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67
67화 합동 공략(1)
지극히 평범한 얼굴.
잘 생기지도, 못 생기지도 그렇다고 특징적이지도 않은 생김새.
그러나 나는 그 얼굴을 잊을 수 없었다.
‘대마법사 김민수.’
최후의 5인 중 하나.
그는 피난민과 함께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인물이었다. 리더 천성호, 성녀 채아연과 같이 인류의 생존을 위해 발버둥친 영웅······.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김민수는 배신자다.’
인과역전 물약의 효과로 미래에 갔다가 돌아오던 때에 나는 내 최후의 순간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었다.
유일한 회귀 포탈로 내가 빨려들어가는 순간 김민수는 분명히 웃고 있었다. 그의 손에 남아 있던 검은 기운이 기억에 선명하다.
보호막을 해제하고, 마력 포탄의 침입을 허용한 것도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대체 왜?’
그가 인류를 배신한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뭐, 일개 피난민 신분이었던 내가 영웅들의 사정을 낱낱히 알 수는 없는 법이지만.
‘배신의 시기는 언제부터였던거지?’
만약 처음부터 김민수가 마족의 끄나풀이었다면······.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몸서리가 쳐진다. 나는 김민수를 바라봤다.
내 시선을 느낀 김민수의 시선이 나와 맞부딪혔다.
그러나 잠시뿐이었다.
이내 관심을 돌린 김민수는 자신의 길드원들을 향해 무어라 설명하기 시작했다.
‘지금 김민수는 오성 길드의 길드장이다.’
대한민국 3대 길드 수호, 은날, 오성.
오성은 현재 길드 순위는 3위지만 대기업 오성의 자본력을 뒤에 엎은 탄탄한 길드였다. 그곳의 길드장이 김민수다.
‘당장은 천천히 살피는 수밖에.’
그가 배신자라고 해도 그걸 증명할 증거가 없다. 그저 동향을 살필 뿐이다. 어쨌든 주의할 필요는 있었다.
“저기, 은빛의 날개가 있네요!”
진세아가 가리킨 방향, 흰 천막 아래에 은날의 길드원들이 모여 있었다. 은날 부길드장 윤지은과 긴장한 표정의 신아람도 보인다.
“우리는 저기로 갈거야.”
“엥, 은날이 아니라요?”
“너는 은날로 가도 돼.”
은빛의 날개 밑에 있으면 자유로운 활동이 불가능하다. 대형 길드일수록 체계가 잡혀 있어 위쪽의 명령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행동하기가 어렵거든.
“으음······.”
잠시 고민하던 진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오빠 따라갈래요.”
녀석의 직감은 그런 답을 내놓은 것 같다.
‘그건 그렇고 여러 길드들이 많이 왔네.’
갑작스런 고위험 게이트 출현. 시내에 발생한 일인만큼 언론의 주목도는 높았다.
안전선 바깥에서는 연신 플래쉬 세례가 터져나왔고, 허가를 받은 기자들이 내부를 돌아다니고 있다.
때문에 이번 공략에 참여하는 길드의 수가 꽤 많았다.
‘어림잡아 서른 길드는 되겠는데.’
어떻게든 한 숟가락 얹어 보겠다는 심산이지만, 결과적으로 나쁘지 않다. 게이트 공략에 참가하는 길드 수가 많을수록 공략 성공률은 올라가니까.
나는 여러 천막을 지나쳐, 삼각형의 심볼이 새겨진 곳을 찾아갔다. 보라색 천막이었다.
“어? 여긴 백묵 아저씨네 길드?”
심볼을 알아 본 진세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보 길드 호라이즌.
임시 천막 아래 장발의 여성이 나를 먼저 알아봤다.
“이지한 헌터님이시군요. 백묵님의 비서 박정현입니다. 전화로만 이야기를 나눴었는데, 직접 뵙게 될 줄이야.”
나는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백묵님은 해외에서 일정에 차질이 생기셔서 귀환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그런가요, 그러면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물론이죠. 백묵님께서 이지한씨의 편의를 최대한 봐달라고 하셨거든요.”
다른 길드의 눈치를 보지 않고 움직여야 하니,
호라이즌의 이름만 빌려서 공략에 들어갈 생각이다.
* * *
“현재 협회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게이트 등급은 A입니다. 내부는 숲이지만 세 갈래로 나뉘어져 있어 총 세 개의 길드를 필두로 공략이 진행 될 예정이고요.”
나와 진세아에게 배지를 나눠준 박정현은 덤덤히 게이트 정보를 브리핑했다. 차가운 목소리와 눈빛이지만 어쩐지 친절함이 느껴진다.
“세 개의 길드라면······.”
“맞습니다. 수호, 은날, 오성입니다.”
“A등급 게이트라고 판정이 났으니, S급 헌터들이 직접 움직이지는 않겠군요.”
일반적으로 A등급 게이트 공략에는 S급 헌터가 참가하지 않는다. 공략 도중 더 높은 등급의 게이트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첫번째 이유다.
현시점 존재하는 최대 난이도의 게이트는 S급.
최상위 게이트 공략을 대체할 인력은 전무하니까. 다른 이유는 길드 간의 견제와 후임 헌터 양성과 같은 이유가 차지하고 있다.
“해서 수호 길드는 ‘신태양’을 필두로, 은날 길드는 ‘신아람’을 필두로 공략에 나설 예정이라고 합니다. 오성은 아직입니다. 오성에서 리더를 정하는대로 게이트 공략이 시작될 거구요.”
신태양은 그렇다고쳐도, 신아람은 은날에 들어간지 하루가 막 지났을텐데. 그만큼 신아람의 실력이 믿을만하단 거겠지.
박정현의 설명을 듣던 진세아가 나를 쳐다봤다.
“신태양이면 그때 그 사람 맞죠? 그 재수 없는 느끼남.”
“맞아.”
“그러고보니까 오빠는 신태양 그 사람이랑 어떻게 알아요? 스승이라고 부르던데······. 진짜에요?”
“그 녀석이 멋대로 부르는 거야. 말하자면 복잡해.”
나는 호라이즌 길드의 배지를 가슴팍에 달고선,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슬슬 올 때가 됐는데.
“여기 호라이즌 길드 맞습니까······?”
“잘 찾아 왔군.”
김상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폭발에 휘말렸다 그랬나. 옷이 엉망이었다. 나는 그에게 호라이즌 길드의 배지를 건넸다.
“우리는 호라이즌 길드의 이름을 걸고 들어간다.”
“들어간다고요?!”
김상욱의 얼굴이 하얘졌다.
“지금 저기를 들어간다고 하시는······! 커헉.”
“잠시 이야기 좀 나누지.”
발작하려는 김상욱을 조용히 천막 뒤쪽으로 끌고 갔다. 그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지금 저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셔서 그러는 겁니다.”
“조용히 말해. 듣는 사람 있을 수도 있다.”
내 말에 주변을 슬쩍 살핀 김상욱이 목소리를 낮췄다.
“기록의 마족이 폭주한 뒤로 최하위 마족들이 그 자리를 메꾸려는 탓에 난장판이라고요.”
“그러면 더더욱 잘 됐네.”
“네?”
나는 호라이즌 길드의 배지를 김상욱의 가슴팍에 달아줬다.
“전부 쓸어버릴 수 있는 기회겠어.”
“미, 미친 거 아닙니까? 상대는 마족이라고요, 마족.”
“그게 우리 적이잖아.”
다시 천막으로 돌아가는 나를 바라보며, 김상욱이 머리를 쥐어 뜯었다.
“아니, 진짜로 이거 미친 짓이라니까요······.”
그리 말하면서도 터덜터덜 걸어 나를 따라온다. 그렇게 천막으로 다시 돌아왔다. 의자에 앉아서 코코아를 홀짝이던 진세아가 눈을 가늘게 뜨고 김상욱을 쳐다봤다.
“그러면 이 수상하게 생긴 아저씨까지 합쳐서 저희 세 명이서 가는 거에요?”
“어이, 어린 친구야. 수상하다니. 나처럼 믿음직하게 생긴 사람이 어딨다고.”
“일단은 그렇지.”
때마침, 밖에 나가 있던 박정현이 돌아왔다.
“오성에서 리더가 정해졌습니다. 정도현이라는 오성 유망주입니다. 이지한씨 일행은 오성의 지원을 맡아주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모로 백묵 덕분에 활동하기 편해졌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크게 준비할 것도 없었다.
애초에 던전을 공략하려고 나왔던 거니까.
“그러면 공략 출발하죠.”
“와, 이런 대규모 공략은 처음이라 왠지 설레요.”
“저만 어떻게 봐주시면 안 됩니까?”
응, 안 된다.
* * *
공략 개시.
우리는 오성 길드의 뒤를 따라 게이트 내부로 들어갔다.
끝 없이 펼쳐진 울창한 숲.
‘생각보다 게이트 내부는 멀쩡한데.’
김상욱의 말에 따르면 보스방이 문제란다.
어쨌든 게이트 내부는 정확히 세 갈래 길로 나뉘어져 있었다. 편의상 루트 A,B,C로 부르기로 했다.
오성은 루트 A를 맡기로 했다.
“뭐를 기대하고 여기에 오셨을지는 대강 짐작이 갑니다만······. 여러분들이 하실 일은 크게 없을 겁니다.”
오성의 유망주 정도현이 지원 나온 길드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 공략에서 오성은 1순위로 보스를 공략할 겁니다. 그러니, 뒤쳐지는 길드가 있더라도 굳이 끌고 가지 않겠습니다.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빨리 후방으로 빠지던가 하세요.”
잘난 듯이 말하는 정도현. 그러나 거기에 토를 다는 인물은 없었다.
‘오성에서도 실력 좋기로 명성이 자자한 헌터니까.’
홍염 정도현.
그는 대마법사 김민수의 제자로 매스컴에도 자주 출현하고 이름이 많이 알려진 인물이다.
“와, 되게 재수 없네. 뭐에요? 저 사람?”
얘는 티비도 안 보나. 재수 없는 건 인정한다. 그러나, 정도현은 S급을 눈 앞에 둔 헌터다. 실력만큼은 확실하다.
특히 잠재력은 현시점 대한민국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
“뭐, 정도현 정도면 양반이지.”
뒤쪽에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은날은 왠 듣도보도 못한 신인을 데려다 놨던데.”
“신아람이던가? 수호 길드 신태양 따라하는 것도 아니고.”
“적어도 우리는 정도현만 따라가면 피 볼 일은 없겠어.”
사람들의 여론은 이러했다. 숲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는 무렵.
콰아아앙!
그리 멀지 않은 장소에서 붉은 폭발이 치솟아 올랐다. 지축을 울리는 강렬한 굉음. 오성을 따라 움직이던 사람들이 얼어붙었다.
“뭐, 뭐야?”
수백여 마리의 까마귀들이 일제히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저기 루트 C 아니야?”
“은날이 공략하는데잖아. 뭔 일 난 거 아니야? 내 그럴 줄 알았다.”
“저 정도로 강한 마수가 있다고?”
사람들은 수군대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그게 마수의 짓이 아니란 게 밝혀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콰아앙! 콰아앙!
연달아 터져나오는 폭발. 나무의 키를 아득히 뛰어 넘어 치솟는 흙먼지. 그것은 틀림 없이 목적지를 향해서 전진하고 있었다.
‘역시 신아람.’
자아를 통제할 수 있게 된 그녀는 동급에선 사실상 무적이나 다름 없다.
그녀의 활약은 전파 마법을 통해 오성이 있는 장소까지 금방 전해졌다. 앞서가던 정도현이 못 믿겠다는 듯 중얼거렸다.
“뭐······? 사고가 난 게 아니라 공략 중이라고? 무슨······.”
그러나 그가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루트B에 해당하는 숲에서 이변이 일어났다.
푸른 빛의 섬광이 고속으로 뻗어나갔다. 눈부신 은하수처럼 길게 늘어진 광휘. 예술적이기까지한 기예에 사람들의 눈은 순식간에 현혹 되었다.
“뭐······?”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곳으로 향한 순간.
동시에 숲 위에 새겨진 별빛 하나 하나가 강렬한 빛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폭죽놀이처럼 연달아 터져나가는 별빛의 무리.
그것은 숲에 난 길 전부를 헤짚고 지나가는 폭격이었다.
지켜보던 사람들 모두가 말을 잃었다. 도무지 사람이 보여주는 능력이라곤 생각되지 않는 기술이다.
지금까지 자신만만했던 정도현의 이마 위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뭐합니까, 빨리 버프 안 걸고!”
그리하여 수호, 은날, 오성 사이의 보이지 않는 대결이 시작되었다. 정도현은 마력을 쏟아부어가며 화염 기둥을 소환했다.
마수들을 재로 만드는 홍염의 기둥.
그런 대규모 마법을 난사하는데 버텨낼만한 마수들은 없어보였다.
우리는 그 뒤를 따라가기만 하면 됐다.
“뭐야, 이럴 거면 안 따라왔죠.”
진세아가 시시하다는 듯 말했다.
“그래요, 친구가 말 한 번 잘 꺼냈네. 이런 별 거 없는 게이트 그냥 빨리 돌아갑시다.”
김상욱은 정말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걸 보던 진세아가 킥킥댔다.
“아저씨가 잘 모르시네. 이 오빠 한 번 꽂히면 다른 사람 말 절대 안 듣거든요. 근데 또 그게 말이 되니까 문젠데······.”
그런 잡담을 하며 나아갈 수 있을 정도로 공략은 순조로웠다.
앞서가는 정도현만 빼고.
은날과 수호 길드를 따라잡기 위해 무리하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허억, 허억······. 포션.”
땀이 비오듯 쏟아지는 게 보였다. 그런 그를 보조하는 길드원들이 버프와 포션을 제공하고 있었지만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대규모 마법을 너무 난사했어. 마력 고갈 증세가 심해졌을텐데.’
어쩐지 김상욱도 조금 초조한 표정으로 불평했다.
“거 참. 말은 그럴싸하게 해놓고, 벌써 지치면 어쩌자는 건지. 보스가 있는 장소로 갈수록 마수들이 강해질 겁니다. 의식 실패 때문에 마계에서 온갖 마수들이 튀어나오고 있을 거라고요.”
“저기 가서 말해주지 그래.”
“그건 좀······.”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 그랬던가. 앞서가던 수색꾼 헌터 하나가 소리쳤다.
“뭔가 날아옵니다!”
쿠웅!
어디선가 날아 온 바위 덩어리가 우리의 앞에 떨어졌다. 충격파와 함께 흙먼지가 50명 가량의 사람들을 뒤덮었다.
“퉤, 퉤. 아놔.”
입에 들어간 흙과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던 진세아가 상대를 확인하고선 눈을 반짝였다.
“설마 골렘?”
서서히 몸을 일으킨 놈은 온 몸이 바위로 이뤄져 있는 거인이었다. 그 몸 군데군데에는 영롱한 빛을 내는 마정석이 박혀 있었다.
근데 골렘과는 뭔가 다른데.
김상욱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괴암종 그롤······.”
네임드 마수였다.
괴암종은 몸 자체가 바위인 종족.
화염 속성의 정도현과는 상성이 안 좋다.
“그래, 슬슬 질릴 참이었는데 이 정도는 나와줘야지.”
땀을 뻘뻘 흘리며 씩 웃는 정도현.
어쩐지 허세처럼 밖에는 안보였다.
콰아아앙!
거대한 불길이 괴암종 그롤의 위로 떨어졌다. 하늘 높이 올라가는 불꽃의 기둥. 그 위력만큼은 확실해 보였으나.
쿠웅, 쿠웅!
그롤은 화염 기둥을 뚫고 두 걸음만에 정도현에게로 다가갔다. 놈의 손에 쥐어진 돌망치가 정도현을 강타했다.
콰아앙!
굉음과 함께 무언가가 엄청난 속도로 머리 위를 지나갔다. 사람들의 시선이 뒤를 향했다.
“크허억······.”
날아간 건 정도현이었다. 바닥을 수십 차례 구르고나서야 멈춰선 그는 추욱 늘어졌다. 각종 보호마법과 버프를 받았음에도 기절할 정도의 충격.
동요한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 동요가 혼란으로 이어질 뻔한 가운데.
“다, 다들 진정하십쇼! 일단 대열을 갖춰야 합니다!”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숲 전체로 울려 퍼졌다. 오성 길드의 다른 헌터가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그래, 마법사들 캐스팅 준비해!”
“장벽 마법부터 빨리!”
덕분에 사람들은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진정 스킬인가.’
과연 상위 길드의 공략대답다. 후방에 있던 헌터들이 정도현의 상태를 살피러 달려가고, 탱커 스킬을 가진 헌터들은 전방으로 나아갔다.
카앙! 카앙!
헌터들의 칼날이 그롤에게 부딪혔지만, 작은 먼지만 만들어낼 뿐 데미지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크아악!”
오히려 그롤이 망치를 휘두르자, 전방에서 주의를 끌던 탱커들이 우수수 떨어져나갔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김상욱이 낮은 목소리로 읊조렸다.
“그롤 저 놈, 힘은 그렇다쳐도 진짜 무서운 건 방어력입니다. 날붙이 면역이라고요. 타격계 공격이 아니면 통하지도 않습니다.”
“헐, 그러면 어떻게 해요?”
“도망 가야하지 않을까?”
내 눈치를 보는 김상욱.
그도 나름 A급 헌터일텐데.
그렇게까지 겁먹는 걸 보면 상대하기 까다롭단 의미였다. 그리고 저 너머엔 저 놈 같은 괴물이 한참이나 더 있을테고.
“파이어볼!”
“마력 탄환 갑니다!”
“매직 애로우!”
후열에 있던 딜러들이 마법과 함께 소리쳤다.
포물선을 그리며 그롤을 향해 떨어지는 마법 세례.
콰광! 콰앙!
그롤은 피할 생각조차 없어보였다. 잠시 웅크려서 공격을 받아낸 그롤. 놈의 몸에 있는 마정석들이 반짝였다.
‘저걸로 마력 피해를 흡수한 건가.’
놈은 다시 거대한 몸을 일으켰다.
“뭐, 저런 괴물이 다있냐?!”
김상욱이 기겁을 했다.
어쨌든 김상욱의 정보는 도움이 되었다.
나는 앞으로 나섰다.
“노다지가 눈 앞에 있는데 도망가면 안되지.”
놈의 몸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마정석은 꽤 탐이 난다.
날붙이가 먹히지 않는다면, 깨부수면 되는 거 아니야.
『 오르티마가 ‘곡괭이 Lv.1’ 의 형태를 취합니다. 』
『 유니크 스킬 ‘웨펀 마스터 Lv.1’을 발휘합니다. 』
나는 근처에 숨어 있던 바위를 향해 곡괭이를 내리찍었다.
콰아앙!
산산조각이 나는 바위 덩어리.
그롤도 온 몸이 바위라면 원리는 같을 터.
『 스킬 ‘채굴 Lv.11’을 발휘합니다. 』
내가 이런 건 특히 잘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