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176
176화 전쟁의 판도(4)
맹수왕을 따르는 수인 병사들.
마기를 받아 광폭화한 그들은 더욱 야성적이고 난폭해져 있었다.
“크윽, 이 자식들! 거칠구만.”
“버프 내쪽으로 몰아줘, 앞 놈부터 뚫어낸다!”
그러나 숱한 전투를 경험해 온 헌터들의 노련함은 그들의 야성을 뛰어 넘었다.
“내가 어그로를 끌테니, 후방 지원 부탁해!”
이성을 잃은 채 달려드는 수인들. 그들은 헌터의 도발 스킬에 이끌려 무작정 달려들기만 했다.
“으아아아!”
콰아앙!
미국의 탱커 데이비드가 큰 방패로 달려든 수인 병사들을 막아섰다. 다섯이나 되는 수가 마구 발톱을 휘둘러대지만, 그의 튼튼한 방패를 뚫기엔 역부족이다.
“이놈들아, 고작 그걸로 되겠냐?”
슈우우우—! 콰아앙!
이어서 뒤쪽에서 날아드는 전격과 불길이 수인 병사들을 헤짚어 놓았다. 전열과 후열의 역할이 잘 분배된 전투였다.
“크아아!”
“크르르······! ”
“도망쳐라!”
광폭화의 여파에도 야수 병사들이 이성을 완전히 잃어버린 것은 아니었다. 상황의 유불리 정도는 따질 수 있는 자들이 먼저 밀림 속으로 도망쳤다.
나머지는 헌터들의 스킬과 칼에 허무하게 쓰러졌다.
“좋았어! 다들 잘했어.”
꽁무니를 빼는 수인들을 바라보는 미국의 헌터들. 그들의 입가엔 승리의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뭐, SS급 게이트도 별 거 없구만.”
“이대로면 맹수왕이 있는 성까지 금방 도착하겠어요.”
“조심해야 할 건 마족 정도인가.”
그들도 사전에 마족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다.
실제로 마주한 적은 없었지만, 이대로라면 마족이 나와도 문제 없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미국의 길드 넥스트.
그 중에서도 2군에 속하는 헌터들이지만, 실력 자체는 1군에 비교해도 크게 뒤쳐지지 않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조사팀은 잘하고 있지?”
“후방은 이상 없다네. 이곳 지리와 마력 농도, 생태 파악 하느라 정신이 없다네.”
“누구는 죽어라 싸우는데, 팔자도 좋아.”
“진작에 탐구 스킬을 얻었 놓을 걸 그랬어.”
그리 잡담을 주고 받으며 나아가는 그들의 앞.
스으으으······.
검은 마기를 뿜어내는 검은 곰 한마리.
몸에 갑옷을 걸치고 있다 보는 게 맞을 듯한 차림새였다.
어찌되었든 헌터들에겐 일반 마수나 다름 없게 느껴졌다.
“어이쿠, 또 나타났네.”
“이번에는 한 마리인가. 빨리 처리하고 쉬자.”
“그래, 어그로는 내가 끌테니까······.”
탱커인 데이비드가 방패와 검을 든 채 곰에게 다가간 그 순간이었다.
투우우웅—!
곰의 정권이 데이비드의 방패에 정확히 직격했다. 데이비드는 그대로 허공에 떠올라 바닥을 굴렀다. 덩쿨과 나무들을 뚫고 수십 미터를 굴러서야 멈출 수 있었다.
“커허어억······.”
바닥에 쓰러진 데이비드의 입에서 붉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데이비드!”
“뭐야, 저 놈······!”
예상 외의 파워에 놀란 헌터들이 데이비드를 돌아봤다.
데이비드의 눈이 커졌다.
방심한 게 아니다.
분명 모든 스킬을 활성화하고 있었다.
방패까지 똑바로 들어 올렸는데도, 치명상에 준하는 피해를 입었다.
조심해야 한다.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데이비드가 소리치려고 했으나, 내상 때문인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가 허망하게 손을 들어 올리는 때에는.
“크아악!”
“무, 무슨······! 으아악!”
“커헉!”
곰이 믿기지 않는 속도로 길드원들을 덮친 뒤였다. 놈의 앞발이 검사의 갑옷을 찢고, 짧다란 발이 딜러를 공중으로 차올렸다.
길드원들이 약한 게 아니었다.
눈 앞의 적이 너무 강하다.
“사, 사천왕이잖아요······! 다들 도망쳐요!”
곰을 확인한 부족의 전사 중 하나가 소리쳤다. 그도 방금 확인한 모양이었다.
맹수왕이 거느리는 사천왕.
선택 받은 그들의 실력은 다른 수인들과 차원을 달리 한다.
그러나, 데이비드에겐 알 바가 아니었다.
사천왕? 뭐, 그런 어줍잖은 게 다 있냐.
그리 생각하는 데이비드의 시야는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동료가 데이비드를 들쳐 업으려고 했지만, 곰이 가까워지는 게 더 빠르다.
“정신차려, 데이비드! 치료는 돌아가서 받으면 되니까.”
데이비드는 모기 같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러다······.”
“이러다 다 죽는다고? 제기랄, 알 게 뭐야. 살아도 같이 살아야지!”
“토마스······.”
승리를 거듭하다보니, 게이트에서 떠올려야 할 가장 중요한 철칙을 잊었다.
절대로 방심하지 말 것.
그런 기초를 잊다니, 넥스트 길드에 먹칠을 해도 유분수······.
고오오—.
데이비드와 동료의 위쪽으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스산한 마기가 요동치는 게 느껴질 정도다.
최후를 직감한 데이비드와 토마스가 눈을 질끈 감는 그 순간이었다.
번쩍—!
별안간 나타난 푸른 선이 벼락처럼 내리쳤다. 단순한 선이 아니었다. 선 위로 반짝이는 무수한 별빛에 잠시나마 아름답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방금 전까지 죽음 각오하던 걸 잊을 정도로 아름다운 선.
그들을 덮치던 흑곰이 우뚝 멈춰섰다.
그제서야 그들의 시선이 흑곰에게로 향했다.
촤아악!
앞발을 들어 올린 흑곰은 그대로 좌우로 나뉘어 바닥에 피와 내장을 쏟았다.
“괜찮으십니까?”
흑곰 너머로 보이는 남자.
그의 차가운 눈이 데이비드를 응시했다.
“다, 당신은······. 한국의 헌터?”
영상 속에서 마족을 향해 화살을 쏘던 바로 그 남자였다.
“응? 날 알아보는 겁니까?”
“무, 물론······.”
“말하지 마세요, 상처가 심각해요.”
그의 옆에서 다가오는 금발의 소녀. 그녀는 미소와 함께 데이비드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회복 시켜 드릴게요.”
엘리스가 미국의 헌터를 치료 하는 동안,
이지한은 별빛의 검을 들여다 봤다.
‘굉장한 효과군.’
경험치를 쌓아 새로운 능력을 개방한 별빛의 검.
『 아이템 정보 』
– 이름 : 해방된 별빛의 검 오르티시아
– 등급 : 2★
– 능력치 : 공격력 594
– 특수 효과 : 역전의 기회
– 해방 효과 : 별의 울음
선공권을 가지는 특수 효과인 역전의 기회 바로 아래에 해방 효과가 생겨났다.
『 해방 효과 ‘별의 울음’ 설명 』
– 다음 일격에 100% 확률로 크리티컬이 적용됩니다.
– 크리티컬 데미지는 통상의 3.5배 데미지를 가집니다.
– ‘필드 : 별이 보이는 밤하늘’에서 데미지 300% 상승
일자베기에 추가된 별빛의 이펙트가 바로 별의 울음의 효과였다.
‘조건 없이 데미지가 3.5배라······.’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크리티컬이라는 개념이 적용되어 있다.
급소를 맞추게 해주거나, 급소에 맞췄을 때 데미지를 추가하는 스킬은 있어도······.
공격자체가 크리티컬이 되는 스킬은 존재하지 않는다.
* 별빛을 충전하여 사용할 수 있습니다.
매번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고, 밤하늘의 별빛을 충분히 머금었을 때 1회 사용할 수 있다.
충전에 필요한 시간은 약 1시간.
사실상 강한 적과 마주할 때마다 사용할 수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 곰을 한 방에 쓰러뜨린 거야?”
“깔끔하게 절반이 됐네.”
“데이비드! 괜찮아?!”
흩어져 있던 넥스트의 헌터들이 이지한이 있는 장소로 모여들었다. 엘리스의 시간 조작 덕분에 치명적인 고비는 넘겼다.
그들 중 하나가 이지한에게 말을 걸었다.
“완전 도움 받았네요. 이야, 이지한씨 맞죠?”
“저를 알고 계실 줄은 몰랐는데요.”
“아뇨, 마족을 한 번에 물리치는 그 대단한 헌터분이잖아요. 영상에서······.”
“야야.”
신나서 말하는 헌터의 어깨를 미국의 다른 헌터가 꽈악 붙잡았다.
“뭐, 어때 본인인데.”
이지한은 그 부분을 놓치지 않았다.
‘마족에 대한 영상이 아니라 내 영상이 돌아다니고 있단 것 같은데.’
백묵이 이지한 몰래 영상을 팔아치운 상황이다.
나는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 영상에 대해서 좀 자세히 듣고 싶은데요.”
최소한 허락은 맡고 팔았어야지.
* * *
맹수왕의 성.
“······.”
처음으로 예언의 마족의 안색이 변했다.
“왜 그러지?”
그 미묘한 변화를 눈치 챈 검의 마족이 그에게 물었다.
“······예언이 뒤틀렸습니다. 외부의 변수가 개입한 게 틀림 없어요. 승리로 향하던 예언 전체가 완전히 뒤바뀌었어요.”
“그, 그 말씀은······.”
그 이야기를 들은 맹수왕이 바짝 엎드린 채 말했다. 예언의 마족은 언짢은 표정과 함께 대답했다.
“맹수왕은 죽음을 피할 길이 없다. 그 정도겠죠.”
“······.”
맹수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마족들만 믿고 있으면 승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와서 죽음을 피할 수 없다니.
맹수왕은 당장이라도 소리치고 싶은 기분을 간신히 억눌렀다.
실력의 격차를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멍청이는 아니었으므로.
“저······. 문제가 생겼습니다.”
뒤쪽에서 문을 열고 들어 온 전령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보고를 해왔다.
“사천왕 흑곰 잘러스가 전사했다고 합니다.”
“크윽······.”
“다른 사천왕들과도 연락두절······.”
맹수왕은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느라 손이 떨려올 지경이었다.
보고를 들은 예언의 마족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개같은 마족 놈들······.’
일이 이 지경이 됐는데, 자기 일이 아니라고 뻔뻔한 것 봐라.
멀쩡한 병사들을 사지로 보낸 기분이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속으로 분노를 삭힐 수 밖에 없었다.
맹수왕은 그들에 비하면 한참이나 약했으므로.
“오케이, 관망은 여기서 끝. 정보는 충분히 모였으니, 직접 움직여야 할 타이밍이네요.”
우우웅.
예언의 마족의 옆으로 검은 구체가 떠올랐다.
– 나다. 슬슬 움직이면 되는건가? 가만히 있자니 좀이 쑤시거든.
통신이 연결된 대상은 러시아 헌터 니콜라이.
그의 정체는 최상위 부패의 마족.
인간들 틈에 숨어 있는 그가 이번 일의 핵심이다.
예언의 마족은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부패의 마족이 들고 있는 ‘에픽 아이템 격리 차원의 구’. 그걸 사용하면 대적자를 완벽히 묶어둘 수 있다. 다만······. 대적자 편에 있는 공간 능력자가 걸린단 말이지.’
공간계 능력자가 밀림을 돌아다니며, 헌터들을 결집 시켰단 사실은 예언의 마족도 알고 있었다.
사실상 그는 밀림에서 일어나는 일들 전부를 꿰고 있었다. 야수들이 보내주는 첩보와 그의 예언 능력이 합쳐지니 당연한 결과였다.
이지한에 대한 것만 의문으로 남아 있을 뿐.
그러나 지금은 움직여야 할 때다.
‘정보가 부족한 건 대적자도 마찬가지일 거다.’
예언의 마족 자신보다는 훨씬 저열한 정보를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예언의 마족이 내린 판단이었다.
자기 자신을 뛰어 넘는 지성이나, 능력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당연한 결론.
계산을 마친 예언의 마족이 입을 열었다.
“네, 진행해주세요. 나머지는 저희한테 맡기시면 됩니다.”
– 그래. 재밌는 그림을 그려보라고.
통화는 끝이 났다.
예언의 마족의 검의 마족을 돌아봤다.
“움직이죠. 가장 먼저 공간계 능력자를 죽이면 될 것 같네요.”
“변수를 완전히 차단하겠다는건가. 좋다.”
두 최상위 마족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복도를 통해 바깥으로 나가려던 예언의 마족이 돌연 뒤를 돌아봤다.
“아, 맹수왕.”
“예······.”
“잠깐 움직이지 말아주세요. 음, 그대로. 부탁할게요.”
“알겠습니다.”
그의 말에 맹수왕이 멈춰섰다. 드디어 이 빌어먹을 놈들이 사라지나 싶은 마음도 있었다.
차라리 혼자가 된다면 눈치보지 않고 부하들을 움직일 수 있을테니까.
물론 그 생각은 이뤄질 수 없었다.
철컥.
검의 마족이 가볍게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집어넣었다.
가벼운 납도.
“?”
그와 동시에 맹수왕의 몸이 기우뚱 기울어졌다.
투두둑.
그의 신체가 블럭처럼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피 한방울 없이 신체가 분리 된 맹수왕의 동공은 빛을 완전히 잃었다.
그 블럭들 사이에서 예언의 마족이 심장을 주워들었다.
두근, 두근.
격동하는 맹수왕의 심장.
파직, 파지직······!
게이트의 억지력이 격하게 요동친다.
심장에 손을 대는 것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예언의 마족은 그걸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검의 마족이 먼저 나섰다.
서걱—! 투욱.
예언의 마족의 왼팔이 그대로 땅에 떨어졌다.
그러자 요동치던 억지력이 잠잠해졌다.
예언의 마족이 맹수왕의 심장을 품 안에 집어 넣었다.
“괜히 데리고 다니다가 죽기라도 하면 불상사가 따로 없으니까요. 이 편이 낫겠죠.”
게이트의 클리어 조건은 맹수왕의 굴복.
예언의 마족은 맹수왕이 굴복할 일 자체를 없애둔 것이다.
마족이 죽지 않는 한 헌터들은 절대로 게이트를 클리어할 수 없다.
“이제 출발하죠.”
그는 산뜻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 * *
담배에 불을 붙힌 러시아의 헌터, 니콜라이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장, 움직이는 건가요?”
“연락이 온 거군요.”
“그래, 그래.”
니콜라이는 품 안에서 검은 구체를 꺼내들었다.
에픽 아이템 ‘격리 차원의 구’.
급박한 상황에서 휴식을 취하기 위한 장소로도, 적을 가두는 공간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범용성 좋은 아이템이다.
“한국 헌터들에게 협력한다고 말한 다음에 대적자의 위치를 물어라. 좋다고 협조해 줄테니.”
“이야, 대장의 비열함에는 따라갈 수가 없어요.”
소년은 신나는 표정으로 텔레파시를 발휘했다. 그가 한국의 헌터들을 통해 대적자의 위치를 찾아내는 사이였다.
“······.”
잠시 한 손으로 담배를 들었다가 내린 니콜라이의 미간이 좁혀졌다.
“어이, 이반. 네가 가져갔나?”
방금까지 멀쩡히 손에 들려 있었던 격리 차원의 구가 사라졌다. 이반이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예? 아뇨. 대장이 들고 있었잖아요.”
“그래, 내가 분명 들고 있었지.”
니콜라이가 인상과 함께 고개를 갸웃했다.
“근데 그게 왜······.”
인벤토리에 집어 넣은 것도, 사용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감쪽 같이 손에서 사라져 있었다. 그것도 자신이 눈치 채지 못한 사이에.
“잘 찾아봐요. 바닥에 떨어뜨린 거 아니에요?”
“아니, 그런 게 아니야······.”
바닥에 떨어졌다면 소리를 못 들었을 리가 없다.
아니, 애초에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사이에 무언가가 사라진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니콜라이의 눈이 커졌다.
“언데드들을 전지역으로 퍼뜨려라. 전부 움직여!”
“에, 에?!”
그의 눈에 실핏줄이 돋아났다. 언데드들과 러시아의 헌터들이 영문도 모른 채 일사불란하게 뛰쳐 나갔다.
밀림으로 그의 언데드 부대가 빠르게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였다.
눈 뜨고 에픽 아이템을 도둑 맞았다.
“이 빌어먹을······! 개같은 쥐새끼가!”
그런 말도 안되는 결론이 답이었다.
“당장 찾아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