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 super-class hunter with 10 times the experience RAW novel - Chapter 99
99화 마족 학살자(1)
나는 흩어지려 했던 영광 길드를 한곳으로 모았다.
앞서 골렘을 쓰러뜨리는 모습을 보여줘서인지 다들 내 지시를 따라줬다.
“제약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계시죠? 여기서 몇 개의 제약이 더 추가될 수도 있으니 모여 있는 게 낫습니다. 대응할 방법이 늘어나니까요.”
따로 다녀봤자, 마족이나 권속 놈들에게 각개 격파 당할 뿐이다. 영광 길드의 리더로 보이는 남자가 질문했다.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건가요?”
“네.”
“그런······.”
말도 안된다는 표정이었다. 나도 동의한다. 미래의 영웅들도 이 제약 때문에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만큼 사기적인 힘이다.
‘마족 본인도 포함 된다는 게 그나마 위안이지만······.’
제약을 발동시키는 마족은 그 성질을 이해하고 있으니 당하는 사람이 불리한 건 마찬가지다.
최하위 마족들은 오히려 자신의 제약에 얽매이는 경우가 있지만, 놈들의 위계가 높아질수록 그런 일은 적어진다.
제약을 활용하고 능숙하게 사용하기 시작한다.
『 저공 비행 : 5m 이상의 높이로 올라갈 수 없습니다. 』
『 길이 제한 : 50cm 이상의 무기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
현재 걸려 있는 제약은 두 가지.
저공비행은 미궁의 탈출을 의식한 것 같고.
길이 제한은 짧은 무기를 사용하는 마족이 있단 의미다.
김상욱에게 전해 들은 정보에 따르면, 무력의 마족이 너클을 사용하는 무투파.
나는 영광 길드 사이에 자연스레 끼어 있는 김상욱을 잠시 바라봤다.
‘김상욱은 여차할 때 쓸 수 있는 카드로 남겨둔다.’
아직 마족들은 그를 배신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걸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나는 영광 길드의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수호 길드를 찾아서 이동하죠. 공간 파악 능력이나, 천리안 계열의 스킬을 가지고 계신 분 있으십니까?”
“······.”
내 질문에 전부 조용해졌다. 흔히 있는 스킬은 아니긴 하다.
이거 직접 돌아다니면서 찾는 수밖에 없는 건가.
‘진세아의 미래예지를 이용하는 건 어려우려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김상욱이 턱짓으로 반대편을 쓱쓱 가리키고 있었다.
“크흠, 큼.”
아무래도 각 길드의 위치를 처음부터 파악하고 있었던 것 같다. 마기를 다룰 줄 알기에 가능한 일이다.
“적당히 아무데나 찾아보죠.”
김상욱이 가리킨 벽 앞에 섰다. 일자베기를 발휘해 미궁의 벽을 부수려는 순간이었다.
“저, 저기 마수 출현!”
“젠장, 또냐. 무기도 없는데.”
미궁의 길 한쪽에서 마수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대부분이 다크 골렘이었다.
“벽을 뚫어주세요, 저희가 골렘들을 막겠습니다.”
“아, 알겠어요. 그 정도라면······.”
나는 우리 일행의 옆으로 다가갔다.
상대는 단단하고 파괴력 높은 다크 골렘이다.
제약 때문에 제대로 된 무기를 사용하기 힘들단 점을 노린 거겠지.
단검이나 작은 무기로는 제대로 된 피해를 주기 힘들고, 반대로 골렘은 주먹만으로 헌터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니까.
근데 우리 파티에는 해당이 안 되는 말이다.
“어때? 해볼만하겠어?”
“물론이죠.”
단검을 든 진세아가 자신만만하게 달려나갔다.
녀석은 날렵한 몸놀림으로 골렘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면서 스킬 ‘절대 강탈’로 놈들의 동력인 코어를 모두 손에 넣었다.
쿠웅, 쿠웅!
심장을 잃은거나 마찬가지인 골렘들이 바닥에 빈 몸뚱이를 뉘였다.
“무기 같은 거 없어도 저 놈들은 제 밥이죠.”
뒤이어 천성호와 신아람이 돌진했다.
붉은 마력을 뿜어내며 쏘아져 나간 신아람이 먼저 골렘에게 닿았다.
헌터로서 익숙해진 무기를 사용하지 못한다. 이건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핸디캡.
콰아앙—!
그러나 전신이 무기인 버서커 신아람에게 그 정도는 사소한 문제일 뿐이었다.
그녀의 발차기에 맞은 골렘이 산산조각으로 분해되어 미궁의 벽을 두드렸다.
콰앙, 콰앙!
천성호는 자연스럽게 손에 마력을 부여해서 전투하고 있었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골렘에게 큰 타격을 주는 법을 체득해 사용하고 있다.
“든든하구만.”
『 해당 일행과 관련된 타재간파의 기록이 존재합니다. 』
『 일행이 쓰러뜨린 마수가 포인트로 전환됩니다. 』
···
『 365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
『 371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
『 352 포인트를 획득합니다. 』
각자가 쓰러뜨린 마수가 포인트가 되어 내게로 흘러들어 오고 있었다.
물론 나도 놀고 있을 생각은 없다. 나도 전투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 레어 스킬 ‘진(眞) 쾌속 단검술 Lv.1’을 발휘합니다. 』
투두두두!
진세아에게 배운 단검술의 레벨을 올려야 했다. 이계 규율의 상점에서 구매한 단검을 사정없이 휘둘러 골렘을 베어낸다.
그렇게 정리가 얼추 되었을 때였다.
콰아앙——!
미궁의 벽 너머 치솟는 폭발이 보였다. 수호 길드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장소다.
영광 길드원들이 고생하며 미궁의 벽을 뚫어놨다. 굉장히 헉헉대고 있지만 쉴 틈은 없다.
나는 그들에게 손짓했다.
“빨리 가죠.”
뒤쪽에선 다시 마수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 * *
“미궁과 제약이라······.”
영광과 달리 수호 길드의 사람들은 침착했다. 당황하기보단 현상을 분석하고 정보를 수집했다.
“미궁 자체가 제약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 진 것 같네요.”
“마족은 게이트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도 있는 건가. 이건 도움이 되겠는데요.”
그들과 함께 미궁을 확인하던, 신태양의 눈썹이 일순 일그러졌다.
『 스킬 ‘초감각 Lv.8’을 발휘합니다. 』
아주 강력한 무언가가 이쪽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신태양은 즉시 앞서나갔던 선배의 목덜미를 잡아당겼다.
“커헉!”
콰아앙!
선배가 서 있던 자리에서 강력한 폭발이 치솟았다. 한순간만 늦었더라면 선배가 폭발에 휘말릴 뻔했다.
연기가 걷히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근육질의 남자.
그러나 일반적인 인간과는 그 외관이 달랐다.
보랏빛 피부와 붉은 눈. 머리에 달린 두 개의 뿔.
“마족······.”
이미 백묵으로부터 관련된 정보를 받아 들었기에, 길드원들 모두 놀라지 않았다.
그러나 몸이 굳어지는 것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길드원 중 하나가 가까스로 입을 뗐다.
“뭐가 저리 강해 보이냐.”
놈이 뿜어내는 위압감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정보에 의하면 마족의 강함은 일반 마수와는 비교 할 수 없다.
‘무기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길 수 있나?’
지금껏 상대 했던 어떤 마수보다도 눈 앞의 상대가 강하다. 신태양의 초감각이 그리 말하고 있었다.
“흐음, 인간들치곤 나쁘지 않은 기운이군.”
길드원들의 면면을 둘러 보던 무력의 마족은 손가락으로 신태양을 가리켰다.
“특히 네가 눈에 띄는구만. 네가 우리의 계획에 훼방을 놓는 놈이냐?”
“훼방······?”
“모르는 척을 하는 건지, 아니면 진짜 모르는 건지. 나는 그런 걸 밝혀내는 데 소질이 없는지라. 전부 죽이면 되겠지.”
그 말과 함께 바닥을 박차고 뛰어오른 무력의 마족. 놈이 박찬 땅이 움푹 패이고 가벼운 충격파가 일었다.
신태양은 반사적으로 놈을 막아내려고 검을 들어올렸다.
‘큭.’
아니, 들어 올리려고 했다. 몸에 새겨진 습관 때문에 나온 행동이었지만 몸이 굳어진 듯 움직이지 않았다.
콰아앙!
“다들 무기를 바꿔 들어!”
다행히 동료 이수연이 만들어낸 황금 방패가 무력의 마족의 주먹을 막아냈다.
허나, 마족의 주먹질 몇 방에 방패 위로 깊은 금이 새겨졌다. 이수연이 스태프를 들고 있지 않기에 방어력이 심히 떨어진 것이다.
“시시하군.”
콰앙!
다음 주먹질 한 번에 방패는 완전히 부숴졌다. 무력의 마족은 미끄러지듯 길드의 한복판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수호 길드의 촉망 받는 인재들이다. 전부 S급을 바라보고 있는 헌터들이었기에 무기가 없어도 버텨볼만 했다.
그런 판단하에 수호 길드 전원이 달려들었지만.
휘익, 휙!
스텝을 밟으며 다가온 무력의 마족은 몸을 좌우로 흔들며 헌터들의 공격을 전부 흘려냈다.
“커허억!”
헛점이 보일 때마다 그들의 복부에 마족의 주먹이 꽂혔다. 가벼운 잽이었지만,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크아악!”
퍼벅, 퍼버벅!
처참한 결과였다.
힘, 스피드, 근접전의 경험. 모든 부분에서 차이가 났다.
뻐억!
마족의 주먹이 수호 길드원의 머리를 강타했다.
“호영 선배!”
그대로 허공으로 솟구쳐 오른 길드원은 미궁의 보이지 않는 천장에 부딪혀 떨어졌다. 5m 제약이었다.
“빌어먹을 제약 때문에 뭘 할 수가 없네!”
“젠장, 조심해!”
신태양은 몸 위로 마력을 끌어 올렸다. 호신강기 급은 아니지만, 충격을 완화시키는 데에는 도움이 될 거란 판단.
‘좋았어, 한 번 해보······.”
뻐억!
그러나 한 대 쳐맞고 나니 알 수 있었다. 무의미했다. 무기가 없이 맞서 싸운다는 것부터가 멍청한 짓이었다.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자신은 검에 재능이 있을 뿐, 주먹질엔 재능이 없다.
‘그래, 이건 아닌 것 같다.’
전신을 울리는 격통. 신태양의 입에서 울컥 피가 터져나왔다.
‘제대로 싸워봤으면 억울하지라도 않은데······!’
스승님이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이 말도 안되는 부조리한 상황에서 뭘 해야.
분명 말도 안되는 일을······.
그런 신태양의 머리를 불현듯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신태양은 일단 뒤로 물러났다. 난장판이긴 해도 탱커 역할을 맡은 헌터가 버텨주고 있다.
쳐맞고 있기는 하지만.
그리 쉽게 죽을 사람은 아니다.
“위대한 마족의 계획에 손을 대고도 무사할 줄 알았느냐! 무지한 인간들아!”
피가 튀기는 싸움 속에서 무력의 마족이 소리쳤다.
신태양의 미간이 좁혀졌다.
‘계획?’
뭔 개소리인지는 몰라도, 일단 저 놈을 쓰러뜨리는 것부터 생각해야 했다.
“선배, 예비용 단검 주세요!”
“뭐? 이걸론 안 돼. 해체 할 때 쓰려고 가져온 거라고!”
“그거면 충분하니까요!”
신태양은 빼앗다시피해서 든 단검을 들어 올렸다. 오러를 둘러도 한계가 있다. 무기의 성능 자체가 가진 한계.
‘그러니까 내 검을······.’
신태양은 마기를 두른 단검으로 자신의 검을 내리쳤다.
‘부순다.’
“야, 제정신이야?! 아무리 급해도······!”
선배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까앙! 까앙!
몇 차례 전력을 다해 충격을 가하자 검의 윗부분이 떨어져나갔다. 거의 손잡이만 남은 상태.
신태양은 그것을 집어 들었다.
“제정신이고 말고요.”
부러진 검. 그 크기는 50cm를 넘지 않는다. 검날이 없다시피하지만 차라리 그게 나았다.
이제 이 무기는 사용할 수 있다.
콰아아—!
오러블레이드가 발화했다. 눈부신 마력의 빛은 검날을 대체하기엔 충분했다.
무력의 마족이 시선이 신태양에게로 옮겨졌다. 그는 흥미롭단 표정과 함께 말했다.
“아무래도 네 놈이 맞는 것 같군.”
* * *
다시금 벌어지는 전투.
신태양은 우월한 사거리를 바탕으로 차분하게 전투를 풀어나갔다.
마족이 조금씩이지만 밀려나고 있었다. 아무리 녀석이라고 해도 사거리의 차이를 쉽게 좁히진 못했다.
마족에게 입히는 상처가 조금씩 누적되고 있었다.
전투를 바라보는 길드원들의 표정에 희망이 감돌았다. 어쩌면 이길지도 모른다.
“크하하! 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방해를 하는 거겠지. 전투의 마족께서도 좋아하시겠어.”
그러나 신태양은 알고 있었다. 놈은 수세에 몰려 있지 않다. 오히려 기뻐하고 있었다.
콰앙!
마족은 검은 마기를 발산시켜 신태양을 한 번 튕겨낸 뒤, 목을 두두둑 꺾었다.
우우우—!
“이제부터 진심을 다해볼까.”
그의 전신을 검은 마기가 휘감기 시작했다. 전투의 양상이 달라진 것은 그때부터였다.
“무슨······!”
콰앙! 콰앙! 콰앙!
신태양이 마족의 공격을 한 번 막아 낼때마다 크게 뒤로 밀려난다. 갑자기 무기의 사거리 차이가 무의미해졌다.
“크으윽.”
오러 블레이드가 검 자체를 구성하는만큼 소모 또한 극심했다. 신태양의 기력과 체력이 순식간에 떨어지고 있었다.
“어디 더 없나? 마족을 살해한 네 놈이 고작 이 정도라는 건가?”
“아까부터 무슨······.”
콰아앙!
마기가 짙게 실린 주먹 한 방에 신태양이 미궁의 벽에 내다 꽂혔다.
“태양아!”
“신태양!”
길드원들이 달려오는 게 보인다. 신태양은 쓴 웃음을 지었다. 이런 절망감과 무력감은 처음이었다.
이루말할 수 없는 지대한 격차.
지금 시점에선 아무리 해도 이길 수 없다.
‘시간이 좀만 더 있었다면······.’
시간이 더 주어졌다면 저런 마족쯤은 뛰어넘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나 여기서 끝인 것 같았다.
“팔다리는 떼어두는 게 좋겠지.”
저벅저벅.
무력의 마족은 천천히 신태양을 향해 다가왔다.
놈의 주먹 위로 검은 마기가 모여든다. 신태양은 몸을 조금도 가눌 수가 없었다.
달려드는 수호 길드원들이 종잇장처럼 나가 떨어졌다.
‘젠장.’
너무 분했다. 고작 여기서 죽어야 한다는 게. 겨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야 하는 건가.
신태양이 이를 악문 그 순간이었다.
서걱—!
푸른 궤적을 그리며 날아온 단검이 마족의 팔을 잘라냈다.
“뭣?!”
단검이 날아 온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단검은 새끼용으로 변해 반대편 팔을 물어뜯었다.
콰아앙!
브레스에 의해 연기가 치솟았다. 동시에 반대편 벽에서 걸어나오는 이지한.
“스, 스승님!”
신태양의 눈이 커졌다. 절망으로 가득했던 그의 마음에 기적처럼 희망이 샘솟았다.
“저 사람은······!”
“지원이다!”
수호 길드 헌터들의 시선이 모두 이지한에게로 모였다. 게이트 초반에 보여준 일자베기도 그렇고, 신태양에게 들어 그의 실력을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크으······.”
무력의 마족은 그런 이지한을 매섭게 바라봤다. 놈의 눈이 붉게 빛났다. 양 팔을 잃었지만 그 위압감은 여전했다.
“허, 더 강한 놈이 있었을 줄이야.”
무력의 마족이 비틀거리면서 일어섰다.
“희망 따위 갖지 말아라. 이런 상처 따위 이 몸에게는 무의미하니.”
전투의 마족은 마기를 끌어 모아 양 팔을 재생 시키려고 했다. 그런데 뭔가가 이상했다.
아무리해도 팔 한 쪽이 재생되지 않는다.
처음으로 마족의 얼굴에 당혹의 빛이 스쳤다. 그런 놈을 바라보며 이지한은 씩 웃었다.
“안되는 게 당연하지.”
일자베기의 후유증으로 탈력감이 밀려오지만, 이런 상황에선 세게 나가줘야 하는 법.
“그럼 쳐맞을 준비는 됐나?”
본질의 훼손.
13레벨 일자베기의 효과.
한 번 훼손된 본질은 복구 될 수 없다.
마족들의 특기인 재생은 이걸로 봉인이다.
이지한은 마족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흘렸다.
“팔 하나 없는 마족은 너무 쉬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