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107)
107.
신작 집필은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콘셉트는 다음과 같았다.
두뇌가 없는 슈퍼 외향형 인간인 미식축구부 캡틴과, 체력이 없는 슈퍼 내향형 인간인 너드 여학생의 교류와 성장.
일반적인 고등학교라면 웬만해서는 두 사람이 얽힐 일이 없을 테니 여기에 사건을 추가해 자연스레 두 사람이 함께 행동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나는 그러한 기본 뼈대를 떠올리고 천천히 살을 붙여 나갔다.
일단은 캐릭터부터였다.
틴에이지물의 테마는 대부분 ‘성장’이었다. 인간이라면 생애에 한 번은 겪을 사춘기 시절의 이야기. 그 과정에서 성숙을 이루기 위해선 반드시 시련과 고난이 필요한 법이었고, 거기에 더해 각 캐릭터가 가지고 있을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내적 결핍도 중요했다.
‘너무 심각하지는 않지만, 충분히 깊이를 가지도록.’
나는 이 이야기를 ‘시트콤’으로 생각했다. 그렇기에 사람들이 가볍게 읽게 하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요소였다.
하지만 동시에, 원한다면 캐릭터에게 깊이 파고들어 서사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싶었다. 마냥 웃기고 행복한 사람이면 당장에는 즐거울 수 있어도 기억에 남기는 힘들 테니까.
그렇게 하여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 두 명의 주연인물이 탄생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남자 주인공 쪽을 먼저 보다 구체화시켰다.
미식 축구부의 백인 쿼터백이자 캡틴, 안소니 마일스.
애칭은 토니.
······여담이지만, 성씨는 우유에 타서 마시는 코코아 파우더 ‘마일로’에서 따왔다.
‘인간관계에 강점이 있는 외향형 캐릭터.’
나는 이 친구의 결핍이나 약점을 바로 그 부분에서 따왔다.
‘잘 나가는 남자애’라는 뻔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으니만큼 기본 설정은 최대한 심플하게 하되, 많은 독자들이 공감하며 이해할 수 있도록 겉치레와 허영에 찌든 인간관계에 스트레스를 느끼도록. 거기에 대해서 캐릭터 자체의 콘셉트가 ‘뇌’가 부족한 친구다 보니, 그 문제를 명확하게 이해하지는 못하는 설정으로.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신나게 놀지만, 어느 순간 공허감을 느끼는 캐릭터.
그러면 여기에서 설정이 하나 더 추가가 되어야 할 것 같았다.
‘이 친구가 공허감을 느끼는 원인.’
타인에게서 이해와 인정, 더 가까워지고 싶은 욕구를 가지는 이유.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인정을 받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그리고 아직 10대 소년인 만큼, 당연히 가정사에 그 원인이 있을 터였다.
토니는 좋은 집안을 가졌지만, 가족으로부터 바보 취급을 당하는 문제아다. 운동에는 상당한 소질이 있지만, 머리는 나쁜 편이었으니까.
‘잘생기고 멋지기만 한 캐릭터는 재미가 없지.’
그런 식으로 주인공에 대한 설정을 이어가자, 자연히 그 반대급부에 있는 너드 여학생에 대한 설정도 갖춰졌다.
나는 이 두 캐릭터를 서로 대비되는 존재로 그려내고 싶었다. 서로 다른 세계를 살았지만, 그럼에도 상대를 이해해 나가는 과정을 쓸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나와 같은 동양인 캐릭터로 설정할까 싶었다.
미국이라는 사회에서는 서로 다른 인종에 대한 몰이해로 발생하는 문제가 많았으니까.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 고심하던 중,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다.
‘굳이?’
이미 ‘Mother’라는 작품을 통해 상당히 비틀린 상태였어도 동양의 문화를 많이 활용해 사람들의 흥미를 이끌어 내었다. 그 이미지를 제대로 바로 잡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없지는 않으나, 주인공 캐릭터 중 하나에게 그 카드를 쓸 정도인가 하면, 그 정도는 아니었다.
‘다른 조연 캐릭터에 넣으면 충분하겠지.’
그 대신 나는 이 캐릭터를 통해 다른 콘셉트를 제대로 살리고 싶었다.
‘너드’.
학교에서 배척 받고 마음 기댈 곳이 없었던 소년 소녀들이 도달한 성지.
그렇다면 왜 이 소녀는 학교에서 배척을 받을까? 그야 당연하지. 교정기에 안경을 쓰고, 언제나 엄마가 마음대로 골라준 유치한 옷과 적당히 묶은 머리를 하고 다니니까.
하지만 여기서······ 그래.
‘본판은 미인인 걸로. 후후.’
나는 로드 두푸스가 듣는다면 환장할 설정을 떠올리며 없는 안경을 스윽 밀어 올렸다.
그렇게 두 사람의 캐릭터가 정해지고 나자, 그 다음 결정해야 할 것 역시 자연스레 나왔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작가란 작품의 배경을 자신의 삶에서 투영하는 존재였다.
그렇기에 지금 막 쓰기 시작한 이 작품의 배경은, 자연스럽게 ‘센트럴시티 밸류 하이스쿨’이 되었다.
***
뉴욕의 ‘매디슨 스퀘어 가든’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스포츠 경기장으로 유명했다.
기본적으로 실내 경기장이었으며, 평소에는 농구와 아이스하키 경기가 열리고, 그 비시즌에는 복싱 경기 등이 개최되었다. 그리고 지금으로부터 3년 후에는 세계구급 프로레슬링 단체가 될 WWF에서 ‘레슬매니아’라는 이벤트를 개최하며 대박을 칠 예정이기도 했다.
그런 경기장에 치어리딩 겨울 전국 대회를 치르기 위해 모인 팀의 숫자는 총 스물다섯 팀.
관객의 숫자는 2만여 명.
그 경쟁의 순간을 전국으로 송출하기 위해, 미국의 가장 오래된 방송국인 ‘NBC’에서 특별 팀을 꾸려 준비 중이었다.
각 주에서 치어리더 팀 숫자별로 묶어서 모은 뒤, 그들 중에서도 최고만이 이 무대에 설 자격이 주어졌다. 우승이라도 한다면, 그 주역이 된 이들은 향후 치어리더든 모델이든 배우로든 도전하게 될 때 엄청난 이점을 가지게 되었다. 무려 북미 전체에 그 얼굴과 이력이 알려지기 때문이었다.
특히나 방송을 송출하는 ‘NBC’나, 대회를 개최한 ‘아메리카 하이스쿨 치어리딩 협회’에서는 우승 팀부터 5위까지 팀 멤버의 얼굴이 담긴 스포츠 카드를 향후에 발매하기도 했다. 수집가들 사이에서 그럭저럭 인기가 많고, 사람들도 미국이 바라는 청소년 상을 잘 보여주는 학생 치어리더들을 좋아해서 매년 쏠쏠한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어른들의 이야기일 뿐이었다.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의 공립학교, 센트럴시티 밸류 하이스쿨의 치어리더 팀, ‘블랙 유니콘즈’의 멤버들은 그런 모든 자질구레한 사실들을 잊은 상태였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팀 캡틴인 알렉사 플레어가 이곳에 오기 전 주최한 파티에서 한 말 때문이기도 했고, 지금 눈앞에서 펼쳐지는 압도적인 풍경에 얼어붙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우왕좌왕하는 사이 벌써 대회가 시작되었다.
첫 번째 팀으로 마이애미의 ‘오렌지 모킹버즈’가 나왔다.
그들이 펼치는 멋진 치어리딩 공연을 대기실에 앉아 지켜보는 멤버들은 숨소리 하나 제대로 내지 못했다.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가 쩌렁쩌렁 울려 이곳까지 전달이 되었다.
그것은 고등학교 여학생들이 견디기에는 너무나도 무거웠다.
“······.”
“······.”
“나, 나. 화장실 좀.”
멤버들이 긴장을 풀기 위해 저마다 루틴을 실행하는 등, 자신을 추스르며 시간을 보내려 노력했다.
각 팀이 10분간 준비한 노래에 맞춰서 공연을 펼치고, 일곱 팀당 한 번씩, 20분의 휴식이 주어졌다.
그리고 블랙 유니콘즈의 순서는 21번째.
랜덤 추첨이었고, 좋지 못한 결과였다. 최대한 공정한 심사를 진행한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후반부로 갈수록 관객들 역시 지쳐서 반응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마지막 순서가 된 팀의 멤버는 벌써부터 울었을 정도였다.
그렇게 공연이 계속해서 펼쳐지는 동안, 대기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다른 팀의 공연을 지켜보던 미세스 하비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생각했다.
‘좋지 못한 흐름이야.’
문제는 ‘블랙 유니콘즈’에 전국 대회 출장 경험을 가진 멤버가 아무도 없다는 사실로부터 기인했다. 거의 5년 만의 전국 대회 출장이었다. 최선의 멤버로 우승을 노리고 있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긴장하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멤버들을 뭉치게 하기 위해 일부러 폭언까지 했던 자신이 인제 와서 나설 수는 없었다. 미세스 하비는 침묵했고, 어려운 시간이 흘러갔다.
일곱 팀까지가 끝나고 휴식. 열네 팀까지가 끝나고 다시 휴식.
그때쯤에 이동 사인이 떨어졌고, 레귤러 멤버 열두 명과 미세스 하비는 긴 복도를 지나 무대 뒤편으로 다른 팀과 함께 이동했다.
무대 뒤는 무대 위를 빛내기 위해 조명을 어둡게 유지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대회가 끝나는 시점에서 밝혀질 터였다.
누가 빛 아래에 서고, 누가 어둠 아래에서 돌아가는지.
열다섯째 팀부터 다시 공연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공연에 비해 확연히 기세를 잃은 환호와 박수.
신나는 음악의 틈새를 겨우겨우 뚫고 나오는 그 소리를 들은 멤버들의 몸이 더 딱딱하게 굳어졌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다들 모여 봐.”
스무 번째 팀이 공연을 펼치는 시점에서, 팀 캡틴인 알렉사 플레어가 멤버들을 불러 모았다. 웬일로 통보에 가까운 어조였다.
미세스 하비는 순간 고개를 갸웃거렸다. 팀 캡틴이라고는 해도 지금까지 알렉사는 카리스마로 팀을 휘어잡는 스타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들 무슨 일이라도 있었는지 캡틴의 선언에 군말 없이 원을 그리고 섰다. 심지어는 알렉사와 자꾸 라이벌 구도를 만들려 들었던 로라까지도.
안경을 벗은 로라가 결연한 표정을 짓고서 알렉사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알렉사는 자신의 생각을 짧게 전달했다.
“아무 생각도 하지 말자.”
“······.”
“······.”
“우리는 여기에 놀려고 왔어. 지금껏 그래 왔듯이.”
알렉사가 방긋 웃었다.
“그 무엇도 우리를 방해하지 못해. 그렇지?”
그 말을 들으면서, 멤버들은 알렉사가 파티에서 진심을 담아 모두에게 건넸던 이야기를 떠올렸다.
[나는, 지금 상황이 싫어.]그것은 파티가 무르익고 다들 분위기가 풀어져 잔뜩 마시고 먹은 시점에서였다.
[우리 지금, 가장 중요한 사실에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있잖아. 안 그래?]신의 준비는 탁월했다.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미세스 하비와 팅커벨즈의 알력다툼, 전국 대회 준비의 스트레스가 알게 모르게 누적되어 있던 터라, 각 멤버들은 속으로 자연히 이렇게 생각했다.
다 같이 이렇게 편하게 웃고 떠든 게 얼마만일까.
그리고 오랜만에 마음이 누그러진 소녀들 앞에서 알렉사는 자신의 진심을 전했다.
[우리 인생에서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이라고! 전국 대회란 말이야! 이 순간을 적당히 이대로 흘려보냈다가 나중에 후회하게 될 걸? 아, 그때 조금만 최선을 다할 걸, 하고! 왜 그렇게 생각하냐고? 당연하잖아! 우리는 지금 전혀 즐기지 못하고 있으니까!]아직 어린 소녀답게 어딘가 어수룩하고 자기 진심을 이야기하는 게 서툴렀지만, 다른 멤버들 역시 그러했기에 그녀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미세스 하비에게 상처를 받은 미셸부터 시작해서, 팅커벨즈의 최초 멤버인 유리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지금 우리한테 얽혀 있는 모든 쓸데없는 것들은 모두 잊어버리자. 나는 너희와 함께 전국 대회에서 최고의 우리를 보여주고 싶어······!]무대 위에서만큼은 복잡한 건 모두 잊어버리고 놀자고.
그걸 위해서 준비한 1년이니까.
그게 우리의 ‘최고 지점’이니까.
열두 명의 소녀가 손을 모았다.
2인자인 로라부터 시작해, 멤버들이 한마디씩 건넸다.
“알렉사. 네가 넘버원이야.”
“자잘한 건 우리에게 맡겨. 캡틴, 그리고 에이스.”
“후훗, 끝나면 다 같이 케이크를 먹으러 가자구.”
그 순간, 드디어 21번째 팀이 소개되었다.
[From California Los angeles······!!]팀 캡틴, 알렉사 플레어가 선창했다.
“Go, Unicorn’s.”
[Go-!!]검은 유니콘의 소녀들이 기합을 넣으며 무대로 나갔다.
미국 방송에는 ‘타임 시프트’라고 하는 관행이 존재한다.
***
간단히 말하자면, 동부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방송을 서부에서는 세 시간 뒤에 보는 시스템이었다. 시차를 맞춰 시청자로 하여금 괴리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으로, 그 시간이 동부로 기준이 맞춰진 데는 대부분의 방송국 본사가 동부에 위치한 데서 기인했다.
로스앤젤레스 기준 시간대로, 오후 여섯 시.
두피와 지우, 어머니까지 우리 집에 둘러앉아서 다 함께 치어리딩 겨울 전국 대회 방송을 보기 시작했다.
팝콘과 나초, 콜라가 잔뜩 세팅된 상태에서 각 팀의 소개가 지나갔다. 그러다가 검은 유니콘의 모습을 한 팀 로고가 지나갈 때였다.
[Waaaaaaaaaaagghhh-!]우리는 마구 환호했다.
그리고 순식간에 지나가서 다음으로 뉴욕의 골든 앤젤스 로고가 나왔다.
조-용-.
유치하게도 우리는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제발 우승해라. 제발.’
이미 뉴욕에서는 결과가 나온 상태겠지만, 우리는 아니었다.
만약 지금이 인터넷이 있는 시대였다면 SNS에 접속하자마자 어렵지 않게 결과를 알 수 있을 테지만, 지금은 1980년대였다. 그러니 몰입이 가능했다. 지금 실시간으로 이어지는 치어리딩 대회에 나와 지우, 두피와 어머니는 진심으로 블랙 유니콘즈를 응원했다.
그렇게 중간의 광고 시간까지 포함해 세 시간 반 정도가 지나갔을 무렵.
[스물한 번째 팀,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의 블랙 유니콘즈입니다-!] [Waaaaaaaaaaaaaaaaaaggghhhh······!]“오오-! 드디어 나오는군!”
“떠, 떨려서 못 보겠어요!”
“후후, 알렉사가 참 예쁘구나.”
검은 치어리더 복장을 입은 열두 명이 준비된 경기장으로 나왔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우와.’
이건, 우와······.
지금 내 시각에서 보자면 너무나도 촌스러웠다.
돌돌 말아서 크게 부풀린 헤어. 화장도 짙게 하다못해, 눈두덩에 검은색 나비가 내려앉은 듯했다. 알렉사의 평소 스타일은 절대로 아니었다.
그리고 모두가 그랬다. 다들 거의 워 페인팅 느낌의 화장을 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알렉사는 정말 완벽하다 싶을 정도로 환한 미소를 지으며 경기 시작 전의 분위기를 즐겼다.
서서히 환호가 잦아들었다.
먹먹한 정적이 퍼져나갔다.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마침내 공연이 시작되었다.
한 소녀가 드높이 떠올랐다.
알렉사가 거의 천장에 닿을 듯이 뛰어올랐고, 다른 멤버들이 안전하게 받아주었다.
신뢰의 스포츠. 각 동작의 아름다움과 합을 겨루는 공연 경기.
내가 생각했을 때, 알렉사의 팀은 지금까지 봤던 팀 중에서 가장 멋진 공연을 보여 주었다.
다들 유기체처럼 하나가 되어 움직였다. 경쾌하고 밝은 음악 아래에서 포메이션을 짜고 움직였으며 춤을 추었다. 알렉사를 중심으로 포메이션 A-I-A(ALEXA IS AWESOME)이라 붙여야 할 것 같은 동작을 수행하고, 퍼플 드래곤 허리케인(사실 뭔지 잘 모름)까지 터져 나오고.
[Waaaaaaaaaaaaaaaaaaaaaaaaggggghhhh-!!]관객들 역시 어마어마한 환호를 보내주었다.
‘느낌이 나쁘지 않은데?’
이전 팀에서는 환호가 거의 없었는데, 관객들 사이에 다시 불이 붙었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알렉사! 알렉사!”
“힘내라! 유니콘즈!”
“우와아아-! 방금 봤어?!”
다들 브라운관 텔레비전을 지켜보며 이 순간을 진심으로 즐겼다.
따르르릉-.
그렇게 그 공연을 집중하며 지켜보던 중, 나는 크게 키운 텔레비전 소리 너머에서 전화벨 소리가 울리는 것을 들었다.
‘응?’
순간 어떤 예감을 느낀 나는 열정적으로 공연을 지켜보는 세 사람을 뒤로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현관에서 울리고 있는 전화기 앞으로 가서 수화기를 집어 들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 시시시, 신 있나요?!]“알렉사?”
[아, 응! 혹시 공연 보고 있어?! 우리 공연 끝났어?!]“지금 딱 너희 공연 보는 중이야.”
[그그, 그럼 결과는 이따가 스포일러 해줄게!]“······아니, 알렉사.”
나는 속내가 훤히 보이는 이 꼬맹이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어 웃었다.
“우승했지?”
[웅-!!!]귓가에 쩌렁쩌렁 목소리가 울렸다.
뉴욕에서는 세 시간 전에 종료된 경기.
나는 그 결과를 미리 전해 들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