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228
228화 오르티마의 기원(1)
“뭣?!”
뒤쪽에서 나타난 기척에 오르티마 대공이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늦었다.
『 동료 진세아가 ‘환세의 도둑 : 단검술 Lv.10’을 발휘합니다. 』
진세아의 눈동자에 붉은 이채가 맺혔다.
단검의 끝에서 피어오른 붉은 마력이 오르티마 대공을 난도질했다.
무수한 직선이 오르티마 대공의 위에 새겨졌다.
타악!
진세아는 유클레스를 잡아채고서 우리쪽으로 한달음에 뛰어왔다.
“시킨대로 했어요. 괜찮은 거 맞죠?”
“그래, 잘했어.”
진세아의 단검에 난도질 당한 오르티마 대공.
본래 인간이라면 피분수가 쏟아졌어야 하지만, 그는 은빛의 액체가 되어 슬라임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치 내 오르티마처럼.
대공이 몸을 재구성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면 진세아의 공격에 입은 데미지가 컸거나.
– 스, 스승님을 구해냈구나! 성공이야! 정말로 해낼 줄이야······!
이어폰 너머 카렌의 안도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클레스는 의식을 잃었는지 눈을 감고 있었다.
길게 자란 금발과 덥수룩한 수염, 금이 간 안경.
납치되었던 유클레스 본인이 맞다.
“그러면 이제 다시 돌아가기만 하면······. 잠깐만요.”
공간 이동을 사용하려던 윤서현이 얼굴을 찡그렸다.
“황혼의 장막이 다시 작동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아하하-! 당연하지. 쉽게 보내줄 것 같아?!”
스물스물 원상 복귀 되고 있는 오르티마 대공의 위로 인형 하나가 나타났다. 머리 부근에 새하얀 후광을 달고 있는 자그마한 헝겊 인형.
나는 녀석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게 사도 트레이아입니다. 억지력 때문에 본체가 오지는 못하고 있는 거겠죠.”
“사도······. 부패의 마족 같은 거네요.”
“정확합니다.”
초기술마도계의 등급은 SSS.
SSS등급은 일반적으로 하나의 차원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 등급이다.
반면 사도가 가진 힘은 하나의 차원을 우습게 집어 삼킬 정도.
SSS등급을 가뿐히 뛰어 넘는다.
따라서, 시공의 마족이 이 세계로 넘어오기 위해선 특수한 장치가 필요하다.
아니면 막대한 억지력을 지불하던가.
‘쉽게 억지력을 지불할 생각은 없어보이는군.’
나는 성 안에 나 있는 구멍으로 시선을 옮겼다.
레이저 포에 의해 뻥 뚫린 지하.
그 구멍 사이로 공장과도 같은 내부가 얼핏 보인다.
무언가를 제작하고 있었던 흔적이 역력했다.
‘시공의 마족의 목적은 저게 완성될 때까지 시간을 끄는 거겠군.’
어차피 이 정도 적들로는 날 막을 수 없다.
시공의 마족도 그것을 잘 알고 있을 터.
“전력으로 기계들을 부술 겁니다.”
나는 일행들을 향해 말했다.
황혼의 장막을 걷어내려면 레이저가 필요하다.
“레이저포의 과열 상태가 해소될 때까지요.”
“알겠습니다, 스승님. 전부 다 쳐부수면 된다는 거죠?”
현 시점에서 황혼의 장막을 깨부술 수 있는 건 레이저포 뿐이다.
“죄송합니다. 인질까지 빼앗길 줄은······.”
어느덧 오르티마 대공이 머리를 붙잡고 일어섰다. 진세아에 의해 은빛 액체로 변했던 몸이 완전히 복구된 것이다.
“뭐, 인질은 상관 없어. 말했잖아, 그냥 버티라고.”
트레이아의 인형이 오르티마 대공의 어깨에 올라탔다.
“대적자에게 이기는 건 기대도 안해. 지금부터 네가 대적자의 발목을 얼마나 잡고 늘어지느냐의 싸움이야. 알겠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은색 장발을 늘어뜨린 대공.
그의 차가운 잿빛 눈동자가 우리를 향했다.
치익—! 철컥!
거기에 더불어 부서진 성의 잔해 사이로 백여기의 전투기계들이 몰려든다.
“오르티마 대공아! 특별히 시간을 벌 수 있게 도와 줄게.”
트레이아 인형의 헤일로가 붉게 변했다.
콰아앙—!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검은 기체 하나가 지하에서 뛰어 올랐다.
다른 황동색의 기계들과 달리 매끄러운 흑색의 표면을 가진 전투 기계.
파직, 파지직!
『 대상 ‘U-B00’의 등급을 측정할 수 없습니다. 』
놈의 주변부로 검은 스파크가 연신 튀어 올랐다.
신화급 아이템에서 나타나는 그것과 유사했다.
억지력을 무시하고 나타난 개체다.
시공의 마족이 권능이 깃든 거겠지.
– 헉······. 마, 마공학 노심이 심겨진 전투 기계잖아요. 새, 생포 안되나요?
김건이 아쉬운 듯 중얼거렸다.
글쎄, 그건 내가 결정할 일이 아니다.
“저 놈은······. 신태양, 네가 맡아라.”
신태양하기에 달려 있다.
“알겠습니다.”
웃음기를 뺀 신태양이 검집을 쥐고서 앞으로 걸어나갔다.
우리를 비웃는 트레이아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SS급 헌터? 그 정도로 되겠어? 대적자, 네 동료를 잃어도 괜찮은거야?”
신태양은 검성이라 불렸던 인물이다.
내가 존재하는 미래에선 줄기차게 최후의 5인까지 살아남기도 했고.
따라서 나는 녀석을 믿는다.
콰아앙—!
땅을 박차고 뛰어나간 신태양의 검이 흑색 기체와 맞부딪혔다.
강력한 파공음과 함께 주변의 잔해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콰앙! 콰앙! 콰앙!
이어지는 전투는 치열했다. 흑색 기체는 계속해서 자리를 옮기며 공격 기회를 엿봤고, 신태양은 허공을 발판 삼아 놈을 끝까지 추적했다.
“우와우. 지난번에 봤을 때보다 더 강해졌네요.”
그 모습에 감탄하는 엘리스.
흑색 기체는 신태양에 맡기고.
나머지 100여기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인가.
“쯧, 쉽게는 보내지 않을 거다.”
오르티마 대공이 손을 들어 올리자, 전투 기계의 양손에서 일제히 마공학 탄환이 쏟아졌다.
콰과과과과——!
성 외벽이 완전히 부숴지고 파편이 가루가 되어 솟구치는 공격.
다행히 윤서현의 공간 장벽이 모든 공격을 막아내주었다.
그러나 그녀의 표정이 좋지 않다.
“······강해요. 공간이 짓이겨질 정도로요.”
애초에 여기까지 오면서 윤서현 헌터가 스킬을 많이 사용하기는 했다.
– 강한 게 당연하지, 우리 스승님의 발명품인데. 조금만 기다려봐! 레이저포의 열기가 식는대로 바로 지원할테니까. 적어도 10분?
스승에 대한 존경심이 가득 담긴 카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제는 그 발명품의 우리의 적이라는 것.
유클레스가 만든 전투 기계는 녹록치 않다.
초기술 마도계에선 더 이상 헌터들이 게이트를 공략하지 않을 정도니.
“시, 십분이라······. 이 포화 속에서는 바깥으로 나가는 것도 무리인데요?!”
탄환을 눈으로 훑던 진세아가 소리쳤다.
여기를 뚫고 나갈 생각을 했단 말인가.
그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지만.
더 나은 방법이 있다.
나는 품 안에서 렌치를 하나 꺼내들었다.
비행선 로스트 세이비어에 놓여 있던 황동색 렌치.
미리 하나를 슬쩍해왔다.
“먹어라.”
나는 어깨 올라 있는 오르티마에게 렌치를 먹였다.
기쁘게 아이템을 집어 삼킨 오르티마.
녀석은 크게 몸을 부풀렸다. 빨리 싸우고 싶어 안달이 난 것처럼 보인다.
‘너도 느껴지는 거겠지.’
오르티마 자신의 기원이 저 대공에게서 나왔다는 걸.
눈앞의 오르티마 대공.
그의 능력은 은빛 액체로 이루어진 몸과 그걸 자유자재로 바꾸는 능력이다.
내 오르티마와 일치하는 힘이다.
“렌치······? 그걸로 뭐 하게요?”
품 안에서 단검을 꺼내 던지던 진세아가 내게 물었다.
녀석이 던진 단검은 호선을 그리며 나아가 전투 기계들에게 박혔다.
기이잉—! 치익!
그러나, 기계들은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다는 듯 증기와 함께 양팔을 들어 올렸다. 한층 강한 마공학 탄환이 이쪽으로 쏟아졌다.
“우와악, 깜짝이야.”
“지한씨, 앞으로 3분 밖에 못 버텨요.”
“제가 보조하면 세 배는 더 버틸 수 있을 거에요!”
엘리스가 주변을 향해 쌍권총으로 마력 탄환을 발사하며 말했다.
“근데 신태양씨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콰앙—! 쾅!
신태양은 여전히 흑색 기체와 난투를 벌이고 있다.
1대1이라면 충분히 이기겠지만, 지켜보던 오르티마 대공이 은빛 액체를 흩뿌리며 날아 올랐다.
“충분합니다.”
『 형상기억마수 오르티마가 ‘황동색 렌치 Lv.1’로 변화합니다. 』
나는 렌치로 변한 오르티마를 오른손에 쥐었다.
여기까지는 평소와 다름 없다.
‘전투 기계의 약점을 노린다.’
원하는 순간에 원하는 스킬을 얻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것이 50만배의 경험 아래 이뤄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가 노리는 건 ‘분해’ 스킬.
공격 스킬은 아니지만, 과거 채굴 스킬과 마찬가지로 특정 적을 상대하기에는 이만한 게 없다.
‘물론 이번에는 한층 다를 거다.’
나는 나머지 왼손으로 인벤토리에 손을 집어 넣었다.
꺼낼 것은 보석이다.
샤아아—!
보석을 꺼내는 손아귀에서 찬란한 빛이 쏟아져 나왔다.
보석이 내뿜는 가벼운 파동에 의해 머리카락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 강화된 애매한 재능의 결실 』
“사부님, 그건······!”
그래. 그냥 보석이 아니다.
부패의 마족을 처치하고, 한계 돌파의 보상으로 받았던 ‘애매한 재능의 결실 강화석’.
엘리스의 도움을 받아 미리 이걸 강화해 왔다.
5%에 불과한 성공 확률이었지만, 엘리스의 시간 조작이 있으면 성공은 확정이나 다른 없었으므로.
강화된 애매한 재능의 결실의 효과는 간단하다.
『 손에 쥐고 있을 때, 일시적으로 일반적인 재능을 얻습니다. 』
‘일반적인 재능.’
손에 쥔 보석에서 따스한 온기가 느껴졌다.
이게 없어서 얼마나 개고생을 했던가.
조금도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인간이면 가지게 되는 재능.
누구나 가지고 있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그러한 재능.
남들과 다를 바 없는 그 평범함.
나는 그게 없었다.
때문에 헌터로 각성했음에도 어줍잖은 악당 밑에서 한참을 굴렀다.
멸망한 세계가 되었을 때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스킬이라고는 ‘근력 Lv.1’이 전부.
마지막 순간에도 나는 꼴사납게 회귀 포탈 속으로 던져졌다.
평생을 재능 없는 사람으로 살았었다.
그러나 이젠 아니다.
내 특성 ‘무재조정’과 결부된 이 일반적인 재능이 나를 특별하게 만들어 줄테니.
콰아앙—!
나는 있는 힘껏 렌치를 집어 던졌다.
윤서현 헌터의 공간 장벽 밖으로.
강력한 충격파와 함께 성의 잔해들이 밀려났다. 렌치는 주변의 성벽을 부수고 바닥을 파헤치며 나아갔다.
『 심화 스킬의 추가효과가 발휘됩니다. 』
– 유니크 스킬의 습득 확률 증가
『 완성 스킬의 추가효과가 발휘됩니다. 』
– 레전더리 스킬의 습득 확률 증가
힘, 민첩, 지력, 체력.
네 가지 스킬을 모아 완성한 심화 스킬과 완성 스킬.
그 추가효과가 내게 스며들었다.
콰과과과과—!
마력과 함께 쏘아져 나간 렌치가 회전을 거듭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렌치가 첫 전투 기계 하나를 박살내는 그 순간.
촤르르륵!
『 유니크 스킬 ‘마도공학 : 분해 Lv.1’을 획득합니다. 』
『 유니크 스킬 ‘마도공학 : 분해 Lv.2’를 획득합니다. 』
···
『 유니크 스킬 ‘마도공학 : 분해 Lv.12’를 획득합니다. 』
수십 개의 알림창이 내 앞으로 떠올랐다
직격당한 전투 기계는 무수한 부품들로 나뉘어 분해 되었다.
콰과과과—!
렌치는 하나의 전투 기계를 부순데서 그치지 않고 유성처럼 뻗어나갔다.
『 유니크 스킬 ‘전력 : 곡예 투척 Lv.1’을 획득합니다. 』
『 유니크 스킬 ‘초(超) 명중 Lv.1’을 획득합니다. 』
『 유니크 스킬 ‘초(超) 관통 Lv.1’을 획득합니다. 』
콰앙—! 콰앙! 콰앙!
마공학 탄환을 쏘아대던 전투 기계의 머리를, 흉갑를, 팔을 쉼없이 관통하며 나아갔다.
콰앙! 콰앙! 콰앙!
렌치는 부메랑처럼 호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궤적에 닿는 모든 것을 산산히 분해하며.
막강한 회전력과 투척력이 더해지자 전투 기계들은 속절없이 무너졌다.
콰앙!
순식간에 40대 이상의 전투 기계가 한줄기로 이어졌다.
후두두둑!
렌치가 관통한 전투 기계 전부 부품으로 분해되어 비처럼 쏟아졌다.
『 레전더리 스킬 ‘절대 연격 Lv.1’을 획득합니다. 』
빙그르르, 턱.
렌치는 다시 내게 쥐어졌다.
『 황동색 렌치 Lv.250 』
순식간에 최대 레벨을 달성한 렌치.
은은한 은빛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다.
“와우······.”
단검 하나를 던지려던 진세아가 단검을 도로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이 정도로 분해 됐으면 적들은 완전히 전투 불능이에요!”
엘리스가 환호하며 소리쳤다.
기계의 수가 적어지자, 우리를 향해 쏟아지던 마공학 탄환의 기세도 약해졌다.
부서진 전투 기계는 총 46대.
절반 이상이 한 번에 쓰러졌으니, 신태양을 향해 날아가던 오르티마 대공도 그대로 멈춰설 수 밖에 없었다.
“뭐······?”
멍하니 나를 바라보는 오르티마 대공.
처억.
나는 다시 렌치를 손에 쥐었다.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레이저포가 냉각되기까지 앞으로 9분.
아직 60대나 되는 전투기계가 남아 있다.
그리고 흑색 기체와 오르티마 대공도.
“놀라기엔 아직 이른데.”
아직 보여줄 게 한참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