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29
29화 성장형 아이템(2)
어깨를 붙잡힌 덩치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여기 이 새끼랑 아는 사이요?”
“그건 아닌데, 그 사람 손님이 될 거라서.”
그 남자는 세계적으로도 몇 없는 성장형 아이템의 제작자거든.
남자를 둘러싸고 있던 다른 깡패들의 시선이 나를 향해 모였다. 신나게 쳐맞던 김건의 눈동자에도 얼핏 안도감이 스쳤다.
“근데 이건 좀 치우고 말하지.”
덩치의 시선이 그의 어깨에 올려진 내 손을 향했다. 나는 일부러 그 손을 놓지 않았다.
“이거 말로 하면 못 알아 듣나본데.”
미간을 찌푸린 덩치가 내 팔을 붙잡았다. 그가 손아귀에 힘을 넣었다.
꽈악.
상당한 수준의 완력이 느껴졌다.
‘······D등급 상위 쯤 되나.’
윤정수에 사무실에 죽치고 앉아 있던 양아치들하고는 달랐다. 그들과 이 사람들을 비교하는 건 미안할 정도다. 그 녀석들은 제대로 된 스킬도 없는 D급 최하위였으니까.
꽈악.
녀석이 힘을 주는 것에 맞춰 나도 손아귀에 힘을 넣었다. 이내 남자의 얼굴이 구겨지며 신음이 흘러나왔다.
“끄어윽!”
꼴사나운 소리와 함께 덩치는 바닥으로 주저 앉았다.
20레벨부터 상승한 내 능력치는 일반 헌터보다 1.2배 가량 높다. 거기에 더해 내 근력 스킬은 최대 레벨 10을 초과한 11이다.
어깨를 놓아주자 주저 앉은 덩치가 눈을 크게 뜨고 날 바라봤다. 이해할 수 없단 표정이었다.
“주, 주창 형님!”
“괜찮으십니까?”
주창이란 사내가 쓰러지자 주위에 서 있던 녀석들이 주춤했다. 아마 이 남자가 제일 강한 사람이었나보다.
“크윽, 일단 물러나자. 얘들아.”
부축을 받아 일어난 주창은 삼류 악당 같은 소리를 했다.
좋은 판단이었다. 기본 능력치부터가 차이 난다는 걸 깨달은 거겠지.
주창은 바닥에 쓰러진 김건에게 삿대질을 하며 그대로 멀어져 갔다.
“다시 올 거니까 기다려라, 김건! 큰 형님한테 니 새낀 죽었어.”
내 눈은 못 마주치고 김건한테만 딴소리다. 그들이 멀어진 걸 확인하고서, 나는 김건에게 다가갔다.
김건이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정리하며 나를 올려다봤다.
“가, 감사합니다. 진짜 은인이시네요. 헤헤······.”
나는 김건이 아니라 주위 상인들을 살폈다. 상황이 정리 된 걸로 보이자, 그들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자리로 돌아갔다.
‘이런 일이 자주 있었나본데.’
또라이 아이템 제작자 김건.
멸망 후에 유명한 양반이고, 이 사람과는 이야기를 꽤 자세히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래도 자세한 과거까지는 모른다.
“그으······. 제 손님으로 오셨다고 하셨죠. 우선 들어가서 얘기하실까요?”
김건은 다리를 절뚝거리며 나를 안쪽으로 안내했다. 자기 가게 앞에서 두드려 맞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그를 따라 가게 내부로 들어갔다.
철물점인지, 아이템 제작소인지 구분이 안간다. 가득 쌓인 잡동사니 사이로 모루나 망치 같은 대장장이의 도구가 언뜻 보였다.
“정신이 좀 없죠? 잠깐만 여기서 기다리시면 커피라도 타올게요.”
검성 신태양네 검도장 사무실도 이렇게 더러웠던 기억이 난다. 특출난 놈들은 뭔가 통하는 게 있는 건가.
“네, 주시죠.”
많이 두드려 맞기는 했어도 각성자라 그런지 괜찮아보인다. 그리고 자주 맞았으면 맷집 스킬 같은 거라도 얻었겠네.
‘내가 아예 스킬을 전수 받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성장형 아이템을 제작하는 건 김건의 특성탓이다. 특성만큼은 가져올 수 없다.
그냥 아이템을 제작하는 기술만이라도 내가 배워두면 좋겠지만, 어지간한 금액으론 안 될 거다.
‘장인이니, 이 바닥 돌아가는 건 꿰고 있을테고.’
“여기, 커피 받으세요.”
김건이 조심스럽게 종이잔에 담긴 믹스커피를 내려놨다. 살짝 홀짝이니 달콤씁쓸한 향이 입 안에 퍼진다. 그 맛에 깜짝 놀라 종이잔을 바라봤다.
‘뭐야, 믹스 커피는 또 왜 이렇게 잘 타.’
물 계량을 잘한 건가? 그냥 믹스 커피인데 엄청 맛있다.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가.
‘이 양반도 멸망 후의 모습하고는 이미지가 딴판이구만.’
그의 행동에서 세심하면서도 조심스러운 성격이 느껴진다. 그 안에 숨겨져 있는 똘끼가 문제인거지만.
나는 궁금했던 걸 물었다.
“근데 왜 그렇게 맞고 계셨던 겁니까?”
“아아, 별 거 아니에요.”
별 거 아닌 것 치고는 오지게 쳐맞던데.
김건은 파마 머리를 쓱쓱 문지르더니 말을 이었다.
“여기선 흔한 일이에요. 정변 길드라고, 박종필이란 사람이 차린 길드인데 장인들 상대로 자금을 빌려주거든요. 여기 사람들 대부분이 그 길드의 도움을 받았을 거에요.”
아, 그래서 쳐다보기만하고 나서서 돕는 사람이 없었던거구만. 싸한 분위기의 이유를 알았다.
“거기까진 좋은데, 그걸 빌미로 터무니없는 단가로 아이템을 뜯어가는 일이 빈번해서 말이에요.”
흔히 말하는 악덕 길드였다. 근데 무슨 깡패도 아니고 사람을 그렇게 때리냐. 그에 대한 답은 놀라웠다.
“제가 그 사람들이 속한 길드에 아이템을 납품하기로 했는데 그게 세 달째 밀려서 화난 거겠죠. 전 괜찮아요. 아직 그렇게 맞은지는 한 달 밖에 안됐거든요.”
“······.”
퍽이나 괜찮겠다.
성격은 순해도 심지 하나만큼은 끝내주는 모양이었다.
이 정도면 그가 미래에 기인으로 변모하는데에 정변 길드도 지분을 어느 정도는 차지한다고 봐야겠지.
하여튼 김건은 아직 미치지 않았다.
“그래서 저한테는 무슨 일로 오신거죠?”
“하나밖에 더 있겠습니까. 아이템 제작을 의뢰하려고요.”
“아······.”
그는 입술을 깨물더니 곤란하단 표정을 지었다.
“말했다시피 정변 길드 때문에 다른 의뢰도 맡기가 그렇네요. 거기에 아이템을 납품해주기 전까지는 다른 일을 하기가······.”
“납품을 못하고 계시는 이유가 뭐죠?”
악덕 길드에게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 같은 거라면 내가 할 말은 없다. 부당한 일에 맞서 저항하는 걸 뭐라고 할 생각은 없다.
그런데 왠지 그게 아닐 거란 느낌이 든다.
김건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재료가 쓰레기라서요. 좋은 재료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만들겠어요.”
이럴 줄 알았다.
미치지 않았단 말은 취소다.
* * *
멸망한 세계에서 기인이라 불린 사람들.
우리나라에선 다 합쳐봐야 열 명을 넘지 않았을 것이다.
기인들은 그 종류도 가지각색이었다.
도둑, 사기꾼, 카사노바, 광인 등등······.
‘그 중에서도 김건은 또라이라고 불렸지.’
그는 아이템에 대한 집착이 광적으로 심했다. 아이템을 제작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망설이지 않았다.
– 최고의 장비를, 아이템을 계속해서 만들어야 해······.
김건은 반쯤 미친 사람처럼 중얼 거리며 더 좋은 무구를 빚어내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다.
뭐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지.
나는 모른다.
“어쨌든 제대로 된 재료가 없어서 장비를 못 만들겠다는 거죠.”
내 말에 김건이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놈들한테서 빌린 돈은 이미 다썼어요. 아이템 대금을 받긴 했지만, 그런 돈으론 괜찮은 재료를 못 사거든요. 그래서 아무것도 만들 수가 없어요.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아뇨,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대로 된 재료가 있어야 좋은 장비가 나오는 거니까요. ”
또라이니까 그럴 수 있지.
근데 내 말을 들은 김건의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아, 알아봐주시는 거군요.”
소매로 눈물을 슥슥 닦더니 말한다.
“절 구해주신 것만해도 감사한데, 제 생각을 다른 사람한테 이해 받을 줄은 몰랐어요······.”
엄청 감동한 눈으로 날 바라본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그쪽 창고 좀 봐도 될까요?”
“제 창고요? 안 될거야 없지만 쓸모 있는 재료는 없어요.”
김건이 말하는 쓸모 있는 재료의 기준은 모르겠지만, 그의 창고에는 분명히 쓸만한 게 있을 터였다.
“일단 한 번 보기나 합시다.”
김건은 의아해 하면서도 나를 창고로 안내했다. 건물 뒤편에 있는 전용 창고였다. 큰 문을 열어 젖히자 내부가 드러났다.
의외로 깔끔했다. 가게는 그렇게 개판 쳐놓고, 창고는 또 멀쩡하다.
나는 그 안으로 들어가 물품들을 쓱 훑어보았다.
‘없네. 왜 없지.’
미래의 김건은 이렇게 말했었다.
– 그때의 나는 고급스런 재료를 쓰는데에만 정신이 팔려 있었어. 그런데 그 재료는 진작에 내 손에 있었어······. 낡아빠진 망치. 녀석은 빛이 닿지 않는 창고의 한구석에서 줄곧 잠들어 있었던거야. 나를 기다리면서.
그게 피난민을 패고 보석을 빼앗은 것에 대한 변명이었다.
-그걸 다루는 도구 그 자체가 재료가 되는거야. 중요한 건 자신의 손 안에 있는 법······. 이런 보석따위 아무런 의미도 없어······.
명언 같은 걸 중얼거리면서 영웅에게 연행 되어 갔다. 그냥 또라이였다.
“혹시 여기에 낡은 망치 거 있지 않았습니까?”
“예? 그걸 어떻게······. 있기야 있었어요.”
“어디갔습니까?”
“지금은 뺏겼어요. 그 박종필이라는 사람한테요.”
이거 일이 귀찮게 됐다. 망치만 찾아서 손에 쥐어주려고 했는데.
“빚을 갚아야 받아올 수 있는데, 대단한 물건은 아니라 괜찮아요.”
댁은 괜찮아도 내가 안 괜찮수. 언제 마기의 원천의 위치를 찾을지 모르는 지금 아이템은 빨리빨리 맞춰야 했다.
“빚이 얼마에요?”
“3억 정도······?”
“······.”
진작에 아이템 만들어서 팔았으면 갚았을 것 같은데. 이건 내 전재산으로도 못 갚는다.
망치 찾아주고, 적당히 투자만 해주고 돌아올 생각이었는데······.
고심하고 있었던 그때였다.
“어이, 김건!”
뒤쪽에서 우렁찬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양복을 걸친 다섯 명의 덩치들이 우리를 에워싸듯 다가왔다.
“여기 있으면 모를 줄 알았어? 이 친구야. 아이템은 대체 언제 줄거야.”
그 중 가장 험악한 인상의 남자가 김건에게 다가와선 어깨 동무를 했다. 김건이 기겁하며 중얼거렸다.
“바, 박종필······!”
이 남자가 박종필인가. 그 뒤로 아까 봤던 양아치 무리들도 있었다. 그 둘 중 하나가 꼰지르듯 말했다.
“저 사람입니다. 아까 말했던 사람이.”
박종필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나를 훑어보고는 피식 웃는다.
“우리 길드원들이 그쪽한테 신세졌다고 하던데······. 당신 뭔데 남의 영업장 와서 행패야?”
으름장을 놓던 박종필이 손을 휘휘 저었다.
“괜히 우리랑 엮여서 인생 꼬이기 싫으면 적당히 하고 가십쇼. 아니지, 장인 필요하면 내가 소개시켜 줄게. 얘말고 다른 애로. 김건이는 지금부터 우리 길드 납품할 아이템 만들어야하니까.”
“싫다면 어쩔겁니까.”
그가 뚜벅뚜벅 내 앞으로 걸어왔다. 나보다 머리가 하나는 컸다.
그는 나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뭘 믿고 그러는진 모르겠는데, 한 번 해보자는 거요?”
한 번 해도 나쁘지 않지만.
나는 박종필이 끼고 있는 배지를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독특한 문양이기에 기억 속에서 금방 찾아낼 수 있었다.
‘아무래도 박종필이 운영하는 정변 길드가 백묵의 산하 길드인 것 같은데.’
정확히는 산하도 아니라, 호라이즌 길드에 줄을 대고 싶어 안달난 떨거지. 그런 자들이 저런 표식의 배지를 들고 다닌다고 들었다.
“잠시만요.”
나는 뒤로 한 걸음 물러나 백묵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정도 용건은 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 무슨 일인가요?
수화기 너머에서 백묵의 상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간단하게 상황과 용건을 말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박종필과 똘마니들은 나를 째려만 보고 있었다.
백묵이 가볍게 웃으면서 대답했다.
– 아, 그런 거라면 간단하죠. 앞으로도 자주 전화주세요.
전화는 그대로 끊어졌다.
어쩌다보니 내 전화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던 박종필이 미간을 좁혔다. 팔을 걷으며 내 쪽으로 다가온다.
“그냥 넘어가려고 그랬는데 이거 안되겠구만. 얘들아. 이리 와라.”
띠리링
그 순간이었다.
박종필의 주머니에서 전화가 울렸다.
“뭐야?”
언짢은 표정으로 전화를 받아든 박종필. 이내 그의 눈이 커졌다.
“전화 받았습니다!”
수화기 너머에서 몇 마디가 웅얼웅얼 들려왔다. 박종필의 얼굴이 점차 새파래져갔다.
“예, 옙! 알겠습니다.”
그는 전화를 주머니에 꽂더니, 부하들에게로 다가갔다.
뻐억!
그리고선 부하 한 명의 얼굴을 갈겼다.
“이 새끼야! 상대를 보면서 까불어야지. 이 빌어먹을 새끼가, 누구 망하게 하려고 작정했어?!”
영문도 모르고 맞는 부하들의 얼굴이 가관이었다. 씩씩거리며 부하를 패고 돌아온 박종필이 내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아이고, 백묵님과 아시는 분이었으면 진작에 말씀하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