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120)
120.
내 의견은 당연히 통과되었다.
덧붙이듯, ‘가시면류관 멤버들과 이야기해서 너무 악마적이지 않도록 조정해 보겠다.’라고 말하자 학생회장은 그거 좋은 아이디어라며 곧바로 내 의견을 채택하기로 했다. 케이트는 뭔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표정이 잔뜩 굳어진 상태였지만, 딱히 반박하지는 못했다.
결국 학생회 측으로부터 ‘가시면류관’의 공연은 문제없이 진행될 거라는 확언을 받으면서 이야기가 마무리되었다.
나는 케이트와 함께 학생회실을 빠져나왔다.
약간 어두워진 복도에 석양이 드리워진 것이 보였다.
‘이렇게 늦게까지 학교에 남아 있는 건 오랜만이군.’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케이트가 뭔가 할 말이 있는지 옆으로 다가왔다.
“······응?”
“네가 홈커밍 데이를 다 망친 거야.”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케이트의 표정은 무척 살벌했다. 아무래도 그녀 입장에서 자기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면서 훼방을 놓는 것이 적잖이 신경이 쓰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신경질을 보면서 나는 또 다른 위화감에 휩싸였다.
내 안에서 희대의 사기꾼이라고 결론지어졌던 여학생이, 지금 보기에는 완전히 어린애였다.
‘틀린 말은 아니군.’
전생부터 지금까지 느꼈던 적대감이나 불편한 감정이, 눈 녹듯 사그라졌다.
아까 그 흑인 남학생이 나를 3학년에 전교 1등이라는 이유만으로 어렵게 대한 사실에서 불편함을 느꼈듯이, 왜 지금 상황에 그걸 적용하지는 못했을까.
지금의 케이트도 결국 아직 여물지 못한 고등학생에 불과한데 말이다.
어쩌면 과거를 괴물로 만든 것은, 내가 아닐까.
‘왠지 힘이 빠지는군.’
그리고 상대에 대한 기이한 감정이 피어났다.
그냥, 보내주고 싶었다.
‘이게 뭐지?’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감정을 잠깐 뒤로한 채, 나는 일단 빙긋 웃었다.
“그렇게 생각했다면 미안하고.”
“뭐, 뭐야? 실컷 끼어들었으면서 왜 갑자기 사과를······.”
“아니, 진심이야. 너도 좋은 마음으로 마지막 홈커밍 데이를 준비하는 걸 텐데, 내가 했던 말들이 강하게 들렸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하지만 너도 알잖아? 걔네들도 1년 동안 열심히 준비했을 텐데, 처음부터 공연 자체를 못 하게 막는 건 너무 심한 짓이라는 거.”
“그 애들 노래 안 들어봤어?”
“······들어봤지. 너 걱정하는 부분도 물론 알고. 그러니 최대한 항의 안 들어오도록 준비시킬게.”
화해의 뉘앙스가 섞인 내 상냥한(?) 태도에 뭔가 더 말하려다 입을 다무는 케이트.
이윽고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너 원래 이런 애였니?”
“어떻게 생각했는데?”
“공부 잘하고, 자기 친구들하고만 대화하고, 좀 음침한 애.”
“서로 비슷하게 생각했네.”
“진짜 한마디를 안 진다?”
“네가 공격적으로 굴지 않으면 나도 그렇게 할 거야. 에이미.”
“케이트거든. 진.”
“이런, 거꾸로 한 방 먹었군.”
내가 피식 웃으며 두 손을 들자, 케이트도 내가 처음 보는 미소를 지었다.
······Holy moly,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지.
***
시간은 빠른 속도로 흘러갔다.
친구들은 모두 홈커밍 데이의 준비로 바빴다. 나는 가끔 지우를 찾아가 준비가 잘 되어 가고 있는지를 물었고, 지우는 기대해 달라는 말로 자신감을 표현했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공개되는 팸플릿의 내용을 써서 보내주고, 다음 소설을 기획하며 시간을 보냈다.
즉, 어느 순간부터 느긋하게 앉아서 생각만 했다는 뜻이었다.
머릿속에 상념 하나가 계속해서 맴돌았다.
그것이 다음 ‘About T’의 키 포인트가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그때, 케이트 무어에게 느꼈던 감정은 무엇인가.’
나는 그 감정을 ‘보내준다’고 표현했다.
무엇을?
상대를 괴물로 만든 감정이다.
두려움, 거부감, 불편함 등등. 나는 그런 감정을 배에 실어 띄워 보냈다.
이게 해양 공포 소설이 아닌 이상에야 다시 돌아오지는 않을 테고, 그래서인지 나는 마지막에 케이트 무어와 서로를 바라보면서 가볍게 웃었다.
나는 이전의 내가 아니었다.
딱히 전생을 따지지 않더라도, 고등학생 신 한에게는 굳이 그녀를 적대할 이유가 없었다.
‘용서라는 표현을 쓴다면 좀 거창하고.’
그때의 자신을 위로하고 보내줬다.
대충 그 정도로 표현하는 게 적당하지 않을까?
이 상황에 빗대어 ‘About T’에 적용하자, 금방 답이 나왔다.
앨리스를 괴롭히고 있는 치어리더 여자애들과의 이야기.
소년과의 만남을 통해 변화하게 된 소녀가 겪는 이야기.
머릿속으로 아이디어가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고, 나는 만년필을 쥐고 그것을 노트 위에 천천히 적어 나갔다.
이윽고 아이디어는 하나의 기획으로 완성되었다.
[About T : Homecoming].‘결국 이렇게 되었군.’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을 따라서 생각하다 보니, 고등학교에서 즐길 수 있는 행사 중 하나인 ‘홈커밍 데이’를 소설의 소재로 써 보고 싶었다. 그렇게 정하고 나니, 그동안 겪은 여러 경험과 기억을 토양 삼아 아이디어가 다양하게 뻗어나갔다.
그것을 정리해 플롯 정리까지 끝마치고 줄리아에게 보낸 다음 날, 마침내 ‘그날’이 성큼 다가왔다.
홈커밍 데이.
이날은 학교에서 따로 드레스 코드를 정해 주었다. 이유는 나도 잘 모른다. 아마도 재학생과 일반인 입장객을 구분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착된 문화가 아닐까.
어쨌든, 이번의 드레스 코드는 스포츠 웨어.
지난 주말에 색 배합이 마음에 들어 샀던, 평소에는 딱히 입을 일이 없을 듯한 ‘로스앤젤레스 레이커스’의 저지를 몸에 걸친 채 학교로 향했다.
교문 바로 앞 정류장에 내리자마자, 벌써부터 인파로 한가득했다.
다양한 연령대의 온갖 인종의 사람이 나의 모교 센트럴시티 밸류 하이스쿨로 들어서는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거기다 다들 이 행사가 ‘축제’라는 자각을 가지고 있어선지, 복장도 평소보다 더 화려했다.
미국 국기가 새겨진 엄청난 길이의 중절모를 쓴 남자. 여러 색으로 염색한 티셔츠를 입은 여자. 캡 모자 양 옆에 맥주 캔을 달아 빨대로 쪽쪽 뽑아먹을 수 있게 한······ 아, 교문 앞에서 불법이라면서 빼앗겼다.
‘이게 1980년대로군.’
아무튼 완전히 총천연색의 집합체였다.
다들 남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입었다.
그렇게 무리를 따라 교문 쪽으로 움직이던 중, 나는 어느 한 지점을 중심으로 무리가 좌우로 갈라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뭔가 싶어서 가까이 다가가자, 검은 옷의 소녀와 마주쳤다.
블랙 유니콘즈의 유니폼을 입은 알렉사 플레어였다.
머리는 또 무슨 일인지 양 갈래로 묶었다. 미디어에서 묘사되는 전형적인 치어리더 같군.
“안녕~!”
“······오늘 드레스 코드, 알지?”
“이것도 스포츠 웨어 맞잖아?”
발랄하게 웃으며 제자리에서 한 바퀴 빙글 도는 그녀. 주름치마가 가볍게 흩날렸다. 라일락의 냄새가 났다.
“잘 어울리네. 맞춘 것처럼.”
“나하하! 신, 너도! 레이커스를 고르다니, 탁월한 안목인데?”
“그냥 보이는 걸로 대충 샀어.”
“선수는 누구로 골랐어?”
“선수를 골라야 해······?”
“응?”
“어?”
우리는 잠깐 소통이 단절되었다.
그러다 알렉사가 다시 웃는다. 나하하. 어느새 들리게 된 특유의 웃음소리.
그래, 아주 미세하지만 그녀의 웃음 앞에는 ‘나’가 붙는다. 언제부터인가 그 차이를 인식하기 시작한 나 자신을 새삼스럽게 깨달으며, 들뜬 그녀와 함께 학교 안으로 들어섰다.
블랙 유니콘즈의 공연은 둘째 날이라서, 오늘은 그녀와 함께 행사를 돌아볼 예정이었다.
곳곳에서 학생들의 신청으로 개설된 노점이 보였다. 일반적인 홈커밍 데이와는 좀 다른 풍경이었으나, 우리는 공립이고 규모 자체는 커도 돈이 없어 이런 시스템을 사용했다.
홈커밍에 일반적인 지역 축제를 결합한 형태라고나 해야 할까.
하지만 그것이 나름대로 즐거웠다.
“게임하고 가세요! 게임!”
“수제 핀볼 게임 있어요!”
“여기는 수제 볼링이요!”
“······뭐든 수제를 붙이는 건가.”
“오, 볼링 재미있겠다! 하자!”
벌써부터 홈커밍 데이를 즐기기 시작한 알렉사.
인파가 많아서인지 그녀는 내 손을 덥석 붙잡았고, 거기에 질질 끌려간 나는 ‘수제 볼링’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볼링핀으로 분장한 학생들이 서 있는 곳을 향해, 알렉사가 공을 굴렸다.
“으아아-!”
“꽈르릉!”
점수 표시용으로 만든 팻말이 올라왔다. 스트라이크.
······아니, 분명히 공이 레일 사이드의 거터로 빠졌는데 왜 다 넘어지지.
“오오! 스트라이크!”
“······.”
환호하는 알렉사와 달리, 나는 이 시대의 인간이란 얼마나 잔혹한 존재인지를 새삼스레 느꼈다.
그럼에도 줄은 잔뜩 늘어서 있었고, 다들 차례가 올 때마다 껄껄 웃으며 공을 굴렸다. 달러 몇 장에 애들이 픽픽 쓰러졌고, 다른 관객들은 실컷 웃음을 터트리며 틴에이저들의 슬랩스틱 코믹 쇼를 즐겼다.
······이런 걸 통과시켰으면서 지우랑 애들 공연은 막다니. 케이트 무어의 머리는 대체 어떻게 된 걸까.
그렇게 착잡한 얼굴로 한동안 수제-휴먼-볼링을 지켜보다가, 준비하느라 아침을 걸렀다며 배고픔을 호소하는 알렉사를 데리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학사 안.
사람들이 교실 안에 설치된 부스를 드나들며 이래저래 즐기는 가운데, 우리는 허기를 해결하고자 음식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3층의 교실로 향했다. 행사 전에 미리 학교를 돌아다니며 체크해 두었던 나의 선행 조사는 이 순간 기지를 발휘하고 있었다.
핫도그와 타코를 필두로 온갖 길거리 음식이 판매되고 있는 가판대 앞에서, 우리는 각자 취향에 맞게 음식을 골랐다.
“핫도그. 칠리 앤 치즈로.”
“나는 타코! 고기 듬뿍 넣어서 두 개!”
“예! 손님! 금방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의외로 본격적이었다.
물에 담가 덥혀둔 통통한 소시지를 철판 위에 굴리며 불향을 입혔다. 그걸 가운데가 갈라진 빵 위에 올린 뒤, 칠리와 치즈를 듬뿍 끼얹고 전자레인지에 가볍게 돌려주는 것으로 완성되었다.
겸사겸사 캔 콜라까지 두 개 사고 나서 옆을 돌아보니, 타코 두 개를 각각 양손에 든 알렉사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었다.
“오······ 칠리 치즈.”
“한입 줄까?”
“정말? 그래도 돼?”
“나도 타코 한입 주면.”
“아, 그건 내용물 쏟아져서 별론데. 그럼 차라리 하나 더 사서 너 줄게. 대신 핫도그 반반 나눠 먹자.”
좋은 아이디어였다.
그렇게 복도에 서서 함께 음식을 가볍게 해치운 뒤, 우리는 다시 여러 교실들을 돌았다.
과학 실험이나 사회 전시 등이 이루어지고 있는 교실을 둘러보다가, 주차장에서 인력으로 작동되는 롤러코스터를 발견해 알렉사와 함께 타기도 했다.
“나하하하! 의외로 제대로 만들었는데?!”
완전히 빠져들어서 웃고 떠드는 알렉사.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미소를 지었다.
뭐랄까. 나도 재미있기는 한데, 닳아버린 영혼 때문인지 알렉사처럼 마음껏 깔깔거리며 웃을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오히려 진심으로 즐기고 있는 알렉사와 함께 있으면서 이 순간이 즐겁다고 자각하는 기분이었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오후 2시로 접어든 상황.
실컷 부스를 돌고, 여기저기서 벌어지는 소란에 참석하기도 하고.
그렇게 홈커밍 데이를 마음껏 즐기던 와중, 알렉사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었다.
“오, 알렉사!”
“티미! 마이크!”
“뭐야, 혼자 돌고 있었어?”
“아니, 신하고 같이. 너희는?”
“우리도 둘이 돌고 있었지. 괜찮다면 같이 놀래?”
티미 앤 마이크. 얼굴과 이름은 알지만, 잘은 모르는 녀석들이었다. 그렇기에 권유에 대한 대답을 내가 정하는 것도 뭔가 우습다 싶어서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슬쩍 내 표정을 살핀 알렉사가 말했다.
“미안, 우리 지금 친구 전시 보러 가는 중이라서.”
“같이 가도 되는데.”
“미안하다고 했잖아?”
“······.”
“······.”
블랙 맘바가 살짝 삐져나왔다.
전국 대회 이후로 환하게 웃으며 동시에 블랙 맘바를 꺼낼 수 있는 기술을 습득한 알렉사.
티미와 마이크는 더 이야기하지 않고 처량한 얼굴로 사람들 사이로 사라졌고, 나는 그만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왜, 왜?!”
“아냐. 그냥 네가 왜 그랬는지 알 거 같은 게 웃겨서.”
“내가? 왜, 왜왜, 왜 그랬다고 생각하는데?”
“그냥, 귀찮았던 거 아니야? 옛날 같았으면 우리 사람 좋은 알렉사는 애들 부탁 뭐든지 다 들어주려고 했을 텐데. 지금은 아니네. 변했네, 변했어.”
“이익! 놀릴래?!”
“아, 악! 알았어! 알았다고!”
알렉사가 진심으로 뺨을 꼬집은 탓에 나는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본 건물로부터 학생 전시가 이루어지는 체육관 쪽으로 가는 길.
약간 성질이 나서 앞장서서 성큼성큼 걸어가던 알렉사가 슬쩍 주변을 돌아보더니 아는 얼굴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슬쩍 내 귓가에 입술을 가져다댔다.
“네가 모르는 거 같아서 말하는데. 진짜 둘이서만 같이 놀고 싶었어.”
“······.”
왜 귀가 화끈거리는 걸까.
평소답지 않게 당황해하는 내 모습을 보며 킥킥 웃은 알렉사가 다시 앞장서 나아갔다.
그렇게 앞뒤에 서서 서로 약간 거리감을 둔 채로 도착한 전시장.
마침 밖으로 나오던 두피와 마주쳤다.
“신, 왜 얼굴이 빨갛지?”
“뭐, 뭐가?”
“알렉사, 너도.”
“아~ 술 한잔했어~.”
“······?”
고개를 갸웃거리는 두피.
‘아, 덥다~.’ 하며 안으로 들어서는 알렉사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나는 가볍게 이마를 매만졌다. 조금 뜨거웠다.
젠장, 열여덟 살 여자애의 말 한마디로 이렇게 당황할 줄이야.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신, 너도 들어가지.”
“아, 응.”
두피의 말에 겨우 정신을 차리고 나는 체육관 안으로 들어섰다.
하얀 천을 씌워둔 교실 책상이 오와 열에 맞춰 길게 늘어선 공간. 그 위로 학생들이 만든 온갖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림부터 시작해서 조각이나 심지어는 도자기도 보였다.
먼저 들어간 알렉사가 한자리에 서 있는 것을 발견했고, 나는 두피와 함께 그녀의 뒤에 따라붙다가 그녀가 바라보던 물건을 보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 전시작을 보고 있었나.”
그것은 ‘디오라마’였다.
여러 모형을 이용해 특정한 장면을 연출하는 작품.
그리고 두피가 만든 디오라마는 바로 ‘Princess quest’의 한 장면을 재현하고 있었다.
검은 점액질이 사방에서 몰려오는 가운데, 프린세스 클레어와 제이나, 그리고 스탠이 열심히 맞서 싸우고 있는 순간을.
“두, 두피······!”
“후후, 준비하느라 고생 좀 했지.”
안경을 스윽- 밀어 올린 두피가 이 걸작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했다.
파도처럼 들이닥치는 점액질의 섬세한 표현. 각 캐릭터의 디테일. 그뿐만이 아니었다. 스케일 자체가 어마어마했다. 손가락 하나 정도 되는 크기의 캐릭터 피규어는 자세부터 표정까지 생생하게 살아 있어서,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역동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두피, 네 재능을 사고 싶어.”
“후후, 재능을 돈으로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겐가.”
“······! 내가 경솔했군.”
“이건 선물이다. 끝나고 너의 집에 두지.”
“두피!”
“신!”
“두피!”
“신!”
서로 감격한 채 우정을 다지는 두피와 나.
그런데 지금까지 돌처럼 굳어져 있던 알렉사가 천천히 손을 들고 말했다.
“저기, 그런데······ 왜 클레어의 팬티가 보이는 거야······?”
“······.”
“······.”
“제이나도.”
그 점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었다.
[ Homecoming day (4) > 끝(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