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180
180화 예언하는 자의 최후(4)
이번 게이트의 공략 조건은 하나였다.
『 맹수왕의 굴복 ( 0 / 1 ) 』
번거롭게 최상위 마족들을 상대하지 않아도, 맹수왕을 처치하는 것만으로 해결된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놈들도 그걸 알고 있으니 맹수왕을 보호하려 했겠지.’
이 비장의 한 발 또한 맹수왕을 향해 사용할 작정이었다. 본래 계획대로라면 그랬다.
다만, 진세아가 훔쳐 온 에픽 아이템에 의해 계획이 완전히 바뀌었다.
예언의 마족을 사로잡는 것으로.
‘요행 : 따라가는 화살’
이 스킬이 발동한 화살은 적에게 닿기 전까지 결코 멈추지 않는다. 레벨이 올라갈 수록 그 힘은 강해지는 것이다.
바람을 가르고 공간을 뛰어 넘어 적을 맞추는 궁극의 기술.
『 대상 ‘최상위 예언의 마족’을 차원 격리의 구에 가뒀습니다. 』
미래의 나는 아스카할 부족을 구해주고 나서야 얻은 기술이지만, 그 미래를 엿본 나는 이런 식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사, 사부님! 대박! 성공했어요!”
예지가 가능한 엘리스가 환호하며 달려왔다. 영문을 모르는 다른 사람들은 벙찐 상태로 날 바라봤다.
“성공? 뭐가 된 거야······?”
“우리가 이긴거야?”
진세아와 무녀 렘이 물었다. 성녀 채아연을 데려 온 윤서현이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다가왔다.
“마족도 다른 공간으로 넘어갔고, 화살도 도중에 사라졌어요. 설마 마족을 맞춘 건가요?”
“네, 맞습니다. 예언의 마족을 가뒀습니다.”
우우웅······.
내 옆으로 검은 구체가 두둥실 떠올랐다. 역할을 마친 차원 격리의 구였다. 소유주인 내게로 돌아온 거다.
나는 그걸 윤서현에게 건넸다. 보자마자 원리를 이해한 모양.
그녀의 입에서 작은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아······.”
“예언이 마족이 격리 차원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후속 조치를 부탁하겠습니다.”
“맡겨만 주세요.”
그리 말하며 차원 격리의 구에 마력을 쏟아붓는 윤서현. 그녀의 주변으로 보랏빛 기운이 모여들었다.
최상위 마족들은 이곳에 넘어오기 위해 상당한 대가를 지불했을 거다. 그들이 본래 소유한 힘과는 한참 거리가 먼 힘이다.
예언의 마족이 팔 하나가 없는 것도 그 대가겠고.
한마디로 약화된 상태란 뜻.
‘프로젝트 메이저 게이트를 무너뜨린 게 유효했다.’
본래대로라면 최상위 마족도 메이저 게이트를 통해 힘을 보존하며 넘어왔을 거다. 그걸 막아냈기에 지금의 작전도 가능한 셈.
‘놈은 절대로 격리된 차원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윤서현에 의해 강화된 격리 차원.
그곳에선 마기를 끌어 올 곳도 없다.
“그러면 우리가 이긴 거야?”
무녀 멜이 조심스레 내게 물었다. 그녀는 이번 전쟁의 책임자다. 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채아연이 신성력을 사용해 언데드들을 정리했지만 마을은 여전히 엉망진창이었다. 복구하는데만해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터.
이제 끝···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렇지 않다.
“마족은 두 명이었고, 내가 가둔 건 하나다. 아직 검의 마족이 남아 있다는 말이지.”
우우웅······!
말이 끝나기 무섭게 불길한 기운이 마을을 뒤덮는다. 멀리서 솟아나는 마기의 일렁임이 부족 전사들과 헌터들을 옥죈다.
끝나지 않았다.
마을 전체에 다시 한 번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모두의 시선이 밀림 속에서 걸어 나오는 한 명의 여성에게로 향했다.
은발을 길게 늘어뜨린 검의 마족.
그녀의 손에 들려 있는 검에서 은빛의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그녀의 붉은 눈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 대적자. 네가 특별한 존재라는 건 인정하겠다.”
나는 그에 맞서 검을 뽑아들었다.
검의 마족.
그녀는 별 다른 능력이 없는 마족이다.
그저 검 하나로 마족의 정점에 올라 선 존재.
수 천 년의 세월을 유랑하며 쌓아 온 검의 정수가 그녀의 힘이다.
나는 함선 세이비어와 대적하던 검의 마족의 모습을 기억한다.
그녀는 있는 힘껏 나를 증오하고 있었다.
내가 나타나는 것만으로 이성을 잃고 달려들 정도로.
‘그 이유는······.’
내가 예언의 마족을 죽였기 때문이었다.
둘의 사이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연인쯤 되었을 것이다.
그것도 오랜 시간을 함께한.
검의 마족의 차가운 눈빛이 나를 향했다.
“하지만 오늘 여기서 넌 내게 죽는다. 또한 이 게이트에서 살아나갈 수 있는 인간은 없을 거다.”
그녀의 검을 감싸고 있던 은빛의 불길이 점차 부풀어오른다. 강대한 격이 우리쪽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온다는 건가.’
나조차 팔을 들어 올리지 않고선 막아내기 힘든 격이다.
“저희 쪽으로 오려는 건가요?”
“으윽, 어쨌든 검의 마족만 잡으면 끝이라는 거잖아!”
여기서는 결단을 내려야했다.
전력을 다한다면 이길 수 있다.
동료들이 함께하고 있으니, 패배할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다만······.
이후의 일을 생각한다면.
마계왕이란 거대한 적을 쓰러뜨리기 위해선······.
쓰러뜨리는 것만으론 불충분하다.
“검의 마족. 그걸로 괜찮겠나?”
나는 격을 막아내기 위해 올렸던 팔을 내리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휘몰아치는 격 앞에서 허리를 펴고 비릿한 미소를 짓는다.
“싸워서 이길 수 있다면 예언의 마족이 진작 그렇게 했을 거다.”
검의 마족은 억지력을 무시하고 본래의 힘을 꺼내려 하고 있었다. 본인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이 되겠지만.
그렇다고 그녀가 이길 수 있냐는 다른 문제다.
내 말에 검의 마족이 조소했다.
“우습군, 대적자. 두려워지기라도 한 건가? 너는 최상위 마족의 진정한 힘을 알지 못한다.”
아니, 알고 있다.
그렇기에 확신할 수 있다.
별빛의 검의 선공권은 남아 있으며 15레벨 일자베기는 아직 사용하지 않았다.
미래에서 받은 기술도 여전히 남아 있다.
질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저벅, 저벅.
나는 다가오는 격을 정면으로 마주하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갔다.
“억지력을 뚫고 힘을 개방해서 이길 수 있었다면······. 예언의 마족이 그리 했을 거란 말이다.”
쏟아지는 격 속에서 스킬의 레벨이 오르기 시작했다.
『 레전더리급 스킬 ‘영웅의 격 Lv.7’를 획득합니다. 』
『 레전더리급 스킬 ‘영웅의 격 Lv.8’을 획득합니다. 』
거기에 더해.
나는 찬란한 성배와 스킬향상의 반지의 효과를 발휘했다.
부족한 레벨이 2 단계 상승하며 10에 도달한다.
『 레전더리급 스킬 ‘영웅의 격 Lv.10을 발휘합니다. 』
『 추가 효과 : 격의 형체화 』
최상위 마족을 압도하는 격.
콰아아아——!
먹구름처럼 하늘을 뒤덮은 마기를 푸른 기운이 잡아먹듯 몰아낸다.
형체화 된 격이 검의 마족을 압박한다.
그녀의 미간에 옅은 주름이 새겨졌다.
큰 차이는 아닐 거다.
조금 넘어선 정도.
격은 전투력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수치는 아니다.
그러나 수 천 년을 살아 온 마족이라면 본능적으로 알 것이다.
강대한 격을 가지고 있는 존재에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머리로는 부정해도 이해할 수밖에 없다.
나는 그저 한 걸음 앞으로 걸어서.
검의 마족을 향해 입을 열 뿐이다.
“싸우지 않고 해결 할 방법이 있다.”
한결 누그러진 검의 마족이 이를 악물며 대답했다.
“······거래를 하자는 건가?”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협박이다.”
지금 나는 모든 면에서 검의 마족의 우위에 서 있다.
그런 내가 거래를 할 리가 없잖은가.
“내 말에 따르지 않는다면 예언의 마족은 죽는다. 너 또한 마찬가지다.”
이미 한 차례 목숨을 건 전투가 끝났다.
패배한 예언의 마족은 사로잡혔다.
따라서, 그녀에게 선택권은 없다.
“지금 내게 마계왕을 배신하라는 건가? 가당치도 않은······.”
검의 마족의 목소리가 흔들리고 있다. 명백히 동요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아니, 조금 돌아가란 이야기지. 예언의 마족을 살리고 싶다면.”
“······.”
검의 마족을 감싼 은빛의 불길이 어지럽게 일렁였다.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다시 한 번 싸워야겠지만.
마을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검의 마족을 향한다. 붕괴되고 무너진 마을의 잔해에 숨어서 검의 마족의 결정을 기다린다.
나에 의해 격이 치워진 지금.
모두가 긴장하며 그녀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마계왕인가.
예언의 마족인가.
이윽고, 은빛의 불길이 사그라들었다.
“······.”
고심 끝에 그녀의 입이 열렸다.
“대적자, 내가 뭘 하길 원하는거지?”
딱 알맞는 일이 있다.
나는 비릿한 미소와 함께 밀림 너머를 가리켰다.
“자기 임무에 실패한 마족에게 책임을 물어야겠지.”
* * *
아스카할 부족의 마을 근방.
러시아 헌터들이 주둔해 있는 밀림 속.
“이야, 대장. 이거 일 났는데요. 최상위 마족 두 명이 도망가고 있어요! 하하.”
나무 위에 올라가 상황을 살피던 금발의 소년 이반이 소리쳤다.
박살 났던 상처는 완전히 회복되어 있었다. 언데드라는 게 믿기지 않는 재생력이었다.
이들의 대장인 최상위 부패의 마족 니콜라이가 혀를 찼다.
혹시나 싶어 야수왕의 병사들을 언데드로 만들어 보냈는데, 큰 도움은 안된 모양이다.
“오, 대장. 좋은 변명이 떠올랐어요. 전부 아이템을 도둑 맞는단 걸 예언해주지 않은 예언의 마족 탓이에요. 이거 천재적인데요.”
“나쁘지 않군.”
니콜라이는 바닥에 담배재를 툭툭 털었다.
“어찌되었든 우리는 직접 나서지 않는다.”
“그게 맞겠네요. 절대 신성을 가진 헌터가 있다네요. 완전한 극상성. 저는 닿기만 해도 녹아버릴 거에요.”
텔레파시로 헌터들의 상황을 살핀 이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도망가는 걸 보니 죽진 않겠어요. 그러면 이 싸움은 길어지겠네요. 푸핫, 화살을 어디에 쏘는 거야?”
그야말로 강 건너 불구경이었다.
이 모든 상황은 부패의 마족이 아이템을 도둑 맞는 바람에 생긴 일.
대적자를 묶어 놓지 못해 계획이 어그러졌음에도 부패의 마족은 태연했다.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지 않은가.
‘장소와 도구만 갖추어진다면 상대할 만하겠군.’
오히려 대적자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
변명을 해도, 결국 실수는 실수.
최상위 마족 둘이 실패한 시점에서 다음 대적자의 상대는 자신이 될 확률이 컸다.
부패의 마족이 계산한 자신의 승리 확률은 90% 이상.
지금까지 모아 온 시체들을 꺼낼 때가 왔다.
중요한 건 대적자를 그곳으로 어떻게 끌어들이냐는 건데······.
“대장! 대장!”
생각에 잠긴 니콜라이의 귓가에 이반의 목소리가 시끄럽게 울렸다.
시덥잖은 일이면 다시 박살을 내놔야겠다는 것도 잠시.
“큰일났어요! 지금! 언데드들이 절반 넘게······!”
이반이 말을 끝마치기도 전이었다.
콰아아아아!
밀림의 땅과 숲이 해일처럼 밀려 들었다. 지형 자체를 바꿔버리는 공격이었다.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덜그럭!
주변의 해골 병사들이 재빠르게 달려들어 벽을 만들지 않았다면 니콜라이도 통째로 땅에 묻혔을 거다.
그의 미간이 좁혀졌다.
“뭐지? 대적자인가?”
아직은 대적자 앞에서 직접적으로 정체를 드러낸 적이 없다.
지금 부패의 마족은 마족이 아닌 러시아의 니콜라이다. 자신을 향한 공격은 러시아에 대한 공격이나 다름 없다.
아무리 대적자라고 해도 그런 정신 나간 짓을 하다니.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들어 올리는 니콜라이의 눈 앞.
콰아아앙!
해골들이 몸을 대어만든 벽이 반으로 갈라졌다. 무수한 해골 병사들의 파편이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솟아올랐던 땅이 절반으로 갈라졌다. 강렬한 검기가 니콜라이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크윽.”
“뭐, 뭐야?!”
“대장 어떻게 할까요?”
이반과 러시아의 다른 헌터들이 소리쳤다. 니콜라이는 팔을 뻗어 그들을 제지했다.
스으으으······.
피어오르는 흙먼지 속에서 은빛의 불길이 피어올랐다.
그 안에서 은발을 흩날리며 걸어 나오는 여성.
그 정체는 검의 마족이었다.
니콜라이의 얼굴에 의문이 피어올랐다.
“검의 마족! 미친 건가?”
콰아앙!
그러나 검의 마족은 대꾸도 하지 않고 부패의 마족을 향해 달려들었다.
“대장! 제가 막을게요!”
“여기가 어디라고!”
서걱—! 서걱—!
뛰어든 러시아의 헌터들이 반으로 잘려 나갔다. 수 십 명의 헌터들이 가볍게 압살당했다.
압도적인 실력차이였다. 막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이어서 부패의 마족이 소환한 뼈창이 그녀의 앞길을 막았지만 전부 베여나갔다.
“크윽.”
돌진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푸욱!
검의 마족의 장검이 부패의 마족을 꿰뚫었다.
“커허억!”
니콜라이의 입에서 피가 터져나왔다.
인간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상태론 검의 마족을 상대할 수 없다.
“검의 마족······. 이게 무슨 짓이지······?”
니콜라이가 고개를 비틀며 물었다. 울컥 울컥 솟아오르는 피를 뱉어내느라 부정확한 발음이었다.
그런 니콜라이를 향해 검의 마족은 차갑게 대답했다.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자에 대한 처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