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47
47화 재능 발화의 장(3)
“감히 하늘 같은 스승의 이름을 함부로 불러? 네가 오늘 한 번 제대로 굴러봐야 정신을 차리겠구나.”
바위에 걸터 앉은 신태양이 날 향해 씨익 미소를 지었다. 어쩐지 섬뜩함이 느껴진다.
상황은 대충 알겠다.
입가에 상처가 난 신태양. 그 피부는 태양에 그을려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까무잡잡하다. 게다가 허름한 도복 사이로 보이는 탄탄한 근육.
이른바 검성의 모습이다.
‘설마, 미래로 온 거냐.’
인과역전 재능 획득의 물약(유니크).
납득은 간다.
재능 초월의 공간이란 것도 경험한 마당에 미래로 오지 말란 법은 없었으니까.
‘일자베기를 검성한테 직접 배우란 건가.’
확실히 그것만큼 효과가 좋은 건 없겠지. 그렇다곤 해도 갑작스럽다. 하필이면 미래라니.
내가 검성을 지긋이 쳐다보고 있자, 그의 미간이 좁혀졌다.
“어쭈? 뭐해? 엎드린다 실시.”
“잠깐, 지금 제가······. 크헉!”
내가 제대로 된 대답을 하기도 전에, 신태양의 발차기가 날 강타했다. 이어지는 무자비한 훈육.
아니 훈육을 빙자한 구타.
퍼버버벅!
“아, 잠깐······.”
이 미친놈아.
사람 말은 일단 들어봐야 할 거 아니야.
그러나 검성은 내가 변명할 기회를 주지도 않았다.
검성이 휘두르는 주먹과 발차기가 보이지도 않는다. 이어서 그는 들고 있던 죽도로 매타작을 시작했다.
『 스킬 ‘통찰 Lv.11’을 발휘하여 상대의 경지를 가늠합니다. 』
『 대상과의 격차가 지대하여 등급을 판정할 수 없습니다. 』
당연하겠지. 맞아보니까 확실히 느껴진다.
눈 앞의 검성 신태양은 SSS급.
나와는 압도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오호, 지금 반항하는거냐? 그런 근성 아주 좋아.”
퍼억! 퍼억!
벗어나려고 시도 해봤지만 어림도 없었다. 검성이 휘두르는 죽도가 아예 보이지도 않는다.
피하려고 해도 귀신 같이 내가 갈 방향으로 죽도가 날아 온다.
허리, 발, 머리, 다리, 팔······.
아주 골고루 두들겨 맞았다. 그래도 맷집과 불굴의 정신 스킬 덕분에 버틸만하다.
조금이나마 수련이 될까해서 반항 해봤지만.
“이야, 오늘은 뭔가 다른데? 평소답지 않게 왜 그래? 크하하, 이 몸의 지도가 그렇게 마음에 드는거냐?”
검성의 얼굴에 번진 미소를 진하게 할 뿐이었다.
그렇게 삼십 분.
나는 완전히 지쳐서 쓰러졌다. 때리려면 때려라. 이제 못 움직이겠다.
“으음, 이 정도면 충분히 반성을 한 것 같으니 용서해줄까. 훈련도 되었겠지.”
“큭, 감사합니다.”
빌어먹을.
“그······. 스승님께서는 이런 방식의 훈육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크하하, 좋은 질문이구나. 당연하지. 스승과의 대련, 그것만큼 실력을 향상 시킬 수 있는 것도 없으니까.”
일방적인 구타가 어느새 대련으로 포장되어 있다.
오케이, 이해 했다.
똑똑히 기억해놨다가 나도 제자한테 알려줘야겠다.
스승과의 대련. 그것만큼 실력을 높이는 건 없단 말이지. 나도 꼭 써먹어 봐야겠다.
“그런 점에서 넌 행운아다. 내가 과거에 미국에 갔었을 때의 이야기인데 말이야. 그곳에 살고 있던······.”
미래의 검성답게 말이 많다. 검성은 갑자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한 귀로 흘려들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여기가 내가 있던 미래는 아닌 것 같다.’
일단 난 검성의 제자였던 적이 없다. 인과역전의 물약 효과인지, 사제 관계라는 설정이 되어버린 것 같다만.
‘그래도 이건 기회다.’
『 일자베기의 레벨을 1 올리기 ( 0 / 1 ) 』
『 제한 시간은 일주일입니다. 』
‘미래의 다른 사람들과 접촉할 수만 있다면.’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내가 가진 미래에 대한 지식은 단편적이었다. 일반인 입장에서 우연히 접한 소문들이 전부. 질 좋은 정보라고 해봤자 뉴스나 인터넷, 잡지를 뒤져 얻었던 것들이다.
‘마족을 막을 결정적인 정보를 가져갈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되겠어.’
어디까지나 그게 가능하다는 전제조건이 붙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포기하는 게 어떠냐. 거듭 말하지만, 너한테 검의 재능은 없다. 이건 내가 어떻게 해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야. 네가 사정사정을 해서 제자로 받아준 거긴하다만. 어찌되었든 사제관계. 제자야, 나는 네가 목숨을 잃는 걸 보고 싶지 않다.”
어느새 검성은 진지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요약하면 검에 재능이 없으니 그만해라. 이 소리다.
근데 그 말은 이미 들었다. 그것도 과거의 검성한테.
“그러면 한 번 보시고 결정하시죠.”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어이, 괜찮냐? 좀 더 쉬어도 되는데.”
내가 벌써 일어날 거라곤 생각 못했는지 신태양의 눈이 살짝 커졌다.
인벤토리에서 대검을 꺼내 손에 쥐었다.
그 모습을 본 검성이 한숨을 내쉬었다.
“봐봐, 안된다니까. 여기서부터 글렀어. 멸망 이전의 세계라면 몰라도, 지금은 안 돼. 검에게 선택 받지 못한 사람이 어거지로 노력해봤자······.”
그러거나 말거나.
숨을 가볍게 들이 마시고, 앞으로 한 발을 내딛으며 좌에서 우로 한 번, 위에서 아래로 검을 내리친다.
두 번의 연속된 일자베기.
한없이 푸르른 직선이 공간을 완벽하게 갈라낸다. 그 사이로 불어오는 광풍. 옅게 떨려오는 공기의 흐름.
검성의 얼굴이 굳어졌다.
“······뭐야.”
짧아진 말 길이가 검성의 충격을 대신하고 있었다. 나를 유심히 지켜보던 검성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지해진 표정으로 내게 턱짓했다.
“따라와라, 특별 훈련이다.”
* * *
이상하다.
분명 특별 훈련이라고 했는데.
“크아악!”
날 동굴로 데려가더니, 다시 일방적인 구타가 이어졌다. 이번에는 마음껏 반항해도 된다는 점이 다르긴 했다.
한시간 동안 쳐맞았다.
터억.
죽도를 땅에 꽂은 신태양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하네. 일자베기에서 독자적인 경지를 일궈낼 정도인데······.”
그는 신기한 존재를 바라보는 듯 나를 유심히 살폈다. 이내 나름대로 납득할만한 답변을 꺼냈다.
“그냥 그런 재능인건가.”
『 일반 스킬 ‘타격 내성 Lv.10’을 획득하셨습니다. 』
『 타격 관련 데미지 10% 감소 』
마족한테 맞을 때도 안 생겼던 타격 내성 스킬을 얻었다.
이 미친 놈······.
나는 비틀거리면서 몸을 일으켰다.
“일자베기의 다음 경지로 올라갈 수 있는 수련이 필요합니다.”
아까 검성 앞에서 일자베기를 시도 해봤는데 얻은 경험치가 없었다. 아무리 10만배를 해도 ‘0’은 ‘0’이다.
지금 일자베기의 레벨은 11.
내가 가야할 레벨은 12.
그야말로 미지의 영역.
쉽게 얻을 수 있는 거라면, 인과역전의 물약이 날 이곳으로 보내지도 않았겠지.
잠시 고민하던 신태양이 입을 열었다.
“그래, 그런 재능이라면 이해가 가는군. 좋아, 일자베기의 다음 경지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마.”
검성은 죽도를 들어서 하나의 직선을 만들어냈다.
정적이면서도 고요한 푸른 선.
별다른 기교는 없지만 가슴이 떨리도록 아름다운 궤적이다.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빨려들어갈 것만 같은 느낌.
“시스템은 우리의 성장을 돕는 것처럼 보이지만, 레벨로 그 한계를 제한하기도 한다. 지금 네가 넘어서려는 건 그 너머의 영역이다.”
그가 다시 죽도를 휘둘렀을 때, 선은 사라지고 잔잔한 바람이 불어왔다.
10레벨 이상.
본래라면 도달할 수 없는 한계.
“어쩌면 그 한계를 뛰어넘는 게 네 재능일지도 모르지. 그렇다곤 해도 두 가지가 선행되지 않으면 다음으로 넘어갈 수 없다.”
검성은 죽도를 쭉 뻗었다.
“그 첫번째가 보법.”
다음 순간, 빛줄기가 동굴 끝까지 이어진다. 다시 한 번 신태양이 발걸음을 내딛을 때 선은 더욱 깊고 진해져 있었다.
“두번째는 검술이다.”
탁.
죽도를 가볍게 휘둘러 땅을 치자.
거대한 진동이 동굴 내부로 울려퍼진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허공에 푸른 선이 새겨진다.
“이 두 가지를 기본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그 다음이 일자베기다.’
검성은 가볍게 죽도를 들고 있는 손을 좌에서 우로 휘둘렀다.
그 순간.
동굴을 가르는 푸른 선이 하나의 물줄기처럼 흐르기 시작했다.
찢어지는 듯한 굉음과 함께 주변 풍경이 잡아 먹혀 들어간다. 청(靑)의 선이 공간 자체를 집어 삼킨다.
그 결과.
내가 존재하는 공간 자체가 뒤바뀐다.
나와 검성은 더 이상 동굴 안에 있지 않았다. 어두워진 밤 하늘 아래, 솟아오른 나무들로 가득한 숲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신태양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얼굴로 내게 말했다.
“방금 보여준 게 공간(空間)검의 기초다. 일자베기를 극한까지 단련하면 이런 잔재주도 부릴 수 있는 거지.”
죽도를 들어 올린 검성이 말했다. 어느새 그의 눈에 푸른 이채가 서려 있다.
『 일자베기의 새로운 경지를 목도합니다. 』
『 스킬 ‘일자베기 Lv.11’의 경험치가 3% 증가합니다. [ 3% ] 』
‘이게 잔재주······?’
굉장하다만, 도저히 손에 잡히지 않는 경지다. 잔재주라니, 스킬의 분화를 이야기하는 건가?
‘확실한 건 보법과 검술을 익히라는 것.’
신태양이 직접 고안한 보법과 검술.
일반 단계에 있는 내 스킬들을 한 단계씩 올릴 기회였다.
“뭐, 어느 방향으로 키워나가냐는 네 손에 달린 거지만.”
검성은 죽도를 적당히 내팽개치고선, 의자에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는 여성에게 꿀밤을 먹였다.
“아, 아얏!”
흑발의 머리를 뒤로 묶은 여성. 꿀밤을 맞은 그녀가 눈가에 눈물을 글썽이며 머리를 매만졌다.
“이 뒤로는 네 선배한테 배워라. 나는 해야할 일이 있어서 당분간 못오니까 말이야. 신아람. 내가 돌아 오기 전까지 이 녀석한테 보법과 검술을 가르쳐라. 오늘 분명하게 알았다. 이 녀석 검에 대한 재능은 더럽게 없는데, 뭔가가 있는 놈이 확실해.”
“네? 근데 어디가세요?”
“어디가긴. 마족 놈들 모가지 따러가지. 하여튼, 잘들 수련하고 있어라!”
그러고선 땅을 박차고 뛰어 올랐다. 붉어진 달 위로 검성의 어두운 인영이 순식간에 스쳐지나갔다.
‘진짜 정신 없네.’
검성은 내가 아는 신태양이랑 비교할 정도가 아니다.
“······.”
이제 선배라는 사람과 단 둘이 남았다.
“음, 좋아. 드디어 나한테도 제대로 된 후배가 생겼네. 이전에 있던 제자들 전부 관둬서 곤란했는데······. 드디어······.”
아, 그렇게 쳐맞으면 관둘만하지.
그녀는 감격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신아람.
전체적으로 선해보이는 인상이다. 어딘가 허술해 보이기도 하고. 굉장한 미인이다. 설마 검성의 숨겨둔 연인? 그런 건 아닌가.
‘근데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애초에 신태양이 수제자를 키웠다는 것도 몰랐다. 신아람은 허둥지둥 텐트에서 검을 들고 나오더니, 배낭을 맸다.
“이지한이라고 그랬지? 난 신아람이야. 얼굴은 봤었지? 마침 식량이 다 떨어졌으니까 식량 조달부터 하자. 제 4거점으로 지금 출발하면 해 뜰 때는 도착할 수 있을 거야.”
“거점으로 가는 겁니까?”
“응, 보법이나 검술은 가면서 알려줄게.”
멸망한 세계에 왔다는 실감이 난다.
제 4 거점.
현 시점 살아 남은 사람들이 세운 생존 구역 중 하나다. 이때만해도 여러 거점들이 남아 있었다.
정부가 무너진 상황에서 그 중심점은 소수의 영웅이 담당하고 있다.
‘좋아, 과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겠어.’
나는 신아람을 따라 숲을 나왔다.
그런데, 걱정되지 않을 수가 없다.
“마수는 괜찮은겁니까?”
이 세계의 마수들은 하나 같이 광폭화가 진행된 상태. 마기를 잔뜩 머금어서 새로운 능력을 갖춘 괴수가 되어 있다.
고블린 하나만 마주쳐도 오금이 저려오는 경험을 해야했다.
“당연하지. 선배를 뭘로 보는거야? 지금 가는 길에선 고블린만 나와. 내가 보법을 보여줄테니 잘 보고 따라하기만 해.”
가슴을 피며 미소 짓는 신아람.
뭐, 검성의 제자이니 확실히 강하기는 하겠다만.
어둠으로 뒤덮인 길이지만 통찰 스킬 덕분에 걸어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마수다.
게이트를 관리할 수 없게 된 이 세상에선 마물이 거리를 활보하는 게 지극히 자연스럽다.
키륵, 키르륵···.
때문에 고블린들을 마주치기란 어렵지 않다.
“앗, 나타났다.”
붉은 눈을 번뜩이는 고블린 두 마리가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비대하게 부풀어 오른 근육과 잘 벼려진 단검.
『 스킬 ‘통찰 Lv.11’을 발휘합니다. 』
『 대상 ‘광폭화 고블린’의 등급은 B++입니다. 』
멸망하기 이전의 세계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위압감이다. 신아람은 배낭을 맨 채로 검을 뽑아들었다.
“그러면 잘 보고 따라해. 이 보법은 전수되는 스킬이니까.”
『 동료 신아람이 스킬 ‘태양의 발걸음 Lv.6’을 발휘합니다. 』
이름은 거시기 하다만 효과는 확실했다.
파앗.
일순 주위가 밝아지며 신아람이 고블린의 바로 앞까지 파고들었다. 이어지는 그녀의 참격에 고블린이 크게 밀려났다.
옆에 있던 다른 고블린이 단검을 휘둘렀지만, 신아람은 부드러운 발놀림으로 피한 뒤에 일자베기를 시전했다.
그러나 고블린도 만만치 않았다. 단검으로 일자베기를 흘려내고선 신아람에게 달려 들었다.
카앙, 캉!
어두운 밤하늘 아래 신아람과 고블린 두 마리의 공방이 이어졌다. 마력을 두른 검 끝에서 붉은 불똥이 튀어 올랐다.
‘근데, 어째······.’
아주 이기는 느낌은 아니다. 두 마리를 상대로 근소하게 이기고는 있었으나, 결정타가 없는 느낌.
촤아악!
그래도 어찌어찌 마무리를 지어냈다. 신아람은 다시금 태양의 발걸음을 사용해 뒤로 물러났다. 도망에도 최적화 되어 있는 보법이구만.
그녀는 이마에 흐른 땀을 닦아내고선 자신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어때? 할 수 있겠어? 후우, 고블린 두 마리를 상대로 싸우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거든.”
“한 번 해보겠습니다.”
나는 방금 전 봤던 신아람의 움직임을 똑같이 재현하려고 노력하면서, 고블린을 향해 달려 나갔다.
통찰 스킬 덕에 움직임을 떠올리는 건 쉽다.
몸이 마음대로 안 따라줄 뿐.
『 스킬 ‘보법 Lv.11’을 발휘합니다. 』
일반 보법만으로도 상당히 빠르게 고블린에게 다가설 수 있었다. 이것만으로도 상당히 유리한 지점에서 검을 휘두를 수 있다.
‘좀 더 연습이 필요하겠어.’
일단은 눈 앞의 고블린을 제거하는 것부터다.
나는 견제할 목적으로 가볍게 대검을 휘둘렀다. 멸망한 세계의 고블린들은 마기를 듬뿍 머금은지라 전투력이 B급 헌터를 가볍게 상회한다.
일반 마수를 상대하는 기분으로 상대해선 안된다.
그런데.
“키륵?!”
견제 목적으로 휘두른 대검이 그대로 고블린의 단검을 깨부쉈다. 그러고도 위력이 줄지 않은 대검의 날이 그대로 고블린의 몸을 짓이겨 버렸다.
‘뭐야?’
일자베기를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왜 이런 거지.
그리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키륵, 키르륵.
어둠을 뚫고, 열 쌍의 붉은 눈동자가 떠오른다. 어둠 속에 숨죽이고 매복하고 있었던 고블린들이었다.
달빛에 놈들의 날카로운 단검이 번뜩인다.
어느새 포위 당했다.
“후, 후배! 고블린이 너무 많아. 일단 후퇴해야겠어!”
당황한 신아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블린이 이렇게 많이 있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한 모양.
두 마리도 힘겹게 상대하는 마당에 열 마리는 확실하게 무리였다.
그때였다.
띠링.
한차례 늦게 메시지가 떠올랐다.
『 칭호 ‘마계의 재앙(災殃)’의 효과를 발휘합니다. 』
『 필드 ‘마계(魔界)’에서 마(魔)속성 대상으로 1000%의 데미지를 줍니다. 』
『 현재 필드 ‘마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
그러고보니 그랬다.
생소한 개념이라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칭호 마계의 재앙.
마계 필드에 있을 때 데미지 10배라는 기가 막힌 효과.
멸망한 세계.
마기로 완전히 뒤덮인 이 미래는.
마계나 다름 없었다.
한편으로는 씁쓸하지만, 나에겐 아직 바꿀 수 있는 미래다.
나는 대검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아뇨, 그대로 쓸어버려도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