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251
251화 문명계 수호전(3)
3차 방어선 전초기지.
그곳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
파직, 파지직—!
이지한은 가라 앉은 눈으로 시스템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의 몸을 타고 푸른 전류가 끊임없이 흐르고 있었다.
시스템에 의한 억지력의 해방을 의미하는 푸른 스파크다.
그것들이 모여 신체를 둘러싼 전운(電雲)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
이지한은 손에 들고 있던 신화급 대검 인과 파괴자를 내려다봤다.
『 인과 파괴자의 고유 효과 ‘인과 해제’를 발휘합니다. 』
푸른 전운이 검날 위를 흐르고 있었다. 공간을 넘어 퍼져나간 기운들은 일행 모두를 감싸고 있었다.
『 대상의 억지력 제한을 일부 해제합니다. 』
『 아이템의 효과를 받는 대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
– 진세아, 오르티마, 윤서현, 엘리스, 신태양
본래 이 세계에 속한 존재인 이지한과 그 일행들에게 억지력은 작용하지 않아야 했지만.
『 마(魔)의 화신이 당신을 적으로 규정합니다. 』
『 마도 : 계약에 의거하여 제약이 발생합니다. 』
마의 화신(化身)이 일행에게 직접 제약을 걸었다.
『 절대 제약 – 해당 차원의 억지력이 작용합니다. 』
이 전장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떠오른 메시지창이었다.
– 제, 제약······?
당황한 일행들 사이에서 이지한은 희미하게 미소지었다.
시스템에 떠오른 메시지는,
마를 추종하는 자도.
마를 따르는 자도 아니었다.
바로 마의 화신.
그 단어가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마계왕.’
드디어 도달했다.
넘실거리는 초대형 게이트 너머.
게이트 하나만을 사이에 두고서.
마계왕의 화신체가 이곳을 주시하고 있단 의미였다.
『 이계 규율의 칭호(갯수:4)에 의해 제약 무시가 발현됩니다. 』
『 제약 무시 17%가 적용됩니다. 』
제약 무시에 더해 신화급 아이템 ‘인과 파괴자’의 효과가 더해지자,
이지한 자신을 제외한 모두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문제는 이지한 본인이었다.
문명계의 억지력은 초기술마도계에 비해 훨씬 낮았다.
따라서 본래 힘을 제대로 발휘하는 건 어려웠다.
그것이 지금까지 상황을 지켜보며,
일행들에게 걸릴 수 있는 억지력만을 제어하고 있던 이유였다.
그러나 이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 해당 차원의 수준이 SSS급에서 신화급으로 격상됩니다. 』
방금 막, 문명계의 수준이 신화급으로 격상했으니까.
‘이제야 편안하군.’
이지한은 천천히 전장을 향해 다가갔다. 넘쳐흐르는 격을 억제하며 헌터들이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격에 관해 겪어보지 못한 헌터들이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동시에 천천히 자신의 격을 드러냈다.
두 사도가 자신의 존재를 알아차리도록,
동시에 모든 마수들이 자신의 존재를 두려워하도록.
그 방대한 격을 펼쳐나갔다.
이제 움직일 시간이다.
* * *
3차 방어선 동쪽.
무한의 마족과 대치 중인 윤서현.
상황은 비등했다.
콰아아앙—!
대초월체용 병기에서 쏘아진 레이저가 무한의 마족에게 직격했다. 물론, 그 정도로 사도를 죽일 순 없었다.
“역시 안되나······.”
윤서현의 미간이 좁혀졌다.
레이저포를 정통으로 맞고도 무한의 마족은 빠르게 몸을 복구했다.
【 공간의 권능을 다루는 인간은 확실히 성가시네요. 여기서 꼭 죽여놔야겠어요. 】
무한의 마족은 그리 말하며 각종 고대 마법과 일격 마법을 시전했다. 닿기만 하면 으스러뜨릴만큼의 파괴력이었다.
그러나 윤서현이 가진 공간의 권능도 만만치 않았다.
그녀가 등진 후광이 보랏빛을 발하는 순간, 무한의 마족이 발휘한 마법은 공간 너머로 튕겨나가거나 다시 무한의 마족을 덮쳤다.
콰아아앙—!
억지력의 제한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윤서현의 응용력이 한수 위였다.
“그래, 그거야! 이거 진짜로 이길 수도 있겠는데!”
부패의 마족이 환호했다.
“헌터들을 모두 대피시켰어요! 이제 우리만 빠져나가면 돼요!”
잠시 자리를 비웠던 레온이 일행에게로 다가왔다. 그러나 윤서현은 아직 도망갈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언니인 윤지은을 바라보며 말했다.
“언니, 모두랑 같이 기지로 보내줄게.”
“너는 어쩌고?”
“나는 조금 더 시간을 끌어보려고.”
“잠—.”
길게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다.
윤서현의 권능이 언니와 레기아의 일원들을 기지로 옮겼다.
거의 그와 동시였다.
『 해당 차원의 수준이 SSS급에서 신화급으로 격상됩니다. 』
새로운 메시지가 떠오른 것은.
윤서현이 고개를 들어 올리자 막대한 마기를 발하는 무한의 마족이 보였다.
【 하하하—! 이거 좋네요. 역시 생명의 마족이에요. 드디어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있겠네요! 】
무한의 마족이 광소했다. 제한이 한단계 사라진 지금, 그는 자신의 힘을 여과없이 발휘하고 있었다.
콰아앙—!
무한의 마족이 마기를 추진력 삼아 윤서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의 주변에 나타난 마법들은 기존보다 한 단계 수준 높은 것들 뿐이었다.
별처럼 새겨진 무수한 마법들이 윤서현을 노리고 쏟아졌다.
【 공간을 파훼하는 마법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언제까지 버틸 수 있나 볼까요? 】
콰과과과과—!
공간을 뒤흔드는 폭발이 연이어 일어났다.
윤서현이 형성한 공간의 역장이 일렁였다. 그녀의 미간이 좁혀졌다. 입가에서 비릿한 피맛이 느껴졌다.
권능을 과도하게 사용한 후유증이었다.
【 그래, 이거죠! 인간이 아무리 권능을 손에 넣었다고 한들! 딱 거기까지! 】
무한의 마족은 즐겁다는 듯 웃어 제겼다. 마기에 휘감긴 대지가 뾰족하게 솟아오르고, 생명을 앗아가는 번개가 연신 몰아쳤다.
콰과과광!
마기로 형성된 마법들이 윤서현의 공간을 부술 듯 두드리고 있었다. 순간 이동으로 쉴새 없이 이동하는 윤서현의 공간이 점차 줄어 들고 있었다.
【 하등 종족의 한계란 그런 거죠. 분수를 모르고 내 앞에 선 대가를 치뤄야 하지 않겠어요? 】
전방위에서 가해지는 압박.
무한의 마족은 즐겁다는 듯 소리쳤다.
『 사도 무한의 마족이 스킬 ‘절대 마도: 용사살해자’를 발휘합니다. 』
무한에 가까운 마기가 거대한 검의 형태로 응축되었다.
파직, 파지직!
검은 공간을 가르며 윤서현을 향해 천천히 전진했다.
‘으으윽······.’
윤서현의 입가에서 핏물이 솟구쳤다.
공간의 권능으로도 막아내지 못할만큼 강력한 마법이었다.
왜곡된 공간을 칼날처럼 꿰뚫는 압도적인 마기.
‘이건 못 막아.’
마기의 칼날이 윤서현을 향해 다가서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녀의 눈동자 위에 진한 보랏빛의 이채가 새겨졌다.
막을 수 없다. 비틀수도, 흘려낼 수도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였다.
이지한을 불러온다.
『 헌터 윤서현의 권능 ‘공간이동’이 대상 이지한을 불러옵니다. 』
주변의 공간이 뒤틀리며 무한의 마족의 뒤편에서 이지한이 나타났다.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던 무한의 마족의 격이, 일시에 이지한의 격에 잡아먹혔다.
막대한 격이 무한의 마족을 압박했다.
【 뭐······? 】
무한의 마족의 사고가 일순 정지했다.
몰랐다.
여자를 공격하는데 집중하느라, 대적자를 조심해야 한다는 걸 잊었다.
아니, 그건 아니었다.
대적자가 이만한 격을 소유하고 있는데 모를 리가 없었다.
아무리 멀리에 있어도 진작 알아챘어야 정상······.
윤서현을 향한 무한의 마족의 눈동자가 미친듯이 흔들렸다.
‘이, 인간한테 내가 농락 당해······?’
공간 자체가 외부의 격을 차단하고 있었다.
그래서 몰랐던 것이다.
이지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 자, 잠깐······! 】
그런 외침은 의미가 없었다.
모든 것을 단박에 가르는 선이 공간 위에 아로새겨졌다.
무한의 마족이 시전한 무수한 마법도, 용사 살해자라고 불리는 궁극의 마법도.
심지어는 사도 무한의 마족조차도.
허공에 새겨진 선에 의해 집어 삼켜졌다.
* * *
생명의 마족이 위치한 성채.
“크아아악!”
그곳에 보관되어 있던 마족의 시체 중 하나가 몸을 일으켰다.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몸을 일으킨 마족은 마기를 토해냈다.
“허억, 허억······. 빌어먹을 대적자. 대적자가 나타났어요.”
무한의 마족은 고개를 들어 생명의 마족을 찾았다.
무한의 마족이 가진 능력은 ‘무한’.
그는 마기와 마력 이외에도 대부분의 힘을 무한한 형태로 소유하고 있었다.
그건 영혼력 또한 마찬가지였다. 생명의 마족에게 영혼을 속박시켜두었기에 언제든 몸을 갈아끼울 수 있었다.
【 거, 볼때마다 부러운 특성이구나. 신체를 갈아끼워도 영혼이 손상되지 않는다는 게 말이나 되나? 】
왕좌에 앉아 있던 생명의 마족은 피로 끓인 차를 들이켰다.
“저기요, 제 말 안들리세요? 크윽, 대적자가 움직였다고요!”
와장창.
비틀거리며 걸어 온 무한의 마족이 테이블 위에 쓰러졌다. 부숴진 찻잔과 주전자 사방으로 튀었다.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다.
“크으윽! 이 고통, 고통을 먼저 좀 어떻게 해봐요, 이 망할 노친네야!”
대적자에게 당한 상처가 욱신거려 미칠 것 같았다. 새로운 신체로 바꿨는데도 고통이 사라지질 않았다.
생명의 마족은 그 모습을 한동안 흥미롭다는 듯 관찰했다.
【 영혼이 아닌, 자네의 본질에 새겨진 상처는 어쩔 수 없는 법이지. 이리 와보게. 통각을 차단 시켜 줄테니. 조금 무뎌지겠지만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
“그딴 말도 안되는 능력이 왜 대적자한테······. 허억······.”
바닥에서 솟아난 촉수가 무한의 마족의 머리에 연결되었다.
“후, 후우······.”
잠시 뒤, 한결 편안해진 무한의 마족이 의자에 기댔다. 몸은 바뀌었지만 간사한 눈매는 여전했다.
“이제 좀 살겠네요. 대적자가 움직이는데 그렇게 느긋해도 되는 거에요? 내가 있는 동안 마계왕께서는 아무말도 없으셨던건가요?”
【 언제나 그렇듯. 우리의 힘으로 해결하길 원하시지. 】
생명의 마족이 몸을 일으켰다. 그는 천천히 걸어 성의 창문에 다가섰다. 성채 바깥으로 문명계의 모습이 보였다.
문명계의 수준이 신화급으로 격상되며 수준 높은 마수들이 투입되었다.
새하얀 수염을 매만지던 생명의 마족 ‘하른’의 미간이 좁혀졌다.
대적자의 등장으로 마수들의 기세가 주춤해진 것도 사실이다.
“어어, 흑마룡이 왠 듣도보도 못한 본드래곤한테 삼켜졌는데요?”
어느새 창문에 다가온 무한의 마족이 감탄하며 입을 벌렸다.
내보낸 드래곤이 상대가 안될 정도다.
대적자 뿐만 아니라 함께 나타난 동료들의 힘도 차원이 달랐다. SSS급 헌터들과 비교가 불가능하다.
마계왕께서 친히 제약을 걸어주시지 않으셨다면 막대한 피해를 입을 뻔했다.
【 처음부터 억지력의 해방을 기다리고 있었던 건가. 】
설마하니 대적자가 신화급에 필적하는 무위를 펼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아무리 시공의 마족이 당했다고 해도. 일개 개인이 소유한 힘이 이 정도라니.
더욱이 대적자의 일행이 소유한 힘 또한 예상 외였다.
생명의 마족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쪽의 수는 전부 읽혔다고 봐도 무방하겠네요. 시공의 마족이 소유하던 공간의 권능이 왠 인간 여자한테 있던데요. 시간의 권능도 마찬가지로 빼앗겼겠죠.”
【 아아, 그거야 그렇겠어. 】
공간의 권능에 힘 입어,
인간들은 착실하게 방어선을 좁혀오고 있었다.
【 문제 될 것은 없네. 시간의 권능 때문에 수를 읽힌다면, 수 싸움이 필요하지 않은 전쟁을 하면 그만이니.
그렇다.
수 싸움은 서로가 가진 힘이 비등할 때나 의미가 있는 것.
마계가 축적해 온 방대한 마기와 기술이 있다면, 문명계를 몰살 시키는 것은 어렵지 않으리라.
물끄러미 전장을 바라보던 무한의 마족이 고개를 돌렸다.
“근데, 대적자가 성채로 쳐들어 오면 어떻게 해야 되죠? 한 번 더 그 베기에 맞으면 진짜 죽을 것 같아서요.”
【 어느 정도 방지책은 있네. 이 현무 자체가 거대한 요새나 다름 없으니. 그걸 무시하고 대적자가 직접 쳐들어 온다면······. 우리야 좋지. 】
생명의 마족은 자신의 긴 수염을 쓸어 내렸다.
【 눈을 들어 저기 벌레 같은 인간들을 보게나. 문명계의 버러지 같은 인간들이 대적자 없이, 그들의 일행 없이 우리를 막아설 수 있을 것 같은가? 】
대적자만이 특별하다.
그는 이레귤러이며, 마계왕이 직접 지정한 마계의 적이다.
그러나 인류라는 종족 자체는 별 볼일 없는 무지렁이다.
대적자가 직접 쳐들어온다면 그 사이에 문명계는 멸망하고도 남을 것이다.
“흐음, 그거야 확실히.”
그제서야 무한의 마족이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도이기는 하나 애당초 머리를 쓰는 일과는 거리가 있는 그였다. 무한의 힘으로 찍어누르면 대부분이 해결되었으므로.
【 자네는 잠자코 내 계획에 힘만 보태면 된다네. 】
쿠구구구—!
생명의 마족의 주변으로 짙은 마기가 흘러나갔다.
꿈틀······!
성채를 뒤덮고 있는 핏줄들이 맥동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현무와 이어진 생명의 성채 전체가 사도의 지시에 맞춰 꿈틀거렸다.
현무의 등껍질 속에 숨겨져 있는 것은 인간 클론들 뿐만이 아니었다.
각 구역에서 껍질 바깥으로 최상위 종족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사도 생명의 마족이 권능 ‘절대 생명 성장’을 발휘합니다. 』
알에서 갓 태어난 드래곤, 바실리스크, 사이클롭스, 그리핀, 불사조······.
그들은 순식간에 크기를 부풀려 현무의 바깥으로 나아갔다.
기존의 마수들이 죽어가는만큼 더욱 강력한 최상위 마수들이 그 자리를 대체할 것이었다.
【 하등한 종족을 전멸시키고 네 놈들의 위상을 드높여라. 무한의 마족, 그대도 힘을 보태게. 】
“그쪽의 음습한 계획은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힘과 힘으로 부딪히는 거라고도 볼 수 있으니······. 협력하죠.”
무한의 마족에게서 폭발하듯 퍼져나간 마기가, 최상위 마수들에게 달라붙었다.
콰득, 콰드득!
날때부터 강력하던 근육이 한층 흉포하게 성장하고, 마수들의 눈동자에는 핏빛 같은 붉은 기운이 맴돌기 시작했다.
파아앙—!
광폭화 상태가 된 드래곤들은 허공을 쏘아지듯 날아갔으며, 바실리스크는 눈 앞의 마수들을 뭉개며 고속으로 전진했다.
그런 마수들을 흡족스럽게 바라보는 생명의 마족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맺혔다.
설령, 이 마수들을 전부 막아낸다고 해도.
그것은 자승자박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들이 성장할수록 문명계의 억지력은 사라질 것이다.
마계와 문명계의 억지력이 엇비슷해지는 순간.
마계의 군대가 이 세계에 도래 할 것이다.
【 대적자, 어떻게 할 것이냐. 인류의 보존인가, 개인의 승리인가. 선택해야 할 것이야. 】
문명계를 바라보며 생명의 마족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맺혔다.
무엇이 되었든 간에, 인류 전체가 승리하는 일은 없으리라.
* * *
서쪽, 오르티마 진세아 듀오.
흑마룡을 집어 삼킨 오르티마가 진세아와 함께 마수들을 몰아내며 대활약. 뒤이어 나타난 드래곤들은 흑마룡에 비하면 약했다.
남쪽, 신태양.
아티팩트를 활용한 광범위 검격으로 평원을 단숨에 확보했다.
동쪽, 윤서현.
무한의 마족을 퇴각 시키고, 공간 장벽을 통해 마수들을 몰아내는데 성공했다. 그녀의 권능은 대륙 전체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대를 포괄할만큼 강해져 있었다.
초대형 게이트의 브레이크가 시작되고 나서 줄곧 패배를 거듭하던 인류였으나.
이지한 일행이 귀환하며, 2차 방어선을 복구 하는데 성공했다.
처음으로 거머쥔 승리였다.
막아내야 하는 지역도 대폭 줄어들었다. 헌터들의 사기는 최고조에 이르렀으며, 새로운 전초기지가 건설되었다.
이 모든 게 순식간에 일어났다.
2차 방어선, 전초기지.
“괴, 굉장하네요. 이만한 방어선을 공간 장벽으로 재구축하다니.”
윤서현이 만든 공간 장벽을 바라보던 레온이 감탄하며 말했다.
보랏빛의 오로라가 2차 방어선 전체에 걸쳐 펼쳐져 있었다. 마수들은 투명한 벽에 가로막힌 듯 넘어오지 못하고 있었다.
개인이 해냈다는 게 믿기지 않는 규모였다.
레온 자신도 레기아의 일원으로서 SSS급 헌터가 되며 많이 강해졌다고 생각했건만.
이건 차원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어이, 금발 소년. 회의다. 들어와라.”
“아, 예.”
불사의 마족이 레온의 어깨를 쳤다. 조금 더 구경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레온은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공간 마법에 덕에 천막 안은 최신식 건물이었다.
각종 기재가 갖춰진 넓은 회의실.
‘백묵님도 와계셨네.’
현재 헌터 연합을 진두지휘하는 인물은 백묵이었다.
현장에선 대표 길드를 주축으로 지휘가 내려지고 있었지만, 전체적인 작전의 양상을 정하는 건 백묵이다.
“레기아의 일원들 모두 반갑습니다.”
마지막으로 레온이 도착한 것을 확인한 이지한이 입을 열었다. 나머지 일행들은 모두 자리에 앉아 있었다.
“6개월만이지만, 시간이 많이 없어서 간략하게 설명하겠습니다. 30분 이내로 공간 장벽이 파괴될 거니까요.”
레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저 견고한 장벽이 30분 이내로 파괴?
이지한이 그리 말하고 있었다. 거짓일 리는 없었다.
“최상위 마수들이 올 겁니다. 드래곤 같은 것들요.”
엘리스의 권능이 그리 예지하고 있었다. 적은 문명계를 힘으로 쳐부수려하고 있다.
“경험치를 많이주죠.”
그리 덧붙인 이지한은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우리는 이 기회를 인류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겁니다.”
“잠깐, 그러면 문명계의 억지력이 약화될텐데.”
이야기를 듣던 불사의 마족이 질문했다.
“네, 대신 그만큼 저희는 강해지죠.”
이지한은 간단하게 답했다.
물론, 인류가 강해질수록 마족들도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거다.
지금은 마수에 불과하지만 결국엔 마계의 군대가 움직일 거고.
그럼에도 이지한은 이 길을 선택했다.
대답을 들은 불사의 마족은 진지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전력전을 하자는 거군. 하지만, 마계의 기술과 전력은 인류가 넘어설 수 없다.”
마계는 압도적인 진보를 이뤘다.
그에 반해 문명계는 상대적으로 이제 막 시스템에 대해 깨우친 수준.
이대로 부딪힌다면 승산이 없다.
“문명계의 힘만이라면 그렇습니다만. 다른 세계의 기술을 이용한다면 어떨까요.”
이지한은 인벤토리에서 장비 하나를 꺼내 테이블에 올렸다.
“이건······.”
장비를 확인한 레기아의 헌터들이 저마다 숨을 들이켰다.
말도 안되는 장비였다.
초기술마도계의 기술로 만들어진 전투 장비.
“물론, 기존의 아이템들과 달리 대량생산이 가능합니다.”
그 출력은 SSS급에 달한다.
이러한 기술 덕에 초기술마도계에선 게이트를 공략하는데 헌터들이 필요 없을 정도였다.
‘어쩌면 가능하겠는데?’
‘이런 게 있으면 확실히······.’
‘대체 어디서 이런 걸 가져 온 거야?’
레기아의 헌터들이 수군거렸다.
어쨌든 확실한 전력은 맞았다.
이것들이 더해진다면 현재 전투에서 제외된 S급 헌터들도 SS급 헌터들도 전투에 참여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어쩌면 비각성자까지도.
그러나 가장 큰 문제가 남아 있다.
레온이 손을 들고 질문했다.
“아, 아까 30분 남았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 시간 안에 준비가······.”
“사실은 이미 준비가 끝난 상태입니다.”
“네?”
이지한이 그리 말하는 순간이었다.
이지한의 옆으로 황금색의 빛무리가 맺혔다. 시간 도약으로 단번에 이곳으로 넘어온 엘리스가 바닥에 착지했다.
“사부님, 준비 완료에요. SS급 헌터 1200명의 장비 지급 및 훈련이 끝났어요!”
“네, 네?”
처, 천 이백 명?
전장에 투입된 SSS급 헌터가 1000명이었다. 믿기지 않는 숫자에 레온의 시선이 백묵에게로 향했다. 레기아의 다른 헌터들도 굳어졌다.
옆에 있던 백묵은 가벼운 미소와 함께 어깨를 으쓱였다.
이미 이해의 차원을 벗어난 수준이었다.
백묵은 이미 상황을 모두 알고 있었다.
모두가 전장의 방어선을 탈환하는 동안, 엘리스와 함께 계속해서 움직였으므로.
엘리스는 우선 백묵을 구출해냈다.
그가 있어야 사전 준비를 원활하게 할 수 있었으므로.
– 그, 그게 가능하다는 건가요? 돕기야 하겠습니다만······.
가속된 시간의 흐름 속.
아이템 제작자 김건과 초기술마도계의 연구원들은 빠르게 장비를 생산해냈다.
– 허······.
엘리스를 따라 움직인 백묵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이어서 백묵의 권한으로 헌터들을 모아 장비의 사용법을 익히게 했다.
시간의 권능이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지금도 윤서현의 공간 이동에 의해 대기하고 있던 헌터들이 방어선에 배치되고 있었다.
“계속해서 인류의 전력을 늘릴 겁니다.”
문명계의 수준이 신화급에서 초월급이 되도록.
이지한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