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257
257화 생명이 깃드는 곳에(3)
처음 세이비어가 나타났을 때, 생명의 마족은 비웃었다.
문명계 수준으로 만든 전함이라고 해봤자 마계의 것에 비견 될 리가 없었으니까.
그러나 마력포에 주작이 쓰러졌을 때 그는 경악했고.
그 마력포를 연달아 쏴대기 시작한 순간부터 할 말을 잃었다.
【 뭐······. 뭐 저딴······. 】
콰아앙—! 콰아앙—!
전함은 사정 없이 주포를 쏘아대며, 사신수 두 마리를 동시에 몰아붙였다.
청룡은 전투 불능에 빠졌다. 은빛 액체가 녀석을 잠식한 이후로, 명령을 듣지 않고 있다.
쉴새 없이 마력포를 쏘아대며 불도저처럼 밀어 붙이는 전함의 힘은 압도적이었다.
백호, 주작 두 마리의 사신수가 몸을 던져도 막을 수 없었다.
【 크으윽······. 】
생명의 마족의 등 뒤로 연결된 촉수가 쉼없이 꿀렁거리며 그의 마기를 빨아들였다.
사신수의 회복과 조종을 동시에 하려니, 마기가 부족할 지경이었다.
문제는 그만큼 힘을 쏟아부었음에도 사신수들이 밀려나고 있었단 것.
【 저런 물건이 도대체 왜 인류의 손에 있단 말인가. 】
저 전함은 마족의 상식조차 뛰어넘은 물건이었다.
주변의 마력과 마기를 동시에 흡수해 방출하는 정신 나간 무기.
크기에 걸맞지 않은 압도적인 기동력.
현 시대의 상식으로 재단하는 게 아예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 이래선 시간조차 제대로 끌 수가······. 】
촉수를 움켜쥔 생명의 마족의 앙상한 손이 떨리고 있었다. 현재 문명계의 수준은 신화급 61%.
초월급에 도달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했다.
초조한 마음을 다스리려는 찰나.
【 이거야, 원······. 슬슬 차례를 넘기는 게 낫지 않겠어? 】
심연의 마족을 필두로 전신에 무구를 갖춘 마족들이 성채의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수는 총 13.
게이트 너머에서 대기하고 있는 군대의 군단장들이었다. 생명의 마족의 미간이 좁혀졌다.
【 뭐냐? 네 놈들······. 단체로 이게 뭐하는 짓이지? 】
소년의 모습을 한 심연의 마족이 생명의 마족을 향해 이죽였다.
【 한마디 해주려고 왔지. 이대로 있다간 여기 배양소까지 파괴되는 거 아니야? 이쯤에서 마계의 군대를 투입할테니까, 그만 물러나. 】
콰아아앙—!
강한 충격파가 성채를 뒤흔들었다.
성채 근처에서 거대한 폭발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었다. 전함의 주포 사정거리 안에 성채가 들어왔단 뜻이었다.
심연의 마족은 어깨를 으쓱였다.
【 사도의 지위는 충분히 존중 하지만 상황 판단은 똑바로 해야지. 】
13인의 군단장들의 시선이 생명의 마족에게 모였다.
【 사신수를 뒤로 물려. 마계의 군대가 나설 차례니까. 】
건방진 놈들.
생명의 마족이 혀를 찼다.
같은 최상위 마족이지만, 네 놈들과 사도는 격이 다르단 말이다. 살아 온 시간도, 쌓아 온 경험도 몇 배는 차이가 있건만.
평화로운 시절이 오래되다보니 사도의 존재의의도 자연스레 희미해진 셈이다.
‘허, 어쩐다······.’
이미 사신수들만으로 억지력 제한이 꽉 차 있다.
반면, 세이비어는 같은 억지력을 사용하면서도 그 효율이 압도적이다.
저 막대한 에너지는······.
무한의 마족으로부터 나오는 건가?
도대체 어떻게 무한의 마족을 사로잡은 건지.
생각할수록 답이 없었다.
이번에는 생명의 마족의 시선이 군단장들을 훑었다.
‘하나 같이 애송이들 뿐이군······.’
이번 침략으로 인해 군단장으로 승격된 놈들이 대부분이었다.
하기사, 군단장감으로 쓸만했던 마족들은 대부분이 대적자에게 당했으니.
‘문명계의 수준이 초월급이 아닌 이상······. 마계의 화력은 저 미친 전함에 못 미칠텐데.’
이 멍청이들은 마계의 힘을 과신하고 있다.
마계의 군대가 약하단 소리가 아니었다.
다만, 문명계를 중심으로 신화급 수준에서 싸운다면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마계의 군단이 무의미하게 패배하고, 성채가 습격 당해 배양소를 잃는 순간 모든게 끝이었다.
그리 되면 치욕의 밤이 다시 펼쳐질 것이다.
인류는 마계 수준으로 전력을 강화하고.
대적자는 상상을 초월한 힘을 가져 올테니.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래도 결정권은 사도인 생명의 마족에게 있었다.
그가 미간을 좁혔다.
【 다시 부를 때까지 문명계로 넘어오지 마라. 네 놈들이 한군데 모여 있는 것조차— 】
지극히 위험하다.
그리 말하려는 순간이었다.
군단장들의 뒤편, 공간이 일렁였다. 생명의 마족이 무어라 다시 입을 열기도 전이었다.
촤아아악—!
돌연 허공에서 나타난 존재가 최상위 마족의 목을 베어냈다. 영롱한 한 줄기 빛에 마족은 저항도 못하고 그대로 쓰러졌다.
최상위 마족을 단칼에 처리한 존재는 인간이었다.
【 대, 대적자······! 】
사도 생명의 마족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 뭐, 뭐? 】
【 대적자다. 대적자가 나타났다! 】
【 하, 여기에 제 발로 왔단 말인가. 】
자리에 있던 군단장들이 일제히 마기를 끌어 올렸다.
그러나 대적자는 그들의 격을 무시하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대적자의 가라앉은 눈이 마족들에게 닿았다.
그는 군단장의 면면을 천천히 살피더니, 이내 생명의 마족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마족의 피가 뚝뚝 흘러 내리는 검을 늘어뜨린 대적자가 입을 열었다.
“드디어 얼굴을 보는군. 생명의 마족.”
그를 바라보는 사도 생명의 마족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 도, 도망가라······. 】
우려하던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생명의 마족이 후퇴를 명령했지만, 그 말을 듣는 최상위 마족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비웃을 뿐이었다.
【 뭐? 그게 무슨 소리냐. 다들 대적자를 공격해라! 】
【 내가 놈을 처치할 거다. 】
【 놈이 제 발로 쳐들어왔다. 절호의 기회지 않나?! 】
하필이면 지금.
마계의 군단장들이 모두 모인 이 자리에 어째서 대적자가 나타났는가.
우연?
아니, 그럴 리가.
우연이 아니다.
시간과 공간의 권능이 인간의 손에 들어갔을 때부터 예정된 일이었다.
【 어이 멈춰라! 이 멍청한 것들······! 】
대적자는 처음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성채에 뛰어들 최적의 시기가 다가오기를.
【 뒷방의 늙은이가 상황 판단이 아직도 안되나? 】
【 대적자를 죽여라! 군단장이 모두 모인 지금이야말로 기회다!】
생명의 마족의 외침이 무색하게, 최상위 마족들은 대적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지한은 조용히 검의 손잡이를 그러쥐었다.
현재 마계의 마족들이 파악하고 있는 정보는 대적자의 극히 일부였다.
초기술마도계의 장비를 인간들이 착용했을 때도,
불사의 마족이 만들어낸 제약이 앞을 가로막았을 때도,
세이비어가 나타났을 때도 마족들은 그 힘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대적자 개인의 무력은 어떠한가?
12명의 최상위 마족을 상대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가?
군단장들의 답은 정해져 있었다.
결코 불가능 하다.
군단장들이 직접 살아온 마계의 역사를 통틀어, 그런 괴물은 존재한 적이 없었으므로.
최상위 마족 12명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는 존재는 없다.
그러한 판단이 오판이란 걸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서걱—!
허공에 새겨진 검은 선이 최상위 마족 셋의 목을 베어냈다. 영원불멸한 상처가 몸에 새겨진 마족들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 헌터 진세아가 ‘환세의 도둑 : 능력치 강탈 Lv.10’을 발휘합니다. 』
최상위 마족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뒤편에서, 붉은 단검이 쇄도했다.
이미 마족들의 사이를 지나치며 능력치를 훔쳐낸 진세아였다.
넘실거리는 붉은 마력은 최상위 마족의 마기조차 가뿐히 베어냈다.
뎅겅.
따라서 그들은 바로 뒤의 최상위 마족의 목이 떨어져도 바로 알아채지 못했다.
은신으로 몸을 감춘 진세아가 곡예와 같은 움직임으로 마족들을 연이어 베어냈다.
【 자, 잠깐······. 】
【 뒤쪽에 적이 있다! 】
바닥에 떨어진 마족의 머리가 소리쳤다.
최상위 마족답게 목이 떨어져도 곧장 목숨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마족들이 뒤쪽의 암살자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서걱—!
대적자의 검이 용서 없이 그들을 갈랐다. 그리고 그렇게 베여나간 마족은 두 번 다시 눈을 뜰 수 없었다.
최상위 마족들은 이지한의 움직임은 따라잡을 수도, 보이지 않는 암살자에 대항해 맞서 싸울 수도 없었다.
【 크아아악! 】
이지한의 검이 휘둘러질 때마다, 마족들의 머리가 하나씩 떨어져나갔다.
최상위 마족들의 피가 성채의 돌바닥을 흠뻑 적시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제 남은 최상위 마족은 둘.
【 제, 제약을······. 】
최상위 마족들은 본능적으로 다수가 모인 자리에서 제약을 발휘하지 않았다.
상의 없는 제약이 어떤 결과를 불러 일으킬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둘 뿐이었다.
【 발휘한다! 】
심연의 마족이 악에 받쳐 소리쳤다.
『 최상위 심연의 마족이 제약을 발휘합니다. 』
『 심연(深淵) : 오감을 차단합니다. 감지계 스킬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
아득한 심연이 대적자와 그의 동료를 감쌌다. 이제 심연의 마족이 안개처럼 퍼트린 마기만이 이 세계를 가늠할 수 있다.
【 지금이다! 】
그러나 대적자는 멈춰서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뻗어진 대적자의 검이 심연의 마족의 팔을 잘라냈다.
흑색의 피가 솟구치며 잘려 나간 팔이 허공을 날았다.
【 어, 어떻게······? 】
심연의 마족이 뒷걸음질 쳤다.
서걱—!
다른 마족의 머리가 떨어졌다. 이지한의 눈에선 검은 빛의 이채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 이게 정녕 인간이 맞단 말이야?’
뒷걸음 치던 심연의 마족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미 시공의 마족과의 전투를 거쳐 온 이지한이었다.
애초에 감지계 스킬이 아니더라도 적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스킬은 많았기에.
마족의 심연 제약은 그에게 무의미했다.
파직, 파지직—!
『 드러내는 자 : 모든 존재는 서로의 위치를 파악하는 감지계 스킬을 소유합니다. 』
『 해당 제약이 ‘심연’과 충돌합니다. 』
더욱이 그가 자랑하는 제약마저도, 불사의 마족이 발휘한 제약에 상쇄되어 사라졌다.
【 허, 허억······. 】
심연의 마족이 생명의 마족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 새, 생명의 마족! 뭐하는거냐?! 뭘 멍하니 서 있는거냐! 】
다급함이 느껴지는 목소리였으나, 생명의 마족은 차가운 눈으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서걱—!
이윽고 심연의 마족의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 허······. 】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던 생명의 마족이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13명의 군단장들이 순식간에 참살 당했다.
마족들이 벌레처럼 여기던 인간 하나가 마족들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쓸어버렸다.
【 대적자. 그대는 경이롭다. 】
최상위 마족이 수백 있었다고 해도 결과는 같았으리라.
투두두둑······.
등에 달려 있는 촉수를 떼어낸 생명의 마족이 고개를 들었다.
【 정말로 강하구나······. 】
성채의 창 너머로 동이 터오르고 있었다. 어스름 위로 날아오른 청룡이 백호를 물어뜯었다.
세이비어의 포격을 당한 주작이 힘없이 쓰러졌다.
이제 더 이상 마기를 보급해도 의미가 없으리라.
생명의 마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깊히 가라앉은 대적자의 눈 너머로 그의 힘을 가늠했다.
직접 마주하고 그의 움직임을 확인하니 깨달을 수 있었다.
절대로 이길 수 없다.
군단장들이 죽어가는 동안 몇 번이고 고민했다. 대적자를 지금 쓰러뜨릴 수 있는가에 대해서.
‘······.’
부패의 마족이 쓰러졌을 때만하더라도 대적자는 이만큼 강하지 않았다.
그 전투를 목격한 마계의 하수인들이 증언에 따르면 그러했다.
그러나 초기술마도계를 거쳐 온 대적자는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어 있었다.
뭐가 되었든 한가지는 확실했다.
시공의 마족이 괴물을 만들어냈다.
잠시 대적자를 응시하던 생명의 마족이 입을 열었다.
【 나를 죽인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군단장들 따위 그 분의 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
생명의 마족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마계왕께서 직접 움직이실 거다. 그 분이 친히 군대를 이끌고 문명계로 넘어 올 거다. 과거에 그러했듯······! 】
그러나 대적자는 동요하지 않았다.
“바라는 바다.”
진심인가? 생명의 마족의 탁한 눈동자가 흔들렸다.
【 후회하게 될 것이다. 】
생명의 마족은 그리 말하며 천천히 뒤로 뒷걸음질 쳤다.
도망쳐야 한다.
일단 살아남아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
무한의 마족이 당했던 것처럼 저 베기는 본질을 파훼한다. 괜히 어줍잖게 맞붙었다간 큰 손해를 볼 것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아무 손해 없이 도망칠 수 있는 방법.
그건 하나였다.
【 나는 물러가지만······. 마(魔)의 화신께서 널 용서치 않을 거다. 】
고오오오!
생명의 마족에게서 피어난 마기가 칼날처럼 벼려졌다.
서걱—!
마기의 칼날은 생명의 마족 자신의 목을 갈랐다. 허공에서 기습하려던 진세아가 숨을 삼켰다.
“에, 에엥······?”
데구르르······.
바닥을 굴러간 생명의 마족의 머리를 이지한이 주워들었다. 눈동자엔 생기가 사라져 있다.
당황하는 진세아를 향해, 이지한이 간단히 설명했다.
“이 녀석은 심장을 파괴하지 않는 이상 죽지 않거든.”
이지한이 검으로 생명의 마족의 가슴께를 갈랐다. 심장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저, 정말 심장이 없네······. 잠깐, 그러면 또 도망친 거에요······?”
부패의 마족은 몸이 여러개고, 시공의 마족은 시간을 되돌리고, 무한의 마족은 영혼이 질기고.
진세아가 기가 차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러나 이지한은 무감하게 잘린 머리를 바닥에 던졌다.
“이 녀석의 심장은 마계에 있는 모선에 있을 거다.”
“마, 마계요? 설마 거기 쳐들어가야 한다거나······.”
진세아의 눈동자가 지진이 난듯 흔들렸다. 왠지 오빠라면 마계에 쳐들어가고도 남을 것 같았으므로.
그러나 이지한은 피식 웃으며 진세아를 안심시켰다.
“직접 갈 필욘 없어. 우리는 성채와 현무를 접수할 거다.”
군단장들은 전부 처치하고, 성채에서 생명의 마족을 몰아냈다. 그것만으로 큰 의미가 있다.
이제 엘리스 ‘시간 도약’으로 닿을 수 있는 범위가 한층 늘어났을 거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계의 모선에는······.
마기를 다룰 줄 아는 유일한 인간 스파이.
그리고 이지한 자신의 충실한 복종.
김상욱.
그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