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96
96화 대형 레이드(1)
일자베기.
신태양이 만들어낸 이 기술은 단순하고 기교 또한 없다. 그저 공간 위에 하나의 직선을 만들어 낼 뿐이다.
그러나 단순하기 때문에 내게는 더없이 잘 어울렸다.
재능 없는 나조차도 그 끝에 도달할 수 있었으니까. 심지어는 그 끝을 너머 새로운 경지에 발을 디뎠다.
생물의 본질을 훼손하는 13레벨의 일자베기.
각성 기술과 합쳐진 궁극의 기술.
그것이 지력의 마족을 갈라냈다. 벼락과도 같은 검은 줄기가 하늘과 땅을 이었다.
느릿하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지력의 마족은 어떠한 반항도 하지 못한 채 그 공격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었다.
마기로 이뤄진 빛줄기도, 날카롭게 벼려진 창날조차도 일자베기를 막아설 순 없었다.
『 역전의 검의 특수 효과를 발휘합니다. 』
『 1회의 선공권을 사용합니다. 』
새하얀 도신이 지력의 마족을 완벽히 베어냈을 때.
시간은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거센 충격파와 폭풍이 숲 전체로 퍼져나갔다. 나뭇잎이 부산스럽게 흔들리고 하늘의 검은 구름이 걷혀졌다.
뒤쪽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던 권속들조차 그 순간은 움직임을 멈췄다. 주인의 죽음을 누구보다 빨리 알 수 있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얼빠진 표정으로 지력의 마족이 있었던 자리를 바라봤다.
‘크윽.’
순간적으로 빠져나가는 체력과 마력. 동시에 정신력까지도 앗아가는 것 같은 탈력감이 몰려 온다.
『 스킬 ‘불굴의 정신 Lv.11’을 발휘합니다. 』
나는 가까스로 정신을 지탱했다. 제자리에 서 있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무릎을 꿇고 바닥에 주저 앉았다.
‘후, 반동이 이 정도로 심할 줄이야. 예상은 했지만.’
정말로 아무것도 못하겠다. 필살기가 괜히 필살기가 아닌 이유였다.
『 역전의 검 특수효과 ‘역전의 기회’가 비활성화 됩니다. 』
『 일정량의 경험치를 획득하여 재활성화 시킬 수 있습니다. 』
“괜찮아요?!”
전투를 벌이면서도 내 상태를 확인하던 윤서현이 순간이동으로 단번에 내쪽으로 다가왔다.
초공간인지 덕분에 그녀는 주변을 직접 보지 않아도,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빨리 이거 마셔요!”
윤서현은 다급하게 인벤토리에서 고급 포션을 꺼내더니, 다짜고짜 내 입에 들이부었다.
『 스킬 ‘포션 체질 Lv.11’을 발휘합니다. 』
탈력감은 그대로지만 체력과 마력이 쭉쭉 차오르는 게 느껴진다.
윤서현이 전장에서 이탈했기에, 나머지 권속들과 전투를 벌이는 건 오르티마의 몫이었다.
콰아아—!
입에서 뿜는 마공학 브레스 앞에 권속들이 녹아내렸다.
새끼용 상태의 오르티마는 권속들 상대로도 밀리지 않았다.
콰득! 콰드득!
목룡 몰테인만큼의 파괴력은 없지만, 적들 자유자재로 누비며 이빨로 목덜미를 물어 뜯고 브레스로 몰아냈다.
그 결과.
『 마공학 드래곤의 레벨이 최대치에 도달했습니다. 』
『 마공학 드래곤(오르티마) Lv.120 』
– 모든 능력치 30% 상승
– 브레스 1단계 강화
– 하위 마법 면역
‘효과가 미쳤잖아.’
오르티마의 레벨이 최대가 되었다. 동시에 녀석의 움직임이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마력을 두른채 권속을 뚫고 지나가는가 하면, 하늘 높이 올라가선 강력한 브레스를 내뿜는다.
그 마력의 밀도가 훨씬 높아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콰아아—!
“크아악! 저 새끼 잡아!”
“개소리 말고 도망쳐!”
“사, 살려줘!”
권속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주인인 지력의 마족이 이미 당한지라 전의도 상실한 상태였다.
윤서현이 혀를 내둘렀다.
“진짜 장난 아니네요.”
띠링!
『 마공학 드래곤(오르티마)이 성장의 가능성을 느낍니다. 』
『 상위의 격을 가진 대상을 먹이로 삼으십시오. 』
‘오.’
일종의 퀘스트 같은 것이 메시지창 위로 떠올랐다. 이걸 클리어하면 최대 레벨도 늘어날 것 같다. 신체적으로 성장할 수도 있어 보인다.
‘권속들 처리도 마무리 된 것 같고.’
나는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움직여도 괜찮겠어요?”
“네, 괜찮습니다.”
승리했으면 보상을 챙겨야 한다. 나는 지력의 마족이 있었던 장소로 향했다.
지력의 마족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깊게 패인 땅 위에 검은 흔적만이 남아 있을 뿐.
나는 그곳을 들여다봤다.
‘남아 있다.’
푸른 보석 하나가 남아 있었다. 마정석은 아니었고, 녀석이 들고 있던 아이템인 것 같았다.
13레벨의 일자베기는 적의 본질을 베어낸다. 아이템은 남는 것이 당연했다.
나는 보석을 들어올렸다.
『 이계규율의 상점 : 레시피에 존재하는 아이템을 감지 했습니다. 』
『 재능환 레시피 ( 2,000 Point )를 구매하시겠습니까? 』
재능환의 재료라니.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일시적으로 내게 재능을 부여하는 재능환.
‘와, 대박인데?’
예상치 못한 수확이 있었다.
그걸 주머니에 욱여 넣고선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허리를 폈다. 오르티마가 권속들을 전부 정리해놨다.
“그러면 이제 돌아갈까요. 아직 게이트 공략도 남아 있으니까요.”
여기는 마족이 거주하는 아공간의 틈새.
게이트로 나가서 다크오크 100마리 가량을 더 잡아야 한다.
“여기서 공략을 더 한다고요? 그래도 조금 쉬어야 하지 않을까요?”
윤서현의 말에 나는 씩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어서 손가락으로 오르티마를 가리켰다.
카오오—!
녀석은 제법 드래곤 같이 포효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만렙을 찍어서 그런지 자신감이 충만하다.
소환수가 괜히 좋은 게 아니었다.
* * *
『 게이트 클리어 조건을 달성하셨습니다. 』
– 목표 : 마수 처치 ( 1000 / 1000 )
윤서현의 초공간인지 덕분에 숨어 있는 오크들의 위치를 샅샅이 파악할 수 있었다.
순간이동으로 게이트 내부를 돌아다니며 사냥하니 2시간도 안 되어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휴우, 이제 돌아가면 되겠네요.”
게이트 출구로 다가가자, 초조한 표정으로 기다리던 채하루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했다.
“이렇게 빨리 클리어하실 줄이야. 진짜, 대단하시네요.”
마족을 처치하는 시간을 포함해도 경이로운 기록이었다. 며칠을 계획하고 시작된 게이트 공략을 하루만에 끝냈으니까.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바깥으로 나오자, 어둑해져 있었다. 간이 천막을 펼친 채 대기하고 있던 하루 길드의 사람들이 우리에게 모포와 커피를 건네주었다.
커피를 홀짝이려는 윤서현. 나는 내가 받은 커피를 윤서현에게 건네었다.
“잠시만요, 이거 한 번 드셔보세요.”
“똑같은 커피 아니에요?”
“아닐겁니다.”
요리 스킬을 쓸 때마다 마력이 감도는 데서 착안해 응용해 봤다.
『 특이한 재능 파편의 효과가 발휘됩니다. 』
내 마력이 가볍게 커피에 스며들었다. 윤서현은 의심스러워하면서도 커피를 마셨다.
그녀의 눈이 커졌다.
“어, 엄청 맛있어요.”
나도 커피를 슬쩍 마셔보니 확실히 풍미가 차원이 다르다. 밤이라 날씨가 쌀쌀해져 있었다.
몸을 녹이고 있는데, 뒷정리를 마친 길드장 채하루가 다가왔다.
“아까 주신 마정석도 전부 정리가 끝났습니다. 정산되는대로 보내드릴게요. 저희는 사실상 한 게 없으니까, 최소 경비만 제외하고 지한씨 몫으로 갈 거에요.”
채하루는 손해를 면한 것만으로 감지덕지라는 말도 덧붙였다.
“아, 저희 동생을 보고 싶다고 하셨죠. 편하신 시간 알려주시면 연락 드리겠습니다. ”
“네, 알겠습니다.”
그녀의 여동생 채아연은 미래의 성녀다. 미리 발굴해두는 편이 좋다.
이것저것 수확이 많은 공략이었다.
하루 길드는 물러가고 나와 윤서현 둘만 남았다. 사는 동네가 같아서 공간이동으로 같이 돌아가면 되겠지.
“이거 빌려줘서 고마웠어요.”
윤서현은 팔에 끼고 있던 마력증폭장치를 돌려주며 말했다.
“오늘 지한씨 덕분에 저도 새로운 경지를 확인할 수 있었어요. 되게 신기한 기분이네요.”
실제로 그녀에겐 유의미한 변화가 될 거다. 타재간파는 타인의 재능을 개화 시켜줄 뿐만 아니라, 영향을 받은 대상이 더 많은 경험치를 얻게 해주니까.
“신아람양도 그렇고 천성호도 그렇고······. 생각해보면 세아도 범상치 않네요. 숨겨진 재능을 찾게 해주는 능력이라도 있나요? 아니면 천재는 천재를 알아본다 뭐 이런 건가.”
“전 딱히 한 거 없습니다. 윤서현씨도 천재니까요.”
“기분 좋은 농담이네요.”
“······.”
농담 아니다. 타재간파로 살펴 본 윤서현의 재능 또한 다른 이들 못지 않았다.
이윽고 공간이 뒤바뀌며 익숙한 우리 동네가 되었다.
“하여튼 오늘 고생했어요. 다음에 또 봐요.”
나는 그대로 사라지려는 윤서현을 붙잡았다.
“이번 게이트에서 마족을 잡은 일은 비밀로 해주세요.”
“또 비밀이에요?”
협회에 숨어 있는 마족의 끄나풀들. 그들이 귀에 내 행적이 들어가는 건 좋지 않다.
김상욱을 스파이로 계속 써먹어야 하니까.
슬슬 윤서현에게 말해줘도 괜찮을 시점이 되었다.
“협회에도 마족이 숨어 있습니다. 인간으로 변장한채로요.”
“그, 그 말 진짜에요?”
“언제는 제가 거짓말하는 거 봤습니까. 너무 깊이 파고들지 않는 게 좋을 거에요.”
그 말에 윤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거였군요. 어쩐지······.”
뭔가 짚히는 게 있는 것 같다.
“마성철 팀장님! 맞죠! 어쩐지 인간 같지 않더라. 기계 같달까.”
“아뇨, 그 사람은 확실히 아닙니다.”
“아앗······.”
그 사람은 백묵의 부하다. 나는 몇가지 당부사항을 덧붙였다.
“머리가 복잡해지네요. 일단은 알았어요.”
“네, 그러면 담에 뵙죠.”
어디서 알아냈냐는 질문을 하기 전에 빨리 윤서현과 헤어졌다.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는데.
빌라 앞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지적인 외모에 안경을 걸친 미남.
멸망한 세계의 정보상 백묵이었다.
그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되게 간만에 만나는 기분이네요. 긴히 할 이야기가 있어서 찾아왔어요. 마족에 관해서요.”
그가 손짓하자 빌라 내로 검은 차가 들어왔다. 자동으로 문이 열리더니 백묵이 탔다.
“타시죠, 길거리에서 이야기하기엔 좋은 내용은 아니라서요. 아, 그걸 잊을 뻔했네.”
그가 스마트폰에 대고 무어라 지시를 내리자, 내 스마트폰의 알림이 울렸다.
– 1,240,574,000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무려 12억 4천만원이라는 돈이 내 통장에 꽂혔다.
“정산이 밀려 있어서 바로 처리해드렸어요.”
“좋네요.”
나는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차에 탑승했다. 마족에 관한 이야기였나.
“본론부터 이야기하죠. 마족, 정말로 실제하더군요. 이전 은빛의 날개 채용 시험에서부터 마족의 존재를 알고 계셨던 거 맞죠?”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죠.”
내 반응을 확인한 백묵은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어쨌든 은날 채용 시험의 흔적을 따라 움직이다보니 마족과 마주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는 차에 달린 태블릿 pc의 화면을 조작했다. 그러자 마족의 모습이 담긴 이미지가 나타났다.
“일반 마수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이종족. 조사를 거듭하다보니 이들의 목적을 어렴풋이 알 수 있겠더군요.”
잠시 말을 멈춘 백묵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들은 이 세계를 노리고 있다.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이어서 대한민국 대표 길드들의 아이콘이 떠올랐다.
“그래서 저는 상위 길드들을 불러 마족의 존재를 알렸습니다. 정보를 구입할 용의가 있는 길드에게는 더 깊은 정보를 제공했죠.”
백묵의 행동이 내 의도와 맞아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나 혼자서는 아무리 외쳐도 해낼 수 없는 일을 백묵이 대신 해준 셈이다.
“이 모든 걸 알아낸 방법. 지한씨가 예언 스킬을 가졌거나, 어쩌면 전지(全知)의 능력을 가졌을 지도 모르죠. 어쩌면 전 지한씨의 예상대로 움직여주고 있을 뿐일지도 모르죠.”
그는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상관 없습니다.”
그는 다른 화면을 띄웠다. 나에 대한 정보가 적혀 있는 보고서였다. 호라이즌 길드에서 단독으로 수집한 정보였다.
“이지한씨의 성장 능력. 한 달 사이에 이만한 성장이라니. 그런데 아무도 주시하지 않더군요. 거듭 되는 초신성들의 발굴, 그들의 출현이 오히려 이지한씨를 숨겨주고 있었어요.”
백묵은 처음으로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의도한겁니까?”
그 질문에 나는 미소로 대답했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어쩌다보니 그렇게 된 셈이다.
내 미소에 백묵은 두 손을 들어 올렸다.
“결론은 간단합니다. 지한씨에게 투자하고 싶다는 거죠.”
투자라. 거기에 대해 내가 입을 떼려는 순간이었다.
지이잉.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 큰일났습니다. 전투의 마족이 직접 움직입니다.
김상욱의 문자였다.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움직였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 백묵에게 물었다.
내 성장 가능성.
백묵은 나를 자신의 편으로 삼고 싶어하는 게 보인다. 그렇다면 그걸 미끼로 내 의도를 펼쳐야겠지.
“음.”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대규모 공략에 대한 계획이 있는데 참여하시겠습니까? 저에 대한 투자는 그 다음에 생각하고요.”
마족을 나 혼자만 잡으란 법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