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35
35화 재능 획득의 물약(4)
“네 놈······. 내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냐.”
미간을 찌푸린 자볼이 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잘 알고 있지.’
황금 고블린 자볼.
이 놈은 네임드 몬스터다. 지성을 가지고 게이트를 넘나드는 특이한 마수.
그들의 목적은 개체마다 다른데, 자볼의 경우에는 고블린 일족의 부흥을 목표로 하고 있을 거다.
놈은 멸망한 세계의 한 축을 담당하던 대악(大惡) 중 하나였다. 마족의 편에서 인간들을 농락하던 마수.
놈이 이끄는 고블린 군단이 얼마나 잔인하고 포악한지는 말하고 싶지도 않다.
‘이 무렵부터 활동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네.’
나는 오히려 놈에게 질문했다.
“글쎄, 내가 왜 네 이름을 알고 있을까.”
잠시 고민하던 자볼이 눈이 커졌다. 이내 조심스레 운을 떼었다.
“······설마 마(魔)를 따르시는 분이십니까?”
네임드 마수에게 있어 이름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이성도, 지성도 없이 야생에서 동물 같은 삶을 살아가는 동족들과 구별되는 유일성.
그들에겐 특별한 칭호나 다름 없다.
‘확실히 이 시점에서 자볼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없겠지.’
그러니 자볼은 내가 마족이 아닌가 의심하는 거다. 나는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그 책은 제게 있어 아주 중요한 물건인지라, 무례를 무릅쓰고 청하건데 돌려주셨으면 합니다.”
내 거짓말은 어느 정도 먹혔다. 놈이 드러내고 있던 이빨을 숨겼다. 하지만 의심은 여전히 남아 있다.
“혹 마족이시라면 그 힘의 편린을 보여주실 수 있으십니까?”
마족이 가진 특수 능력인 ‘제약’을 발휘하라는 의미였다.
여기에 대한 답은 이거다.
“더러운 고블린 새끼가 말이 많구나. 목숨이 아깝다면 네 놈의 목적부터 말해라.”
나는 놈의 목에 닿은 칼날을 더 깊숙히 들이밀었다.
『 스킬 ‘거짓 연기 Lv.1’을 획득합니다. 』
『 스킬 ‘거짓 연기 Lv.2’을 획득합니다. 』
『 스킬 ‘거짓 연기 Lv.3’을 획득합니다. 』
이런 스킬이 다 있다.
살짝 어설프던 내 말투에 힘이 들어가고, 찌푸린 표정에도 그럴 듯한 언짢음이 깃든다.
내가 알기로 마족놈들은 인성이 전부 쓰레기. 강하게 나가야 자볼도 허튼 수를 못 부리겠지.
내 예상은 적중했다.
인상을 찌푸린 자볼이 마지못해 말했다.
“그저 책 한 권을 옮기고자 했을 뿐입니다.”
“어디로?”
“그 다음은 힘을 보여주신다면 말씀드립죠. 예, 제 목숨을 걸고 말입니다.”
네임드 몬스터라고 해도, 마족 앞에서 그 목숨은 바람 앞 촛불과 다름 없다. 그걸 알면서도 이런 배짱이다.
‘이 정도 연기로는 부족한건가. 아니면, 마족이던 아니던 상관 없다는 건가.’
말로 속여 넘길만큼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었다. 어쨌든 미래의 고블린 왕이니.
‘마족을 혐오한다고 하다던 소문이 있었는데. 사실인지 모르겠네.’
나는 책에 붙은 정보를 다시 확인했다.
『 마기의 원천 : 이계 규율의 서 』
‘이계 규율······.’
분명 군단장 중 하나가 사용하던 능력에 그런 이름이 붙어 있었다. 그 군단장은 반역을 이유로 마왕에게 살해 당하긴 했지만.
그 놈의 이름은 불사(不死).
“불사의 마족이 시킨 짓인가?”
내 말에 자볼의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 스킬 ‘간파 Lv.10’을 발휘합니다. 』
간파는 상대의 거짓을 파악하게 해주는 스킬이다. 거짓은 은신이나 환영 같은 것을 포함한다.
『 대상과의 격차가 지대하여 스킬이 효과를 잃습니다. 』
얻은 김에 사용해보려고 했지만 녹록치 않다.
“힘을 보여주시지 않으면 아무것도 대답해 드릴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자볼의 눈이 가라앉았다.
파스스!
어느새 퍼져나간 안개.
그 안에서 세 마리의 기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얼마전 내가 싸웠던 던전의 보스와 같은 생김새다.
‘쉽지 않겠는데.’
현시점에서 자볼의 강함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다. 고블린 왕이라고 불렸던 놈이니 보통은 아니겠지.
자볼은 내가 제약을 보여주지 않는 이상 물러서지 않을 태도다.
나도 어줍잖은 연기를 계속할 필욘 없겠지.
콰아앙!
일자베기가 만들어 낸 푸른 선이 자볼의 목을 강타했다. 튕겨나간 자볼이 바닥을 몇 번 구르더니 날 노려봤다.
“크으윽! 빌어먹을. 마족이든 아니든 상관 없다. 이 자리에서 묻어주마.”
이를 바득바득 갈며 소리친다.
원래 그런 놈이다. 마족에게 붙어 있는 것도 본인의 목적을 위해서일 뿐.
파아아—!
나를 둘러싼 세 마리의 기사가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보랏빛 안개가 검기처럼 쏘아졌다.
나는 공중으로 뛰어 올라 놈들의 공격을 피했다.
붉은 물방울이 유려한 곡선을 만들어내며 내가 검을 휘둘러야 할 궤적을 미리 보여줬다.
서걱—!
떨어져내리며 쓴 일자베기에 기사 하나가 반으로 나뉘었다. 이어서 다른 기사에게 달려가며 일자베기를 시전한다.
이 놈들 하나하나가 중간 보스급인지라 기본 공격으론 단박에 끝낼 수 없다.
마지막 기사 한 마리까지 잡았을 때였다.
‘자볼은 어디에 있지?’
그 사이에 은신을 써서 사라진 모양. 놈의 은신은 상위 스킬이다. 간파 스킬이 통하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놈을 찾을 수 있다.
휘릭.
붉은 물방울이 급선회하며 내 뒤를 향해 움직였다. 내 영혼 포식자 또한 같은 궤적을 그려냈다.
콰아앙!
검에 맞은 자볼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붉은 물방울의 효과가 대단하다. 내가 감지 못하는 놈의 위치까지 알려주고 있으니.
“커허억?! 어떻게?”
『 스킬 ‘간파 Lv.10’이 막대한 경험치를 얻습니다. 』
나는 기세를 놓치지 않고, 인벤토리에서 창을 꺼내 들었다.
『 스킬 ‘체인지 웨펀 Lv.10’을 발휘합니다. 』
가녀린 푸른색의 불꽃이 창에 깃듦과 동시에 나는 자볼을 베어냈다. 아니, 베어냈다고 생각했다.
콰아앙!
바닥에 내다 꽂힌 자볼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역시 별다른 외상은 보이지 않는다. 고블린이 이렇게 단단할 수가 있나.
“이, 이 새끼가······!”
얼굴을 일그러뜨린 자볼이 손에서 마력을 터트렸다. 폭발음과 함께 보랏빛 안개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일순 시야가 제한 되었다.
그러나 놈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붉은 물방울을 따라가면 되니까.
퍼어억!
다시 한 번 놈의 옆구리에 창이 작렬했다.
“끄허억!”
그대로 날아간 자볼이 안개를 뚫고 나왔다.
놈이 정신 차리기 전에 창으로 한 번, 도검으로 한 번.
번갈아가며 연격을 날린다.
“크헉! 그만, 그만!”
말도 안되는 방어력과 피통이다.
『 열화 마도 : ‘회복 불가’에 의해 회복할 수 없습니다. 』
놈의 신체 능력 자체는 별 거 없다. 놈의 주요 능력인 세뇌는 강력하지만 내게는 통하지 않는다.
‘뭐가 이리 단단해.’
다만, 내 공격도 놈의 방어력을 뚫기엔 역부족이다. 그 무엇도 회복되지 않는 게이트 속에서 내 체력과 기력만이 소비되어 갔다.
“후우······.”
나는 잠시 공격을 멈췄다.
“아이고, 간만에 온 몸이 쑤시는 경험을 하는구만.”
바닥에 쳐박힌 주제에 말은 잘한다. 놈도 몰골이 말이 아니긴 했다. 군데군데 멍이 든 걸로 보아 공격이 의미 없는 건 아니었다.
“인정하마. 강하구나, 하지만 날 죽일 정도는 아니야. 네 놈의 체력이 다하기 전에 내게 제대로 된 상처나 만들 수 있을까?”
놈이 비릿한 미소를 흘렸다.
“후우······.”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이미 한계다. 일자베기는 가뜩이나 기력을 많이 소모하니까.
우우웅.
자볼의 손 위로 검은 마력이 모이기 시작했다. 어느새 농구공만해진 마력이 둥실 허공에 떠올랐다.
“내 마력은 아직도 충분히 남아 있다. 만약 네 놈이 마족이라면 안 됐지만 걱정마라. 대업은 착실히 진행되고 있으니 말이야. 너 하나 죽는다고 달라질 건 없다.”
그리 이죽인 녀석이 손 위의 마력을 던졌다.
부웅!
마력 구체가 빠른 속도로 나를 향해 날아왔다.
피하기 위해 몸을 트는 순간, 마력 구체가 방향을 꺾어 내게로 날아왔다. 유도 성능이 있는 공격이었다.
그 사이 자볼은 다시 한 번 모습을 감췄다.
후우.
나는 달리면서 깊게 숨을 쉬었다. 체력이 회복 되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피하기는 글렀다.
결론은 하나다.
마력 구체를 잘라낸다.
『 스킬 ‘체인지 웨펀 Lv.10’을 발휘합니다. 』
『 스킬 ‘일자베기 Lv.11’을 사용합니다. 』
일순 영혼 포식자의 칼날에 푸른 마력이 깃들었다. 나는 침착하게 내게로 다가오는 마력의 구를 단번에 양단했다.
콰아앙!
반으로 나뉜 마력 구체가 바닥에 닿자 폭발을 일으켰다.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서 나는 녀석을 찾아 고개를 돌렸다.
‘자볼, 자볼은 어디에 있지?’
찾는 건 간단했다. 지체 없이 붉은 물방울을 따라 창을 던졌다.
퍼억!
다시 한 번 창을 맞은 자볼이 벌러덩 넘어졌다. 무슨 촌극인지 모르겠다.
“크허억!”
『 스킬 ‘간파 Lv.11’를 획득합니다. 』
『 추가효과 : 레어 등급 이하의 은신류 스킬을 100% 간파합니다. 』
놈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이, 이해가 안가는군. 그만한 통찰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을텐데······.”
“내가 할 소리다. 학습을 못하는 건지 머리가 멍청한 건지.”
“크윽, 이 버러지 새끼가!”
상당히 상위 스킬인가본데, 붉은 물방울 앞에선 어림도 없다. 무려 인과역전의 상점에서 얻은 아이템이니까.
콰악!
나는 자볼의 몸통을 발로 짓눌렀다.
놈은 끝까지 날 노려보며 이죽였다.
“그래도, 그래도 네 녀석은 절대 날 못 죽인다. 날 때리다 이곳에서 체력이 다해 죽을거야. 크크큭······.”
그건 그렇다. 마력 구체를 베어내는 순간 내 체력은 거의 방전 되었다. 이제 일자베기를 쓸 기력도, 마력을 부여할 힘도 남아 있지 않다.
다만, 기력이 없으면 만들어내면 되는 거 아니겠는가.
나는 품 안에서 유니콘의 피를 꺼내 들었다.
‘생각보다 윤지은이 늦어진다.’
저쪽에서도 무슨 일이 생긴 게 분명하다.
가급적이면 아끼려 그랬지만 그랬다 죽는 것보단 나으니. 그리고 붉은 물방울도 그 사용을 격렬히 반기고 있었고.
“이, 이 새끼······!”
유니콘의 피를 확인하는 자볼의 눈이 커졌다. 놈도 알고 있는 거다. 자신의 제약이 가진 유일한 약점인데 모르는 게 이상하지.
『 유니콘의 피를 섭취하셨습니다. 』
회복 제약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확실한 게 이거다.
『 대상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습니다. 』
유니콘의 피의 효과는 확실했다. 그 한 방울에 기운이 돌아왔다. 심지어 아직 몇 방울이 더 남았다.
회복 제약의 약점.
회복은 못해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데에는 제약이 없다.
콰아앙!
이어지는 일자베기의 충격에 자볼이 바닥을 굴렀다. 방어력은 높지만 놈의 신체 능력 자체는 뛰어나지 않다.
“크으윽!”
회복 제약은 권속인 자볼에게도 유효하다. 축적되는 데미지는 회복 될 리가 없다. 그럼에도 놈은 비릿한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그만 포기해라. 소용없다. 아무리 두들겨도 나는 죽지 않는다. 내게 참격을 먹이지 못하는 한 나는 죽지 않는단 말이다. 이제 포기하고 책을 내놔라. 그러면 갈 길을 가게 해주지.”
아까의 위세가 좀 죽었다. 죽이겠다는 말은 없어졌다. 놈도 맞는데에 이골이 난 모양. 근데 쳐맞는 놈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확실히 효과가 없을지도 모르지.”
붉은 물방울이 놈의 가슴팍을 맴돈다.
“근데 그렇다고 널 살려 보낼 수도 없거든.”
마기의 원천을 내놓을 생각은 더더욱 없다.
스킬 체인지 웨펀을 사용했다. 인벤토리에서 흘러나온 빛이 창으로 바뀌었다. 다시 한 번 사용하자 내 손에 도검이 쥐어졌다.
‘조금 더, 조금 더 확실한 공격을 해야한다.’
화르륵.
그 위로 푸른 불꽃이 일렁였다. 동시에 땅을 박차고 달려나가 일자베기를 시전했다. 길게 뻗어진 직선의 꼬리가 푸른 빛을 쏟아냈다.
붉은 물방울이 가리킨 지점을 정확하게 타격했다.
“커헉! 그래 봤자······!”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던 자볼린의 표정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촤르륵!
동시에 시스템 메시지가 미친듯이 쏟아졌다.
『 시스템이 치명적인 일격을 감지합니다. 』
『 스킬 ‘방어무시 Lv.1’를 획득합니다. 』
『 스킬 ‘방어무시 Lv.2’를 획득합니다. 』
『 스킬 ‘방어무시 Lv.3’를 획득합니다. 』
···
..
.
『 스킬 ‘방어무시 Lv.10’를 획득합니다. 』
『 대상의 방어력을 5% 무시합니다. 』
붉은 물방울이 내놓은 해답은 이거였다.
촤아악!
아무리 베어도 공격을 받아내던 황금 고블린이 가죽이 찢어졌다. 붉은 피와 함께 자볼이 바닥을 굴렀다.
“뭐, 뭐야?”
놈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자볼은 비쩍마른 손으로 가슴께에 흘러나온 피를 닦아내더니 중얼거렸다.
“이럴 리가. 이럴 리가 없는데······.”
놈이 자신만만하던 가죽이 처음으로 뚫렸다. 무슨 원리로 그렇게 단단한 건지 모르겠지만 자신에는 이유가 있었을 거다.
그리고 그 자신감이 방금 무너졌다.
“빨리 도망쳐야······.”
스륵.
한순간에 놈의 모습 사라졌다. 여전히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놈이 끝까지 살아남아 고블린 왕이 되는데엔 다 이유가 있는 것이겠지.
그러나.
붉은 물방울 앞에서 그러한 능력은 무용지물이다. 부풀어 오른 물방울이 녀석의 위치를 가리켰다.
다급히 어디론가 도망가려는 녀석의 움직임. 책을 회수하겠다는 생각은 버린지 오래 같다.
나는 그곳을 향해 창을 던졌다.
파악!
힘껏 던진 창이 그곳에 작렬했다. 은신이 풀린 자볼이 쓰러졌다.
콰득.
나는 재빠르게 달려가 놈의 몸뚱이를 발로 밟았다.
“내가 고작······. 이런 놈한테 죽을 리가······.”
넋이 나간 얼굴로 중얼거린다.
그러거나 말거나다.
『 영혼 포식자 : ‘혼령 개방’을 사용합니다. 』
『 일시적으로 공격 범위 및 위력이 대폭 증가합니다. 』
혼령 개방을 사용했다. 치솟아 오르는 푸른 연기. 창을 거쳐 도검을 쥐었다.
『 스킬 ‘방어무시 Lv.10’을 발휘합니다. 』
“이걸로 끝이다.”
내 모든 힘을 실은 일자베기가 자볼에게 작렬했다. 놈의 볼썽 사나운 비명이 메마른 땅 위로 울려퍼졌다.
* * *
자볼은 죽었다.
『 영혼 포식자가 마(魔)의 기운을 흡수합니다. 공격력 + 3 ( 4 / 5 ) 』
『 영혼 포식자의 현재 공격력 : 30( +12 ) 』
마기를 흡수한 영혼 포식자가 옅게 떨렸다.
그 공격력은 무려 42. 혼령 개방 능력까지 포함하면 이제 유니크 못지 않은 좋은 무기가 되었다.
『 1321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
또한 막대한 양의 포인트가 내게로 흘러들어왔다.
『 마(魔)를 추종하는 자의 존재가 사라졌습니다. 』
『 게이트 내의 제약이 완전 해제됩니다. 』
파스스······.
자볼의 시체가 빛나더니 조그만 황금 돌멩이로 변했다. 네임드 마수는 이런 식으로 영혼석을 남긴다.
『 자볼의 영혼석 』
『 황금왕의 창고 열쇠 』
‘열쇠라.’
예상치 못한 소득이었다. 자볼이 모아둔 재화와 보물이 가득 쌓인 창고를 열 수 있는 키다.
‘근데, 현 시점에서는 놈의 창고에 접근할 방법이 없는데······.’
그래도 나중에 쓸모가 있겠지. 나는 영혼석과 열쇠를 둘 다 인벤토리에 넣었다.
‘윤지은 헌터가 늦는데.’
자볼이 게이트 내에 오래 머무른 탓이겠지. 본래라면 놈은 바로 게이트를 빠져나갔어야 했다.
‘놈을 처리했으니, 이제 괜찮겠지.’
상황을 살피러 가기 전에 해야할 일이 있었다.
나는 자볼이 탐하던 책을 꺼내들었다.
스스스······.
붉은 물방울 또한 책 주위를 빙글빙글 돌다가 사라졌다.
『 아이템 정보 』
– 이름 : 마기의 원천 – 이계 규율의 서
– 등급 : 없음
– 종류 : 스킬북
– 설명 : 해당 내용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마기의 원천의 형태는 여러가지다. 지난번에는 잔이었다면 이번에는 책. 그런데 그냥 책이 아니라, 스킬북의 형태다.
‘스킬을 얻을 수 있는 책.’
자세한 설명은 나와 있지 않지만, 이 능력은 미래의 군단장이 가지고 있던 것이다. 나 또한 딱 그 정도로만 알고 있다.
‘붉은 물방울이 여기서 멈췄다는 건······.’
앞으로 스킬을 습득하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단 의미였다. 백묵의 명함이 미래의 재물과 연결 된 것처럼 말이다.
‘고민할 필요는 없다.’
더욱 강해져서 스킬을 모을 수 있다면 못할 게 없으니까.
나는 책을 펼쳤다.
파아아!
그 안에서 강렬한 황금빛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금빛을 띈 고리 하나가 내 팔을 감쌌다.
『 이계의 규율이 당신의 영혼에 깃듭니다. 』
고리는 내 팔목에서 멈추더니 점점 줄어들었다. 기이한 금색 문자가 새겨진 팔찌가 팔목에 완전히 달라붙었다.
빛을 잃은 팔찌는 검은색이 되어 문신처럼 피부에 깃들었다.
‘이건 대체······.’
문신은 희미해지더니, 이내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시스템 메시지는 계속 떠올랐다.
『 이계 규율이 EX급 특성 ‘무재조정’을 인지합니다. 』
『 대상의 인과적 특이점이 관측 한계를 초월합니다. 』
파직!
시스템 창에서 붉은 노이즈가 튀어 올랐다.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전에도 경험했던 현상이다. 두 개의 스킬이 충돌이라도 일으키고 있는 건가?
『 이계 규율 대상에 대한 판단을 유보합니다. 』
그런 의문이 끝나기 전, 메시지 하나가 떠올랐다. 솔직히 나도 이계 규율이 정확히 어떤 능력인지 모른다.
그저 아랫입술을 깨물며 떠오르는 메시지를 확인할 뿐.
『 이계 규율 첫번째 : 업적 기록 』
‘업적?’
업적이라면 게임 같은데 나오는 시스템 아니던가. 헌터의 시스템도 상당히 게임 같기는 하지만 완벽한 게임은 아니었다.
업적이나 칭호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메시지는 담담히 텍스트를 출력해냈다.
『 해당 업적을 정산합니다. 』
– 업적명 : 네임드 몬스터 고블린 자볼 처치
– 기록 : 성장력 SSS, 데미지 C+, 전투 S, 간파 S, 미래시 S······.
– 종합평가 : S+
그런데 그 평가가 조금 이상한 느낌이다. 너무 과하다.
‘설마.’
내가 녀석에게 먹인 데미지는 C+가 적당한 것 같다. 다만, 전투나 간파 같은 것은 전부 물방울의 도움을 받은 거였다. 내가 직접한 부분이 아니니까.
그럼에도 평가는 S.
인과역전의 물약이나 무재조정의 성장치를 고려하지 않은 기록이었다.
결과적으로 내 종합평가는 S+란다.
홀로그램 메시지와 함께 금빛 가루가 쏟아져 나왔다. 시야를 완전히 뒤덮을 정도로 화려하고 요란한 이펙트였다.
『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업적을 달성하셨습니다! 』
『 해당 업적의 실현 가능성은 0.00001% 미만입니다. 』
『 보상을 지급합니다! 』
‘이, 이게 맞아?’
메시지를 바라보는 내 눈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