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an American Retro Novelist RAW novel - Chapter (133)
133.
느긋하게 이어지는 춤사위.
스무 커플 남짓한 인원이 각자 파트너와 손을 잡은 채 스테이지 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미리 합을 맞춘 공연이 전혀 아니었음에도 어떤 형식을 갖춘 군무를 연상시켰다. 형형색색의 조명이 반짝반짝 움직였고, 그것은 마치 빛나는 별의 움직임 같았다.
자리에 앉아 눈을 반짝이며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지우는, 그들의 모습이 굉장히 어른스럽게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생애 첫 프롬 파티.
지우에게 있어 그곳은 완전히 ‘어른들의 세계’였다.
프롬포즈를 받아들이고 드레스를 고르는 과정부터 시작해서, 태어나 처음으로 본격적인 메이크업을 받고 헤어 스타일링까지 받았다.
프롬 파티는 마치 하룻밤, 달콤하게 어른이 될 수 있는 순간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이런 자리에 자신을 데려와 준 두피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두피.”
“무슨 일이지. 지우.”
자리에 앉은 두피는 왼쪽 가슴 위편에 손을 올린 채였다.
어린 시절 선천적으로 심장이 약했던 그는 몇 번의 수술 끝에 정상인과 같은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아직 그 트라우마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심장이 있는 곳을 종종 매만지며 그 고동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또렷이 들려오는 지우의 목소리가 두피를 온전히 그 사실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도와주었다.
두피는 손을 떼고 지우를 돌아보았다.
“저 두 사람, 진짜 분위기 좋지 않아요?”
지우는 자연히 스테이지 중심에 서게 된 신과 알렉사를 가리켰다. 누가 그러라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다른 커플이 두 사람을 피해 주어서, 마치 그들의 들러리처럼 느껴졌다.
서로의 눈을 빤히 바라보면서 느릿한 음악에 흘러가듯이 몸을 맡기고 있는 두 사람.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두피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멋진 일이지. 둘 다 멋진 사람들이고.”
“후우, 보는 것만으로도 제가 다 심장이 두근두근한다니까요?”
“오늘의 프롬 킹과 퀸은 이미 정해진 것 같군.”
자신의 예상을 거의 예언과 같다고 생각하며 안경을 스윽- 밀어 올리는 두피.
이 특별한 상황에서도 평소와 같이 행동하는 그를 바라보며 킥킥 웃은 뒤, 지우는 다시 고개를 돌려 신과 알렉사를 지켜보았다.
두 사람은 어둠과 조명 아래에서 마치 은하수를 떠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실제로도, 지금 알렉사가 느끼는 감정 역시 그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밤하늘 위를 거니는 것 같았다.
자신의 곁에서 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두 눈을 맞춘 채 빤히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 앞에서 수많은 상념이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처럼 스쳐 지나갔다.
왜 아무 말도 안 하지? 나도 그냥 계속 봐야 하나?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나랑 같은 마음일까?
그 시절에 사랑에 빠진 여자아이가 흔히 떠올릴 법한 여러 생각의 틈바구니에서 알렉사는 얼굴이 점점 더 빨갛게 물들었다. 하지만 결코 신으로부터 눈을 돌리지는 않았다.
바이올린이 연주되는 소리가 길게 늘어졌다.
두 사람은 계속해서 합을 맞춰온 댄서처럼 하나가 되어 움직였다.
‘이런 느낌이었나.’
알렉사와 함께 춤추면서 신은 생각했다.
오랜 시간을 거쳐서 다시 돌아온 삶을 반추하며, 마침내 다다른 그녀의 파란 눈동자 앞에서 자신이 그동안 잊고 지냈었던 감정을 다시금 떠올렸다. 알렉사의 눈은 마치 바다와 같이 깊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신은 소년 시절의 자신을 건져 내었다.
심장이 평소보다 높은 RPM으로 세차게 두근거리며 뛰었다.
잃었다고 생각했던 순수가 돌아왔다.
그녀의 존재가 자신의 마음을 얼마나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지, 그녀는 아직 모르겠지.
무엇이든 해 주고 싶었고,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 주고 싶었다.
왜냐면 그보다 더한 것을 받았으니까.
바로 ‘감정’이었다.
자신의 일을 자신보다 더 기뻐해 주고 슬퍼해 주는 사람.
그리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 역시 이해해 주는 사람.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그렇게 곡 하나가 다 끝날 때까지 춤을 춘 두 사람은 테이블로 다시 들어왔다.
“머, 멋졌어요!”
무슨 공연이라도 본 듯이 박수를 보내는 지우.
그 옆에 앉아 있던 두피도 말없이 엄지를 치켜세웠다.
신은 물병에 담긴 물을 따라 알렉사에게 건네주고 한 잔을 더 따라서 자신이 마셨고, 겨우 몸속의 수분이 채워지는 듯한 감각에 그제야 너털웃음을 내뱉으며 입을 열었다.
“힘들다. 조금만 쉴래.”
“흐아아······.”
알렉사도 신과는 전혀 다른 이유로 기력이 빠진 상태였다.
처음으로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된 상대와 거의 5분 가까이 말없이 눈을 마주치는 일이란, 그녀에게 있어서 결코 쉬운 상황이 아니었다.
세 시간 가까운 댄스 타임.
벌써부터 원하는 목적을 다 이뤘다고 생각한 알렉사가 고개를 들었다.
“진짜, 뭔가 너무 행복한 기분이야.”
“······그래?”
“응, 너희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알렉사는 지우와 두피, 그리고 신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가슴에 담아두었던 말을, 그 감정이 극한까지 올라온 상황에서 했다.
“I love you.”
“멋진 말이군.”
“아, 알렉사아······!”
“······갑자기?”
마지막으로 이어진 신의 말에 샐쭉 입을 내밀며 돌아본 알렉사는, 어쩌면 자신의 설명이 좀 부족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입을 열었다.
“학창시절 동안 너희와 함께한 시간이 정말 즐거웠어. 나를 나로서 있게 해준 너희하고 앞으로도 계속 함께하고 싶어. ······행여나 졸업하고 물리적으로 멀어지더라도, 우리 계속 연락하고 만나자.”
“그래. 반드시. 나도 너희 같은 친구들을 만나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너희가 아니었다면 나는 내가 가진 모습을 남들 앞에서 솔직하게 드러낼 수가 없었겠지.”
“저도, 그래요. 신, 두피, 알렉사. 세 사람이 아니었다면 저는 아직도 토니의 죽음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을 거예요. 그리고 이 자리에도 있을 수 없었겠죠.”
각자가 한마디씩 한 상태에서 신을 돌아보았다.
“······.”
그리고 신은 잠깐 침묵했다.
그래, 분명 멋진 말이었다.
다들 이렇게 좋은 분위기 속에서 속내를 털어놓기도 하고, 그런 게 또 프롬 파티의 묘미 아니겠는가.
하지만 한 가지 안타까운 사실은, 신이 지금 틴에이저들이 보여주는 너무나 눈부신 순수를 따라가기 버겁다는 점으로부터 기인했다.
겉은 아직 소년티를 다 벗지 못했지만, 속은 순도 100% 아저씨.
그는 결국, 농담으로 넘기기로 했다.
“다 내 덕이지.”
세 사람 다 빵 터졌다.
“뭐야! 우리한테도 좀 감사해 달라고!”
“맞아요! 진짜 너무해!”
“역시 신이로군. 우리의 예상을 항상 벗어나.”
서로 첫 인상이 어땠고, 어쩌다가 서로를 더 좋아하게 되었는지.
그런 이야기가 한동안 오가는 가운데, 알렉사는 문득 깨달았다.
‘프롬에서 중요한 건 프롬이 아니구나.’
일상과는 다른 공간에서 친구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
다시금 신나는 음악이 한창 흘러나오고 있는 스테이지를 돌아보면서, 그녀는 무언가 떠오른 듯 생긋 웃었다. 그리고 자신의 맞은편에 앉은 지우에게 손짓하고는 테이블 위에서 머리를 맞대고 뭐라 귓속말을 속삭이기 시작했다.
그 내용을 알 수 없는 신과 두피는 그저 고개를 갸웃거릴 따름이었다.
“그거 좋은 생각인데요?!”
“그치!”
잠시 후, 서로 뭔가 협의를 끝마친 듯이 웃는 두 사람.
신이 물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눈 거야?”
“여기 답답해.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갑자기?”
“응, 갑자기.”
“저도 초코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요!”
“오, 그럼 민트초코는 어때?”
“아, 죄송해요. 알렉사. 저는 민트초코를 굉장히 싫어해요.”
“······.”
확고한 거절에 마음의 상처를 입은 듯한 알렉사.
그런 콩트를 나누는 두 사람을 보며, 이번에는 신이 빵 터지고 말았다.
그토록 열심히 준비해 온 프롬이었다.
이제 댄스 타임이 끝나고 나면 프롬 킹과 퀸의 수상이 이루어지고, 그 이후에는 밤새도록 파티 게임이 이어졌다.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가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와서, 경품이 내걸린 게임에 참여하는 자리.
어차피 미스터 플레어의 당부로 그 자리에는 참가할 수 없게 되었던 터라, 그럴 바에야 레이디 두 분의 의사를 따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 싶었다.
“Doob.”
“Shin.”
Bro fist.
프롬 파티로 인해 참된 카우보이가 된 두 사람에게 긴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
기나긴 댄스 타임이 끝날 때쯤, 집계 측에서는 입장 전에 이루어졌던 프롬 킹과 퀸의 선정 역시 끝마쳤다.
그리고 결과지를 받아든 케이트 무어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이거 진짜야?”
“네, 확실하게 셌어요. 여자 쪽은 압도적이었고요.”
“······아니, 그쪽은 그럴 거라고 예상했어. 그런데, 어. 음.”
“왜요?”
“남자 쪽! 이거 이상하잖아! 왜 쿼터백인 존이 아니라 얘를 킹으로 뽑아?!”
“아, 그건.”
진행을 도와준 후배가 설명했다.
존은 알렉사 플레어에게 프롬포즈를 했다가 본전도 못 찾고 거시기를 걷어차여서 요즈음 학교 내에서 이미지가 추락해 버렸다고.
그 이야기를 들은 케이트는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걸 느꼈다.
“그리고 케이트, 문제가 하나 생겼······ 케이트?”
그럼에도 그 결과를 부정할 수는 없었고, 왠지 모르게 이는 짜증을 다잡으면서 케이트는 얼른 발표하고 끝내버리자는 생각에 후다닥 무대로 올라갔다.
그리고 그런 급한 판단 때문에 후배가 말하려던 것이 무시되고 말았다.
케이트는 조명 아래에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댄스 타임은 종료되고 모두가 자리에 앉은 상태.
학생들의 생각은 이러했다.
‘퀸은 알렉사지.’
‘걔는 못 이겨.’
‘같이 지내다 보면 걔 얼굴 예쁜 건 진짜 부차적이라니까?’
‘사람 마음을 배려할 줄 아는 진짜 좋은 애야.’
그렇기에 대부분의 학생은 알렉사 플레어를 퀸으로 선정했다. 비록 비공식적인 기록이지만, 그녀를 향한 투표율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센트럴 시티 밸류 하이스쿨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수치였다.
문제는, 그 옆에 세울 킹이었다.
여학생들이야 알렉사가 어떤 마음인지 알음알음 들어 알고 있었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그녀의 프롬 파트너인 신을 뽑았다.
그리고 남학생들은······.
‘존, 그 머저리 자식은 안 돼.’
‘남자가 돼서 싫다는 여자애한테 들이대다 거시기나 까이고 말이야.’
‘그렇다면 누구를 뽑느냐인데.’
‘기왕이면 알렉사의 선택을 믿는 게 좋지 않을까?’
‘보통 킹과 퀸은 한 커플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으니까······.’
‘걔가 또 공부는 오라지게 잘하기는 했지.’
그렇게 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
알렉사만큼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충분히 높은 득표율이었다.
케이트 무어는 가슴속에서 알 수 없이 부글부글 끓는 마음을 뒤로한 채 외쳤다.
“올해 센트럴 시티 밸류 하이스쿨의 프롬 킹과 퀸은······!”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요란한 드럼 소리가 커졌다가 잦아들었고, 케이트는 미리 준비해 뒀으리라 생각해 옆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신 한과 알렉사 플레어입니다!!”
[Waaaaaaaaaaaaaaaaaagggghhhh-!]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그리고 원래 계획대로라면 미리 무대에 올라오기로 협의돼야 했을 두 사람은, 한참 동안이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잉?”
케이트는 벙쪄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무대 아래의 후배가 어이가 없다는 듯한 얼굴을 한 채 케이트를 향해 팔로 크게 엑스 자 표시를 그렸다.
신 한과 알렉사 플레어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사실 프롬 파티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그것이 킹과 퀸인 경우는 별로 없었지만.
그렇게 많은 이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를 내며 프롬 킹과 퀸의 선정이 종료되었다.
한편 그 시각.
신과 알렉사, 두피와 지우는 아이스크림 트럭에서 산 아이스크림을 각자 하나씩 손에 든 채, 밤바다를 바라보면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프롬 파티의 밤이 저물었다.
***
에드워드 맥밀란은 스탠퍼드 대학교 문학부의 교수였다.
‘문학부 교수’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흔히 떠올리는 깐깐하고 고지식한 이미지보다는 느긋한 성격을 가진, 노년의 백인 남성.
그는 문학을 사랑했고, 그에 대한 재능을 가진 학생을 가르쳐, 이 세상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글에 기여하는 이들’을 만들겠다는 사명감을 오랜 세월 추구해 왔다.
오랜 기간 교수로 재직하면서 수없이 많은 학생을 가르쳤고, 심사원으로서 선발까지 거듭해 온 그에게 있어 학생을 뽑는 데에 나름대로의 기준이 존재했다.
그는 이 스탠퍼드 대학교에 지원한 학생을 절대 시험 성적으로만 평가하지 않았으며, 지원 서류에 적은 글에서 느껴지는 패기와 가능성을 최대한 보고자 했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1984년 신입생을 모집하는 과정에서 그는 전국에 퍼진 수많은 문학청년을 만났고, 그들의 글을 읽었으며, 직접 글을 쓰게 시키면서 각자의 생각을 들어보는 과정을 수행했다.
이른 바, ‘입시 시험’이었다.
평소에는 1년 단위로 변하는 시대상과 함께 청년들의 집단의식이 변화해 가는 과정을 즐겁게 지켜봤던 그였으나, 이번에는 단 한 명, 그로서도 깊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입시생이 존재했다.
신 한.
한국계 미국인.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출신.
그의 1차 입시 서류는 그야말로 ‘완벽’했다.
평소에는 ‘완벽’이라는 단어가 너무나도 폭력적이라고 생각해 입에 담기조차 지양해 왔던 에드워드였으나, 지금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 소년이 지나온 고등학교 3년 동안의 기록이 모두 담긴 서류에 가장 잘 어울리는 평가는 그것이었다.
시험 성적, 학교생활, 교직원 추천서와 같은 내부 자료부터 이미 대단했다. 하지만 신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부분은 바로 ‘외부 활동’이었다.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이름을 널리 떨치고 있는, 이제는 신인을 넘어서서 대중문화 속에 스며들고 있는 작가, ‘SEEN’.
심지어 그의 첫 번째 외부 추천서는 무려 ‘미국 주부들의 대변인’이라 칭해지는 대작가 ‘글렌다 호프먼’이 써 주었고, 두 번째 외부 추천서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기자, ‘줄리아 챈들러’가 썼다. 아니, 이를 제대로 살피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전체로부터의 추천서나 다름없었다. 그 내용 안에 편집장이나 사장의 의견 및 사인도 포함이 되었으니 말이다.
이런 경우는 듣도 보도 못했다.
원래대로라면 외부 추천서는 시험의 공정함을 해친다는 이유로 크게 고려되는 요소가 아니었다. 하지만 글렌다의 추천서라면?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성명서 같은 추천서라면?
여기에서 에드워드 맥밀란이 느낀 감정은 ‘불쾌감’이었다.
어린아이 특유의 순수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그 나이대의 혼란과 아픔,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그 성장의 편린에 이르러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기계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완벽한 서류를 본 뒤, 에드워드는 일단 절차에 따라 2차 시험을 치르게 했으나 내심 속으로는 신을 떨어뜨리고 싶었다. 이미 자신의 색깔과 세계가 확고한 소년을 굳이 가르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차 시험을 치르며 인터뷰를 통해 만난 뒤로는 생각이 달라졌다.
에드워드는 인성적인 부분이 어떤지 살펴보고자 일부러 시비를 걸듯이 물었다.
‘장르 문학은, 어차피 한 번 읽고 버리지 않나?’
그 질문에 신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대체적으로 소설이란 것은, 어차피 한 번 보고 버려진다고 생각합니다.’
흥미로운 대답이었다.
그리고 눈앞의 소년은 차분하게 자신이 왜 글을 쓰는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철학을 가졌는지 이야기했다.
그 젊은 작가의 대답을 들으면서, 에드워드는 자신이 지금껏 가져온 기준이 일부 무너지는 감각마저 느꼈다.
그리고 얼마 후, 신이 2차 입시 때 제출한 단편 원고를 읽고 그의 마음은 확고해졌다.
주제는 ‘고양이’ 그리고 ‘물’이었다. 그리고 그는 물에 들어간 뒤 사라진 엄마 고양이를 찾기 위해 수영을 배우고자 하는 새끼 고양이의 이야기를 멋들어지게 썼고, 에드워드는 장르의 경계를 타듯 아슬아슬한 문장으로 풀어낸 짧은 단편에 자기도 모르게 감탄했다.
에드워드는 그 원고를 읽는 내내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면서 생각했다.
‘이 학교에 오면 어떤 글을 쓰게 될지 정말 궁금하군.’
그리고 그것은 입시 과정에서 신을 만난 아이오와 대학교, 라이스 대학교, 하버드 대학교에 속한 교수들 대부분이 저마다 하는 생각이었다.
[ Prom party (4) > 끝(133)