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191
191화 천부적인 재능(2)
“······.”
레온은 한동안 그 자리에 멈춰설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 알고 있던 세계가 무너지는 듯한 충격.
레온이 초보 헌터여서가 아니었다.
현재의 레온의 헌터 등급은 A.
그도 나름대로의 산전수전을 겪어오며, 헌터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S급 헌터들의 전투도 몇십 번이나 목격했다.
큰 감흥은 없었다.
닿을 수 있는 경지라고 생각했다.
레벨을 올리고 능력치가 오르면 자연스레 도달하게 될 거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눈 앞에서 펼쳐지는 전투는 대체 뭐란 말인가.
“신입아, 지금이야! 공격해!”
이빨이 가득한 아가리를 벌린 식인 식물. 놈의 촉수가 무차별적으로 진세아를 향해 휘둘러지고 있었다.
심지어 한 놈이 아니다.
다섯이나 되는 적을 혼자서 상대하고 있었다.
‘저, 저기를 들어가라고?’
패턴이 파악되지 않는다. 겨우 눈으로 쫓을 정도의 공격이었다.
서걱! 서걱!
붉은 마력의 선이 주변을 빠르게 헤짚었다.
진세아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촉수들을 가볍게 잘라냈다.
콰아아아—!
S급 마수답게 식인 식물들도 곧바로 촉수를 재생시켜 공격해왔지만, 진세아는 오히려 놈을 향해 뛰어 들며 공격수단을 모두 제거했다.
레온의 눈에는 붉은 섬광이 어지러이 일렁이는 것으로 밖에는 안보였다.
‘······차원이 다르잖아.’
길드에서부터 귀찮게 하던 꼬맹이.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미친듯한 움직임이었다.
그가 숱하게 보아온 S급 헌터들 중에서도 저런 식으로 신속하게 움직이는 헌터는 없었다.
“뭐해, 안 들어오고!”
돌연 멈춰서서는 이쪽을 향해 손을 젓기까지 한다.
“가, 가고 있습니다!”
자연스레 존댓말이 튀어나왔다.
레온은 검을 쥐고서 달려나갔다.
카악!
이미 촉수가 제거되어 무해하게 변한 식인 식물의 중앙에 검을 찔러 넣었다.
마력이 서린 검날이 식물을 파고 드려는 찰나.
콰아아—!
식물이 입 속에 숨기고 있던 혓바닥이 튀어나왔다. 놈의 혀가 채찍처럼 레온을 덮쳐왔다.
“!”
콰아앙!
공격에 정통으로 맞은 레온이 반대편의 바닥에 쳐박혔다. 땅 바닥이 깊숙히 패일 정도로 강한 일격이었다.
“우왓, 조심해!”
어느새 재생된 촉수들이 레온을 무자비하게 공격해왔다.
콰과과과······!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공격에 레온은 눈을 질끈 감았다.
“윽······?”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전혀 아프지 않았다.
천천히 눈을 뜬 레온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몸에 은은한 보랏빛의 마력이 덮혀 있었다.
촉수를 전부 몸으로 받아냈음에도 멀쩡한 보호막.
“괜찮니? 세아야, 조심하라고 했잖아!”
오른쪽에서 전투 중이던 윤서현이 진세아에게 핀잔을 줬다.
“저렇게까지 약할 줄은 몰랐지······. 미안.”
약하다는 말을 들어도, 레온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뭐냐고, 이 길드는 대체.’
바로 옆에서도 정신나간 전투가 이어지고 있었다.
“진세아, 식물의 측면에 나 있는 씨앗을 부숴. 그러면 쉽게 제압할 수 있다.”
“와, 역시 오빠야.”
무표정한 얼굴을 한 이지한이 식인 식물들을 가볍게 썰어 넘겼다. 그렇게 제압된 식인 마수들은 그대로 윤서현에 의해 허공을 날아 옮겨졌다.
“마무리만 부탁할게.”
숨이 끊어지기 직전의 식물들이 레온의 앞에 놓였다.
“아, 네······.”
그제서야 레온은 이 게이트 공략의 목적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자신의 레벨업을 위한 것이었다.
도대체 이 세상 어느 길드가 S급 게이트를 사냥터로 쓰는가?
그런 이야기는 우스갯 소리로도 들어 본 적 없었다.
‘이 사람들은 차원이 다르다.’
정상 중에서도 정상에 서 있는 실력을 가진 헌터들.
그런 이들이 어째서 이만큼 밖에 알려지지 않은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은빛의 날개가 고작 대한민국 2위라고?’
진작에 세계를 제패 했어도 이상하지 않은 실력인데.
푸욱, 푸욱.
식물들을 마무리한 레온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젠장.’
이래서는 그냥 버스만 타게 생겼다. 그렇게 틱틱 거려 놓고 막상 게이트에 들어와선 아무것도 못한다니, 스스로가 꼴사나워 참을 수가 없었다.
레전더리 아이템까지 둘렀는데, 이대로 끝낼 수는 없었다.
“일단 마수들을 이쪽으로 불러 올게요.”
윤서현이 게이트 내부의 공간을 왜곡시켜 모든 마수들을 이쪽으로 불러 모았다.
쿠웅, 쿠웅!
거인의 형상을 한 나무가 이쪽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저 멀리 그 주변을 가득 메운 마수의 행렬이 마치 파도와 같았다.
‘······진짜 미쳤네.’
저 하나하나가 S급 마수라고 생각하니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러내릴 정도였다.
은빛의 날개는 몰이 사냥도 차원이 다르게 하고 있었다. 마수의 행렬이 숲을 초토화 시키며 이쪽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하압!”
몰려드는 마수의 홍수 속에서 레온은 땅을 박차고 달려나갔다.
콰득!
늑대 마수의 머리를 밟고 뛰어 오른 레온.
그는 단숨에 보스가 내려다 보이는 지점까지 올라왔다.
‘그냥 이렇게 끝내는 건 자존심이 허락 못해.’
검을 뒤로 뻗어 마력을 끌어 모았다.
『 스킬 ‘차원투과 : 비약적 강화 Lv.6’을 발휘합니다. 』
레온의 앞으로 푸른 원이 생겨났다. 전력을 다한 레온의 찌르기가 원을 통과했다.
검의 끝이 나오는 지점은, 보스의 앞에 생겨난 거대한 푸른원.
쿠구구구···!
나타난 검의 크기는 이전에 비해 수백 배는 커져 있었다.
타차원을 통과하며 변화한 검이 그대로 보스를 향해 내질러졌다.
쿠우웅!
검은 보스의 중심을 꿰뚫었다. 거대한 칼 끝이 땅에 닿고 나서야 멈춰섰다. 나무 거인이 무릎을 꿇으며 생긴 진동이 숲 전체로 울려 퍼졌다.
“오, 대박! 꽤 하잖아!”
진세아가 감탄하는 소리에 레온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진짜 실력을 내면 이 정도다.
그러나 우쭐댈 수 있는 시간은 잠시 뿐이었다. 나무 거인이 거대화한 검을 양손으로 붙잡았다.
촤아악!
나무 거인의 녹색 체액과 함께 뽑아진 검.
거인은 그대로 거대화한 검을 땅 바닥에 내팽겨쳤다.
“크으윽!”
검의 손잡이를 붙잡고 있던 레온이 그대로 땅을 굴렀다.
‘젠장, 필살기였는데.’
그래도 공격은 거인의 어그로를 끌기에는 충분했다.
거인의 손이 레온을 향해 덮쳐오려는 순간.
콰아아아!
푸른 빛줄기가 거인의 몸을 세로로 갈랐다.
“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탄식을 자아내게 만드는 선명한 푸른 선 하나.
그것은 타오르는 불길처럼 거인을 안쪽부터 집어 삼켰다.
타악.
거인을 베어낸 이지한이 레온의 앞에 착지했다.
이윽고 S급 보스의 막대한 경험치가 레온을 향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귓가에 레벨업 알림이 연달아 떠올랐지만, 이미 레온의 관심은 다른 데에 있었다.
‘도대체······. 도대체 뭐냐고······.’
놀랍다 못해 경악스런 힘이다. 뭐냐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았다.
이지한에게 끌려왔던 게 후회 된다는 생각 따위 까먹은지 오래였다.
“······.”
그런 레온을 바라보는 이지한의 입가에는 만족스런 미소가 걸려 있었다.
『 타재간파의 재능 개화에 성공하셨습니다. 』
『 대상 ‘마이어 레온’이 재능 ‘차원 전이’를 개화합니다. 』
* * *
특훈 7일째.
“으으······.”
기진맥진해진 레온이 터덜터덜 은빛의 날개 라운지로 들어왔다.
“세아양, 이것도 먹어봐요! 몸에 좋은 약초로 만든 차에요.”
“윽, 써. 나는 그냥 딸기 쉐이크나······.”
“아뇨, 먹다보면 그 매력에 빠질 거에요. 먹어봐요!”
라운지에 앉아 다과를 즐기는 엘리스와 진세아가 보였다.
레온은 그런 둘을 보고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괴, 괴물들······.’
7일 연속 게이트 공략에 참여해 놓고서, 수다떨 체력이 남아 있는건가?
전국 각지에서 이전보다 많은 수의 S급 게이트가 생성되고 있었다.
일주일 동안 S급 게이트를 두 번, A급 상위 게이트를 12군데를 돌았다.
정신적 피로와 육체적 피로가 동시에 쌓이고 있었다.
‘그래도 엄청나게 성장했다.’
하지만 피곤한 몸과 달리 레온의 마음만은 기뻤다.
압도적인 성장 속도.
솔직히 고마웠다. 마족에게 복수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결국 강해지는 과정은 필요했다.
백묵에게 인정 받기 위해서라도 S급 헌터가 되어야만 했던 레온에게는 꿀 같은 시간이었다.
결과적으로 레온은 S급 헌터가 되었다.
엎드려 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신입 왔다. 오늘은 게이트 공략이 없대.”
“저, 정말입니까?”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야?”
“윽.”
너무 지쳐 있다보니 자기도 모르게 본심이 나와버렸다.
하지만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이야기를 꼭 해야했다.
잠시 라운지의 소파에 앉아 있자니, 이지한이 모습을 드러냈다.
라운지의 한켠에 있는 주방에서 냄비에 비빔면을 올린다. SS급 게이트를 공략한 헌터치고는 소박한 식습관이다. 과연 본 받을만한······.
아니, 이게 아니지.
레온은 머리를 흔들고서, 이지한에게 다가갔다.
“저기, 할 말이 있습니다.”
“응?”
“대체 나한테 이렇게까지 해주는 이유가 뭡니까?”
지금까지 줄곧 궁금해왔던 의문이었다.
최상위 길드에서 촉망 받는 유망주나 받을 수 있는 지원.
거기에 더해 어떤 버프인지 몰라도, 경험치가 빠르게 쌓이는 버프까지 받고 있다.
몸이 고되기는 했지만 그야말로 황제 대접이었다.
레온은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
이지한은 타이머를 바라보다, 비빔면을 뜰채로 건져냈다.
“재능이 있으니까.”
“아니, 그런 차원을 한참 넘었습니다. 난 은빛의 날개 길드원도 아니란 말입니다.”
“어라, 은날에 들어 오는 거 아니었어?”
뒤쪽에서 진세아가 충격 받았다는 표정을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레온은 이지한에게 집중했다.
자신에게는 할 일이 있다.
마족에 대한 복수.
아직 그 마족이 누구였는지조차 불분명한 상황.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여기에 있을 수 없다.
이러한 지원은 오히려 부담스러울 뿐이다.
이지한은 잠시 침묵하다가 찬 물로 비빔면을 씻어냈다.
“설명을 안했던가.”
“예, 안 해주셨습니다.”
“도와줬으면 해서.”
그 이야기는 처음 했던 이야기 아니던가.
그러나 이번에는 이지한이 한마디를 더 했다.
“마족을 처치하는 일을.”
레온이 그 자리에 굳어졌다.
마족.
그 단어가 이지한의 입에서 나올 거라곤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아니, 마족에 대한 정보를 알고는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마족을 처치하러 가자니.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레온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설마, 백묵은 처음부터 이걸 알고서 나를 여기에······?’
물론, 실상은 반대였다.
이지한은 레온의 복수심을 잘 알고 있었다.
그의 부모를 죽인 마족이 누군지까지도.
다만, 시간이 필요 했을 뿐이다.
마족을 처치하자는 말에 레온이 납득할 만한 시간 그리고 능력을 키울만한 시간.
이지한은 완성된 비빔면을 레온에게 내밀며 말했다.
“차원을 안내해 줄 사람이 필요해. 그리고 그게 너다.”
부패의 마족이 있는 차원.
그곳으로 가기 위해선 레온의 힘이 필수적이므로.
* * *
은빛의 날개 회의실.
레온이 오기 전.
“그러니까, 이번에는 우리가 먼저 놈들을 공격하자는 거네요.”
내 설명을 들은 길드장 윤지은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네, 차원 탐색 및 도약이 가능한 헌터가 있으면 충분히 도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곤 해도······. 위험부담이 너무 큰 거 아니에요?”
놈은 포기하지 않고 이 세계에 쳐들어 올 거다.
마족에게는 그래야만하는 이유가 존재하므로.
“지난번, 진세아와 윤서현 헌터 둘과 함께 미래에 갔을 때에도 세계는 이미 마계화가 되어 있었습니다.”
나는 은빛의 날개 연구진들이 만든 보고서 목록을 뒤졌다. 전 세계의 마기 분포도가 파악된 보고서였다.
대한민국을 제외한 전지역에 마기가 짙게 깔려 있다.
“아직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곧 해외의 게이트가 겉잡을 수 없이 발생할 겁니다.”
거기에 대항하기 위한 헌터들의 수나 힘은 아직 부족하다.
김건이 인형을 양산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을테고.
“부패의 마족이 거느린 무수한 군대가 세계 각지로 퍼져나갈 겁니다.”
그 과정에서 부패의 마족 본인은 넘어오지 않는다.
억지력에 제약을 받지 않으면서, 그의 군대가 이 세계를 점령하게 된다.
“그때와서 대응하면 늦습니다.”
“지한씨 말이 맞아요. 언니, 잘 생각해봐. 이건 기회야.”
옆에 있던 윤서현이 내 말에 맞장구를 쳤다.
“으음······.”
길드장인 윤지은도 마족의 위험성이나,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누구보다 주의깊게 듣고 있다.
멸망한 세계에서 누구보다 빨리 세계를 위해 나선 영웅이니까.
“······차원 도약은 안전한 거 맞나요? 이상한 장소에 떨어진다거나.”
나는 고민하는 윤지은을 향해 스마트폰을 들어 올렸다.
“안전하게 차원을 넘을 방법도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화면에는 인터넷의 기사가 떠올라 있었다.
– 하이테크 : 세계 최초 게이트 생성
이미 기술은 준비되어 있다.
오래 전 개발된 기술이지만, 완성되지 않았다.
게이트 내에 차원 좌표를 정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원계 헌터의 도움을 받는다면 간단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마침 하이테크사는 은빛의 날개의 협력사이기도 하다.
“지한씨 말대로라면······.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겠네요. 해보죠.”
윤지은이 결정을 내렸다.
그리하여, 레온의 성장이 끝난 시점.
우리는 하이텍트사로 향했다.
필요한 준비는 전부 끝냈다.
나는 시스템 창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 한계돌파 퀘스트 』
– 목표 : 사도 처치 ( 1 / 4 )
부패의 마족은 분명히 살아 있을 거다.
그럼에도 놈을 처치한 기록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었다.
‘운이 좋다면 퀘스트를 단번에 클리어할 수도 있겠어.’
목표는 사도 부패의 마족 처치다.
놈이 이 세계로 넘어오기 전에.
우리가 먼저 모든 걸 끝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