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32
32화 재능 획득의 물약(1)
“허억, 허억······.”
나는 흐르는 땀을 닦으며 숨을 몰아쉬었다. 당장이라도 바닥에 쓰러지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콰아앙! 끼기긱.
하늘에서 착지한 목각 인형의 고개가 나를 향했다. 고작 대련용 목각인형일텐데, 꼼짝도 못하겠다.
“젠장······.”
도망도 쳐보고 맞서 싸워도 봤지만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 나는 체념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니 맘대로 해라.”
이 놈의 목적이 그거라면 이건 반항해도 끝나지 않는다.
목각 인형의 무자비한 폭력이 나를 덮쳤다. 발로 차고, 주먹으로 때리고 별의별 기술이 내게로 쏟아졌다.
퍼버벅!
아파 뒤질 것 같다. 근데 진짜 못 피하겠다.
퍼버버벅!
애초에 맞으라고 주는 시련이니 그냥 맞는 수밖에.
그렇게 얼마나 쳐맞았을까.
『 스킬 ‘맷집 Lv.10’이 대량의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
『 스킬 ‘맷집 Lv.11’을 획득합니다. 』
『 추가효과 : 모든 종류의 데미지 5% 감소 효과 』
메시지가 떠오름과 동시에 목각 인형의 움직임이 멎었다.
나는 엉망진창이 된 몸을 힘겹게 일으켰다. 맷집 스킬 덕분에 아프기도 덜 아프고, 그렇게 맞고도 몸이 움직여진다.
“젠장······. 더럽게 무식하네······.”
스킬이 올랐으니까 괜찮다만.
키륵, 키륵!
이제 좀 쉬어볼까 했는데, 저멀리 검은 구멍에서 검은 고블린들이 하나둘씩 튀어나왔다.
까만색의 고블린들이 나를 향해 달려온다. 이제 저 놈들이 왜? 같은 생각은 들지도 않는다.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제 놀랍지 않다.
나는 쓰게 웃었다.
“젠장, 1시간은······. 진작에 넘었겠구만.”
재능 획득의 물약.
그 덕에 들어오게 된 재능 초월의 공간은, 나를 놔줄 생각이 없어보였다.
* * *
약 1시간 30분 전.
무한하게 펼쳐진 새하얀 공간.
‘여기는······.’
재능 획득의 물약을 마시니, 이런 공간으로 이동 되었다.
어디서부터가 시작이고 끝인지 알 수가 없다. 그 기이한 감각에 내 몸을 살필 때였다.
선명한 푸른색의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 ‘무재조정 – 재능 초월’의 공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
『 설명을 확인하시겠습니까? 』
‘당연히 확인해야지.’
내가 생각했던 재능 획득 물약의 효과랑 달라서 당황스럽긴 하지만, 뭔가 더 상위의 개념 같아 보인다.
손가락을 움직여 확인을 누르자 안내창이 떠올랐다.
『 해당 공간은 사용자의 재능을 판단하며 가장 효율적인 수련 방법을 제시합니다. 』
안내를 읽은 내 미간이 조금 좁혀졌다.
재능 획득 물약의 지속 시간은 1시간일텐데, 그 안에 제대로 된 수련이 가능할까?
내 의문과 별개로 메시지 창이 차례차례 떠오른다.
『 사용자의 재능을 파악합니다. 』
『 대상 ‘이지한’의 재능은 다음과 같습니다. 』
‘내 재능?’
궁금하긴 하다. 나한테 재능이 남아 있기는 한건지.
파직.
그런 내 기대를 배신하듯 붉은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 ······. 』
『 사용자의 재능을 파악할 수 없습니다. 』
『 재능 파악을 대체하여 사용자의 스킬을 파악합니다. 』
덩달아 나도 할 말을 잃었다.
『 소유한 스킬의 갯수 : 총 18개 』
『 일반 등급 : 16개 』
『 레어 등급 : 2개 』
내 등급이 D인 걸 감안하면 엄청난 수와 레벨이지만······.
‘재능이 조금만 더 있었어도 훨씬 많았겠지.’
일반 뿐만 아니라 레어 스킬도 여럿 가질 수 있었을 거다.
촤르륵!
이어서 지금까지 내가 모아 온 스킬들의 목록이 펼쳐졌다.
『 보유 스킬 』
– 검술 Lv.10, 근력 Lv.11, 인지 Lv.11, 지력 Lv.10, 보법 Lv.10, 체술 Lv.10, 민첩 Lv.11, 자연 회복 Lv.10, 맷집 Lv.10, 기억 탐색 Lv.10, 위압 Lv.10, 일자베기(R) Lv.11, 정신력 Lv.11, 행운 Lv.2, 체인지 웨펀(SR) Lv.10, 채굴 Lv.11, 투척 Lv.11, 해체 Lv.10
별로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펼쳐 놓고나니 많다.
‘대부분 10 레벨은 찍었는데 말이야.’
행운은 유일하게 2 레벨에 머물러있다. 행운은 원래 경험치가 올라가는 것 자체가 운의 영역인 특수한 스킬이다.
’11레벨을 못 달성한 것도 보자면 꽤 있네.’
모두 지나가며 사용은 했지만 11레벨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다양하다.
경험의 질이 낮으면 경험치가 오르지 않거나, 정말 조금 오른다. 애초에 스킬의 경험치 통이 클 경우 그 속도는 더욱 더뎌진다.
해당 분야에 대한 내 재능이 지극히 낮은 경우도 경험치가 적게 오른다.
‘경험치가 10만배여도 여전히 재능이 필요하단 의미다.’
나는 궁금했다.
그런 부족한 재능을 이 공간이 채워줄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의문을 해소하듯 메시지가 떠올랐다.
『 해당 공간은 재능 획득의 물약(일반)의 효과로 개방되었습니다. 』
『 재능 초월 1단계 : 기초 스킬 조정 』
『 현재 보유한 기초 스킬 : 근력 Lv.11, 민첩 Lv.11, 지력 Lv.10, 인지 Lv.11, 정신력 Lv.11 』
메시지가 기초 스킬들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줬다.
‘이 중에서 11레벨이 안 된 건 지력 뿐.’
처음 기억 탐색을 얻을 때만 사용하곤 쓸 일이 없었다.
지력은 마력을 증가시켜주는 기초 스킬이다. 근데 나는 마법과 관련된 스킬이 없다. 그 이유는 늘 그렇듯 재능 부족.
몸을 쓰는 게 아닌 감각에 의지하는 마법은 더더욱 익히기 힘들다.
‘그러면 이제 스킬 레벨을 올려주는 건가?’
나는 기대에 차서 고개를 들어 올렸다.
재능 획득 물약의 지속시간은 1시간이다. 그 안에 내게 재능을 심어주려면 그 수밖에는 없지 않은가?
『 현재 기초 스킬 ‘체력’을 소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
아니면 체력 스킬을 그냥 준다거나.
쿠구구구······.
새하얀 공간 위로 녹빛의 구조물들이 솟아 오르고 있었다. 헌터라면 직감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 ‘체력’ 스킬의 획득 가능성이 있는 시련을 실행합니다. 』
시스템 이 놈은 절대로 무언가를 그냥 주는 법이 없다는 걸.
『 퀘스트 정보 』
– 이름 : 첫번째 시련
– 목표 : 체력 스킬 획득 및 레벨 11 달성
– 실패 패널티 : 사망
『 대상 ‘이지한’의 사망 확률 : 56% 』
『 시련이 시작됩니다. 』
‘하, 사망이라.’
여태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공격적인 메시지. 공격적인 걸 넘어 험악하기까지하다.
그러나 하나 확실한 건.
위험한 일에는 그만한 보상이 따른다는 거다.
‘좋아, 한 번 해보자.’
이미 한 번 죽은거나 마찬가지인 삶이었다.
새로운 스킬을 얻고, 재능을 연마하기 위해서라면 뭔들 못하겠는가.
나는 인벤토리에서 영혼 포식자를 꺼내 손에 쥐었다.
쿠구궁!
새하얀 공간이 순식간에 여러 구조물들로 가득 찼다. 거대한 절벽이 사방을 감싸고 있다. 구조물들의 모양은 각양각색.
탑도 있고, 집도 있고, 동상도 있다. 녹색으로 코팅되어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하지만 구경할 시간은 없다.
벽면에서 독액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으니까.
치이익!
독액에 닿은 구조물들이 연기를 뿜으며 아래에서부터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죽기 싫으면 올라가라는 건가.’
높이 솟은 녹빛 기둥만이 온전하게 유지되고 있다.
‘어떻게 되나 한 번 해보자.’
나간다거나 취소한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그렇다면 전진할 뿐이다.
콰득!
나는 한달음에 기둥으로 뛰어 올라 도검을 박아넣었다.
* * *
『 스킬 ‘체력 Lv.11’을 획득합니다. 』
『 체력이 영구적으로 10% 증가합니다. 』
“후우······.”
탑의 정상에 오른 나는 그대로 쓰러졌다.
시련의 난이도는 굉장했다. 탑을 오르면서도 쉴 수 없도록 계속해서 방해가 들어왔다. 화살, 불덩이, 마력 탄환······.
한 대라도 잘못 스치면 독액으로 떨어져 죽는 함정.
‘이 정도 난이도라 이거지.’
결국 통과하기는 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면 극한의 상황에선 경험치가 더 빨리 오른다는 것.
이건 쿠훌렌과의 전투 때부터 경험한 일이었다.
‘그래도 스킬 레벨이 빨리 오르기는 하네.’
목숨을 담보로 하는 대신 효과만큼은 확실했다.
스스스······.
구조물들이 일시에 사라지고, 나는 또 다시 하얀 공간 위에 있었다.
『 ‘지력’ 스킬의 레벨 상승을 위한 두번째 시련을 시작합니다. 』
하늘 위로 복잡한 마법진이 그려지더니 수백 개의 창과 검이 쏟아진다.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필사적으로 생각해야했다.
‘젠장!’
나는 사력을 다해서 떨어지는 무기들을 피해다녔다.
시련은 내가 지력의 레벨을 11까지 달성할 때까지 계속 되었다.
쉬는 시간도 없다.
『 재능 초월 2단계 : 심화 스킬 조정 』
『 심화 스킬 : 보법, 체술, 맷집, 검술, 위압, 투척, 자연 회복 』
“이거, 지옥 훈련이 따로 없구만······.”
그 강도는 목숨의 위기를 느끼는 순간이 있었을 정도.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시련이었다.
오히려 좋다.
‘어디 끝까지 해보자고.’
나는 차례차례 시련들을 통과해 나갔다. 하나의 시련에서 살아남을 때마다 스킬의 레벨이 확실하게 올라갔다.
『 스킬 ‘보법 Lv.11’을 획득합니다. 』
『 보법 사용시 기력 소모가 사라집니다. 』
『 스킬 ‘체술 Lv.11’을 획득합니다. 』
『 몸을 사용하는 기술의 숙련도가 5% 상승합니다. 』
『 스킬 ‘맷집 Lv.11’을 획득합니다. 』
『 이제 모든 종류의 데미지를 5% 감소시켜 받습니다. 』
『 스킬 ‘검술 Lv.11’을 획득합니다. 』
『 검을 사용한 기술의 위력이 10% 증가합니다. 』
시련은 한동안 계속 이어졌다.
이유는 몰라도 1시간이 지나도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미친듯이 나를 몰아붙여 스킬 레벨을 올리겠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 결과 보법, 체술, 맷집을 거쳐 검술 스킬까지 11레벨이 되었다.
‘이번에는 위압의 차례인가.’
어둠 구멍에서 솟아난 블랙 고블린들이 눈을 빛내며 돌진해 온다. 그 수는 자그마치 30마리.
이 시련의 목적은 사냥이 아니다. 내가 이 놈들을 전부 잡아도, 스킬 레벨을 올리지 못했다면 소용 없다.
‘위압 11레벨을 찍을 때까지 나오겠는데.’
나는 회수의 창을 들고 놈들이 사정거리까지 다가오는 걸 기다렸다.
목각 인형에게 후드려 맞았던 상처가 회복되며 메시지가 떠올랐다.
『 스킬 ‘자연회복 Lv.11’을 획득합니다. 』
『 추가효과 : 자신에게 적용되는 모든 회복량 + 5% 』
‘좋아.’
시련 하나가 줄어 들었으니 환영할 일이었다.
그건 그거고.
블랙 고블린들은 내가 위압 Lv.11을 달성할 때까지 멈추지 않을거다.
창을 잡은 팔을 뒤로 뻗었다가 앞으로 휘둘렀다.
『 스킬 ‘투척 Lv.11’을 발휘합니다. 』
회수의 창이 날아가 놈들 중 하나의 몸통을 꿰뚫었다. 진짜 몬스터가 아니라 그런지 포인트는 지급되지 않는다.
키륵! 키륵!
고블린 중에서도 흉포하기 그지 없다고 알려진 블랙 고블린. 동료가 당하자 놈들이 걸음이 빨라졌다.
‘블랙 고블린들은 협동력이 뛰어나다.’
저만큼의 수가 협공을 해오면 위험하다. 나는 창의 스킬을 사용해 창을 다시 내 손으로 회수했다.
창에 뚫린 블랙 고블린이 그대로 딸려 들어 왔다.
나는 놈의 머리를 잘라내서 창 위에 걸었다. 위압 스킬의 발동 조건은 나보다 적의 능력이 낮을 것.
『 스킬 ‘위압 Lv.10’을 발휘합니다. 』
『 위압 Lv.10 [ 6% ] 』
놈들의 움직임이 조금 느려졌다.
근데 스킬 경험치가 확실히 안 오른다. 회귀 전에 평생 웅크려 살아서 그런가. 남을 위압하는데는 소질이 없는 걸지도 모르지.
그래도 상관 없다.
내가 회귀한지 이제 2주.
그걸 생각한다면 이 성장세는.
‘미친 속도다.’
나는 고블린 머리를 땅에 던져버리고선 다시 창을 투척했다. 고블린 하나의 머리가 꿰뚫렸지만, 블랙 고블린들은 눈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대신 서로의 간격을 벌리며 일사불란하게 뛰어 다니기 시작했다.
영악한 놈들이다.
적중률 100%였던 창이 빗나가기 시작한다. 그래도 일단은 최대한 수를 줄여야했다. 창을 던지고, 거리 벌리기를 반복하는 사이.
놈들이 지척까지 다가왔다.
키르윽! 키륵!!
살아남은 열 다섯 마리의 블랙 고블린이 나를 향해 덤벼들었다. 나는 영혼 포식자를 움켜 쥐었다.
『 스킬 ‘위압 Lv.10’을 발휘합니다. 』
『 스킬 ‘체인지 웨펀 Lv.10’을 발휘합니다. 』
이젠 나도 이판사판이다.
* * *
결국 어찌어찌 해냈다.
『 스킬 ‘위압 Lv.11’을 획득합니다. 』
『 이제 위압 스킬에 마력이 깃듭니다. 』
블랙 고블린 피를 잔뜩 뒤짚어 쓴 나는 숨을 거세게 몰아쉬었다. 내 피인지 고블린의 피인지도 구분되지 않는다.
남은 고블린은 하나.
위압에 걸린 녀석이 나를 바라보며 부들부들 떨고 있다.
서걱—!
영혼 포식자로 잘라낸 놈의 목이 바닥을 굴렀다.
『 ‘재능 초월’ 2단계를 클리어하셨습니다. 』
『 소유한 심화 스킬의 레벨이 모두 11에 도달했습니다. 』
『 소유한 기초 스킬의 레벨이 모두 11에 도달했습니다. 』
털썩.
나는 바닥에 쓰러졌다. 손 하나 까딱할 힘이 없다. 자연회복과 정신력이 있는데도 그렇다.
얼마만큼의 심력과 기력을 소모한건지.
‘그래도······. 하기는 했다.’
기초와 심화 스킬 레벨이 전부 11이 된 건 의미가 깊었다. 본래 한 달이 넘게 걸렸을지도 모르는 스킬들을 단번에 최대 레벨까지 올렸으니까.
새하얀 공간에 다시금 홀로그램창이 뜬다.
움직일 힘이 없어서 가만히 쳐다만 봤다.
『 재능 초월의 공간이 본래의 목적을 다했습니다. 』
『 ······. 』
『 보상을 정산합니다. 』
보상? 그냥 끝나는 게 아니었나.
『 근력, 민첩, 지력, 체력 4가지 스킬이 하나의 스킬로 통합됩니다. 』
『 기존의 추가효과는 전부 유지 됩니다. 』
『 통합 스킬 ‘기초 능력 Lv.11’ 을 획득합니다. 』
‘기초 능력······?’
들어 본 적 없는 스킬이었다. 애초에 스킬을 통합할 수 있다는 것조차 지금 처음 듣는다.
『 추가효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
『 Lv.10 : 일반 스킬을 획득할 확률이 매우 증가합니다. 통합 가능한 스킬이 통합됩니다. 』
‘와, 대박인데?’
지금까지 획득하지 못했던 일반 스킬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전투적인 부분은 그렇다쳐도 비전투적인 스킬들도 아직 셀 수 없이 존재한다.
그런데, 다음 내용은 더더욱 내게 의미가 있었다.
『 Lv.11 : 기초 레어 스킬을 획득할 확률이 다소 증가합니다. 』
‘레어 스킬 획득 확률 증가.’
글을 읽어나가는 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래, 이거지!’
단지 재능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나는 상위 스킬을 얻을 길이 없었다.
그런 내게 한줄기 빛이 생겼다. 안도의 안숨이 새어나왔다.
‘다행이다.’
훈련의 성과가 스킬로 나타난 셈이다. 재능 획득의 물약을 마시길 백 번 잘했다.
죽을만큼 굴렀지만 결과가 좋으니 됐다.
상위 스킬 획득 확률을 올려주는 기초 능력.
그걸 재능이라고 부르긴 어딘가 애매하다.
하지만 스킬이 모여 새로운 스킬을 만들어내는 건 맞으니까.
파스스······.
그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새하얀 세계가 붕괴되기 시작했다. 조각 조각 떨어져 내리는 공간의 틈새로 익숙한 자취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스마트폰을 확인하니 시간이 조금도 지나지 않았다.
‘후우.’
나는 이불 위에 몸을 뉘였다.
그러다 문득 떠올렸다.
‘잠깐.’
시간이 하나도 안 지났다. 스마트폰을 들어 다시 시간을 확인해보니, 맨 처음 물약을 마셨을 때 그대로였다.
재능 초월의 공간은 원래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뭐, 그런 거라고 이해하면 된다. 근데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시간이 그대로라는 건······.
나는 고개를 슬쩍 들어 올렸다.
‘미친.’
현관 앞에서 붉은 물방울이 통통거리며 손짓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