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98
98화 대형 레이드(3)
‘아예 전부 죽여버리겠다, 이 속셈인가.’
나는 포션을 들이마셨다.
시작부터 각성 일자베기를 쓰게 될 줄이야.
땅 속에 숨어 있던 권속 한 마리 때문이었다. 일반 권속이었다면 상황을 지켜봤겠지만.
‘자폭하는 권속은 선 넘지.’
폭화 두꺼비.
멸망한 세계에서도 골머리를 썩는 놈이었다. 어중간한 데미지를 먹였다가는 자신과 함께 일대를 폭발 시킨다.
그 강력함은 S급조차도 애먹을 정도.
물론 그 사실을 우리 일행들은 모른다.
“형, 반응 속도 미쳤네요. 이전보다 더 강해지다니.”
천성호는 나를 졸졸 따라오며 말했다.
“다음에 나오는 마수는 제가 처리할게요. 은빛의 날개에서 훈련 좀 했거든요.”
천성호는 양손검을 빼어들었다. 도움이 되는 일행이 있다는 건 안심이 된다.
각성 일자베기를 고민 없이 쓸 수 있던 것도 뒤쪽에 일행이 있기 때문이었다. 신아람, 천성호. 이름만 들어도 든든하다.
“오빠, 일주일 동안 어디갔던거에요?”
진세아도 있었다. 아직 일주일 밖에 안 지나서 전투적으로 녀석에게 기대할만 한 게 있을지는 모르겠다.
“뭐에요, 그 눈빛? 개인 정보 유출은 미안하다니까요.”
저 멀리 다른 길드 두 무리가 보인다. 드문드문 나오는 마수들을 처리하고 있다.
“야야, 못 움직이게 하라니까!”
“그대로 죽여버려!”
맨 좌측에 수호 길드, 중앙에 영광 길드다. 영광은 오성 다음으로 강한 대한민국 4위의 길드.
그 안에 익숙한 얼굴 하나가 보인다.
배신자 김상욱.
이젠 마냥 배신자라고 부르긴 그렇다. 인간과 마족 사이의 이중 간첩이니.
그도 용병 신분으로 이번 게이트 공략에 참여했다. 마족들은 그를 조커 카드로 사용하려는 심산인가본데.
‘그렇게는 안 되지.’
김상욱은 마도 계약으로 맺어진 내 부하니까. 배신할 염려는 없다.
“이쪽에도 나왔어요!”
그렇게 외친 천성호가 검과 함께 달려나갔다. S급 헌터다운 빠른 속도로 마수의 지근거리까지 다가가간 녀석은 단칼에 사자 마수를 베어냈다.
촤아악!
이어지는 사냥도 시원시원했다. 사실상 A급 게이트에 S급 헌터가 온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아직 수습 기간이라는 명목하, S급 취급은 못 받고 있지만. 그건 천성호를 제대로 보지 못한 거다.
‘압도적인 천재.’
녀석이 휘두르는 검이 정답이자, 가장 효율적인 길이다. 은빛의 날개는 무지막지한 속도로 평원을 나아갈 수 있었다.
드드드······.
새하얀 대지 위로 진동이 느껴졌다.
땅이 점차 솟아나더니 탑 하나가 우뚝 섰다. 그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검은 덩어리들.
그것들은 땅으로도, 하늘로도 퍼져나갔다. 그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마수들이다.
“오우.”
“진짜 많네. 저 놈들을 전부 잡아야 한다는 거죠?”
“그래.”
땅을 박차고 달려오는 마수의 행렬. 전부 야수계열의 마수들이었다. 사자나 호랑이 늑대와 같은 놈들.
하늘 위로 날아오르는 수 백 마리의 괴조들.
놈들의 몸에 두른 검은 기운과 붉은 눈이 보인다.
‘광폭화의 전조 증상.’
여기에 마족이 가세하기까지 한다면 전황은 크게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각 마수들이 S급 하위의 무력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니.
‘일반적인 파티라면 굉장히 애먹었겠지.’
지금 은빛의 날개의 전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천성호와 신아람의 무력은 말도 안되는 수준이다.
그런데 가장 먼저 나선 것은 의외로 진세아였다.
“좋았어. 오빠, 잘 봐요. 일주일 동안 수련 엄청했거든요?”
“괜찮겠어?”
마기를 두른 마수들은 강하다. 어떤 수련을 했는지는 몰라도.
‘쉽게 잡기는 어려울텐데.’
그런데 진세아의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었다.
눈 앞에서 잔상을 남기며 사라진 진세아가 허공에서 나타났다. 녀석은 품 안에 숨기고 있던 단검 다섯 개를 일시에 던졌다.
파박, 파바박!
단검은 불똥처럼 튀어나가 공중의 괴조들에게 명중했다. 진세아는 허공을 딛고 다시 뛰어올랐다.
녀석은 괴조들을 밟으며 허공을 자유자재로 누볐다. 진세아가 지나가는 자리에 붉은 잔상이 남으며 괴조들이 우수수 떨어져내렸다.
‘돌았네.’
일주일 전까지만해도 진세아는 B급 수준의 헌터였다. 아무리 타재간파의 경험치 증가가 있다고 해도, 움직임의 차원이 다르다.
착.
“어때요? 대박이죠?”
땅에 착지한 진세아가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런 진세아를 천성호가 비웃었다.
“그 정도야 나도 한다고.”
“저도 시작할게요.”
검 위로 오러블레이드를 발산하는 천성호.
특수한 물약을 마셔 바로 광화 상태에 돌입하는 신아람.
내가 나설 것까지도 없었다.
굉음과 함께 튀어나간 그들의 앞에, 평범한 마수들은 종이장처럼 찢어졌다.
* * *
‘누가······. 누가 우리의 계획을 저지하려는 놈이지?’
지시의 마족의 얼굴이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하나 같이 강했다. 보통 강한 게 아니라 미친 듯이 강했다. 한 명을 골라내는 게 불가능할 정도다.
“분명, 인간 놈들의 힘은 보잘 것 없다고 하지 않았나? 언제부터 헌터들이 저만큼 강했던 거냐?”
무력의 마족이 탑 바깥을 바라보며 미간을 좁혔다. 끝없이 쏟아지는 마수들을, 아무렇지 않게 뚫고 달려오는 헌터들.
“쓰읍. 이럴 수가 있나.”
지시의 마족이 혀를 찼다.
전력으로 상정했던 것은 마족의 계획을 저지하고 다니는 딱 한 명. 그 놈만 예외적으로 강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일부러 A급 게이트를 열었건만.’
여러가지 상황을 전부 고려한 게이트 선정이었다. S급 게이트가 아닌 A급을 생성함으로써 각 길드의 2군을 불러 모으려는 전략.
‘훼방을 놓는 인간 놈의 등급도 그리 높지는 않을테니까.’
마족의 계획을 저지하려는 인간. 사실상 그 놈을 잡기 위한 계획이었다.
‘놈은 S급이 아니야.’
힘의 수준은 그만큼일지도 모르지만, 실제 등급은 더 낮을 것이다.
지난 발전의 마족이 죽었을 때 생성되었던 게이트는 A급.
거기에 있던 헌터들 중 하나가 자신이 찾는 인간이라는 건데.
‘조급해 할 필요는 없다.’
마수들 조금 잘 잡는다고 초조할 필요도 없었다. 놈들만 잘 끌어들인다면, 전투의 마족을 부를 수 있다.
“제약을 사용하자.”
거기까지만 간다면 모든 게 해결 된다.
“일단 헌터들을 각개 격파할 수 있는 상황부터 만드는 게 좋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저 놈들은 한꺼번에 상대하는 건 위험 부담이 클테니.”
“어이, 이래라 저래라 명령하지 말아라. 나는 내 식대로 한다. 한 놈씩 끌고 가서 잡아 죽이면 충분하겠지.”
“어이, 내 말이 그말······.”
붉은 너클을 양 손에 장착한 무력의 마족이 탑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곳을 잠시 바라보던 지시의 마족이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뭐,전투력만큼은 확실 하니까.’
무력의 마족이 활개치기 좋은 상황을 만들어 놓는 게 중요했다.
스스스······.
그는 마기를 사용해 사람들 사이에 숨어든 자신의 부하. 김상욱에게 연락을 취했다.
“김상욱, 움직여라. 네가 활약할 차례다.”
* * *
‘쳇.’
마족의 연락을 받은 김상욱은 남몰래 몸 안의 마기를 발산 시켰다.
쿠구구······!
이곳의 새하얀 대지는 마기에 의해 자유자재로 변형이 가능한 장소. 김상욱의 마기의 반응해 근처의 땅이 솟아나기 시작했다.
“뭐, 뭐야?!”
“함정인가? 다들 침착해.”
이윽고 미로 같은 벽이 드높게 솟아 올랐다. 5m가 넘는 새하얀 벽들.
그 목적은 길드 간의 도움을 차단 시키는 것이었다.
『 마(魔)를 따르는 자의 권역에 진입하셨습니다. 』
『 마도 : 계약에 의거하여 제약이 발생합니다. 』
『 저공 비행 : 5m 이상의 높이로 올라갈 수 없습니다. 』
게이트를 뒤덮는 제약.
처음보는 제약의 형태에 영광 길드의 사람들이 소란스러워졌다. 그러나 이들은 백묵에게 돈을 주고 정보를 구매한 길드.
제약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는 알고 있었다.
『 길이 제한 : 50cm 이상의 무기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
그러나 그 제약이 겹쳐졌을 때까지는 대비하지 못했다.
쿠구구······!
땅을 뚫고 나온 골렘 한 마리가 영광 헌터들을 몰아냈다.
콰앙! 쾅!
무자비하게 몰아치는 주먹 세례 앞에서 영광 헌터들은 뒤로 도망가는 것 말고는 할 게 없었다.
“뭐해 마법사들!”
“보고도 몰라? 가벼운 마법은 안통해, 앞에서 버텨야 뭘 할 텐데······!”
“크윽, 무기도 없이 뭘 어쩌라는 거야.”
방패, 스태프, 검······. 무기라고 할만한 것들은 죄다 50cm가 넘었다.
골렘은 미친 듯이 치고 들어왔고, 영광 길드원들은 도망치기 바빴다.
그들을 바라보는 김상욱의 눈썹이 일그러졌다.
‘이, 이게 대한민국 4위 길드?’
물론 A급 게이트인지라 급이 떨어지는 놈들을 보냈다곤 하지만,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어이, 조심해라!”
영광 길드가 너무 위태위태해서 오히려 마기로 골렘의 움직임을 억제해야 했다.
“어이, 비켜!”
“으아앗!”
길드원 하나를 밀쳐내고 김상욱이 대신 공격을 막아냈다. 김상욱의 무기는 단검.
“가,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콰앙!
김상욱은 단검을 휘둘러 골렘을 밀어냈다. 지시의 마족이 보고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사람이 죽게 내버려두지는 말라고?’
이지한이 한 말 때문에 자신의 행동에 제약이 생겨 버렸다. 자기도 모르게 몸이 튀어나가 헌터들을 지키고 있었다.
‘젠장, 이딴 놈들 죽든 말든 내 알 바 아닌데.’
웃긴 건 지시의 마족이 그런 자신의 모습을 흡족해 한다는 거였다.
– 오, 좋아. 일단은 그런 식으로 신뢰를 쌓아놔라. 다른 길드까지 박살 내려면 신뢰가 필수적이니까.
“예에.”
건성으로 대답한 김상욱.
하지만 이 이상은 무리였다. 골렘으로부터 영광 길드를 보호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사, 살려줘!”
이 놈들 너무 오합지졸이다. 미궁에서 흩어지면 그건 곧바로 죽음을 의미한다.
김상욱이 고민을 거듭하던 그 순간이었다.
콰아앙!
미로의 벽이 부숴지며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어, 설마 저 녀석 골렘?”
“내 주먹 맛을 보여줘야겠네.”
위기감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5명의 사람들. 도망치던 영광 길드 사람들이 멈춰섰다.
“은빛의 날개가 지원을 왔다!”
“다들 정신차려!”
“오면 어쩔 건데? 상황 안 보여?”
의견이 시시각각으로 나뉘고 있는 가운데.
콰아앙!
한달음에 뛰어 오른 천성호가 골렘의 머리를 강하게 찼다. 무기 없는 순수한 각력. 3m 크기의 골렘이 기울어졌다.
그것을 놓치지 않고 달려드는 붉은 기운의 버서커 신아람.
그녀는 아예 골렘과 전신을 부딪혔다. 쩌저적하는 소리와 함께 놈의 외갑에 커다란 금이 갔다.
“이제 내 차례!”
재빠르게 달려나간 진세아가 골렘의 심장 부근에 손을 올렸다. 발악하려던 골렘의 움직임이 일시에 멈췄다.
어느덧 골렘의 핵은 진세아의 손에 들려 있었다.
저벅저벅.
그곳을 천천히 걸어오던 이지한.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영광 길드원들을 향해 그가 발했다.
“지금부터 수호 길드와 합류합니다.”
드드드······!
말을 마치기도 전에 땅 속에서 서너 마리의 골렘이 솟아올랐다.
한 마리를 상대하는 것도 버거웠는데, 서너 마리라니. 영광 길드원들이 소리쳤다.
“일단 도망이나 쳐요!”
“······.”
이지한은 미리 진세아로부터 받아 놨던 단검을 들어 올렸다.
『 유니크 스킬 ‘웨펀 마스터 Lv.3’을 발휘합니다. 』
『 스킬 ‘일자베기 Lv.12’를 발휘합니다. 』
일부러 탈력감을 불러 일으키는 13레벨이 아닌 12레벨 일자베기를 사용했다.
단검으로부터 그려진 여러 줄기의 직선이 골렘들을 단번에 도륙냈다. 조각조각 나뉜 골렘들이 바닥에 흩어졌다.
잠깐 동안 이어진 침묵.
그제서야 영광 길드원들은 상황을 파악했다.
살아남으려면 은빛의 날개의 지시를 따라야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