을 흩뿌리며 마수들을 차례차레 베어냈다.
촤좌좌좌자—!
검에 닿자마자 방어구와 통째로 잘려나가는 마수들.
『 타재간파 특수 스킬 ‘신속(神速) Lv.11’의 효과로 스피드가 올라갑니다. 』
전투를 거듭하며 상승한 스피드다.
놈들의 속도로는 나를 따라잡을 재간이 없다.
“크아아아!”
“잡아! 저 놈을 잡아라!”
“불가능합니다······! 크르르!”
이어지는 건 그야말로 학살에 가까운 사냥.
『 경험치 ‘59,151,000,000’을 획득합니다! 』
『 경험치 ‘63,436,000,000’을 획득합니다!
『 경험치 ‘86,001,500,000’을 획득합니다! 』
···
..
.
『 별빛의 검에 막대한 양의 경험치가 깃듭니다. 』
50만배가 된 경험치가 별빛의 검 위로 남김 없이 흡수되고 있었다.
“허······.”
“저 헌터 이름이 뭐라고?”
“내가 뭘 본 거냐······.”
사냥이 끝났을 때 남아 있는 마수는 없었다. 늪 전체가 놈들의 피로 붉게 물들었다. 긴장감 속에서 힘이 풀린 헌터들은 바닥에 주저 앉았다.
탈란 늪의 전투는 우리쪽의 완전한 승리다.
그러나 중요한 건 따로 있었다.
나는 별빛의 검을 바라보았다.
“드디어 채웠다.”
50만배 경험치임에도 하루 동안 꼬박 사냥을 했다. 그러고 나서도 한참 사냥을 해야만 도달할 수 있는 말도 안되는 경험치량.
이 세계의 기준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수치였다.
그래도 결국에는 달성했다.
『 100,000,000,000,000 의 경험치를 모두 채우셨습니다. 』
자그마치 백 조라는 어마어마한 경험치를 전부 모았다.
샤아아—!
별빛의 검이 환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 봉인된 별빛의 검 오르티시아의 봉인이 해제 됩니다. 』
『 고유 기능이 해제 됩니다. 』
그 결과는.
당연하게도 대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