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34
34화 재능 획득의 물약(3)
‘상상했던 것 이상이야.’
윤지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끊임 없이 마력 화살을 쏘아내면서도 그녀의 시선은 게이트 앞쪽에 머물러 있었다.
자신의 동생을 구해준 헌터 이지한.
그는 샐러맨더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무위를 펼쳐내고 있었다. 심지어는 화염을 가르고 그 안으로 뛰어들기까지 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 간결한 동작에는 낭비가 없다. 적절한 힘의 배분과 속도의 조절. 기술적으로 흠잡을 곳이 없었다.
‘이야기로 들었을 때도 짐작은 했었지만, 생각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었잖아.’
동생에게 들은 바로 이지한은 잘 쳐봤자 D급 헌터였다.
그런데 D급 헌터가 저런 움직임을 보인다니?
심지어 그 상대는 C급 게이트 브레이크에서 튀어나온 강화 마수들이었다. 실질적인 강함은 B급에 필적한다.
아무리 그 상대가 일반 몬스터들이라지만 이지한은 D급이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를 아득히 뛰어넘고 있었다.
윤지은은 확신했다.
‘지금 우리 은빛의 날개에게 꼭 필요한 인재야.’
은날의 부길드장인 그녀에게 있어 미래를 위한 인재 영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단순하지만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움직임.’
윤지은은 며칠 전 수호 길드에서 영입한 신태양이라는 남자를 떠올렸다. 이지한은 영상 속 그 사람만큼 화려하거나 특출난 기술은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마음에 들었다.
‘허울 좋은 기술이 중요한 게 아니야. 당장 선전하기엔 좋을지 몰라도, 중요한 건 얼마나 빠르게 마수를 죽이고 게이트를 공략할 수 있는가야.’
윤지은은 이지한이 무기에 미미한 마력을 부여하는 것 또한 놓치지 않고 보았다.
‘마력부여까지 익숙하게 다루고 있네.’
심지어 무기 두 개를 다루면서 자유자재로 전환까지 한다.
‘어쩌면 신태양과 견줄 수 있을만큼의 인재······.’
D급부터 재능을 발휘하는 헌터는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그 재능은 어디까지나 D급 수준에서의 재능.
이지한의 능력은 그 재능의 범주를 뛰어넘고 있었다. 오랜기간 헌터로 살아오며 다양한 사람을 만나 본 윤지은이기에 알 수 있었다.
진짜 보석은 저기에 있다는 걸.
‘저런 사람이 왜 F급에 오랜 기간 머물렀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파아앙!
마지막 화살을 발사하자 거대 샐러맨더의 미간이 그대로 꿰뚫렸다. 놈이 거대한 몸뚱이를 바닥에 눕혔다.
윤지은은 걸어가며 생각했다.
‘다른 길드에 빼앗기기 전에 은빛의 날개 길드에 영입해야 해.’
수호 길드가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데려가기라도 한다면 큰 일이었다.
단순히 길드의 부흥을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참 고마운 사람이야.’
그는 동생을 구해 준 사람이었다. 동생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말했지만, 서현이는 거짓말이 서툴다.
위험한 상황이 있었다는 건 간단히 짐작할 수 있었다.
‘딱이야.’
동생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이성으로서는 통 관심이 없어보였다. 어차피 안될 사이라면, 다른 방향으로 이어가는 게 낫다.
‘반드시 우리 길드로 영입해야지.’
다음주에 예정되어 있는 비공개 헌터 채용 시험. 이지한이 활약하며 눈도장을 찍기에도 좋은 자리였다.
수호길드처럼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하려면 길드원들을 설득 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래도 은빛의 날개는 대한민국 2위다. 이제 오성을 누르고 갓 2위가 된 거긴 하지만. 설마 이 제안을 거절하겠어?
‘채용 시험, 거기부터 시작해야겠어.’
그러려면 일단은 친분을 쌓는 것부터다.
“서현이랑 이지한씨는 저랑 갈까요?”
윤지은이 자연스런 미소와 함께 이지한을 바라봤다.
* * *
나는 윤지은을 따라 게이트 안으로 발을 옮겼다.
황량한 땅 위로 잿빛을 띈 앙상한 나무들만이 드문드문 서 있다. 화염 도마뱀 샐러맨더의 땅이었다.
“이제야 얘기 나눌 틈이 생겼네요.”
우리가 들어 온 걸 확인한 윤지은이 내게 손을 내밀었다.
“이지한씨라고 했죠? 동생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그녀의 호의적인 시선이 느껴졌다. 나는 그녀의 손을 마주잡았다.
윤서현이 나에 대해서 좋게 이야기해 준 모양.
‘윤지은은 내가 아는 영웅 중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다.’
어쩌면 대한민국의 리더였던 천성호보다도 더.
나와 영훈이를 위험에서 구해준 적이 있거니와, 그녀는 멸망한 세계에서도 가장 영웅다운 사람이었다.
‘이 만남도 재능 획득의 물약 덕분인건가.’
마침 내 실력을 보여줄 수 있어 좋았다. 그녀에게 눈도장을 찍어 놓는 건 의미가 있었으니까.
윤지은은 마족 처치에 있어 가장 적극적이었던 영웅.
그녀는 앞으로 마족들을 막아내는 데에 있어 중요한 핵심 인물이 될 거다.
‘당장은 이 정도면 충분하지만.’
관계를 잘 만들어 둔다면, 상황에따라 마족에 대해 넌지시 흘릴 수도 있게 된다.
백묵과는 달리 윤지은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마족의 존재를 없애려할테니까.
“근데 서현이 말로는 절 알고 계셨다던데요.”
알고 있기는 했지. 최후의 11인으로. 윤지은은 내 얼굴을 확인하며 눈을 가늘게 떴다.
“혹시 저희 길드 관계자셨나요? 뵌 것 같기도하고······.”
뭐라 대답해야하나 고민하던 그때였다.
『 마(魔)를 추종하는 자의 영역에 진입하셨습니다. 』
『 열화 마도 : 계약에 의거하여 간접적인 제약이 발생합니다. 』
『 게이트 내부의 생물은 ‘회복’ 할 수 없습니다. 』
‘이게 지금 왜······?’
팔에 소름이 돋아났다.
“마를 추종하는 자? 이게 무슨 말이죠?”
윤지은이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지만, 옆에 있는 동생 윤서현은 당황한 표정이었다. 윤서현 헌터는 이와 비슷한 메시지를 알고 있었다.
“······이건 지난번 게이트에서 봤던 거잖아요. 설마 여기에도 그 괴물 같은 몬스터가 있다는 건 아니죠?”
윤서현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설명을 요구하는 눈빛이었다. 여기서 섣불리 내가 아는 척을 해도 그림이 이상해진다.
“글쎄요. 확인해 봐야겠죠.”
내 말에 윤서현의 눈이 못 믿겠다는 듯 가늘어졌다.
‘다행인 점이 있다면 마족은 아니다.’
메시지가 떠올랐을 때는 나도 흠칫 놀랐다. 마족과 벌써 마주치는 건 여러모로 좋지 않기에.
자세히 읽어보니 마족은 아니었다.
마를 추종하는 자, 열화 마도, 간접적 제약.
이 단어들이 의미하는 건 ‘권속’이다.
‘마족의 권속이 여기 어딘가에 있다.’
마족과 계약을 맺어 그 힘을 일부 발휘 하는 일종의 부하다. 마족에는 훨씬 못 미치는 존재.
‘회복 금지······. 그런 마족의 권속이 국내에 있었던가?’
제약의 성질로 마족의 정체를 유추해 볼 수 있다. 내가 기억을 뒤지는 사이 윤지은 헌터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네요. 그래도 이 게이트 브레이크를 끝내려면 보스를 잡아겠죠? 저혼자 혼자 갔다 올테니, 두 사람은 여기서 혹시 마수가 빠져나가는지만 체크 해주세요.”
그 전에 말해야 할 게 있다. 열화 마도에 의한 제약. 이걸 우습게 봐선 안된다.
“근데, 이 회복이 안된다는 말 단순히 체력만을 의미하는 게 아닐겁니다.”
이건 사람이 움직이며 소모하는 에너지 전체를 가리킨다. 기력, 마력, 체력, 정신력을 포함한 모든 것이 해당된다.
“어머, 정말이네요.”
잠시 손 위로 마력 화살을 만들어 보던 윤지은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알았다면 됐다. S급 헌터를 걱정할 필요는 없으니까.
“알려줘서 고마워요. 그러면 갔다 올게요.”
S급 헌터의 강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자, 잠깐만 언니!”
윤서현의 부름을 무시하고 윤지은은 보스를 향해 달려나갔다.
파앙!
바람이 윤지은의 몸을 감싸는 순간, 그녀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
이제 나와 윤서현 둘만 남았다. 아까 전투할 때는 잘만 말하더니, 막상 둘이 되니 어색한 기류가 흐른다.
쩝, 나도 밥 사겠다고 해놓고 연락을 안한 죄가 있어서······.
그렇게 한 5초 정도 지났을까.
윤서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 밥 이야기를 할 줄 알았는데 의외의 이야기가 나왔다.
“······혹시 그 문자 봤어요?”
보기는 봤다. 근데 뭐라고 써놓은 건지 하나도 모르겠던데.
“네. 봤습니다.”
“윽, 취소 눌렀는데······.”
윤서현이 머리를 움켜쥐더니 바닥에 주저 앉았다. 그러더니 내 쪽으로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거 오해에요.”
“뭐가요?”
그때였다.
빙글.
붉은 물방울이 회전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불에 타서 거멓게 변한 나무 뒤로 이동했다.
‘우선은 따라가자.’
윤서현하고 이야기는 나중에 나눠도 되니까.
“자, 잠깐 어디가요!”
내 뒤를 허겁지겁 윤서현이 따라왔다.
“뛰면 안됩니다.”
“아, 그렇네요. 근데 지금 어디로 가는거에요? 입구를 지켜야되는데.”
“글쎄요.”
여기서도 입구는 보이니 괜찮다. 그리고 어디로가는지는 나도 모른다. 붉은 물방울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이동할 뿐.
메마른 땅 위로 별다른 특이점은 없었다. 다시 걸음을 옮기는 순간, 샐러맨더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촤악!
나는 가볍게 몸을 틀어 녀석의 습격을 피했다. 놈의 발톱과 화염이 날 스쳐지나가긴했지만, 조금의 상처도 남지 않았다.
‘······전투 센스 좋네.’
윤서현 헌터의 보호막 덕분이었다. 갑자기 튀어나온 샐러맨더에 대응해 바로 스킬을 펼쳤다.
반응 속도 하나는 끝내 준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 동료 윤서현의 스킬 ‘공간 격리’ Lv.3가 발동합니다. 』
『 지정 공간 내의 피해를 완벽히 차단합니다. 』
떠오른 메시지가 예상과 조금 달랐다. 아니, 아주 많이.
‘응?’
인지 스킬이 레벨 11에 오르며 획득한 추가 효과 덕에 동료의 스킬이 보였다. 그런데 윤서현이 가지고 있던 스킬은 단순히 방어막이 아니었다.
‘······.’
공간을 개변하는 최상위 스킬이다. 환세의 도둑 진세아가 가지고 있던 절대 강탈과 맞먹을 정도니 말 다했다.
‘그 언니에 그 동생이었구만.’
쿠훌렌과 만나지만 않았더라면, 그녀도 멸망한 세계에서 한 자리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잠시 가만히 있자 윤서현이 물었다.
“왜 그래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방어막 좋네요.”
“후후, 이 정도는 하죠.”
뿌듯해하는 윤서현을 두고, 나는 다시 물방울을 따라 움직였다. 이내 물방울이 한 자리를 맴돌기 시작했다.
빙글 빙글.
근데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왜 허공을 돌고 있는거지? 그 의도를 이해할 수 없다.
옆에 있던 윤서현이 잔뜩 긴장해서는 물었다.
“저기에 뭐가 있는건가요?”
아무것도 없다. 인지 스킬을 써봐도 느껴지는 건 조금도 없다.
‘근데 있을 수도 있겠어.’
나는 인벤토리에서 회수의 창을 꺼내 손에 쥐었다. 자세를 잡고 물방울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창을 던졌다.
쐐애액! 파악!
공기를 가르고 날아간 창이 허공에 부딪혔다. 뭔가의 비명이 들렸다. 별안간 책 하나가 공중으로 던져졌다.
“크아악!”
동시에 열 개 가량의 메시지창이 쏟아졌다.
『 스킬 ‘간파 Lv.1’을 획득합니다. 』
『 스킬 ‘간파 Lv.2’을 획득합니다. 』
『 스킬 ‘간파 Lv.3’을 획득합니다. 』
..
.
『 스킬 ‘간파 Lv.10’을 획득합니다. 』
스킬창보다 놀라운 건 따로 있었다.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 장소에서 금빛을 띄는 고블린 한마리가 나타났다.
“뭐냐, 인간 놈······. 어떻게 알아낸 거냐. 여러모로 운이 안좋은 날이군.”
놈은 내 창에 맞은 머리를 문지르면서 중얼거렸다. 놈의 날카로운 눈이 황금빛으로 번뜩였다.
나름 세게 던졌는데 상처 하나 없다.
“마, 말하고 있네요? 그때 그 고블린처럼요······.”
윤서현이 손가락으로 고블린을 가리켰다.
“크큭, 신기한가? 어지간히 견문이 좁은 계집인가보군.”
고블린은 그런 윤서현을 비웃더니 고개를 돌렸다. 무언가를 찾는건지 열심히 두리번 거린다.
“으음, 어디갔지?”
참 애타게 찾길래, 나는 손에 쥔 책을 들어 보였다.
“이걸 찾나?”
“네 놈 인간······.”
금빛 고블린 녀석은 이를 꽉 물었다.
녀석이 내 창에 맞아 넘어질 때 책 한 권이 같이 떨어졌다. 붉은 물방울이 그 책을 가리키길래 냉큼 주웠다.
나는 그 책의 정보를 확인했다.
『 마기의 원천 : 이계 규율의 서 』
‘뭐야, 이게 왜 여기에?’
이건 마기의 원천이었다. 다만, 내가 찾던 것은 아니다.
‘이건 한국에 있을 게 아닌데.’
마기의 원천도 각자 생김새와 용도가 다르다. 특히 이 마기의 원천은 유명했기에 잘 알고 있다.
무려 군단장이 사용했던 책이니까.
‘이 녀석이 다른 나라로 옮기고 있던 거구만.’
그제서야 대충 상황이 파악되었다. 나는 금빛 고블린의 얼굴을 바라봤다.
‘저 특징적인 색깔은 몰라볼 수가 없지.’
황금 고블린 자볼.
놈은 미래에 고블린 왕이 되어, 고블린 일족을 일으키는 네임드 마수다. 멸망한 세계의 고블린들이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 이유다.
“그건 고작 인간이 가질만한 물건이 아니다. 내놔라.”
자볼의 손 위로 불길한 기운이 일렁였다. 돌연 허공에서 솟아난 보랏빛 안개가 나를 향해 쏟아졌다.
『 동료 윤서현의 스킬 ‘공간 격리’ Lv.3가 발동합니다. 』
윤서현의 반응속도는 놀라웠다.
내 주변을 빙빙 맴돌던 안개는 나에게 닿지 못한 채 흩어졌다. 황금 고블린 자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허어. 편하게 죽여주려고 했건만.”
자볼의 시선이 윤서현을 향했다. 나는 다급하게 말했다.
“윤서현 헌터. 윤지은 헌터를 불러와줘요.”
“네?”
“당장요.”
“혼자서 괜찮겠어요?”
그녀의 시선이 나와 자볼 사이에서 갈팡질팡했다.
『 게이트 내부의 생물은 ‘회복’ 할 수 없습니다. 』
회복 제한. 이 제약은 생각보다 성가시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당장요.”
“아, 알겠어요.”
상황의 심각성은 전해졌을 거다. 이전에 성장의 마족을 경험했으니 지금 떠 있는 제약 메시지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 터.
공간이 일렁이더니 그녀가 사라졌다.
자볼이 킥킥대며 손짓했다.
“괜찮겠나? 저 여자의 보호막이 없어도?”
놈의 손에서 뿜어나온 안개가 다시금 나를 감쌌다.
『 정신계 마법 ‘세뇌’가 당신의 정신에 강력히 침투합니다. 』
자볼은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네임드 마수다. 모든 네임드 마수가 마족과 연결되어 있는 건 아니지만, 놈은 마족에게 빌붙어 한 자리를 얻어냈다.
‘덕분에 자볼에 대한 건 꽤 자세히 알고 있다.’
『 스킬 ‘정신력 Lv.11’을 발휘합니다. 』
『 정신계 마법의 부정적인 효과를 모두 차단합니다. 』
놈의 주특기가 정신계 마법 세뇌라는 것도. 보랏빛 안개가 내 주변으로 자욱하게 차올랐다.
그러나 나는 멀쩡했다.
자볼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저항하지말고 얌전히 그 책을 가져와라.”
저벅저벅.
나는 녀석이 시키는대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래, 이제 책을······. 응?”
그러고선 인벤토리에서 영혼 포식자를 꺼내 휘둘렀다. 일자베기가 녀석에게 정통으로 적중했다.
콰아앙!
“커헉!”
강한 참격에 고블린이 그대로 튕겨나가 나무에 쳐박혔다. 나무가 바스라지며 파편이 튀어올랐다.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생각보다 훨씬 단단하네.’
여지껏 만난 어떤 상대보다 높은 방어력이었다. 일자베기에 베이지 않을 정도니까. 당황한 건 나뿐이 아니었다.
자볼 또한 당황해하며 나를 올려다봤다. 전혀 이해하지 못하겠단 표정이었다.
“뭐, 뭐냐. 인간 따위가 어떻게 내 마법을······?”
확실히 일반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신력 스킬이 11레벨에 오르고 나서 받은 추가효과니까.
어쨌든 정신계 마법은 극복한지 오래.
나는 바닥에 쓰러져 콜록대는 놈의 머리를 향해 영혼 포식자를 들이 밀었다. 외상은 없다곤 하나, 아예 데미지가 없는 건 아니다.
“황금 고블린 자볼. 맞지?”
“······!”
나를 바라보는 놈의 눈이 경악으로 일그러진다.
네임드 몬스터, 황금 고블린 자볼.
고블린 일족의 부흥을 위해서 움직이는 마수.
동시에 침체 마족의 권속.
놈에게 이 책을 넘겨 줄 순 없다.
붉은 물방울이 미친듯이 책의 주위를 휘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