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113)
113.
1983년 새해가 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 작가의 여러 작품이 발매되어 캘리포니아 전역에 퍼져 나갔다.
작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발간된 ‘Double spy’ 소설판 단행본부터, ‘Princess quest’의 세계관이 수록된 TRPG 룰북 ‘Kingdoms of glory : Other worlds’, 마지막으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연재되고 있는 신작 ‘About T : Viewfinder’까지.
발매 후 시간이 많이 흐르지는 않아 각 작품에 대한 팬들의 반응을 모두 다 알 수는 없었지만, 사이먼은 자신이 계약과 진행을 맡은 ‘Double spy’ 종이책의 판매량 보고를 통해 나머지 작품도 다 잘되고 있겠다고 어렴풋이 느꼈다.
‘Double spy’ 단행본은 오히려 ‘Mother’ 때보다 판매량이 더 빠르게 상승했다. 크리스마스가 끼어 있어서 그런 것일까. 초도물량 자체를 애초부터 많이 준비하기는 했으나, 그것이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팔려나가 급하게 인쇄소에서 책을 찍어내는 중이었다.
작가는 당연히, 그리고 그 작가의 팬이자 담당 기자인 사이먼은 물론, 마지막으로 수익을 셰어 받는 토런스 뉴 미디어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까지 여기 관계된 모든 이가 이득을 보는 상황이었다.
그렇듯 ‘Double spy’는 미디어 프랜차이즈를 바탕으로 연신 고공행진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그 성공을 바탕으로, 사이먼은 문화 섹션의 저변을 계속해서 넓혀가고자 했다. 신의 인기에만 기대는 게 아니라, 더 많은 작가와 작품을 발굴하며 토런스 뉴 미디어의 구독자가 만족할 만한 소설을 싣고자 노력했다.
실제로 그러한 사이먼의 행동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문화 섹션의 작품에 팬레터가 점점 더 많이 들어오게 되었으며, 사내에서 그의 평가도 꽤나 상승한 상태였다.
문제는, ‘회사’라는 조직이 그것만으로 돌아가지는 않는다는 사실이었다.
“사이먼-!”
이른 아침, 호통이 들려왔다.
“아, 네! 사장님!”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토런스 뉴 미디어의 사장 레미 마틴이 편집장 휴고 어빙과 함께 성큼성큼 걸어 사무실 한복판으로 들어왔다. ‘Here we go.’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 사이먼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슨 일이신지······.”
“신 작가가 로-탐에서 신작을 연재하고 있다면서?!”
“아, 예. ‘About T’요.”
“그거 반응이 환상적이라면서?!”
“그, 그건 아직 모르죠. 이제 막 연재를 시작했는데······.”
“제기랄! 신 작가의 작품인데 환상적이지 않을 수가 있겠나! 심지어 우리 딸도 아주 신나서 떠들던데! 평생 책이라고는 한 권도 안 읽던 걔가 말이야! 대체 무슨 내용이기에 우리 딸까지 난리야?!”
불같이 화를 내는 사장 옆에 서 있는 편집장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번져 있는 채였다.
‘저 사람이 찌른 모양이군.’
약 2년 전 신 작가가 연재를 시작한 이후 직접적으로 사이먼에게 뭐라고 하지는 않게 되었지만, 사장에게 잘 보이기 위한 수단으로 여전히 은밀하게 사이먼을 괴롭히고 있는 휴고.
사이먼 카버는 왠지 모르게 이 모든 상황에서 허망함을 느꼈다.
정치싸움은커녕, 그저 좋은 소설을 신문에 싣고 독자가 기뻐하길 원할 뿐인데.
‘에라이, 그냥 나가서 회사 차릴까.’
아니면 건즈 앤 소드 매거진 쪽으로 이직한다든가.
거기라면 신 작가와 마음 편히 함께 일할 수 있을 텐데.
어찌 되었든 일단은 벌어진 상황부터 수습해야 하는 법.
“정말 죄송합니다, 사장님~.”
속으로 한숨을 삼킨 사이먼은 굽실거리며 사과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레미 마틴의 기분은 한동안 풀리지 않았다.
***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를 통해 연재를 시작한 ‘About T : Viewfinder’는 서로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두 사람이 점점 가까워지는 이야기였다.
또한, 이번 첫 번째 시리즈의 부제는 작품 후반부의 스토리와 깊이 연계가 되면서 더더욱 작품의 주제 의식을 강화할 예정이었다.
그렇기에 이야기는 철저하게 토니의 ‘시점’에서만 진행되었다.
잘 나가는 미식축구 클럽의 캡틴이자 학교에서도 인기가 많은, 머리가 조금 부족하다는 점만 빼면 완벽에 가까운 소년, 토니.
그럼에도 어딘가 무료한 감각을 계속 느끼고 있던 차에 그는 우연히 지도 조각을 바탕으로 생전 가 본 적 없던 도서관에 갔다가 ‘앨리스’라는 이름의 소녀를 만난다.
거기까지가 1화의 내용.
그리고 2화부터는 두 사람이 협력하게 되는 과정을 보여 주었다.
처음에만 하더라도 자신을 도와 달라는 제안에 머뭇거리던 앨리스였지만, 뭐든 들어주겠다는 간곡한 토니의 부탁에 자기 앞에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화내지 말아 달라는 요구를 하고, 토니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며 흔쾌히 승낙한다.
그러한 파티 맺음을 시작으로, 두 사람의 본격적인 탐색이 시작되었다.
지도에 적힌 빛바랜 글씨가 스페인어임을 간파해내는 앨리스. 분명히 수업으로 스페인어를 들었건만 그 글씨가 뭔지 알아차리지 못한 토니.
가장 먼저 앨리스는 도서관에 있던 스페인어 사전을 통해 ‘태양으로 향하라.’라는 말을 더듬더듬 해석하고, 이내 한 가지 사실을 추리한다.
스페인의 국왕, ‘카를로스 3세’에 대한 것.
지도의 묘사로 봤을 때, 위치는 ‘맥아더 공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
토니는 앨리스의 추리력에 감탄했고, 당장 출발하자면서 친구로부터 오토바이를 빌려온다. 그런 흉흉한(?) 물건은 처음 타 보는 앨리스는 당황했지만, 거리가 꽤 멀다는 토니의 말에 결국 설득된다.
두 사람은 이윽고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맥아더 공원으로 향하면서 2화가 마무리된다.
그리고 그 부분에 대해, 키튼즈 코믹북 스토어의 너드 가이들은 이렇게 반응했다.
“신, 너 이 자식!”
“고증에 맞지 않군!”
“······어디가?”
“너드는 절대 오토바이를 타지 않아!”
“사고가 날까 두렵기 때문이지!”
“어, 근데. 딱히 앨리스가 너드라고는 표현하지 않았는데?”
“우리는 ‘동류’를 알아보는 힘을 가졌다.”
“그녀는 분명 스파이더맨의 팬이겠지? 그는 귀여우니까.”
“······.”
······어떻게 알았지?
토니에 대한 적대감과 반대로 앨리스에 대한 강한 친밀감을 가지고 있는 너드들.
어쨌든 대중적인 풍미가 강한 이번 작품을 그들이 재밌게 즐겨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어지는 3화의 내용도 최대한 가볍고 읽기 편하게 썼다.
오토바이는 바람을 가르며 나아갔고, 온갖 냄새가 뒤섞인 바깥 공기를 맡으며 두 사람은 맥아더 공원으로 향했다.
토니는 오랜만에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을 받는다. 방과 후 연습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서 쉬는 대신에, 이런 식으로 모험을 하는 듯한 경험을 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신선했기 때문이었으나, 아직은 그런 자신에 대해 깊이 이해하지 못했다.
그렇게 맥아더 동상 앞에 도달한 두 사람.
앨리스는 일단 지도를 해석했을 뿐,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어 동상 주변을 기웃거리며 뭔가가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토니는 머리가 나빠도 직관은 뛰어났다. 동상이 세워진 잔디가 조금 헤집어져 있는 걸 발견한 뒤 적당히 무른 땅을 파보았고, 그 안에서 두 번째 지도 조각을 발견했다.
순간 두 팔을 활짝 뻗치며 크게 기뻐하는 앨리스. 그러다가 부끄러워졌는지 금세 움츠리며 입을 다물었다.
피식 웃은 토니는 그녀가 조금은 귀엽다고 생각했다.
그런 내용의 3화를 읽은 친구들의 감상은 다음과 같았다.
“그러니까 이게, 신이 자신을 여성화시켜 묘사했다는 말이잖아. 응?”
“Frrrr······. 어쩐지. 굉장히 기시감이 들더라니. 놀랍군.”
“귀, 귀여워요! 신 오빠!”
······아니라니까.
어느 정도 모티베이션을 따왔을지 몰라도, 나와 앨리스는 전혀 다른 존재였다. 토니와 알렉사가 다른 존재인 것처럼 말이다.
앨리스는 나처럼 닳아빠진 인간에 비하자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순수한 소녀였다.
그리고 토니 역시, 알렉사보다는 조금 어리고 아직 혼란을 겪고 있는 소년이었다.
두 사람은 맥아더 동상에서 발견한 지도를 바탕으로 탐색을 계속해 나가기로 결의한다.
하지만 각자의 일정이 있어서, 결과적으로 일주일에 두 번, 화요일과 목요일에 만나 탐색을 이어 나가기로 했다.
그렇게 몇 화에 걸쳐 이어진 두 사람의 탐색.
미술관에 간 앨리스가 그림에 빠져서 추리는 뒷전이라든가. 절대 안 된다고 말했음에도 토니가 불량 학생들이나 먹는 길거리 핫도그를 사서 앨리스에게 먹인다든가.
2주 정도의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그렇게 여겨질 만큼 즐거웠다.
그 과정 속에서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졌다.
그러던 어느 날, 토니는 함께 점심을 먹는 친구들로부터 요즘 계속 어디를 그렇게 쏘다니느냐는 질문을 듣는다. 토니는 왠지 어색해서 적당히 넘기려고 했으나, 친구들은 그와 함께 다니는 앨리스의 이름을 언급하며 상황을 불편하게 몰아갔다.
앨리스 라일리. 해밀튼 아카데미의 공식 외톨이.
언제나 혼자 다니며 말을 걸어도 기분 나쁜 태도를 보이는 데다, 소문으로 듣자 하니 부모님이 그렇게 극성이라 교사들도 불편해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토니는 오히려 앨리스에게 동질감을 느낀다. 자식을 자신이 두는 체스의 말처럼 여기는 이들의 아들로서. 자신의 부모 역시 그랬기 때문이었다.
그날 방과 후, 불쾌한 기분에 휩싸인 토니는 탐색을 위해 만난 앨리스에게 오늘은 쉬고 하고 싶은 거나 하자고 툭 말한다. 대체 뭘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던 앨리스는 기분이 좋지 않았던 토니의 호통에 약간은 겁을 먹는다.
이 부분의 묘사에서, 나는 혼란에 빠진 토니의 감정을 쓰고자 노력했다.
10대 시절에는 자신에 대한 이해도, 타인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기 마련이었다. 불쾌한 경험에 화가 나더라도, 그 감정의 실체가 무엇인지 모르고 괜히 남 탓을 하게 된다.
『“너 가고 싶은 곳 없어? 아무데나.”
토니의 목소리는 살짝 날이 선 상태였다. 아까 점심시간에 들었던 말 때문이었다.
모든 게 짜증이 나고 불쾌했다. 학부모가 학교에서 교사들에게 극성 좀 부린다고 누군가를 따돌리는 놈들이나, 그런 소문이 돌아도 가만히 있는 그 애나.
하지만 그게 왜 불쾌하단 말인가? 결국은 남의 일일 뿐인데.
“아, 그게······.”
“됐어. 없으면 말고.”
“미, 미안해.”
“왜 사과를 해?”
“······나한테, 화가 난 것, 같아서.”
겨우 용기를 내 말하는 앨리스의 주눅 든 얼굴을 보면서 토니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내가 밉다.’
왜 앨리스에게 화를 냈을까.
그녀가 나에게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고, 언제나 억지를 부릴 뿐인 나를 도와주고 있는데.
아직도 이 불쾌한 감정이 어디에서 왔는지 이해가 가지를 않았으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토니는 앨리스에게 화를 내지 않기로 약속했지만, 그 약속을 깨뜨렸다. 아니, 그런 문제를 떠나서라도 자신은 잘못을 저질렀다. 그녀에게 화를 낼 이유는 전혀 없는데 자신의 불쾌한 감정을 떠안기듯 전하고 말았으니까. 그렇기에 자신은 사과를 해야 한다고.
“······미안, 앨리. 내가 오늘 좀 신경이 날카로워서 너에게 화난 것처럼 말했어. 절대 그런 거 아니야.”
“응······. 괜찮아?”
“이제 괜찮아. 그런데, 오늘 좀 쉬자는 건 진짜야. 우리도 머리 좀 식혀야지. 하루 정도 아무 생각 없이 논다고 해서 무슨 일이 벌어지지도 않을 테고. 지도의 보물은 그 위치에 있을 테니까. 그렇잖아?”
“그, 그러면.”
“응?”
“같이 코믹북 스토어에 가줄 수 있을까?”
“······그게 뭔데?”』
[참 좋은 에피소드 같단 말이죠. 묘사는 간결한데, 그 안에 깔린 심리는 섬세해요.]줄리아는 7화에 대해 그런 평가를 내렸다.
총 15화로 구성된 이야기 중, 나는 정확히 중간 지점에서 터닝 포인트가 될 만한 요소를 넣어서 조금 더 독자를 깊이 있게 끌어들이는 편이 좋다고 생각했다.
바로 그게 이 지점이었다.
이때부터 토니는 앨리스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조금씩 자신의 감정을 구체화시켜 나가기 시작한다.
[그동안은 줄곧 ‘답답하다’로 퉁치던 무료한 감정. 사실 일상의 반복 때문이 아니죠. 자신의 삶에 자기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지. 억압하는 부모와 제 할 말만 할 뿐인 친구들 사이에서 꾸며낸 가짜 자신 때문에 느끼던 그 감정을, 앨리스라는 존재를 통해 조금씩 구체화하기 시작하면서······ 그럼에도 결국 이해하지 못한다.]“소년이니까요.”
[맞아요. 그리고 ‘하루 정도는 아무 생각 없이 놀아도 된다’, 이 발언으로 갈등이 마무리되고 곧바로 다음에 벌어지는 사건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흐름이 좋았어요. 코믹북 스토어.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확장되는 경험. 그동안 토니는 그런 ‘다름’을 맛보는 순간을 전혀 겪지 못했으니까.]토니는 앨리스를, 앨리스는 토니를.
서로 완전히 다르지만, 같은 부분도 가지고 있기에 상대를 이해할 수 있는 두 사람.
이제부터는 그것에 관하여 집중적으로 묘사할 때였다.
***
분명히 신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절대로 너나 나와는 다른 캐릭터니까, 굳이 신경 쓰지 마.’
하지만 알렉사의 입장에서, 자신이 가진 지식과 경험의 총체를 통해서 소설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굳이 신이나 자신의 입장을 여기에 끼워 넣지 않더라도, 두피나 지우까지 포함해 여러 친구들과 그동안 함께했던 경험이 이 소설을 읽는 데 도움을 주었다.
코믹북 스토어를 찾아간 토니와 앨리스.
너드 문화를 통해 또다시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유머러스하게 표현되었고, 알렉사는 친구들과 함께하며 생긴 추억을 통해 그 당혹스러움을 어느 정도 이해하면서 킥킥거리며 웃었다.
오빠인 덴젤도, 어머니와 아버지도 이 작품을 보며 각자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시절, 아니면 그와 유사한 어떤 경험을 통해 소설에서 묘사되는 이 틴에이저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테니까.
마치 카메라가 렌즈를 통해 피사체를 찍고 사진이라는 이름의 기억을 만들듯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서로 다르다는 게 상대를 이해하지 못할 이유는 되지 못하는 것 같아.’
마치 자신과 신이, 두피나 지우도.
아니, 거기에서 더 나아가 다른 가족들과도.
다름이 상대를 받아들이지 못할 이유는 되지 못한다. 오히려, 그럼에도 느끼는 아주 작은 동질감이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는 통로로 작용하면서 상대가 더 소중하고 특별하게 느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서, 알렉사는 ‘About T’의 최신화가 나올 때마다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기대감을 품은 채로 차근차근 읽어나갔다.
8화에서는 코믹북 스토어를 다녀오며 앨리스를 이해하게 되었듯이, 9화에서는 다음번 탐색의 날에 앨리스 쪽에서 미식축구에 관해 호기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그녀에게 지난 대회 결승에서 있었던 일들을 신이 나서 털어놓던 와중, 토니는 자신이 미식축구를 정말로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날 저녁, 집으로 돌아간 토니는 자신을 억압하는 부모님과 만난다. 그들은 언제나처럼 토니에게 동생과는 다르게 공부 머리가 없이 태어났으니 미식축구나 해서 좋은 대학에 들어가라고 말한다.
늘 듣던 말이었지만, 그리고 매번 듣고 나면 가슴속이 답답해졌지만, 오늘따라 토니는 그 말이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 완전 재밌어.’
그리고 마침내 10화.
이틀에 한 번씩 신문에 연재되는 ‘About T’를 밤마다 열심히 읽었던 알렉사는, 오늘도 연습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부엌에 있던 오늘자 신문을 챙겼다.
‘히히, 오늘은 어떤 내용일까.’
침대 위에 엎드린 채 턱을 괴고 발을 앞뒤로 휘저으면서, 그녀는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Viewfinder’로 소설을 읽어나갔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가.
앨리스와 함께하면서 조금씩 자신이 누구인가를 깨달아가는 토니.
그는 어느 순간부터 방과 후 탐색 때뿐만이 아니라 학교에서도 앨리스를 찾아다니며 함께 어울렸다.
하지만 그것을 탐탁찮게 여긴 몇몇 여학생들이 앨리스를 찾아와 까불지 말라면서 괴롭히게 되고, 앨리스를 찾고 있던 토니가 우연히 그 장면을 목도한다.
분노를 터뜨리며 여학생들을 몰아내는 토니.
『앞으로 얘 털 끝 하나라도 건드려 봐!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꺄아아악-!!”
완전 몰입한 채 그 대사를 읽은 알렉사는 발을 동동 굴리며 침대 위에서 좌우로 마구 굴러다니다가 쿵,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그러고도 계속 새된 비명을 지르며 굴러다니다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어쩜 저렇게 멋진 말을 할 수가 있지?!”
세차게 쿵쿵 뛰는 심장.
위기에 빠진 여자 앞에 나타나 멋지게 구해주는 그 모습이, 마치 누군가를 연상케 했다. 그리고 순간 그 누군가를 머릿속에 떠올린 알렉사의 얼굴은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었고, 베개에 머리를 묻은 채 또다시 발을 동동 굴렀다.
“~~~~~~~~~~~~!!!”
제대로 된 소리도 내지 못하고 감정에 푹 빠진 그녀.
캘리포니아 전역의 10대 여학생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느끼고 있을 감정이었다.
[ 『About T : Viewfinder』 > 끝(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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