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264
264화 마(魔)의 화신(4)
모든 사람은 한 번의 기회를 얻는다.
모두가 단 한 번 삶을 살아갈 기회를 얻으며,
어떠한 방식으로든 목숨을 잃으면 끝이다.
그러나, 시스템이 이 세계의 새로운 규칙으로 자리 잡으며 몇가지 예외가 생겼다.
내 회귀는 그 예외 중 하나였다.
본래대로라면 죽었어야 했을 나는, 절대 유일급 아이템 ‘시간의 모래시계’ 덕분에 과거로 회귀할 수 있었다.
회귀와 동시에, 나는 시간축 위로 굵은 가지를 새로이 뻗었다.
무재조정(無材調整)을 손에 넣은 나 이지한이 존재하는 시간선.
그곳에서 나는 마계왕을 없애기 위해,
이 세계를 마족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움직였다.
그 결과.
【 ······. 】
나는 예외 중의 예외로써.
마계왕의 화신체와 마주 설 수 있었다.
마계왕.
내가 없애고자 하는 마족의 정점.
결국 나는 그의 가면까지 벗겨낼 수 있었다.
비밀스럽게 감춰져 있던 그에 대한 비밀을 깨부술 수 있었다.
‘마계왕이 나였다니······. 무슨······.’
문제는 반으로 나뉜 가면에 드러난 얼굴이 나와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
가능한가?
그에 대한 답은 간단히 나온다.
가능하다.
나 또한 미래에 갔었지 않은가.
미래의 내가 몸에 깃들기도 했었다.
그러니 미래의 내가 마계왕이어도······.
아니, 사실은 가슴 한켠에 그런 가능성을 떠올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사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다.
젠장, 납득은 가지만 이해는 가지 않는다.
대체 뭔 짓거리를 하고 다니면 마계왕이 되는거지?
물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그리고 내가 입을 열려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 시스템이 치명적인 인과의 결함을 발견합니다. 』
『 해당 시퀀스는 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
파직, 파지직—!
마계왕과 내 몸에서 끝없는 억지력의 스파크가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정신을 뒤흔드는 격통이 내 몸을 엄습했다.
“크윽······!”
지고의 정신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고통이었다. 초월력에 의한 고통 감쇠도 통용되지 않는다.
격통 속에서 간신히 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봤다. 시야가 분열됨과 동시에 점차 흐려지고 있다.
그러나 마계왕조차 비틀거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가면을 붙잡은 채로 몸을 웅크렸다.
줄곧 무표정한 그의 표정은 고통으로 일그러져있다.
『 붕괴 방지 프로토콜 : ‘유휴신 – 데우스 오티오수스(deus otiosus)’를 실행합니다. 』
붉은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내가 처음 무재조정을 얻었을 때처럼.
시스템에 내재된 프로토콜이 실행되었다.
마계왕이 장악하지 못한 시스템의 일부가 억지로 프로토콜을 실행했다.
흐려진 시야는 이미지가 되어 심상으로 떠오른다. 고통은 아득해지고, 자아만이 뚜렷해진다.
‘이건······. ‘
기억.
기억이었다.
마계왕이 가지고 있던 기억의 일부가 흘러들기 시작했다.
* * *
붉은 하늘, 멸망한 세계.
익숙하다.
가장 오래 보아왔던 하늘이기도 하다.
천 명에 달하는 피난민들이 이동을 시작했다.
피난민들의 얼굴은 불안감으로 가득했다. 헤지고, 닳아빠진 누더기를 걸친 그들에게는 희망조차 막연해져 있다.
나는 그 대열에 합류했다.
최후의 행렬이었다. 벼랑 끝에 몰린 인류는 마족을 피해 그저 안전한 장소로 도망치는 게 최선이었으니까.
“아저씨,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김영훈.
멸망한 세계를 함께 했던 친구이자 자식 같은 녀석.
나는 그 녀석의 머리를 쥐어 박았다.
“끄아악······.”
“형이라고 부르랬지.”
비루한 재능을 가진 F급 헌터. 그게 나다.
아니, 이 세계에선 헌터라고 부를 수도 없는 존재가 나였다.
너무 약해서 더 이상 마수를 잡고 경험치를 쌓을 수도 없으니까.
광폭화하며 순식간에 힘을 부른 마수들을 상대할 수 있는 건 소수의 SSS급 헌터들 뿐이다.
그리고 그들을 최후의 5인이라고······.
아니, 이게 아니다.
스스로의 독백 속에서 내 의식이 또렷하게 떠올랐다.
나는 기억 속에 있었다.
‘젠장, 벗어날 순 없는건가?’
이 세계는 마계왕의 기억인듯 하다.
아무래도 시스템은 이걸 다 보기 전까지는 나를 풀어주지 않을 작정인 모양이다.
‘내 시점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건가.’
마계왕의 기억은 내 기억과는 미묘하게 달랐다.
하지만 진행되는 양상은 비슷했다.
마족을 피해 도망치던 인류는 결국 마계의 군대에게 포위 당하고 만다.
대지를 까맣게 뒤덮은 마계의 군단은 절망 그 자체였다.
더욱이 군대에 맞서 싸울 유일한 희망은 다섯 명의 SSS급 헌터 뿐.
얼마나 절망적인 상황이었는지. 지금 다시 보니 더욱 절절히 느껴진다.
“이 세계는 끝이다.”
바위를 단상 삼아 오른 천성호가 인류의 앞에서 연설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말이 내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달랐다.
“더 이상 희망이라고 부를 만한 건 남아 있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끝까지 인류를 위해 싸울 것이다. 마족에게 멸망하는 한이 있더라도···. 결코 그대들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아는 과거에선 천성호는 다르게 말했었다.
– 그렇지만 포기하지 마라. 아직 희망이라고 할 만한 게 남아 있으니까.
천성호는 그리 말하며 과거로 향하는 게이트를 만들어 냈었다. 내 기억 속에선 그랬다.
‘최후의 5인이 회귀 아이템을 발견하지 못한 시간선인가.’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아이템 시간의 모래시계는 모든 시간선을 통틀어 하나만 존재할 수 있는 절대 유일급 아이템이었으므로.
그 다음은 비슷했다.
인류의 배신자인 대마법사 김민수.
그가 만들어뒀던 마법 방벽이 허무하게 뚫리며 일대가 아수라장이된다. 최후의 5인이 반응은 늦어졌다. 김민수의 마법이 그들을 알게모르게 약화시켰으므로.
콰앙! 콰아앙!
마기의 덩어리가 폭격처럼 쏟아졌다. 저항력이 없는 일반인이나 F급 헌터는 스치기만해도 치명상이었다.
“여, 영훈아!”
“형!”
나는 급히 영훈이를 끌어 당겨서 혼란스런 인파 사이에서 안전한 장소를 찾고자 했다.
그러나 이 세계에 안전한 장소가 있던가.
콰득!
마기가 충돌한 장소에서 솟은 돌파편이 영훈이의 다리에 부딪혔다. 나는 급히 영훈이를 부축했다.
“크윽!”
“괜찮아?!”
“네, 조금 삔 것 뿐이에요. 그보다 빨리 숨어야······.”
그저 눈 앞에 보이는 커다란 돌 뒤로 몸을 숨기는 게 최선이었다.
마수들은 순식간에 몰려 들었다. 광폭화해 몸을 비대하게 부풀린 오우거들은 파리 잡듯 인간을 때려잡고, 마족들은 인간을 동물처럼 사냥하고 있었다.
인류는 마족에게 있어 사냥감에 불과했다.
“형! 정신차려요! 그래도 아직 영웅분들이······.”
SSS급 헌터들이 마력을 펼쳐 대항했지만, 사람들을 지키기엔 그 힘이 턱없이 부족했다.
이어서 나타난 군단장 하나가 SSS급 헌터들 다섯을 동시에 상대했다.
콰직!
천성호의 머리가 허무하게 터져나가고.
“어, 어째서······? 나는 같은······. 커허억!”
김민수의 배가 꿰뚫렸다. 믿고 있던 최후의 5인이 차례차례 목숨을 잃어갔다.
그런 절망적인 상황 앞에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하나였다.
“다리 괜찮아?”
“네, 당연히. 크으윽.”
“업혀.”
“네?”
단순 염좌가 아니었다.
“여기있다간 개죽음이야.”
나는 영훈이를 업고서 있는 힘껏 뛰었다.
도망칠 곳이 없다는 것도 안다.
하지만, 이곳에 가만히 있어봤자 죽게 되는 건 똑같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차라리 뭘 어쩌자는건지.
내게 조금만 더 재능이 있었더라면.
고작 F급이 아니라, 가지고 있는 스킬도 고작 근력 Lv.1이 아니었다면.
인류가 어떻게 되건 말건, 최소한 영훈이와 나 하나 정도는 지킬 수 있었을텐데.
그런 절망감과 무력감이 차올랐다.
그러나,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게 최선이었으니까.
나는 내 재능을 저주하며 영훈이를 업고 도망쳤다.
“허억······. 허억······.”
운이 좋았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었다.
마수들이 다른 인간들에게 정신이 팔려 있는 틈에.
나는 영훈이와 함께 도망칠 수 있었으니까.
황량한 대지에 형성되어 있는 던전 속으로 숨어들어갔다.
동굴이었다.
고등급의 마수들이 득실거릴 것이 분명한 던전이지만, 마계의 군단을 피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우, 운이 좋았네요.”
“······.”
숨을 고른 나는 동굴의 벽면에 기대고 앉았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말을 할 수도 없었다. 그저 가만히 숨을 쉬는 게 최선이었다.
적막한 동굴.
내가 숨을 몰아 쉬는 소리와, 어딘가의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살았다.
어떻게든 살았다.
적어도 당장은 말이다.
안도감에 젖어 있을 때, 문득 영훈이가 내게 물어왔다.
“······형은 지금 뭐 먹고 싶어요?”
이 상황에 참 뜬금 없는 말이었다.
“그게 지금 궁금해?”
“빨리요. 궁금해서 그래요.”
나는 적당히 대답했다.
“비빔면에 삼겹살.”
“맨날 그거네요.”
“그건 네가 비빔면을 잘 몰라서 그렇······.”
“그랬죠.”
내 말에 힘없이 피식 웃는 김영훈.
그제서야 영훈이에게 시선이 갔다.
“나는요······.”
영훈이의 입가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녀석의 복부에서 피가 흥건하게 배어나오고 있었다.
“야, 너!”
“형, 그냥 들어봐요. 나는요, 많은 건 안 바래요. 그냥 형이랑 따뜻한 밥······.”
나는 몰랐다.
“아니, 아니, 아니······. 지금 그딴 게······.”
내 재능은 누군가를 힘껏 업고 뛰는 게 최선이라서.
멍청하게도, 빌어먹게도 다른 무슨 일이 생기는지도 모르고.
주위를 둘러볼 여유조차 없이.
“딱 한끼만 제대로 먹었으면 좋았을텐데······.”
등에 업은 사람의 상태는 알지도 못한 채.
내 몸을 적시는 그게 그냥 땀인줄로만 알고.
그저 무식하게 뛰어만 왔던거다.
“······그게 너무 아쉬워요.”
“아, 그래. 먹어야지. 찾아서 해줄테니까. 쌀이든 뭐든, 내가 찾아서 키워서라도 만들어 먹여줄테니까. 이제 말은 그만하고······.”
나는 영훈이의 상처를 지혈하려고 했다.
그러나 내 재능으로는, 내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는 불가능했다.
뚝, 뚝.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도 형은 꼭 오래 살아서······.”
내가 뭘 위해 여기까지 살아왔는데.
“비빔면. 먹었으면 좋겠어요.”
녀석은 그리 말하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흘러내리는 눈물로 가려지는 시야를 닦아내며, 필사적으로 영훈이를 살리고자 했다.
“······.”
흘러나오는 피는 멈추지 않았다.
애초부터 알고 있었다. 내가 영훈이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는 걸.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나는 그런 놈이었으니까.
재능 하나 없이 F급으로 살아오면서.
끝까지 포기하지 못하고 헌터가 되려고 했던,
그런 미련한 놈이었으니까.
“제발, 제발······. 영훈아······.”
정신을 차렸을 때, 영훈이의 몸은 이미 차갑게 식어있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멈춰 선 채 이를 악물었다.
악문 이에서 피가 배어나왔지만, 그게 전부였다.
“······.”
그저 내 재능이 저주스러울 뿐이었다.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게.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조용했던 동굴에 발걸음이 울려퍼졌다.
저벅, 저벅.
“그래, 내가 여기에 숨었을 거라고 했잖아.”
던전 내부로 마족 둘이 들어온 것이었다.
“뭐야, 한 놈은 이미 죽었나? 에이, 재미 없네.”
“마계왕께서는 전부 죽이라고 하셨는데요.”
“나도 알아. 근데 조금만 즐기자고.”
“그거야,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만.”
파지직—!
마족 중 하나의 손에서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응? 도망가려는건가? 좋은데. 그래, 끝까지 발악해야 가지고 노는 재미가 있지.”
나는 말없이 김영훈을 다시 업었다.
마족들은 거리낌 없이 인간의 시체를 훼손시키고 유린하는 놈들이었다.
적어도 저 마족 놈들에게 영훈이를 넘겨주고 싶지 않았다.
그게 가능하건, 가능하지않건 그렇게 하고 싶었다.
“크윽.”
나는 영훈이를 업은 채 동굴 안쪽으로 도망쳤다. 마족 놈은 낄낄 대며 나를 따라왔다.
나는 날아오는 마기에 발악하며 끝까지 도망쳤다.
마족 놈에겐 그저 벌레의 몸부림처럼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최선이었다.
재능 없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
그건 포기 하지 않는 것 뿐이었다.
동굴은 깊어졌고, 길은 좁아졌다.
던전의 암흑 또한 깊어졌다.
“살려고 끝까지 발버둥을 치는구나. 그런 구멍까지 기어들어가고 말이야.”
나는 좁은 구멍 속을 나아가고 있었다. 상처 입은 몸을 질질 끌며 기어갔다. 영훈이를 등에 엎은 채 그저 나아갔다.
제발, 여기까지는 따라오지 말아라.
이 비좁고 어두운 곳까지는 오지 말아라.
그저 간절하게 바랄 뿐이었다.
두 마족은 비좁은 길을 걸어가는 내 모습을 즐겁다는 듯 비웃으며 구경했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가지 않았다.
“슬슬 질리는데. 저 놈 끌어내.”
“알겠습니다.”
나에겐 도망의 재주도 없었으니까.
명령을 받은 부하 마족이 마기를 끌어 올렸다.
그때였다.
덜컥.
동굴을 기어나가던 내 손 끝에 무언가가 걸렸다. 그와 동시에 어두웠던 굴 속에서 황금빛이 샘솟기 시작했다.
“······?”
무엇인지 확인할 틈은 없었다.
콱!
등에 박힌 마기의 갈고리가 나를 끌어냈다. 좁은 개구멍 속에 영훈이를 남겨 놓은채, 나는 바깥으로 끌려나왔다.
차라리 잘된 일이었다.
마족 놈들이 영훈이에 대해선 잊을 수도 있는 거였으니까.
“커허억!”
나는 차디찬 동굴 바닥을 굴렀다.
“재밌는 구경은 다 했으니. 이제 죽이고 돌아가—. 응?”
마족의 시선이 내 손 끝으로 향했다.
미간을 좁힌 마족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인간, 그거······. 어디서 난거지?”
그제서야 나도 내가 손에 쥔 물건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금색으로 빛나는 팔찌.
그러나 아이템 정보를 확인할 시간은 없었다. 마족의 마기가 칼날처럼 날아와 내게 박혔다.
콰득, 콰드득!
“크아아악!”
“쯧, 벌써 착용한 건가? 아이템 정보가 안보여. 그냥 죽여서 뺏는 게 낫겠어.”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마기의 칼날.
F급 헌터에 불과한 내가 견딜 수 있는 공격이 아니었다.
미친듯한 격통 속에서 의식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그래, 벌레면 벌레답게······.”
“자, 잠시만 뭔가 이상합니다. 이게 무슨······.”
마족들이 비웃는 소리조차 옅어지는 그 순간이었다.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었다.
내가 알아챌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그저 눈부신 금빛의 광채가 펼쳐졌고, 시스템의 알림음이 들려왔다는 것 뿐.
‘······.’
그렇게 기억 속의 나는 의식을 잃었다. 새까만 어둠이 시야를 뒤덮었다.
하지만, 이 기억을 관조하고 있던 나에게는 똑똑히 보였다.
마지막에 떠오른 메시지창이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그 내용은 이러했다.
『 ‘이계 규율 – 무한 회귀’의 효과를 사용합니다. 』
『 지정한 포인트로 회귀합니다. 』
쿠구구구구—!
어두웠던 세계 위로 새하얀 금이 새겨졌다. 금은 순식간에 기억 전체로 퍼져나가며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 해당 프로토콜이 시스템의 개입으로 취소됩니다. 』
『 프로토콜의 실행을 취소합니다. 』
부자연스런 기억의 붕괴.
“으윽······.”
나는 머리를 붙잡았다.
어느덧, 기억 속의 세계가 사라지고, 다시금 본래의 세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인간들을 전부 쓸어버려라!”
“좌측 조심해라, 이상한 공격이 날아온다!”
마족들이 고함을 치며 소리지르는 게 느껴진다.
여기는 전장의 한가운데.
내 현실이 맞다.
【 거기까지다. 】
눈 앞으로 마계왕이 보였다. 그 얼굴은 무표정했으나, 어딘지 모르게 불쾌한듯한 기색이 섞여 있다.
【 이제 죽어라, 이지한. 】
그가 들어 올린 흑색의 칼끝이 나를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