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250
250화 문명계 수호전(2)
김민수와 김상욱이 게이트를 빠져나왔다.
인류의 배신자 콤비였다.
익숙한 문명계의 건물들이 나타났다.
“6개월이 지났다니, 대체 이게 뭔 상황인지.”
그들은 시공의 마족이 내린 명령에 따라 초기술마도계에 갔었다.
문제는 뭔가 해보기도 전에 모든 게 끝났다는 거다.
미간을 좁힌 김민수가 김상욱을 바라봤다.
“이러다 정말 인간이 이기는 거 아닌가 싶다. 상관은 없다만.”
다시 인간 쪽에 붙으면 그만이다. 아직 배신자라는 사실은 들키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상황이 애매한 건 사실이었다.
“이러다 이도저도 아닌 신세가 되는건지 모르겠다.”
“그러게 말입니다.”
김상욱은 모호한 표정으로 김민수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복구 아이템을 회수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을 때의 일이다.
시공의 마족이 패배했다.
패배한 시공의 마족은 꾀죄죄한 모습으로 나타나서 그들에게 새로운 지령을 내려줬다.
– 크윽, 얘들아 나는 패배했어. 간신히 대적자한테서 도망친 참이야. 너희는 생명의 마족에게 가서 다음을 도모해······.
대마법사 김민수에게 전해진 내용은 그 정도였다만.
– 아, 그리고 재수 없게 생긴 너. 이름이 뭐였지? 너 이리와봐.
– 기, 김상욱입니다.
시공의 마족은 대적자 김상욱을 따로 불러내 기억을 되돌려줬다.
잃어버렸던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자 김상욱은 안도했다.
– ······그렇다면 지한님이 이긴건가?
– 그래, 이 쓸모 없는 인간아.
– 후우. 나, 난 이제 스파이 노릇 좀 그만하고 싶은데. 그냥 김민수 저 새끼 죽이고 돌아가면 안되는 겁니까?
시공의 마족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 대적자님께서 네가 생명의 마족의 곁에 딱 붙어 있길 원한대. 놈은 심장을 자신의 모선(母船)에 보관하고 있는데······. 그걸 파괴하면 제일 좋고. 아니어도 기회가 있을거라던데.
뭐, 사도의 모선? 심장 파괴?
김상욱은 김민수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저 평범한 김민수의 상판이 오늘따라 더 개같이 느껴진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저질렀길래······. 저 배신자랑 끝까지 엮여야 하는거냐.’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김민수가 볼을 긁적였다.
뭐, 돌이켜보니 현생도 그리 착하게 살진 않았었다.
인류를 배신할까도 생각했었고 일단 빌런 길드의 수장이기도 하고.
어쨌든 김상욱은 김민수를 따라 문명계까지 왔다.
두 사람은 실종 처리 되어 있었다. 김민수는 오성 길드의 수장이었는데, 갑자기 잠적했다는 식으로.
“당장은 시공의 마족께서 말씀하신대로 러시아로 가는 게 낫겠어. 거기에 생명의 마족이 계시다니까.”
멋대로 좌판의 신문을 확인한 김민수가 김상욱에게 말했다.
어쨌든 두 사람 다 시공의 마족에 의해 힘을 대량으로 키운 상태.
사도에게 도움이 될 법도 했다.
둘은 김민수의 텔레포테이션 마법에 의해 곧장 러시아로 넘어올 수 있었다.
“공간계 능력은 언제 익힌 겁니까?”
“마법은 좀 달라. 마법으로 파이어볼을 쓴다고, 내가 화염계 능력자인 건 아니잖아.”
“아하······.”
“여기서부터는 걸어가야 할거야.”
마수들이 득실거리는 러시아의 평원.
몸에서 마기를 발하는 두 인간을 적대하는 마수들은 없었다.
두 사람은 초거대 게이트의 근처를 지나 전진했다.
“후, 춥군. 마기의 형상으로 보면 여기 어디쯤일텐데.”
한 걸음을 더 앞으로 내딛는 순간이었다.
“!”
멀리서는 보이지 않던 거대한 존재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신수 현무(玄武).
초대형 게이트를 뛰어넘는 크기였다.
등딱지 근처로는 구름이 흘러가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크기에 잠시 압도될 정도였다.
그들이 위치한 자리에선 현무의 배딱지를 보는 게 고작이었다.
“위로 올라가야겠다.”
두 사람은 마기를 발휘해 허공으로 날아갔다.
“······생명의 마족께서 계실 법한 생김새군.”
현무의 등껍질에는 성 하나가 얹혀 있었다. 심상치 않은 외관이었다.
성채를 덩쿨처럼 휘감은 핏줄들은 끊임없이 맥동하고 있었는데, 그것들이 꿈틀거릴 때마다 강력한 마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둘이 성채에 근접하는 순간.
【 호오, 마기를 소유한 인간이라. 흥미롭군. 】
격이 서린 진언이 성채 내부에서 들려왔다.
목소리가 들린 즉시 김민수가 바닥에 바짝 엎드렸다.
“사, 사도 시공의 마족을 따르던 인간 김민수라고 합니다. 옆에 있는 것은 동료인 김상욱입니다. 시공의 마족님의 명에 따라 이곳에 왔습니다. 부디 저희들을 받아주십시오.”
【 트레이아가 보냈다라······.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와중에 잘 됐군. 대적자의 전력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겠어. 】
쿠구구구······.
성의 대문이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어둠으로 가득 찬 그 내부가 김상욱과 김민수를 향해 손짓하는 듯 했다.
두 사람은 떨리는 몸을 일으켜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제, 젠장······.’
내심 그냥 내쫓아지길 바랬던 김상욱이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성 내부는 외관만큼이나 끔찍했다.
벽면에 마족으로 보이는 존재들이 핏줄과 함께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나아갔을까.
그들은 사도 생명의 마족을 만날 수 있었다.
지루하단 얼굴로 왕좌에 걸터 앉은 노인이 그들을 마주했다.
그는 새하얀 수염과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 왔느냐. 거기 서 있어라. 뇌를 헤쳐서 직접 확인할터이니. 】
느껴지는 격은 시공의 마족에게서 느꼈던 것과 동일하다.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격이었다.
그런데, 잠깐.
뭐? 뇌를 헤쳐?
김상욱의 눈이 커졌다.
바닥에서 솟아난 촉수가 뾰족한 이빨을 들이밀며 다가오고 있었다.
【 죽기 싫으면 가만히 있거라. 】
그 말에 김민수와 김상욱이 굳어졌다.
원해서가 아니었다. 생명의 마족이 보유한 격이 그들의 행동을 제한했다.
콰드드득!
“크아아악!”
촉수가 김민수의 머리를 파고 들었다. 김민수가 고통에 괴로워하며 몸을 숙였다. 생명의 마족은 희미한 미소와 함께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허, 허억······.’
김상욱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촉수가 김민수의 머리에서 빠져나갔다.
“으윽······.”
의외로 김민수는 멀쩡하게 일어났다. 머리의 상처도 아문 것 같고.
【 으음, 트레이아가 패배했다는 건 진짜처럼 보이는군. 내 기껏 도움도 줬건만. 그래도 그 충성심이 갸륵하구나. 그래, 마침 네 놈들에게 딱 맞는 일이 있다. 】
합격이란 의미일까.
턱을 쓰다듬은 생명의 마족이 앙상한 손가락으로 벽면을 가리켰다.
그러자 돌벽이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열리기 시작했다.
【 따라와라. 】
생명의 마족을 따라가자 현기증과 함께 공간이 뒤바뀌었다.
【 여긴 현무의 등껍질 내부다.】
‘미친······.’
김상욱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의식을 잃은 인간들이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들은 평온한 표정으로 투명한 막에 감싸인 채 잠들어 있었다.
그러한 것들이 벽면에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천 단위를 넘어 만 단위에 이르는 것처럼 보인다.
쿠웅! 쿠웅!
천장에선 계속해서 마수들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떨어진 마수들은 그대로 곤죽이되어 중심부에 있는 거대한 입에 집어 삼켜졌다.
【 썩 흥미롭지 않으냐? 이게 무슨 시설처럼 보이는지 말해보거라. 】
그 말에 주변을 둘러보던 김민수가 답했다.
“모, 모르겠습니다.”
【 쯧, 거기 덜떨어지게 생긴 놈은 어찌 생각하느냐. 】
이 새끼들이······.
자꾸 사람 얼굴가지고 뭐라하네.
물론 그 말을 입 밖에 내진 않았다.
김상욱이 표정관리를 하며 대답했다.
“호, 혹시······. 억지력을 관리하기 위한 게 아닌지?”
【 그래, 눈썰미가 있구나. 이 시설은 문명계의 억지력을 강제로 늘리기 위한 시설이다. 】
물론 김상욱이 이 시설에 대해 알고 있는 건, 당연히 시공의 마족이 알려줘서였다.
현재 문명계의 억지력은 SSS급.
아무리 강한 인물이라도 SSS급 이상의 힘을 내기 위해선 영구적인 손실을 감수해야 했다. 그 손실이란 레벨의 하락 또는 격의 상실, 보유한 마기의 소멸 등을 의미하고.
사도가 문명계에 오면 본래 힘의 10분의 1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는 이유였다.
– 그렇다면 억지력의 상한을 늘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했다.
해당 차원에 존재하는 종족 전체가 소유하는 힘이 강해지면 된다.
쉽게 말하면 SSS급 헌터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억지력의 제한도 늘어난다는 것.
【 마족의 손으로 인간을 배양하고, 강제로 경험치를 주입시키는 거다. 】
유클레스의 클론을 만들어내는 데에도 일조했던 생명의 마족이었다.
인간의 클론을 만들어내는 것쯤이야 우스웠다.
물론 시스템이 그들을 각성자로 인정하게 만들려면 마계왕의 힘이 필요했지만.
천장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은 마수들은 막대한 양의 경험치를 내뱉었다.
『 실험체 03243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
『 실험체 17661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
···
『 실험체 00628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
벽면에 새겨진 핏빛 글자가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고 있었다.
『 현재 문명계의 억지력 상한 : SSS급 ( 96% ) 』
현무의 내부, 마수에게서 나온 경험치는 의식 없는 인간들을 향했다.
“하, 하지만 직접 사냥하지 않은 마수들은 경험치로 인정 될리가······.”
김민수의 물음에 생명의 마족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 좋은 질문이다. 잘 보거라, 이곳의 인간들은 전부 현무와 이어져 있다. 그리고 마수들은 현무의 내부에서 죽고 있지. 이제 이해가 가느냐? 】
“아······.”
그제서야 김민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이해가 갑니다. 이해가 가고 말고요. 역시, 역시 마를 따르는 분 답습니다.”
김민수의 얼굴엔 환희가 깃들어 있었다.
인간에 비해 월등한 기술이다.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 인간들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마족들은 이미 모든 것을 상정하고 있었다. 지식과 기술 모든 면에서 압도적이다.
인류가 이기고 마족이 진다?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정말, 정말 대단합니다.”
김민수의 목소리는 감격에 차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김민수는 확신했다.
마족의 편에 붙은 것은 잘한 일이었다고.
일생일대의 선택은 대박이었다고.
“그런데, 그렇다면 저희에게 맡기실 일이란 건······.”
김민수가 고개를 돌려 생명의 마족을 바라봤다.
이미 완성된 시설 속에서 자신들이 할 일은 없어보였다.
그리고 그 순간.
콰득—!
바닥에서 돋아난 촉수가 김민수를 꿰뚫었다. 뇌를 살피는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김민수의 입가에서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커허억······.”
“크아악!”
이번에는 김상욱도 예외가 아니었다.
사이 좋게 촉수에 꿰뚫렸다.
“시, 시킬 것이 있다고······.”
김민수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 응? 문명계에서 네 놈들의 도움은 필요하지 않다. 알량한 수에 기대는 건 시공의 마족이나 할 법한 생각이지. 】
노인은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한쪽 눈을 크게 치켜떴다. 광기 어린 눈동자가 번뜩이고 있었다.
【 물론 실험체로서 할 일은 있다. 마기를 쓸 수 있는 인간은 흔치 않다. 유독 인간만이 마기를 받아들이면 미치광이가 되곤하니. 너희들은 보관해놨다가 마계에 가져가도록 해야겠군. 】
김민수가 축 늘어졌다.
【 슬슬, 종막의 때가 다가오는군······. 】
흐려져가는 의식 속에서 김상욱은 생각했다.
시, 시발······.
김민수 이 멍청한 새끼.
내가 이럴 것 같더라니까.
차라리 내가 죽일 걸······.
풍덩!
두 사람은 웅덩이에 던져졌다.
웅덩이 속에 있던 촉수 중 하나가 그들을 빨아들였다.
관을 이동하듯 복잡한 통로를 따라 두 사람은 옮겨졌다.
이 둘은 생명의 마족이 소유한 모선(母船)으로 향할 것이다.
* * *
3차 방어선 남쪽.
적혈의 버서커 신아람.
검은 가면 쓴 그녀는 전장을 휩쓸고 있었다.
콰아아아—!
대검에서 뻗어나간 붉은 마기가 광선처럼 뻗어나갔다.
다른 SSS급 헌터들의 활약도 눈부셨다.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그들은 각자의 스킬로 마수들을 처치하고 있었다.
끝없이 쏟아지던 마수들의 기세도 주춤해졌다.
마수들의 광폭화가 해제된 순간부터 빼앗겼던 방어선을 되찾고 있었다.
‘이대로만 간다면······.’
2차 방어선을 되찾는 것도 어렵지 않으리라.
문명계를 떠났던 이지한 선배와 일행이 돌아왔단 이야기도 들렸다.
‘정말 선배가 돌아왔다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몰라.’
이지한은 이전 사도 부패의 마족을 상대할 때도 기적을 보여줬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지대한 전력이 되어 줄 것이었다.
그리 생각하며 검을 휘두르는 순간이었다.
돌연 신아람의 눈 앞으로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 해당 문명계의 억지력 제한이 해제됩니다. 』
『 해당 차원의 수준이 SSS급에서 신화급으로 격상됩니다. 』
처음 보는 메시지였다.
따라서 그 의미를 알 수 없었다.
해야 할 일도 달라지지 않는다.
신아람은 계속해서 눈 앞의 마수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녀의 마력이 폭발적으로 전장을 휩쓸었다.
그러나 뭔가가 달라졌다.
그르르······.
자신이 방출한 마력이 한 번 마수들을 집어 삼켰음에도, 마수들이 살아 있었다.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 몸뚱이를 질질 끌면서도 계속해서 전진해 오고 있었다.
‘마수가 더 강해졌어······?’
광폭화 상태가 아니었을텐데도 마수들은 자신의 공격을 버텨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저 멀리 새까맣게 날아오르는 마수들이 보였다.
콰아아—!
고막을 찢는 듯한 울음소리가 서쪽 평원 전체에 울려퍼지고 있었다.
수백 마리에 달하는 그 마수들의 정체는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드, 드래곤?”
신아람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SSS급 게이트에서 몇 차례 상대해 본적이 있었다. 놈들 하나 하나가 보스급에 맞먹는 힘을 가지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문명계의 억지력 상한이 올라가며 현무의 등딱지 속에서 움크리고 있던 드래곤들이 풀려난 것이었다.
그것까지 파악하진 못했지만, 신아람은 결정을 내렸다.
‘저것들이 진짜 드래곤 떼라면······.’
지금 당장 전략을 다시 세워야 했다.
신아람이 뒤를 돌아 물러나려는 순간이었다.
후우우웅—!
그녀와 헌터들의 위로 검은 그림자가 내려 앉았다. 거대한 날개를 펼친 흑색의 드래곤 한 마리가 그들의 머리 위를 지나갔다.
“드, 드래곤이다!”
“다들 조심해!”
“미친! 진짜 드래곤이야!”
헌터들이 서로에게 경고하며 소리쳤다.
펄럭!
흑룡은 거대한 날개를 펼친 채 땅에 내려 앉았다. 그것만으로 주위에 마력이 담긴 강풍이 휘몰아쳤다.
헌터들과 마수들의 바람에 날려가지 않기위해 제자리에 서서 버텨야 할 정도였다.
흑룡 벨제바스.
세로로 찢어진 용의 눈동자가 이 자리에 있는 자들 중 가장 강한 이를 향했다. 강한 이라면 하나 뿐이었다.
“······.”
신아람과 흑룡의 눈이 마주쳤다.
드래곤의 입가에 넘실 거리기 시작한 붉은 마기가,
찰나의 순간을 거쳐 신아람을 향해 쏘아졌다.
콰아아아—!
‘막아야 해!’
한눈에 봐도 브레스의 위력이 차원이 달랐다. 여기서 자신이 도망간다면 주변에 있는 헌터들이 그대로 녹아내릴 것이었다.
콰앙—!
땅을 박차고 뛰어 나간 신아람은 대검을 들어 올리고서 브레스를 받아냈다.
콰과과과과!
‘윽!’
상식을 초월한 충격이 온 몸을 갈갈이 찢어놓는 듯 했다.
브레스를 받아낸 신아람의 입에서 울컥 피가 솟았다. 그녀가 쓰고 있던 검은 가면 아래로 붉은 피가 줄줄 새어나왔다.
‘아아······.’
마족들을 상대로 잠깐이나마 우위를 점했다고 생각했는데.
다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이런 괴물이 수백 마리가 풀려났다고 생각하면 끔찍했다.
쿨럭.
반으로 나뉜 검은 가면이 떨어졌다.
가면은 드래곤의 브레스에 휩쓸려 먼지가 되었다.
점차 정신이 아득해지고 있었다.
‘여기서 끝일까?’
생각해보면 운이 좋았다.
광화라는 특성을 발견한 것도.
은빛의 날개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도.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전부 운이 좋았다.
이지한 선배가 아니었더라면 평생을 평범한 길드에서 어중간한 헌터로 살아갔을 거다.
너무 잘 풀려서, 이따금 불안해질때면 길드장인 윤지은이 그녀를 위로해줬다.
– 이지한 헌터가 그러던데, 전생에 착하게 살아서 그런거라고.
진짜 그랬으려나.
그러나 그 운도 이제는 끝인 모양이었다.
검을 쥔 신아람의 손아귀가 힘없이 스르르 풀어졌다.
브레스를 막아내던 그녀의 마력도 점차 빛을 잃어갔다.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에.
그녀의 시야로 뼈로 이뤄진 본 드래곤 하나가 지나갔다.
‘또 드래곤······?’
그러나 어디선가 본 적 있는 것 같은 형태였다.
본 드래곤은 그대로 흑마룡에게 몸을 부딪혔다.
콰아아앙!
자연스레 신아람에게 쏟아지던 브레스도 사라졌다.
두 드래곤이 뒤엉켜 싸우는 동안, 쓰러진 신아람을 누군가가 흔들었다.
“아람 언니! 정신차려요! 이거 먹어요!”
“세아······?”
진세아는 품 안에서 최상급 엘릭서를 꺼내선 신아람에게 먹였다. 순식간에 내상이 치유되고 부숴졌던 몸도 회복되었다.
비척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신아람이 진세아에게 물었다.
“지한 선배가 여기에 온 거야? 무한의 마족은 어떻게 하고······?”
“거긴 서현 언니가 갔어요.”
신아람은 이해할 수 없었다.
윤서현 헌터 혼자서 무한의 마족을 저지한다니?
“그러면 지금 지한 선배는 어디에······?”
쿠우웅!
두 용이 엎치락 뒤치락하며 발생한 충격파에 진세아의 망토가 휘날렸다. 진세아는 머리를 쓸어 넘긴 뒤, 엄지로 자신의 뒤편을 가리켰다.
“기다리고 있었대요.”
마수의 손길이 닿지 않은 인류의 진영.
파직, 파지직—!
하늘 위에는 푸른 스파크가 미친듯이 맴돌고 있었다.
이윽고 하나로 합쳐진, 푸른 스파크는 청색의 번개가 되어 떨어졌다.
번개는 섬광이 되어 일대를 눈부시게 밝혔다.
막대한 양의 격이 해일처럼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수들이 저도 모르게 굳어졌다. 무작정 돌진하던 그들이 지성이라도 생긴 듯, 슬금슬금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전투를 벌이던 헌터들이 하나둘씩 뒤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런 강대한 힘이 전장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서, 선배······?”
섬광이 솟은 장소를 바라보던 신아람이 중얼거렸다.
『 해당 차원의 수준이 SSS급에서 신화급으로 격상됩니다. 』
진세아는 미소와 함께 메시지를 다시 확인했다.
억지력은 사도에게만 방해가 되는 족쇄가 아니었다.
시공의 마족을 격파하며 압도적인 성장을 거친 이지한에게도 방해가 되기는 마찬가지. 적용되지 않아야 할 억지력이 그에게 적용되고 있었으므로.
그러나 그 복잡한 문제가 방금 막 해결 된 참이었다.
그것도 마족의 손에 의해서.
“오빠가 이제부터 진짜 반격이라고 전해 달래요.”
녹빛의 로브를 뒤집어 쓰며, 진세아는 그리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