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274
274화 이지한(4)
이지한이 흑색의 문 내부로 들어간 뒤.
쿠구구구구구—!
은하 너머의 검은 형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놈을 저지하고 있던 이지한의 초월력이 사라진 탓이었다.
“우,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현 언니!”
“나한테 맡겨.”
“스승님이 돌아올 수 있도록 무조건 문을 사수하죠.”
일행들은 비장한 표정으로 무기를 들어 올렸다.
쿠구구구구!
수많은 화신체들이 다시 한 번 몰려들고.
흑색의 거인으로부터 터져나온 마기가 우주 공간을 뒤흔들었다.
“지금이야, 쏟아부어!”
일행들 전체가 필사의 각오로 그들과 맞서 싸웠다.
이지한.
그가 돌아 올 수 있도록 흑색 문을 지켜내야만했다.
“허억······. 허억······.”
어려운 전투였다. 모든 마력을 쏟아부어야 했으며, 가지고 있는 아이템을 전부 활용해야만 했다.
거인의 진행을 막기 위해,
마계왕의 마기에 상응하는 힘을 발휘해야 했다.
이계 규율의 엑스트라 레벨과 이지한이 올려준 시스템의 레벨로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배낭 속에 있던 초월자들이 나서주지 않았더라면, 위험한 순간이 더욱 많았을 거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콰득—!
더 이상 화신체들이 일행을 찾아오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문제는······. 아직 큰 놈이 하나 남았다는 거죠.”
땀에 흠뻑 젖은 신태양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은하의 크기에 비견되는 거대한 거인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거인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공간 전체가 진동하고 있었다.
일행 전체가 완전히 지쳐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포기하자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묵묵히 무기를 들고서 다가오는 거인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다들 괜찮겠어요?”
윤지은이 모두에게 물었다.
그리고 이지한이 자리를 비운 사이, 상황을 조율하던 건 윤지은이었다.
그녀의 물음에 일행들은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저는 스승님 두고 절대 못 갑니다.”
“나도 형 두고는 절대 안 가죠.”
“사부님은 꼭 오실 거에요!”
그들을 확인한 윤지은이 활을 들어 올렸다.
“다들 같은 마음인 것 같네.”
쿠구구구—!
거인의 걸음에 맞춰 우주 공간에 새겨진 별들이 폭발하며 잔상이 새겨졌다.
그 진동은 점차 커져간다. 이 세계의 기준을 아득히 초월한 마기가 점차 백색의 길 위로 모여들었다.
침묵 속에서 일행들의 무기 위로 마력이 타올랐다.
막을 수 있을까?
우리의 힘으로 저걸?
그래도 해내야만 했다.
이지한을 위해서.
모두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 바로 그때였다.
“어엇?!”
“······!”
거인의 머리에서 새하얀 빛이 번뜩였다. 빛은 주욱 이어지다니 거인의 발끝까지 일시에 가로질렀다.
거인은 그대로 반으로 나뉘며 별빛을 쏟아냈다.
그 즉시,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뒤를 돌아봤다.
“사, 사부님!”
“지한씨?!”
이지한이 들어갔던 흑색의 문을 향해서.
쩌적, 쩌저적—!
흑색의 문 위로 무수한 균열이 새겨졌다. 한계에 달한 문은 파열음과 함께 그대로 스스로의 인력에 빨려 들어갔다.
“무, 문이 부숴졌어요! ”
콰와아아아—!
거인에게 그어진 흰빛의 선. 그건 분명 이지한의 것이었다.
하지만, 흑색의 문이 스스로 무너져버렸다.
이지한이 나와야 할 출구는 게이트가 되어 일렁이고 있었다.
무언가가 잘못 되었다.
‘!’
진세아는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오빠가 이긴 거다.
하지만 뭔가가 잘못 되었다.
정확히 그게 어떤 건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구해야 했다.
진세아가 발을 떼어 게이트 안으로 몸을 던지려고 했지만.
발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왜······?’
흑색의 석문(石門)이 무너진 게이트 속에서 일렁이는 힘.
그것은 현실의 규칙을 초월한 힘이었다.
모든 것을 잡아 끄는 공허.
자신도 모르게 두려워진 것이었다. 그래서 발이 멈춘 것이리라.
구해야 했다.
오빠를 구하러 가야했다.
하지만 구해서 나올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이어진 것은 정말 찰나.
찰나에 불과했지만.
타닷—!
그 찰나의 순간.
윤서현이 백색의 길을 밟고 게이트 내부로 뛰어들었다.
“서현아!”
윤지은이 소리쳤지만, 이미 윤서현은 게이트 너머로 사라진 뒤였다.
“아······.”
진세아의 손이 아쉬운 듯 뻗어졌다.
* * *
내게 손을 내민 것은 윤서현 헌터였다.
콰아아아—!
“지한씨! 잡아요!”
지금만큼 그녀가 반가웠던 적이 있었을까.
그녀는 팔을 뻗어 나를 붙잡으려고 했다. 그녀의 손 끝에서 보랏빛 권능이 뻗어나갔지만, 이내 공허의 인력에 의해 흩어졌다.
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문은 하나였다.
‘어떻게?’
14레벨의 일자베기의 패널티.
인과를 포함한 존재 기억의 삭제.
마계왕을 베어내며 나또한 그만한 대가를 지불해야했다.
그녀는 나를 잊었어야 정상이건만.
“제발, 잡아줘요!”
윤서현이 필사적으로 손을 뻗어왔다.
일자베기의 패널티를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크윽······.’
나도 손을 잡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다.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내게 새겨진 인과의 균열은 쉽게 떨쳐 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대로라면 서현 헌터도 같이 빨려들어간다.’
막대한 인과의 흐름은 윤서현이 지닌 공간의 권능조차 무시하기에. 꼭 그녀의 손에 닿아야 했다.
‘으으윽······.’
떨리는 손이 천천히 움직이다 도중에 멎는다. 그녀의 손에 닿기엔 부족하다.
정말로 여기까지인가?
여기까지 왔는데, 이렇게 끝난단 말인가?
토옹!
그리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뀨우—!
장비가 되어 내 몸에 달라 붙어 있었던 오르티마가 스르륵 내 몸을 타고 움직였다. 녀석은 필사적으로 자신의 몸을 늘렸다.
녀석도 있었던 것이다.
‘오르티마!’
윤서현의 뻗어진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가공할 인력 앞에 오르티마조차 몸을 늘이는 게 쉽지 않아 보였지만.
“조금만, 조금만 더!”
닿을 듯 말듯 윤서현의 손이 허공을 스친다.
오르티마는 몸을 떨면서도 인력에 저항해 몸을 늘렸다.
그리고 마침내.
탓.
오르티마의 몸이 서현 헌터의 손 끝에 닿았다.
아주 조금.
정말 닿았다고 밖에는 할 수 없을 정도였지만.
그거면 충분했다.
『 동료 윤서현이 권능 ‘공간 이동’을 발휘합니다. 』
보랏빛 기운이 전신으로 퍼져나가며 내 주위의 세계가 일변하기 시작했다.
투웅!
우리는 순백의 길 위에 떨어졌다.
평소와 다른 거친 착지였다. 그만큼 시간이 촉박했다는 뜻이었다.
“하아, 하아······.”
윤서현 헌터는 바닥에 쓰러져 숨을 몰아쉬면서도 나를 바라봤다. 그녀의 입가에 안도의 미소가 피어 있었다.
“다행, 다행이에요······.”
그 옆에서 오르티마가 기쁘다는 듯 몸을 통통 튀겼다.
“······.”
살았다.
살아서 돌아왔다.
정말로 끝난 거다.
이제야 몸이 조금이나마 움직인다.
간신히 고개를 움직이니 일행의 시선이 전부 내게 쏟아지고 있었다.
그들은 각자 입술을 깨물거나, 두 손을 앞에 모은 채 내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거기에 할 말은 하나 뿐이었다.
나는 힘겹게 입을 열어 그들에게 전했다.
“이겼습니다.”
우리가 이겼다.
“사부님!”
“오빠!”
“스승님!”
모든 일행들이 나를 향해 달려 들었다.
“아, 치사하게 잠깐 나도! 형!”
천성호가 뒤늦게 달려들었다. 윤지은과 채아연은 미소를 지은 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로, 정말로 우리가 이겼다.
세계의 멸망을 막아냈다.
스르르르······.
시야의 한켠.
내 왼손에서 황금빛 문자열이 풀어져 나오고 있었다.
『 ‘이계 규율 – 무한 회귀’가 시스템의 균열을 대체합니다. 』
자신의 할 일을 다했다는 듯 타들어가던 황금빛의 문자열은 재가 되어 흩날렸다.
그제야 깨달았다.
세계의 균열을 이용할 수 있다면 그 반대도 가능한 것이었다.
‘이계 규율이 내 일자베기의 패널티를 대신한 건가.’
모두의 기억 속에서 잊히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것만큼은 예상하지 못했다.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하나.
“······.”
다행이다.
나는 재가 되어 사라진 이계 규율 너머 우주의 공간을 바라봤다.
내가 만들어낸 한 줄기의 새하얀 선이 끝도 없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선은 무수한 별빛을 흩뿌리며 계속, 계속 나아간다.
어쩌면 게이트의 바깥까지 계속해서 뻗어나갈 것이다.
쿠구구구구······.
그 선을 중심으로 최후의 게이트 속의 세계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완전히 무너지기 전에 여길 빠져나가요.”
한숨 돌린 윤서현이 내가 맡겼던 캡슐을 꺼내 들었다. 게이트의 시작 부분으로 돌아갈 수 있는 아이템이다.
“사부님, 제 등에 업히시면 됩니다.”
“어이, 비켜 형은 내가 업을테니까.”
“멍청아, 네 키로는 무리잖아.”
그리 말하며 신태양이 나를 등에 엎었다.
“이제 돌아가죠. 우리의 세계로.”
이윽고 캡슐에서 터져 나온 새하얀 빛이 일행 전체를 감쌌다.
최후의 게이트를 가르는 새하얀 은하수.
‘이겼나.’
그것을 바라보며 나는 의식을 잃었다.
* * *
이지한이 만들어낸 일자베기는 차원 전체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어이, 하늘을 봐!”
“뭐야, 언제 저런게······.”
“예쁘다!”
“아름다워······.”
문명계의 하늘 전역을 새하얀 선이 가로질렀다.
은하수처럼 퍼져나간 선은 밤하늘을 가로지르고, 낮이었던 푸른 하늘 위에도 분명하게 새겨졌다.
전 세계의 하늘은 때아닌 은하수로 뒤덮였다.
“정말로 이겼군요.”
게이트 바깥에 남아 있던 백묵은 확신할 수 있었다. 이지한이 사용했던 일자베기를 기억하고 있었기에.
비단, 문명계에만 이르는 일이 아니었다.
초기술마도계의 밤하늘에도 은하수가 새겨졌다.
“으하하, 오르티마! 자네도 빨리 와서 보게나!”
“유클레스, 무슨 일인데 호들갑을······.”
창문으로 걸음을 옮긴 오르티마 대공의 눈에 이채가 깃들었다.
“하하하! 그래, 뭐라 그랬나. 내가 될 거라고 하지 않았나.”
문명계에서 귀환해 있던 유클레스는 박장대소를 터트리며 오르티마의 등을 두드렸다.
“정말이군. 정말로······. 해낸거군.”
신성마법계에서도.
“성녀님, 새로운 계시가 왔습니다!”
“아뇨, 저건 계시가 아니에요.”
다급하게 달려 온 사제의 말을 성녀가 부드러운 미소로 일축했다. 이미 창문에 서 있던 그녀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새로운 시작이죠.”
초맹림계에서도.
“이봐, 무녀 멜. 하늘을 봐라.”
“어라? 무,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저건······.”
이지한에게 도움을 받았던 부족들이 하나둘씩 집 밖으로 나왔다.
환상계, 엘프의 숲.
“저건······.”
발전의 마족의 실험체였던 엘프 세레네도 하늘을 올려다보며 감상에 잠겼다.
어쩐지 익숙한 기분이었다. 자신을 도와줬던 이지한. 그와 비슷한 느낌.
“히잉, 무슨 일이 일어난겁니까?”
“글쎄, 모르겠어.”
어린 유니콘 한마리가 그녀에게 물었다.
아직 전지의 능력이 완벽하지 않은 그녀다. 세레네는 작은 손으로 나뭇가지를 주우며 말했다.
“이제부터 알아봐야겠지.”
아카식 레코드의 엘프 학자 세레네도.
“정말로, 이겼군요.”
전지(全知)의 능력을 지닌 그녀의 눈동자가 초공간에 새겨진 은하수를 목격했다.
이 세계를 침략하고자 했던 마계에도, 존재하는 다른 무수한 차원들에도.
모든 하늘 위에 아름다운 은하수가 흘렀다.
그것은 마계왕을 쓰러뜨렸다는 증표임과 동시에,
닫혀 있던 시간선이 제 순리대로 흘러가기 시작한단 증거였다.
– 하늘에 흐르는 은하수의 정체는?
– 인류 최후의 게이트 공략!
– 마계의 위협 완전 저지, 그 주인공은······.
– 은빛의 날개 특별팀 귀환, 기자회견은······.
각종 매스컴에서는 그들의 귀환을 환영했다.
“그 게이트가 사실은 엄청나게 위험한 거였다면서?”
“갑자기 하늘에 나타난 선만 봐도······.”
“이지한 헌터가 한 거라던데?”
“설마.”
인터넷도, 일반인들의 사이에서도 마지막 위험의 종식을 축하하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하지만 정말로 안도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었다.
그건 바로 각계각층의 고위층이었다.
“이지한 헌터······! 내 해낼 줄 알았네. 하. 정말이지. 다행이야.”
그들은 세계가 멸망에 가까웠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안도감도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이지한 헌터. 그는 무사한가? 우리 기업에서 후원하고 싶은데.”
“국가적인 일과는 별개로 그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으려 하는데. 어떻게 식사 자리는······.”
“어떻게 안되는가? 백묵군!”
백묵은 단호하게 그런 요청들을 전부 거절했다.
“글쎄요, 좀 어려울 것 같은데요.”
그의 업무가 유난히 늘어난 것도 그 탓이었다.
‘아직 깨어나지도 않은 사람한테 다들 바라는 게 너무 많네요.’
이지한이 의식을 잃은지 한 달이 지났다.
그는 여전히 은빛의 날개의 방에 누워 있었다.
회복 여부는 불확실하다.
윤서현과 엘리스가 이지한의 인과 붕괴를 막으려 하루의 대부분을 붙어 있었고 동료들은 차원에 흩어져 있는 아이템을 모으러 간 상태였다.
그러던 와중 진세아가 귀환했다.
이지한을 회복시킬 아이템을 구해왔다고 하는 소식이 백묵의 귀에도 들어 왔다.
그것이 백묵이 지금 은빛의 날개로 향하는 이유였다.
‘여기였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복도를 지나 이지한의 병실로 가는 백묵의 귓가에 진세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사용할게요.”
백묵이 한 박자 늦게 방 안으로 얼굴을 들이 밀자, 일행들의 환호성 소리가 들려왔다.
“누, 눈을 떴어요! 사부님! 정신이 드세요?”
“정말 통했어! 스승님!”
“정신이 들어요?”
아무래도 진세아가 가져 온 아이템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한 모양.
스으윽······.
소란스런 일행들의 사이로 이지한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끊임없이 이어지던 인과의 붕괴가 완전히 멈춘 상태였다.
초월력을 발휘할 수 없는 이지한를 대신해 일행들이 최선을 다한 결과.
백묵은 문에 기대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대단한 사람들이라니까.’
동료들의 집념도 이지한 못지 않았다. 불가능해보였던 이지한은 결국 동료들의 도움으로 회복했다.
“······.”
상체를 일으킨 이지한이 모두를 향해 시선을 맞췄다.
“다들 고맙습니다.”
환자복을 입은 그가 미소와 함께 감사의 말을 전했다. 울먹이는 진세아와 엘리스. 다들 자기 이야기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이지한이 몸을 일으키려 했다.
“자, 잠깐만요! 벌써 움직여도 돼요?”
“우와앗, 더 쉬어야죠! 어디가요!”
동료들에 의해 이지한이 억지로 침대에 눕혀졌다. 그냥 저항하지 않기로 했다. 괜히 걱정 끼치는 것 같았으므로.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해 온 일에 비하면 사소하다 할 수 있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이지한은 하는 수없이 침대에 몸을 눕힌 채 모두에게 말했다.
“아직 할 일이 하나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