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116)
116.
『-About T : Viewfinder FIN.』
소설을 마지막까지 읽은 알렉사의 눈시울은 살짝 붉어진 상태였다.
‘뭐야아. 너무 좋은 이야기잖아.’
13화에서는 어떻게 될지 사실 좀 불안했는데, 멋진 결말이 나와서 다행이었다.
그녀뿐만이 아니라 이 소설을 한 달여에 걸쳐 즐겁게 읽은 많은 독자들, 특히나 이런 이야기에 감정적으로 깊이 몰입하는 10대 여학생들 모두가 분명히 애틋하게 여길 결말이었다.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독자들의 마음을 롤러코스터를 태우듯이 휙 들었다 놓았던 만큼, 모든 문제가 봉합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는 형태의 결말은 그들의 지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나, 여러 가지 이유에서 이 작품에 더더욱 몰입할 수밖에 없었던 알렉사는 신문을 곱게 접어서 꼬옥 끌어안을 정도로 좋아했다.
하지만 그런 만큼, 어딘가 조금 섭섭한 기분이 들었다.
‘겨우 15화라니. 아쉽다.’
그동안 신문에서 연재된 신의 작품은 25화에서 30화 정도의 분량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기존과는 달리, ‘About T’는 단 15화로 마무리가 되었다. 그녀뿐 아니라 많은 독자 역시 아쉬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심리를 예상했다는 듯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바로 밑에 공지를 적었다.
『4월 경, ‘About T’ 시리즈는 2부에서 계속됩니다.』
‘호오, 시리즈로 가겠다는 말인가. 신.’
그 문구를 본 두피는 만족스러운 듯 예전에 비해 조금은 얇아진 턱살을 쓰다듬었다.
아침에는 학교 때문에 바빠 대충 훑고 갈 수밖에 없었던 터라, 그는 항상 집에 와서 한 번 더 소설을 읽고는 했다. 그것은 두피만이 아니라 캘리포니아의 10대 학생 대부분이 그랬다.
아침에 읽고 나서 친구들과 감상을 떠들고, 바쁜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친구들과 나눈 감상을 곁들인 채 다시 소설을 감상한다.
자연히 더욱 기억에 남고 읽을 때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10대는 물론이고, 어른들까지도 이 ‘About T’를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몰입해 읽었다.
‘두 사람 다 정말 사랑스럽군. 나도 옛날에 이런 식으로 고민이 많았지.’
‘우리 애들도 이렇게만 커주면 좋으련만. 어떤 고난과 시련이 와도 이겨낼 수 있도록.’
유리 공장을 운영하는 펠릭스 피셔와 그 아내인 마사 피셔.
“파르페 하나 더.”
“나도.”
“난 초코로.”
“시럽 듬뿍 얹은 팬케이크.”
트러커 식당에 두툼하게 모여 앉아 신문을 돌려보는 메쉬비어드 알과 친구들.
“토니 이노옴······!”
“어, 어떻게 하지! 마스터! 이대로는 앨리스가!”
“크윽! 인정할 수밖에 없나! 두 사람을!”
코믹북 스토어의 빌과 그 동료들.
“진짜, 둘이 당장 내일 결혼해야 한다.”
“으, 진짜 미쳤어. 얘네 왜 이렇게 잘 어울려?!”
“하, 어떡해! 진짜 감동이야······!”
각자의 집에서 소설을 읽고 있는 여학생들까지.
모두의 마음에 큰 감동을 남긴 채, ‘About T : Viewfinder’는 마무리되었다.
***
‘About T : Viewfinder’가 완결이 나고 2주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어느덧 2월 말로 접어든 시점에서, 나는 오랜만에 줄리아와 회동(?)을 가졌다.
그쪽에서 직접 부탁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서 이루어진 만남.
회의실에 안내되어 앉자, 맞은편에 앉은 줄리아가 웬 아타셰케이스를 내밀었다.
뭔가 싶어 안을 열어 보니, 그 안에는······ 온갖 종류의 편지지로 쓰인 팬레터가 한가득 담겨 있었다.
“······엄청 많네요.”
“그쵸? 편집부에서 정리하는 데만 해도 한세월이었어요.”
“이게 다 몇 통이죠?”
나는 빼곡하게 들어찬 종이를 보며 살짝 경악했다.
부피 때문인지 편지 봉투는 제외하고 편지지만 정리해 고무줄로 차곡차곡 묶어 놨는데, 커다란 아타셰케이스가 완전히 가득 찼다.
“2,457통이요.”
“그렇게 많아요? 그 정도로는 안 보이는데.”
“아, 가방 세 개 더 있어요. 돌아가는 길에 택시 타고 가세요.”
“······.”
“이번 작품이 특히 10대 여학생들한테 인기를 끌어서 그런가, 잔뜩 꾸민 편지가 많더라고요. 저희가 하나하나 확인해서 작가님한테 개인 정보 알려주는 내용은 전부 제외했어요.”
“감사합니다. 솔직히 그런 건 좀 읽기 거북해서······.”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아무래도 작가로서 인기가 이전보다 더 높아졌기 때문일까. 나에게 자아를 의탁하고 개인적으로 친해지려는 독자의 수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였다. 지금은 외부에 정체를 감추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 나중에 밝히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모르겠다 싶을 정도였다.
이 시대의 사람들을 보다 보면, 확실히 미래에 비해 과할 정도로 순수한 면이 느껴졌다. 미래 같았으면 대중매체의 극단적인 발달로 이런 행동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대부분 가졌을 텐데, 지금은 그런 부분이 비교적 옅다고 해야 하나.
어찌 되었든, 팬들의 마음은 언제나 고마운 법이었다.
가방을 닫아 소중하게 옆자리에 내려 둔 뒤, 나는 입을 열었다.
“반응이 잘 나온 모양이군요.”
“말도 마세요. 무슨 팝 가수 팬레터 정리하는 기분이었어요. 연재하는 동안에만 거의 2만여 통 가까이 들어왔으니 말 다 했죠. 저희로서도 처음 겪는 일이라 굉장히 많이 놀랐어요.”
“······저는 그렇게 많이 받은 기억이 없는데요.”
“아직 정리 중이에요.”
세상에나. 편지 읽는 데만 3일은 꼬박 걸리겠군.
하지만 하나하나 읽어보고 싶었다.
나에게는 수많은 팬레터 중 하나일 뿐이지만, 이 시대의 독자들에게는 작가에게 전하고 싶은 자신의 순수한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쓴 감상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득, 줄리아가 언급한 구체적인 수치를 생각하면서 잠깐 생각에 잠겼다.
작품을 재미있게 읽은 팬 중에서 팬레터까지 보낼 정도로 열성적인 팬의 숫자라.
‘건즈 앤 소드 매거진 같은 경우에는 부수 대비 0.5% 남짓 되려나? 앙케트 엽서 빼면.’
하지만 거기는 특정 독자층을 확보하는 잡지였고, 이번에 내 글이 실린 곳은 신문이었다.
매체의 특성상, 읽더라도 그냥 있으니까 읽고 넘기지, 그 이상 깊이 파고드는 독자층은 별로 없을 터였다. 소설을 보기 위해 신문을 사는 게 아니라, 일종의 곁들임으로써 소설을 접하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추산이 어렵군.’
내가 눈썹을 찡그리자 줄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을 열었다.
“작가님? 무슨 생각 하세요?”
“아, 이 수치가 무엇을 의미하나 싶어서.”
“좋은 거죠! 작가님 짱! ······사이먼이라면 분명 이렇게 말했겠지만, 제 생각은 좀 달라요.”
“호오, 어떤 생각이죠?”
“작가님이 연재 시작하시고 가판대 판매량이 꽤 많이 오른 거 아세요?”
“그런가요?”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줄리아에게 판매부수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듣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네. 평소에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를 안 보던 독자들이 작가님 작품을 보려고 신문을 구매하고 있다는 거죠. 보통 신문 연재작이 아무리 재미있어도, 그걸 보기 위해서 신문을 산다?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죠. 하지만 지금 작가님의 작품은 독자들을 그렇게 만들고 있어요.”
“말하자면······.”
“작가님의 브랜드 파워가 생기고 있다는 거죠. ‘SEEN’이라고 하는 작가의 네임 밸류가 말이죠. 그리고 그건, 앞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본격적인 싸움에 뛰어드실 때도 도움이 될 거예요.”
“확실히, 제 작품을 즐기기 위해 따라오는 사람이 많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죠.”
작품 연재 기간인 30일에 완결 후 2주를 더한 44일의 시간 동안에만 들어온 팬레터가 약 2만여 통. 이 수치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분석하기에는 좀 이른 시점이었으나, 일단은 줄리아의 말이 맞았다.
내 작품을 읽기 위해 신문을 구매하고 어디를 가든 따라오는 열성 팬이 있다.
그거면 충분했다.
“작가님, 그럼 다음 시리즈는 언제쯤 쓰실 생각이신가요?”
“아직은 구상 중에 있습니다. 3월 초에 SAT가 있기도 하고, 아마 3월 말에 학교 축제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집필할 것 같아요. 되도록 졸업 전에는 3부로 시리즈 완결을 낼 생각이니까, 거기에 맞춰서 생각해 주세요.”
“깔끔하네요. 그사이에 신문에서 작품 관련해서 이벤트를 좀 진행해 볼까 하는데 어떠세요?”
“저야 좋죠. 어떤 이벤트로요?”
“글쎄요. 어린 시절의 추억이나 첫사랑에 대해 쓴 엽서를 모집하는 건 어떨까 싶은데.”
“그러면 사람들이 ‘About T’를 잊지 않을 테고, 좋은 아이디어네요.”
“맞아요. 그걸 노렸죠. 후후.”
자신만만하게 웃은 줄리아는 일 이야기를 끝내고 바로 화제를 넘겼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졸업하시죠?”
“네, 일단은 그렇습니다.”
“학교생활은 좀 어떠셨어요? 집안 일 돕고, 글도 쓰고, 친구들하고 지내느라 여러모로 바쁘셨을 것 같은데.”
“일단은 GPA 4.0 기록했습니다.”
“······예? 4.0이요?”
“넵.”
“세상에, 잠은 주무시는 거죠?”
“매일 일고여덟 시간씩 꼬박꼬박 자고 있습니다.”
나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Grade Point Average, 짧게 줄여서 GPA.
고등학교 내내 수강한 과목의 평균 점수를 표시한 기록으로, 4.0이 만점이었다. 즉, 나는 하이스쿨 내내 모든 수업에서 탑을 놓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줄리아가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공부를 그렇게 잘하셨을 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보통 대학 다니는 작가들도 연재에 치여서 학교 성적에서는 조금 헛점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거기에 친구들까지. 작가님, 대체 어떤 고등학교 생활을 보내신 거죠······?”
“평범했다······라기에는 좀 잘 보내기는 했네요. 외부 활동은 거의 안했지만.”
“작가로서 경력이 있잖아요! 거기다 작가님 글 솜씨면 에세이도 문제없고! 어떤 대학에서도 쌍수 들고 전액 장학금 보장하면서 와달라고 빌 것 같은데요?”
“그러려나요? 저는 고등학교랑 대학교는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그 아래에서부터 밭을 잘 갈아둬야 대학에서도 잘 따라갈 수 있는 법이죠.”
어느새 이야기가 이쪽으로 넘어갔다.
먼저 대학을 나온 입장이라 그런지 줄리아는 내게 선배로서 대학 생활에 대해서 말해 주었다. 사실 나 역시도 대부분 아는 이야기였지만, 무척 흥미롭게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 정서에서 공유되는 대학교에서의 공부란 하나로 요약되었다.
바로 ‘창의성의 함양’이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기존의 현인들이 세워 온 어떤 지식을 알아갔다면, 대학부터는 보다 본격적으로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는 연습을 하게 된다. 그로써 그 과정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나면, 각자 선택한 전문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인재가 탄생하는 것이었다.
“혹시 진학 생각은 있으세요?”
“비밀로 해 두죠.”
“왜죠?”
“지금은 줄리아가 ‘About T’에 집중해 주셨으면 해서죠.”
살짝 너스레를 떨면서 말했지만, 그것은 내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소리였다.
대학 진학에 대해 어느 정도 고민을 마치고 어떻게 할지 대략적으로 결정해 둔 상태였으나, 아직은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학창시절의 최종 시험이라고 할 수 있는 SAT 점수도 중요했고, 당장은 학교 축제에, ‘About T’의 연재에, 하이스쿨 생활의 마지막에 있는 프롬 파티가 개최될 테니까.
‘음.’
거기까지 생각을 다잡을 즈음, 문득 누군가의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금발에 크고 또렷한 눈망울, 언제나 환하게 웃는 소녀가.
***
늦은 저녁.
가족과 함께 식사를 끝마치고 방으로 돌아온 지우는 햄스터가 들어간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누워 ‘About T : Viewfinder’의 마지막 화를 다시 정독했다.
한 화마다 500 단어로 이루어진, 30일간 연재해 15화로 마무리된 이야기의 엔딩.
무척 훌륭했고, 가슴속에 맺히는 감동에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거기다 그녀를 더 기쁘게 만드는 것은, ‘FIN’ 하단에 자리 잡은 문구였다.
2부 연재 예정.
‘이걸로 끝이 아닌 거지? 응?’
아직 조금 더 이 이야기를 읽을 수 있다. 그녀는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신문을 접어 책상으로 가지고 갔다. 그리고 칼과 자를 꺼내 ‘About T’가 연재된 신문 연재 페이지를 깨끗하게 잘라내고는, 나머지를 모아둔 상자에 고이 모셨다.
이걸로 언제 어디서라도 신의 소설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나중에 단행본이 나오면 그것도 사고 싶기는 하지만.’
확실히 살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니까.
씁쓸한, 그럼에도 약간은 결연한 미소를 짓는 지우.
바로 그때였다.
[지우야. 자니?]노크 소리와 함께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뇨, 아직 안 자요.”
[잠깐 들어가도 될까?]“네, 잠시만요.”
책상 위에 흩어진 신문을 대충 정리한 뒤 지우는 문을 열었다.
그 뒤에 그녀의 아버지가 서 있었다.
“잠깐 이야기 좀 나눌 수 있을까?”
“아, 네. 무슨 일이세요?”
“후우······.”
한숨을 내쉰 아버지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이전과는 달리, 검은색 인테리어가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 그 대신에 메탈 밴드의 포스터와 기타, 앰프와 같은 용품이 많이 늘었다.
이곳으로 이사를 와서 생긴 지우의 변화를 이 방에서 굉장히 짙게 자각하면서, 아버지는 침대에 걸터앉으며 입을 열었다.
“전출 날짜가 정해졌다.”
“언제인가요?”
“올해 6월쯤이야. 장소는 텍사스 주가 될 거다. 그리고 아마, 그곳에서는 꽤 오랫동안 머물 것 같고. 아버지가 보직 변경을 신청해서 잘 처리가 됐으니까. ······지금까지 미안했고, 한 번만 더 이 아버지를 이해해 줄 수 있겠니?”
딸아이가 잦은 부대 전출로 인해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버지로서 모르지는 않았다. 하지만 군대란 위에서 까라면 까야 하는 조직. 그나마 그 와중에서도 나름대로 계속 실적을 세워 보직 변경 및 진급을 이뤄냈다.
가족과 함께 한곳에 오래 정착하고 싶다. 지우의 아버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곳에 와서 지우가 다시 밝아진 모습을 보았던 어머니는, 다시 이루어지는 전근 때문에 또 딸이 상처를 받을까 많이 걱정하고 있는 상태였다.
지우는 잠깐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어요.”
······담담히 말하면서도, 내심 가슴이 떨렸다.
사실, 그녀는 거짓말을 말하고 있었다.
부모님의 결정과는 상관없이, 얼마 전 그녀는 고등학교 졸업까지는 혼자서라도 이곳에 머물러야겠다고 마음속 깊은 곳으로부터 결정을 내렸다.
그것은 모두 신 때문에 생긴 변화였다.
[ 『About T : Viewfinder』 (4) > 끝(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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