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132)
132.
프롬 파티는 여학생들에게 있어서 특별한 중대사였다.
그날 그녀들은 그동안 살아왔던 날 중 가장 많은 사진을 찍었다. 파티에 가기 전부터 집의 정원이나 근처 공원에서 수십 컷, 메이크업과 헤어 스타일링을 받으러 가서 수백 컷, 마지막으로 프롬 파티에서 수천 컷. 당연히 과장된 수사지만, 그만큼 진심이라는 의미였다.
틴에이지 에라(Era)는 특별했고, 그 마지막을 최대한 많이 남기고 싶은 건 프롬 파티에 참석하는 이들 모두가 가지는 욕망이었으니까.
어째서 남학생들은 그러지 않느냐고 하면, 그것은 사진 찍는 걸 귀찮아하는, 대부분의 남자가 가진 습성으로부터 비롯되었다. 남학생들은 사진을 찍으면 대충 ‘Thumb up’을 하거나 어색한 미소만을 지었다. 마치 사진을 찍으면 영혼을 빼앗긴다고 믿는 사람들처럼 말이다.
애초부터 남자란 그런 생물이었다.
분위기 좋은 곳에 가서 멋진 음식을 먹기보다도 든든한 햄버거 한 덩이에 피클을 우적우적 씹어 먹기를 선호하는 존재들.
그리고 그런 남자들을 잘 조종(?)해야 프롬 파티에서 평생 추억에 남을 멋진 사진을 건질 수 있다······는 것이 제이미의 어머니, 데보라의 지론이었다.
“Ma Mama says······.”
말콤의 파트너, 제이미의 유창한 흑인 영어로부터 시작되는 회의.
그래, 그것은 ‘회의’였다.
치어리더 클럽의 멤버 중 프롬에 참석하는 여학생이 모두 모인 자리.
대략 스무 명 남짓한 인원이 긴 테이블에 앉았다.
그리고 제이미의 옆자리에 앉은 알렉사 플레어는, 두피와 함께 첫 프롬 파티를 가게 된 지우를 이 회의에 참석시킨 자신의 행동이 굉장히 좋지 못한 선택일지도 모르겠다고 뒤늦게 후회했다. 왜냐면, 제이미가 가장 먼저 꺼낸 말이 이런 식이었기 때문이었다.
“남자의 ‘Wiener’를 휘어잡아야 최고의 프롬 파티를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옳소!”
“‘Wiener’는 중대사지!”
“······.”
남성만이 가지고 있는 ‘익혀 훈제한 프랑크푸르트 소시지’에 대해 말하는 제이미.
알렉사 바로 옆에 아기 코알라처럼 달라붙어 있던 지우의 뺨이 순간 붉어졌다. ‘Wiener’는 남성의 ●●를 에둘러 말하는 단어였다.
첫 프롬 파티라는 말에 혹시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데려왔더니 첫 발제부터 너무 매웠다. 하지만 그것은 그만큼 치어리더 걸들이 프롬에 진심이라는 이야기였다.
각자가 입고 갈 드레스 컬러와 코드에 관한 이야기는 이미 진행이 끝났다.
평생 남을 사진을 함께 찍는 상황에서, 치어리더들은 3주에 걸친 회의를 통해서 각자 콘셉트나 컬러가 최대한 겹치지 않는 선으로 협의를 끝마쳤다.
알렉사는 하얀 피부톤을 살리는 아이보리 화이트.
지우는 평소의 취향을 존중해서 약간의 채도를 추가한 딥 퍼플.
둘 다 미국의 틴에이저답지 않은 성격 탓에 너무 화려하지는 않은 색이었다.
“각자 남자애들한테 파티에서 입을 드레스 색깔을 통보해! 그리고 거기에 맞는 코사지를 준비해 오지 않으면 집으로 돌려보내고!”
다들 진지한 표정으로 제이미의 말을 듣는 가운데, 알렉사는 문득 생각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물론, 가장 예쁘게 보이고 싶은 날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손목에 다는 꽃의 색깔을 맞춰 오지 않았다고 해서 파트너를 돌려보낸다는 것은, 어딘가 주객전도가 되지 않았나 싶었다.
자신이 가장 예쁘게 보이고 싶은 사람과 함께할 수 있는 특별한 날에, 그 사람이 골라온 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무시한다고?
약간 이해가 가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리며 듣기만 하는 알렉사. 지우 역시 대화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는지 눈만 깜빡이고 있었다.
그렇게 회의가 마무리되고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은 아주 약간 어색한 기류를 느끼면서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알렉사는 지우가 행여나 3학년 언니(?)들의 거친 단어 선정에 놀랐을까 조심스럽게 물었다.
“지우, 괜찮아?”
“네, 네엡. 음, 그러니까······ 두피에게 연락해서 코사지 색깔 맞춰달라고 하면 되는 거죠?”
“응?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방금 제이미의 말은 달랐잖아요?”
“그건 걔네들 생각이잖아. 나는 그냥 신이랑 같이 가는 것만으로도 좋은데?”
별다른 생각 없이 마음에 있던 말을 툭 꺼낸 직후, 알렉사는 자신이 말실수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 오오······!”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얼굴이 붉게 물든 지우.
“두, 두 사람은 앞으로 좋은 관계를 이어 나가기로 했습니까?!”
“아니야! 아직 아니라고!”
“아직이라면 언제쯤······!”
특종을 발견한 기자처럼 말하는 지우 앞에서 알렉사는 필사적으로 부정했다.
***
프롬 파티 날의 여학생들은 대부분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집이나 샵에서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링을 받고, 드레스까지 차려 입은 다음에 화보 수준으로 많은 양의 사진을 찍었다. 집 뒤뜰, 근처 공원, 여기저기에 부모님과 함께 차를 타고 다니면서 오늘 하루 최대치로 올라온 아름다움과 추억을 철저하게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었다.
반면 남학생들은······ 그 시간 동안 대충 모여서 파트너를 데리러 가는 시간까지 놀았다.
그리고 두피와 나는 자연스럽게 두피-하우스에 모여 영화를 보기로 결정했다.
“Doob.”
“Shin.”
나와 두피는 가볍게 주먹을 부딪쳤다. Bro fist.
남자라서 행복하군. 이렇게 카우치에 앉아 해리슨 포드가 나온 온갖 영화를 보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니 말이다.
비싼 턱시도를 갖춰 입은 상태라서 자칫하다 뭐가 묻을 수 있는 스낵이나 핑거 푸드를 먹을 수는 없었고, 그 대신 투명한 스프라이트를 조심스럽게 들이키면서 해리슨 포드의 명작 영화를 정주행했다.
그러다 우리의 소재지를 알고 있는 알렉사로부터 가끔씩 전화가 왔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철컥.
[신, 헤어랑 메이크업 끝났어!]“진짜? 기대되네.”
[지우 엄청 예뻐!!]“너도 예쁠 것 같은데.”
[······이, 이따 연락할게.]툭 하고 끊어지는 전화.
나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영화도 즐거웠지만, 그와 별개로 이따 알렉사를 데리러 가는 일도 기대가 됐다.
그렇게 두피와 영화를 보다가, 다섯 시 반쯤 함께 알렉사의 집으로 출발했다.
중천에서 상당히 기울어진 해를 등진 채 나는 내 것보다 커다란 두피의 차를 몰았다.
아무래도 전생의 경험이 합쳐져 내가 운전을 더 잘하는 편이라, 다 같이 움직일 땐 내가 드라이버가 되었다.
“준비됐어? 둡?”
“물론이다, 신. 오늘은 광란의 밤을 보내도록 하지.”
“그런데 문제가 있어.”
“무슨 문제지?”
“······너 춤 출 줄 알아?”
“이론만 알고 있지.”
”나도.”
그 부분만 약간 걱정이었다.
뭐,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
나는 어찌어찌하다 보면 알아서 잘 되리라고 생각하면서 알렉사의 집으로 향했다. 다행히 도로는 뻥 뚫려서 금방 도착했다.
가볍게 초인종을 누르고 기다리자 미스터 플레어가 마중을 나왔다. 예의 애완 샷건과 함께.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를 보는 시선이 심상치가 않았다.
“오전 열두 시.”
“며, 명심하겠습니다.”
“두피라고 했나?”
“예, 옙.”
“같은 시각이다.”
“Y, yes sir.”
호된 신고식(?)을 치르며 기다리자 안쪽의 방에서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나는 순간 심장이 멈추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얼굴로 피가 몰리는 것이 느껴졌다. 여기에 올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냥 즐겁고 들뜬 마음뿐이었지만,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나의 파트너가 너무나 아름다워서 나도 모르게 긴장이 시작된 것이었다.
하얀색의 드레스는 어깨를 드러내는 심플한 디자인이었고, 목걸이와 귀걸이 같은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주었다. 평소에는 자연스럽게 늘어뜨렸던 금발은 가볍게 웨이브가 들어갔다.
화장을 하고 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지우 역시 무척이나 잘 어울렸지만, 오히려 그런 지우 덕분에 나는 오늘 하루 알렉사 외의 사람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미세스 플레어가 머뭇거리던 딸 뒤에 서 가볍게 등을 떠밀었다. 그러자 천천히 내게 다가온 알렉사가 어색한 미소와 함께 입을 열었다.
“와, 왔어?”
“······어.”
“뭐, 이상해?”
“아니, 진짜 예쁜데.”
내 말에 순간 얼굴이 홍당무처럼 새빨갛게 물든 알렉사가 시선을 피했다.
우리는 서로 꽃을 교환했다.
알렉사는 내 가슴에 하얀색 부토니에를 달아주었고, 나는 알렉사의 손목에 흰색 코사지를 달아주었다. 그리고 서로 가볍게 손을 잡은 상태에서 어색하게 옆을 돌아본 나는 우리가 꽤 주목을 받고 있었음을 알아차렸다.
“분위기가 말랑말랑하군.”
“두 분 진짜 잘 어울려요!”
그쪽은 우리 두 사람과 다르게, 서로 마음 편하게 킥킥 웃으며 상대를 칭찬한 뒤 부토니에와 코사지를 나눈 상태였다.
우리들 옆에 서 있던 미세스 플레어가 눈을 반짝이며 우리들에게 사진기를 들이밀었다.
“자자! 어서 사진 찍고 출발해야지!!”
그렇게 개인 컷과 커플 컷, 네 사람이 동시에 나오는 컷을 표정과 콘셉트를 제각각 다르게 해 백여 번 정도 촬영한 끝에, 우리는 플레어 하우스에서 출발할 수 있었다.
***
센트럴 시티 밸류 하이스쿨의 프롬 파티는 학교 체육관에서 열렸다.
항상 치어리더 클럽의 연습을 구경하고는 했던 체육관. 알렉사와 함께 티켓을 내고 그 안으로 들어가자, 완전히 무도회장으로 바뀐 실내의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원래 이렇게 화려했나?’
나는 감탄하며 내부를 둘러보았다.
평범한 창문에도 화려한 색의 커튼을 크게 달았고, 무대 뒤편 암막도 평소와 달랐다. 널직한 공간에 원형 테이블과 의자를 곳곳에 점점이 배치했는데, 그것만으로도 일상적인 학교의 공간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내부가 전반적으로 하이라이트 없이 먹먹하게 어두운 가운데, 형형색색의 조명이 깔린 상태에서 분위기 있는 음악이 연주되고 있었다.
‘전생에는 이 정도로 화려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된 걸까······하며 주변을 돌아보고 있자니, 드레스를 입은 채 방송반과 학생회 인물들을 지휘하고 있는 케이트 무어를 발견했다.
‘저 녀석, 전생에는 파트너와 함께 오지 않았나?’
시선이 마주치자 그녀는 나를 향해 찌릿하고 매서운 눈빛을 보냈고, 다시 훽 고개를 돌려 일을 시작했다.
문득 얼마 전에 찾아와서 사인을 받아가다가, 대학 입시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고 돌아간 것이 떠올랐다.
‘그게 또 경쟁 심리를 부추긴 모양이로군.’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무척이나 잘 꾸며진 체육관 내부로 들어섰다.
전생에 즐겼던 프롬 파티는 딱히 즐겁지 않았다.
그때 나는 프롬을 같이 가자고 말할 만큼 친한 여자애가 없었던 터라 혼자 와서 잠깐 구경하다가 돌아갔기 때문이었다.
문득 그때의 기억을 머릿속에 떠올리자 쓴웃음이 나왔으나, 홀린 듯한 눈망울로 내 손을 잡아끌고 앞으로 나서는 알렉사의 모습을 보자 금방 잊혀졌다. 마치 지우개로 슥삭슥삭 지운 것처럼.
“와, 와아······. 와아아아······!!”
내 손을 잡아끌고 안으로 들어가던 녀석이 환하게 웃으며 외쳤다.
“신, 이거 봐! 진짜 예쁘다아!”
“그러게. 생각보다 잘 꾸며놨네.”
“프롬 파티가 원래 이런 느낌인가요?”
“응! 응!! 지우! 우리 사진 찍자!”
오늘 나는 알렉사의 파트너인 동시에 그녀의 전속 카메라맨이기도 했다.
그렇게 미세스 플레어로부터 받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하자 뒤이어 먼저 입장해 있던 치어리더 여학생들이 제각각 파트너와 함께 나타났다.
나는 손목에 내가 준 꽃을 단 알렉사가 환하게 웃는 것을 뷰파인더 너머로 지켜보았고, 원하는 대로 독사진부터 친구들과 함께하는 사진까지 마구 찍어 주면서 추억을 새겨 주었다.
일반적으로 프롬 파티는 크게 셋에서 네 가지 순서로 구분되었다.
가장 먼저, ‘Dinner time’.
전문 케이터링 업체를 불러 뷔페식으로 차려놓은 식사는 생각보다 훌륭했다.
원형으로 된 테이블에 커플끼리 모여 앉아 음식을 먹었고, 체육관 한쪽에는 영사기를 써서 학생들이 기증한 사진을 차례차례 띄워 주었다. 각 학생이 어떤 학창 시절을 보냈는지를 알려주는 사진은 왠지 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뒤이어 ‘Grand march’가 시작되었다.
각자 순서에 맞춰 무대 위로 올라간 이들이 사진을 찍었다. 나도 알렉사와 한 컷, 남학생들과 단체 컷, 파티에 온 인원 모두가 모인 컷까지, 그런 식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것이 어느 정도 정리된 뒤, 단상 위로 올라간 케이트 무어가 학생들에게 나름대로 준비해온 축사를 읽어주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 좀 웃겼다.
하지만 뭐 어떠랴. 각자 하고 싶은 게 있는 거지.
학생들도 오늘만큼은 이 행사를 주도하는 깐깐한 케이트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는 분위기였다.
나는 자리에 앉아 알렉사의 손을 살짝 잡은 채 귓속말을 속삭였다.
“졸리면 말해.”
푸웁, 하고 웃음을 참는 그녀.
그리고 그녀의 연설이 끝난 후, 본격적인 ‘Dance time’이 시작되었다.
쿵, 쿠궁, 쿵······!
첫 번째 음악은 끈적한 디스코였다.
“아, 이 노래!”
“알아?!”
“몰라! 하지만 좋다! 신나잖아!”
커다란 음악 소리에 자연히 우리의 목소리도 커졌다.
학생들은 적당히 분위기를 봐가며 무대 위에 꾸며진 스테이지로 나아갔다.
각자 알음알음 모여 신나게 춤을 추었다. 다들 부끄러울 법도 한데 조명과 분위기, 그리고 이게 마지막이라는 사실이 그들을 마음껏 움직이게 하는 듯했다.
그 어설프면서도 찬란한 광경을 잠깐 앉아서 바라보고 있자 알렉사가 계속 잡고 있던 내 손을 천천히 잡아끌었고, 나는 그녀와 함께 스테이지로 나가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이 시절에 디스코가 어땠더라?’
막상 춤을 추려니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순간 복잡해졌으나, 이내 리듬에 몸을 맡겼다.
반면, 그나마 어색하지는 않은 수준인 나와 달리 내 바로 앞에서 춤추는 알렉사의 동작은 무척이나 화려했다.
‘역시나 치어리더 캡틴.’
스테이지 위의 그녀는 그 누구보다 화려했다. 그리고 나의 역할은 그녀가 더욱 돋보이도록 받쳐주는 것이었다. 꽃다발의 안개꽃이나, 화훼를 담는 화분 같은 느낌이랄까.
그녀와 함께 신나게 춤을 추고 있자니, 두피와 지우도, 말콤과 제이미도 우리 옆에 다가와 합류했다.
다들 이 순간만큼은 스쿨 클리크를 버리고 하나가 된 듯이 춤을 추었다.
그렇게 한참 땀을 흘리고 나자 이어서 느릿한 음악이 이어졌다.
‘곡 선정을 대체 누가 했는지.’
딱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이게 만약 케이트라면 사인본이라도 따로 한 부 주면서 칭찬해 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곡이 시작되자, 두피와 지우를 포함해 ‘친구’ 같은 느낌으로 프롬 파티에 참석한 커플은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프롬 파티의 댄스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고 생각했다.
이런 식으로 다 같이 모여서 추는 댄스와, 진짜 커플만 남아서 추는 커플 댄스.
분위기가 무르익어감에 따라 진짜 커플이 아니더라도 커플 댄스를 추기도 했으나, 첫 번째 커플 댄스곡만큼은 달랐다.
스테이지에 남아 있는 이들은 거의 대부분 알렉사로부터 들었던 학교의 ‘공식 커플’이었다.
슬쩍 눈치를 살피는 알렉사.
큰 입술을 초조한 듯 다물어져 있고 눈동자는 갈 곳을 잃은 듯 작게 흔들거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나는 저도 모르게 손을 뻗으며 입을 열었다.
“알렉사.”
“으, 응······?”
“나 춤 진짜 못 추는데.”
그 말과 함께 가볍게 손을 잡자, 알렉사가 완전히 빵 터졌다.
손등으로 입을 가린 채 크게 웃은 뒤 그녀는 곧 내게 바싹 붙어 어깨에 손을 올렸다.
“괜찮아. 나도 이런 건 처음이니까.”
작은 숨결조차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 Prom party (3) > 끝(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