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230
230화 오르티마의 기원(3)
내 말에 일행들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꽤 강한데요, 집중하지 않으면 위험하겠어요.”
공간탄을 서너개 더 던져 본 윤서현 헌터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수많은 분신술로 나뉘어진 오르티마 대공.
그의 수많은 분신들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내가 더 약해질 거라 생각했으면 오산이다.”
그들 중 하나가 차가운 음성을 내뱉었다.
“보, 본체가 없어요.”
분신들을 샅샅히 살펴보던 엘리스가 그리 말했다.
“그러면 저게 전부 진짜라는 거야······?”
일반적인 분신술과는 완전히 다르다.
심지어 한 명일 때나 나뉘어졌을 때나 전투력에는 큰 변함이 없었다.
투두두두—!
엘리스의 총탄이 그대로 대공의 분신에게 집어 삼켜졌다.
“까, 까다롭네요······.”
오르티마의 원본이 되는 능력인지라, 일반적인 방법으론 이기기 쉽지 않다.
내 본질베기와 같은 기술이 없다면 처리하기 어려운 상대.
그러나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푸화악!
신태양의 검이 분신 중 하나를 꿰뚫었다.
분신의 가슴 부분이 은빛 액체로 변하며 공격을 회피하나 싶었지만, 신태양의 검에서 솟아난 오러블레이드에 액체가 뒤로 솟구쳤다.
“조금 까다롭기는 하지만······. 못 이길 정도는 아니네요. 스승님, 뒤에서 보조하겠습니다.”
우리의 전력도 만만치 않기에.
각자 가진 능력의 개성이 뚜렷한만큼, 여러 상황에 대처하기 편리하다.
“일반 공격은 잘 안 통하는 것 같으니 통째로 던져 버리면······.”
윤서현 헌터의 눈가에서 보랏빛 이채가 솟아 올랐다.
『 동료 윤서현이 ‘절대 공간 지배 Lv.10’을 발휘합니다. 』
“!”
그녀의 손짓에 따라 들어 올려진 대공이 그대로 벽면에 던져졌다.
콰앙—!
“그래봤자······.”
순식간에 부상을 회복한 대공의 분신이 몸을 일으키려는 찰나.
쿠웅!
거대하게 몸체를 부풀린 슬라임 오르티마가 벽째로 대공을 집어 삼켰다.
우물, 우물.
『 형상기억마수 오르티마의 최대 레벨이 1 상승합니다. 』
대공의 분신은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오르티마에게 완전히 흡수되었다.
“무슨······.”
지금까진 자신만만하던 대공의 얼굴에도 균열이 갔다.
우리를 신경쓰느라 오르티마에 대해선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모양.
쿠구구구···!
거대해진 오르티마가 대공의 분신을 향해 돌진했다.
“오지마라, 유클레스의 실패작 주제에! 어딜 감히!”
대공의 분신이 필사적으로 검을 휘둘렀지만, 오르티마는 그 모든 공격을 그대로 받아내며 분신들을 집어 삼켰다.
“대공을 오르티마한테 먹이라는 말이 이런 뜻이었던 거네요.”
일행들은 간편하게 대공을 처리할 방법을 확인했다.
“크허억!”
“놔라!”
윤서현 헌터의 손짓 한 번에 다섯 명이나 되는 대공이 일시에 오르티마에게 쳐박혔다.
푹신한 스펀지에 감싸인 것처럼 분신들이 내부로 빨려 들어갔다.
“저도 이해했습니다. 스승님, 절 봐주세요!”
오러를 피워 올린 신태양이 대공을 향해 검을 찔러넣었다.
대공의 분신이 급하게 몸을 액체화 시켰지만, 소용 없는 일이었다.
후두두둑!
강력한 광풍과 함께 은빛 액체째로 날려간 대공은 그대로 오르티마에게 안착.
『 오르티마의 최대 레벨이 1 상승합니다. 』
『 오르티마의 최대 레벨이 1 상승합니다. 』
···
『 오르티마의 최대 레벨이 1 상승합니다. 』
“오케이!”
진세아도 비슷한 방법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공의 몸에 무수한 선을 그어 넣은 뒤, 발차기의 풍압을 사용해 은빛 액체들을 밀어냈다.
세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적응과 응용이 빠르다.
그도 그럴게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전부 멸망한 세계의 끝까지 살아남았던 영웅들.
대공에게 승산은 없었다.
“다시 모여라.”
이대로는 승산이 없다고 생각한 걸까?
대공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데 뭉치면 적어도 오르티마에게 쉽게 먹히진 않을 거다.
저항력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쉽게도 그 판단은 한참이나 늦었다.
이미 성장하기 시작한 오르티마.
『 유니크 스킬 ‘전력 : 곡예 투척 Lv.12’를 발휘합니다. 』
투웅!
나는 한 마리 더 존재하는 오르티마를 거대한 오르티마를 향해 던졌다. 녀석이 큰 몸을 들썩였다.
그대로 하나가 된 두 마리의 오르티마.
본래는 이 세계에 단 하나만 존재해야 할 녀석은.
이계 규율의 예외성에 의해 두 마리가 되었다.
그리고 그 파장은.
『 오르티마의 최대 레벨이 300에 도달했습니다. 』
『 형상기억마수 오르티마의 격이 상승합니다. 』
『 이제 형상기억마수 오르티마가 고유 레벨을 소유합니다. 』
오르티마의 본질이었던 대공조차 집어 삼킬 것이다.
『 해당 마수의 등급이 ‘절대 유일’ 등급으로 고정됩니다. 』
황혼의 장막에 휘몰아치는 광풍.
그 아래 각성한 오르티마의 등급.
‘절대 유일······?’
나조차도 예측하지 못한 결과였다.
* * *
절대 유일 등급.
이것은 일반적인 유일 등급과도 차원을 달리 한다.
일반, 언커먼, 레어, 유니크, 레전더리, 에픽 그리고 신화급.
그 사이에 유일 등급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차원에서는 규격외 등급(Extra)라고도 불리기에.
하나의 시간선에 딱 하나만 존재할 수 있는 아이템이 바로 유일급이다.
그러나 지금 오르티마에게 깃든 건 그보다 한단계 위인 ‘절대 유일’.
그 특별함은 차원이 다르다.
‘나를 회귀 시켜 준 아이템. 처음에는 그걸 찾아보려고 했었지.’
아카식 레코드의 기록을 살펴 본 나는 충격에 빠졌다.
‘뭐야, 왜 없는거지······?’
회귀를 가능케 해주는 모래시계.
그와 관련된 정보는 아카식 레코드에도 없었다.
내가 회귀해 온 시간선조차 아카식 레코드엔 기록 되어 있지 않았다.
그 의문에 대한 답은 하나로 일축되었다.
‘절대 유일’
– 절대 유일 등급의 아이템은 모든 시간선을 통틀어 단 하나만 존재할 수 있습니다.
유일 등급이라 생각했던 모래시계가 절대 유일 등급이라면.
그러한 의문은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관련 정보를 찾아보며, 나는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절대 유일 등급은 저마다 강력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회귀의 능력을 가지는 것도······. 절대 유일 등급이라면 가능해.’
시스템이 인정한 유일무이한 존재.
그것이 바로 절대 유일 등급.
파직, 파지직—!
『 해당 마수의 등급이 ‘절대유일(絶對唯一)’ 등급으로 고정됩니다. 』
그 특별성은 시스템이 인정해주고 있다봐도 무방!
‘그게 오르티마한테 깃들었다.’
내가 아카식 레코드에서 확인한 것은 오르티마가 대공의 능력을 흡수할 수 있다는 것 까지.
이 이변은 분명 두 마리의 오르티마로부터 촉발된 각성.
파지지직—!
오르티마의 주위로 검은 스파크가 튀어오르기 시작했다.
녀석이 해당 세계의 억지력에서 벗어난 상태라는 뜻.
쿠오오오—!
“우, 우와앗! 오르티마가 날뛰고 있어요!”
녀석은 해일처럼 성 전체를 뒤덮기 시작했다. 다시 하나로 돌아가려던 대공들을 전부 집어 삼키며 그 몸집을 더욱 부풀렸다.
이건 더 이상 전투가 아니었다.
자연재해나 다름 없는 오르티마 앞에서 대공의 분신들의 공격은 전부 무위로 돌아갔다.
“크윽.”
쿠웅—!
오르티마를 피해 하늘 위로 날아 오른 마지막 대공이 황혼의 장막에 부딪혔다. 오르티마는 사정없이 대공의 발을 붙잡고서 끌어당겼다.
“이럴 순, 이럴 수는······!”
꿀꺽.
그대로 삼켜진 오르티마 대공.
이윽고, 황혼의 장막 전체가 오르티마의 은빛 액체로 가득 차올랐다.
물론, 우리가 있는 공간을 제외하고서.
“괴, 굉장하네요.”
“그렇게 귀여웠는데 이렇게까지 무시무시할 줄이야. 이게 오빠의 펫이란 건가.”
“스, 스승님 이건 저보다 강하겠는데요······.”
일행들이 저마다 감탄을 내뱉는 사이.
– 레이저포 냉각 끝났습니다! 근데······.
이어폰 너머로 카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필요 없겠네요.
그 말대로다.
츠즈즈즈······!
거대해진 오르티마가 황혼의 장막을 흡수하고 있었으므로.
* * *
성 내부에 남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대공은 내 오르티마에게 먹혔고,
트레이아의 인형도 모습을 감췄다.
“지한씨, 어디가는 거에요?”
“금방 오겠습니다.”
나는 성의 바닥에 크게 뚫린 구멍에 다가섰다.
전투 중에 얼핏 본 풍경은 지하 공장이었으나.
‘텅 비었군.’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
크기를 쉽사리 가늠할 수 없는 거대한 구멍이 나 있을 뿐.
“우왓, 아까 여기에 뭐 있지 않았어요?”
날 뒤따라 온 진세아가 어두운 지하를 잠시 살핀 뒤, 내게 물었다.
“트레이아가 지하 공장을 통째로 옮긴 모양인데.”
대공의 의지야 어쨌든 시간을 끄는 역할만큼은 확실하게 해냈다.
“그러면 어떻게 해요? 그 무슨 장치인가 뭔가가 만들어지면 시공의 마족이 이쪽으로 넘어 오는 거 아니에요?”
“그렇겠지.”
“근데, 왜 이렇게 침착해요?”
왜냐면, 그게 우리에겐 더 좋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거든.
이만한 규모의 지하 시설을 어디론가 빼돌렸다.
시공의 마족도 상당한 대가를 지불했을 터.
“신화급 아이템만 챙길 수 있으면 상관 없지. 돌아가자.”
* * *
비행선 로스트 세이비어.
우리는 격납고 내부로 돌아왔다.
구출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대공이 유클레스를 인질로 삼은 덕에 빠르게 끝났다.
트레이아는 도주했지만, 어차피 지금 잡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스승님······!”
공간이동으로 돌아오자마자 카렌이 우리를 향해 뛰어왔다.
정확히는 정신을 잃고 쓰러진 유클레스를 향해.
그녀가 유클레스를 붙들었다.
“스승님, 일어나보세요. 복구의 제자 카렌이에요.”
카렌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질 듯했다.
의식이 없는 유클레스의 어깨를 두드리지만, 유클레스는 깨어날 기미가 안보였다.
“잠시만요, 제가 한 번 볼게요.”
옆에 있던 엘리스가 유클레스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엘리스의 손 끝으로 황금색 빛이 샘솟아나기 시작했다.
집중하기 위해 눈을 감은 엘리스.
그 눈썹이 미세하게 좁혀졌다.
“시간의 저주가 정신을 옭아매고 있어요. 이 매듭을 푸는 건······. 다행히 어렵지 않을 것 같아요.”
녀석의 손에서 다시 한 번 강렬한 빛이 샘솟았다.
엘리스의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짧은 신음과 함께 유클레스가 천천히 눈을 떴다.
“으으윽······. 나는 굴하지 않는다······.”
“스승님! 스승님! 정신이 드세요?”
“으······. 카렌? 이제는 환상을 이용해서 날 능멸하려 드는거냐.”
“아뇨, 저 맞아요! 환상이 아니라 복구의 제자 카렌 보인이에요.”
유클레스가 정신을 차리고, 주변 상황을 인지하게 만드는데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약 15분 뒤.
의자에 몸을 기댄 유클레스가 자신의 금이 간 안경을 고쳐썼다.
나이가 지긋이 든 노인, 그러나 그 눈빛은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듯 했다.
확실하다.
천재기계 공학자 유클레스.
초기술마도계에 기술 부흥을 일으키고, 문명의 발전을 주도한 전설적인 인물.
우리가 찾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는 헛기침을 몇 번 하더니 우리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이거야, 원. 추태를 보였군.”
엘리스의 설명에 따르면 유클레스는 자그마치 천 년이나 되는 정신 감옥에 갇혀 있었다고 한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수십 번도 넘게.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게 다행인 수준이었다.
“자네들 덕분에 따뜻한 커피를 다시 마시게 되었어. 카렌도 고생했다. 못난 스승을 두어서.”
테이블에 놓인 커피를 한모금 마신 유클레스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많은 것이 담겨 있는 감사 인사였다.
잠시 우리 일행들을 바라보던 유클레스가 입을 열었다.
“자네들은 타차원의 인간인가? 목숨을 걸고 날 구해줬을텐데, 안타깝게도 상황이 참 좋지 않다네. 거대한 악이······. 이 세계를 뒤덮으려 하고 있네.”
별 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음에도 그는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듯 했다.
그러나 오해하고 있는 게 있다.
“별로 목숨을 걸진 않았습니다.”
“······?”
그때였다.
꾸물, 꾸물.
유클레스의 앞으로 오르티마가 천천히 기어나왔다.
카렌과 대공에게 실패작이란 이야기를 들은 터라 상당히 위축된 모습이었다.
그런 오르티마를 바라보자마자 유클레스의 눈이 커졌다.
“오오—! 오르티마! 굉장하군. 이 녀석을 부화 시킨 건가?”
양 손으로 오르티마를 들어 올린 유클레스가 들뜬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네.”
“어떻게 했나? 막대한 경험치를 필요로 할텐데. 이거야, 원. 사라졌던 자식 같은 녀석을 다시 보니 이렇게 기쁠 수가 없군.”
늘여보기도 했다가, 눌러보기도 했다가.
완전히 손주를 보는 할아버지의 미소였다.
자식 같은 녀석이란 말은 거짓이 아니었던 것 같다.
“이 녀석은 실패작 아니었습니까?”
카렌의 말에 유클레스가 이해할 수 없단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소리냐. 내 분명 알에서 깨어나기만 한다면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품은 생명체라고 했을텐데. 직접 보거라, 절대 유일 등급이라니?. 이만하면 내 자식 중에서 가장 대성한 놈이지. 으하하하.”
결과물만 놓고본다면 대성공이기는 했다.
칭찬을 받아 기쁜지 오르티마가 몸을 둥글게 말았다.
“부화할 방법을 못찾아, 창고에 넣어뒀던 녀석이 어떻게 다른 차원으로 흘러들었는지까지는 모르겠다만. 이 놈이 부화한 걸 직접 볼 수 있을 줄이야.”
유클레스는 오르티마를 다시 바닥에 내려뒀다.
테이블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후우······.”
한숨을 내쉰 유클레스가 우리를 바라봤다.
“그보다 아까 하려던 이야기를 마저 하지. 타차원에서 온 그대들이 어째서 날 구해준 건지······. 대강 예상은 간다만, 이쪽의 문제도 상당해서 말일세.”
그는 다시 커피를 홀짝였다.
“간만에 먹는 커피라 그런지······. 각별한 맛이군.”
바라던 바였다.
이쪽의 요구는 간단하다.
신화급 아이템의 복구 기술.
문명계에 필요한 기술 습득.
애초에 복구 기술은 제자인 카렌에게 받을 수 있지만, 기왕이면 유클레스한테 받는 게 좋겠지.
우리도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나는 곧장 본론부터 꺼냈다.
“사도 시공의 마족을 처치할 수 있게 도와주시죠.”
푸화악.
갑자기 유클레스가 마시고 있던 커피를 뿜었다.
콜록, 콜록.
“스, 스승님. 여기 손수건 있습니다.”
“······아, 고맙네.”
입가를 닦은 유클레스의 눈이 나를 향했다.
상상도 못했다는 표정이다.
다 예상이 간다고 하지 않았나?
아까 했던 말이 무색해질 정도.
“사도를 쓰러뜨리겠다고······? 진심인가? 자네들, 마족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거 아닌가?”
아뇨, 잘 알고 있을 겁니다.
그것도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