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202
202화 무한의 서고(2)
“세레네······.”
솔직히 놀랐다.
이곳에서 만날 줄은 몰랐으니까.
아니, 만나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다.
내가 아는 엘프 학자 세레네는 어느 미래의 존재였다.
재능 획득 물약의 효과로 우연히 만나게 되었던 거고.
내가 속한 시간대의 세레네는 성인의 모습이 아니다. 마족의 실험체였던 그녀가 도망친지 그리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을 거다.
“후훗. 복잡한 표정이네요. 제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가······. 궁금한거죠?”
검은색 바탕에 금빛 자수가 새겨진 로브를 입은 세레네.
그녀가 안경을 올려 쓰며 말했다.
“세레네씨도 초월의 권리를 얻은 겁니까?”
“아뇨, 그건 아니에요.”
세레네가 가볍게 손을 저었다.
“아카식 레코드는 모든 시공의 교차점이에요. 과거, 현재, 미래가 한군데에 존재하는 거죠. 그러니까 제가 여기에 있는 게 그리 놀랄 일은 아니죠.”
또각, 또각.
내 쪽으로 몇 걸음 더 다가온 세레네는 몸을 숙이고서 머리를 넘겼다.
내 발 밑에 모여든 오르티마 두 마리를 향해서.
“너도 잘 있었니? 두 마리가 되니까 더 귀엽네.”
칭찬을 받은 오르티마 둘이 기쁜 듯 몸을 움직였다.
오르티마를 충분히 쓰다듬은 세레네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저는 실험체였을 때도, 환상계의 학자였을 때도 지한씨에게 도움을 받았죠. 그 뒤로 시간이 꽤 흘러서······.”
그녀가 로브 속에서 표식이 새겨진 펜던트를 꺼냈다.
가벼운 빛과 함께 펜던트가 반짝였다.
“지금은 아카식 레코드의 사서 역할을 맡게 되었어요.”
차분하지만 깊은 눈빛이 나를 향했다.
그녀의 불완전했던 전지(全知)의 능력은 완전히 개화해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진화해 있었다.
내가 굳이 묻지 않아도 그녀는 내 질문을 알고 있었다.
“저에게 초월의 권리는 없답니다. 저는 사서일 뿐이에요. 수많은 시공이 겹쳐지는 이곳을 관리하는 사람인거죠.”
그녀가 여기에 있는 이유였다.
그것보다 궁금한 것은 따로 있다.
만약, 이곳이 모든 시공이 합쳐지는 장소라면.
그렇다면 마계왕이 쓰러진 미래도 존재하는 걸까?
세레네는 씁쓸한 미소와 함께 고개를 저었다.
“아뇨. 현 시점에서 제대로 된 줄기를 뻗어나가는 건 지금 제 앞에 있는 지한씨의 세계가 유일해요.”
“그 말은······.”
“가면서 설명드릴게요. 가장 먼저 보여드릴 게 있어요.”
세레네가 허공을 가볍게 툭 치자, 물결과 함께 랜턴 하나가 나타났다. 그것을 집어 든 세레네가 나를 앞서 나갔다.
그녀의 뒤로 따스한 불빛이 퍼져나간다.
나는 그 뒤를 걸어나갔다. 주변의 책장이 빠르게 스쳐지나가는 게 보인다.
“사실은······. 생각보다 심각해요. 마계왕은 단순히 차원을 정복하는데서 그치는게 아니라, 미래로 향하는 모든 가능성을 닫아버리고 있어요.”
랜턴에 비친 세레네의 얼굴은 심각한 표정이었다.
“모든 차원의 존립 자체가 위험해지는 상황인거죠.”
“······.”
“어라, 별로 안놀라시네요.”
애초에 마계왕을 없애지 않으면 내가 속한 문명계가 무너진다.
수많은 차원을 다녔던 미래의 나도 그 사실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전 차원이 멸망하더라도, 마계왕의 섬멸이라는 내 목표는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의문은 남아 있다.
“······대체 마계왕의 목적은 뭐인겁니까?”
세계를 정복하고 나서.
무차별적으로 마족의 영역을 확장시켜서.
어쩌겠다는건가.
세레네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게 문제네요. 아무도 몰라요. 단순한 정복욕인지 아니면 어떠한 생각이 있어서인지.”
아카식 레코드에 기록된 정보를 봐도 알 수 없는건가?
랜턴을 들고 나아가던 세레네가 멈춰섰다.
나도 따라 멈춰섰다. 어느덧 우리는 어둠으로 가득한 장소에 서 있었다.
“여기가 마계왕에 관련된 정보가 있는 장소에요.”
그녀가 오른쪽을 향해 랜턴을 들어 올렸다.
랜턴의 빛이 어둠을 밝히는 순간.
부숴지고 훼손된 책장들.
찢어진 책들은 난잡하게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다.
『 해당 섹터는 열람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
아카식 레코드의 메시지가 텍스트를 띄워 올렸다.
세레네는 이가 갈린다는 표정으로 부서진 책장을 바라봤다.
“정말 악질이죠. 마계왕은 자신의 흔적을 완전히 없앴어요. 마계왕의 힘을 넘지 못하면 훼손된 흔적을 살피는 것조차 불가능해요.”
설명을 마친 그녀는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아카식 레코드는 모든 정보가 담기는 장소. 마계왕과 관련된 정보를 우회해서 탐색하면······. 걸리는 게 있을지도 몰라요.”
물론 세레네에게는 그러한 권한이 없다고 한다.
우회라.
기억해두자.
미래의 내가 모았던 정보와 합치면, 마계왕에 관한 정보를 습득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면 계속해서 안내 할게요.”
보여주려고 했던 건 이게 아닌 모양이다.
다시 한 번 주변의 풍경이 빠르게 가속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멈춰선 곳은 어느 책장의 앞이었다.
와글와글.
새하얀 불빛 덩어리와 여러 형태의 슬라임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따스한 빛을 내는 녀석도, 푸르스름하고 차가운 빛을 내는 녀석들도 있다.
“여기가 지한씨의 업적과 역사가 기록된 장소에요. 특별한 장소죠.”
세레네가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내 업적······.’
이계 규율의 업적 시스템에 의해 생성된 기록.
나는 세레네를 따라 책장 안쪽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수 십 마리의 슬라임과 영혼 형태의 존재들이 나를 향해 고개를 일제히 돌렸다.
‘······.’
눈이 마주치자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와글와글!
그것도 잠시 녀석들은 난동을 피우기 시작했다.
나를 향해 마구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 녀석들은 뭡니까.”
부담스럽게 달려드는 녀석들을 밀쳐내며 세레네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
설명이 필요하다.
“아, 여기에 있는 건 전부 초월자들이에요. 귀엽죠?”
초, 초월자라고?
여기에 있는 이 푹신푹신한 녀석들이?
“정확히 설명하면 여기에 있는 건 초월자들의 본체가 아닌 아바타에요. 아카식 레코드는 범차원의 중립지대. 정보의 열람만이 허용되죠. ”
그녀는 내게 달라 붙은 푸른빛의 영혼 하나를 떼어냈다.
잠시 유심히 살펴보던 세레네가 미소와 함께 녀석을 양손에 들어 올렸다.
“이 녀석이 잊혀진 영웅이에요. 그리고······.”
세레네가 도망가려는 황금색 슬라임 하나를 잡아 들었다.
“이 아이는 쇠락한 신궁.”
“······.”
“전부 지한씨를 주시하는 초월자들이죠. 각자의 목적이 있겠지만, 전부 지한씨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있는 거겠죠?”
아까 봤던 검은색 슬라임들도 초월자의 아바타였던건가.
나는 바글바글한 초월자들을 밀쳐내고 책장을 향해 손을 뻗었다.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는 책 한 권.
어째선지 이게 나에 관한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토옹.
손을 뻗자, 책장에서 물결과 같은 파동이 은은하게 퍼져나왔다.
책은 그대로 쑥 뽑히더니 펼쳐졌다.
아까 봤던 책과는 완전히 다른 반응이었다.
『 아카식 레코드에 접근하여 문명계 헌터 이지한을 주시합니다. 』
『 현재 해당 존재가 인과의 흐름을 벗어나 있습니다. 』
파직.
가벼운 스파크와 함께 책이 닫혔다. 책은 다시 제자리로 향했다.
“······그래서 다들 모여 있었던거군요.”
“네, 맞아요. 지한씨의 이야기를 보기 위해 기다리고 있던 거죠.”
초월자들이 아카식 레코드를 통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라.
그렇다면 자연스레 다른 의문이 떠오른다.
‘이계 규율은 뭐냐······.’
초월자들에게 내 존재를 알리고,
내가 초월자들의 메시지를 받을 수 있게 해준 능력.
일반적인 시스템과는 명백히 다르다.
내가 아는 한 초월자에게 직접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수많은 차원에 대한 기억을 전부 뒤져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계 규율은 그걸 가능하게 했다.
네번째 규율 ‘초월 간섭’으로.
“지한씨가 떠난 뒤로 저도 알아봤어요. 이계 규율이 뭔지 어째서 존재하는지. 궁금했거든요. 학자로서 탐구심에 불타올랐죠.”
전지의 능력을 소유한 그녀라면 무언가 알아냈을까.
“마계왕이 자신의 흔적을 인위적으로 없앴던 거라면, 이계 규율은 정보자체가 너무 적어요. 결국 이해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죠.”
유감스럽게도 대답은 노였다.
“외차원(外次元)의 존재라는 건 확실하지만······. 이건 지한씨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죠?”
그렇다.
이미 미래에서 불사의 마족에게 들었던 정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제 조사가 그랬다는 것 뿐이에요. 저는 단순한 사서. 저에겐 아카식 레코드를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니까요.”
세레네가 오른손에 든 등불을 들어 올렸다.
밝은 빛에 그녀의 머리카락 끝이 반짝였다.
“지한씨에게는 그 권한이 있죠.”
마계에서도, 미래에서도 살아서 돌아 올 수 있었던 건 이계 규율 덕이었다.
그러나 이계 규율은 본래 불사의 마족이 가지고 있었던 힘이다.
이계 규율은 그 대상의 선악에 관계 없이 힘을 부여하는 것인가?
여기에 대가는 없는가.
그렇다면 그 목적은 어디에 있는가.
그 진의를 확인해둘 필요가 있었다.
“어떻게 하면 확인할 수 있습니까?”
“등불에 손을 올리고 검색을 원하는 대상을 떠올려 주세요.”
세레네가 내민 등불 위에 손을 올렸다.
『 ‘이계 규율’과 관련된 정보를 탐색합니다. 』
촤르르륵!
등불에서 쏟아져 나오는 불씨가, 이내 황금빛의 낱장이 되어 책장 너머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 초현실적인 광경에 넋을 잃은 것도 잠시.
『 일치하는 탐색 결과 : 4건 』
『 관련성이 낮은 문서는 제외된 결과입니다. 』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 해당 정보는 인과역전급에 해당합니다. 』
『 정보 열람에 필요한 대가는 다음과 같습니다. 』
『 초월의 코인 2개 』
‘잠깐, 초월의 코인이 필요하다고?’
그것도 무려 2개나 필요하단다.
현재 내가 소유한 초월의 코인은 총 4개.
절반이나 되는 양이었다.
코인에 잠든 가치는 다른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오랜 시간 잠들어 있던 쇠락한 신궁을 깨우는데도 한 개면 충분했는데.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그때, 내 표정을 확인한 세레네가 첨언했다.
“아! 아카식 레코드의 기여도를 초월의 코인으로 변환할 수 있어요. 정보 접근 레벨을 올리는 것과 코인을 얻는 걸 제외하면 쓸데도 없는 포인트니 활용하죠.”
『 아카식 레코드 기여도 : 4,302,403 Pt ( 차원 멸망급 ) 』
“정보 접근 레벨은 더 올리지 않아도 되는겁니까?”
“4레벨로 올라가는데 1천만 포인트가 필요해요.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죠. 참고로 5레벨이 최대치에요.”
세레네가 쥔 등불이 흔들리고 있었다. 약간 흥분한 듯 했다. 학자로서의 관심이 표출되는 걸까.
“혹시 세계의 온갖 비밀을 푸는데 관심이 있으시면······.”
“잘 됐네요. 관심 없습니다.”
“으, 아쉽게 됐네요.”
『 기여도를 코인으로 교환합니다. 』
100만 포인트당 초월의 코인 1개.
나는 총 네 개의 초월의 코인을 거머쥘 수 있었다.
이로써 내가 소유한 코인의 개수는 8개다.
『 초월의 코인을 2개 소모하여 ‘이계 규율’에 관련된 정보를 확인합니다. 』
『 남은 초월의 코인은 7개 입니다. 』
‘어디보자.’
나는 천천히 이계 규율에 대한 정보를 훑어내려갔다.
『 해당 항목이 정보 습득에 가장 용이한 형태로 제공됩니다. 』
사락.
관련 정보는 종이로 쓰여져 내 손에 들려졌다.
– 이계를 떠도는 행성 포식자 ‘플래터’. 책에 깃든 이계의 규율이 그것을 괴물로 만들었다.
이건 딱히 상관 없어보이고.
– 제국력 542년. 이계 규율을 손에 넣은 영웅은 초월자가 되었다. 마계에 치욕의 밤을 안겨준 초월자는 제국의 품으로 다신 돌아오지 못했다.
이것도······.
– 모든 것을 훔치는 자가 이 세계에서 존재하지 않는 이계 규율을 훔쳐갔다. 따라서, 이계의 규율이 이 세계에 놓였다.
하나 같이 애매한 결과 뿐이었다.
그래도 그나마 결과가 하나 있었다.
– 이계의 찬탈자가 말한다. 이계 규율을 따르는 자여. 썩은 대지를 밟고 일어서라, 시간과 공간 너머로 무한하게 펼쳐진 생명을 마주했을 때. 그대를 맞이하겠다.
시처럼 적혀진 문구.
그러나 예사롭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이계의 찬탈자가 말한다.’
이계 규율의 메시지 속에서 분명히 보았다.
이계의 찬탈자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초월자가 있었다.
“세레네, 이 중에 이계의 찬탈자라는 녀석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네? 이계의 찬탈자요? 잠시만요.”
그녀의 얼굴에 잠깐이지만 당황스런 빛이 스쳤지만 잠시 뿐이었다.
슬라임을 쿠션 삼아 앉아 있던 세레네가 몸을 숙였다.
북적거리는 녀석들을 휘적이던 세레네가 이내 고개를 들었다.
“으으음······. 없어요.”
로브에 달라붙은 녀석들을 하나씩 떼어낸 세레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뇨, 사실 그런 이름을 사용하는 초월자는 들어 본 적이 없어요. 방금 확인한 아카식 레코드에 쓰여 있었던거죠?”
“······그렇군요.”
이계의 찬탈자는 내가 사는 범차원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 외차원에 존재하는 초월자일 가능성이 크다.
시처럼 적혀 있지만 그는 분명히 말하고 있었다.
‘이계 규율에 대해 알고 싶다면 우선은 사도들을 처치하라는 건가.’
썩은 대지는 부패의 마족을 의미한다.
이어지는 단어들도 전부 사도의 이름들이었다.
마계왕의 사도를 물리치는 게 이계 규율에 닿는 일이 된다는 뜻이다.
‘웬만해선 정체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가보군.’
의문이 완전히 풀린 건 아니지만, 미래에 그들과 접촉할 가능성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나는 세레네에게 내가 얻은 정보를 나눠주고선 몇 가지 문제에 대해서 확인했다.
이외에도 시스템은 무엇인가?
어째서 내가 무재조정을 얻었는가?
평소에 당연하게 떠올랐던 의문들.
그런 의문에 대한 답은 당연하게도 얻을 수 없었다.
아카식 레코드는 정보를 기록하는 장소이지, 질문에 답을 해주는 곳이 아니므로.
초월자들에 대한 의문이 다소 해결되었다.
그러나 지금부터가 본방이다.
‘내가 가진 정보와 여기에 기록된 정보들을 잘 활용한다면······.’
마계왕 처치에 대한 실마리는 물론.
일반적으로는 얻을 수 없던 새로운 스킬을 습득할 절호의 기회가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