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63
63화 마력의 샘(3)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송정호. 그는 목이 타는지 식혜를 벌컥벌컥 마시더니, 입가를 슥 훔쳐냈다.
“이거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밖으로 나가지.”
서클을 생성하는 걸로 끝이 아니다. 아직 고유 서클의 생성 단계가 남아 있었다.
“뭐야, 나보다 더 대단한 거에요?”
진세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완전히 말이 안되는 상황은 아니었다.
대마법사 김민수나 최후의 1인이었던 천성호였다면 일반 스킬인 서클 생성 스킬은 가볍게 마스터 했을 거다.
어쨌든 나와 진세아는 송정호를 따라 찜질방을 나왔다. 그렇게 향한 곳은 어느 한적한 공원.
어둑해진 밤 하늘 아래.
“내가 꽤 여러 놈들을 가르치고 또 많이 봐왔는데 너 같은 놈은 처음이다.”
송정호는 헤진 벙거지 모자를 고쳐 쓰더니 팔짱을 꼈다.
“지금 등급이 어떻게 된다고 그랬지?”
“C등급입니다.”
정확히는 C등급 상위. 60레벨이니 B등급이나 마찬가지지만. 특성 무재조정의 효과로 레벨업이 제한되어 있는 상태였다.
“본인의 재능에 대해선 알고 있는 건가? 그게 중요하거든.”
자신의 재능을 알고 있는가.
“대강 알고 있습니다.”
그 말에 송정호가 눈썹을 일그러뜨렸다.
“대강? 그걸론 부족해. 내가 확실히 알려주지. 두 사람 다 S급 헌터가 될 거다. 대한민국에서 노는 수준이 아니라 세계에서 먹힐 헌터.”
자신감에 차서 말하는 송정호.
그의 보는 눈은 실제로 정확하다. 나는 그렇다쳐도 내 옆의 진세아만해도 멸망한 세계에서도 살아남는 SSS급 헌터가 되니.
진세아는 실실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에이, 그건 너무 간 것 같은데요. 아저씨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당연히 알지. S급 헌터인데. 그리고 내 눈은 정확해.”
“예?”
못 믿겠다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진세아. 나는 간단히 대답했다.
“진짜에요?”
“진짜.”
“······.”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말이 안되는 이야기이긴 하다. 허름한 행색의 중년 남성이 S급 헌터라니.
송정호는 그런 진세아를 보며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
“두 사람 다 기본적인 서클 생성에 성공했으니 다음으로 고유 서클 생성에 대해 알려 주지.”
그는 마력으로 바닥에 푸른 원을 그려내더니, 그 안에서 다시금 서클을 불러왔다. 정신 없이 그의 주변을 돌아다니는 구체들.
스스스······.
찜질방에선 드러나지 않았던 그의 마력이 발산되며 흩어졌다. 주변의 나뭇잎이 흔들리고, 옅은 돌풍이 나와 진세아를 스치고 지나갔다.
“지, 진짠가보네.”
당황한 표정의 진세아가 침을 꿀꺽 삼켰다.
“봤지? 방금과 같은 느낌으로 고유 서클을 만들면 된다. 이 뒤로 마력을 사용하는 방향에 따라 서클의 성질도 변화 할 거다. 이걸로 설명은 끝.”
송정호는 모자를 고쳐쓰고선 자신이 그려둔 원 안에서 벗어났다.
“둘 다 충분한 재능이 있으니. 더 이상 자세히 설명해도 입만 아프겠지.”
그러고서는 미련 없이 돌아서려는 송정호.
‘아니, 전혀 모르겠는데.’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진세아처럼 진짜 천재가 아니다. 이건 너무 설명이 생략 됐다.
나는 급하게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송정호가 귀찮다는 듯 돌아봤다.
“왜. 감사 인사는 됐어.”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좀 더 봐주면 안됩니까?”
“뭘, 봐달라는 거야?”
순간 뒤쪽에서 푸른 빛이 휘몰아쳤다.
“오, 진짜 되네! 대박!”
그 사이에 고유 서클 생성에 성공한 진세아. 송정호는 흘깃 진세아를 쳐다보더니,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학생도 어서 가서 해 봐.”
* * *
되기는 됐다.
『 동료 진세아로부터 스킬을 전수 받습니다. 』
『 레어 스킬 ‘고유 서클 생성 Lv.1’을 획득합니다. 』
약 세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원 안에서 씨름한 결과 나는 고유 서클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드디어 됐다.”
나는 살짝 감격했다. 고유 서클을 만드는 건 일반 서클을 만드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어려움이었다.
도중에 오르티마의 재능 획득 물약의 효과도 사라지면서 스킬 습득이 미궁으로 빠질 뻔 했는데.
다행히 진세아가 있었다. 고유 서클 생성은 전수가 가능한 스킬. 굳이 송정호가 아니어도 진세아에게 배우면 해결 되는 일이었다.
“해, 해냈다. 드디어 해방이다!”
나를 가르치느라 지친 진세아가 연신 만세를 불렀다. 녀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그 아저씨 틀림 없이 사기꾼이야. 이렇게 간단한 걸 세 시간 동안 하는 사람이 천재일 리가 없지.”
“······.”
사실 세 시간만에 성공한 것도 내게는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어쨌든 드디어 손에 넣었다.
나는 다시금 고유 서클을 불러왔다. 조금은 각진 마력의 구체 하나가 내 주변을 빙글 빙글 돈다.
심장에서 벗어나 고유의 궤적을 공전하고 있다.
압도적인 양의 스킬 경험치가 내게로 흘러들어왔다. 구체는 더욱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푸른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 스킬 ‘고유 서클 생성 Lv.1’을 획득합니다. 』
『 스킬 ‘고유 서클 생성 Lv.2’를 획득합니다. 』
..
.
『 스킬 ‘고유 서클 생성 Lv.10’을 획득합니다. 』
『 마력양 100% 증가, 마나 회복량 50% 증가, 마력의 용법에 따른 특수 효과 획득 』
몸을 가득 채우는 신선한 마력이 느껴진다. 송정호의 말대로 마력의 샘이라고 불릴만한 효과였다.
‘레어 스킬 수준이 아닌데.’
내가 가진 ‘자연회복 Lv.11’과 합쳐지니 마력이 차오르는 속도가 남달랐다. 이런 느낌이라면 지속적인 전투도 부담되지 않는다.
“넌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나는 진세아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가출한 것 같은데 그냥 놔둘 수는 없다.
“집에 가야죠, 뭐.”
집에 갈 생각 전혀 없어보이는 말투.
진세아의 사정은 이렇다. 녀석의 아버지인 하이텍트 사의 회장은 진세아가 영웅이 되길 원하지 않는단다.
‘빌런들에게 노출 되는 영웅은 헌터보다 위험하니까.’
실제로 사고율도 훨씬 높았다. 마수를 사냥하는 것과 범죄자와 전투를 벌이는 건 다르니.
그런 이유로 차라리 헌터가 되라고 진세아를 은빛의 날개 채용 시험에 꽂아 넣은 거였단다.
‘근데 그 채용 시험에서도 문제가 터졌다는 건가.’
백묵 밑에서 던전을 돌던 것도 진세아가 집안 몰래 한 일이었다. 백묵은 진세아의 신분을 알았을 것 같은데.
그걸 알고 던전에 집어 넣는 백묵이 제일 미친 놈 같다.
‘내가 하이텍트 회장을 설득하는 건 불가능하고.’
세계가 멸망할 거니, 댁의 딸은 지금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따위의 말을 믿어줄 리가 만무하다.
‘이럴 땐 지인 찬스를 쓰자.’
나는 스마트폰에 저장된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윤서현이었다.
– 여보세요?
“잠깐 제가 말해주는 주소로 나올 수 있으십니까?”
– 저기요, 저도 제 생활이 있거든요······.
안되려나. 당분간이라도 진세아를 보호해주면 좋을텐데. 단념하려던 순간이었다.
– 그······. 대신 다음에 제가 원할 때 한 번 도와줘요.
그거야 어렵지 않다.
“좋습니다.”
잠시후, 공간이 일렁이더니 윤서현이 나타났다. 볼 때마다 느끼지만 참 사기적인 능력이다.
“응? 세아?”
“서현 언니!”
진세아가 반갑다는 듯 윤서현에게 달려갔다. 둘은 지난번 채용 시험 때 봤었는데, 그 사이에 친해진 것 같다.
단순히 진세아를 맡기려고 부른 건 아니다.
나는 두 사람을 향해서 말했다.
“공략해야 할 던전이 하나 있습니다. 두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데. 도와줄 수 있겠습니까?”
공간이동과 도둑.
이 두 가지가 있으면 못할 게 없거든.
* * *
다음날 아침.
집 근처 공원가 집합 장소였다. 나는 그곳에 미리 나와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스마트폰의 화면에 떠오른 기사의 스크롤을 쓱쓱 올렸다.
‘벌써 기사가 나왔나.’
어제 처리한 빌런 조직 환령에 대한 기사가 벌써 나와 있었다.
‘빠른데.’
바로 어제 있었던 일인데, 오늘 포털 사이트가 환령에 대한 기사로 전부 도배가 되어 있었다.
– 범죄 빌런 조직 ‘환령’의 피해자들 기적적 구출
– 하룻밤 사이 빌런 조직 소멸, 수수께끼 집단의 자력 구제?
– 조직 간의 항쟁으로 추측
– 영웅 협회도 못한 일을 해낸······.
환령에서 살아나온 사람들이 곧장 영웅 협회와 경찰서로 향했던 모양.
인터넷에서도 아주 난리였다.
미래에 환령이 저지를 범죄에 비교하면 하룻밤의 화젯거리에 불과하겠지만.
놈들은 정부와 영웅 협회가 끝까지 뿌리 뽑지 못했던 놈들이니.
‘나중에는 마족이 뒤를 봐주고 있었을 정도니 영웅 협회에서도 잡기 힘든 게 당연했지.’
한결 홀가분해진 기분이었다.
‘이제 프로젝트 메이저 게이트를 저지하는데에 집중할 수 있겠어.’
나는 방어구로 변해 있는 오르티마를 살폈다. 이전에 쓰던 것 그대로다.
‘김건에게 맡겼던 방어구가 완성 됐으면 좋았을텐데.’
어제 맡겼던 방어구가 하루만에 뚝딱 나올 리가 없었다.
‘그러고보니 이것도 레벨업이 다시 되려나.’
오르티마가 먹은 아이템은 레벨이 생기는데, 그게 성장형 아이템에도 적용 되려나.
아이템 정보를 살피는 와중이었다.
“와, 오빠. 일찍 나왔네요. 서현 언니의 언니가 은빛의 날개 윤지은 헌터님인 거 알고 있었어요?”
진세아가 윤서현과 함께 공원에 도착했다. 진세아는 윤서현 헌터의 집에서 하룻밤 묵었다.
던전을 공략할 거라고 미리 이야기 해뒀기에 둘 다 움직이기 편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마침 오늘은 휴일이었다. 윤서현도 협회에 나가지 않는 날이었다. 들뜬 진세아와 달리 윤서현은 조금 미심쩍은 표정이었다.
“진짜 괜찮은 거 맞죠? 생각해보면 지한씨랑 같이 공략했던 게이트 모두······.”
“모두 어땠는데요?”
“죽을 뻔했지.”
틀린 말은 아니다. 이번 게이트도 완전 편할 거라고는 장담 못한다.
나는 미소로 얼버무렸다.
“일단 가시죠.”
“뭐, 던전에 대한 정보는 확인 했으니까.”
윤서현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스킬을 발휘했다.
『 동료 윤서현이 스킬 ‘공간이동 Lv.4’를 발휘합니다. 』
주변의 풍경이 일그러지며, 딛고 있던 땅의 모습이 변했다. 공원의 하얀 타일에서 잡초 돋은 회색 바닥으로.
“와, 놀이동산인데······. 망한 곳이었네.”
주변을 둘러보던 진세아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경영난을 이유로 오래전 폐쇄된 놀이동산이다.
방치되어 녹슨 롤러코스터와 낡은 회전목마. 저 멀리 대관람차도 보인다만.
어쩐지 음산한 기분마저 느껴진다.
“이쪽입니다.”
내 앞에 기묘한 형상을 한 철문이 보인다. 여기가 오늘 공략할 장소다.
“세 명이서 공략할 수 있는 거 맞죠?”
“아시다시피 여긴 D급 던전입니다. 저랑 윤서현씨가 B급이고, 세아가 D급이니 인원 수도 맞고요.”
일반적으로 D등급 던전을 공략하는 데 필요한 인원은 D등급 다섯 명. 한 단계 높은 C급은 2명, B급은 3명으로 계산한다.
“등록도 끝 마쳐놨습니다.”
백묵의 비서를 통해서 잡아 놓은 던전이다.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건 그런데······. 왠지 평범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아마 그 느낌이 맞을 거다.
미래에서 얻어 온 정보에 의하면 이 던전에는 최하위 마족이 둘이나 있다.
‘그 이유는 내부에 존재하는 마도공학 핵.’
‘프로젝트:메이저 게이트’의 예비 부품이 여기에 있다. 물론 예비 부품들은 세계 곳곳에 퍼져 있기에 여기 하나를 턴다고 달라지는 건 크게 없지만.
‘발전의 마족의 연구소로 향하는 열쇠가 여기에 있으니 꼭 공략해야 하는 장소다.’
발전의 마족은 메이저 게이트를 책임지는 하위 마족. 녀석을 처치하는 걸로 프로젝트의 완전 저지가 성립한다.
마족들의 목표를 저지하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내 레벨업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일이었다.
“그러면 들어갈까요.”
끼이익, 쿠웅.
육중한 철문이 큰 소음과 함께 열렸다. 나는 그 안으로 발을 내딛었다. 그 뒤를 진세아와 윤서현이 따라온다.
“레벨업 잔뜩해야지.”
“이번에는 별 일 없기를······.”
게이트를 넘어가자 놀이동산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 시야에 들어왔다.
쏟아질 듯한 은하수가 흐르는 밤하늘. 거대한 세 개의 달. 넓게 펼쳐진 평원.
달빛 덕에 밤이지만 전혀 어둡지 않다.
감탄을 내뱉는 두 사람. 나는 그들의 앞으로 나섰다.
“딱 보니, 저 멀리에 있는 탑까지만 가면 될 것 같네요.”
평원의 끄트머리에 높게 솟은 탑. 저기가 우리의 목적지다.
“공간이동을 다시 쓰려면 30분은 기다려야 해요.”
“문제 없습니다.”
그 정도야 기다리면 되는 일이다.
* * *
탑의 꼭대기 층.
두 마족이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쥐새끼가 들어 온 모양이네.”
“거참 이상하군.”
중독의 마족과 부동의 마족이었다. 그 둘은 최하위 마족이었다.
그들이 있는 방 한가운데에 놓여진 궤짝 하나. 그곳에선 마기의 연기가 끊임 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것을 지키는 게 그들의 임무였다. 뿔 하나가 길게 난 부동의 마족이 미간을 찌푸렸다.
“여긴 마기와 마력을 최대한 억제한 던전인데, 어떻게 알고 들어 온 거지?”
“내가 말했잖아. 위치가 안좋다니깐. 어쨌든 잘 됐어. 심심하던 찰나에 가지고 놀거리가 생겼네. 내가 갔다 온다.”
중독의 마족은 낄낄대더니 창밖으로 뛰쳐나가 버렸다.
“쯧.”
부동의 마족은 혀를 찼다. 하등 종족만 보면 괴롭히고 싶어서 안달난 놈.
‘우리 임무는 봉인된 궤짝을 지키는 건데 말이야.’
바로 며칠 전 권속을 하나 잃어 놓고서도 저 모양이다. 어쨌든 부동의 마족 자신은 이곳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었다.
‘발전의 마족의 명령을 무시할 순 없지.’
그는 최하위인 자신들보다 높은 하위 마족이다. 특히나 이번 침략에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만큼, 발전의 마족이 앞으로 마계에서 차지할 위치는 정해져 있었다.
‘줄을 잘 선다는 게 이런 거겠지.’
최하위 마족으로 태어난 이상, 결국 누구의 뒤에 서느냐가 전부였다.
부동의 마족은 자신의 판단에 만족하며 뒤돌아섰다.
그 순간이었다.
우우웅.
방 안의 공간이 부자연스럽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부동의 마족은 잠깐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
일그러진 공간에서 갑자기 세 명의 인간이 나타났다. 두 명의 여성과 한 명의 남성. 던전 내부로 들어왔던 인간들이었다.
“뭐, 뭐야?”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여긴 탑의 최상층이다. 이곳에 도달하려면 치명적인 함정과 난폭한 마수들을 거쳐야만 했다.
그런데 그걸 무시하고 단번에 여기까지 오다니?
깊이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뭐긴, 니 무덤이지.”
당황한 부동의 마족을 향해, 무식하게 큰 대검을 든 남자가 달려들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