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129)
129.
방금, 다스베이더가 내 옆을 지나갔다.
“······?!”
순간 고개를 돌렸던 나는 알렉사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다시 걷는 일에 집중했다. 하지만 바로 옆에 서 있던 알렉사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는지 추궁이 들어왔다.
“방금 뭐 봤어?”
“아, 아무것도 안 봤어!”
“저기 다스베이더 봤지.”
“······귀신같네.”
“같이 사진 찍을래?”
“으, 응!”
나는 내가 마치 꼬리를 흔드는 개가 된 것 같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용기가 안 나서 그랬지. 사진을 찍고 싶었다.
다스베이더.
그는 영화 산업에서 가장 성공한 악역 캐릭터 중 하나였다. ······실제로는 코스프레를 한 사람이었지만, 그런 부분을 생각하면 마음이 좀 식으므로 나는 본인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다가가서 인사를 건네고 알렉사가 가져온 일회용 카메라로 함께 사진을 찍었다. 한 장.
그리고 알렉사까지 포함해 지나가던 행인에게 부탁해 사진을 한 장 더 찍었다. 두 장.
“가, 감사합니다! 포스가 함께하길!”
“······포스가 너를 잘 섬기길.”
미쳤다.
진짜 다스베이더다. 언제 우주에서 내려왔지. 오늘은 어떤 제다이가 죽을까.
“왜 서로 인사가 달라?”
“그는 시스니까.”
“응?”
내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알렉사.
그런 그녀에게 나는 제다이 기사단과 시스의 관계를 설명했다. 그 기나긴 역사를 말 몇 마디로 설명하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으나 나는 차분하게 요약했고, 그것을 다 들은 알렉사가 대답했다.
“전혀 이해가 안 돼!”
그래, 그렇겠지.
하지만 알렉사는 들었고, 나는 설명했다.
그거면 충분했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다.
날씨는 이래도 좋나 싶을 정도로 화창했다.
영화 산업의 중심지인 할리우드 거리는 1984년에도 화려했다. 좌우로 솟아오른 5층 남짓한 건물 틈새로 광고판과 영화 포스터, 영화관 등이 오밀조밀하게 비치되었고,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이나 노점상, 코스프레를 하고 길을 걷는 사람들로 활력이 넘치는 분위기였다.
그리고 우리는 그런 멋진 장소에 도착한 지 아직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나는 알렉사와 함께 느긋하게 거리를 걸었다.
어디를 갈까? 뭘 할까? 그런 이야기도 딱히 나누지 않았다.
첫 번째 데이트였지만, 우리는 딱히 서로 뭔가 준비하거나 의식하지는 않았다. 그냥 좋은 날씨 아래 할리우드 거리를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들떴다. 그러다가 뭔가 재미있어 보이는 것이 있으면 가서 구경하다가 다시 이동하는 일의 반복이었다.
“오, 저기, 저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 먼저 다가가는 알렉사.
버스킹 공연 중이었다.
사람들이 꽤 많은 가운데, 슬쩍 어깨 너머로 바라보자 마이크를 든 한 흑인 남자가 힙합 비트에 맞춰 박자를 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둠두둠칫, 둠칫, 둠칫. 알렉사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박자를 탔고 자연스럽게 사람들 사이로 섞여들었다.
눈을 감은 채 비트에 몸을 맡기던 그는 돌연 몸을 돌려 반대편에 있던 흑인 남성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내가 들어본 적이 없던 슬랭으로 걸죽한 랩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에요! 해@변아.”
“······?”
방금 ‘Bitch’라고 했는데, 중간에 뭔가 이상한 글자가 하나 들어간 기분이었다.
기분, 탓이겠지.
“씨@봉바꺼! 넌 암것도 아냐! 너는 이 DJ파우더의 앞에서는 암것도 아냐! 넌 조@또 암것도 아닌 놈아! 넌 새꺄! 너무 ‘건’ ‘방’ 져! 그런 내가 선물할게! ‘Gun’ ‘Bang’ ‘Thug-!!’”
[Uooooooooooooooooooohhhh-?!]환호하는 관객들.
“오, 신기하다. 저게 ‘힙합’이라는 건가?”
“······??”
알렉사도 조금 놀란 눈치였고, 나도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사내는 바로 앞에 있던 다른 사내에게 마이크를 반쯤 내던졌다. 해@변아. 씨@봉바꺼. 귀가 더럽혀지는 듯한 후드의 온갖 욕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나는 조용히 알렉사를 잡아끌었다.
“가, 가자.”
“응? 재미없어?”
“······귀가 녹을 거 같아.”
“나하하하! 그래도 흥미롭지 않아? 말은 좀 무섭게 하기는 하는데.”
역시, 뭐든 편견 없이 받아들이려고 하는 녀석다웠다.
메탈은 게임이나 너드 문화와 관련이 있으니 나이가 들고서도 드문드문 들었으나, 랩 음악은 완전히 ‘인싸’들의 문화라 딱히 찾아서 듣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알렉사와 함께 있으니, 이 문화를 이해하는 게 글을 쓰는 데 있어서 분명히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 시기에 저게 있었던가?’
80년대 후반만 가더라도 곳곳에서 랩배틀을 펼치는 이들이 많았으나, 지금은 갱스터 랩 같은 장르도 나오기 전일 텐데.
······어쩌면 저 두 사람은 시대를 앞서나간 사람들이 아닐까. 혹시 저 둘 중 하나가 힙합 그룹, N.W.A.의 멤버 중 하나는 아니겠지.
‘아니면 RUN DMC의 멤버 중 하나거나.’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들려오는 외침.
“Nigg······!”
“아~닌 거 같아.”
아직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문화가 아닌 것 같았다.
***
이어진 데이트도 즐거웠다.
쇼핑몰이 길게 늘어선 거리 쪽으로 가서 옷이나 신발, 코믹북 같은 걸 구경하고 나온 뒤, 약간 출출해져 근처 노점상에서 핫도그를 사 먹었다. 그러고 나서 근처 소형 관람관에서 굉장히 유치한 내용의 어드벤처 영화를 보고 나오니, 저 멀리 노을이 지고 있는 게 보였다.
“오······.”
알렉사보다 먼저 그 광경을 발견한 나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할리우드 힐스.
태양 아래로 뻗은 거대한 언덕은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랜드마크였다. 하얀색 입간판의 형태로 세워진 ‘HOLLYWOOD’ 사인을 보고 있자니,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에도 전 세계의 영화 산업을 주름잡는 곳에 있다는 자각이 새삼스레 들었다.
“오!!”
나보다 한 박자 늦게 노을을 발견하고 달려가는 알렉사.
원피스 치마 끝단이 따스한 바람을 타고 흩날렸다. 노을 아래에서 밝게 빛나는 알렉사의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저도 모르게 들고 있던 일회용 카메라를 들어 셔터를 연달아 눌렀다.
찰칵, 찰칵, 찰칵.
“신! 이거 봐! 노을 진짜 예쁘다!”
“······.”
여기서 ‘네가 더 예뻐.’라고 말하면 또 멀찍이 도망가겠지.
그래서 나는 그냥 바라보았다.
햇살을 늘어뜨리는 태양. 그 아래로 펼쳐진 할리우드 힐과 할리우드 사인. 총천연색의 사람들이 평화롭게 웃고 떠드는 느긋한 거리 풍경.
‘이렇게 마음 편히 일 생각도 않고 쉰 적이, 대체 얼마만일까.’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옆에서 선글라스를 쓴 한 백인 남성이 알렉사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뭐지? 같이 놀자고 꼬드기려는 건가. 약간 경계하며 움직이자, 나와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경계하듯 움찍거리던 알렉사가 눈이 휘둥그레 떴다. 그리고 사내는 품 안에서 작은 종이를 꺼내 내밀었다.
‘아.’
명함.
그리고 여기는 할리우드.
그제야 대충 상황이 파악이 됐다.
‘길거리 캐스팅이군.’
가까이 다가가자 예상이 맞았다.
“이야, 전국 대회에 나온 거 잘 봤어! 실물이 더 예쁜데?”
“가, 감사합니다?”
누군가가 자신을 알아봐 주는 것과는 별개로, 이런 비즈니스적인 상황이 익숙하지 않은지 평소와는 달리, 목소리가 떨리고 있는 알렉사.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와는 달리 ‘어른’인 사내는 웃는 얼굴로 말을 이어 나갔다.
“꼭 연락 줘. 네 마스크는 분명 어디에서든 통하니까!”
“아, 알겠습니다아······.”
알렉사가 돌처럼 굳어져 고개를 끄덕이자 마지막으로 씨익 웃은 사내는 그대로 뒤로 돌아서 제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그 과정을 지켜보며 나는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사람 같다고 판단했다.
보통 이런 경우에, 자기를 과하게 어필하거나 상대를 어떻게든 설득하려는 사람이라면 그다지 엮여서 좋았던 경험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이 사내는 바짝 옆으로 다가온 나를 신경 쓰지도 않고 그냥 자기 할 말만 건네고 돌아갔다. 딱 깔끔하고 젠틀한 태도였다.
‘스스로가 이 일에 당당하니 그럴 수 있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있자니, 알렉사가 안색이 창백해져 나를 돌아보았다.
“시, 시시, 신. 나 어쩌지?”
“뭐라고 했는데?”
“무슨무슨 에이전시라고 적혀 있는데······. 이거 나한테 연락 달라는 거지?”
“어떤 에이전시야?”
“모르겠어. 아마도 다채롭게 하는 모양인데? 뭔가 뒤에 로고가 많아.”
“모델 쪽인가?”
“설마! 나를?”
“난 할 수 있다고 보는데. 패션 잡지 표지 모델로 나오면 좋을 것 같지 않아?”
“으음······.”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에 빠진 알렉사.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가 어쩌면 이것이 알렉사의 인생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해, 그녀를 바로 근처에 있는 카페로 데려가 자리를 잡았다.
내가 기억하는 전생의 알렉사 플레어는, 분명 모델 쪽으로 진로를 잡았다. 하지만 졸업 후에 일자리를 찾아 뉴욕으로 건너갔다던 그녀는 그 이후 소식이 뚝 끊어졌다.
대충 미루어 짐작해 봤을 때, 크게 대성하지는 못했던 거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변했다.
‘전생에는 전국 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으니까.’
지금까지도 알렉사 ‘The 소감 따위 준비 안 함’ 플레어는 캘리포니아 곳곳에서 회자될 정도로 유명했다. 그때의 모습이 틴에이저만이 가질 수 있는 순수하고 당돌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웃기기도 했고.
그러니 지금의 알렉사는 전생과는 다르게, 모델 에이전시의 관계자로부터 명함을 받았다.
“어떻게 할 거야?”
“글세. ······아니, 그런 거보다 우리 데이트 중인데 이런 얘기해도 돼?”
“괜찮아. 알렉사, 네가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괜찮지만, 혹시라도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내 앞에서는 뭐든 편하게 말해도 돼.”
“으, 응. 고마워어.”
“명함 보니 모델, 배우, 가수 에이전시 같은데. ‘마스크’라고 말한 걸 보면 모델이나 배우 쪽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모델? 배우?”
“혹시 그쪽으로 흥미 있어?”
“생각도 해 본 적 없어.”
어라?
내가 아는 기억과는 다르다.
‘분명 졸업하고 나서 모델 쪽 일을 하러 뉴욕으로 건너갔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아예 그쪽으로는 생각도 안 하고 있다니. 이유가 뭘까.
“사실, 학교 졸업하면 뭘 해야 할지도 아직 잘 모르겠어서.”
“아무것도 생각 안 했어?”
“······.”
내 물음에 어깨가 축 쳐지는 알렉사.
나는 내가 너무 직설적으로 말했다는 것을 깨닫고, 서둘러 말을 정정했다.
“와, 진짜 고민이 많은 것 같다. 너도 많이 힘들겠네. 근데 다들 그렇잖아.”
“그, 그치?! ······어, 뭔가 이상한데.”
“아냐. 착각이겠지. 그 나이대의 진로 고민은 다들 하는 문제인걸.”
“수상해애.”
“······.”
공감은 참 어렵군. 해 줘도 뭐라고 하고, 안 해 줘도 뭐라고 하니.
“어쨌든, 그래서 너하고 두피가 많이 부럽기도 했어. 둘 다 하고 싶은 일이 확실하니까.”
“대단한 것도 아니야. 글이야 오래전부터 써왔고. 너한테도 치어리딩이 그렇지 않아?”
“근데 전에도 말했다시피 졸업 후의 진로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아서. 으음, 확실히 치어리딩이 재미있는 건 사실인데, 나는 다른 것도 좋아한단 말이지. 사람들하고 대화 나누고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가는 거나, 내가 어떻게 행동할지, 누구인지를 생각하는 거나.”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는 나이, 열여덟.
동시에 무엇을 해도 재미있고, 무엇을 해도 흥미로운 나이.
사실, 나야 전생부터 회귀까지 이런저런 경험과 기적을 겪고 필연적으로 ‘글’이라고 하는 길을 선택한 거고, 두피는 두피 나름대로 ‘장난감’이라는 분야를 기점으로 삼았지만 어디로 어떻게 뻗어 나갈지 아직 확실한 길은 선택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알렉사 입장에서 겉으로 보기에는 어느 쪽이든 굉장히 부럽고, 그로 인해 아무것도 정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질 만한 여지는 충분했다.
문제는, 그러다 시간에 쫓긴다는 생각에 자기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였다.
이 자리에서 이야기를 들으니, 알렉사가 전생에 모델 쪽 일을 선택한 것이 본인의 바람이 아니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그녀는 배우 일이 좀 더 적성에 맞지 않을까?
‘자신과 타인, 인간에 흥미를 갖고 관찰하면서 사람과 어울리려고 하니까.’
하지만 그것을 내 입으로 말하는 것은 영 별로라고 생각했고,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는 아직 어리니까 고민은 계속해도 괜찮아. 그런데 너무 부정적인 방향으로는 안 가는 편이 좋지 않을까? 물론, 그런 명함을 받았으니 갑자기 이런저런 생각이 들면서 혼란스러울 수 있겠지. 그리고 내가 봤을 때는 네 안에 앞으로의 진로를 선택할 만한 재료는 충분히 있는 것 같은데.”
‘에이전시 관계자로부터 명함을 받았다’.
여타 제반을 떠나서 이 상황에 대해 하나하나 해체하고 나누다 보면, 결국에 남는 것은 하나의 결론이었다.
에이전시 관계자가 보기에, 알렉사는 모델이나 배우 일을 하기 좋은 자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 그것 역시 그녀가 가진 재능이고, 그것을 잘 활용해서 정말 그쪽 일을 시작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타인이 보는 자신’이었다.
나는 알렉사가 그런 것에 휘둘리지 말고 스스로 답을 내렸으면 했다.
남의 기대에 맞춰 삶을 살았을 때, 누구보다 불행하다는 사실은 내가 잘 알았으니까. 설령 그것이 상대가 강요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했다.
“중학교, 고등학교 거쳐 오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고, 여러 가지 활동도 열심히 했잖아. 그걸 바탕으로 네가 가장 재미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분명히 떠오를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말고 지금은 네 안에 있는 너 스스로와 깊게 대화를 나눠보는 일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시인······.”
얼굴이 빨개진 채로 내 말을 들으며 가만히 나를 바라보는 알렉사.
그러더니 녀석이 이렇게 말했다.
“나, 나하고 프롬 같이 가 줘.”
“엥?”
여기서 역 프롬포즈라고?
***
당연히, 나는 역 프롬포즈를 승낙했다.
어찌 되었든 결과적으로 우리는 정식으로 프롬 파티를 함께 가기로 한 것이었다.
그렇게 모든 일이 일단락되고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실컷 떠든 뒤, 내가 집까지 알렉사를 바래다주었다. 시간은 정확히 9시 48분.
더블 배럴 샷건을 어깨에 걸친 채 문 앞까지 마중을 나와 서 있던 미스터 플레어가 고개를 끄덕이며 알렉사와 함께 들어갔다.
“휴우.”
첫 데이트를 무사히 끝내고 알렉사로부터 답까지 제대로 들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집으로 차를 몰고 가기 시작했다.
‘아니, 역으로 프롬포즈를 받기는 했지만.’
그렇게 눈을 빛내며 감탄해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모습이 진짜 귀여웠다.
소설, 가족, 학교, 일, 일, 그리고 일.
평소에는 그런 것밖에 생각하지 않는 나에게 있어 알렉사는 언제나 신선한 자극이었다.
함께 노을이 질 때의 할리우드 사인을 보면서 확실하게 느꼈다.
그녀는 내게 있어 잃어버린 순수를 되찾게 해 주었다. 거기다가 그녀가 가진 천연의 순수함과 솔직함은 나를 진짜 모습으로 있을 수 있도록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어찌 보면 그녀 덕분에 용기를 내서 다스베이더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셈이었다.
‘참, 좋아. 좋단 말이지······.’
그녀와 언제까지고 함께하고 싶었다.
외모 같은 외적인 부분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을 다 떠나서, 우리가 쌓아 온 시간과 서로를 이해해 나가는 이 과정이, 조금씩 그것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는 듯했다.
‘앨리스를 생각하는 토니도 이런 기분이겠지.’
나는 점점 3부의 내용이 머릿속에서 잡혀 가는 것을 느꼈다.
[ Prompose (3) > 끝(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