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231
231화 천재 그리고 천재(1)
천재 기계공학자 유클레스.
그는 젊었을 적부터 다른 차원을 관측해왔다.
차원 관측기 U-011D.
따라서 마족의 침략 행위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마족들은 다른 차원을 파괴하고 지배하며 마계화시켰다.
수많은 차원이 이미 침략 당했고, 침략 당할 예정이었다.
‘도저히······. 그들을 막을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니, 불가능하다. 마족의 침략에서 벗어나는 건.’
타차원을 유심히 관측하던 젊은 유클레스는 그러한 판단을 내렸다.
마족이 가진 특유의 제약.
그들이 다루는 무한에 가까운 마기.
차원 하나가 가지는 억지력을 훌쩍 뛰어넘은 힘 앞에 유클레스는 고개를 저었다.
‘초기술마도계가 발견되지 않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는 게 최선이겠어.’
밤 하늘의 별만큼 많은 차원의 빛이 차례차례 꺼져가고 있었다.
그러한 침략 행위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선, 초기술마도계를 숨기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유클레스에겐 그런 재능이 있었다.
빛이 꺼진 차원의 틈바구니에 초기술마도계를 끼워넣는 건 어렵지 않았다.
초기술마도계는 마계의 침략을 받지 않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분명 그랬어야할 터인데······.
유클레스와 절친한 사이였던 오르티마 대공.
그는 어린 시절부터 같은 고난을 함께한 친우였다.
어느날.
‘어쩌면.’
타차원 관측기로 다른 차원을 살펴보던 오르티마 대공이 말했다.
‘유클레스, 마족의 힘이라면······. 시스템을 돌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최후의 게이트의 생성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초기술마도계에 주어진 축복이자 저주.
시스템(SYSTEM).
늦던 빠르던 시스템은 언젠가 초기술마도계를 멸망으로 이끌고 갈 것이었다.
게이트 속에서 보았던 멸망한 세계들.
자아를 잃고 무의미하게 인간을 습격하는 마수.
시스템의 종말은 예정되어 있는 일이었다.
종말을 아는 것은 오르티마 대공과 유클레스가 유일했다.
그러나, 유클레스는 대공의 의견에 강력히 반대했다.
‘오르티마, 저들은 협력하지 않는다. 차원을 흡수하고 자신들의 양식으로 삼을 뿐일세.’
‘그들의 권속이 되어 살아남은 종족은 무수히 많다. 권속 중에는 마계의 틈과 같은 공간을 소유한 이도 있어.’
‘마족의 노예가 되잔말인가?’
‘노예가 아니다. 강자의 밑에서 보호를 받는 게 어째서 노예라는 거냐. 다같이 최후를 맞이할 바에는 차라리······.’
둘의 의견은 결국 좁혀지지 않았다.
오르티마 대공은 자신의 손으로 시공의 마족을 불러왔다.
차원의 틈바구니에 숨겨져 있던 초기술마도계는 그렇게 모습을 드러냈다.
‘차라리 내가 기술을 발전시키지 않았더라면······.’
유클레스는 후회했다.
자신의 기술은 이 세계에 번영을 가져다 주었다. 미래의 종말마저도 예측할만큼.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마족을 이 땅에 불러들이는 계기가 되었다.
오르티마 대공에게 납치 당했을 때도,
그 배후에 시공의 마족이 있을 때도.
유클레스는 놀라지 않았다.
사도의 막강함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마족이란 종족이 모든 차원에서 가지는 위상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었기에.
‘그런데······. 그런 마족과 싸우겠다는 건가. 그것도 사도와.’
눈 앞의 남자는 그런 말을 하고 있었다.
거짓이나 허황된 꿈을 믿는 자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 위에는 차갑지만 단호한 빛이 맴돌고 있다.
가지고 있는 힘이나 두르고 있는 아이템의 수준도 차원이 다르다.
개인이 버틸 수 있는 억지력의 한계까지 붙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고보니 구해준 은인의 이름도 묻지 않았군. 자네 이름은 뭔가.”
잠시 숨을 가다듬은 유클레스가 고개를 들었다.
“이지한입니다.”
“이지한이라······.”
수염을 쓰다듬은 유클레스가 뒤편의 제자를 바라봤다.
“카렌.”
“예?”
“인과조율예측장치. 그걸 줘보거라.”
카렌이 품에 가지고 있던 장치를 유클레스에게 건넸다.
“고장나 있었을 텐데, 용케 잘 복구했구나.”
“가, 감사합니다. 스승님께 배운 복구의 기술이니 최선을 다했습니다.”
“······사실은 내가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제자들에게 발명품을 나눠 준 것도 그래서였고. 하지만······.”
유클레스가 장치의 패널을 몇 번 터치하자, 허공 위로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제자인 카렌도 몰랐던 기능인지 눈이 커졌다.
“이렇게 되었다면 어쩔 수 없겠지. 내 잠시 실례하겠네.’
지이잉——!
장치 중심으로 황금색의 원이 생겨놨다.
유클레스가 가볍게 터치하자, 인과조율장치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는 이지한을 향해 장치를 움직였다.
“흐음.”
패널 위로 떠오르는 복잡한 수식과 암호들.
유클레스의 빛바랜 눈썹이 좁혀졌다.
그가 살아온 족적이 읽히지 않는다.
이런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아니, 없다고 보는 게 맞을 정도.
“자네, 이레귤러라는 말을 알고 있는가?”
“대강은 알고 있습니다.”
“확실히 범상치 않기는 하군. 인과의 흐름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어. 가끔 그런 존재들이 있어. 마계왕도 그런 존재지.”
잠자코 이야기를 듣던 엘리스가 입을 열었다.
“사부님에게는 인과의 사슬이 아주 복잡하게 얽혀 있어요. 흐름에서 벗어난 게 아니라, 모든 흐름의 중심에 있기에 그런 걸지도 몰라요. 최근에 든 생각이지만요.”
“자네는 시간의 능력자인가? 보는 관점에 따라 그리 볼 수도 있겠어. 좋은 의견 고맙네.”
유클레스의 눈이 반짝이는 것처럼 보였다.
오랜 시간 억류되어 있던 인질이라곤 보이지 않을 정도.
“지나온 과거를 확인할까 했건만. 이래선 곤란하군. 어디 이지한군과 가까이 지냈던 인물 없나?”
번쩍.
유클레스의 물음에 자리에 있는 전원이 손을 들어 올렸다.
신태양, 진세아, 윤서현, 엘리스.
“에이, 그쪽은 양심적으로 손내리죠. 수호 길드에 있느라 오빠랑 별로 있지도 못했으면서. 그에 비해 나는 오빠랑 굉장히 많은 활동을 같이 했달까?”
팔 귀에 딱 붙인 채 손을 들어 올린 진세아가 은근한 미소와 함께 신태양을 흘겨봤다.
처음으로 신태양의 말문이 막혔다.
“큭······.”
하지만 손은 내리지 않았다.
“으으······.”
오히려 진세아의 말에 엘리스가 시무룩한 표정과 함께 손을 내렸다.
비교적 늦게 합류했으니까 어쩔 수 없었다.
반대로 윤서현은 중간까지 들었던 손을 살짝 더 높이 들어 올렸다.
“세아는 단독 활동을 많이했지만, 저는 그래도 보통 지한씨와 함께 행동을 자주했었으니까······.”
윤서현이 이지한의 반응 살피며 말끝을 흐렸다.
유클레스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장치를 옮겼다.
“사이 좋은 일행을 뒀구만. 걱정말게, 다 봐줄테니.”
“아놔, 그럴 거면 진작 이야기하지. 이 할아버지······.”
짜증을 내는 진세아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유클레스가 장치를 옮겼다.
장치 위로 각종 수식과 암호들이 다시금 떠올랐다.
‘흐음······.’
F급 헌터에서 시작해 게이트 내부에서 살아남고 최하위 마족부터 차근차근 공략.
“······.”
이지한은 마족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빠르게 간파하고 행동에 나섰다.
동료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읽어내는 그의 업적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게······.’
마족들을 하나하나 처리해나가며 종국에는 사도 부패의 마족을 물리친 이지한.
‘이럴 수가 있나.’
그 모두를 읽어낸 유클레스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몇 번이고 다시 장치를 확인해도 내용은 확실했다.
‘아니, 정말이란 말인가?’
이 모든 게 자신이 납치되어 있던 짧은 시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이만큼 거대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아니, 이게 개인이 이뤄낼 수 있는 업적이기나 한가?
대적자.
남자는 마족들에게 그렇게 불리고 있었다.
시공의 마족 트레이아가 종종 말하던 남자가 바로 이지한이었다.
콧대 높은 종족인 마족 전체가 이 남자를 두려워하며 적으로 규정했다.
이 자는 정말로 사도를 쓰러뜨리려 하고 있었다.
자신의 세계인 문명계를 지키기 위해서.
허풍이나, 허세가 아니라 진심으로 막아내려 하고 있었다.
유클레스는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허······.”
마족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냐?
방금 이지한에게 그런 질문을 던졌던 자기 자신을 향한 웃음이었다.
잘 모르고 있던 건 자기 자신이었다.
“카렌, 이 자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었나?”
“잘 모릅니다. 저는 장치에 표시된 인과율에 따라 움직였으니까요.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아니란 걸 압니다.”
카렌의 시선이 레이저포로 향했다.
대공의 영지를 박살내고, 스승을 구출해오기까지 했다.
“······오래 살다보니 이런 일도 다 겪는군.”
잠시 멍하니 앉아 있던 유클레스가 웃음을 터트렸다.
“이거 내가 오히려 무릎 꿇고 빌어야 할 정도였어. 사도 처치에 협력이라······. 하고 말고! 아니, 부디 하게 해주게.”
유클레스는 그리 말했다.
* * *
천재 기계 공학자 유클레스.
그는 물심양면으로 우리를 돕기로 결정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돕겠네.”
인과 조율 장치에서 읽어낸 내 행적이 상당히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덕분에 그의 전폭적인 지지와 협조를 얻어내게 되었다.
“가장 급한 건 복구 아이템을 얻는 겁니다.”
에픽 아이템 ‘복구의 황금 망치’.
내가 소유한 신화급 아이템을 복구할 수 있는 유일한 아이템이다.
사도 트레이아를 처치하기 위해선 이게 필수이기도 하고.
“앞으로 3일 뒤에 열리는 던전에 망치가 있을 겁니다.”
“그 사실을 시공의 마족도 알고 있나?”
“예,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오르티마 대공이 왕실에 병력 파견을 요청할지도 모르겠군.”
유클레스의 말에 진세아가 고개를 갸웃했다.
“대공은 우리 오르티마한테 잡아 먹혔는데요?”
“그는 자신의 은빛 액체를 이 세계 전역에 흩뿌려 놨다네, 어디서든 부활할 수 있지. 죽지는 않았을 거야.”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다만, 상당히 약화된 상태일 거란 것은 변함 없다.
이제 신경써야 할 것은 대공 본인이 아닌 외부의 것들이다.
결과적으로 대공의 영지가 공격 당했다.
초기술마도계의 지배자들이 군대를 끌고 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그럼에도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이유가 있었다.
유클레스가 우리의 편이니까.
“당신의 기술로 우리 일행을 보조해줬으면 합니다.”
“물론이고 말고. 자네들의 활약을 확인하면서 어떤 아티팩트를 줄지도 이미 정해뒀다네.”
유클레스가 완성한 아이템은 아티팩트로 여겨진다.
가령 카렌이 여관 근처에서 사용했던 은신 장치.
그 성능은 신태양이나 윤서현도 카렌을 쉽게 발견하지 못할 정도였다.
유클레스의 아티팩트가 있다면 좀 더 전술적인 움직임이 가능해지겠지.
“그리고 문명계에 기술을 전수해줬으면 합니다. 사도 침공이 가속화 되는 지금. 문명계에도 마족에게 대항할 힘이 필요합니다.”
이제 막 SSS급 게이트를 공략한 문명계.
백묵이 키워낸 아카데미의 헌터들이 활약을 시작하고 있다곤 하나,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들의 성장을 기다릴 여유가 우리에겐 없다.
“기술을 넘겨주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만······.”
내 말을 들은 유클레스가 살짝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문명계에 내 기술을 전수 받기에 적합한 인재가 있을지 모르겠군.”
“그래, 애초에 스승님의 기술이 쉽게 배울 수 있는 거였으면 우리 제자들도 이렇게 고생은 안했을 거야.”
옆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카렌.
실제로 유클레스의 기술은 심오하고 방대해 11명이나 되는 제자가 하나씩만 배웠을 따름이다.
“자네의 전투 능력은 인정하지만······. 내 기술을 배우려면 비범한 재능이 필요하다네.”
구태여 입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내 재능은 그의 기술을 배우기엔 턱없이 모자르다.
애매한 재능의 결실을 손에 쥐었을 때조차 내 재능은 평범한 수준.
하지만 문제 없다.
“그거라면 괜찮습니다. 아직 일행이 한 명 남아 있거든요.”
나는 유클레스와 함께 격납고의 구석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전투기로 보이는 장비를 수리하고 있는 김건이 있었다.
“우악—! 이 마공학 장치의 정교함······. 치밀하게 구성된 결합······. 마도 회로를 5중첩······. 천재야, 유클레스는······”
전투기 조종석에서 아래로 얼굴을 파묻다시피하고 있는 김건.
여기에선 그의 다리밖에 안보인다.
그의 옆에는 살인청부업자 맥코이가 있었다.
움직일 수 있게 조금 풀어줬지만, 에픽 등급의 밧줄에 묶여 힘과 스킬은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
김건이 그를 조수로 사용하고 있었다.
“드라이버 주세요. 아, 이거 아니고 이것보다 약간 큰 걸로요.”
“······여기 있다.”
“으햐—. 여기는 천국일지도 몰라. 물론 이지한님은 신이고 말이야. 이걸 마음대로 해도 좋다니······. ”
그 말에 카렌이 화들짝 놀라며 성큼성큼 다가섰다.
“어이! 누가 마음대로 하라고 했어?! 이거 스승님의 유작, 아니 발명품이라고 말했을텐데. 완성을 도와달라고 했지 무슨······.”
“김건씨. 잠깐 나와보시겠습니까?”
나는 전투기 개조에 열중이던 김건을 불렀다.
“예? 알겠습니다.”
그가 전투기 바깥으로 나오는 사이.
유클레스가 자신의 발명품을 향해 한걸음 다가섰다.
그가 전투기의 표면에 손을 대자, 격자무늬의 푸른 파동이 전투기 전체로 퍼져나갔다.
전투기의 내부를 파악하는 스킬처럼 보였다.
그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 미완성품을······. 완성한건가?”
“완성이요? 마개조겠죠. 스승님. 저 레이저포도 봐주시죠. 완전히 정신 나갔다니까요?!”
카렌이 스승에게 한탄하듯 말했다.
유클레스의 시선이 김건이 개조한 레이저포로 향했다.
“분명 문명계에서 왔다고 하지 않았나? 이곳의 기술도 낯설고 생소할텐데. 내 미완성품을 완성 시켰다니······.”
“부르셨나요? 아, 이 분이 그 천재 공학자 유클레스······?”
작업복과 얼굴에 검은 기름때가 묻은 김건.
“오오······.”
김건의 얼굴을 확인한 유클레스의 눈이 커졌다.
그는 김건을 보물 바라보듯 하며 다가갔다.
“이럴 수가.”
유클레스가 김건의 손 마디마디를 세세히 살피고 그의 팔과 허리를 이리저리 움직여 보기 시작했다.
입을 열어보고 심지어는 두상까지 체크한다.
졸지에 실험 동물이 된 김건이 도와달라는 듯 내게 눈빛을 보냈다.
물론 딱히 해줄 수 있는 건 없다.
유클레스가 나를 다시 돌아봤다.
그의 눈은 지금까지 만난 이후로 가장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거 믿기지가 않는군. 마치 내 젊었을 적을 보는 것 같구만.“
“예······?”
“스, 스승님 진심이세요?”
눈을 깜빡이는 김건과 경악하는 카렌.
“아, 물론 얼굴은 빼고. 내가 젊었을 땐 삼십 배는 잘 생겼었지.
어쨌든 유클레스는 진심이었다.
‘다행이군.’
나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믿고는 있었다만, 살짝 불안한 점도 있었다.
멸망한 세계의 기인.
또라이 김건.
기행을 일삼기는 했지만 그는 걸출한 병기와 발명품을 남긴 천재였다.
그 사실은 내가 아는 미래에서도 변함이 없었다.
최후의 기지, 함선 세이비어.
거기에 탑재된 인공지능까지도.
모두 김건의 작품이었다.
마족의 침략을 받는 혹독한 세계에서도 그만한 족적을 남겼다.
11명의 제자들이 해낼 일을.
혼자서 할 수 있는 천재.
그게 바로 김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