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187
187화 보이지 않는 손(1)
콰드득.
『 초인지시스템(삼라만상)의 코어를 획득하셨습니다. 』
나는 창고의 끝부분에 위치한 코어를 뜯어냈다.
지구에는 없는 기술일 뿐더러, 마계와 비교해도 하이테크놀러지에 해당하는 물건이다.
나는 전투 인형이 들고 있던 ‘절대 수호의 방패’도 챙겨서 창고 중앙으로 돌아왔다.
“······집계 끝났어요. 정말 엄청난 수의 아이템이에요.”
한동안 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수첩을 끄적이던 윤서현이 감탄을 내뱉었다.
“한 번 봐봐요.”
수첩에 적힌 아이템의 규모는 그야말로 입이 떡벌어지는 수준이었다.
에픽 아이템 21개.
레전더리 아이템 3423 개.
유니크 아래의 아이템의 수는 집계 불가한 수준이다.
『 잊혀진 영웅이 어마어마한 수의 아이템에 감탄합니다. 』
『 쇠락한 신궁이 아이템에 눈독을 들입니다. 』
‘환세의 도둑은 이 아이템들을 전부 가져갔다는 건가.’
장비 아이템이 끝이 아니었다.
능력치를 올려주는 소비 아이템이나 각종 귀중한 소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대표적으로 드래곤의 뼈나, 정령왕의 숨결, 지옥의 불꽃 같은 최상위 등급의 재료들.
‘조합 방법과 기술만 알아내면 이것들을 모두 활용할 수 있다는 거다.’
김건에게 가져다주기에도 이른 아이템들이었다. 이 아이템들은 멸망한 세계에도 없었던 아이템들이 분명하니까.
‘정말 말도 안되게 모아놨군.’
나는 공중 기동으로 날아 올라 창고 전체를 조감했다. 어찌나 넓은지 끝에서 끝으로 이동하는데도 한참이 걸린다.
전부 직접 둘러보고나서 땅으로 내려왔다.
“레전더리 이상의 아이템들은 전부 챙겨가죠.”
“황금이랑 보물들은 어떻게 해요?”
한가득 쌓인 보물 속에서 얼굴만 내민 진세아가 내게 물었다. 어지간히 마음에 드는 모양.
“아이템들을 챙겨가고, 남은 자리에 가져가고 싶은만큼 가져가자.”
“야호!”
진세아는 하이텍트 사 회장의 딸이니 돈이 부족한 건 아니겠지만, 이렇게 잔뜩 쌓여 있는 보물들을 보면 누구라도 가져가고 싶은 건 당연하다.
“마족만 아니었으면 헌터 은퇴 했을텐데.”
윤서현이 아쉬운 듯 중얼거렸다.
멸망한 세계를 직접 눈으로 보지 않았더라면 그랬을지도 모른다.
돌고 돌아 세계가 멸망한다면, 결국 이 돈들은 의미가 없게 된다.
“아, 지한씨. 그러고보니 이상한 아이템들이 몇 개 있었어요. 확인해 보실래요?”
공간 마법으로 아이템들을 가방에 수납하던 윤서현이 내게 손을 저었다. 공간이 일변하며 아이템 두 개가 내 앞에 떨어졌다.
『 형상기억마수 강화 나사(등급 없음) 』
아이템을 확인하는 내 눈이 커졌다.
오르티마와 관련된 아이템이 하나 더 있었던 거다.
내가 무어라 하기도 전에, 오르티마가 앞으로 튀어나가 나사를 집어 삼켰다.
꿀꺽!
파아아······.
녀석의 몸에서 잔잔히 퍼져나오는 은빛.
그 효과는 확실했다.
『 형상기억마수 강화 나사를 사용하여 오르티마의 능력이 대폭 상승합니다. 』
『 변화 대상의 최대 레벨이 250까지 확장됩니다. 』
‘오······.’
본래 120이었던 오르티마의 최대 레벨이 250이 되었다.
그것도 두 마리가 250을 찍을 수 있으니 그 효과는 막강하다.
무재조정 덕분에 250레벨은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으니까.
나는 나머지 하나의 아이템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파직, 파지직······!
흉흉한 스파크를 내뿜고 있는 검은색 덩어리.
그것은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대고 있었다.
『 ■■■■■ 』
“이게 뭐죠? 정보 창을 확인하려고 해도 제대로 된 정보가 안나와요.”
윤서현은 심각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딱 보기에도 위험해 보이는 물건이다. 어디까지나 외양만 봤을 때 그렇다는 이야기다.
“자볼······. 고블린 주제에 이런 아이템을 숨겨 놨단 말인가.”
그러나, 뒤쪽에 서 있던 검의 마족은 감탄을 했다. 나는 윤서현 헌터를 안심시키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이건 우리 눈에만 이렇게 보일 뿐이에요.”
그 이유는 이것이 현 시점에서 우리의 세계에도 존재하지 않는 등급의 아이템이기 때문이다.
그 출현 가능성은 완벽한 제로.
억지력은 이것의 존재를 어떻게든 숨기려 하고 있었다.
나는 검은색 덩어리를 손에 들어 올렸다.
파직, 파지지직!
살이 타오르는 듯한 고통이 팔을 통해 전해진다. 들고 있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다는 건가.
고통에도 불구하고 내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왜냐하면······.
“이건 신화급 아이템입니다.”
에픽을 뛰어 넘은 절대적 존재의 아이템.
그게 지금 내 손에 들려 있는 것이니.
* * *
보물 창고의 외부.
이지한 일행이 내부로 들어간 사이 수 백 명의 마족이 큐브를 둘러싸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잘 무장한 마족 병사들이었다.
큐브가 잘 보이는 장소에 자리를 잡고 앉은 침체의 마족.
그는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시 와보길 잘했어. 잘만하면 거저 먹는 게 되니 말이야.”
“그, 그런데 침체의 마족이시여. 검의 마족의 명령을 어겨도 괜찮으신겁니까?”
그를 시중드는 마족이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최상위 존재인 검의 마족이 사라지라고 명했다.
그 말을 무시하고 다시 돌아온 것이니 위험부담이 컸다.
침체의 마족은 얼굴을 찌푸렸다.
“오해하지마라. 우리는 도울 뿐이다. 검의 마족께서 아이템을 잘 회수하실 수 있도록 말이지.”
침체의 마족은 적당한 명분을 내세워 기다리기로 했다.
‘이상하단 말이지. 예언의 마족도 없이 혼자서 보급을 한다는 게······. 열쇠를 어떻게 얻었냐는 둘째치더라도 말이야.’
운이 좋다면 콩고물이라도 얻어 먹을 수 있을 것이고,
정말 운이 좋다면 대박을 칠 수도 있을 것이다.
침체의 마족은 초조한 마음으로 검의 마족이 바깥으로 나오길 기다렸다.
괜히 안에 들어갔다가 심기를 거스를 수도 있었으니까.
꽤 시간이 흐르고.
“나, 나옵니다!”
병사 중 하나가 소리쳤다.
기울어진 큐브의 입구에서 나타난 검의 마족.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주변을 살폈다.
침체의 마족이 재빠르게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아이고, 검의 마족님 나오셨습니까?”
“눈 앞에서 사라지라고 말했던 것 같은데. 내가 틀렸나?”
“저, 저희는 순수한 선의로 도움이 필요하신 부분이 있으실까 염려하여······.”
검의 마족은 입구에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 부분을 놓치지 않은 침체의 마족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맺혔다.
“일단 나와서 이야기하시지요. 뭔가 불편하신거라도?”
“쯧······. 네 놈은 스스로 무덤을 판 거다.”
“예?”
그 말과 동시에 입구 쪽에서 30여체의 전투 인형들이 우르르 쏟아져나왔다.
전투 인형들은 곧바로 공격을 시작했다.
그들이 쏜 마력 탄환과 레이저가 마족 병사들을 덮쳤다.
콰과과과—!
“크아아악!”
“사, 살려주십쇼!”
그 화력은 마족조차 가볍게 녹이는 수준이다. 레이저에 닿은 마족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퍼억! 콰앙!
육탄전에서도 인형들은 마족을 압도했다. 병사들은 무장이 무색하게 쓰러져나갔다.
“젠장, 뭐가 이렇게 쎄?!”
“크허어억!”
레전더리 아이템, 에픽 아이템을 몸에 두른 전투 인형들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난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당황한 침체의 마족이 소리쳤다.
“이, 이게 뭡니까?!”
검의 마족은 귀찮은 듯 혀를 찼다.
“내 의지가 아니다. 나는 분명히 눈 앞에서 사라지라고 말했고. 그 말을 듣지 않은 건 너희들이다.”
원체 동족 간의 정이 없는게 마족이다.
위계가 다르면 노예나 다름 없는 취급을 하는 것도 맞으나.
마족들이 죽는 걸 바라보는 게 썩 즐겁진 않기에 준 나름의 기회였건만.
그 순간이었다.
푸우욱!
공중에서 돌진해 온 전투 인형의 검이 침체의 마족의 심장을 꿰뚫었다. 강렬한 마력의 소용돌이가 심장을 짓이기기 시작했다.
“커허억······!”
침체의 마족이 반항할 틈도 없었다.
아니, 반항하지 못하게 몸이 속박되고 있었다.
아이템의 효과 때문이었다.
희미해져가는 시야 속에서 침체의 마족은 한 남자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계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남자.
인간의 몸으로 상위 마족을 몇이나 죽인 인물.
침체의 마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소문이 사실이었다.
최상위 마족조차 그의 손아귀에 넘어갔단 말인가.
“대, 대적자······.”
그 말을 마지막으로 침체의 마족은 목숨을 잃었다.
스윽.
이지한은 손을 뻗어 전투 인형들을 멈춰세웠다. 그들은 짧은 시간에 백에 달하는 마족들을 베어 넘겼다.
하나의 작은 군대나 다름 없는 전투력이었다.
“성능은 확실하네.”
이 모든 건 자볼로 변한 오르티마가 이지한에게 전투 인형들의 소유권을 넘겨줬기에 가능한 일.
이지한은 두둑해진 배낭을 들어 올렸다.
“그러면 돌아가죠.”
* * *
“키륵······. 정말 성공할 줄은 몰랐는데······.”
본래 공략하던 게이트로 돌아오니, 거기엔 쿠훌렌이 있었다. 우리가 창고를 공략하는 동안, 녀석은 게이트를 정리해뒀다.
“주변의 마족들도 전부 정리했으니, 창고를 안전한 곳으로 옮겨 놔.”
“······알았다.”
“그리고 너한테 필요한 아이템을 분류해 놨으니, 가져라. 남은 아이템들은 고블린들에게 분배해도 좋고.”
압도적인 재능을 가진 고블린 쿠훌렌.
녀석이 강력한 아이템을 사용한다면 그 경지도 한단계 상승할 수 있을 거다.
“키륵······.”
녀석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고블린들과 맺은 계약은 불평등 계약이다.
마계왕을 타도하기 위해 맺은 동맹이지만, 주도권은 내쪽에 있다.
그러나, 그들은 향후 중요한 전력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아이템의 적절한 분배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자.
나를 향하고 있던 놈의 적개심도 조금은 누그러진 듯하다.
우리는 은빛의 날개로 돌아왔다.
“언니, 우리 돌아왔어.”
“지은 언니, 우리 이제 부자야!”
진세아와 윤서현이 윤지은에게로 달려갔다.
“이, 이게 다 뭐에요······?”
바닥에 늘어 놓은 아이템과 보물을 확인하는 윤지은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전 레전더리 투어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양이다.
물론 여기에 놓여진 아이템조차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꾸, 꿈 아니죠······?”
“내가 꼬집어 줄게.”
“으, 윤서현 너 이거 놔······.”
S급 게이트의 출현이 늘어나며 레전더리 아이템이 늘어나고는 있다지만, 그래도 품귀현상을 겪은 게 레전더리급이다.
여기에 있는 백 여점만 해도 은빛의 날개를 지탱하기엔 충분한 수다.
“지, 지한씨······. 저희 돈 없어요. 이거 다 못 사요······.”
“괜찮습니다.”
나만 보면 다 돈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멸망한 세계를 가장 먼저 대비하고, 마족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한 사람이 은빛의 날개의 윤지은이다.
감격에 말을 잇지 못하는 윤지은.
“······.”
마족들의 위험이 가시화되는 이 지점에서 그녀는 가장 믿음직한 인물이다. 윤지은이 뭔가 생각났다는 듯 나를 바라봤다.
“아, 그러고보니······. 협회장님께서 지한씨를 뵙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런가요?”
“네, 도착하는대로 협회에 와달라고······.”
지난 공략의 여파로, 협회장도 내게 관심을 가지게 된 건가.
그가 할 말은 정해져 있다. 나를 협회 쪽으로 끌어오려는 거겠지.
그걸 잘 이용하면 내가 원하는 바를 손쉽게 이룰 수 있다.
‘대한민국이 마족으로부터 완전히 안전해질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협회장을 만나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잠시, 장인 공방에 갔다 오겠습니다.”
은빛의 날개 건물에 있는 연구소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자, 각종 부산물들이 가득한 층이 나왔다.
치이익······!
그 속에서 불빛이 번쩍였다.
이전보다 다양한 장비가 늘었고, 추가로 사람들도 고용한 모양.
내가 왔다는 소식이 전해졌는지 김건이 먼저 나를 마중나왔다.
“지한님! SS급 게이트 공략 축하드립니다! 부산물들 전부 받았습니다. 진짜 엄청난 양이네요.”
멸망한 세계의 또라이 김건.
덥수룩한 곱슬머리였지만, 그 속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연구해줬으면 하는 게 있어서요.”
나는 창고에서 뜯어온 초인지시스템의 코어를 들어 올렸다.
푸른 빛이 감도는 코어.
그것을 바라보는 김건의 눈빛이 변했다.
“이, 이건······.”
자기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더니 조심스레 코어를 받아들었다.
“연구해보면 더 좋은 아이템을 만들 수 있을 겁니다.”
미래에서 함선 세이비어를 만든 장본인은 바로 김건.
이걸로 그 첫발자국을 내딛을 수 있을 거다.
김건은 주위를 두리번 거리더니 안절부절하며 나를 바라봤다.
“지, 지한님. 필요하신 거 없으신가요? 최우선적으로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뭐라도 해주고 싶어하는 것 같은데.
지금 당장 필요한 건······.
“잠시만요.”
나는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눌렀다.
띵!
잠시 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검은 전투 인형.
인간 형태의 마네킹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은 모양새다.
“이걸 잔뜩 만들어 주실 수 있습니까?”
이걸 만드는 방법을 나는 모른다.
지구의 과학도 아니거니와, 존재하지도 않는 기술이니까.
근데 김건은 어떻게든 해낼 수 있을 거다.
전투 인형을 바라보는 김건의 눈이 더욱 커졌다.
“무, 무조건 해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