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50
50화 황금왕의 보물창고(3)
이계 규율 두번째 ‘예외 규칙’.
『 해당 시공에서 아이템을 한 가지 가져올 수 있습니다. 』
나는 잠시 멍하니 메시지를 바라봤다.
‘뭐야. 이게 말이 되는 건가?’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은 인과역전 물약의 효과로 만들어진 장소. 본래대로라면 존재하지 않는 장소다.
시스템이 아이템을 가져갈 수 없다고 말한 것도 그 이유 때문이겠고.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서 뭔가를 가지고 나올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런데 이계 규율은 그런 규칙을 무시하고서, 내게 아이템 하나를 가져갈 수 있게 해주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나는 냉큼 오르티마 알을 인벤토리에 집어 넣었다. 어쨌든 준다고 할 때 챙기는 게 맞다.
만들어진 미래라고는 하나 나름 목숨을 걸고 여기까지 왔다. 오르티마 알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창고에 온 값어치는 충분히 한다.
본래는 장갑을 노리고 온 거긴하다만.
‘과거에선 어떻게 구할 수도 없는 물건이니까.’
그때였다.
땡그랑!
바닥으로 황금빛 열쇠가 굴러 떨어졌다. 진세아가 어디선가 던진 모양. 이제 슬슬 떠나야할 때라는 신호였다.
“슬슬 가지.”
아직까지도 정신 없이 금화를 주워 담는 김상욱에게 말했다. 챙길만큼 챙겼는데도 아직 산더미처럼 남아 있는 보물들.
그것들을 아쉬운 눈길로 바라보는 김상욱이었다.
“크윽, 이 놈들을 두고 가려니까 눈물이 앞을 가리네.”
신아람도 바로 배낭을 메고 떠날 준비를 했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열쇠를 주워들었다.
‘이건 나중에 또 쓸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겠어.’
진짜 자볼의 창고는 여전히 열린 적이 없을 거다. 아직은 마계에 있기에 볼 일은 없겠지만. 언젠가 비슷한 일이 없으란 법은 없다.
그 언젠가를 위해 나는 열쇠를 다시 인벤토리에 넣었다. 이건 원래 내 거였으니 문제 없이 들어간다.
요새를 빠져나오는 건 간단했다. 고블린 병사들 중에 살아 있는 놈이 없었다.
‘전부 죽였나.’
SSS급 헌터 하나의 능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체감이 된다.
그렇다고 느릿하게 시간을 보낼 순 없었다.
지금쯤이면 자볼도 자신의 창고가 털렸다는 걸 알았을 거다. 놈이 고블린 정예 부대를 이끌고 직접 행차하게 되면 곤란해진다.
“저기······!”
신아람이 놀란 목소리와 함께 반대편을 가리켰다. 벌써 자볼이 왔나 당황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요새 너머로 보이는 붉은 회오리.
이질적인 붉은 태풍. 그 내부에선 시시때때로 벼락이 떨어지며 붉은 빛을 발한다.
‘저건······.’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큼지막하게 보인다. 자연 재해에 버금가는 그 규모에 시선이 끌리는 건 당연했다.
“미, 미친. 광인이잖아. 빨리 갑시다! 이거 괜히 우리까지 휘말리겠어!”
김상욱이 일행을 재촉했다. 태풍의 영향일까 주변으로 바람의 흐름이 느껴졌다.
붉은 태풍의 정체는 광인(狂人).
그도 기인 중 하나였다.
진세아가 그래도 영웅이었다면, 저건 아예 결이 다르다. 마족은 아니지만 같은 인간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 존재다.
손에 닿는 모든 것을 파괴하며 목적 없이 세상을 방황하는 미친 인간.
놈의 얼굴을 본 사람도 거의 없다. 광인이 있는 자리에는 늘 태풍이 휘몰아치기 때문이다.
그 안으로 진입하는 것조차 보통의 인간에겐 불가능하다. 심지어는 마족들조차 기피할 정도니.
“설마 거점으로 오지는 않겠지?”
불안한 듯 중얼거리는 신아람.
광인의 영역 침입.
불현듯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런 일이 있었다곤 들었는데. 신경 쓸 필욘 없다. 몇 번 있었던 일이라지만 거기서부터는 영웅의 소관이다.
“속도를 내죠.”
저런 괴물을 상대해서 얻을 건 아무것도 없다. 지금은 도망가는 게 최선이다.
* * *
다행히도 태풍의 진행 방향은 우리와 달랐다.
“고객님, 언제든지 마을에 오십쇼! 거하게 쏠테니까.”
김상욱은 싱글벙글하며 거점으로 돌아갔다. 나와 신아람은 숲 속의 텐트로 돌아왔다.
“후우, 그래도 다행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돈을 엄청나게 벌었어. 스승님이 보면 엄청 놀라시겠지?”
바닥에 금은보화를 잔뜩 늘어 놓은 신아람이 양 주먹을 꽉 쥐었다. 해냈다는 성취감 가득한 표정이었다.
몇 년만 지나도 전부 쓸모 없는 게 되긴 하겠지만, 당장은 가치가 있다. 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것도 그 위에 쏟아 부었다.
“이것도 쓰세요.”
“후배······.”
감동한 눈으로 날 쳐다보는 신아람.
“그보다 보법을 다시 보여줄 수 있으신가요?”
“응? 그거야 어렵지 않지만. 잠 안 자도 괜찮겠어?”
시간이 꽤 많이 흘러서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한 번이면 됩니다.”
나는 자볼의 창고에서 얻은 장갑을 꺼냈다.
『 흉내쟁이의 허름한 장갑(레어) 』
– 효과 : 레어 등급 이하의 스킬을 완벽하게 따라합니다.
– 내구도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닳아서 떨어지기 일보 직전의 아이템이다. 나는 유니콘의 피를 꺼내서 한 방울 뿌렸다.
이제 진짜 얼마 안 남았다. 잘해야 두 방울 남았을까.
‘아깝기는 하지만.’
신태양에게서 배워갈 수 있는 유용한 스킬을 위해서라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었 다.
토옥.
붉은 유니콘의 피가 장갑에 스며들었다. 옅은 빛과 함께 장갑은 깔끔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 흉내쟁이의 완성된 장갑(레어) 』
효과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걸로 내구도 걱정은 끝이다.
“준비 끝났어? 그러면 보여줄게.”
신아람이 앞으로 나서서 보법을 시범 보였다. 그녀가 나아가는 길이 환하게 밝아지더니 다음 순간, 나와의 거리가 크게 벌어졌다.
‘확실히 좋다.’
내가 가진 일반 보법을 한 단계 뛰어 넘은 형태. 신태양이 만들어낸 독자적인 움직임이 깃들어 있다.
신속하고 화려할 뿐만 아니라, 효율성까지 갖추고 있다.
“어때?”
“좋네요. 저도 한 번 해볼게요.”
나는 곧바로 신아람의 움직임을 따라했다.
『 스킬 ‘통찰 Lv.11’을 발휘합니다. 』
머릿 속에 새겨진 움직임을 복사하여 그대로 행동에 옮긴다.
태양의 발걸음은 단순히 몸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마력까지 운용하는 기술. 기초 능력 스킬 덕분에 동작은 비슷하게 따라할 수 있어도 세세한 마력까지 조절하는 건 역시 어렵다.
하지만 지금 나는 흉내쟁이의 장갑을 끼고 있다.
『 장갑의 효과로 레어 스킬 ‘태양의 발걸음’을 복사합니다. 』
신아람이 보여 주었던 보법이, 내 발 끝에서 정확하게 재현된다. 구태여 의식하지 않아도 발과 몸이 자연스럽게 움직인다.
원래대로라면 스킬을 흉내내는 것으로 이 아이템의 효과는 끝이다. 똑같이 따라한다는 것이 무언가를 체득한단 의미는 아니었으니까.
흉내는 흉내일 뿐이다.
그러나, 그것이 10만배에 달하는 경험으로 치환된다면.
『 스킬 ‘기초 능력 Lv.11’의 추가효과가 적용됩니다. 』
『 레어 스킬 습득 확률이 올라갑니다. 』
단순한 흉내에 불과했던 행위도 의미를 가지게 된다.
『 스킬을 전수 받았는데 성공하셨습니다. 』
『 레어 스킬 ‘태양의 발걸음 Lv.1’을 획득합니다. 』
스스스······.
내가 지나온 길 위로 따스한 빛이 은은하게 퍼져나간다. 어느새 나는 신아람의 옆에 있었다.
“어? 됐다! 와, 축하해!”
신아람은 마치 자신의 일인양 기뻐했다. 물론 나는 여기에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이번에는 대검을 들고 태양의 발걸음을 사용했다. 한 번 스킬로 체득 된 기술은 의식하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다.
『 스킬 ‘태양의 발걸음 Lv.2’를 획득 합니다. 』
『 스킬 ‘태양의 발걸음 Lv.3’을 획득 합니다. 』
“어?”
일반적으로 의미 있는 경험이 아니라면, 경험치를 축적하기 힘들지만.
‘스킬의 전수자가 옆에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다.’
보법을 사용할 때마다 막대한 스킬 경험치가 쏟아진다. 그에 따라 신아람의 눈동자도 커지기 시작했다.
『 스킬 ‘태양의 발걸음 Lv.10’을 획득 합니다. 』
『 추가효과 : 특수 상태(은신, 위장 등)에서도 기술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나는 스킬을 얻자마자 10레벨을 달성했다. 움직임 자체가 눈에 띄게 달라진다.
기존 보법은 단지 검을 들고 움직인다는 수준이었다면, 이건 아예 날아다니는 수준이다.
‘후우.’
다만, 마력을 소모하기에 계속해서 사용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어······.”
날 줄곧 쳐다보던 신아람이 눈만 간신히 깜빡거린다.
“어떻게 한거야······?”
상당히 놀란 모양.
미안하지만, 그녀의 기분을 고려할 시간이 없었다.
『 남은 시간 : 6일 』
남은 시간 안에 일자베기 12레벨에 도달하려면 쉴 틈이 없다. 시간이 모자라서 스킬을 못 배우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
“그러면 이번에는 검술을 보여주시죠.”
* * *
『 레어 스킬 ‘태양의 발걸음 Lv.11’을 획득합니다. 』
『 레어 스킬 ‘태양류 검술 Lv.11’을 획득합니다. 』
보법과 검술은 모두 11레벨.
신태양이 신아람에게 전수해 놓은 기술들이었다.
『 일반 스킬 ‘호흡 Lv.11’을 획득합니다. 』
『 추가 효과 : 전투 중 기력 유지력 15% 증가 』
신아람한테서도 스킬 하나를 뜯어냈다.
‘검성이 와야, 다른 스킬도 배울텐데.’
문제는 신태양 이 놈이 얼굴을 비출 생각을 안한다는 것.
『 일자베기 Lv.11 [ 14% ] 』
그래도 성과는 있었다.
신태양의 말대로 보법과 검술을 익히니, 일자베기의 경험치가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흘 동안 죽어라 휘두른 게 이 정도였다.
이 계산대로라면 한 달은 있어야 12레벨 달성이 가능하다.
‘젠장, 신태양이 근처에 있어야 경험치가 팍팍 오르는데.’
확실히 전수자가 근처에 있고 없고의 차이가 심하다.
그래도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아, 우리 고객님! 어서 오십쇼! 내 은인이자 하나 밖에 없는 형제. 이지한씨!”
틈틈이 거점에 들러서 김상욱에게서 정보를 캐냈다. 몸에 보석을 잔뜩 두른 김상욱은 거점에 집까지 구해선 떵떵거리고 있었다.
“오늘은 뭐가 궁금하신가?”
당장 배신자의 재산을 몰수해야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렸지만, 나는 정보를 알아낼 수 있으면 그만이다.
김상욱은 두 팔 벌려 나를 환영했고, 나는 뽑아낼 정보를 전부 뽑아냈다.
‘부족했던 정보를 이렇게 메꿀 수 있을 줄이야.’
미래로 오고 나서 가장 만족하는 부분이었다.
나는 아직 11레벨을 달성하지 못한 스킬들의 레벨도 올리기 위해서 수련을 지속했다.
그렇게 다시 하루가 지났다.
슬슬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 찰나.
신태양이 모습을 드러냈다.
“으하하! 다들 잘 지냈나? 수련은 많이했고? 내 사랑스런 제자들아. 내가 무슨 일을 하고 왔는지 알면 둘 다 놀라서 기절할 거다.”
“스승님······.”
신아람은 퀭한 눈으로 스승을 맞이했다. 그녀는 그간 놀라는 일이 너무 많아서 지칠대로 지친 상태였다.
“엥, 너 얼굴이 왜 그러냐? 설마 후배가 괴롭혔냐?”
“아뇨, 그건 아니에요! 근데, 어디서부터 설명을 드려야할지.”
검집을 뽑아드는 검성을 신아람이 막아섰다.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그 시작은 한가득 쌓인 금화와 보석들이다.
“호오.”
흥미로운 표정을 한 신태양이 수염이 난 턱을 매만졌다. 신아람은 그간 있었던 일을 전부 보고 했다.
그리 큰 일은 없었다.
줄창 수련만 했거든.
“그리고 요리를 너무 잘하는거에요! 진짜 드셔봐야해요!”
“정말로?”
의외라는 듯 나를 바라본다. 여기서 요리를 하다보니 요리 레벨이 11에 도달했다. 이제는 내가 만든 음식에 1%의 능력치 추가 옵션이 붙는다. 맛이 한 단계 진화했음은 당연한 거고.
신아람이 텐트에서 가지고 나온 수프를 맛보는 신태양의 눈이 커졌다. 순식간에 수프 네 그릇을 비운 신태양이 말했다.
“너, 왜 여기서 검 배우고 있냐. 빨리 짐싸서 음식점 차려라.”
하여간, 신태양이 오면서부터 내 일자베기 수련에 박차가 가해졌다.
『 스킬 ‘타격 내성 Lv.11’을 획득합니다. 』
『 추가효과 : 타격 데미지의 10%를 즉시 회복합니다. 』
방식은 지난번과 같았다.
대련이란 명목하에 후드려 맞았다.
“야, 숨 쉬어! 안 그러면 죽는다? 그러고보니 숨 쉬는 거 하니까 떠오르는데, 내가 호흡의 마족을 상대할 때 이야기인데 말이야······.”
『 레어 스킬 ‘태양류 호흡법 Lv.10’을 획득합니다. 』
『 소모되는 기력과 마력이 10% 감소합니다. 』
“하여간 맞을 때도 꾸준히 숨을 마셔줘야 한다 이 말이지. 알겠나?”
신태양 말에 따르면 이걸 꾸준히 하면 마력 관련 스킬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솔직히 쳐맞느라 기억에 잘 안남는다.
이틀째 되는 날.
내가 미래에 있을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오오, 솔직히 걱정했었는데. 이렇게까지 빠르게 성장할 줄이야. 대단하구나 제자야! 이거 스승으로서 눈물이 앞을 가리는 것 같네. 이야, 대단해. 정말.”
『 스킬 ‘일자베기 Lv.12’를 획득합니다. 』
끝까지 버텨내면서 검을 휘두른 결과.
일자베기의 레벨이 올랐다.
뒤지게 쳐맞으면서 휘두르다보니 어떻게든 되더라. 덕분에 이것저것 스킬 레벨이 오르기는 했으니 수련 효과는 제대로였다.
검성도 내 성장을 알아 본 모양이었다.
“오, 좋아. 마지막 미션이다.”
바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신태양이 씩 웃었다.
“나한테 일자베기를 날려라. 그간 두드려 맞느라 고생했을 거 아니냐. 뭐, 앞으로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검성은 두 팔을 벌렸다. 다 헤진 검은 도복 사이로 탄탄한 근육이 드러나 있다.
“괜찮겠습니까?”
“물론이지. 날 뭘로보냐. 네 공격은 호신강기까지 갈 것도 없다. 적당히 마력을 두르기만해도 충분히 막지. 네 검이 닿는 일은 없을 거다.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마.”
신태양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휘두릅니다?”
이제 돌아갈 때가 되었다.
진짜 오지게 두들겨 맞았다.
강해지게 해준 건 인정하지만, 이 놈은 적당히를 모른다.
이 울분을 담아서 힘껏 치자.
『 스킬 ‘일자베기 Lv.12’를 발휘합니다. 』
『 해당 스킬의 추가 효과가 발휘됩니다. 』
베어내린 공간이 갈라지듯 찢어진다.
『 Lv.12 추가효과 : 마력 무시 』
『 대상의 마력을 무시합니다. 』
상상도 못한 거대한 충격이 검성 신태양을 덮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