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229
229화 오르티마의 기원(2)
오르티마 대공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대적자.
시공의 여신은 저 남자를 그리 불렀었다.
그 대적자가 손에 쥔 렌치를 던지는 순간.
푸른 섬광이 기계들을 관통했고.
40여기의 전투 기계가 일시에 박살 났다.
허공으로 솟구치는 무수한 부품의 파편들.
오르티마 대공이 급히 정지했다.
흑색 기체 UB-00를 돕는 것도 잊은 채.
‘무슨······.’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유클레스의 최신형 전투 기계가 이렇게 간단히 파괴될 리가······.’
전투기계가 30대가 모이면 드래곤도 때려잡는다.
심지어 각종 대인전 스킬이 내장되어 있는 최신식 기종이다.
전투 기계는 특수 기동 스킬이나 마공학 방어막과 같은 기능까지 포함하고 있다.
제작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갔음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런 전투 기계들로 이뤄진 군대의 절반 이상이 한 방에 날아갔다.
대공이 잠시 멈춰선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오르티마 대공아! 내가 만들어준 기회를 날릴 셈은 아니지? 일단 흑색 기체부터 도와!”
어깨에 붙어 있던 트레이아의 헝겊 인형이 그를 재촉했다.
그제서야 오르티마 대공이 손을 뻗었다.
스르륵—!
손끝에서 퍼져나간 은빛 액체가 검으로 변했다.
그러나 그 잠깐 사이, 신태양은 흑색 기체로부터 완전한 우위를 점했다.
서걱—!
신태양이 내지른 오러블레이드에 흑색 기체 위에 검푸른 선 하나가 생겨났다.
기체의 마력 노심을 정확히 가로지르는 치명타.
“이런······!”
오르티마 대공이 미처 뭘 하기도 전에 강렬한 폭발이 터져나왔다.
콰아아앙—!
파괴된 마력 노심을 중심으로 보랏빛의 기둥이 위아래로 퍼져나갔다.
흑색 기체에 내재되어 있던 에너지가 황혼의 장막에 닿자, 강력한 진동이 성 전체에 울려퍼졌다.
쩌저적!
황혼의 장막에 금이 갈 정도의 충격.
압축된 충격파가 황혼의 장막 내부를 뒤덮었다.
치이익—! 철컥!
남아 있던 전투 기계들조차 공격을 멈추고 바닥에 스스로를 고정했다.
“야, 이 멍청아! 뭘 가만히 서 있는 거야—!”
대공의 어깨에 간신히 매달린 트레이아의 인형이 소리쳤다.
그녀의 헤일로가 붉게 일렁였다.
일반 기체가 절반 파괴된 것도 모자라,
흑색 기체까지 파괴 되었다.
대적자 본인도 아닌 동료에게.
지나친 강함이었다.
억지력에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어째서 저만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건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이해의 영역이 아니다.
그건 대공 자신이 가지고 능력도 마찬가지였기에.
대공의 가라앉은 눈이 폭풍 너머의 대적자를 향했다.
“대적자······. 그 동료까지 기상천외하게 강하다는 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제 상대처럼 느껴지진 않는군요.”
“······너 정신 나갔니? 나는 분명 시간만 끌라고 말했어—!”
그린 소리친 트레이아의 인형이 충격파에 떠밀려갔다.
갑자기 날아가긴 했지만 본인의 의지일 것이다.
“······.”
정신 없이 휘몰아치는 마력의 폭풍 속.
오르티마 대공은 천천히 바닥으로 내려왔다.
촤아악—!
그의 등 뒤로 솟아난 은빛의 액체가 거대한 날개의 형상을 취했다.
오르티마 대공이 날개를 펼치자 은빛 액체가 허공으로 비산했다.
스스스······.
노심이 파괴되며 발생한 마력 폭풍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대공에게서 쏘아진 은빛 액체가 비처럼 떨어져 내렸다.
투두두두—!
보랏빛 마력 구체 수십 발이 대공을 노리고 날아왔다.
윤서현이 던진 공격이었다.
대공은 가볍게 날개를 앞으로 내밀었다.
날아온 마력 구체는 은빛 날개에 전부 집어 삼켜졌다.
“공간탄인가. 드문 재주를 가지고 있군.”
그리 말하며 대공이 반대쪽 날개를 휘둘렀다.
흡수했던 공간탄이 날개의 안쪽에서 쏟아져 나왔다.
노리는 건 대적자 일행.
투두두두—!
다시금 쏘아진 공간탄은 윤서현의 공간 장벽에 가로막혀 무효화 되었다.
그러나 대공은 신경쓰지 않았다.
촤아악!
자신의 은빛 날개를 더욱 크게 펼칠 뿐.
형상 기억 유체(流體) 오르티마.
오르티마 대공에게 깃들어 있는 물질은 그러한 것이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을 흡수하고 해석한 뒤 재현하는 기적의 물질.
적의 공격도, 마법의 탄환도 이 앞에서는 모두 무력했다.
그렇기에 대공은 여유로웠다.
대적자가 던진 렌치가 다시 한 번 날아올 때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수 있었다.
콰과과과—!
오러 섞인 돌풍과 함께 대공을 향해 날아오는 렌치.
‘우습군.’
대공은 가볍게 은빛 날개를 들어 렌치를 가로막았다.
아무리 대단한 마력이 둘러진 무기라고 해도,
‘뭐가 되었든 결국 이 세계에 존재하는 물질에 지나지 않으니.’
오러와 렌치 둘 다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렌치가 달개에 닿는 순간.
투화아악!
“?!”
렌치는 오르티마 대공의 날개를 꿰뚫고서 가속했다.
대공의 눈빛에 경악의 빛이 어렸다.
처음이었다.
자신의 날개를 관통한 물체는.
평범해 보이는 한낱 렌치가 어떻게 자신의 형상기억유체를 뚫었단 말인가.
콰앙—! 콰앙! 쾅!
렌치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전투 기계들을 빠르게 관통하며 나아갔다. 마력 폭풍 때문에 바닥에 몸체를 고정하고 있었던 게 패착.
이전보다 더욱 강하고 빨라진 렌치가 고정된 전투 기계들을 꿰뚫었다.
빙그르르, 탁.
다시금 이지한의 손에 렌치가 쥐어졌을 때.
파스스······. 치익······.
남아 있는 전투 기계는 한 대도 없었다.
기계의 잔해만이 성 바닥에 굴러다닐 뿐.
“어떻게······.”
그러나 대공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대적자 앞에서 전투 기계가 무력하단 건 이미 확인한 일이니.
“어떻게 내 날개를 뚫었지?”
오르티마 대공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의 자존심이나 다름 없던 능력이 돌파 당했다.
대공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무수한 실험을 거쳐왔다.
이 세계에 존재하는 어떤 스킬도 형상기억유체를 넘어설 수 없다.
그리 자신해왔건만.
저벅, 저벅.
모든 전투 기계가 파괴된 것을 확인한 이지한이 앞으로 걸어나왔다.
그의 일행들도 각자 무기를 들고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별 거 아니다.”
이지한은 손에 쥐고 있던 렌치를 가볍게 위로 던졌다.
렌치는 슬라임의 형태로 변하면서 바닥에 착지했다.
은빛의 슬라임.
뀨우—!
볼품 없는 울음 소리를 내는 녀석은 오르티마 대공 자신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액체로 이뤄져 있었다.
* * *
오르티마의 기원.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인 이계 규율이나 무재조정 같은 것들에 비하면,
오르티마가 어디에서 왔는가는 비교적 명확했다.
‘아카식 레코드의 기록에 따르면 말이지.’
오르티마 대공.
그의 능력이 오르티마 알의 기원이었다.
“······기억에 있군.”
오르티마를 잠시 바라보던 대공은 그제서야 의문이 풀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유클레스의 실패작. 내 능력을 구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공 생명체였던가. 분명 알의 상태였는데, 용케 부화시켰군.”
오르티마 알.
천재 기계 공학자 유클레스에 의해 만들어진 형상기억마수.
오르티마 대공의 능력을 이용하고자 했으나 결론적으론 실패였다.
부화에 필요한 경험치가 아득하게 많이 필요했기에.
“창고에 처박혀 있던 게 어째서 네 손에 들어 가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과거 절친한 사이였던 유클레스와 오르티마 대공.
형상기억마수 오르티마는 유클레스가 그의 능력을 본따 만든 생명체였다.
“내 능력의 열화판에 지나지 않는다.”
대공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맺혔다.
물론 이지한도 비슷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실패작인지 아닌지를 속단하기엔 너무 이른 것 같은데.”
“······.”
대공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날개를 크게 휘둘러 은빛 액체를 쏘아냈을 뿐.
수십 갈래의 액체가 허공으로 쏘아졌다.
촤아악! 부글부글······!
바닥에 떨어진 수십 개의 은빛 액체가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주변에 흩어진 전투 기계의 부품을 주워 삼켰다.
액체는 전투 기계의 모습을 취하기 시작했다.
치익—! 철컥!
백여기의 전투 기계들이 일제히 마공학 탄환이 장정된 양 팔을 들어 올렸다.
“얼마든지 없애 봐라. 다시 만들어내면 그만이다.”
오르티마 대공의 능력이라면 시간을 끄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래? 그렇게 해준다면 고마울 것 같은데.”
나는 슬라임 오르티마를 집어 들었다.
오르티마는 부들부들 떨리고 있다.
같은 능력을 가진 적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자신의 부모 같은 사람에게 들은 말이 실패작이라서 그런가.
뒤쪽에서 유심히 오르티마를 바라보던 진세아가 말했다.
“던지게요? 무서워 하는 것 같은데······.”
“······.”
설마.
화난 거겠지.
어느쪽이든 복수할 기회는 충분히 있을 거다.
나는 오르티마를 절반으로 나눴다.
총 두 마리가 된 오르티마.
대공의 눈빛도 조금은 변화가 있다.
어떻게 두 마리나 데리고 있나 싶을 거다.
나는 오르티마를 한 손에 들어 올렸다.
그대로 녀석을 있는 힘껏 던졌다.
『 유니크 스킬 ‘전력 : 곡예 투척 Lv.12’을 발휘합니다. 』
슈우우—! 콰앙!
날아간 오르티마가 전투 기계에 충돌했다.
충돌한 장소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그것 뿐이었다면 별 거 없겠지만.
저 전투 기계는 대공의 은빛 액체로부터 만들어진 존재다.
그렇다면, 내 슬라임 오르티마가 녀석을 삼켰을 때 무슨 일이 발생하는가?
아카식 레코드에 존재하는 다른 시간선 속에서.
나는 그 답을 알아왔다.
『 형상기억마수 오르티마가 ‘형상 기억 유체’를 흡수합니다. 』
『 오르티마의 최대 레벨이 1 상승합니다. 』
최대 레벨 상승.
본래는 250레벨이 최대였던 오르티마의 레벨이 하나씩 오르기 시작했다.
콰앙—!
어느새 전투기계로 변화한 내 오르티마가 몸을 일으켰다.
“처리해라.”
대공의 손짓에 전투 기계들이 일제히 오르티마를 향해 총구를 돌렸다.
투두두두—!
오르티마를 향해 쏘아지는 마공학 탄환.
뀨우우우!
그러나, 전투 기계로 변한 오르티마는 멈춰서지 않았다.
오히려 공격으로 온 몸으로 받으며 전진했다.
오르티마의 몸에 닿은 탄환들은 그대로 흡수,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방출되며 전투 기계들을 쓰러 뜨렸다.
“오오! 대단해요!”
엘리스가 눈을 반짝였다.
오르티마 대공을 보고 자신의 능력을 깨달은 모양.
백여기였던 전투 기계의 수가 착실하게 줄어들어 간다.
심지어 오르티마는 한 마리 더 있다.
『 유니크 스킬 ‘전력 : 곡예 투척 Lv.12’을 발휘합니다. 』
콰과과과—!
내가 던진 오르티마 렌치가 또다시 전투 기계들을 휩쓸었다.
동시에 일행 전부가 오르티마 대공을 향해 달려 들었다.
“쯧······.”
콰앙!
상황이 예상과 다르게 돌아가자 대공이 먼저 땅을 박차고 쏘아져 왔다.
대공의 목표는 나였다.
나는 별빛의 검을 들어 올렸다.
콰아앙—!
강력한 파공음과 함께 성 전체를 뒤흔드는 충격파가 퍼져나갔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대공의 검이 현란하게 몰아쳐왔다.
나는 침착하게 대공의 공격을 받아냈다.
『 레전더리 스킬 ‘태양류 검성 : 압도적인 힘 Lv.11’을 발휘합니다. 』
어느덧 11레벨에 달한 내 최상위 스킬 ‘압도적인 힘’.
미친듯이 쏟아져 오는 대공의 공격이 한없이 가볍게 느껴진다.
‘······약하다.’
사도에 비하면, 그 강하던 부패의 수호자들에 비하면 대공은 훨씬 약했다.
휘두르는 검에 무게가 실려 있지 않다.
나를 노리고 찔러 오는 일격은 빈틈 투성이다.
아니, 그의 전투자체가 빈틈을 유도하는 형식인 건가?
『 동료 윤서현이 ‘절대 공간 지배 Lv.10’을 발휘합니다. 』
공간이 일렁이며 오르티마 대공의 움직임이 일순 굳어졌다.
나는 그틈을 놓치지 않고 일자베기로 그를 베어냈다.
푸른 섬광이 대공을 반으로 갈랐다.
촤아악!
베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액체화 된 대공은 뒤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둘로 나뉜 은빛의 액체는 대공의 모습으로 변했다.
‘일자베기를 맞기 전에 스스로 분열한 건가.’
대공은 둘로 나뉜데서 그치지 않았다. 뒤쪽으로 완전히 물러선 그가 혀를 찼다.
“대적자······. 네 실력은 잘 알았다. 쉽게 쓰러뜨릴 순 없겠어.”
꿀렁, 꿀렁.
둘로 나뉜 대공이 넷으로 분열.
넷이 된 대공이 또다시 여덟이 된다.
“부, 분신술을 쓰는데요?!”
“사부님, 어떻게 할까요?”
“기다리죠.”
“기다린다고요?”
이윽고 불어나기 시작한 대공은 무너진 성 안을 가득 채웠다.
그가 무슨 자신감으로 나를 상대하려 했는지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시공의 마족께서 주의하라고 하신 이유를 알겠다. 하지만, 승리자는 내가 될 것이다.”
“글쎄······.”
쿠구구구······!
오르티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었다.
무릎까지 오는 슬라임에 불과했던 형상기억마수 오르티마가, 지금은 전투 기계만큼 커져서 전투 기계들을 집어 삼키고 있었다.
“이런 광경을 어디서 봤었는데······.”
윤서현 헌터가 중얼거렸다.
그래, 거대 슬라임이었던 성장의 마족이 이런 느낌이었을 거다.
나는 일행들을 향해 소리쳤다.
“전원. 대공을 쓰러뜨려서 오르티마에게 먹여라.”
레벨업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