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260
260화 이계의 규율을 따르는 자(3)
【 나도 내가 줄 수 있는 건 모두 넘겨주지. 】
밤하늘을 올려다 보던 이계의 찬탈자가 말했다.
예상했던대로 마계왕은 하나의 시간선에 구애되는 존재가 아니다.
동시에 초월신이 되기 위해 세계를 멸망으로 끌고 가고 있다.
‘마계왕을 막아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마지막 시간선이니 내가 유일한 생존자니 하는 말은 아무래도 좋았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나는 마족과 마계왕을 이 땅에서 몰아내기 위해 달려왔다.
지금도 그 목표 바뀌지 않는다.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일이 무의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 마음을 정했다면······. 】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초월의 영역 전체가 진동하기 시작한 건.
쿠구구구······.
밤하늘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공간 전체가 퍼즐 조각처럼 계속해서 떨어져 나간다.
짙은 마기가 초월의 영역 전체로 퍼져나가는 것 또한 느껴진다.
마계왕의 기운이다.
『 이계의 찬탈자가 미간을 좁힙니다. 』
【 마계왕이 우리 둘의 대면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것 같군. 이제 시간선도 하나 남았겠다, 거리낌 없다는 건가. 】
무너지는 공간 속에서도 이계의 찬탈자는 침착했다.
나는 초월의 영역 반대편을 바라봤다.
초월자 고유의 힘인 전지의 능력으로 마계왕의 위치를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으나.
별 성과는 없었다.
‘마계왕은 초월의 영역에 없는 건가. 독립된 공간에 숨어 있을 거다.’
이계의 찬탈자가 그리했던 것처럼.
그는 초월의 영역에서 벗어난 장소에 위치하고 있을 것이다.
【 걱정할 필요는 없다. 시간은 충분하니. 】
이계의 찬탈자가 왼손을 뻗자, 공간 위로 금색의 상처가 생겨졌다.
【 마지막 시간선이 건재한 이상 마계왕도 완전히 시스템을 장악하지는 못할테니까. 】
토옹, 통, 통······.
그가 만들어낸 공간의 상처 속에서 동글동글한 초월체들의 아바타가 쏟아져 나왔다.
빛을 띈 슬라임과 도깨비불들이 마구 바닥을 구른다. 녀석들은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파직, 파지직—!
이계의 찬탈자는 금빛 자수가 새겨진 주머니를 꺼내 외쳤다.
【 초월자들은 이곳으로 와라, 임시방편으로 만들어낸 대피처지만 지낼만 할 거다. 】
그는 바닥에 떨어진 초월자들을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초월의 영역이 붕괴하기 시작한 지금, 초월자들은 아바타에 자신의 몸을 의탁해야 했다.
【 만약 마계왕에게서 승리한다면······. 나중에 차원을 재건할 때도 이 녀석들은 쓸모 있을 거다. 】
아직 초월자들에게서 초월력을 받아내지 못했기도 하고. 그냥 소멸하게 놔둘 순 없다.
나는 근처에 떨어진 초월자 두세 마리를 주워 주머니에 던져 넣으며 이계의 찬탈자에게 물었다.
“네가 말한 초월신에 이르기 위한 방법은······. 세계의 멸망 밖에는 없는건가?”
【 그렇지 않다. 그래서 더욱 의문이지. 어째서 멸망으로 가는 길을 택하는 건지 말이야. 이 세계를 미리 들여다보고 있었다면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만······. 】
『 이계의 찬탈자가 가벼운 한숨을 내쉽니다. 』
【 내가 움직였을 때 마계왕은 자신의 정보를 철저하게 지운 뒤였다. 내가 이계 규율을 가져 온 것은 그 뒤가 된다. 】
결국 모른다는 거다.
여기까지 온 이상 그 이유가 중요친 않으나.
‘마계왕은 굳이 자신의 정보를 삭제해 왔다. 그렇게 했어야 할 이유가······.’
분명 있으리라.
어쩌면 그의 약점과 관계가 있는 걸지도 모르고.
“초월체와 화신체를 동시에 소유할 수 있는 이유는······?”
이계의 찬탈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찬가지로 모른단 의미였다.
그러나 현시점에선 어쩔 수 없다.
마계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살아 온 불사의 마족도 마계왕에 대해서 아는 게 없다고 하니. 외차원의 존재인 그가 모르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
‘전지의 능력으로도 알아낼 수 없으니.’
초월자의 능력도 그렇고, 엘프 학자 세레네의 능력도 그랬다. 전지의 능력의 문제는 시스템 내에서만 유효하다는 거다.
마계왕이 시스템의 대부분을 점거하고 있는 현상황에선 답이 안된다.
어느새 이계의 찬탈자가 손에 쥔 주머니가 가득해졌다. 그의 손에서 길게 뻗어나간 황금빛의 문장이 주머니를 끈처럼 묶었다.
그때였다.
파직, 파지직—!
『 시스템이 대상 ‘이계의 찬탈자’를 외부의 적으로 규정합니다. 』
오류를 알리는 붉은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강력한 검은 스파크가 이계의 찬탈자의 몸에서 터져나오고 있었다. 그의 초월체가 삐걱대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차분했다.
【 아쉽게도 나는 퇴장할 차례다. 마계왕은 아무래도 내가 영 거슬리는 모양이니. 】
투욱.
그는 주머니를 내게 던졌다.
초월자들의 아바타가 담긴 주머니다. 꿈틀대는 녀석들의 온기가 느껴진다.
【 걱정마라, 보상의 정산은 이어서 계속 될 거다. 】
그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 보상의 주체는 내가 아닌 이계 규율 그 자체니까. 】
손가락을 따라 흘러나온 황금빛의 문자가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그 문자가 내 몸을 한바퀴 빙둘렀다.
『 이계 규율이 당신을 유일한 주인으로 규정합니다. 』
처음 마주했던 이계의 찬탈자의 주위를 맴돌던 것 같이, 문자들이 내 주위를 돌기 시작했다.
『 이계의 찬탈자가 미소를 짓습니다. 』
【 이계 규율은 모든 규칙으로부터 자유로운 법칙.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네게 달렸다. 】
치지직, 치직!
그의 몸이 점차 노이즈에 집어 삼켜지고 있었다. 붕괴해가는 초월의 영역 아래 이계의 찬탈자의 형태가 흐릿해진다.
【 좋은 소식이 있기를 기다리고 있겠다. 아, 그리고 네게는 이 상황조차 좋은 선물이 되겠군. 】
그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 왼손으로 나를 툭 쳤다.
“!”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초월의 영역을 벗어나 구름의 밑으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세계가 역전된다.
땅과 하늘이 뒤바뀌고, 중력의 흐름이 반전된다.
나는 은하수가 흐르는 밤하늘을 향해 떨어져내리고 있었다.
스륵—!
어두운 흑암 아래 박힌 강렬한 빛 하나가 별똥별이 되어 떨어져 내렸다.
‘선물······.’
동시에 이계의 찬탈자가 말한 선물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 초월자 이계의 찬탈자가 초월의 좌에서 내려섭니다. 』
『 이계의 찬탈자가 대상 ‘이지한’을 후계자로 지정합니다. 』
파직, 파지직—!
푸른 스파크가 내 몸에서 쉴틈 없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여지껏 없는 막대한 양이었다.
‘진심인건가······.’
이계의 찬탈자는 진심으로 내 승리를 원하고 있었다.
그가 이 차원에서 발을 떼면서,
초월의 좌 하나가 비었다.
그리고 그는 그 자리를 내게 넘겼다.
『 ‘초월급 퀘스트 : 최후의 길’을 달성하셨습니다! 』
『 초월급 퀘스트 : 최후의 길 』
달성 조건 : 초월자 처치 혹은 초월의 좌(座) 차지 ( 1 / 1 )
보상 : 초월, 막대한 초월력(초월의 코인 75개), 지정 차원 소유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는 시스템 창.
강대한 기운이 다시금 내게로 스며들고 있다.
『 새로운 초월자의 탄생이 임박했습니다. 』
『 다수의 초월자들이 당신의 행보에 숨죽입니다. 』
시스템은 초월자의 도래를 알렸다.
그러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
‘아직 초월할 수 없다. 아니, 절대로 해서는 안된다.’
초월자가 되면 이 세계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한정된다.
마계왕이 그랬던 것처럼, 초월체와 신화체를 둘 다 소유하기 전까지 나는 초월의 좌에 오를 수 없다.
파지지직!
나를 두르고 있던 이계의 문장이 한층 더 강한 빛을 발했다.
‘이계규율은 법칙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규칙.’
나는 손 끝으로 그 문장을 움직였다. 허공에 닿은 금빛 문장이 산산 조각이 나며 메시지 창에 닿았다.
『 이계 규율이 해당 시퀀스를 저지합니다. 』
『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시스템의 보상을 유보합니다. 』
파직, 파지직!
시스템 창이 띄워낸 초월의 퀘스트 보상창이 금빛 노이즈에 집어 삼켜졌다.
아직은, 아직은 때가 아니다.
그러나 이 힘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나는 언제든 망설이지 않고 초월의 좌에 오르리라.
그렇기에 나는 보상을 받는 것을 미뤘다.
찰랑!
끝없이 낙하해 내려간 난 밤하늘에 닿았다.
밤하늘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수면이었다. 고요했던 수면 위에 잔잔히 일어나는 물결.
수면을 통과한 내 몸은 초월체를 벗어났다. 수면 밑에는 또 하나의 세계가 있었다.
그것은 본디 육신이 살아가는 세계. 살아 숨쉬고, 생명이 맥동하며, 마나가 흐르는 바로 그 세계.
가라앉듯 떨어진 영혼은 본래의 육체에 깃들었다.
주변의 정보가 잠잠해지고 고요한 정적이 찾아왔다. 잊고 있던 육체의 무게가 다시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감고 있던 눈을 떴다.
* * *
성채의 옥상에 있던 이지한이 의식을 잃었다.
본래, 초월의 영역에 있는 동안 흐르지 말아야 할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마계왕의 힘이 영향을 끼친 탓이었다.
일행들은 이지한을 안전한 장소로 옮겼다.
“애석하게도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게이트는 공략되지 않았습니다. 마계의 군대가 이곳으로 넘어올 것을 대비해야 합니다.”
백묵의 주도하에 인류는 태세를 정비했다.
사도와 군단장들을 모두 처치했음에도, 초대형 게이트는 계속해서 크기를 부풀려가며 커지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마계의 군단을 쏟아낼 것처럼.
그들이 침략해 오기 전.
아직 문명계가 초월급에 들어서지 않은 지금.
인류는 최선을 다해 침략을 대비해야 했다.
“이제 단순 장비 이외에 전투 기계들도 생산이 가능해졌어요. 자, 잠깐 지한님이 쓰러지셨다고요?”
아이템 제작자 김건의 주도하에 초기술마도계의 장비가 대량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S급 헌터들에게도 장비가 보급되고.
SSS급 출력을 소유한 전투 기계들도 계속해서 생산에 들어갔다.
소재와 자원은 충분했다.
방어선을 회복하며 쓰러뜨린 마수들이 평원 전체에 빼곡했으니까.
“마석을 전부 수거해야 합니다!”
“공간계 능력자들 더 없어요?!”
“와, 와아······. 윤서현 헌터님이다!”
윤서현이 공간 지배에 의해 마석들을 회수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전투에서 나온 마수의 부산물들은 훌륭한 소재가 되었다. 그들이 품고 있던 막대한 양의 마석들도 전부 제작에 활용 되었다.
크어어어어어!
“처, 청룡······! 히익, 이쪽으로 오는데요? 도, 도망쳐요!”
“야, 진정해 우리 편이야. 팀 오르티마의 펫이라던데.”
“저, 저게 펫이라고요?”
오르티마는 성공적으로 청룡을 흡수했다. 그게 마음에 들었는지, 청룡의 모습으로 한동안 방어선 근처를 순회했다.
인류의 사기를 높이기엔 더 없이 좋은 일이었다.
나머지 사신수인 백호, 주작은 부패의 마족에 의해 언데드로 되살아났다.
물론 생명의 마족도 되살아났다.
부패의 마족에 의해서.
모선에 있던 심장과 그의 영혼을 엘리스가 옮겨온 덕이었다.
부패의 마족은 한동안 어깨를 펴고 다녔다.
“어이, 생명의 마족. 나를 주인이라고 불러 봐라. 크하하, 이제 두 사도가 내 부하구만.”
“치욕도 이런 치욕이······.”
그렇게 이지한이 이계의 찬탈자를 만나는 동안.
인류는 각자의 자리에서 멸망을 대비해나가고 있었다.
“현무에 최신 마공학 무기를 다는 건 어떻습니까?”
“배양소에 있던 인간의 클론들은 우선 아군이 된 생명의 마족에게 맡겼습니다. 각성자인만큼 전력에 도움이 될 거라고 하던데······.”
문명계는 차근차근 초월급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마족을 상대하기 위해선 반드시 문명계도 초월급에 올라설 필요가 있다는 게 이지한이 남긴 말이었다.
간혹 게이트를 빠져나오는 마계의 군대가 있었으나 세이비어 앞에 장렬히 산화했다.
의식을 잃은 이지한은 본부에 있는 천막으로 옮겨졌다.
그의 동료들이 돌아가며 천막을 지켰다.
“대적자님은 초월의 좌에 오르신 걸지도 몰라······. 어쩌면 돌아오지 않을수도 있어.”
“뭐? 그럴 리가 없잖아. 오빠가 우리를 버리고 가겠어?”
그리 설명하는 트레이아를 진세아가 째려봤다. 트레이아는 그 시선을 피하며 중얼거렸다.
“흐음······. 뭐가 되었든 빨리 돌아오지 않으면······.”
1달이라는 시간이 더 흘렀다.
초대형 게이트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마치 폭풍이 불기 전의 밤처럼.
고요한 상태가 유지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이지한이 깨어났다.
“오, 오빠가 일어났다!”
“지한씨가 깨어났다고?”
“스, 스승님—!”
“형!”
본부에 있던 이지한이 일어난 시각은 밤이었다. 엘리스에게 연락을 받은 일행들이 다급하게 달려왔다.
“······.”
기묘한 광경이었다.
앉아 있는 이지한은 왠 빛나는 슬라임들과 둥그스름한 도깨비불들에 둘러 싸여 있었으니까.
진세아와 트레이아가 슬라임을 한 마리씩 주워들었다.
“얘네는 뭐에요? 귀여워······.”
“오오······.”
“초월자들.”
“응?”
투욱.
그 말에 슬라임 하나를 주워들던 트레이아가 그대로 초월자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안색이 새하얗게 변했다.
초월자가 무엇인지 비교적 정확히 알고 있는 건 트레이아가 유일했으니까.
하나의 차원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초월자들이 여기에 잔뜩 모여 있단 거다.
우르르.
이지한은 초월자들의 아바타를 털어내고서 자리에서 일어섰다.
“괘, 괜찮아요?”
“아직 더 안정을 취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가 깨어났단 소식을 듣고 달려 온 일행들의 시선이 모였다.
이지한은 미소와 함께 검을 들어 올렸다.
“괜찮습니다.”
일행들의 걱정 어린 시선이 그에게 닿았다.
무언가 달라진 건가?
달라지긴 확실히 달라졌다.
그의 손목에 있는 황금빛 문자열이 유난히 빛나고 있었으므로.
『 이계 규율의 보상을 정산합니다. 』
『 인과의 흐름을 뒤트는 막대한 힘이 이 세계에 깃듭니다. 』
“그러면······.”
잠시 시스템 창 너머를 살피던 이지한이 모두를 향해 입을 열었다.
“이제 끝을 내러가죠.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