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275
275화 이지한(5) -完-
“해야 할 일이라뇨?”
“방금 막 일어났는데, 몸은 괜찮은거에요?”
나는 팔을 쓱쓱 휘둘러 보였다.
“몸은 이제 멀쩡합니다. 여러분들 덕분에요.”
실제로는 의식을 되찾은 순간부터 신체는 전부 회복되었다.
나는 일행들에게 말해 회의실로 자리를 옮겼다.
“커피, 스승님께 커피를 드려라!”
“제가 탄 걸로 드세요!”
“다 비켜, 형은 내가 만들 걸······.”
가벼운 소동이 끝난 뒤.
내 앞에는 5잔의 아메리카노가 놓였다.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고맙다.”
내가 의식을 잃었던 기간은 약 1달.
백묵과 일행들에게서 그간 있었던 이야기를 들었다.
동료들이 여러 차원을 동분서주한 덕에 나는 깨어날 수 있었다.
초월자들이 아카식 레코드에서 지식을 전달해주고,
모두가 필요한 아티팩트와 아이템을 가져와준 덕분.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모두 정말 고맙습니다.”
내가 초월력으로 인과를 회복시키지 못하고 정신을 잃은 탓이었다. 나 혼자였다면 다시는 깨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고맙다는 말에 신태양이 가슴을 활짝 피며 말했다.
“스승님이 하신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그래도 한 번 들어보세요. 무려, 제가 사신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으아악, 그 이야기는 벌써 백 번도 더 들었다고!”
“아니, 그래도 스승님은 모르실 거 아냐, 이 꼬맹이가!”
천성호가 신태양과 주먹다짐을 하는 사이.
내쪽으로 다가온 진세아가 입을 열었다.
“후후, 오빠가 깨어날 수 있었던 건······. 내가 마지막에 가져 온 아티팩트가 있어서라구요!”
“그래, 잘했다.”
“헤헤. 그 말이 듣고 싶었어요.”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던, 백묵이 호기심 어린 얼굴로 내게 물었다.
“지금은 괜찮은 건가요? 그 초월력이란 것도 온전히 쓸 수 있는 상황?”
“네.”
“그거 다행이네요. 이쪽도 난리였습니다. 지한씨를 찾는 사람이 굉장히 많거든요. 막느라 고생한 거 알아주셔야 합니다.”
“저, 저도 질문해도 되나요?”
백묵의 옆에는 수첩을 든 엘리스가 눈을 빛내고 있었다.
“초월급 헌터에 대해서 너무 궁금했어요! 여쭤봐도 되나요?”
“그럼. 얼마든지.”
그렇게 일행들과 천천히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회의실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오, 정말로 깨어났군.”
불사의 마족이었다. 근육질의 보랏빛 상반신을 드러낸 그가 회의실로 걸어왔다.
그 뒤를 따르는 건 네 사도였다.
부패, 시공, 무한, 생명.
녀석들이 줄지어 들어왔다.
듣자하니, 그들도 내가 깨어나는데 도움을 줬다고 한다.
“고맙다.”
그에 대해 감사의 말을 전하니.
“주인 되는 자에게 할 당연할 도리였지.”
불사의 마족은 그리 답했다.
그는 근처의 의자를 끌어다가 걸터 앉으며 말했다.
“마계왕을 쓰러뜨려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러 왔다. 그리고 마계의 소식도.”
“어이, 불사. 주인님 앞에서 그게 뭔 건방진 태도냐.”
“······.”
터억!
옆에 있던 부패의 마족이 불사의 마족을 발로 찼다. 그러고선 자리를 뺏어 앉았다.
“마계의 지배권은 이제 완전히 우리의 손 안에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제 마계는 이지한님의 소유나 다름 없습니다.”
“그래, 그 말대로다.”
넘어졌던 불사의 마족이 몸을 일으켰다. 그는 태연하게 하던 말을 이어갔다.
“마계의 실권은 우리가 장악했다. 이 몸은 형식적이라곤 하나 마계왕이 되었고. 그러니······.”
불사의 마족 주도 아래, 문명계와 상호불가침조약을 맺은 것이 최후의 게이트에 들어가기 전에 있었던 일.
투욱.
불사의 마족은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사죄토록하겠다. 마계는 모든 차원에 씻지 못할 상처를 남겼다. 마계는 그 죄를 영원불멸 사죄하며 살아가겠다.”
딱히 사도들끼리 합의된 말은 아닌 것 같았다.
사도들은 불사의 마족을 뭐하냐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불사의 마족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 했으니 상관 없나.
“그래.”
나는 짧게 답하며 미소지었다.
긴 말이 필요치 않았다.
앞으로 바빠질테니까.
세계를 멸하려 했던 마족은 이제 세계를 발전 시키기 위해 바삐 움직여야 할 것이다.
나는 시공의 마족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녀석에겐 맡겨뒀던 일이 있었다.
“그보다, 예언의 마족은 잘 풀어줬어?”
“물론요. 검의 마족이 아주 좋아라 하던데요?”
차원 격리의 구에 갇혀 있던 최상위 예언의 마족.
검의 마족은 그를 기다리며 인류의 편에 서 있었던 것이었다.
“잘 풀어줬어요. 둘 다 무엇이 진실인지 알 때까지 마계성에서 한발자국도 안나간다고 시위 중이라 완전 곤란하지만 뭐······. 지들이 알아서 하겠죠.”
시공의 마족이 혀를 차며 답했다.
마계의 역사와 진실에 대한 것도 알려줘야겠지.
그들의 역사란 거짓으로 점철된 기록이었으므로.
그러다 문득 한 명이 떠올랐다.
“김민수는?”
대마법사 김민수.
인류 최후의 배신자.
최후의 게이트에 들어가기 전에 찾아놓으라고 말은 했었는데.
“아, 걔요. 후후. 잘 있죠, 아주 잘 있어요. 아주 유용한 노예랄까.”
트레이아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무한의 마족의 실험체가 될 뻔했단 이야기까지는 들었는데.
뭐, 알아서 잘 처리했단 소리겠지.
‘나름 다 잘 해결된 것 같네.’
추가로 내게 도움을 줬던 스파이 김상욱은 현재 오성 길드의 수장이 되어 있었다.
게이트에 들어갔던 한 달 사이에 꽤 거물이 되어있었다. 나중에 얼굴을 보러갈까.
마족들이 참가하고 나서도 이야기는 이어졌다. 앞으로의 방향성이라던가, 문명계의 이야기라던가.
마계와의 기술 교류로 문명계는 게이트를 완전히 제어하게 되었다.
새로 밝혀진 이론에 따르면 시스템의 역할은 세계의 중재자.
게이트를 공략하는 일은, 망가진 차원의 균열을 수복하는 일이었단다.
따라서 게이트를 공략하는 일은 마계왕이 없어진 지금에도 꼭 필요한 일이다.
그게 우리의 제어 하에 놓였을 뿐.
앞으로도 많은 각성자들이 나타나고, 그들은 성장하며 게이트를 공략해 나갈 것이다.
“은빛의 날개가 전세계 1위가 되는 것도 머지 않았어요!”
“그러고보니 정령술사 김선우씨가 SSS급 헌터가 됐다던데.”
“누구야 그게?”
“그러고보니, 미국의 넥스트 길드랑 일본의 류구에서 선물을 잔뜩 보내줬습니다!”
이렇게 다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이야기를 충분히 나눴다고 생각이 들 즈음.
윤서현 헌터가 내게 물었다.
“그러고보니 할 일이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게 뭐에요?”
마계왕을 없앤 지금, 더 이상 이 세계를 멸하려는 존재는 없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나는 고작 하나의 시간선을 지켜냈을 뿐이다.
이 세계가 제대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선.
“그걸 지금부터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마지막 한걸음이 더 필요하다.
* * *
내가 깨어난 뒤로 약 2달이 지났다.
나는 윤서현 헌터와 함께 걸어서 하이텍트 본사의 부지를 산책하고 있었다.
돈을 많이 들였는지, 빌딩 옆의 산책로가 숲길을 걷는 것처럼 잘 구성되어 있다.
“평화로운 세계라니. 아직도 실감이 안나요.”
서현 헌터의 말대로다.
마계왕 뿐만 아니 게이트의 위협도 사라졌다.
“······근데 왜 아직도 이렇게 바쁜거죠?”
윤서현이 불만이라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문명계는 점차 다른 차원들과 이어지고 있었다. 지구 뿐만 아니라 다른 차원들과의 교류도 점차 활발해져간다.
그에 따라 윤서현의 일거리도 늘어났다.
다른 차원에 산재한 게이트의 위험은 여전하고.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저도 같이 돕잖아요.”
나는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래도 더 이상 목숨을 걸고 게이트를 공략하지 않아도 된다.
마족으로부터 멸망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일이다.
그때였다.
“오빠, 서현 언니! 둘 다 들어와요! 완성이래요!”
하이텍트의 본사 건물 창문 밖으로 진세아가 몸을 내밀고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드디어 완성인가.
내가 부탁했던 장치가 완성되는 날이 오늘이었다.
진세아의 아버지가 회장으로 있는 기업 하이텍트.
그곳의 기술과 김건의 기술력이 합쳐져 완성되는 신장치.
“그럼, 갈까요.”
“네.”
나는 윤서현과 함께 하이텍트의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도착한 층에는 복잡한 기계가 늘어서 있었다.
“아, 지한님!”
얼굴에 기름때를 묻힌 김건이 우리를 반겼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마공학 스패너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이제 막 완성 됐어요. 상상 이상의 걸작이에요. 유클레스님도 보면 깜짝 놀랄 정도로요.”
“와, 이지한 헌터님이시다!”
“어서오세요!”
김건 말고도 하이텍트의 작업자들이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본다. 하이텍트의 연구원들도 반가운 표정으로 고개 숙여 인사해왔다.
“고생하셨습니다.”
나는 김건에게 수고의 말을 전했다.
“그러고보니, 새로운 소재를 얻었는데 한가하실 때 말씀해주세요.”
“저, 정말인가요? 저야 언제든지 좋죠.”
“다녀와서 꼭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으흐흐.”
김건은 활짝 웃으며 장치의 숲 사이로 걸음을 옮겼다. 이 건물의 한층 전체가 이 장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사용되어 있었으므로.
“그럼 저도 제어실에 가 있겠습니다. 두 분 다 준비되면 말씀해주세요.”
정비를 마친 김건은 제어실로 향했고,
나와 윤서현 헌터는 기계장치가 가득 들어찬 길을 지나 내부로 이동했다.
진세아, 엘리스, 신태양, 천성호.
네 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부님, 기다리고 있었어요!”
“또 나만 빼놓고 둘이 산책하고!”
진세아가 씩씩대며 눈을 흘기길래,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들의 뒤에는 둥그런 원형의 기계 장치가 있었다. 미래공학적인 디자인이란 게 이런 건가, 상당히 만족스럽다.
“드디어 완성됐네요.”
천성호가 흥분한 목소리로 기계를 바라봤다.
“이게 있으면 정말 과거로 되돌아 갈 수 있는 거에요?”
“그래, 김건 제작자가 만들었으니 확실하겠지.”
“그건 그렇네요.”
초기술마도계, 마계, 문명계의 기술이 한 자리에 결합된 작품이다.
고개를 돌려 오른쪽의 제어실을 바라보니, 특수한 유리 너머로 김건이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이제 돌아갈 수 있는건가.’
나는 단 하나의 시간선을 구원했을 따름이다.
마계왕에 의해 닫혀진 시간선은 초월력으로도 복구할 수 없었다.
그렇게 가느다랗게 이어진 연약한 선 하나가 우리의 전부다.
시간선 자체의 힘이 너무나 미약하기에 새로운 가능성으로 뻗어나가는 것이 불가능한 선 한줄기.
그래선 안된다.
이 세계를 다시 살아 움직이게 하려면 다른 시간선을 복구해야 한다.
‘그러려면 시작 지점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지금 내가 걸어온 시간선은 미약하지만, 틀림없이 본래의 줄기와 연결되어 있다.
모든 것이 시작한 그 지점.
그곳으로 다시 거슬러 올라간다면.
그 세계에 존재하는 마계왕에게서 시간의 능력을 얻을 수 있으리라.
그렇게만 된다면 새로운 시간선이 다시금 무수한 가지를 뻗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뭐······.’
사실, 그런 건 전부 부차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저 돌아가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내가 구하지 못한 세계.
내가 남겨두고 온 세계에.
미련이 남아 있는 그곳에.
우우우우웅—!
원형의 장치가 회전하며 게이트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이건 일반적인 게이트와는 달랐다.
『 역회귀장치(逆回歸裝置) ‘유클레스-G 612’ 기동합니다. 』
간단하게 말하자면 과거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인 셈이다.
『 해당 장치에 초월력을 부여합니다. 』
나는 앞을 향해 손을 뻗었다.
스륵.
내게서 뻗어나온 초월력이 장치에 깃들며 생성된 게이트가 백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 회귀할 때 들어갔던 하얀색 게이트와 동일한 모습.
“다들 준비 됐으면 출발하죠.”
나는 모두를 향해 말했다.
“물론이죠!”
“가자!”
“출발, 출발!”
일행들이 와르르 게이트 내부로 뛰어들었다. 뒷짐을 진 윤서현도 내게 물었다.
“지한씨도 준비 됐죠?”
“물론입니다.”
나는 가벼운 미소를 머금고서, 게이트의 내부로 발을 디뎠다.
언젠가 겪어보았던 기이한 감각이 전신을 감쌌다.
시간이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 * *
화아악—!
시간 이동의 기묘한 감각을 떨쳐내자,
내 앞에 펼쳐진 것은 멸망한 세계였다.
붉은 하늘, 검은 구름.
대기에 섞인 끈적한 마기, 황량한 대지.
멸망한 대한민국이었다.
나는 돌아 온 것이었다.
회귀 전의 그곳으로.
내가 회귀했을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마, 마족의 습격이다!”
“도망쳐!”
“여러분 모두 진정······!”
갑작스레 나타난 검은 마기 포탄에 의해 피난민들이 모인 장소는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최후의 5인들도 어떻게 해야 할지 머뭇거리던 그때다.
그들의 시선이 내쪽으로 옮겨졌다.
“뭐, 뭐야······?”
“잠깐, 당신은 방금 회귀했던 사람?”
“어떻게 된 거야?”
돌로 된 단상 위에 올라 있던 최후의 5인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미간을 좁힌 천성호와 눈을 동그랗게 뜬 성녀 채아연.
내가 아는 모습보단 훨씬 성숙한 얼굴이다.
“설마, 회귀가 실패한 건가?”
“아니, 분명 절대 유일급의 아이템이었다. 김민수 어떻게 된거지?”
그들은 하나 같이 이해할 수 없단 표정이었다.
“나, 나도 몰라!”
그 중에서도 김민수의 표정이 썩 볼만했다. 그는 단상 위와 나를 번갈아 보더니 소리쳤다.
“뭐, 뭐냐.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네가 왜 여기서 나와?!”
불운한 사고로 회귀 포탈에 빠졌던 내가, 갑자기 멀쩡한 모습으로 새로운 포탈에서 걸어나오니 놀랄 법도 하다.
그러고보니 먼저 포탈에 들어왔던 일행들이 없다.
‘내 일행들은 다른 곳에 떨어졌나.’
처음하는 역회귀 시간이동이었다. 약간의 오차가 생긴 모양. 물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콰아아앙—!
저 멀리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며 마계의 군대를 몰살 시키는 소리가 들려왔으므로.
이쪽으로 몰려왔어야 할 마계의 군대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진군을 주저하는 게 느껴졌다.
“넌······. 방금 회귀 포탈에 들어갔던 사람인가?”
천성호가 미간을 좁힌 채 내게 물어왔다. 최후의 5인들 모두가 날 경계하며 무기를 들어 올렸다.
저벅.
나는 한걸음씩 단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이, 이 새끼가! 뭔 짓을 한거냐!”
눈치를 보던 김민수가 나를 향해 마력 화살을 쏘아냈다. SSS급 헌터가 쏘아내는 고밀도의 화살이 내 미간을 정확히 노리고 날아왔다.
파슷—!
그러나 내 초월력 앞에 김민수의 마력 화살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뭐, 뭔······.”
당황한 김민수가 뒷걸음질치며 물러났다. 최후의 5인 그 누구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한 채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무시한 채 걸음을 옮겼다.
“혀, 형······. 우리 형······.”
단상에 다가서자 세상이 떠나가라 울고 있는 사람이 한 명이 보였다.
내가 회귀 포탈 속으로 빨려들어 간 바로 그 자리였다.
“······.”
시선을 느낀 영훈이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나를 바라보는 영훈이의 눈이 점차 동그래졌다.
“혀, 혀엉?!”
나는 녀석을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녀석은 자신의 눈을 연거푸 비비며 못 믿겠단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지, 진짜. 형?”
그리웠던 녀석의 얼굴을 보니 나도 모르게 긴장이 풀려 피식 웃음이 나왔다.
“······.”
그런데 막상 입을 열려고 하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막상 얼굴을 마주하니 생각이 복잡해졌다.
어째서인지, 목이 메인듯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음, 뭐라고 해야 할까.
어떻게해야 당황스럽지 않을까.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뭐라고 말해줘야 할까.
어떻게 말해줘야 잘 설명할 수 있을까.
회귀했더니 엄청난 특성을 얻은 거 있지. 그걸로 마족도 전부 잡고, 엄청나게 강한 스킬도 배워서 계속해서 성장해서 S급 아니 SSS급 헌터가 되고 또 그걸 넘어서······.
아니, 너무 길다.
마계왕을 물리치고 세계를 구했다.
믿기지 않겠지만 F급이었던 내가 이제는 여기 있는 최후의 5인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해졌다. 네가 원하는 밥도 마음껏 먹고, 비빔면도 얼마든지······.
하고 싶은 말들이 머릿속에서 흘러 넘친다.
머릿속이 쉽사리 정리되지 않는 느낌이다.
너무 길고 복잡하다.
잠깐의 정적.
멍하니 나를 바라보는 영훈이가 눈을 깜빡였다.
나는 마음을 굳혔다.
어렵게 이야기 할 거 없다.
원래부터 말재주가 뛰어나지 않은 나였으니까.
그러니까.
이렇게 말하자.
그래, 그렇게 말하면 될 거다.
경험치 10만 배로 초월급 헌터가 되었다고.
후기에 앞서,
11/24일 이지한 일행의 후일담이 외전으로 진행됩니다.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외전을 확인해주세요!
다시 후기로 돌아와서…
어느덧 저의 두 번째 완결입니다.
작품 ‘회귀 도둑이 아이템 다 훔침’에 이어 ’10만 배’의 완결.
주인공이 경험치 10만 배가 되면 어떨까? 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한 작품입니다. 이지한의 성장을 따라오다보니 결국 완결까지 왔네요.
작품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뿌려둔 떡밥은 최대한 회수하려고 했습니다.
14레벨의 일자베기를 비롯해 여러가지 떡밥들이 있었죠. 개인적으로 떡밥을 풀어내는 걸 좋아해서 가능하면 남김없이 풀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동료들의 이야기를 더 하고 싶었는데, 마족과 싸우느라 급급해서 못한 건 조금 아쉽네요. 이 부분은 외전에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완결 후기란게 작품의 마지막에 한 번만 쓸 수 있어서 그런지 쓰기 전까지는 참 두근두근한데, 막상 쓰려고 하니 별 말이 안 떠오르네요.
마지막으로 이지한의 여정을 끝까지 함께 해준 독자분들. 모두 감사했습니다. 댓글과 더불어 추천을 눌러주신 분들도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 덕에 10만배가 무사히 완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경험치 10만 배를 쓸 수 있게 해주신 문피아 아카데미 제 담당 피디님께도 정말 감사하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이 분이 아니었다면 다른 글을 쓰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럼 조만간 더 재밌는 작품으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