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212
212화 타오르는 재능(1)
붉은 달이 떠오른 밤하늘 아래.
언데드들로 가득 찬 대지를 달려 나가는 한 명의 소녀가 있었다.
푸른 안광을 피우며 적을 찾아 헤매는 언데드들. 그러나 바로 앞에 소녀가 지나가도 그들은 알아채지 못한다.
『 특성 ‘절대 은밀 기동’의 효과가 발휘 됩니다. 』
『 스킬 ‘절대 은신 Lv.10’을 발휘합니다. 』
‘오빠의 말대로였어.’
진세아는 적의 사이를 민첩하게 가로질러나갔다.
등에는 커다란 더플백을 짊어진 채로.
그 안에 담긴 건 다름아닌 부패 마족의 예비 신체였다.
– 잠깐, 그 작전에 나는 없잖아요. 나는 그러면 뭐해요?
엘리스, 윤서현과의 합동 작전.
진세아의 역할이 빠져있었다.
– 우리가 작전을 하는 동안. 진세아, 네가 해야 할 단독 임무가 있어. 바로 예비 신체를 찾는 일.
– 예비 신체······? 신성 마법계에서 없앴던 그거요?
– 그래, 마지막 하나가 남았거든. 그게 이곳 열화 명계에 있을 거야.
이지한은 진세아에게 차분히 설명했다.
– 살펴봐야 할 곳은 총 세 곳. 이 모든 장소에 예비 신체가 없다면 지체 없이 돌아 와. 물론 가장 확률이 높은 순서대로 알려줄거고.
운이 좋게도 첫번째 은신처에서 바로 예비 신체를 찾을 수 있었다.
들키지 않으려고 식은땀을 흘렸지만 결과는 완벽했다.
‘완전 성공이야. 이제 오빠랑 합류하기만 하면 돼.’
은신처에서 멀리 떨어진 합류 지점까지가 코앞이었는데.
급격하게 해골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하필이면 여기에 해골들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부패의 마족의 해골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놈들은 눈가에 퍼런 안광을 피워내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오빠처럼 하늘을 날 수 있으면 좋았을텐데.’
공중기동이라고 그랬나? 분명 그때 미래에서 배웠다던데.
나중에 꼭 알려달라고 해야겠다.
그게 있었으면 단숨에 허공을 가로질러 갔을텐데.
아쉬운 부분이었다.
‘당장은 어쩔 수 없지. 이 해골들이 멍청하길 바라는 수밖에.’
스슥.
진세아는 해골들 사이로 자연스레 숨어들었다.
덜그럭, 덜그럭.
해골들의 지능이 뛰어나지 않을 거란 예상은 다행히 들어 맞았다.
바로 옆에 몸을 맞대고 있어도 놈들은 반응하지 않았다.
진세아는 놈들 무리에 섞여 합류지점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마침 놈들의 방향이 그쪽이기도 했다.
‘여기서 들켰다간······.’
상상만해도 끔찍했다.
저 너머의 숲과 언덕 모두 해골 병사들로 가득했다.
눈 닿는 모든 장소가 해골 천지다.
진세아는 최대한 숨을 죽인 채 앞으로 나아갔다.
이 놈들하고 끝없는 싸움을 벌이고 싶진 않았기에.
‘거의 도착한 것 같은데?’
합류 지점에 가까워진 순간이었다.
콰아앙! 콰앙! 콰앙!
저 앞에서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해골이 휘두른 뼈검에 다른 해골이 산산조각나며 솟구쳤다.
그 자리를 메꾸기 위해 다른 해골들이 달려들지만, 검을 든 해골의 돌진을 막을 순 없었다. 그저 뼛조각이 되어 대지에 흩어질 뿐.
전투를 바라보는 진세아가 굳어졌다.
‘뭐, 뭐야? 해골들이 왜 서로 싸우고 있는거야?’
뭐, 영역 다툼 그런 건가?
자세히보니 해골들의 눈빛이 달랐다.
황금색과 푸른색.
두 가지 종류의 눈색깔.
가지고 있는 힘은 황금색 쪽이 우세했다.
아니, 압도적이라고 말해도 될 정도였다.
황금빛 안광을 가진 푸른 눈빛의 해골들을 일방적으로 파괴하며 전진하고 있었으므로.
콰과과과과—!
황금색 안광을 가진 해골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다.
놈들이 휘두르는 뼈칼이 지척까지 다가왔다.
‘우와앗, 벌써 여기까지 왔어?!’
진세아가 품에서 단검을 빼들었다. 여기서는 무력을 행사하더라도 합류 지점에 도달해야했다.
‘저 정도 수준이면 마수가 아니잖아······.’
일반 헌터들과 비교해도 손색 없는 움직임이었다.
푸른 눈의 해골들은 사냥을 당하고 있을 뿐이었다.
헌터에게 마수들이 한낱 사냥감에 불과한 것과 마찬가지로.
‘후우······.’
그 사실을 깨닫자 앞쪽으로 펼쳐진 황금빛이 물결이 더없이 흉흉하게 느껴졌다. 온 몸의 잔털이 삐쭉 솟아오르는 느낌.
‘아직 여기서 죽을 순 없어. 오빠가 올 때까지 버티자.’
진세아가 단검을 움켜쥔 채 땅을 박차고 달려 나가려는 순간.
밤하늘 위로 나타난 거대한 그림자가 달빛을 가렸다.
그 정체는 목룡이 된 오르티마.
진세아도 몇 번이고 본 적있는 모습이었다.
“오빠!”
진세아가 반가움에 소리쳤다.
빨리 이 무지막지한 해골들로부터 구해줬으면 했다.
쿠웅!
목룡에서 뛰어내린 이지한이 진세아의 앞에 착지했다.
“우왓, 잠깐 여기에 내려버리면 해골들이······.”
진세아가 급하게 단검을 들어 올렸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아까는 죽일 기세로 달려들던 해골들이 진세아와 이지한을 무시하고서 푸른 안광의 해골들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심지어는 이지한의 주위로 넓은 원형의 공간이 생겨났다.
해골들이 알아서 자리를 비킨 것이다.
“그럴 필요 없어. 이 녀석들은 우리 편이니까.”
이지한이 옅은 미소와 함께 말했다.
“에엥······? 진짜······?”
작전이란 게 이런 뜻이었나?
진짜로 황금 안광의 해골들은 푸른 안광의 해골만 노리고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뒤를 살피는 진세아.
뒤쪽의 더플백을 본 이지한이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잘했다, 진세아.”
“아아, 무, 물론이죠. 제가 누군데요.”
진세아가 가슴을 콩콩 두드리며 말했다.
해골들에 의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겸해서.
“이건 바로 처리할게.”
진세아로부터 더플백을 받아든 이지한이 내용물을 확인하더니 검을 꺼내 휘둘렀다. 허공에 푸른 잔상이 새겨지며 예비 신체가 두동강 났다.
‘아, 맞아. 공중기동 말고 이것도 알려달라고 해야지.’
배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자베기를 확인한 진세아가 눈을 반짝였다.
예비 신체를 파괴한 이지한이 시스템 창을 확인했다.
『 사도를 처치하셨습니다. 』
『 한계 돌파 퀘스트의 목표 수치가 상승합니다. 』
예비 신체는 확실하게 사도로 인식되고 있었다.
『 한계돌파 퀘스트 』
– 목표 : 사도 처치 ( 3 / 4 )
이제 남은 것은 부패의 마족 하나.
녀석을 처치하면 150의 레벨 제한이 해제된다.
‘초월의 코인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게 아쉽군.’
정확히 말하면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한계 돌파 퀘스트도 타재간파의 퀘스트와 마찬가지로 초월의 코인으로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요구되는 코인의 수량이었다.
’30개는 쓰지 말라는거나 다름 없으니······.’
그 정도면 초월자들도 목숨을 걸만한 양이다.
어쨌든 진세아는 훌륭하게 임무를 완수했다.
바닥에 착지한 목룡 오르티마의 위에 올랐다.
이 근처가 내 해골 병사에 의해 점령되는 건 시간 문제다.
진세아가 올라탈 수 있도록 손을 잡아주는 그 순간이었다.
콰아아앙—!
밤하늘을 뒤덮는 강렬한 섬광.
어디선가 터져나온 충격파가 일대를 훑고 지나갔다.
흙먼지가 휘날리며 진세아를 덮쳤다.
“으악, 퉤퉤.”
진세아가 입에 들어간 흙을 뱉어내고서 고개를 들어 올렸다.
“뭐, 뭐에요?”
“부패의 수호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나본데.”
“그 엄청 세다는 놈들요?”
“그래.”
부패의 마족이 거느린 6인의 수호자.
그 힘은 하나의 차원을 평정할만큼 강력하다.
부패의 마족에게는 더 이상 남은 예비 신체가 없다.
당장이라도 놈을 죽이러 가고 싶지만.
문제는 부패의 마족을 쓰러뜨린다고 해도 놈들이 죽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진세아, 타. 다음 장소로 이동할 거니까. 이번에는 전투니 마음 단단히 먹고.”
“알았어요. 오빠가 없는 한 달 동안 갈고 닦은 제 실력을 보여줄게요. 아마 놀랄지도?”
“그래, 알았으니까. 일단 타. 윤서현 헌터에게 간다.”
어두운 창공을 가르며 목룡이 날아 올랐다.
* * *
부패의 수호자 6인.
그들은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
서로를 호칭할 때도 각자의 직업으로 부를 뿐.
뼈만 남아 있는 언데드와 달리.
그들은 썩지도 부패하지도 않았다.
살아 생전의 모습으로 이름만 지워진 채 그 능력을 간직하고 있었다.
“음, 마법사. 실력은 녹슬지 않았군.”
새까맣게 변한 검은 대지를 바라보던 전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사의 불덩이가 떨어진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지한의 해골 병사도 부패의 마족의 해골 병사도. 그 무엇도.
하나의 도시에 해당하는 크기였다.
그러나 그만한 범위의 공격에 놀라는 이는 없었다.
“으음······.”
마법사가 손가락으로 거리를 가늠했다.
불만족스런 표정이었다.
“아니야, 위치 좌표가 어긋났어. 헌터들의 베이스 기지를 완전히 소멸 시킬 생각이었는데. 한참이나 빗나갔는 걸.”
“쯧, 마법사 아가씨. 헌터들은 우리 상대가 아니요. 부패의 마족께서는 대적자를 막으라고 하셨잖소.”
무도가가 혀를 찼다.
이들은 모두 하늘 위에 체류하고 있었다.
어디를 공격하면 가장 좋을지, 국가 단위에서 확인하는 게 가능했다.
부패의 수호자들의 공격은 그만한 위력과 범위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하지만 상대적으로 약한 헌터들을 공격하면 대적자가 나타나지 않겠어? 인간들의 영웅 같은 놈이 인간을 내버려 둘 리가 없잖아.”
“그것도 맞는 말이군. 도적이여.”
그들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전사가 다시 입을 열었다.
“부패의 마족께서 우리에게 명한 건 두 가지다. 대적자 소유의 군대를 지도상에서 지울 것, 그리고 대적자를 막을 것.”
“잠깐. 뭔가 이상한데.”
지금껏 입을 다물고 있던 사제의 미간이 좁혀졌다.
대륙의 한군데에서 퍼져나가던 황금빛 물결이 대륙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심지어는 부패의 마족의 언데드를 모조리 흡수하며 자신의 힘으로 만들고 있었다.
“동서남북. 네 방향에서 일제히 대륙 중심을 향해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어.”
“그럴리가. 대적자가 여러명이라도 된다는 건가?”
“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도 나뉘어져야 할 것 같은데.”
나뉘어지자.
그 말에 여섯 명의 수호자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대적자의 작전이 뭔진 모르겠지만 전력을 분산해주면 우리야 편하지.”
지도 상에서 대적자의 군대를 지우는 게 첫번째였다.
전사가 모두에게 당부했다.
“대적자와 마주치게 되면 신호를 보내라. 그쪽으로 합류할테니.”
“그래, 그래.”
대적자의 언데드 군대가 나타난 것은 총 여섯 장소였다. 보란듯이 한 명씩 유도해서 처리하겠다는 의도가 뻔히 보인다.
그러나 부패의 수호자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인간들은 우리가 소유한 힘을 모르고 있다.’
부패의 마족이 당한 것은 불상사였으나.
그것은 주인의 부주의함으로부터 발생한 사고.
실력적으로 봤을 때 수호자들에게 부족한 것은 없었다.
기이한 힘 몇 가지만 조심하면 어려울 것 없는 상대였다.
마계가 부흥한 이래, 수많은 영웅들이 있었고 셀 수 없이 많은 구원자가 존재했다.
부패의 수호자들도 한때는 마계로부터 자신의 세계를 구하고자 했던 이들.
그렇기에 대적자라고 해서 특별할 것도 없었다.
오히려 그들의 입장에서 대적자는 햇병아리와도 같은 상태다.
부패의 수호자들은 각자가 맡은 지역으로 향했다.
전사가 향한 곳은 대륙의 동쪽.
쿠우우웅!
그가 땅에 착지한 것만으로 강렬한 충격파가 터져나왔다. 근처에 대기하고 있던 해골들이 밀려날 정도로 강한 충격이었다.
전사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확인했다.
대적자의 해골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이미 부패의 마족이 자랑하던 언데드들이 상당수 잡아 먹힌 상태였다.
언데드 드레이크, 언데드 리치, 데스 나이트······.
전사는 등에 매고 있던 대검을 꺼내 들었다.
별 다른 준비 동작 없이 한 손으로 바닥을 내리찍었다.
콰아아앙—! 쩌저적!
전사의 주변 땅이 일시에 갈라지기 시작했다. 강렬한 마기가 치솟아 오르며 근처의 언데드들을 집어 삼켰다.
균열은 대지와 맞닿은 해안까지 이어질 거다.
벌어진 땅 속으로 언데드들이 벌레처럼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대적자의 군대라고 해도 별 것 아니다. 결국은 하찮은 미물에 불과한 것들.
부패의 마족께서 손해를 감수하신다고 하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직 뭔가 많이 남아 있군.’
다시 한 번 그가 검을 들어 올리려는 순간이었다.
“자, 장난 아니네.”
“겁나면 지금이라도 빠져. 불량 꼬맹이.”
“어이, 지금 뭐라고 했냐?”
전사의 앞으로 두 명의 헌터가 나타났다.
아직 무너지지 않은 땅을 밟고서.
“SS급 헌터 됐다고 자신감이 충만하신 것 같은데, 수호 길드에서 호화스런 지원만 받은 사람이 뭘 알겠어.”
“······야, 꼬맹아. 집중해.”
“불리하니까 다른 말 하기?”
신태양과 천성호였다.
이지한은 대륙의 곳곳으로 해골 병사들과 함께 각 인물들을 배치해놨다.
윤서현의 공간이동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하여 동쪽을 맡은 것이 이 두 사람.
“허······.”
전사의 미간이 좁혀졌다.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대적자는 수호자들의 실력을 조금도 가늠하지 못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고작 헌터 두 명으로 나를 막으려하는 건가.”
그런 그의 말을 들은 천성호가 얼굴을 찡그렸다.
“어이, 그런 건 싸워봐야 아는거지. 그리고 둘이 아니야.”
“그래, 스승님께서 특별히 보내주신 굉장히 강한 언데드가 있거든.”
신태양이 엄지로 뒤쪽을 가리켰다.
두 사람의 뒤편에는 언데드 하나가 있었다.
허름한 망토와 검을 든 언데드 소드마스터 아간트.
전장의 경험치를 듬뿍 머금은 그의 검에는 보랏빛 마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천성호가 비릿한 미소와 함께 전사를 바라봤다.
“형이 널 쳐부수고 뼛조각을 가져오라고 했거든?”
지금쯤이면 이곳 말고 다른 지역에도 존재하는 헌터들이 제각기 부패의 수호자를 마주했을 것이다.
부패의 수호자 강탈 작전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