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123)
123.
총 15화 분량으로 예정된 ‘About T : Homecoming’은 2화부터 곧바로 앨리스가 토니와 함께 홈커밍 데이의 ‘특별준비위원’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신은 신규 캐릭터를 대거 투입하면서 세계관을 본격적으로 확장했다.
앨리스와 토니가 다니는 해밀튼 아카데미의 학생회 간부, 한나 앤더슨.
공부도 잘하고 인기도 많지만, 무척이나 깐깐한 성미를 가진 그녀는 첫 만남부터 앨리스를 무시했다. 친구 하나 없고, 오히려 얼마 전까지 왕따였던 여자애가 무슨 도움이 되겠냐는 생각 때문이었다.
앨리스를 받아주지 않으면 자신도 이 일을 맡지 않겠다는 토니의 강짜에, 그녀는 불쾌해하면서 발목이나 잡지 말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앨리스는 겉으로는 조용해도, 많은 책을 읽고 예술을 접하며 얻은 통찰력을 내면에 품고 있는 소녀였다. 무엇보다 토니와 한나 같은 이들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다.
그렇기에 두 사람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행사의 준비에 큰 기여를 하기 시작한다.
두 사람이 다니는 하이스쿨은 크게 실내 활동 클럽과 외부 활동 클럽으로 구분되었다.
그중 전자, 실내에서 클럽 활동을 하는 이들은 그 특성상 대부분 사람과 크게 어울리려 하지 않고, 소수의 인원끼리 조용히 자신들의 취미에 빠져 지내는 경향이 강한 편이었다. 그들에게는 깐깐한 성격의 한나나 생긴 겉모습부터가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토니 같은 유형은 솔직히 말해 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행사를 최대한 빨리 진행하고 싶었던 한나가 반쯤 억지로 그들을 몰아붙이자, 다들 울며 겨자 먹기로 그녀의 지시를 받아들인다.
그 모습을 보며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해 우물쭈물하는 앨리스.
그것을 토니가 캐치했다.
『“어디 아파? 같이 집에 갈래?”
“아, 아니, 아픈 게 아니라······.”
“뭔가 말하고 싶은 거라도 있어? 사람들 앞이라 불편하면 나한테만 따로 말해도 돼.”
상냥한 토니의 말에 앨리스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붉어졌다.
알고는 있다. 토니는 항상 자신을 배려해 주고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앨리스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것은, 이 남자애가 다른 이들 앞에서는 이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다른 사람의 감정 변화는 신경도 쓰지 않지만, 앨리스의 감정만큼은 귀신같이 알아채곤 했다.
앨리스는 이래선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점점 더 조금씩 그에게 기대게 되었다.
“자, 이제 됐지? 다들 체육관에 전시하는 거로 할 테니까, 불만 있으면 따로 이야기해. 나눠 준 용지에 출품작과 어디 클럽인지 기입해서 내일까지 보내고.”
한나는 그런 사실도 모르는 채 제멋대로 일을 진행했다.
실내 클럽 활동을 진행하는 학생들은 뭔가 말하고 싶은 눈치였으나, 누구 하나 쉽게 나서지 못했다. 특히나 코믹북 클럽 활동을 하는 학생들은 거의 울기 직전까지 갔다.
홈커밍 데이는 학생들이 1년간 교내외에서 활동해 왔던 바를 널리 알릴 수 있는 행사였다. 그렇기에 각자 저마다의 생각으로 그것을 보여줄 기대를 품고 있었다. 하지만 무슨 제안을 하더라도 안 된다고 말하는 한나의 앞에서 이 자리에 있는 클럽원들은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잠깐.”
바로 그때, 앨리스에게 이야기를 들은 토니가 앞으로 나섰다.
“의견 취합, 맞지?”
정확한 단어를 기억하지 못한 토니가 슬쩍 뒤를 돌아보았고 앨리스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갑작스러운 상황에 한나가 갸웃거렸다.
“아무튼, 그게 좀 필요할 거 같은데.”
“안 돼. 오늘 안에 끝내야 해.”
“한 시간 정도야 괜찮잖아? 학교 끝나고 남친이 기다려?”
“아, 아니거든!”
“그럼 뭐 어때. 여기는 특별준비위원인 앨리한테 맡겨두고, 콜라 한 캔 마신 담에 다른 데부터 확인하고 오자고.”
능숙하게 분위기를 흔들며 한나를 데리고 나가는 토니. 뒤는 맡기겠다는 듯 윙크를 보내는 그를 보면서 앨리스는 굉장히 복잡한 기분을 느꼈다.
자리를 비워주는 건 고마웠지만, 한나 같은 예쁜 아이와 같이 나가는 게······.
‘아.’
앨리스는 그 이상의 감정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잠깐 동안 굳어져 있다가, 뒤통수가 따끔거리는 듯한 느낌에 자기도 모르게 몸을 돌렸다.
이 자리에 서 있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학생들이 시야에 가득 담겼다.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말하는 것이 맞는 걸까 아닌 걸까 고민하는 이들.
‘아아······.’
분명 그들의 심정을 이해하고 토니에게 중재를 요청했지만, 앨리스는 이처럼 많은 인원 앞에서 말해 본 적이 없던 터라 물에 젖은 카피바라처럼 덜덜 떨었다.
하지만 그것은 눈앞의 클럽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나하하하-! 물에 젖은 카피바라래!”
그 부분을 언급하며 폭소를 터뜨리는 알렉사 플레어.
그리고 주변에 모여 있던 학생들도 그녀를 따라서 덩달아 웃었다.
그렇게 수업이 시작하기 전까지, 자리에 모여 있는 이들은 모두 잔뜩 신이 나서 소설 내용에 관해 떠들어댔다.
“토니랑 앨리스랑 진짜 케미가 장난 아닌데?”
“둘이 진짜 엄청 친해졌나 봐!”
“아니. 이건 사랑이다.”
“두피?!”
“토니는 남들은 신경도 안 쓰고 머리도 조금 나쁘지만, 앨리스에게는 그렇게 굴지 않지. 그답지 않게 한발 먼저 그녀의 감정을 세심하게 살핀다. 앨리스를 과도할 정도로 신경 쓰고 있다는 증거다. 증거라는 이름의 ‘L.O.V.E.’랄까. Frrrrr, 사랑스럽군.”
“크, 내가 두피 분석 듣는 맛에 학교 온다······!”
“그는, 신(神)인가?”
“후후, 아직 불충한 카우보이에 불과한 남자다. 신도 아니고.”
두피가 안경을 스윽- 밀어 올렸다.
남학생들 역시 앨리스와 토니의 로맨스에 열광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감정을 주저 없이 드러내는 이 시기 여자애들의 특성상 로맨스와 관련된 대화는 주로 여학생들이 끌고 나갔고, 남학생들은 보통 옆에서 이야기를 들으며 호응하는 정도에서 그치곤 했다.
한편, ‘일반적’이지 않은 여학생도 존재했다.
바로 케이트 무어였다.
‘진짜 시끄러워 죽겠네!!’
그녀는 입시 때 쓸 자기소개서를 첨삭하면서 수업을 기다리던 와중, 주변의 학생들이 계속 떠들어 대는 ‘About T : Homecoming’에 관한 감상 때문에 도무지 집중하지 못하고 애꿎은 종이만 손에 쥐고 구깃구깃 거렸다.
그럼에도 평소에 쌓아둔 선한(?) 이미지라는 틀에 갇혀 다른 학생들에게 뭐라고 말하지도 못했고, 자신도 솔깃해지는 흥미로운 화젯거리 때문에 집중은 더더욱 되지 못했다.
그렇게 그 짧은 시간 동안 아이들이 가진 흥미를 반영하듯 대화는 순식간에 스텝 업을 해 나갔다. 토니와 앨리스가 언제 사귈 것 같으냐는 이야기나, 둘이 키스는 언제 할 것 같냐는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미, 미쳤어?! 고등학생이 무슨 키스야?!’
케이트 무어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도대체 어떤 불결한(?) 녀석이 그런 말을 했나 싶어 고개를 휙 돌렸는데, 그 와중에 자신과 똑같이 그 이야기를 듣고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 알렉사 플레어와 신 한을 발견했다.
‘뭐야. 쟤들은 또 왜 저래?’
아무것도 모르는 그녀로서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
앨리스는 토니의 도움으로 자신의 재능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재능이란 물에 잘 젖는 카피바라······가 아니라, 남의 이야기를 잘 이해하고 들어주는 능력이었다. 그것은 지금껏 오직 토니만이 알아보았던 그녀의 장점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녀는 어느새 이번 홈커밍 데이 행사의 주축이 되었다.
한나를 비롯한 많은 인물이 앨리스를 인정했고, 그녀 주변에는 많은 사람이 모였다.
심지어 앨리스는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음악을 하는 스쿨 밴드 ‘판데모니엄’의 리더이자, 이 학교에서 가장 유명한 아시아계 미국인 소녀 ‘메이 조’와도 친분을 쌓게 된다.
하지만 앨리스가 처음 만난 그녀에게 건넸던 말은, 사실 별거 없었다. 아니, 어쩌면 박식한 그녀였기에 할 수 있는 특별한 접근이었을지도 모른다.
[판데모니엄이라는 이름은 왜 붙였어? 너희 하는 게 블랙 메탈은 아니지 않니?] [몰라. 그냥 졸라 멋있잖아. 근데 너, 마음에 든다? 나한테 그런 질문 하는 사람 첨이야. 음악에 대해서도 잘 아는 것 같고.]껌을 질겅질겅 씹던 메이 조는 주머니에서 새 껌을 꺼내 내밀었다.
그 광경은 옆에서 전전긍긍해하며 지켜보던 한나가 경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한나의 깐깐한 성격 상, 그녀에게 있어 가장 불편한 상대는 규칙에 대해 ‘그따위 것’ 정도로 생각하는 메이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다들 흐뭇하게 웃을 수밖에 없는 이야기가 초반부 동안 이어졌다.
‘그리고 여기에서 슬슬 추리가 나올 차례지.’
나는 이 소설의 중반부를 견인해 후반까지 끌고 갈 추리 파트에서, 이전과는 반대로 토니가 숨기고 있는 어떤 비밀을 앨리스가 추론해 나가는 구성을 취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성격이 다른 만큼, 이 부분을 전작처럼 마지막 반전 요소로 활용하기보다는 이야기의 테마에 걸맞도록 앨리스에게 깨달음을 주는 요소로 쓰고자 했다.
앨리스 앞에서는 내내 밝은 척하던 토니.
하지만 홈커밍 데이를 앞두고 그에게는 고민이 한 가지 존재했다.
이번 행사를 보러 오시는 부모님 앞에서 과연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사실 토니는 작년 행사에서 경기 중 큰 실수를 저질렀고, 그 트라우마가 뇌리에 깊이 박힌 상태였다.
이번만큼은 그렇게 되지 않겠다고 정말 철저하게 준비해 왔지만, 홈커밍 데이가 다가오면서 그에게 맺힌 긴장감이 안 좋은 형태로 서서히 주변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다.
앨리스 역시 어딘가 이상함을 눈치챘지만, 토니는 그녀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기 위해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참다못한 미식축구 클럽 후배들이 특별준비위원인 앨리스를 찾아오고, 그들의 상담을 받아 주면서 토니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토니와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은 그의 과거를 숨겨주려고 했지만, 앨리스는 끈질기게 달라붙은 끝에 결국은 그들에게 정보를 얻어내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진실에 거의 근접할 때쯤, 또 하나의 사건이 터진다.
‘About T : Homecoming’의 10화.
인정받기 시작한 앨리스를 시기해 일종의 ‘경고’를 하고자 치어리더들이 찾아왔다.
『“너 요즘 좀 심하게 나대는 거 아니?”
“자꾸 그러다 큰 코 다친다.”
“우리가 언제까지 가만히 토니의 말을 들어줄 것 같아?”
세 명의 치어리더가 눈앞에서 으름장을 놓았다.
앨리스는 세 사람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보았다.
아예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몇 년간 그들로부터 받은 모욕과 괴롭힘은 지금까지도 앨리스의 마음을 괴롭혔다. 하지만 아무리 두려워도, 그것을 행한 장본인들 앞에서 티를 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들이 두렵지 않다고 생각했고, 스멀스멀 올라오는 감정을 억누르고 솔직하게 말했다.
“맡겨진 일을 하는 것뿐인데, 그게 너희랑 무슨 상관인데?”
“뭐라고?!”
“이게 정말 건방져졌네.”
예상대로의 반응이 돌아왔다. 단지 그뿐이었다. 이상하게도, 그들이 더는 두렵지가 않았다.
앨리스는 토니와 보낸 시간과 누군가를 위해 행동했던 순간들이 모여서 지금의 자신을 조금 더 강인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허리와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작은 주먹이 꼬옥 쥐어졌다.
아무것도 아니었다.
과거는 그저 과거일 뿐이다.
그것을 놓아 주지 못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었다.
과거가 된 공포를 바라보면서, 앨리스는 토니를 떠올렸다.
이 생각을 토니에게도 전해주고 싶었다. 놓아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내면의 공포는 그것이 원하는 대로 더 큰 괴물이 될 뿐이라고.
바로 그때였다. 누군가가 앨리스의 시야에 들어왔다.
“그만해.”
한나 앤더슨.
“야~ 싫다잖아.”
그리고 메이 조.
“뭐, 뭐야, 너네들?”
“얘하고는 소울이 통했거든.”
메이가 고갯짓으로 앨리스를 가리켰다. 한나는 피식 웃더니, 메이의 말에 덧붙이듯 이어서 말했다.
“선생님한테 말할 거야.”
“하, 참. 우리가 얠 괴롭혔어? 괴롭혔냐고~?!”』
한동안 실랑이가 이어졌고, 그 소리를 들은 학생들이 점점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홈커밍 데이를 준비하며 앨리스에게 도움을 받았던 이들이 앞장서서 앨리스의 편을 들었다.
그중에는 앨리스를 무시하듯 대했던 학생들도 있었다. 그들은 특별준비위원 일을 처리하며 자신의 장점을 보여 준 그녀를 인정하고 치어리더에게 핀잔을 주었다.
앨리스처럼 치어리더 여학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던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과거에 자신들과 같은 처지였지만, 이 소란에 중심에 서 있게 된 앨리스를 보고 용기를 내 목소리를 내었다.
모두 앨리스가 스스로 일으킨 변화였다.
또한, 토니와 만났기에 생겨난 변화이기도 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낀 치어리더 세 명이 이를 갈며 물러가고, 앨리스는 모여 준 이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는 곧바로 토니를 찾아 달려 나간다.
······거기까지 이 소설을 읽은 알렉사 플레어의 반응은 이랬다.
“흐으윽······! 너무 좋은 이야기잖아······!”
진짜로 울고 있다.
‘어떻게 사람이 이럴 수가 있지?’
나는 황당한 기분에 휩싸였다.
아무리 그래도 소설은 소설일 뿐이다. 물론 글이 갖는 힘은 분명히 존재하고, 그것은 때때로 무척 거대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식으로 펑펑 울 정도로 감동하는 사람은 태어나서 처음 보았다.
“와, 진짜, 이거······ 너무 좋은 이야기 아니니?”
“그, 그래?”
“응, 너무 좋아. 정말로 좋아. 멋진 소설이야. 신.”
코를 훌쩍이며 그 감정에 취해 배시시 웃는 그녀.
그 얼굴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내가 이번 작품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은 지금처럼 알렉사나 친구들이 내 앞에서 얘기할 때나, 같은 학교에 다니는 다른 학생들의 반응을 볼 때뿐이었다.
하지만 줄리아의 말에 의하면 전작보다 팬레터의 수가 늘고 작품에 대한 반응도 훨씬 좋아졌다는 모양이었다.
‘다들 알렉사 정도는 아니어도 이번 작품에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거겠지.’
전작을 통해 독자는 토니와 앨리스라는 캐릭터에게 충분한 애정을 품게 되었다.
그 토대가 갖춰진 상태에서, 그 두 사람이 또 다른 상황과 마주하며 만들어지는 이야기는 독자들로 하여금 ‘About T’라는 시리즈에 더 큰 애정을 품게 만드는 것이었다.
전작에서 앨리스는 언니와의 일을 통해 조금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다 생각했고, 이번에는 고민하는 토니를 돕고자 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성장’이었다.
내가 사이먼과 줄리아를 통해서, 좋은 친구들과 만나서, 케이트 무어를 받아들이면서 계속해서 성장했듯이, 앨리스 역시 그랬다.
토니를 만나 성장했고, 홈커밍 데이의 특별준비위원이라는 긍정적인 경험을 통해 성장했고, 치어리더 세 사람을 만나 과거의 부정적인 경험을 이겨내면서 다시금 성장했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 나아가겠지.
‘마찬가지로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미소를 지은 나는 다시 글쓰기에 집중했다.
‘About T : Homecoming’은 이미 완결까지 다 써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보내두었고, 지금은 주말에 알렉사와 단둘이 만나 대학 입시에 쓰일 서류를 작성하는 중이었다.
나는 자기소개서를 비롯해 각 대학교에 우편으로 보낼 각종 시험 성적을 정리해 하나로 만들어 냈다.
보통은 교사들의 도움을 받았지만, 나는 전생에 교사로 꽤 오랫동안 일했던 경험이 있으므로 혼자서 정리하는 편이 더 깔끔하고 좋았다. 수기로 아날로그하게 작업하는 것이 전생에는 경험해 보지 못했던 방식이라서 꽤나 흥미롭기도 했고 말이다.
오늘 연재된 ‘About T : Homecoming’ 10화를 다 읽은 뒤, 알렉사가 카페테리아 테이블에 턱을 괴고 앉아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번 주 주말은 입시 준비 때문에 모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하자, 두피나 지우는 그럼 다음에 보자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이 녀석만큼은 어쩐 일인지 자기도 할 일이 있다면서 따로 만나자고 했다.
그 이유를······ 전혀 모를 것 같지는 않았지만, 일단은 그냥 알겠다고 했다.
나도 싫지는 않았으니까.
“저기, 신.”
“신문 다 봤으면 잠깐 스케이트나 타러 갈까.”
“아니, 너 준비해야 하잖아. 그냥 갑자기 궁금한 게 좀 생겨서.”
“뭔데?”
“지우는 이제 곧 너희 집에 살게 되는 거야?”
“그렇지.”
지우의 아버지가 우리 집에 와서 딸 좀 부탁드려도 되겠냐고 물은 것이 벌써 일주일 전의 일이었다.
어머니는 내 의견은 하나도 묻지 않은 채 흔쾌히 승낙하셨고, 지우는 부모님과 떨어져 로스앤젤레스에서의 삶을 계속 이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엄, 너하고도 계속 같이 살겠네.”
“그건 모르지. 대학을 어디로 갈지 아직 정하지 않았으니까.”
“멀리 갈 거야?”
“고민 중이야. 합격하는 거 보고 정해야지.”
“‘About T’는 3부작으로 완결 낸다고 했지?”
“그랬지.”
“다음 부제는 뭐야. ‘Prom’?”
“······귀신같네.”
그 말에 놀라서 고개를 들자, 곧바로 알렉사와 눈이 마주쳤다.
토끼처럼 커다란, 파란색의 눈을 올곧게 뜨고 있던 그녀가 고개를 휙 돌렸다.
[ 『About T : Homecoming』 (2) > 끝(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