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2
2화 경험치 10만 배(1)
“으윽, 머리야….”
나는 살아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숲 한 가운데에 누워 있었다.
생생한 풀내음, 벌레의 울음소리, 신선한 공기.
몸 곳곳에서 느껴지는 오감이 내가 살아 있음을 증명한다.
더불어 양팔, 양다리 등등이 모두 멀쩡하게 잘 붙어있다.
‘후…..’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하지만 영 기뻐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마지막 순간.
나는 하얀 포탈 속으로 떨어졌다.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회귀 포탈 속으로.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더럽게 없다고 해야 할지.’
목숨을 건진 건 기가 막힌 행운이었지만, 마냥 기뻐하기엔 상황이 복잡했다.
본디 SSS급 헌터인 천성호가 들어갔어야 할 곳을 만년 F급 헌터였던 내가 들어갔다.
인류의 존망이 대강 결정됐다.
그것도 상당히 절망스러운 쪽으로.
나는 내가 얼마나 재능 없는 헌터인지 잘 알고 있다.
내가 가느니 차라리 각성도 못한 일반인이 오는 게 나을 정도다.
‘돌겠네. 솔직히 불가항력이었다고.’
마른세수를 하며 얼굴을 쓸어내렸다.
내가 들어가고 싶어서 들어 온 게 아니다. 나는 피해자다. 난데없이 날아 온 마력 포탄이 나를 맞춘 걸로도 모자라 포탈 속에 밀어 넣었는데 내가 피해자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쩝.’
물론 변명을 해도 들어줄 사람은 없다.
탓하는 사람조차 지금 이 시점에는 없을 것이다.
나는 회귀 했으므로.
‘그래도 영훈이 녀석은 살리고 와서 다행이네.’
마지막에 녀석이 나를 부르는 걸 확인했다.
그것만큼은 다행이었다.
띠링! 띠링!
갑자기 시스템의 알림이 귓가에 울렸다.
‘윽, 갑자기 뭐야?’
귀가 따가울 정도다. 전에 없는 강력한 알림이었다.
『 시스템이 인과의 뒤틀림을 감지했습니다. 』
『 시스템이 해당 개체의 치명적인 결함을 확인합니다. 』
‘뭐?’
처음 보는 붉은색 메시지 창이 내 시야를 가득 메웠다.
인과의 뒤틀림? 치명적인 결함?
불길한 단어의 조합뿐이었다. 제대로 생각할 틈도 없이 다음 메시지가 떠올랐다.
『 인과 조정 프로토콜 : ‘데우스 엑스 마키나’를 실행합니다. 』
『 ‘데우스 엑스 마키나’ 실행 완료까지 30분 』
이어지는 시스템 메시지도 이해하기 힘들긴 마찬가지였다.
‘인과 조정 프로토콜은 뭐고, 데우스 엑스 마키나는 또 뭐야?’
시간을 뛰어넘었으니 그만한 제약을 받는단 건가?
내가 파악할 수 있는 건 딱 그 정도까지였다.
‘시스템이 이런 적이 있었던가?’
인과 조정이라니 들어 본 적도 없다. 게다가 이 줄어드는 시간은 또 뭔가. 시스템은 헌터의 능력을 보조해 주는 게 역할 아니었나?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 남은 시간 : 29분 58초 』
“크윽…”
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것저것 따지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정체 모를 카운트 다운이 시작된 마당에 언제까지고 누워 있을 수는 없다.
‘뭐라도 하자.’
극단적으로 가정하면 30분 뒤에 내 존재가 삭제당할 수도 있었다. 어쨌든 가만히 있다가 당하는 건 싫었다.
‘일단은······. 상태창.’
지금 내 상황을 살피기엔 이만한 게 없었다.
『 스테이터스 』
이름 : 이지한
나이 : 24
레벨 : 2
등급 : F
특성 : 없음
보유 스킬
– 없음
‘회귀하면서 능력치도 과거로 돌아왔나 본데.’
그래봤자 큰 차이는 없었다. Lv1짜리 근력 스킬이 있긴 했지만 그걸 제외하면 회귀 전과 동일했다.
나는 쓴 웃음을 지었다.
‘천성호가 왔다면 참 막막했겠어.’
가진 게 많은 사람은 잃어야 하는 것도 많다. 그에 비해 나는 애초에 가진 게 없어서 타격이 적다. 아니지, 미친 재능이 있으니 그런 걱정은 안 했을지도 모르겠다.
대략적인 능력이 파악 됐다.
나는 상태창을 닫은 뒤 주위를 살폈다.
“여긴 어디냐…”
주변은 나무와 녹색 식물들로 가득했다.
근처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들이 꽤 독특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에 있을 법한 느낌은 아니었다.
이 경우 답은 하나다.
‘게이트 내부인 것 같은데… 정확히 어딘지까지는 모르겠다.’
게이트.
몬스터들의 서식처이자 현실과 타차원을 잇는 유일한 구멍. 그 내부의 모습은 다양하다.
특히 숲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게이트는 많다.
‘그래도 내가 들어와 있는 게이트이니 위험도는 낮을 거야.’
F급 헌터인 나는 살아생전 강력한 게이트에 발을 들여 본 적이 없다. 아무리 높아봤자 D 등급 게이트까지만 들어가봤다.
‘문제는 F급 게이트만 되어도 나 혼자 나가긴 버겁다는 거다.’
무기라도 있었으면 개겨봤겠지만, 나는 손에 들고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회귀를 대체 어느 시점으로 한 건지.
‘아무리 이 시절의 내가 멍청해도 무기도 안 들고 게이트에 들어왔을 리는 없는데.’
주변을 열심히 둘러봐도 무기가 될만한 건 없었다. 애초에 내가 혼자 떨어져 있는 시점부터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긴 했다.
뭐가 어떻게 된건지.
‘일단은 이거라도.’
스윽.
나는 근처에서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들었다. 그럭저럭 두껍다. 나같이 약한 헌터에게 무기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당장의 목표는 살아서 게이트를 나가는 거다.
그것 말고는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기 위해선 전투를 아예 안 하거나 최소한으로 해야 했다.
‘제발 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게이트이기를…’
나는 최대한 숨죽인 채 수풀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숲이 다 비슷비슷해서인지 게이트의 정체에 대한 윤곽을 잡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나아간지 5분쯤 되었을까, 앞에서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키르륵…!
고블린의 특유의 불쾌한 울음소리였다.
‘이런.’
나는 자연스레 나무 뒤쪽으로 몸을 숨겼다.
긴장감으로 간담이 서늘해졌다.
걸리면 100% 죽는다.
사지가 갈기 갈기 찢겨서 살해당한다.
숨소리조차 내선 안된다.
그러다 깨달았다.
‘고블린의 감각은 B급 헌터에 필적한다······는 건 미래의 상식이었지.’
회귀한 지금의 상식은 아니었다.
마기가 세상을 가득 채운 10년 후부터 몬스터들은 더욱더 흉포해진다. 나 같은 헌터가 손을 쓸 도리가 없을 정도로 강해진다.
그건 어디까지나 미래의 이야기다.
‘여기가 과거라면 이 정도로 할 필요는 없어.’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다.
일평생 약자로 살아온 내 몸에 그런 본능이 새겨져 있는 건 당연하기도 했고.
나는 고블린의 모습을 천천히 살폈다.
‘흉포화의 증상은 없어. 눈이 붉지도 않고, 들고 다니는 무기의 수준도 조잡하다. 여기는 확실히 과거가 맞아.’
고블린이 손에 들고 있는 거라곤 내가 아까 집어든 것보다 허술한 나뭇가지 정도였다.
저 정도라면 무기가 없어도 제압 가능하다.
키륵. 키륵.
어설픈 초보 헌터라면 달려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다르다.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잡을 필요는 없어.’
나는 내 수준을 잘 알고 있다.
제대로 된 무기가 없으면 한 마리를 잡는 것도 진흙탕 싸움이 될 확률이 높았다.
소란을 듣고 동료가 몰려든다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보스 몬스터에게라도 발각된다면 내가 살아나갈 확률은 더더욱 사라진다.
‘여기선 잠시 기다리는 게 낫겠어.’
나는 숨죽인 채 고블린의 행동을 기다렸다.
『 남은 시간 : 24분 33초 』
시스템이 표시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었으므로, 잠자코 있는 시간이 아깝다.
어중간하게 움직여서 화를 부르는 것보단 낫다.
초조함을 억누르고, 나무 뒤에 숨어 고블린이 다른 곳으로 가기를 기다렸다.
키륵!
다행히 고블린 녀석은 금방 움직여주었다. 무슨 소리라도 들은 건지 반대편에 관심을 보이며 숲속으로 사라졌다.
‘젠장, 돌아와서도 고작 고블린 한 마리한테 쫄아야 한다니.’
나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불만스럽지만 이게 현실이다. 무기 없는 F급 헌터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이 정도다.
‘이래서야 나갈 수 있을까?’
계속해서 주위를 살피며 숲을 나아갔다. 처음에는 금세 게이트에 관련한 기억이 떠오를 줄 알았건만 계속해서 처음 보는 장소 뿐이었다.
‘차라리 다른 헌터들을 찾는 게 나을 수도 있겠어.’
게이트를 공략할 때는 헌터 여럿이 힘을 합친다.
3명에서 5명가량의 헌터들이 파티를 짜서 들어오는 게 일반적.
특히 나는 절대로 솔로 플레이를 하지 않았었다.
확신할 수 있었다.
‘F급 게이트에서 파티를 버리고 가는 일은 없었어.’
이런 쓰잘데기 없는 건 기억이 잘도 난다.
팀원을 버리거나, 배신하는 행위는 위법이다. 낮은 등급 게이트에서의 평판이 윗 등급 게이트에서도 동일하게 작용하니 제대로 된 헌터라면 그런 짓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슬슬 흔적이라도 보여야 하는데.’
시간이 무한정 있다면 괜찮겠지만 시스템의 시간은 지금도 흐르고 있었다.
『 남은 시간 : 14분 45초 』
이 시간이 전부 흐르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이상 안심할 순 없다.
신속하지만 조용하게 나아가고 있을 때였다.
멀지 않은 장소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촤아악!
무언가를 베어 넘기는 듯한 소리.
끼에엑! 끼엑! 키에엑!
이어서 고블린들의 괴성이 울려 퍼졌다.
‘헌터인가?’
누가 고블린들을 사냥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장비만 제대로 갖춰져 있다면 F급 게이트의 고블린을 사냥하는 일은 쉽다. 한 번에 여러 마리의 고블린 소리가 들렸으니, 다수의 헌터가 있을 가능성도 있었다.
헌터들이 자리를 뜨기 전에 가까이 다가가야 했다.
나는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스릉.
검을 납도 하는 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단순한 소리였지만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뼛속 깊숙히 한기가 파고 드는 느낌.
‘!’
그 불길함에 나는 입을 다물고 몸을 낮췄다.
슬그머니 다가가 수풀 너머를 확인했다.
“….키륵”
놀랍게도 검을 납도 한 것은 고블린이었다.
보자마자 다른 고블린들과는 다르단 걸 알 수 있었다.
푸른 안광을 흘리는 고블린은 허리춤에 자신의 몸집보다 큰 검집 두 개를 매고 있었다.
두근 두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서 있는데도 심장이 요동친다.
놈의 주변에는 피와 함께 동강 난 고블린 덩어리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얼핏 세어도 세 마리가 넘는 양이다.
고블린을 죽인 건 저 녀석의 짓이었다.
‘네임드 몬스터······.’
나는 놈을 보자마자 정체를 확신할 수 있었다.
수많은 고블린과 다르게 녀석에게는 이름이 있었다.
‘쌍태도 쿠훌렌.’
차원이 다른 기량으로 헌터들 사이에서 네임드 몬스터라고 불리는 존재. 그 변칙적인 존재는 많은 헌터들의 목숨을 앗아갔다.
‘저놈이 대체 왜 여기에 있는거야?’
나는 아예 입을 틀어막았다.
녀석에게는 멸망한 세계의 생존법이 유효하다.
조금의 기척도 내지 않고, 쥐 죽은 듯 숨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했는데.
부스럭.
“?!”
바로 옆에서 3m도 안 되는 거리에서 인기척이 났다. 내가 낸 게 아니었다. 어떤 얼간이가 한 짓이었다.
“사, 살았다! 나도, 나도 데려가!”
웬 미친놈이 네임드 몬스터를 향해 소리 지르며 달려오고 있었다.
“어? 뭐, 뭐야······. 왜 저게 여기에······?”
눈 앞의 고블린 쿠훌렌을 확인한 헌터의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이내 당황한 듯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그런거였나.’
쿠훌렌은 심심풀이로 동족을 죽인 게 아니었다. 헌터인 척, 다른 고블린을 죽여 숨어 있는 헌터들을 끌어내는 게 목적이었다.
감탄스럽다 못해 소름이 돋는다.
나는 방금 나타난 헌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저 자식이 차라리 반대편에서 튀어나왔으면 바로 도망가는 건데.’
쿠훌렌보다 저 멍청한 놈의 대가리를 깨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스윽.
쿠훌렌이 자신의 검집 위로 앙상한 왼손을 가져다 대었다.
나는 저 준비 자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에이씨, 젠장!”
이렇게 되면 나도 들킬 게 뻔했다. 곧바로 땅을 박차고 튀어나갔다.
나는 멍청하게 서 있는 남자 헌터를 향해 몸을 던졌다.
“어, 엇?!”
헌터 녀석은 무게 중심을 잃고 나와 함께 넘어졌다.
스릉.
그리고 간발의 차로 고블린 쿠훌렌의 검이 뽑아졌다.
스슷!
내가 숨어 있던 곳을 포함한 근처에 나무 기둥 위로 희미한 선이 새겨졌다.
쿠우우웅!
“…..”
그렇게 새겨진 선을 따라 나무가 쓰러지며 자욱한 흙먼지를 일으켰다.
헌터 녀석이 멍한 표정으로 나와 잘려진 나무를 번갈아 쳐다봤다.
조금만 늦었으면 나와 이 멍청한 녀석이 나무꼴이 됐을 거다.
“넌 누구…?”
영문도 모른 채 나를 바라보는 헌터.
녀석의 갑옷에는 어떤 길드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 그 아래 새겨진 이름까지 확인하자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빌어먹을…’
길게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나는 헌터의 멱살을 잡고 뺨을 한 대 갈겼다.
“큭, 이게 무슨 짓….”
말대답할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나?
필요한 건 전부 확인했다. 더 이상의 친절은 없다.
나는 마지막으로 윽박질렀다.
“뒤지기 싫으면 뛰어!”
여기서부터 살아 남는 건 본인 역량이다.
나는 죽을 힘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폐가 찢어져라 달렸다.
괴물 같은 고블린 놈에게서 벗어난다는 건 그런 일이었다.
이걸로 확실해졌다.
나는 이 얼빵한 헌터 녀석을 진짜로 처음 본다.
저 미친 네임드 몬스터랑 정면으로 마주치는 것도 처음이다.
이 장소도 처음인 게 확실하다.
문제는 그거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거냐고.’
내가 회귀한 장소가 어째서 이곳인지를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