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118)
118.
케이트 무어.
탁한 금발을 깐깐하게 틀어 올려 묶은 백인 여학생.
나와 같은 나이인지라 전생의 방송반 시절에는 한때 제법 가깝게 지내던 사이이기도 했으나, 현재 시점에는 별다른 인연이 없는 녀석.
사실 수업도 자주 겹쳤으므로 한 번쯤은 대화를 나눌 법도 했는데, 잠깐 아는 척 정도는 해도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았다.
‘불편했으니까.’
전생에 나를 그토록 불편하게 만들었던 사람과 다시 관계를 맺는 것이 말이다.
케이트는 마치 그림으로 그린 듯한 모범생이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의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미친 듯이 노력했다.
문제는, 그 노력을 위한 방법이 일종의 마키아벨리즘이라는 사실로부터 기인했다. 그러니까, 목적을 위해서 수단을 불사했다는 말이다.
그녀는 탁월한 가스라이터였으며, 그와 동시에 파시스트였다.
뭐,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심한 표현이다 싶지만, 소년이었을 적 전생의 나의 평가는 아무튼 그랬다.
자기 자신, 친구들, 방송반, 더 나아가 학교까지.
케이트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통제하고 바꾸려 들었다. 그리고 그 과정은 굉장히 지능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녀는 1학년 때부터 조금씩 주변의 인망을 얻으며 서서히 방송반을 장악했고, 3학년이 되자 본색을 드러냈다.
‘뭐,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드러내지는 않았지.’
적어도 사람들 앞에서는 계속 특유의 조용하고 친절한 모습을 견지했다. 나도 처음에는 그 모습에 속아, 어딘가 싸한 부분을 느꼈음에도 한창 방송반에서 활동하는 동안에는 그녀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3학년이 되면서 어떤 성향인지 제대로 알게 되었고, 이런 부류의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생각해 같은 학년에다 모범생이라는 공통점이 존재했음에도 최대한 대화를 피했다. 지금처럼 딱히 대화할 기회가 있어도 그녀의 진두지휘에 어설프게 휘말리기 싫어서 무시한다든지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귀찮아서 피한 거지, 무서워서 피한 건 아니다.
감히 우리 애를 건드려?
“무슨 일이야?”
나는 마치 내가 뭐라도 된다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교실 안으로 불쑥 들어섰다.
원래 이럴 때는 좀 뻔뻔해져야 하는 법이었다.
“신 한······?”
갑작스러운 등장이라 느꼈는지 케이트가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앞서 말했듯, 그녀와 나는 모범생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서로의 존재에 대해 인지는 했다. 함께 교사 앞으로 불려가서 이번 시험도 잘 봤다는 식의 칭찬을 받은 경우가 많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우리의 생활양식은 정반대였다.
케이트는 철저한 모범생으로 지냈고 나는 친구들과 놀러만 다녔다. ······그러면서 글까지 썼으나, 알렉사, 두피, 지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모르고 있는 상태였고.
나는 그녀에게 대충 아는 척하며 가볍게 말을 걸었다.
“복도까지 싸우는 소리가 들리던데.”
“아, 응. 미안해. 좀 시끄러웠지? 문제가 생겨서.”
“무슨 문제?”
확인 차 물었으나 케이트는 대답하는 대신 난처하다는 듯 웃을 뿐이었다.
그러자 뒤에 서 있던 방송부원 중 하나가 대답했다. 흑인 남학생. 이맘때 2학년이었던 것은 기억하는데, 이름이 뭐더라. 너무 오래전 일이라 거기까지 기억은 나지 않았다.
“이번 홈커밍 데이에서 공연할 순서를 정하다가 살짝 언쟁이 생겨서요.”
“내가 밖에서 듣기로는 그게 아니었는데?”
나는 가볍게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얼토당토않은 소리로 변명하며 빠져나가려고 했던 남학생의 입이 순간 다물어졌다.
“얘네 공연 못 하게 하려는 거 아니었어?”
“······.”
순간 분위기가 내 쪽으로 넘어온 것이 느껴졌다.
어떻게 보면 참 웃기는 상황이었다.
3학년, 그리고 거의 항상 1위를 차지하는, 학교에서 꽤나 이름이 알려진 모범생.
그동안 만들어 온 내 이미지가 이 일에 있어 외부인이라는 단점을 상쇄했다.
그들이 나에게 구축된 이미지에서 오는 압박에 주춤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면서, 나는 속에서 나오려는 헛웃음을 한숨으로 간신히 바꿨다.
이게 참 뭐랄까······ 속이 아저씨인 내 시점에서 보자면 어처구니가 없는 것이, 아무리 모범생이라고 해 봤자 결국 졸업하면 사라져 버리는 의미 없는 허상과도 같은 것이었다. 성적이란 것은 사회에 나갔을 때 요구하는 분야에 필요한 요건일 뿐, 한 인간의 값어치를 평가하는 일부의 요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의 태도가 전혀 이해가 안 가지는 않았다.
오히려 학생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순수함이라고 느꼈다. 힘의 논리에 지배되거나, 어른의 시선에서 봤을 때 의미 없는 허상에 집착하는 그들의 모습은 ‘나도 한때 저랬었지.’라고 생각하도록 만들었다.
‘실제로 전생에는 나도 똑같이 행동했으니까.’
세상이 내 생각보다 훨씬 무섭게 느껴져서 무리를 이루고. 그곳에 자신의 연약한 자아를 의탁하고.
참으로 일반적이고 평범한 ‘성장’의 과정에 있는 학생들의 모습.
하지만 그렇기에 그들은 누구보다 잔인해질 수 있었다.
‘집단주의의 힘이랄까.’
그러면 그런 이들을 무너뜨리는 방법은 무엇이냐.
나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봤다. 규모를 키우는 등 더 큰 힘으로 찍어 누르거나, 아니면 그 집단이 내거는 어떤 이상을 위협할 만한 논리적 공격을 가하거나.
당연히 방송반에 대해 누구보다 더 잘 아는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왜 말문이 막혔어? 사실이야?”
나는 슬쩍 밴드 멤버들을 돌아보며 운을 뗐다.
그러자 무리를 지키려는 듯 선두에 서 있던 흑인 여학생이 억울함을 토로하듯 외쳤다.
“맞아요! 갑자기 찾아와서 저희 공연 신청서를 반려했다고요!”
“그렇다는데?”
해명을 요구하듯 돌아보자 방송반의 한 백인 여학생이 논점 흐리기에 들어갔다.
“저, 저기. 근데 이건 방송반과 밴드 사이의 이야기거든요?”
“이 학교 학생이면 의견 제시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보는데? 그게 ‘학생 자치’ 아니야? 학생들끼리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우리가 생각하는 학교를 만들어가는 것. 그런데 거기에 의견을 아예 제시할 수 없다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지?”
그리고 나는 정론 제시로 받아쳤다.
······무슨 포켓몬 배틀 같군.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면 누구든지 홈커밍 데이에서 자신의 재주를 뽐낼 수 있는 건 당연하지 않나? 케이트. 너는 어떻게 생각해?”
“지극히 옳은 이야기야. 신. 역시 멋있네.”
“고마워. 나중에 사인해 줄게. 좋아. 그럼 모든 문제는 해결됐나?”
“애초부터 우리가 하려던 건 권유였어. 메탈이라는 음악이 그렇잖니? 우리 세대에서야 좋아하는 친구들은 좋아하지만, 어른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하잖아. 그리고 홈커밍 데이는 졸업하신 선배님들이나 인근 지역 주민들께 우리 모습을 보여드리는 거고······.”
“그들이 원하는 모습만 보여주는 게 우리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냐는 말이지.”
“학생의 보편적 의지라고 할 수 있는 여러 학생들의 의견을 듣고 온 거야. 너무 화내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아, 응. 조금 화를 줄일게.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논리를 가볍게 받아치면서도 슬쩍슬쩍 감정을 드러내며 나는 밴드 애들을 계속 옹호했다.
“그 의견도 학생 대다수의 의견은 아니잖아.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투표라도 해 보는 건 어때?”
“······아냐, 아냐. 굳이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아. 실례했어.”
싱긋 웃은 그녀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방송반 친구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방송반과의 논리몬 배틀에서 훌륭히 승리했다. 경험치는 딱히 없었다.
그들이 모두 나간 것을 확인한 뒤, 나는 잔뜩 움츠러들어 있던 지우를 돌아보았다.
“지우야, 이제 괜찮아.”
“······시, 신 오빠!”
퇴근한 주인을 반기는 케이지 속 햄스터처럼 쪼르르 달려온 지우가 내게 바싹 달라붙었다. 음, 귀엽군.
“오빠아······!”
“그래, 그래. 너희는 좀 어때?”
“고, 고마워요!”
“그쪽 아니었으면, 하······! 상상만 해도 싫어요!”
“진짜 멋있었어요! 지우 남자친구?!”
밴드 멤버는 지우를 포함해 총 네 명이었고, 다 여자였다.
흑인이 한 명, 백인이 둘에 지우까지.
나는 한동안 그들에게 대강의 사정을 들었다. 아니, 사실 듣고 말 것도 없었다. 그냥 앞선 상황을 푸념처럼 바꾼 이야기의 반복일 뿐이었으니까.
그럼에도 1학년과 2학년으로 구성된 밴드, ‘Crown of thorns’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었다. 그것이 위로가 될 테니까.
그나저나 밴드 이름이 ‘가시면류관’이라니. 특이하군.
“이제 그쪽은 더 신경 쓰지 마. 지금까지 열심히 했고 그 결과를 내보일 수 있는 자리잖아.”
“고마워요!”
“Oppa! 멋지다!”
“허허······.”
지우를 흉내 내서 ‘오빠’라는 단어를 어색하게 따라 말하는 흑인 여학생을 보면서 나는 더 어색하게 웃었다.
그런데 애들이 푸념을 늘어놓는 동안 내내 듣고만 있던 지우가 잠깐 나한테 기다려 달라고 말하더니 밴드 멤버들을 데리고 구석으로 향했다.
네 명의 여자애들 사이에서 소곤소곤 이야기가 오갔다.
······왠지 TRPG 세션 때 두알지(두피, 알렉사, 지우)가 나만 쏙 빼놓고 대화를 나누던 게 떠올라서, 살짝 트라우마 버튼이 눌리는군.
그러다가 이내, ‘오!’ ‘좋아!’ ‘난 찬성!’ 하는 말들이 들려왔다. 뭔가 밴드 멤버들 간에 어떤 의견의 일치를 마친 모양이었다.
그리고 얼굴이 살짝 발그레 물든 지우가 이내 내게 다가와 입을 열었다.
“오, 오빠.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아무래도 이 이야기부터가 본론인 듯했다.
***
건물 뒤뜰의 자판기 앞.
지우는 우유, 나는 커피를 뽑아 옆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한참이나 말없이 고민하는 지우.
나는 침착하게 기다렸다. ······그러다 보니 무슨 말을 할지가 대충 떠올랐다.
이제 슬슬 그 시기였다. 지우가 이사 가는 날.
많은 것이 바뀌었다.
다시 이때로 돌아옴으로써 내가 많은 것을 바꾸었으니까.
그것이 어떤 영향을 주었을까.
내가 살짝 긴장한 부분은 바로 그 지점이었다. 이사를 가는 것은 알지만, 내가 바꾼 무언가로 인해 지우가 이 상황에 대해 어떤 말을 꺼낼지가 궁금했다.
그리고 우유를 반쯤 마신 지우가 이내 입을 열었다.
“저 이사 가게 됐어요.”
여기서는 놀라줘야겠지. 지금의 나는 아무것도 몰라야 할 테니까.
“와, 진짜? 너무 아쉽다.”
“······.”
큰 눈망울을 가느다랗게 좁히는 지우.
뭐지. 내 반응이 최악이었나. 정말 이게 최대한 놀란 건데.
나는 헛기침을 하고 되물었다.
“어디로?”
“텍사스요. 그렇게 됐는데······.”
“응.”
“저, 부탁 하나만 드려도 될까요? 아니, 두 개이려나요?”
“지우 부탁이라면 뭐든지. 우리는 친구잖아.”
“저, 정말요?!”
내 말에 안심하고 환하게 웃는 지우. 귀엽군.
“저, 저······ Han’s Family와 함께해도 될까요?!”
“······이름, 한지우로 바꾸려고?”
“아니, 그게 아니라! 하숙! 하숙!”
아, 그렇게 하기로 정한 건가.
나에게 먼저 부탁하면서, 스스로 방법을 찾아 이곳에 남으려 하는 지우가 대견했다.
나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버지 안 계셔서 방도 남으니까. 어머니도 지우라면 환영하실 테고.”
“죄송해요!”
“아니, 죄송할 게 뭐 있어?”
내가 무슨 상처라도 줬나.
“문제는 그거지. 부모님은 허락하셨어?”
“허락 받기 전에 뭔가를 보여드리고 싶어서요.”
“어떤 거?”
“제가 이곳에서 이룬, 어떤 변화 같은 거요.”
“그게 밴드 공연이구나.”
“네. 오빠나 두피, 알렉사와의 관계도 물론 특별하지만······ 내가 뭔가를 해냈다기보다는 많이 도움을 받은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밴드는 스스로 열심히 싸워서 이뤄낸 결과니까요.”
“좋은데. 그럼 그 두 번째 부탁은 밴드하고 관련된 건가?”
“와, 역시 오빠는 머리가 좋은 것 같아요. 사실, 저희가 이번이 첫 공연이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서······. 혹시 괜찮다면 조언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오빠하고 얘기하다 보면 음악 쪽에도 조예가 깊으신 것 같아서요.”
“아니, 그, 딱히 그렇지는 않은데.”
단지 전생에는 나이를 먹은 만큼 현재부터 미래까지 유행했던 수많은 음악을 들어왔고, 작가의 고질병처럼 어떤 음악인지 궁금하면 자료를 찾거나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관련한 개념이 잡힌 부분이 있다고 해야 할까.
남들보다 조금 더 파고든 부분은 있지만, 누구나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여러 상식이 갖춰지는 것과 유사했다. 그것이 아무래도 대화할 때 드러나 지우가 이런 부탁을 해오는 거겠지.
아무튼 지우의 부탁을 거절한다는 선택지는 당연히 없었고, 나는 커피를 깔끔하게 비우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래. 비전문가의 의견이라도 괜찮다면야 얼마든지.”
일단은 노래부터 들어 볼까 싶었다.
***
그렇게 잠깐의 대화를 마치고 다시 밴드 룸으로 돌아온 뒤, 나는 밴드 멤버들에게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지우가 득의양양한 얼굴로 오케이 사인을 그린 것 때문이었다.
“방송반 악당들을 쫓아내준 선배니까 이미 우리 멤버지!”
“잘 부탁해요!”
“우리 지우도!”
“······그래, 잘 부탁해.”
아까부터 생각한 건데, 이 밴드에서 한 가지 걸리는 지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이 부분이었다. 다른 건 다 괜찮아도, 밴드 멤버들의 텐션이 생각보다 훨씬 높은 편이라서 따라가는 게 벅차다고 해야 할까. 어떤 부분에서는 치어리더 클럽 애들보다 더 했다.
나야 뭐 외부인이니까 그렇다 쳐도, 지우가 괜찮을까 싶었다.
하지만 지우는 내 생각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얘들아. 준비하자.”
“오케이. 리더.”
“가보자고!”
다들 지우의 오더에 군말 없이 따랐다.
‘······지우가 리더라고?’
전혀 상상도 못한 상황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자니, 방 한쪽에 세팅된 자리로 간 멤버들이 각자의 악기를 잡았다.
흑인 여학생이 키보드와 보컬.
백인 여학생 중 하나가 기타.
또 다른 백인 여학생이 드럼.
지우가 베이스.
‘왠지 고릴라즈 같군.’
나도 모르게 지금으로부터 한참 뒤에 나올 영국의 가공 밴드가 떠올랐다.
베이스가 리더에, 동양인과 흑인이 한 명씩 존재하는 멤버 구성, 키보드가 보컬까지 맡았다는 묘한 디테일 때문이었다.
나는 가벼운 기대감을 품었고, 이내 그들이 제각각 악기를 조율하기 시작했다.
시끄러운 소음이 점차 화음으로 번져갔다.
‘생각보다 괜찮은데?’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기대감이 생겨났다.
들어오기 전에 들은 지우의 말에 따르면, 그들이 추구하는 장르는 ‘가스펠 메탈’이었다.
악마주의와 연관이 있다 여겨지는 일반적인 헤비메탈의 편견을 벗어나기 위해 만들어진 장르로, 멜로디보다는 가사의 변화에 초점을 두어서 음악적으로는 메탈이지만 신을 찬미하는 가사를 쓰는 것이 특징이었다.
과연 이 아이들이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가 기대됐다.
그래도 키보드가 있는 것으로 봐서는, 일반적인 헤비메탈보다는 조금 더 부드러운 느낌이 들지 않을까. 아마추어 리스너의 입장에서는 자연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 오빠! 옆에 가사집 있으니 들으면서 봐 주세요!”
거기다 심지어 오리지널 곡인 듯했다.
“긴장된다!”
“잘할 수 있겠지?!”
“하던 대로만 하면 돼!”
까르르 웃는 밴드 멤버들.
“응, 가자!”
지우의 외침과 함께 드러머가 스틱을 탁, 탁. 두드렸다.
제법 모양새가 갖추어진 합주가 시작됐다.
흥미로운 전주에 싱긋 웃으면서 옆에 대충 구겨져 있던 가사집을 펼쳐 들었······.
[GOOOOOOOOOOOOOOOOOOOOOOOOOOOOOOOOOOOOOOOOOOOOOOO-!!]지옥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 듯한 그로울링이 내 고막을 터뜨렸다.
얘들아, 나 귀가 안 들려.
[ Homecoming day (2) > 끝(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