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33
33화 재능 획득의 물약(2)
‘바깥으로 나가라 이거지.’
붉은 물방울은 현관문 손잡이를 맴돌고 있다.
물약의 지속 시간은 1시간.
알차게 쓰려면 고민하는 시간도 아껴야 했다.
나는 신발을 신고 바깥으로 나왔다.
그때였다.
위이이이이잉!
갑자기 어디선가 사이렌이 울리기 시작했다. 불안감을 유발하는 높은 음이 반복적으로 이어졌다.
그 소리의 크기가 범상치 않다.
[ 경보! 현시점부로 인근 주택가에 게이트 브레이크가 발생하였습니다. ] [ 외부에 계신 주민 여러분은 가까운 지하시설로 대피하시고, 지속하여 안내 방송에 귀를······. ]빌라의 복도 바깥으로 내다보니 경찰차들도 사이렌을 켜고 달려가고 있다. 그 뒤를 소방차 서너대가 따라간다.
‘게이트 브레이크인가본데.’
게이트 브레이크 혹은 던전 브레이크.
게이트나 던전의 몬스터가 폭주하여 바깥으로 나오는 사고다. 보통 길드가 공략에 실패하거나, 게이트가 오래 방치 되었을 때 일어나는 일이다.
게이트 등장 초기에는 그 피해가 막심했었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예측과 대비가 가능한 재난.
큰 사고로 번지는 일은 적다.
‘알고는 있었지만, 가만히 있으려 했는데.’
특히나 이번 게이트 브레이크는 큰 피해를 내지 않고 끝난다. 때문에 굳이 나설 필요성을 못 느꼈다.
모든 일에 참견하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런데 붉은 물방울이 그쪽으로 간단 말이지.’
빌라를 내려와 붉은 물방울을 따라가자 소란스러운 현장이 보였다. 경찰차에 소방차까지 모여서 구역을 통제하고 있다.
혹시라도 남아 있을 사람들의 접근을 막는 거였다.
비대해진 게이트에선 계속해서 몬스터들이 빠져나오고 있었다. 그 정체는 샐러맨더였다.
불을 머금은 도마뱀. 놈들은 네 다리로 걸어나와 헌터들을 향해 불을 뿜어댔다.
화르륵!
뜨거운 불길이 연달아 치솟았다.
“으아악!”
온 몸에 불이 붙은 헌터 하나가 마구 발버둥친다. 소방수들이 다급하게 물을 뿌려 불을 제압했다.
“왼쪽 막아! 뚫리겠어!”
게이트를 막고 있는 헌터들의 수는 7명. 본래 게이트를 공략하던 길드원 같았다.
“조심해! 그 쪽으로 두 마리 더 간다!”
“지원! 지원은 아직입니까!”
“시발, 이대로는 못 막아!”
그들도 나름대로 필사적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소방 대원들도 멀리서 최대한 물을 뿌려가며 혹시 모를 화재를 진압하고 있었다.
상황이 썩 좋아 보이진 않았다.
‘위태위태한데.’
게이트에서 바깥으로 튀어나온 마수는 평상시보다 훨씬 강해진다. 게이트 내부에선 시스템으로 억제 되던 힘이 해방되는 것이다.
‘나도 도와야겠어.’
나도 헌터이니 도와준다는 걸 막진 않을 거다. 그런데, 붉은 물방울이 휙하니 뒤쪽으로 돌았다.
그곳을 바라보니 윤서현 헌터와 눈이 마주쳤다.
“이지한씨?”
“윤서현 헌터?”
그러고보니 윤서현도 이 동네에 살았었지. 협회 사람이기도 하니, 게이트 브레이크가 터지자마자 달려 온 모양.
지난번에 성장의 마족을 처치하고 나서 이번에 보는 건 처음이다.
‘밥 사기로 했었는데.’
그게 중요한 상황은 아니긴 했다.
그때, 윤서현 헌터의 뒤쪽에서 또 다른 여성이 걸어나왔다. 그녀의 등장에 주변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경찰관과 소방관들이 먼저 환호했다.
“윤지은 헌터다!”
“은빛의 날개 윤지은 헌터가 왔어!”
“윤지은 헌터!”
“저, 정말이야?! 윤지은이 왔다고?”
“조금, 아주 조금만 더 버텨!”
게이트를 막고 있던 헌터들의 얼굴에 화색이 도는 게 보였다.
은빛의 날개는 대한민국 2위 길드다. 윤지은은 그곳의 부길드장이고.
또한 그녀는 윤서현 헌터의 언니였다.
“아, 이 분이시구나?”
윤지은은 날 한 번 보고 은근한 미소를 짓더니, 가져온 활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이었다.
콰아앙!
게이트 근처에서 큰 폭발이 일어나며 방어선을 만들고 있던 헌터들이 튕겨나갔다. 활을 조준한 그녀의 미간이 슬쩍 좁혀졌다.
“아무래도 인사는 나중에 해야겠네요.”
윤지은의 손에 녹색빛의 마력이 맺혔다.
파앙!
그녀가 시위를 놓자 가벼운 돌풍이 일었다. 허공으로 쏘아진 한줄기의 마력이 수십 갈래로 나뉘었다.
녹빛을 머금은 마력 화살이 밤하늘을 수놓는다.
파바바바박!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수십 발의 빛줄기가 샐러맨더들의 머리를 꿰뚫었다. 다시금 그녀의 손에 마력이 맺힌다.
‘이게 S급 헌터 윤지은.’
그녀는 미래에 SSS급에 오르고, 최후의 11인이 되어 사람들을 지킨다.
가장 적극적으로 마족을 막으려고 노력했던 인물이다. 그녀는 동생을 잃은 아픔을 가지고도 활발하게 활동하며 길드를 움직였다.
‘은빛의 날개 길드원들 대부분이 마족의 손에 죽게 되지만······.’
그럼에도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최전선에 나섰던 선인(善人)이 바로 윤지은이었다.
“다들 조심해!”
“뭔가가 나온다!”
콰아앙!
윤지은 혼자서 상황을 다 정리하나 싶던 그때였다. 또 한 번 큰 폭발이 일어나더니, 게이트를 뚫고 거대한 샐러맨더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윤지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활의 시위를 당겼다가 놓을 뿐.
파앙!
다시 한 번 쏘아진 그녀의 화살 세례.
아쉽게도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거대 샐러맨더가 화염을 내뿜어 윤지은이 쏜 화살들의 궤도를 틀어낸 탓이다.
그 아래로 작은 샐러맨더 수십 마리가 스멀스멀 기어나온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윤서현 헌터가 내 어깨를 붙잡았다.
“언니가 큰 놈을 상대하는 동안, 저희는 작은 녀석들을 막아요.”
붉은 물방울 또한 윤서현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를 따라 게이트 근처로 향했다.
“협회 소속 헌터 윤서현입니다!”
윤서현이 협회 수첩을 들이 밀며 갔기 때문에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도검 영혼 포식자를 꺼내 손에 쥐었다.
스르륵!
붉은 물방울이 순식간에 오른쪽으로 향했다. 그와 동시에 헌터 하나가 샐러맨더의 꼬리에 맞아 바닥을 굴렀다.
“도, 도와줘요!”
나는 망설이지 않고 쓰러진 헌터를 향해 달려들었다. 물방울이 구조하라는 듯 맴돌고 있었다. 물론 그게 아니어도 구했을 거다.
콰아아!
헌터를 내쪽으로 끌어당기자마자, 샐러맨더의 화염이 바닥을 녹였다.
『 시스템이 숭고한 이타적 행동을 감지합니다. 』
촤르르륵.
『 스킬 ‘구조 Lv.1’을 획득합니다. 』
『 스킬 ‘구조 Lv.2’을 획득합니다. 』
『 스킬 ‘구조 Lv.3’을 획득합니다. 』
..
.
『 스킬 ‘구조 Lv.10’을 획득합니다. 』
『 타인을 위기에서 구해낼 때, 모든 능력치가 3% 상승합니다. 구출한 대상이 조금 치유됩니다. 』
일반 스킬 하나를 단숨에 획득했다. 재능 초월의 공간에서의 수련이 효과가 있었던 모양. 거기서 얻은 보상 ‘기초 능력’의 추가효과 덕이었다.
‘일반 스킬을 얻을 확률이 오른다더니.’
동시에 물약의 효과이기도 했다. 여기까지 날 안내한 건 붉은 물방울이었으니까.
근데 진짜 별에별 스킬이 다 있다.
『 스킬 ‘구조 Lv.10’을 발휘합니다. 』
희미한 빛이 부상을 당한 헌터의 몸에 스며들었다. 상처가 조금 나은 듯 보였다.
“가, 감사합니다.”
그래도 치명상이라 더 이상의 전투는 무리였다. 부상을 입은 헌터를 뒤쪽의 사람들에게 넘겨줬다.
그 사이 윤서현 헌터가 빈자리를 맡고 있었다. 그녀의 손에서 솟아난 마력 구체가 샐러맨더 사이로 떨어지며 폭발을 일으켰다.
나도 윤서현의 옆으로 다가가 샐러맨더들과 마주했다.
윤서현이 놀리듯 물었다.
“이거 C등급 게이트가 터진건데 괜찮으시죠? C등급 상위도 버거울지도 몰라요.”
윤서현과 만났던 게 1주일 전이다. 그녀는 내 이전 모습을 기억하고 있을거다.
나는 성장의 마족을 잡을 때보다 훨씬 강해졌다. 그때는 20레벨 F등급이었지만, 지금은 40레벨 D등급이니까.
“윤서현 헌터도 C등급 상위 아니었습니까. 위험하겠네요.”
내 말에 윤서현이 씩 웃으며 대답했다.
“전 어제 B등급으로 올랐거든요?”
그녀의 양 손에 모인 마력 구체가 일시에 쏘아졌다. 확실히 전에는 못 봤던 기술이다. 성장한 건 나뿐이 아니었나보다.
“좋네요.”
나는 남아 있는 샐러맨더에게로 돌진했다. 윤서현 헌터가 다시 마법을 준비하는 동안 공백을 메꿔야했다.
콰아아아!
내 앞의 샐러맨더 세 마리가 동시에 머금고 있던 화염을 쏟아냈다. 그 뜨거운 열기에 피부가 익을 것 같다.
잠시 뒤로 물러나려는 순간, 붉은 물방울이 화염을 향해서 움직였다.
‘들어가라고?’
잠깐 머뭇거렸지만 고민은 짧았다. 그곳에 스킬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면 얼마든지다.
“자, 잠깐만요!”
뒤에서 윤서현 헌터가 기겁하는 소리가 들린다. 일단은 무시했다.
‘크윽.’
샐러맨더의 화염은 뜨겁기로 유명하다. 발을 내딛자 피부가 녹아내리는 듯한 고통이 엄습한다. 그러나 그건 잠시뿐이었다.
고통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10만배에 달하는 경험이 내게 축적되고 있으므로.
『 스킬 ‘화염 저항 Lv.1’을 획득합니다. 』
『 스킬 ‘화염 저항 Lv.2’을 획득합니다. 』
『 스킬 ‘화염 저항 Lv.3’을 획득합니다. 』
..
.
『 스킬 ‘화염 저항 Lv.10’을 획득합니다. 』
『 화염 저항이 10% 상승합니다. 간접적인 열기에 피해를 입지 않습니다. 』
내가 스킬을 얻을 수 있는 타이밍을 물약이 완벽하게 짚어주고 있었다.
‘좋아.’
그렇다고 화염을 있는 그대로 뒤집어 쓸 요량은 아니었다. 나는 곧바로 영혼 포식자를 들어올렸다.
– 일자베기
푸른 직선이 화염을 갈라냈다. 일자베기의 10레벨 추가 효과 비물질 베기. 화염이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마력이 담긴 불이라면 논외겠지만.
파아아—.
일자베기에서 쏟아진 풍압에 의해 화염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내가 가야할 길이 드러났다.
땅을 박차고 뛰어 올라 샐러맨더 한 놈의 목에 도검을 찔러 넣었다.
키야악!
놈은 괴이한 울음소리를 내며 몸부림쳤다. 그 매서운 발톱이 나를 향했다.
『 스킬 ‘보법 Lv.11’을 발휘합니다. 』
나는 어렵지않게 공격을 피해냈다.
‘쉽게는 안죽는군.’
확실히 가죽이 질기다. 일반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C급 게이트 브레이크니까.’
그 위험성은 C급 상위에 맞먹는다. 아니, 이 정도면 B급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 스킬 ‘체인지 웨펀 Lv.10’을 발휘합니다. 』
영혼 포식자가 한줄기 빛이 되어 인벤토리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나온 빛이 창으로 변모했다.
『 체인지 웨펀의 추가효과로 3초간 무기에 마력이 둘러집니다. 』
창날에 희미한 마력이 깃들었다. 그와 동시에 붉은 물방울이 형광처럼 빛나며 유려한 곡선의 궤적을 그렸다.
‘저기에 맞추란 의미인가.’
춤추듯 주위를 맴도는 붉은 물방울을 따라 창을 휘두른다. 한 번, 두 번, 세 번. 연거푸 돌고 찌르고 벤다.
『 스킬 ‘창술 Lv.1’을 획득합니다. 』
『 스킬 ‘창술 Lv.2’을 획득합니다. 』
『 스킬 ‘창술 Lv.3’을 획득합니다. 』
..
.
『 스킬 ‘창술 Lv.10’을 획득합니다. 』
내게 조금도 없었던 재능이 단숨에 타오르기 시작한다.
압도적인 거리 차이.
좁혀지지 않는 간격.
촤아악! 촤악!
도망가지도, 다가오지도 못한 채 샐러맨더들은 가죽을 꿰뚫렸다. 모든 동작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어, 언제 창은 또 배운거에요?”
윤서현이 나를 보면서 눈을 꿈뻑였다. 그녀의 손에 깃든 마력 구체가 허무하게 사그라든다.
“방금요.”
“아, 예······.”
사실을 말했지만 믿는 눈치가 아니다.
캬아아!
“오른쪽분들! 다섯 마리가 더 나왔어요!”
반대 방향에서 마수들을 막던 헌터가 소리쳤다. 나는 샐러맨더들의 안쪽으로 파고 들었다.
촤아악! 촤악!
이번에는 영혼 포식자를 들고 놈들의 머리를 베어냈다. 몇 마리가 나와도 마찬가지였다.
서걱—!
윤서현의 엄호까지 받으니, 움직임이 한결 자유로워진다. 화염 저항 덕에 불이 쏟아져도 당황할 필요가 없었고.
촤아악!
『 무패의 반지가 Lv.100을 달성했습니다. 』
『 추가 능력 ‘방어막 Lv.10’이 개방됩니다. 』
기분 좋은 알림도 떠올랐다.
그렇게 열 마리를 더 처리했을 때였다.
쿠우우웅!
윤지은의 화살 세례를 받은 거대한 샐러맨더가 쓰러졌다. 죽은 놈의 몸에서 붉은색의 액체가 쏟아져 내렸다.
치이익!
이건 단순한 피가 아니다. 뜨거운 용암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뜨겁지는 않겠지만, 혹시 뒤집어 쓰기라도 하면 치명상이 된다.
그 위를 샐러맨더들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기어온다. 뜨거운 땅 속에서도 활동하는 놈들이라 그런가 개의치 않고 달려 든다.
그러나 제대로 된 위협은 되지 못했다.
파바바바박!
밤하늘에서 쏟아진 마력 화살이 놈의 머리를 꿰뚫었으므로.
“와아······.”
“윤지은 헌터.”
한바탕 전투 태세를 갖추려던 헌터들이 멈춰섰다. 그들이 일제히 뒤를 돌아봤다.
저벅, 저벅.
활을 든 윤지은이 샐러맨더들의 시체 위를 자연스레 걸어왔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놈들의 피가 사방에 널려 있지만 상관 없었다.
허공을 딛는 스킬. 바람 정령의 걸음이다.
잠시 주변을 둘러 본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이대로 게이트 내부로 진입해서 보스를 처치할 겁니다. 나머지 분들은 현장을 정리해주세요.”
일반적인 게이트라면 쏟아지는 마수 무리, 몬스터 웨이브를 막는 게 고작이었겠지만 여기엔 S급 헌터가 있었다.
내부로 들어가서 보스를 처치하면 게이트를 일찍 닫을 수 있다. 즉, 거대 샐러맨더는 보스가 아니었다는 것.
현장을 휘어잡은 윤지은이 내 쪽을 바라봤다.
“서현이랑 이지한씨는 저랑 갈까요?”
윤서현은 동생이니까 그렇다쳐도 나까지 부를 줄이야. 윤서현이 작은 목소리로 무어라무어라 항변한다.
S급 헌터인 윤지은만 들으라고 한 소리겠지만.
11레벨 인지 스킬 덕에 전부 들렸다.
이 사람은 왜? 언니 진짜······.
그런 소리를 하고 있었다.
나는 못들은 척 윤서현 헌터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빨리 가죠.”
붉은 물방울이 윤지은을 빙글빙글 맴돈다. 이건 오지 말라고 해도 가야지.
문제는 게이트 내부로 들어가고 나서였다.
윤지은, 윤서현 자매와 약간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메시지가 떠올랐다.
『 마(魔)를 추종하는 자의 영역에 진입하셨습니다. 』
『 열화 마도 : 계약에 의거하여 간접적인 제약이 발생합니다. 』
‘이게 지금 왜······?’
성장의 마족과 마주쳤을 때 보았던 것과 비슷한 메시지.
그 메시지를 확인하는 내 눈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